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약하잖아?!” 은시후는 짜증을 내며 순식간에 몸을 옆으로 휙 돌렸고, 곧이어 다리를 들어 진설아의 엉덩이를 걷어차 그녀를 날려버렸다.이 상황에 놀라 하마터면 턱이 빠질 뻔한 진동오는 물끄러미 이 장면을 바라보며, “저..저게... 말도 안 돼!”라며 나지막이 말했다.진설아는 수치스러움에 분노했다. 무술을 배운 후 지금까지 이렇게 굴욕적인 적이 없었던 데다가, 상대방이 조금 전 발로 걷어찬 곳도 민망한 부위였기 때문이다.그녀는 분노로 가득한 얼굴로 일어나자마자 은시후를 향해 돌진했고, 그녀는 내심 오늘 반드시 이 자식에게 자신을 망신 준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결심했다!“설아야! 그만둬라!! 은 선생님께 무례를 저질러서는 안 된다.”라는 목소리가 들리며 갑자기 중년의 사내가 달려와 진설아를 붙잡았다.“아버지, 저리 비켜요~~~! 내가 저 자식을 죽여버릴 거라고!!”“아버지도 내 엉덩이를 감히 걷어찰 수 없어! 그런데 저 자식이 내 엉덩이를 찼다고요!! 아직도 아픈데?!! 그런데 지금 날 말리고 있어, 아버지?!”“입 다물어!”중년 남성은 진설아를 노려보며 호통을 쳤다.이어 겸손한 얼굴로 은시후에게 다가가 심호흡을 하며 말했다. “은 선생님, 여기서 또 뵙게 되었습니다... 제가 제 딸과 조카를 대신하여 사과를 드립니다.. 돌아가서 제가 잘 타이르고 교육시키도록 하겠습니다.”진설아와 진동오는 지금 이 상황 자체를 믿을 수 없다는 듯 이를 지켜봤다.자신들의 아버지는 손꼽히는 재력가에 그만큼 능력도 좋은데, 어찌 저 촌뜨기에게 이렇게 예의 바르게 행동하는가?은시후는 이 중년 남자가 누구인지 한 눈에 알아보았다.앞서 송민정과 감정을 하러 갔을 때 만난 적이 있었던 것이다. 그의 이름은 진원호였다.그러자 은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 어르신, 아무래도 저 진동오라는 조카는 확실히 잘 가르치셔야 할 것 같습니다..”진원호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진설아를 노려보았다. “어서 와서 은 선생님에게 사과하거라.”
진원호는 은시후의 말에 눈 앞이 캄캄해졌다.우리 그룹이 망할 것이라고?대가가 너무 참담할 정도로 큰 것이 아닌가?진원호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가 한참 뒤에 한숨을 내쉬었다. “제 평생 한 번도 양심에 거슬리는 일을 한 적이 없었습니다.. 매일매일 선행을 하면서 덕을 쌓아 왔는데.. 어찌 이런 꼴이 됐는지 정말 안타까울 따름입니다.”은시후가 웃으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지난 번 로만 글라스 건도 다 집안에 일어나고 있는 불길한 일들을 처리하기 위해서였습니까?” 진원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 원인을 찾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노력한 지는 거의 일 년이 다 되어갑니다.. 제가 여러 수단과 방법을 다 써봤지만 아무것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다만 은 선생님을 만나기 전 까지요.” 지난 번 그는 은시후를 그저 골동품에 조예가 깊은 젊은이로만 생각했기에,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하지만, 오늘 그가 불길한 기운을 사라지게 만들고 나서야 보통 사람이 아님을 알고, 자신의 가문을 구할 방법에 대해 그에게 묻게 된 것이다.그는 재빨리 은시후의 앞으로 다가가 그의 손을 붙잡으며 간청했다. “은 선생님!! 제발 저희 그룹을 살릴 수 있도록 한 번만 도와주시면 안 되겠습니까??”말을 마치자, 그의 옆에 있던 보디가드가 귓속말로 그에게 몇 마디를 속삭인 뒤 다른 곳으로 사라졌다.은시후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어르신, 집안의 일은 직접 해결하시죠.”그와 진원호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고, 그저 지난 번 로만글라서 건으로 만난 것이 다일 뿐이었다.더구나 눈앞에 있는 진동오는 자신에게 잘못까지 저지르지 않았던가.한편, 진원호 옆에 서 있던 놀란 표정의 진설아는 매우 아름다웠다. 그녀는 성격이 조금 거칠기는 했지만, 여리여리한 몸매와 흰 피부에 검은색 긴 생머리를 가지고 있었고 그 모두는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하지만, 그녀의 아름다움이 자신과 무슨 상관이겠는가? 자신의 아내도 아니며, 더욱이
은시후의 장인도 눈만 껌벅거리며 당황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평생 이런 일은 당해본 적이 없었는데....은시후는 팔찌를 보고도 받지 않고, 웃는 듯 마는 듯 진원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제가 어르신의 가문을 살릴 수 있다고 어찌 그렇게 확신 아시는지요?”진원호는 “은 선생님께서 못하신다면 아마 이 세상에 아무도 이 일을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라며 경건한 태도로 말을 이었다.은시후는 담담하게 웃었다. 사실 진원호의 말은 맞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자신에게는 정말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있었다.지난 번 예인당에서 읽었던 『구현보감』에 이러한 살기와 관련된 내용과 이것을 푸는 방법에 대한 기록이 있었기 때문이다.은시후는 팔찌를 힐끗 쳐다보고는 덥석 받았다.팔찌가 반짝이는 것이 유나의 팔목에 있으면 정말 예쁠 것 같았다.이 진원호라는 사람은.. 솔직히 말하면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그저 가문의 후손을 잘 다스리기만 한다면 큰 죄는 아니게 될 것이다.이렇게 부탁하는 이상 그를 도와주어도 무방할 것 같았다. 그러자 은시후는 “자, 어르신께서 이렇게 정성으로 부탁하시니.. 저도 도와드리겠습니다.”라고 답했다.그리고는 팔찌를 자신의 주머니에 넣었다.시후가 팔찌를 받자 진원호는 기뻐서 어쩔 줄 몰라하며 소리쳤다. “선생님! 이번 생에 선생님의 가문을 대신해 해결할 일이 있다면 저희가 힘을 다해 돕겠습니다!!”그의 큰 목소리는 사방에 서 있던 사람들을 모두 놀라게 만들었다.저렇게 필사적으로 돕는다고? 은시후는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입을 열었다. “지금은 이렇게 되긴 했지만,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어르신의 집안도 이렇게 쉽게 망하지는 않을 겁니다.”진원호는 “선생님께서 말하시는 대로 저희가 따르겠습니다!”라며 머리를 조아렸다.은시후는 옆 골동품 가게에서, 노란 종이와 붉은 주사(朱砂)를 얻어와서, 주사를 찍은 붓으로 종이에다 용과 봉황이 날고 있는 그림을 몇 장 그렸다. 그리고는 그 그림들을 진
진원호는 “저희는 선생님의 도움을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오늘은 급하여 준비하지 못했으니 내일이라도 저희 그룹에 한 번 모실 수 있는지요? 크게 대접해 감사를 표하고 싶은데요.”“괜찮습니다. 전 또 볼일이 있어서요.”은시후는 냉정히 고개를 저었다. “오늘 일은 어르신께서 덕을 많이 쌓으신 분인 것 같아 도와드린 것일 뿐입니다. 그러니 이 일에 대해 떠벌리고 다니시는 건 저도 원치 않습니다. 무슨 말인지 아시겠지요?”진원호는 어리둥절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언젠가는 저희 그룹이 도움을 드릴 만한 곳이 있을 테니 그 때가 되면 저희를 찾아오십시오.”그러더니 휴대폰 번호가 적힌 명함을 내밀었다. 은시후는 명함을 보지도 않고 받아 든 뒤 돌아서서 장인을 데리고 자리를 떠났다.진원호는 두 사람의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다 진동오를 매섭게 노려보며 “이후에 저 선생님을 뵙게 되면 무조건 공손히 인사를 하고 절대 사고 치지 말 거라! 알아들었니?”라고 쏘아붙였다.진동오는 풀이 죽은 채로 말했다. “전 그냥 거리에 매대에서 물건 하나 샀을 뿐인데.. 이렇게도 큰 죄가 되는구나....”한편 진설아는 차가운 표정으로 은시후가 떠나는 뒷모습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 은시후의 능력에 감탄하기는 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은시후가 자신의 엉덩이를 걷어찬 일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자존심 센 여자에게는 이런 일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진원호는 한숨을 쉬며 그녀를 위로했다. “후우.. 설아야, 복수는 생각도 하지 마라.. 우리 가족의 앞날은 선생님의 손에 달렸어...”“정말 저 사람이 한 말이 효과가 있을까요?”라며 진동오는 투덜거렸다.진원호는 “더 이상 쓸데없는 소리하면, 방금 전에 말한 것처럼 네 다리를 분질러 버리겠다!”라며 욕설을 퍼부었다.진동오는 깜짝 놀라 목을 움츠리며 감히 말을 잇지 못했다.진설아는 치욕스러움에 발을 동동 굴렀다. “알았어, 아빠... 건드리진 않을게요...”하지만, 여전히 쓰라린
잠시 후 은시후의 몸속의 에너지가 폭발하며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것을 느꼈다.이..이게 바로 옛 사람들이 말하던 영기라는 건가?!다시 그 돌을 꺼냈을 때, 은시후는 돌이 이미 기운을 거두어 들이고 보통 돌멩이와 같아졌다는 것을 깨달았다.은시후는 『구현보감』에 기록되었던 내용을 머리 속에서 다시 돌려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영물 안에서 영기를 다시 뽑아내는 방법은 기억이 나지 않았다.은시후는 돌멩이를 다시 주머니에 넣을 수밖에 없었다, 직감적으로 그는 이 물건이 평범하지 않다고 느끼긴 했지만, 당시 연구가 부족했기에 영기가 다시 느껴질 때 한 번 더 연구해보기로 했다.온몸에서 끈적끈적함이 느껴지자, 시후는 샤워를 하러 급히 달려갔다. 이미 오후 5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그 때 유나가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유나는 먼저 지금 엠그란드 그룹에서 사업 내역을 논의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사실 그녀가 전화한 요지는 5부제로 자차를 몰고 출근할 수 없었기에, 혹시 장인의 차를 타고 자신을 좀 데리러 올 수 있냐는 것이었다.유나가 부를 때 시후는 거절하기가 어려웠다.그리고는 전화를 끊자마자 즉시 장인어른을 찾아가 차 키를 받은 다음 차를 몰아 엠그란드 그룹의 건물로 갔다.주차장에 도착한 시후는 휴대폰을 꺼내 유나에게 전화를 걸었다.유나는 처음엔 받지 않았지만 곧 카톡으로 답장을 보냈다.시후는 유나에게 답장을 보낸 뒤 차 밖에서 잠시 그녀를 기다렸다.그 때 엠그란드 그룹 부회장 이태리가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회장님, 혹시 회사에 오셨나요?”은시후가 궁금한 듯 “어떻게 아셨어요?”라고 물었다.이태리는 “제 사무실에 있는데 마침 회장님의 차가 보이더라고요.”은시후는 “혹시 볼 일이 있나요?”라며 웃었다.이태리는 “아마, 사모님께서는 아직 회의 중이셔서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습니다.
은시후는 자신을 뒤따라오는 발자국 소리에 옆의 유리를 곁눈질로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자신을 뒤따라오고 있는 권여빈을 발견했다.젠장!권여빈이 여기에 있는 자신을 알아차리게 되면 분명 자신이 엠그란드 그룹의 회장이라는 것을 연상하게 될 것이다.게다가 그녀는 자신이 LCS 그룹의 자제라는 것까지 알아낼 것이다!이건 정말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그래서 자신을 쫓아오는 권여빈을 보면서 시후는 발걸음을 재촉해 회장실로 들어간 다음 문을 잠가버렸다.권여빈은 회장이 갑자기 빠른 걸음으로 사무실에 들어갈 줄은 몰랐다. 회장과 말 한마디 나누려고 쫓아갔던 것인데.. 이미 순식간에 사무실로 들어가버린 그였다.그녀는 회장이 이미 사무실로 들어가버린 것을 보고 실망하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뭐야.. 이상하잖아.. 일부러 나를 피하는 것처럼 행동하는 건 뭐야...?”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사무실 문 앞으로 다가가 노크하며, “회장님 안녕하세요? 저는 새로 부임해온 경영 본부장 권여빈이라고 합니다. 제가 보고드릴 내용이 있어서요.”라고 말했다.은시후는 일부러 목소리를 깔며 “이태리 부회장에게는 보고하셨나요? 그런 내용은 당연히 자신의 상사에게 먼저 보고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설마 이런 내용도 모르는 건가요?”“아! 죄송합니다 회장님.. 제가 깜빡하고..”권여빈은 그의 말에 겁에 질려 긴장하며 생각했다. ‘회장님이 너무 까칠한 거 아냐? 대체 왜 화를 내는 거지? 보고를 직속 상사에게 바로 하지 않아서? 그렇다고 이렇게 얼굴도 안 보여주고 화를 내다니..”권여빈은 회장실 앞에 더 이상 머물 엄두가 나지 않아 발길을 돌리고 말았다.은시후는 권여빈의 발자국 소리가 멀어지자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하마터면 권여빈 씨에게 정체를 탄로날 뻔 했어.. 오늘은 진짜 위험했다!앞으로도 종종 엠그란드 그룹에 들르게 될 터인데.. 권여빈은 현재 경영 본부장으로 자신과 같은 층에서 사무실을 쓰고 있었기에 더더욱 신경이 쓰였
이태리 부회장이 자신에게 볼일이 있다는 말을 들은 권여빈은 즉시 그녀의 사무실로 찾아갔다.이때 은시후는 서둘러 계단을 내려갔다.계단을 막 내려왔을 때, 유나가 지친 얼굴로 회의실에서 걸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유나는 분명 여러 협력사들과의 회의들로 인해 너무 지쳤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지금은 일이 많이 바빠요.. 해결해야 할 게 많아서.. 진짜 너무 바쁘니까 어찌할 바를 모르겠네요..”라고 말했다.은시후는 그런 유나를 보자 마음이 아파왔다. “그럼 일하는 다른 사람들과 일을 좀 나눠서 하는 게 어때요? 그래도 너무 힘들다면, 그만두는 건요?”“그건 안 돼요.” 유나는 “내가 이사직에 오르게 된 것이 얼마 되지도 않았잖아요.. 아직 내 자리가 안정되지도 않았는데.. 제가 노력해야 하지 않겠어요? 만약 내가 이 자리에서 게으름을 피운다면 아마 혜준 오빠처럼 내 자리를 탐내고 날 대신하려는 사람이 달려들 거라고요.”라고 말했다.김혜준을 생각하니, 유나는 저도 모르게 화가 치밀었다. 김혜준은 특히 유나에게 짜증나는 존재였다. 늘 자신에게 맞서는 존재였고 또 항상 남의 자존심에 금을 가게 만드는 일을 즐기는 인간이었기 때문이다.돌아가는 길, 유나는 차에서 눈을 감고 휴식을 취했고 시후는 운전에 전념한 채 그녀를 방해하지 않았다.******같은 시각, 이태리의 사무실.이태리는 권여빈이 새로운 직책을 부여 받았고, 이에 따라 인사 이동을 하게 될 것이라는 내용을 알려주었다.권여빈은 약간 놀랐다.자신이 경영 본부장의 업무를 받은 지 얼마나 지났다고 마케팅 본부장을 맡으라니?? 갑자기 왜?이태리는 “우리는 여빈 씨가 능력 있는 여성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회사에서 경영 업무만 보는 건, 사실 당신의 능력을 썩히는 것이라고 판단했고요. 이력서를 봐도, 당신은 대학에서 기업관리와 마케팅을 전공하지 않았나요? 따라서 여빈 씨는 마케팅 업무와 잘 어울리는 인재이며, 우리 회사에 있어서도 세일즈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아마
액정에 떠 있는 김혜준이란 세 글자를 본 권여빈은 전화를 받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지금까지 김혜준에 대해 별로 좋은 인상을 받지 못했다. 아마 조금 친분을 쌓은 뒤 자신을 김혜준의 편으로 끌어들이려고 하겠지..하지만, 여빈은 이런 류의 인간들에게는 별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그녀는 그냥 전화를 받지 않았다.그러나 김혜준은 몇 번이고 전화를 계속했다. 그러자 권여빈은 마지못해 전화를 받았다. “혜준아, 무슨 일이야?” 그녀의 말투는 냉랭했다.김혜준은 “여빈아, 잘 지내? 듣자 하니.. 이번에 마케팅 본부장이 되었다면서??”“소식통이 빠르네?”“엠그란드에 친구가 몇 명 있거든.. 하하.. 그런데 이번에 네가 새로 임명을 받았다고 해서 알려줬다.” 라고 말했다.“응, 맞아. 이제 마케팅 본부장이야.” “키야~~~ 축하한다!” 김혜준은 “이제.. 실세 아냐 실세?? 이제 할 일이 많겠네? 이번에 진짜 운이 좋았다 너?”권여빈은 “고마워.” 라며 담담하게 말했다.“여빈아, 그런데.. 네가 서울에 온 지도 이미 꽤 됐잖아? 내가 지난 번에 너에게 실수 한 것도 있고.. 사과를 좀 하고 싶어.. 내가 식사 한 끼 대접하고 싶은데 어때? 오늘 또 이렇게 마케팅 본부장도 되셨고.”“그런데, 나 오늘 늦게까지 야근해야 할 것 같은데....?” 권여빈은 완곡하게 거절했다.하지만 김혜준은 포기하지 않았다. “야, 여빈아! 이런 좋은 일은 그때그때 축하해야지~ 내일이 되면 또 오늘처럼 기쁘겠냐? 넌 서울에 친구가 별로 없잖아, 내가 보기에 우리 둘이서 축하할 곳을 찾아서 즐겁게 보내면 되는 거야~ 다른 사람들에겐 비밀로 하고.”권여빈은 살짝 마음이 흔들렸다.솔직히 그녀는 오늘을 정말 축하하고 싶었다.하지만, 유나도 올 수 없는 마당에 누구와 함께 축하를 해야 할지 막막하긴 했다.그런데 마침 김혜준이 먼저 전화를 걸어와 자신에게 선택의 여지를 준 셈이었다.비록 김혜준이란 사람은 좀 위선적이긴 해도 두 사람이 함께 좋은 일을 축
제임스는 이어 말했다. “이번 일이 지나고 배 도련님이 무사히 돌아오면, 그에게 얘기해서 더 이상 당신이 페이셔스 그룹에서 일하지 않아도 되도록 할 게요. 나와 함께 시애틀로 가요.”가정부는 크게 기뻐하며 물었다. “제임스... 진심이예요?!”“물론이지!” 제임스는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당신은 내가 좋아하는 여자야. 내가 좋아하는 여자가 다른 집에서 가정부를 할 수는 없지.. 당신은 장차 아내가 되어 다른 사람의 보살핌을 받을 사람이라고, 남을 돌보는 건 당신의 일이 될 수 없지.”제임스의 이 ‘상류층 남자’와 같은 식의 말은 가정부를 단번에 매료시켰고, 그녀는 마치 동화 속에서 왕자를 만난 평민 소녀처럼 가슴이 설레었다. 그녀는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신데렐라가 된 듯한 기분을 느꼈고, 어릴 적부터 드라마와 소설에서 꿈꾸던 상류층과의 로맨스가 제임스를 만난 덕분에 현실처럼 다가왔다.가정부는 감동에 겨워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제... 제임스... 정말로 저를... 저를 거부하지 않으세요?”“거부할 리가 있겠어!” 제임스는 그녀의 손을 잡고 어루만지며 웃었다. “지금은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말고, 그냥 배 도련님이 돌아오길 기다리면 돼요. 그러면 그때 가서 말해볼게요. 그가 거절할 리 없어.”“네..” 가정부는 머리를 연신 끄덕이며, 감격에 몸을 떨었다.그때 제임스가 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 “아 참, 제시.. 난 지금 배 도련님이 무척 걱정 되는데.. 만약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우리 둘의 행복에도 큰 영향을 미칠 거예요. 그러니 요즘 페이셔스 그룹의 사람들에게 가까이 갈 기회가 있다면, 꼭 주의 깊게 들어줘요. 만약 그들이 닌자에 대해 언급하면 특별히 신경 써서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최대한 기억해 둬요.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기회를 만들어서라도 알아보고요, 알겠죠?”제임스는 지금 가장 두려운 것이 동생을 죽인 미스터리의 인물 외에도 일본 닌자들이었다. 만약 이번 사건이 닌자들의 짓이라면
제임스는 세상에 누군가가 배호영의 귀를 자를 수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이런 잔혹한 방법은 너무나도 잔인해서 재벌가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어떤 재벌가라도 집안의 일원이 이런 일을 당하면, 상대와 끝까지 싸우기 위해 모든 것을 걸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임스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만약 정말 그 닌자들이 한 일이라면, 이렇게 대담할 수는 없었을 거야... 페이셔스 그룹의 힘이 워낙 강력하니까. 아무리 미국과 일본이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해도, 페이셔스 그룹이 진지하게 공격하려 하면, 이가 닌자 전체가 달려들어도 페이셔스 그룹을 이길 수 없을 텐데..’ 그리고 나서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설마 진짜 배후는 닌자들이 아니란 말인가? 만약 그들이 아니라면 도대체 누구지? 페이셔스 그룹의 도련님이라는 위치도 무시할 수 있는 존재라면, 이 미스터리한 인물의 실력은 가늠조차 어려울 거야..’ 그러다 제임스는 갑자기 눈을 크게 뜨며 마음속으로 물었다. ‘설마 제이콥을 죽인 그 사람인가?!’ 그 순간, 제임스는 온몸이 떨리고 긴장감에 휩싸였다. 그는 분명히 알고 있었다. 만약 배호영을 납치한 배후가 동생 제이콥을 죽이고 이탈리아 조직을 사라지게 한 그 미스터리의 인물이라면, 다음 목표는 분명 자신일 것이다.옆에 있던 가정부는 제임스가 두려움에 떨고 있는 것을 보고 서둘러 물었다. “제임스... 괜찮아요?”제임스는 정신을 차리며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무 일도 아니야... 단지... 배 도련님이 이런 일을 당할 줄 몰랐을 뿐이예요...”“그러게요…” 가정부도 한숨을 쉬며 말했다. “들리는 말로는, 회장님께서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고 하네요…”제임스는 재빨리 물었다. “또 다른 소식은 없나요?”가정부는 생각하며 말했다. “다른 소식은 별로 없어요.. 도련님이 납치된 이후로 집안의 여자 분들을 돌보라는 지시가 내려졌어요. 사모님께서 도련님의 귀를 보자마자 그 자리에서 기절하셨거든요. 저는 계속 부인을 돌보고 있다가 이
페이셔스 그룹은 많은 인력을 동원해 브루클린 사건 현장 근처에서 목격자를 수색했고, 사건 발생 당시의 영상을 촬영한 사람들에게 10만 달러의 현금으로 영상을 사들이겠다고 약속했다. 게다가 영상을 제공하는 모든 사람에게는 개인 정보를 기록하지 않고 현금으로 거래한다는 조건을 내걸어, 사람들의 의심을 불식시키려 했다. 이 전략은 효과가 좋았다. 소문이 브루클린에 퍼지자 사건을 촬영한 사람들이 줄지어 페이셔스 그룹에 영상을 팔러 왔다. 불과 20분 만에 페이셔스 그룹은 여덟 개의 서로 다른 각도에서 촬영된 사건 영상을 확보했다. 그러나 일부는 배한빈이 거리의 여인과 키스하는 장면부터 촬영했으며, 또 다른 일부는 그가 두 개의 귀를 발견하는 장면부터 촬영했다. 페이셔스 그룹이 원하는 것은 후자의 영상이었다. 그들은 이 기회를 이용해 언론과 대중 앞에서 동정을 유도할 계획이었기 때문이다.하지만 페이셔스 그룹이 상상도 못한 것은, 영상을 판매한 8명의 행인 중 네 명이 블랙 드래곤의 일원이었다는 것이다. 이중열은 페이셔스 그룹이 반드시 명성을 회복하려고 노력할 것이며, 그 방법으로 동정을 유도할 것이라는 점을 이미 예측하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이 그의 계산에 맞춰 진행된 셈이었다.블랙 드래곤의 일원들이 거리의 행인으로 변장해 사건을 촬영한 이유는 바로 페이셔스 그룹에 그들이 원하는 ‘방패’와 ‘무기’를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심지어 처음 배한빈이 거리의 여인과 키스하는 영상을 공개한 사람도 블랙 드래곤이었다. 배해산은 자신들을 공격하는 자들과 자신들에게 방어 수단을 제공하는 자들이 모두 시후의 사람이라는 사실을 꿈에도 몰랐다. 현재 거대한 힘을 가진 페이셔스 그룹은 그저 시후에 의해 미로 속에서 놀아나는 쥐와 같을 뿐이었다. 겉보기엔 그들 스스로 움직이는 것 같았지만, 사실 그들이 어떤 방향으로 가든 모두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정교하게 통제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한편, 페이셔스 그룹이 영상을 찾고 있는 동안 페이셔스 그룹의 집에 숨어 있는 제임
배해산의 견해로는 오해를 받는 일은 딱히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그저 중요한 것은 오해를 빨리 완전히 해소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더 좋은 효과를 얻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로맨스 영화들을 보면, 남녀 주인공이 처음엔 서로 오해를 하다가 그 오해가 풀리면서 더욱 관계가 깊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인간이란 원래 그렇지 않은가.그래서 배해산은 이번 사건을 위기 관리의 좋은 기회로 보았다. 이번 기회를 잘 잡게 된다면, 그래서 배한빈에게 위대한 아버지라는 이미지를 세워준다면, 배한빈은 분위기의 반전을 이끌어 낸 뒤 승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페이셔스 그룹 또한 더 나은 대중적 지지 기반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이때 배해산의 동생 배한산이 말했다. “형님, 기자들을 집으로 직접 부르는 건 너무 의도적이지 않습니까. 비록 인질범들이 화를 내지 않더라도, 사람들은 우리가 일부러 동정을 사고자 하는 것으로 여길 겁니다.”배해산은 반문했다. “그럼 네 생각은 뭐냐?”배한산은 급히 제안을 내놓았다. “형님, 제 생각엔 차라리 영상처럼, 우선 제 3자를 통해 호영이가 납치되었고, 한빈이 아들을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썼다는 사실을 먼저 알리는 게 낫지 않겠어요. 그 다음 뒤에서 여론을 부추기면 언론들은 분명 우리를 찾아올 겁니다. 그러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인터뷰를 받아 이번 사건의 진상을 공개하면 되죠.”배해산은 계속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은 생각이야! 이렇게 하면 훨씬 자연스러워지겠구나.”배한빈은 이 말을 듣고 급히 말했다. “아버지! 현장에 있던 사람들 중 여러 명이 휴대폰으로 영상을 찍었어요. 그 사람들은 호영이의 귀를 그 상자에서 꺼내는 장면을 분명히 찍었을 겁니다. 그 영상이 온라인에 올라가기만 하면, 이 일은 확실히 해결될 것 같습니다!”배해산은 즉시 말했다. “그래. 그렇다면 영상 촬영자를 찾기 위해 10만 달러의 포상금을 걸도록 해라. 그런 다음 이 영상을 인터넷에 올려!”“알겠습니다!” 배한빈이 대답했다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댓글을 달았다. 또 다른 사람은 말했다. 심지어 더 악의적인 댓글도 있었다. 온라인에는 각국 언어로 다양한 조롱과 비난이 넘쳐났고, 전 세계 네티즌의 호기심을 한껏 자극했다. 페이셔스 그룹에 대한 여론이 점점 나빠지는 것을 보며 배한빈은 애가 타서 아버지 배해산에게 말했다. “아버지, 제발 어떻게 좀 해주세요. 이 일이 계속 이렇게 악화되면 저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페이셔스 그룹 전체의 체면이 다 깎이겠습니다..”지금 배한빈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이 사건으로 인해 자신의 명성이 완전히 망가지는 것이었다. 앞으로 사람들이 그를 볼 때마다, 또는 그의 이름만 들어도 매춘부와의 사건을 떠올린다면, 그의 앞날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되면 그는 마치 구설수에 오른 연예인이 되어 버릴 것이고, 그의 아버지 역시 그를 가문의 후계자로 세우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그는 아버지에게 자신을 도와 이 상황을 반전시켜 달라고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 배해산도 걱정스러웠다. 그는 아들의 명성뿐만 아니라 집안의 미래에도 마음을 졸이고 있었다. 자신이 막 회장직에 올랐고, 외부에서는 그가 권력을 강제로 빼앗았다고 떠들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
시후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바로 정신과 심리 양쪽으로 압박을 하여 적이 저항하지 못하고 순종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시후는 이미 부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고, 그래서 그들의 약점을 정확히 노릴 수 있었다. 대다수 부유층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이익과 체면 두 가지라고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시후가 이번 일을 크게 키우고 페이셔스 그룹에 큰 타격을 주고 싶다면, 그들의 치부를 폭로하는 방법이 최고의 해결책이었다. 배한빈이 집에 돌아와 분노에 가득 찬 가족들을 마주하고 나서야, 그는 이미 인터넷에서 자신이 화제가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신의 영상이 인터넷에서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는 것을 보고 그는 거의 기절을 할 뻔했다. 그는 그 길거리 매춘부가 꼴도 보기 싫어 한참 동안 불쾌했고, 차 안에서도 몇 번이고 토할 뻔했었다. 게다가 손에는 아들의 두 귀가 들려 있었으니,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간신히 버티고 집에 돌아와 즉시 에이즈 예방 약을 복용하려 했지만, 정작 자신과 매춘부의 키스 영상이 먼저 퍼져 나가 있다니... 격노한 배한빈은 거의 발광할 듯이 가족들 앞에서 소리쳤다. “반드시 그 영상을 올린 놈을 찾아내 죽여 버리겠어! 이대로는 절대 참을 수 없어!” 배해산은 냉정하게 말했다. “그 영상은 네가 차에서 내리기도 전에 찍혔으니, 명백히 너를 노리고 있었던 거다. 아마 그들 중 한 사람이겠지.” 배한빈은 어리둥절하며 말했다. “아버지, 그들이 돈이 필요하다면 그냥 요구하면 될 텐데, 왜 이런 짓을 벌인 걸까요?!” 그러면서 그는 아들의 두 귀를 내밀며 말했다. “그리고, 왜 이렇게 잔인하게 호영이에게 이런 짓을 하는 거죠?! 우리 페이셔스 그룹이 그들과 목숨 걸고 맞서 싸울까 두렵지 않은 걸까요?!” 배해산은 얼굴을 찌푸린 채 말했다. “그들이 호영이의 귀를 자른 건, 우리에게 겁을 주고, 우리가 뭘 해도 감당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함일 거다.. 우리의 의지를 무너뜨리려는 거지.
그는 당장이라도 닌자들을 잡아 갈갈이 찢어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닌자들의 진짜 정체를 파악하지 못했다.배해산은 주위에 많은 정보통이 있었기 때문에, 배한빈이 집으로 돌아오기 전에 이미 이 일을 전해 들었다. 그는 배호영을 특별히 아꼈는데, 손자의 귀가 잘렸다는 소식에 분노가 극에 달해 서재 안에서 부술 수 있는 것은 모두 부수고 있었다.이 소리를 듣고 놀란 아내는 급히 남편에게 와 상황을 진정시키며 겨우 배해산을 막아 세웠다. 소식을 들은 후 아내는 방 안에 더 부술 물건이 남아나지 않은 것을 보고 배해산을 연신 때리며 울부짖었다. "어떻게든 우리 손자를 무사히 구해 와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나도 죽어버릴 거야!" 배해산은 이미 심란한 상태였는데, 아내가 자신을 더 자극하는 것을 원치 않아 불만스럽게 말했다. "알았어! 호영이는 당신 손자이기도 하지만 나의 손자이기도 해. 반드시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 아이를 구해 올 거야!" 아내는 다시 물었다. "정말이에요? 그들이 무자비하게 호영이를... 호영이를..." 아내는 말을 잇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배해산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그들은 돈을 원할 거야. 그들이 돈을 원한다면 호영이를 해치지 않을 거야." 아내는 다급히 덧붙였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그 놈들에게 반드시 복수해야 해요!" 노부부의 서재에서 난 소란은 곧바로 배호영의 어머니와 다른 페이셔스 그룹 사람들에게 전해졌다. 배해산은 이들에게도 사건의 상황을 숨기지 않고 설명했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난 배호영의 어머니는 그 자리에서 기절해 버렸고, 다른 가족들 역시 몹시 불안해했다. 평소 안락한 생활에 익숙했던 이들은 가족이 납치당하고 심지어 귀가 잘렸다는 소식에 한편으로는 화가 나고 한편으로는 두려움에 휩싸였다. 한동안 페이셔스 그룹은 온통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러나 아직 배한빈이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인터넷에는 또 다른 화제가 되는 영상이 올라왔다. 그 영상의 제목은 매
그 여자는 총을 들이대는 사람들 때문에 겁에 질려, 허름한 크로스백에서 떨리는 손으로 구겨진 피임약 상자를 꺼냈다.배한빈은 상자 위에 그려진 피임약 상자의 사진을 보고 얼굴이 더 어두워졌다. 그는 장난이라고 생각하며 차갑게 말했다. "그 개자식이 너한테 주라고 한 게 이거야?""네 맞아요.." 여자는 급하게 말했다. "그리고 그 사람이.. 당신에게 한마디를 전해달라고 했어요.."배한빈은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 "빨리 말해! 더 망설이면 당장 죽여버릴 거야!"여자는 온몸을 떨며 말했다. "그가 말하길.. 미안하지만 배한빈 씨, 시간이 촉박해서 적당한 용기를 구할 수 없었다고 하더군요.. 상자는 초라하지만 안에 있는 물건은 정말 소중하다고 했어요.."배한빈은 상자를 가져가려다 그 여자가 에이즈에 걸렸다는 생각이 들어 망설였다. 그는 여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상자를 땅에 내려놔!"여자는 순순히 상자를 땅에 내려놓았다. 배한빈은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오른손으로 그 상자를 조심스럽게 집어 들었다. 하지만 상자를 열어야 할 때가 되자, 그는 왼손으로 직접 상자를 열기가 꺼려졌다. 에이즈가 이런 접촉으로 전염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여전히 불안했다. 다행히 옆에 있던 그의 부하 중 한 명이 검은 장갑을 건네 주었다. 배한빈은 안심하며 장갑을 끼고 상자의 뚜껑을 열었다. 어두운 환경 탓에 상자 속 내용물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가벼운 물체가 들어 있는 듯했다. 그는 상자를 살짝 흔들어보다가 오른손으로 상자를 뒤집고 왼손으로 받쳤다. 그리고 그 안에 든 물건을 쏟아냈다. 갑자기 두 개의 물체가 그의 손바닥에 떨어지자, 배한빈은 그 모습을 확인하고는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며 물체를 바닥에 내던졌다. 그것은 바로 피투성이가 된 두 개의 귀였다.주변에 있던 여자들도 그 모습에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보디가드들도 충격을 받았고, 상자 안에 사람의 귀가 들어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배한빈은 몸을 가다듬고 가까이 다가가 귀를 확인한 뒤,
보디가드는 긴장한 채 말했다. "대표님, 그냥 가시기엔 너무 위험합니다. 제가 먼저 가서 그 여자가 이상이 없는지 확인해볼까요?""그럴 필요 없어..." 배한빈은 고개를 저었다. 아버지인 배해산이 이미 그렇게 하라고 명령한 상황에서 만약 다른 사람을 보내 여자를 확인하게 한다면, 혹시라도 이 소식이 아버지의 귀에 들어가 아버지가 자신에게 실망할 것이 두려웠다. 결국 배한빈은 마음을 굳히고 차 문을 열어 내려가 도로변에 서 있던 그 여자에게 다가갔다. 케딜락에서 중년 남자가 내려 자신들 쪽으로 걸어오자 여성들은 하나같이 환심을 사기 위해 아양을 떨며 윙크를 보냈다. 배한빈은 이 모습을 보고 속이 메스꺼워 온몸이 가려웠다. 하지만 그는 어쩔 수 없이 그 금발의 여자를 찾아가 손에 든 천 달러를 그녀의 옷깃 안으로 밀어 넣었다.주위에 있던 여자들이 깜짝 놀라며 감탄사를 쏟아냈다. 다른 여인들은 하루 종일 서 있어도 백 달러도 벌기 힘든데, 이 남자는 와서 바로 천 달러를 건넸기 때문이다. 그러자 금발 여자는 기뻐하며 말했다. "어머나, 당신이 바로 배한빈 씨인가요?"배한빈은 여자의 입에서 나는 악취에 놀라 한 걸음 물러나며 토할 것 같은 충동을 억누르고 물었다. "돈은 줬으니 이제 물건을 줘. 누가 나에게 뭔가를 주라고 하지 않았나?"여자는 기쁜 표정을 짓더니 이렇게 말했다. “그 사람이 날 속이려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좋은 일이 있을 줄은 몰랐어..” 그러자 그녀는 배한빈에게 다가와 갑자기 그를 세게 껴안고 입을 맞추었다!보디가드들은 여자가 배한빈에게 뭔가 위협을 가하는 줄 알고 총을 들고 차에서 뛰쳐나왔다.배한빈은 깜짝 놀라 그 여자를 밀쳐내고 입을 닦으면서 분노에 차서 외쳤다. "퉤퉤퉤! 이 미친 여자야?! 왜 키스를 하는 거야!" 그리고 배한빈은 여자의 팔에 바늘 자국이 가득한 걸 보고 더 크게 경악하며 얼굴이 창백해졌다. 배한빈은 끊임없이 침을 뱉으면서 자신을 털어내며 소리쳤다. "너 에이즈 환자 아니야? 혹시라도 에이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