“아이쿠.. 사장님.. 제가 오늘 급하게 집에서 나오느라, 물건을 잘못 들고 왔나 봅니다.”“잘못 가져왔다고?” 은시후는 웃으며 또 다른 물건의 밑바닥을 손으로 후벼냈다. “여기에 쓰여 있는 ‘made in china’도 잘못 들고 온 것인가?” “전 모르는 일이에요. 전 그냥 집에 있는 물건들을 가지고 나왔을 뿐이라고요!” 사장은 자신이 사람들을 속였다는 사실을 들키자 장사를 안 하고, 짐을 싸며 빠르게 달아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김상곤은 완전히 정신을 차렸다. 하마터면 멍청한 원숭이 취급을 당할 뻔했잖아?그는 주인을 붙잡고 소리를 질렀다. “이 사기꾼 놈아! 내 돈 돌려줘!!”“돈이라니? 난 당신을 몰라!!” 사장의 손에 들려 있던 가짜 동전들과 옥 제품들이 바닥에 떨어졌다.옥으로 된 제품들은 땅바닥에 떨어졌는데도 깨지지 않았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짝퉁에 불과했던 것이다.“네 놈이 내가 어제 준 돈을 안 돌려주면, 당장 경찰에 신고하겠어.” 김상곤은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그는 속에서 천불이 나 폐가 터질 것 같았다.두 사람이 다투고 있는 와중에 갑자기 골동품 하나가 사장의 품속에서 떨어졌다.시후는 갑자기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는 땅바닥의 물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이 물건은 주먹만 한 하얀 조약돌이었고, 몽돌해변과 같이 조약돌이 있는 바다에서 볼 수 있는 조약돌처럼 회색이며 무광이었다.그러나 보통 조약돌과 조금 다른 점은 글자가 조각되어 있다는 것이다. 글씨체를 한눈에 보면 분명 수공예품이었다.이렇게 글자가 새겨진 돌들은 도처에 널려 있어 값이 비쌀 수 없어, 사장이 방금 진열해 놓지 않은 것도 당연했다.하지만 은시후는 오히려 기회를 놓치지 않고 조약돌을 자신의 손으로 쥐었다.그는 이 골동품에서 색다른 기운이 뿜어져 나오는 것을 느꼈다.시후는 이것이 모두 『구현보감』에 기록되어 있던 영기가 깃든 물건이라는 것을 깨달았다.영기란 신비한 에너지로, 사람의 기운을 좋게 만들고, 풍수에도 영향을 미칠
그 소리에 은시후는 짜증이 난 듯 미간을 찌푸리고 고개를 들어 목소리의 주인을 찾았다.흰 색 당의를 입고 검은 천 신발을 신은 전통 복장을 한 청년이 성큼성큼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다.비록 대낮이긴 했지만 그는 선글라스를 끼고 뒷짐을 진 채 건들거리는 걸음걸이로 당당해 보였다.그의 뒤에는 4~5명의 경호원이 따라다니고 있었는데, 경호원들은 상당히 예민하고 강해 보였기에, 옆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지레 겁을 먹고 자리를 피했다. “아~ 동오였구나!사장은 청년을 보자마자 곧 싱글벙글 웃으며 아첨을 떨었다. “오늘 온다고 미리 말 좀 하지 그랬어? 마중 나갔을 텐데.”“됐고! 잔말 말고 오늘 어떤 물건이 들어왔는지 구경이나 해보겠습니다.” 청년은 손을 내저었다. 그는 성큼성큼 걸어가서 시후가 손에 쥔 돌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고개를 들어 사장에게 물었다. “장 사장, 이 돌 좀 달아줘! 우리 아버지 서탁에 두면 딱 좋을 것 같구만?!”“아...” 주인은 얼굴에 억지웃음을 지었다. “그게.. 이 돌은 이미 이 사장님께 팔렸어. 이 돌은 종이 누르는 것 말고는 별로 쓸모가 없어서 더 좋은 물건을 보여줄게.. 저런 값어치 없는 돌이 뭐가 좋겠어? 최고의 물건을 사야 좋지.”은시후 그제서야 사장의 성이 ‘장’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보아하니, 이 청년과 안면이 있는 것 같았다.장사장의 입놀림은 정말 놀라울 지경이었다. 사람만 보이면 청산유수로 거짓말을 해댔기 때문이다.장사장은 VIP가 떠날까 얼른 플라스틱 옥 제품들을 꺼내어, 침방울을 사방으로 튀기며 말했다. “이게 왕후마마가 애지중지하던 물건인데.. 옥이 투명하고 잘 배합되어 있는 것 좀 봐봐.. 어제 산 찻잔보다 훨씬 좋은 거라고! 150에 가져가라!”김상곤은 말문이 막혔다. 대체 같은 제품을 몇 개나 가져와서 날강도 짓을 해대는 거야? “그런 헛소리는 집어치우고.” 진동오는 짜증이 나서 장사장을 옆으로 걷어차고, 화를 냈다. “난! 이 돌이 마음에 들었다고!!! 장사장
그러나, 장 사장에게 진동오는 조금 달랐다. 그는 재벌 2세로 태어날 때부터 돈을 손에 쥐고 자란 갑부였다. 장 사장은 그에게 미움을 사고 싶지도 않았고 골동품 거리의 규칙을 깨뜨리고 싶지도 않았기에 그저 시후에게 돌을 양보하라고 눈짓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시후는 일찌감치 장사장의 눈짓을 보았으나 아랑곳하지 않고 “줄 수 없습니다.”라고 덤덤하게 말했다.장 사장은 어찌 할 도리가 없으므로 땅에 앉아서 나지막하게 욕을 해댔다.“저 쓰레기 같은 놈들!”진동오는 화를 냈지만, 할 수 없이 곁눈질로 은시후를 한 번 훑어보았다. 그리고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이걸 5만 원 주고 샀다고 했죠? 그럼 내가 500만 원을 당신에게 줄 테니 나에게 넘기시죠!”구경꾼들은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와 함께 모두 시후를 바라보며 질투의 눈빛을 보냈다.5만 원으로 산 물건을 저 가격에 다시 팔 수 있다니, 이것은 분명 이득이 아닌가?! 재수도 좋지.김상곤도 마음이 좀 설레었다. 저 돈이면 분명 어제 본 손해를 만회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은시후는 고개를 들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아까 내가 안 팔겠다고 했는데, 말을 못 알아듣는 건가? 당신이 돈을 더 준다고 해도, 난 팔 생각이 없거든.”“너?!”진동오의 안색이 갑자기 변하더니 눈에 한 줄기 강렬한 빛이 스쳐 지났다.주위는 구경꾼들로 가득 찼다. 저 놈이 군중들 앞에서 단호히 거절한 지금 이 상황은 자신에게 너무나 쪽팔린 상황이 아닌가?“이 촌놈이 어디서 와서 날 놀리는 거야?” 진동오는 시후를 비웃으며 말했다. “역시 인간은 맞아야 정신을 차리지? 이 인사동 바닥에서 이 진동오의 눈에 든 물건 중 못 사가는 물건이 어디 있더라?” “오늘은 네가 안 판다면 팔게 만들어 줄게, 아마 팔게 될 걸?!”진동오는 말을 마치자 뒤에 서 있는 사내들에게 손을 까딱했다.그의 손짓에 경호원들이 갑자기 우르르 몰려와 은시후를 빙 둘러쌌다.주위 사람들은 일제히 당황하여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고,
진동오가 계속 날뛰는 것을 본 주위 구경꾼들은 모두 숨을 죽이고 있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은시후가 만약 저 사람에게 대들었다가는 분명 큰코다칠 것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은시후는 얼굴 색 하나 변하지 않고 비웃으며 말했다. “보아하니, 골동품계에서 좀 나대는 양아치 같은데.. 이 바닥에서 뭐를 제일 따지는지 알고 있나?”“뭘 따지는데?”고 진동오는 싸늘하게 물었다.은시후는 하하 웃으며 “가장 중요하게 따지는 건 당연히 규칙이지!”라고 외쳤다.말을 마친 시후는 목소리를 조금 더 높여 큰소리로 말했다. “골동품은 선착순이라고! 누가 제일 먼저 왔는지를 따져 묻는다는 소리야! 내가 먼저 와서 이 조약돌을 손에 얻었기에 네가 아무리 무릎을 꿇고 빌어도 내가 주지 않으면, 너도 그냥 물건을 나에게서 뺏을 수 없다는 소리야. 만약 이런 규칙을 어기고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힘으로 빼앗는다면, 이 바닥에서 누가 너와 사업을 하겠어? 그때쯤이면 진동오 넌 보는 사람마다 잡아 족치라고 소리치는 쥐새끼만도 못한 거야.”은시후의 말이 끝나자 진동오는 벙쪘고 얼굴에는 분노가 차올랐다.골동품계에는 확실히 이런 규칙이 있다. 그는 이 바닥에서 기품 있는 학자인 양 살고 있었기 때문에 규칙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오늘 일이 알려지면 아마 평소 상대하던 상점에서도, 다른 손님의 눈 밖에 날까 봐 자신을 피하게 될 것이 뻔했다.진동오는 은시후가 몇 마디 말로 자신을 이렇게 창피하게 만들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는 은시후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속으로는 그 얼굴을 그냥 갈겨버리고 싶었다.그러나 그는 곧바로 나서지 않고 화를 억지로 삼키며 이를 악물었다. “이 촌놈아! 진짜 네 손에 쥐어진 그 돌을 너 같은 놈이 감당이라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골동품은 아무나 가지고 노는 게 아냐~ 너 같은 놈은 골동품 하나하나에 손대기 시작하면 거렁뱅이가 될 테니까, 그냥 손 떼고 빨리 집에 돌아가서 농사나 짓는 게 좋을 걸?진동오는 굳은
“그래! 그러지.” 은시후는 흔쾌히 응했다. “그런데 말이지.. 짝퉁을 자꾸 진품이라고 생각하니 참 대단해..?”진동오는 그에게 몇 마디를 듣고 얼굴이 빨갛게 상기된 채, 고개를 돌려 구경꾼들을 향해 말했다.“저기! 박 사장님, 이 사장님, 이 물건이 진품인지 짝퉁인지 감정 좀 해주시죠.”그가 호명한 두 사람이 갑자기 난색을 표하며 서로 눈을 마주쳤다.골동품을 감정하는 일은 진품이 되어도, 짝퉁으로 판명이 나도 모두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일이며, 잘못하면 동업자에게 미움을 살 수도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아이구.. 저희 둘도 견식이 좁아 저 것이 진품인지 알아볼 수가 없습니다.”진동오는 “그냥 잔소리 말고 제대로 감정해 주시죠. 하지만, 만약 사장님들이 날 농락한다면, 나중에 다시 감정할 사람을 찾을 겁니다.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면 용서를 할 수 없기 때문이죠?“아이구, 도련님! 화내지 마십시오!”두 사람은 놀라 앞으로 걸어 나왔다.골동품 거리에서 장사를 하는 사람 중에 감히 진동오에게 미움을 사고 싶은 사람은 없었다.그래서 이 두 골동품 가게 사장들은 어쩔 수 없이 팔찌를 받아 살펴볼 수밖에 없었다.몇 분 후 사장 중 한 명이 벌벌 떨며 헛웃음을 지었다. “허허..허허허..”“웃지만 말고 당장 말해요!” 진동오는 차갑게 말했다.사장은 당황하여 황급히 입을 열었다. “아.. 이게.. 제가 한 번 살펴보니.. 진짜 옥이 아니라 수제로 만든 짝퉁입니다..”그의 말을 들은 진동오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렸다가 순식간에 붉은 색으로 물들었다. 마치 사람들 앞에서 뺨을 맞은 것 같은 색이었다.그의 성대는 마치 화를 참고 있는 듯 심하게 꿀렁거렸다. 두 사장들은 놀라서 몸을 움츠리고 사람들 뒤로 숨었고, 다시는 머리를 내밀지 않았다.은시후는 “이제 내 말을 믿겠나? 그렇게 비싼 돈을 주고 짝퉁을 사다니.. 아무래도 진동오 씨는 돈이 참 많은 가 보죠?”“이번엔 내가 잘못 고른 거야!” 진동오는 이를 악물
진동오의 강경한 말투에 은시후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비웃었다. “넌.. 정말.. 이런 것도 구분 못하는 거야? 고대 의학 서적에 ‘구규(九竅)’라는 단어가 자주 나오는데, 이 구규는 몸에 있는 9개의 구멍을 말하지. 이 구규를 옥으로 덮으면, 죽은 사람은 불멸한다는 말이 있는데.. 설마 이 정도도 모르는 건 아니겠지?”“뭐? 죽은 사람이라니? 불멸은 또 뭐고?” 진동오는 난생 처음 듣는 단어들에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은시후는 “후우.. 애송이는 정말 질색이라니까..”라며 이마에 손을 짚고 고개를 가로 저었다. “이런 것도 모른다고? 그럼.... 이런 모양으로 만든 껴묻거리도 들어본 적 없겠군?”진동오는 골동품들을 좋아하긴 했지만, 사실 물건을 고를 때 이렇게 치밀하게 연구하고 입찰 받는 성격이 아니었기에 그저 주변에서 좋다고 하면 그냥 사버린 뒤 밖에서 허세를 부리는 게 다였다.“이 멍청한 자식!” 은시후는 조소하며 말했다. “부장품으로 옥을 썼다고. 죽은 사람의 시신에 이런 옥으로 장식을 하는데, 귀∙코∙입∙눈을 포함하면 7개의 구멍인데, 생식기와 항문까지 다 합쳐서 9의 구멍이라고 하는 거다.”“죽은 사람?!!” 진동오는 입을 크게 벌리고 멍하니 서 있었다. 그의 동공은 좌우로 흔들리고 있었다.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자신의 목에 걸린 옥을 한 번 쳐다보았다. 온 몸의 솜털이 곤두서는 것 같았다.“니미.. 이게 뒤진 사람의 몸에 걸치던 거라고?”은시후는 “하아.. 진짜 바보도 아니고.. 네가 차고 있는 건 죽은 사람의 배설구.. 즉 항문에 넣던 건데.. 그걸 목에 걸고 있으면 흉측하지 않냐고..”진동오는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고 손에 들려 있던 옥 목걸이를 노려보았다. 갑자기 속에서 심한 메스꺼움이 일었다.‘지금.. 이..이..건 그 더러운 곳에 쑤셔 넣었던 거라고?! 그걸.. 마스코트 삼아 목에 걸고 3년이나..’“우엑..!”진동오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허리를 굽혀 헛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조금 전
진동오는 상대방이 발걸음을 돌리는 것을 보고, 은시후가 도망치려고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소리를 지르며 “저 놈을 잡아라! 감히 나에게 트집을 잡다니, 누군가 뒤에서 시킨 것이 분명해!”라고 말했다.“네가 아무리 그렇게 날뛰어봤자, 날 못 건드려.”“못 건드려? 허허.. 한국에서 내가 못 건드리는 사람은 없어!” 그리고 진동오는 이어 말했다. “저 자식을 잡아서 다리를 하나 부러뜨린 다음, 한 번 물어봐. 대체 어떤 놈이 감히 우리 그룹에 이렇게 짜증나는 일을 만들고 싶어하는지.”그는 은시후를 자신의 그룹을 시기하는 경쟁사가 보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그가 자신이 교통사고를 당했던 일을 정확하게 알 수 있다는 말인가?경호원 몇 명이 즉각 움직여 은시후의 앞을 가로막았다.또 다른 경호원 2명은 김상곤에게 성큼성큼 다가가 거칠게 그를 잡아 끌었다.김상곤은 굉장히 놀랐다. 골동품을 찾아냈다고 좋아하다가 이런 화를 자초하다니...경호원이 김상곤을 잡으려 하자 은시후는 싸늘한 눈빛으로 앞을 가로막고 있던 큰 키의 남자를 걷어차고, 서너 걸음을 간 뒤 김상곤을 붙잡고 있던 사내들에게 달려들어 주먹을 날렸다.“퍽!”경호원은 김상곤을 잡으려다 갑자기 뺨을 한 대 맞고 코피를 쏟으며, 자신의 얼굴을 감싼 채 뒤로 물러섰다.또 다른 보디가드는 은시후가 주먹을 날리자 재빨리 전기봉을 꺼내 은시후를 향해 세차게 가격했다.“아!” 김상곤은 “시후야, 조심해라!”라고 소리쳤다.장인어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은시후는 날렵하게 몸을 돌리며 날아오는 봉을 피했고, 다른 손으로 보디가드의 왼쪽 손목을 잡아당겨 약간 힘을 줬다.“파악!”전기봉를 든 경호원은 어깨로 넘어진 채 땅에 부딪혔고, 고통에 이를 악물고 한참 동안 일어나지 못했다.김상곤은 말문이 막혀, 자신의 앞을 가로막고 서있는 청년이 자신의 사위가 맞는지 반신반의했다.우리 사위가 언제부터 이렇게 싸움을 잘했지?시후는 허리를 굽혀 바닥에 있던 전기봉을
주변에서 있던 구경꾼들은 모두 은시후의 말이 사실인 줄 알고 하나같이 집에 돌아가 다시 한번 그 채널을 자세히 봐야겠다고 생각했다.멍하니 서있던 진동오는 정신을 차리고는 안색이 극도로 어두워졌다.‘이게 웬 망신이야!? 거금을 들여서 경호원을 데리고 왔는데 생각지도 못하게.....’TV에서 기술을 배운 풋내기에게 눈 깜짝할 사이에 모두가 당할 줄이야?!진동오는 이런 싸움과 관련된 지식에는 문외한이라 은시후의 수준을 알아차릴 수 없었지만, 경호원들은 그의 실력이 만만치 않다고 느꼈다. 전문가들은 손만 잡아봐도, 서로의 실력을 알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한 눈에 봐도 은시후가 온 힘을 다해 싸우고 있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분명 고단수다!’그러자 경호원 몇은 더 이상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은시후를 바라보며 경외하는 표정을 지었다.김상곤이 옆에서 보고 있자니, 그 역시 진동오와 마찬가지로 아무것도 모르는 문외한이었기에, 자신의 사위가 정말 싸움을 잘하는 것인지 아니면 힘이 세서 그런 것인지 그의 실력을 알 수가 없었다.은시후는 이때 진동오에게 “자 그럼 덤벼 보시지? 누가 먼저 선빵 칠래?”라며 미소를 지었다.“너..너, 오지 마! 거기 서!”진동오는 놀라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의식적으로 몇 걸음 물러섰다.그의 이런 꼬락서니를 보고 은시후는 피식 웃으며 그에게 다가갔다.진동오는 겁에 질려 그를 노려보다가 황급히 뒷걸음질쳤다.자기가 만약 그에게 당한다면, 분명 보름 정도는 병실 신세를 져야 할 것이 뻔했다!그 때.. 검은색 세단이 천천히 다가와 멀지 않은 곳에 멈춰 섰다.기사가 뒷문을 열자 누군가가 차에서 걸어 나왔다.이를 본 진동오는 크게 기뻐하며, “누나! 누나! 나 지금 이 자식에게 맞았어.. 흑..! 빨리 와서 나 좀 구해줘!”은시후가 고개를 돌려 쳐다보니 사람들이 양 옆으로 갈라서 길을 내주고 있었고, 몸에 딱 달라붙는 검은 트레이닝복을 입은 여성이 두 사람 쪽으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