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약하잖아?!” 은시후는 짜증을 내며 순식간에 몸을 옆으로 휙 돌렸고, 곧이어 다리를 들어 진설아의 엉덩이를 걷어차 그녀를 날려버렸다.이 상황에 놀라 하마터면 턱이 빠질 뻔한 진동오는 물끄러미 이 장면을 바라보며, “저..저게... 말도 안 돼!”라며 나지막이 말했다.진설아는 수치스러움에 분노했다. 무술을 배운 후 지금까지 이렇게 굴욕적인 적이 없었던 데다가, 상대방이 조금 전 발로 걷어찬 곳도 민망한 부위였기 때문이다.그녀는 분노로 가득한 얼굴로 일어나자마자 은시후를 향해 돌진했고, 그녀는 내심 오늘 반드시 이 자식에게 자신을 망신 준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결심했다!“설아야! 그만둬라!! 은 선생님께 무례를 저질러서는 안 된다.”라는 목소리가 들리며 갑자기 중년의 사내가 달려와 진설아를 붙잡았다.“아버지, 저리 비켜요~~~! 내가 저 자식을 죽여버릴 거라고!!”“아버지도 내 엉덩이를 감히 걷어찰 수 없어! 그런데 저 자식이 내 엉덩이를 찼다고요!! 아직도 아픈데?!! 그런데 지금 날 말리고 있어, 아버지?!”“입 다물어!”중년 남성은 진설아를 노려보며 호통을 쳤다.이어 겸손한 얼굴로 은시후에게 다가가 심호흡을 하며 말했다. “은 선생님, 여기서 또 뵙게 되었습니다... 제가 제 딸과 조카를 대신하여 사과를 드립니다.. 돌아가서 제가 잘 타이르고 교육시키도록 하겠습니다.”진설아와 진동오는 지금 이 상황 자체를 믿을 수 없다는 듯 이를 지켜봤다.자신들의 아버지는 손꼽히는 재력가에 그만큼 능력도 좋은데, 어찌 저 촌뜨기에게 이렇게 예의 바르게 행동하는가?은시후는 이 중년 남자가 누구인지 한 눈에 알아보았다.앞서 송민정과 감정을 하러 갔을 때 만난 적이 있었던 것이다. 그의 이름은 진원호였다.그러자 은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 어르신, 아무래도 저 진동오라는 조카는 확실히 잘 가르치셔야 할 것 같습니다..”진원호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진설아를 노려보았다. “어서 와서 은 선생님에게 사과하거라.”
진원호는 은시후의 말에 눈 앞이 캄캄해졌다.우리 그룹이 망할 것이라고?대가가 너무 참담할 정도로 큰 것이 아닌가?진원호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가 한참 뒤에 한숨을 내쉬었다. “제 평생 한 번도 양심에 거슬리는 일을 한 적이 없었습니다.. 매일매일 선행을 하면서 덕을 쌓아 왔는데.. 어찌 이런 꼴이 됐는지 정말 안타까울 따름입니다.”은시후가 웃으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지난 번 로만 글라스 건도 다 집안에 일어나고 있는 불길한 일들을 처리하기 위해서였습니까?” 진원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 원인을 찾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노력한 지는 거의 일 년이 다 되어갑니다.. 제가 여러 수단과 방법을 다 써봤지만 아무것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다만 은 선생님을 만나기 전 까지요.” 지난 번 그는 은시후를 그저 골동품에 조예가 깊은 젊은이로만 생각했기에,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하지만, 오늘 그가 불길한 기운을 사라지게 만들고 나서야 보통 사람이 아님을 알고, 자신의 가문을 구할 방법에 대해 그에게 묻게 된 것이다.그는 재빨리 은시후의 앞으로 다가가 그의 손을 붙잡으며 간청했다. “은 선생님!! 제발 저희 그룹을 살릴 수 있도록 한 번만 도와주시면 안 되겠습니까??”말을 마치자, 그의 옆에 있던 보디가드가 귓속말로 그에게 몇 마디를 속삭인 뒤 다른 곳으로 사라졌다.은시후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어르신, 집안의 일은 직접 해결하시죠.”그와 진원호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고, 그저 지난 번 로만글라서 건으로 만난 것이 다일 뿐이었다.더구나 눈앞에 있는 진동오는 자신에게 잘못까지 저지르지 않았던가.한편, 진원호 옆에 서 있던 놀란 표정의 진설아는 매우 아름다웠다. 그녀는 성격이 조금 거칠기는 했지만, 여리여리한 몸매와 흰 피부에 검은색 긴 생머리를 가지고 있었고 그 모두는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하지만, 그녀의 아름다움이 자신과 무슨 상관이겠는가? 자신의 아내도 아니며, 더욱이
은시후의 장인도 눈만 껌벅거리며 당황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평생 이런 일은 당해본 적이 없었는데....은시후는 팔찌를 보고도 받지 않고, 웃는 듯 마는 듯 진원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제가 어르신의 가문을 살릴 수 있다고 어찌 그렇게 확신 아시는지요?”진원호는 “은 선생님께서 못하신다면 아마 이 세상에 아무도 이 일을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라며 경건한 태도로 말을 이었다.은시후는 담담하게 웃었다. 사실 진원호의 말은 맞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자신에게는 정말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있었다.지난 번 예인당에서 읽었던 『구현보감』에 이러한 살기와 관련된 내용과 이것을 푸는 방법에 대한 기록이 있었기 때문이다.은시후는 팔찌를 힐끗 쳐다보고는 덥석 받았다.팔찌가 반짝이는 것이 유나의 팔목에 있으면 정말 예쁠 것 같았다.이 진원호라는 사람은.. 솔직히 말하면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그저 가문의 후손을 잘 다스리기만 한다면 큰 죄는 아니게 될 것이다.이렇게 부탁하는 이상 그를 도와주어도 무방할 것 같았다. 그러자 은시후는 “자, 어르신께서 이렇게 정성으로 부탁하시니.. 저도 도와드리겠습니다.”라고 답했다.그리고는 팔찌를 자신의 주머니에 넣었다.시후가 팔찌를 받자 진원호는 기뻐서 어쩔 줄 몰라하며 소리쳤다. “선생님! 이번 생에 선생님의 가문을 대신해 해결할 일이 있다면 저희가 힘을 다해 돕겠습니다!!”그의 큰 목소리는 사방에 서 있던 사람들을 모두 놀라게 만들었다.저렇게 필사적으로 돕는다고? 은시후는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입을 열었다. “지금은 이렇게 되긴 했지만,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어르신의 집안도 이렇게 쉽게 망하지는 않을 겁니다.”진원호는 “선생님께서 말하시는 대로 저희가 따르겠습니다!”라며 머리를 조아렸다.은시후는 옆 골동품 가게에서, 노란 종이와 붉은 주사(朱砂)를 얻어와서, 주사를 찍은 붓으로 종이에다 용과 봉황이 날고 있는 그림을 몇 장 그렸다. 그리고는 그 그림들을 진
진원호는 “저희는 선생님의 도움을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오늘은 급하여 준비하지 못했으니 내일이라도 저희 그룹에 한 번 모실 수 있는지요? 크게 대접해 감사를 표하고 싶은데요.”“괜찮습니다. 전 또 볼일이 있어서요.”은시후는 냉정히 고개를 저었다. “오늘 일은 어르신께서 덕을 많이 쌓으신 분인 것 같아 도와드린 것일 뿐입니다. 그러니 이 일에 대해 떠벌리고 다니시는 건 저도 원치 않습니다. 무슨 말인지 아시겠지요?”진원호는 어리둥절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언젠가는 저희 그룹이 도움을 드릴 만한 곳이 있을 테니 그 때가 되면 저희를 찾아오십시오.”그러더니 휴대폰 번호가 적힌 명함을 내밀었다. 은시후는 명함을 보지도 않고 받아 든 뒤 돌아서서 장인을 데리고 자리를 떠났다.진원호는 두 사람의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다 진동오를 매섭게 노려보며 “이후에 저 선생님을 뵙게 되면 무조건 공손히 인사를 하고 절대 사고 치지 말 거라! 알아들었니?”라고 쏘아붙였다.진동오는 풀이 죽은 채로 말했다. “전 그냥 거리에 매대에서 물건 하나 샀을 뿐인데.. 이렇게도 큰 죄가 되는구나....”한편 진설아는 차가운 표정으로 은시후가 떠나는 뒷모습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 은시후의 능력에 감탄하기는 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은시후가 자신의 엉덩이를 걷어찬 일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자존심 센 여자에게는 이런 일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진원호는 한숨을 쉬며 그녀를 위로했다. “후우.. 설아야, 복수는 생각도 하지 마라.. 우리 가족의 앞날은 선생님의 손에 달렸어...”“정말 저 사람이 한 말이 효과가 있을까요?”라며 진동오는 투덜거렸다.진원호는 “더 이상 쓸데없는 소리하면, 방금 전에 말한 것처럼 네 다리를 분질러 버리겠다!”라며 욕설을 퍼부었다.진동오는 깜짝 놀라 목을 움츠리며 감히 말을 잇지 못했다.진설아는 치욕스러움에 발을 동동 굴렀다. “알았어, 아빠... 건드리진 않을게요...”하지만, 여전히 쓰라린
잠시 후 은시후의 몸속의 에너지가 폭발하며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것을 느꼈다.이..이게 바로 옛 사람들이 말하던 영기라는 건가?!다시 그 돌을 꺼냈을 때, 은시후는 돌이 이미 기운을 거두어 들이고 보통 돌멩이와 같아졌다는 것을 깨달았다.은시후는 『구현보감』에 기록되었던 내용을 머리 속에서 다시 돌려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영물 안에서 영기를 다시 뽑아내는 방법은 기억이 나지 않았다.은시후는 돌멩이를 다시 주머니에 넣을 수밖에 없었다, 직감적으로 그는 이 물건이 평범하지 않다고 느끼긴 했지만, 당시 연구가 부족했기에 영기가 다시 느껴질 때 한 번 더 연구해보기로 했다.온몸에서 끈적끈적함이 느껴지자, 시후는 샤워를 하러 급히 달려갔다. 이미 오후 5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그 때 유나가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유나는 먼저 지금 엠그란드 그룹에서 사업 내역을 논의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사실 그녀가 전화한 요지는 5부제로 자차를 몰고 출근할 수 없었기에, 혹시 장인의 차를 타고 자신을 좀 데리러 올 수 있냐는 것이었다.유나가 부를 때 시후는 거절하기가 어려웠다.그리고는 전화를 끊자마자 즉시 장인어른을 찾아가 차 키를 받은 다음 차를 몰아 엠그란드 그룹의 건물로 갔다.주차장에 도착한 시후는 휴대폰을 꺼내 유나에게 전화를 걸었다.유나는 처음엔 받지 않았지만 곧 카톡으로 답장을 보냈다.시후는 유나에게 답장을 보낸 뒤 차 밖에서 잠시 그녀를 기다렸다.그 때 엠그란드 그룹 부회장 이태리가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회장님, 혹시 회사에 오셨나요?”은시후가 궁금한 듯 “어떻게 아셨어요?”라고 물었다.이태리는 “제 사무실에 있는데 마침 회장님의 차가 보이더라고요.”은시후는 “혹시 볼 일이 있나요?”라며 웃었다.이태리는 “아마, 사모님께서는 아직 회의 중이셔서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습니다.
은시후는 자신을 뒤따라오는 발자국 소리에 옆의 유리를 곁눈질로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자신을 뒤따라오고 있는 권여빈을 발견했다.젠장!권여빈이 여기에 있는 자신을 알아차리게 되면 분명 자신이 엠그란드 그룹의 회장이라는 것을 연상하게 될 것이다.게다가 그녀는 자신이 LCS 그룹의 자제라는 것까지 알아낼 것이다!이건 정말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그래서 자신을 쫓아오는 권여빈을 보면서 시후는 발걸음을 재촉해 회장실로 들어간 다음 문을 잠가버렸다.권여빈은 회장이 갑자기 빠른 걸음으로 사무실에 들어갈 줄은 몰랐다. 회장과 말 한마디 나누려고 쫓아갔던 것인데.. 이미 순식간에 사무실로 들어가버린 그였다.그녀는 회장이 이미 사무실로 들어가버린 것을 보고 실망하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뭐야.. 이상하잖아.. 일부러 나를 피하는 것처럼 행동하는 건 뭐야...?”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사무실 문 앞으로 다가가 노크하며, “회장님 안녕하세요? 저는 새로 부임해온 경영 본부장 권여빈이라고 합니다. 제가 보고드릴 내용이 있어서요.”라고 말했다.은시후는 일부러 목소리를 깔며 “이태리 부회장에게는 보고하셨나요? 그런 내용은 당연히 자신의 상사에게 먼저 보고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설마 이런 내용도 모르는 건가요?”“아! 죄송합니다 회장님.. 제가 깜빡하고..”권여빈은 그의 말에 겁에 질려 긴장하며 생각했다. ‘회장님이 너무 까칠한 거 아냐? 대체 왜 화를 내는 거지? 보고를 직속 상사에게 바로 하지 않아서? 그렇다고 이렇게 얼굴도 안 보여주고 화를 내다니..”권여빈은 회장실 앞에 더 이상 머물 엄두가 나지 않아 발길을 돌리고 말았다.은시후는 권여빈의 발자국 소리가 멀어지자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하마터면 권여빈 씨에게 정체를 탄로날 뻔 했어.. 오늘은 진짜 위험했다!앞으로도 종종 엠그란드 그룹에 들르게 될 터인데.. 권여빈은 현재 경영 본부장으로 자신과 같은 층에서 사무실을 쓰고 있었기에 더더욱 신경이 쓰였
이태리 부회장이 자신에게 볼일이 있다는 말을 들은 권여빈은 즉시 그녀의 사무실로 찾아갔다.이때 은시후는 서둘러 계단을 내려갔다.계단을 막 내려왔을 때, 유나가 지친 얼굴로 회의실에서 걸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유나는 분명 여러 협력사들과의 회의들로 인해 너무 지쳤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지금은 일이 많이 바빠요.. 해결해야 할 게 많아서.. 진짜 너무 바쁘니까 어찌할 바를 모르겠네요..”라고 말했다.은시후는 그런 유나를 보자 마음이 아파왔다. “그럼 일하는 다른 사람들과 일을 좀 나눠서 하는 게 어때요? 그래도 너무 힘들다면, 그만두는 건요?”“그건 안 돼요.” 유나는 “내가 이사직에 오르게 된 것이 얼마 되지도 않았잖아요.. 아직 내 자리가 안정되지도 않았는데.. 제가 노력해야 하지 않겠어요? 만약 내가 이 자리에서 게으름을 피운다면 아마 혜준 오빠처럼 내 자리를 탐내고 날 대신하려는 사람이 달려들 거라고요.”라고 말했다.김혜준을 생각하니, 유나는 저도 모르게 화가 치밀었다. 김혜준은 특히 유나에게 짜증나는 존재였다. 늘 자신에게 맞서는 존재였고 또 항상 남의 자존심에 금을 가게 만드는 일을 즐기는 인간이었기 때문이다.돌아가는 길, 유나는 차에서 눈을 감고 휴식을 취했고 시후는 운전에 전념한 채 그녀를 방해하지 않았다.******같은 시각, 이태리의 사무실.이태리는 권여빈이 새로운 직책을 부여 받았고, 이에 따라 인사 이동을 하게 될 것이라는 내용을 알려주었다.권여빈은 약간 놀랐다.자신이 경영 본부장의 업무를 받은 지 얼마나 지났다고 마케팅 본부장을 맡으라니?? 갑자기 왜?이태리는 “우리는 여빈 씨가 능력 있는 여성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회사에서 경영 업무만 보는 건, 사실 당신의 능력을 썩히는 것이라고 판단했고요. 이력서를 봐도, 당신은 대학에서 기업관리와 마케팅을 전공하지 않았나요? 따라서 여빈 씨는 마케팅 업무와 잘 어울리는 인재이며, 우리 회사에 있어서도 세일즈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아마
액정에 떠 있는 김혜준이란 세 글자를 본 권여빈은 전화를 받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지금까지 김혜준에 대해 별로 좋은 인상을 받지 못했다. 아마 조금 친분을 쌓은 뒤 자신을 김혜준의 편으로 끌어들이려고 하겠지..하지만, 여빈은 이런 류의 인간들에게는 별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그녀는 그냥 전화를 받지 않았다.그러나 김혜준은 몇 번이고 전화를 계속했다. 그러자 권여빈은 마지못해 전화를 받았다. “혜준아, 무슨 일이야?” 그녀의 말투는 냉랭했다.김혜준은 “여빈아, 잘 지내? 듣자 하니.. 이번에 마케팅 본부장이 되었다면서??”“소식통이 빠르네?”“엠그란드에 친구가 몇 명 있거든.. 하하.. 그런데 이번에 네가 새로 임명을 받았다고 해서 알려줬다.” 라고 말했다.“응, 맞아. 이제 마케팅 본부장이야.” “키야~~~ 축하한다!” 김혜준은 “이제.. 실세 아냐 실세?? 이제 할 일이 많겠네? 이번에 진짜 운이 좋았다 너?”권여빈은 “고마워.” 라며 담담하게 말했다.“여빈아, 그런데.. 네가 서울에 온 지도 이미 꽤 됐잖아? 내가 지난 번에 너에게 실수 한 것도 있고.. 사과를 좀 하고 싶어.. 내가 식사 한 끼 대접하고 싶은데 어때? 오늘 또 이렇게 마케팅 본부장도 되셨고.”“그런데, 나 오늘 늦게까지 야근해야 할 것 같은데....?” 권여빈은 완곡하게 거절했다.하지만 김혜준은 포기하지 않았다. “야, 여빈아! 이런 좋은 일은 그때그때 축하해야지~ 내일이 되면 또 오늘처럼 기쁘겠냐? 넌 서울에 친구가 별로 없잖아, 내가 보기에 우리 둘이서 축하할 곳을 찾아서 즐겁게 보내면 되는 거야~ 다른 사람들에겐 비밀로 하고.”권여빈은 살짝 마음이 흔들렸다.솔직히 그녀는 오늘을 정말 축하하고 싶었다.하지만, 유나도 올 수 없는 마당에 누구와 함께 축하를 해야 할지 막막하긴 했다.그런데 마침 김혜준이 먼저 전화를 걸어와 자신에게 선택의 여지를 준 셈이었다.비록 김혜준이란 사람은 좀 위선적이긴 해도 두 사람이 함께 좋은 일을 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