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 시후는 장인어른을 이끌고 일찌감치 차를 몰아 골동품 거리로 왔다.장인어른은 상쾌한 기분으로 차에서 내리자마자 시후에게 손짓하며 말했다. “자, 가보자 요즘 말로 ‘줍줍’이 뭔지 알려주마.” 그는 말을 마치자 골동품 거리로 성큼성큼 발을 내딛었다.오늘 같은 주말이면 골동품 거리는 평소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골목 양쪽은 상가들로 빽빽했고, 주말에는 전통 공예품들과 마켓이 함께 열려 거리 전체가 사람들로 북적이었다.많은 노점상들이 매대에 갖가지 골동품과 공예품들을 진열해 놓고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시후가 훑어보니 진품은 거의 보이지 않았고, 카피 제품들이 대부분이었다.관광객들은 짝퉁 제품이라도 큰 이득을 봤다며 싱글벙글 웃음 짓고 있었다.“바로 여기다!” 김상곤은 발걸음을 멈추고 간이 노점 앞에 서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부스에는 몇몇 관광객들이 골동품을 고르고 있었고, 김상곤은 뒤처질 세라 서둘러 군중 속을 비집고 들어갔다.시후가 한 번 훑어보니, 흙 묻은 골동품, 동전, 찻잔, 팔찌, 서예품 등을 팔고 있었다.물건들은 겉으로 봐서는 진짜 같아 보였지만 시후는 그냥 둘러보기만 해도 짝퉁임을 알아차렸다.매대의 주인은 피부가 까무잡잡하고 마른 남자로, 파란색 점퍼에 어수룩한 모습이었다.“사위, 여기 좀 보게.” 김상곤은 들뜬 얼굴로 시후에게 오색찬란한 주전자를 가리켰다. “내가 저것만 함께 사면 한 세트가 되는 거야!!! 그리고는 가격이 두 배로 뛸 걸세!”시후가 물건을 들고는 사장에게 물었다.“이건 얼마예요?”사장은 무서운 눈으로 노려보며 “우리, 아버지께서 300만 원에서 조금이라도 부족하면 팔지 말라고 했습니다.”김상곤은 사장의 말을 듣고 싱글벙글하며 시후에게 말했다. “이 사장님은 이 물건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몰라. 우리 빨리 다른 사람이 사지 않도록 꼭 사야 한다고!” 그리고는 김상곤은 부랴부랴 지갑을 열었다.바로 이때 시후는 민첩하게 그의 손을 잡고 웃으면서 “아버
“아이쿠.. 사장님.. 제가 오늘 급하게 집에서 나오느라, 물건을 잘못 들고 왔나 봅니다.”“잘못 가져왔다고?” 은시후는 웃으며 또 다른 물건의 밑바닥을 손으로 후벼냈다. “여기에 쓰여 있는 ‘made in china’도 잘못 들고 온 것인가?” “전 모르는 일이에요. 전 그냥 집에 있는 물건들을 가지고 나왔을 뿐이라고요!” 사장은 자신이 사람들을 속였다는 사실을 들키자 장사를 안 하고, 짐을 싸며 빠르게 달아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김상곤은 완전히 정신을 차렸다. 하마터면 멍청한 원숭이 취급을 당할 뻔했잖아?그는 주인을 붙잡고 소리를 질렀다. “이 사기꾼 놈아! 내 돈 돌려줘!!”“돈이라니? 난 당신을 몰라!!” 사장의 손에 들려 있던 가짜 동전들과 옥 제품들이 바닥에 떨어졌다.옥으로 된 제품들은 땅바닥에 떨어졌는데도 깨지지 않았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짝퉁에 불과했던 것이다.“네 놈이 내가 어제 준 돈을 안 돌려주면, 당장 경찰에 신고하겠어.” 김상곤은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그는 속에서 천불이 나 폐가 터질 것 같았다.두 사람이 다투고 있는 와중에 갑자기 골동품 하나가 사장의 품속에서 떨어졌다.시후는 갑자기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는 땅바닥의 물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이 물건은 주먹만 한 하얀 조약돌이었고, 몽돌해변과 같이 조약돌이 있는 바다에서 볼 수 있는 조약돌처럼 회색이며 무광이었다.그러나 보통 조약돌과 조금 다른 점은 글자가 조각되어 있다는 것이다. 글씨체를 한눈에 보면 분명 수공예품이었다.이렇게 글자가 새겨진 돌들은 도처에 널려 있어 값이 비쌀 수 없어, 사장이 방금 진열해 놓지 않은 것도 당연했다.하지만 은시후는 오히려 기회를 놓치지 않고 조약돌을 자신의 손으로 쥐었다.그는 이 골동품에서 색다른 기운이 뿜어져 나오는 것을 느꼈다.시후는 이것이 모두 『구현보감』에 기록되어 있던 영기가 깃든 물건이라는 것을 깨달았다.영기란 신비한 에너지로, 사람의 기운을 좋게 만들고, 풍수에도 영향을 미칠
그 소리에 은시후는 짜증이 난 듯 미간을 찌푸리고 고개를 들어 목소리의 주인을 찾았다.흰 색 당의를 입고 검은 천 신발을 신은 전통 복장을 한 청년이 성큼성큼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다.비록 대낮이긴 했지만 그는 선글라스를 끼고 뒷짐을 진 채 건들거리는 걸음걸이로 당당해 보였다.그의 뒤에는 4~5명의 경호원이 따라다니고 있었는데, 경호원들은 상당히 예민하고 강해 보였기에, 옆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지레 겁을 먹고 자리를 피했다. “아~ 동오였구나!사장은 청년을 보자마자 곧 싱글벙글 웃으며 아첨을 떨었다. “오늘 온다고 미리 말 좀 하지 그랬어? 마중 나갔을 텐데.”“됐고! 잔말 말고 오늘 어떤 물건이 들어왔는지 구경이나 해보겠습니다.” 청년은 손을 내저었다. 그는 성큼성큼 걸어가서 시후가 손에 쥔 돌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고개를 들어 사장에게 물었다. “장 사장, 이 돌 좀 달아줘! 우리 아버지 서탁에 두면 딱 좋을 것 같구만?!”“아...” 주인은 얼굴에 억지웃음을 지었다. “그게.. 이 돌은 이미 이 사장님께 팔렸어. 이 돌은 종이 누르는 것 말고는 별로 쓸모가 없어서 더 좋은 물건을 보여줄게.. 저런 값어치 없는 돌이 뭐가 좋겠어? 최고의 물건을 사야 좋지.”은시후 그제서야 사장의 성이 ‘장’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보아하니, 이 청년과 안면이 있는 것 같았다.장사장의 입놀림은 정말 놀라울 지경이었다. 사람만 보이면 청산유수로 거짓말을 해댔기 때문이다.장사장은 VIP가 떠날까 얼른 플라스틱 옥 제품들을 꺼내어, 침방울을 사방으로 튀기며 말했다. “이게 왕후마마가 애지중지하던 물건인데.. 옥이 투명하고 잘 배합되어 있는 것 좀 봐봐.. 어제 산 찻잔보다 훨씬 좋은 거라고! 150에 가져가라!”김상곤은 말문이 막혔다. 대체 같은 제품을 몇 개나 가져와서 날강도 짓을 해대는 거야? “그런 헛소리는 집어치우고.” 진동오는 짜증이 나서 장사장을 옆으로 걷어차고, 화를 냈다. “난! 이 돌이 마음에 들었다고!!! 장사장
그러나, 장 사장에게 진동오는 조금 달랐다. 그는 재벌 2세로 태어날 때부터 돈을 손에 쥐고 자란 갑부였다. 장 사장은 그에게 미움을 사고 싶지도 않았고 골동품 거리의 규칙을 깨뜨리고 싶지도 않았기에 그저 시후에게 돌을 양보하라고 눈짓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시후는 일찌감치 장사장의 눈짓을 보았으나 아랑곳하지 않고 “줄 수 없습니다.”라고 덤덤하게 말했다.장 사장은 어찌 할 도리가 없으므로 땅에 앉아서 나지막하게 욕을 해댔다.“저 쓰레기 같은 놈들!”진동오는 화를 냈지만, 할 수 없이 곁눈질로 은시후를 한 번 훑어보았다. 그리고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이걸 5만 원 주고 샀다고 했죠? 그럼 내가 500만 원을 당신에게 줄 테니 나에게 넘기시죠!”구경꾼들은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와 함께 모두 시후를 바라보며 질투의 눈빛을 보냈다.5만 원으로 산 물건을 저 가격에 다시 팔 수 있다니, 이것은 분명 이득이 아닌가?! 재수도 좋지.김상곤도 마음이 좀 설레었다. 저 돈이면 분명 어제 본 손해를 만회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은시후는 고개를 들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아까 내가 안 팔겠다고 했는데, 말을 못 알아듣는 건가? 당신이 돈을 더 준다고 해도, 난 팔 생각이 없거든.”“너?!”진동오의 안색이 갑자기 변하더니 눈에 한 줄기 강렬한 빛이 스쳐 지났다.주위는 구경꾼들로 가득 찼다. 저 놈이 군중들 앞에서 단호히 거절한 지금 이 상황은 자신에게 너무나 쪽팔린 상황이 아닌가?“이 촌놈이 어디서 와서 날 놀리는 거야?” 진동오는 시후를 비웃으며 말했다. “역시 인간은 맞아야 정신을 차리지? 이 인사동 바닥에서 이 진동오의 눈에 든 물건 중 못 사가는 물건이 어디 있더라?” “오늘은 네가 안 판다면 팔게 만들어 줄게, 아마 팔게 될 걸?!”진동오는 말을 마치자 뒤에 서 있는 사내들에게 손을 까딱했다.그의 손짓에 경호원들이 갑자기 우르르 몰려와 은시후를 빙 둘러쌌다.주위 사람들은 일제히 당황하여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고,
진동오가 계속 날뛰는 것을 본 주위 구경꾼들은 모두 숨을 죽이고 있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은시후가 만약 저 사람에게 대들었다가는 분명 큰코다칠 것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은시후는 얼굴 색 하나 변하지 않고 비웃으며 말했다. “보아하니, 골동품계에서 좀 나대는 양아치 같은데.. 이 바닥에서 뭐를 제일 따지는지 알고 있나?”“뭘 따지는데?”고 진동오는 싸늘하게 물었다.은시후는 하하 웃으며 “가장 중요하게 따지는 건 당연히 규칙이지!”라고 외쳤다.말을 마친 시후는 목소리를 조금 더 높여 큰소리로 말했다. “골동품은 선착순이라고! 누가 제일 먼저 왔는지를 따져 묻는다는 소리야! 내가 먼저 와서 이 조약돌을 손에 얻었기에 네가 아무리 무릎을 꿇고 빌어도 내가 주지 않으면, 너도 그냥 물건을 나에게서 뺏을 수 없다는 소리야. 만약 이런 규칙을 어기고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힘으로 빼앗는다면, 이 바닥에서 누가 너와 사업을 하겠어? 그때쯤이면 진동오 넌 보는 사람마다 잡아 족치라고 소리치는 쥐새끼만도 못한 거야.”은시후의 말이 끝나자 진동오는 벙쪘고 얼굴에는 분노가 차올랐다.골동품계에는 확실히 이런 규칙이 있다. 그는 이 바닥에서 기품 있는 학자인 양 살고 있었기 때문에 규칙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오늘 일이 알려지면 아마 평소 상대하던 상점에서도, 다른 손님의 눈 밖에 날까 봐 자신을 피하게 될 것이 뻔했다.진동오는 은시후가 몇 마디 말로 자신을 이렇게 창피하게 만들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는 은시후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속으로는 그 얼굴을 그냥 갈겨버리고 싶었다.그러나 그는 곧바로 나서지 않고 화를 억지로 삼키며 이를 악물었다. “이 촌놈아! 진짜 네 손에 쥐어진 그 돌을 너 같은 놈이 감당이라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골동품은 아무나 가지고 노는 게 아냐~ 너 같은 놈은 골동품 하나하나에 손대기 시작하면 거렁뱅이가 될 테니까, 그냥 손 떼고 빨리 집에 돌아가서 농사나 짓는 게 좋을 걸?진동오는 굳은
“그래! 그러지.” 은시후는 흔쾌히 응했다. “그런데 말이지.. 짝퉁을 자꾸 진품이라고 생각하니 참 대단해..?”진동오는 그에게 몇 마디를 듣고 얼굴이 빨갛게 상기된 채, 고개를 돌려 구경꾼들을 향해 말했다.“저기! 박 사장님, 이 사장님, 이 물건이 진품인지 짝퉁인지 감정 좀 해주시죠.”그가 호명한 두 사람이 갑자기 난색을 표하며 서로 눈을 마주쳤다.골동품을 감정하는 일은 진품이 되어도, 짝퉁으로 판명이 나도 모두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일이며, 잘못하면 동업자에게 미움을 살 수도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아이구.. 저희 둘도 견식이 좁아 저 것이 진품인지 알아볼 수가 없습니다.”진동오는 “그냥 잔소리 말고 제대로 감정해 주시죠. 하지만, 만약 사장님들이 날 농락한다면, 나중에 다시 감정할 사람을 찾을 겁니다.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면 용서를 할 수 없기 때문이죠?“아이구, 도련님! 화내지 마십시오!”두 사람은 놀라 앞으로 걸어 나왔다.골동품 거리에서 장사를 하는 사람 중에 감히 진동오에게 미움을 사고 싶은 사람은 없었다.그래서 이 두 골동품 가게 사장들은 어쩔 수 없이 팔찌를 받아 살펴볼 수밖에 없었다.몇 분 후 사장 중 한 명이 벌벌 떨며 헛웃음을 지었다. “허허..허허허..”“웃지만 말고 당장 말해요!” 진동오는 차갑게 말했다.사장은 당황하여 황급히 입을 열었다. “아.. 이게.. 제가 한 번 살펴보니.. 진짜 옥이 아니라 수제로 만든 짝퉁입니다..”그의 말을 들은 진동오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렸다가 순식간에 붉은 색으로 물들었다. 마치 사람들 앞에서 뺨을 맞은 것 같은 색이었다.그의 성대는 마치 화를 참고 있는 듯 심하게 꿀렁거렸다. 두 사장들은 놀라서 몸을 움츠리고 사람들 뒤로 숨었고, 다시는 머리를 내밀지 않았다.은시후는 “이제 내 말을 믿겠나? 그렇게 비싼 돈을 주고 짝퉁을 사다니.. 아무래도 진동오 씨는 돈이 참 많은 가 보죠?”“이번엔 내가 잘못 고른 거야!” 진동오는 이를 악물
진동오의 강경한 말투에 은시후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비웃었다. “넌.. 정말.. 이런 것도 구분 못하는 거야? 고대 의학 서적에 ‘구규(九竅)’라는 단어가 자주 나오는데, 이 구규는 몸에 있는 9개의 구멍을 말하지. 이 구규를 옥으로 덮으면, 죽은 사람은 불멸한다는 말이 있는데.. 설마 이 정도도 모르는 건 아니겠지?”“뭐? 죽은 사람이라니? 불멸은 또 뭐고?” 진동오는 난생 처음 듣는 단어들에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은시후는 “후우.. 애송이는 정말 질색이라니까..”라며 이마에 손을 짚고 고개를 가로 저었다. “이런 것도 모른다고? 그럼.... 이런 모양으로 만든 껴묻거리도 들어본 적 없겠군?”진동오는 골동품들을 좋아하긴 했지만, 사실 물건을 고를 때 이렇게 치밀하게 연구하고 입찰 받는 성격이 아니었기에 그저 주변에서 좋다고 하면 그냥 사버린 뒤 밖에서 허세를 부리는 게 다였다.“이 멍청한 자식!” 은시후는 조소하며 말했다. “부장품으로 옥을 썼다고. 죽은 사람의 시신에 이런 옥으로 장식을 하는데, 귀∙코∙입∙눈을 포함하면 7개의 구멍인데, 생식기와 항문까지 다 합쳐서 9의 구멍이라고 하는 거다.”“죽은 사람?!!” 진동오는 입을 크게 벌리고 멍하니 서 있었다. 그의 동공은 좌우로 흔들리고 있었다.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자신의 목에 걸린 옥을 한 번 쳐다보았다. 온 몸의 솜털이 곤두서는 것 같았다.“니미.. 이게 뒤진 사람의 몸에 걸치던 거라고?”은시후는 “하아.. 진짜 바보도 아니고.. 네가 차고 있는 건 죽은 사람의 배설구.. 즉 항문에 넣던 건데.. 그걸 목에 걸고 있으면 흉측하지 않냐고..”진동오는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고 손에 들려 있던 옥 목걸이를 노려보았다. 갑자기 속에서 심한 메스꺼움이 일었다.‘지금.. 이..이..건 그 더러운 곳에 쑤셔 넣었던 거라고?! 그걸.. 마스코트 삼아 목에 걸고 3년이나..’“우엑..!”진동오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허리를 굽혀 헛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조금 전
진동오는 상대방이 발걸음을 돌리는 것을 보고, 은시후가 도망치려고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소리를 지르며 “저 놈을 잡아라! 감히 나에게 트집을 잡다니, 누군가 뒤에서 시킨 것이 분명해!”라고 말했다.“네가 아무리 그렇게 날뛰어봤자, 날 못 건드려.”“못 건드려? 허허.. 한국에서 내가 못 건드리는 사람은 없어!” 그리고 진동오는 이어 말했다. “저 자식을 잡아서 다리를 하나 부러뜨린 다음, 한 번 물어봐. 대체 어떤 놈이 감히 우리 그룹에 이렇게 짜증나는 일을 만들고 싶어하는지.”그는 은시후를 자신의 그룹을 시기하는 경쟁사가 보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그가 자신이 교통사고를 당했던 일을 정확하게 알 수 있다는 말인가?경호원 몇 명이 즉각 움직여 은시후의 앞을 가로막았다.또 다른 경호원 2명은 김상곤에게 성큼성큼 다가가 거칠게 그를 잡아 끌었다.김상곤은 굉장히 놀랐다. 골동품을 찾아냈다고 좋아하다가 이런 화를 자초하다니...경호원이 김상곤을 잡으려 하자 은시후는 싸늘한 눈빛으로 앞을 가로막고 있던 큰 키의 남자를 걷어차고, 서너 걸음을 간 뒤 김상곤을 붙잡고 있던 사내들에게 달려들어 주먹을 날렸다.“퍽!”경호원은 김상곤을 잡으려다 갑자기 뺨을 한 대 맞고 코피를 쏟으며, 자신의 얼굴을 감싼 채 뒤로 물러섰다.또 다른 보디가드는 은시후가 주먹을 날리자 재빨리 전기봉을 꺼내 은시후를 향해 세차게 가격했다.“아!” 김상곤은 “시후야, 조심해라!”라고 소리쳤다.장인어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은시후는 날렵하게 몸을 돌리며 날아오는 봉을 피했고, 다른 손으로 보디가드의 왼쪽 손목을 잡아당겨 약간 힘을 줬다.“파악!”전기봉를 든 경호원은 어깨로 넘어진 채 땅에 부딪혔고, 고통에 이를 악물고 한참 동안 일어나지 못했다.김상곤은 말문이 막혀, 자신의 앞을 가로막고 서있는 청년이 자신의 사위가 맞는지 반신반의했다.우리 사위가 언제부터 이렇게 싸움을 잘했지?시후는 허리를 굽혀 바닥에 있던 전기봉을
이 시점에서 배유현은 확실히 강경한 태도를 보이며 회장의 위엄을 세워야 했다. 하지만, 혼자서 이사회 전체와 맞서는 것은 그녀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왔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이때 시후가 입을 열었다. “제 기억으로는 대부분의 그룹에서 주식 보유 비중과 투표권이 비례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주식의 10%를 보유하면 그에 상응하는 10%의 투표권을 가지게 되고, 51%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면 투표권도 51% 이상이 되어 이론적으로 절대적인 주주가 되는 것이죠, 그렇죠?”배유현은 급히 대답했다. “맞습니다, 은 선생님. 그렇습니다.”시후는 다시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재벌그룹의 경우, 사업이 다양하고 주주가 많으며 상장 후 공개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주식을 발행하기 때문에 많은 그룹에서는 최대 단일 주주의 지분이 고작 20~30% 정도 됩니다. 맞죠?”배유현은 솔직히 답했다. “네. 대부분의 상장 기업들이 그렇죠. 예를 들어, 시총이 2조 달러가 넘는 애플의 경우, 최대 주주인 뱅가드 그룹의 지분 비율이 고작 7% 정도이니까요.”시후는 말했다. “그래서 이런 경우에는 반드시 AB 주식 제도를 도입해야 하는 겁니다. 다른 주주들의 지분을 빼앗지 않으면서 그들의 의결권을 가져와야 하는 거죠. 51% 이상의 절대적인 지분을 확보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51% 이상의 의결권은 손에 넣어야만 다른 사람들이 당신의 기반을 흔들 수 없도록 만드는 겁니다.” 이어 시후가 덧붙였다. “기억하세요. 오늘은 주주들이 당신을 가장 두려워하는 날입니다. 당신이 오늘 그들에게 대가를 치르게 하든 아니든, 시간이 지나면 그들이 당신에 대한 두려움은 점점 줄어들 겁니다. 그러니 반드시 이 기회를 붙잡아야 한다는 걸요.”배유현은 이 말을 듣고 깨달음을 얻었다. 시후의 말이 옳았다. 지금 이사회의 멤버들은 죄를 짓고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용의자들처럼 두려워하고 있을 것이었다. 그들 스스로도 벌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을 때
배유현은 한 번에 페이셔스 그룹의 모든 고민들을 해결했지만, 인터넷에서는 새로운 영상 증거들이 속속 공개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 증거의 주인공은 더 이상 배호영이 아니라, 허드슨강에서 참혹하게 발견된 뉴욕의 재벌들과 귀족 자제들이었다.이 소식은 곧 전 세계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사람들의 관심은 순식간에 페이셔스 그룹에서 이 재벌가들로 옮겨갔다. 그리고 재벌가들은 가족 구성원의 비극적인 죽음을 슬퍼할 겨를도 없이, 대중의 분노를 어떻게 잠재울지에 대한 고민으로 골머리를 앓게 되었다.비록 배유현이 이미 그들에게 모범적인 해결책을 보여주었지만, 그녀의 해결책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비싼 것 같았다. 돈을 목숨보다 더 소중히 여기는 이 재벌가들은, 피해자 가족 한 명당 1억 달러의 배상금을 제공하는 일을 죽어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그들에게 이 정도의 배상금을 내놓는 것은 목숨을 내놓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운 일이었다.그러나 이 모든 문제는 이제 배유현이 고민해야 할 일이 아니었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 그녀는 바로 시후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가 연결되자마자 그녀는 매우 공손하게 물었다. “은 선생님, 페이셔스 그룹의 기자회견을 보셨나요?”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봤습니다.”배유현은 급히 물었다. “제가 제시한 해결책은 마음에 드셨나요?”시후는 진지하게 말했다. “이미 충분히 잘 처리했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의 완벽한 처리 덕분에 페이셔스 그룹은 곧 배호영 사건의 어두운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네요.”배유현은 시후의 칭찬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동시에 약간의 쑥스러움을 느꼈다. 그러자 그녀는 시후에게 말했다. “은 선생님, 인정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피해자에 대한 자료들을 확인하고 배상금을 지급하겠습니다.”“좋습니다.” 시후는 잠시 멈추고 그녀에게 물었다. “이제 페이셔스 그룹의 정식 회장이 되었으니,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요?”배유현은 말했다. “최근에는 두 가지 일만 계획하고
시후는 계속해서 말했다. “예전에 들은 소문이 있는데, 얼마 전에 배원중 전 회장과 배유현 씨가 함께 실종되었을 때, 인터넷에서는 그들이 분명히 배해산에게 해를 당했을 거라고들 했어요. 하지만 지금 보니, 그때 아마 그들이 어딘가 숨어 있다가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 주도권을 되찾은 것 같아요. 이렇게 보면, 제니퍼 씨... 아, 아니, 배유현 씨가 갑자기 떠나고 연락이 끊긴 것도 설명이 되죠. 아마 그 당시 추격을 피하느라 연락도 못 한 것 같아요.”유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가라앉았던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그래서 그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그런 거라면, 배유현 씨도 참 힘든 시간을 보낸 거겠네요....”시후는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그러니 당신도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아요. 그녀가 지금 페이셔스 그룹의 회장이 된 이상, 이제 더는 걱정할 일은 없을 거예요. 아마 곧 연락해서 직접 상황을 설명할 지도 모르고요.”유나는 약간 주눅 든 표정으로 말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그녀가 나에게 연락하는 게 좀 두려워요....”시후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왜요?”유나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그녀는 이제 재벌가의 아가씨일 뿐만 아니라, 그 가족의 회장이 되었잖아요. 그런 그녀와 비교하면, 나는 너무 평범해서 친구를 맺을 자격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내가 어떻게 그런 사람의 친구가 될 수 있겠어요..”시후는 진지하게 말했다. “여보,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을 과소평가하지 말아요. 내 눈에는 당신이 그 누구보다도 뛰어나니까요.” 이렇게 말한 뒤 그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 “그리고 말이죠, 당신은 그녀가 재벌가의 아가씨라서 닿을 수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녀는 오히려 당신이 ‘은 선생님’의 아내라서 자신이 당신에게 못 미친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유나는 시후가 자신을 기분 좋게 하려고 농담을 한다고 생각하며, 웃으며 맞받아쳤다. “사람들이 당신을 선생님이라고 부른다고,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도 된
유나는 대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할아버지에 의해 시후와의 결혼을 하기로 결정되었고, 결혼 후에는 줄곧 집안에서 투명인간처럼 살아왔다. 그래서 WS 그룹의 가족들을 만난 것을 제외하면, 그녀는 사실 인생에서의 경험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녀의 제한된 사회적 경험 내에서, 누군가 친구를 사귈 때 신분을 숨겨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만약 상대방이 자신을 해치려는 의도가 있을 때, 가짜 신분을 사용하는 건 당연히 말이 될 것이다. 하지만 배유현은 자신과의 교류를 하면서 단 한 번도 자신을 해치려 한 적이 없었고, 오히려 큰 도움을 주었다. 그녀는 유나를 유나의 우상인 켈리 웨어슬러에게 소개해 주었을 뿐 아니라, 마스터 클래스를 들을 수 있는 기회까지 마련해 주었다. 그래서 유나는 배유현이 왜 이런 행동을 했는지 더욱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신분을 숨겼다는 사실만으로도 유나의 마음은 무척 울적해졌다. 그녀는 진심으로 배유현을 좋은 친구로 여겼는데, 자신의 친구가 가짜 신분으로 자신에게 다가왔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진심을 다했던 유나는 정작 상대방의 진짜 정체조차 알지 못했다는 사실에 눈가가 붉어졌다.시후는 그녀의 기분이 가라앉아 있는 것을 보고, 그녀가 실망했음을 알았다. 그래서 그는 아내를 위로하기 위해 말했다. “여보,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아요. 이렇게 대단한 배경을 가지고 있고, 재산이 엄청난데, 자신의 진짜 정체를 드러낼 수 없었을 거예요. 그렇지 않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나쁜 생각을 품었겠어요.”유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당신 말이 맞긴 해요. 하지만 여전히 속았다는 기분이 들어서요. 난 친구가 원래 많지도 않아서, 그녀를 정말 좋은 친구로 여겼거든요....”시후는 아내의 말을 들으며 마음이 복잡해졌다. 그는 유나가 자신의 진짜 신분을 알게 되었을 때의 반응을 감히 상상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배유현을 변호하며 말했다. “여보, 너무 슬퍼하지 말아요. 그녀에게도 분명히 사정이 있었을 거예요. 그리
하지만, 배유현이 이번 문제 처리 방식은 모든 사람의 눈에 완벽에 가까웠으며, 모든 상류 사회에 교과서적인 위기 대응의 사례로 여겨질 만했다. 다만, 이번 위기 대응에 들인 대가는 정말 어마어마하다고 할 수 있었다. 시작부터 1억 달러에 달하는 배상금을 제안했으니, 아무리 최상위 부호라고 해도 이 정도의 결단력을 가지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사람들이 자신의 해결책에 크게 감탄하는 모습을 보며, 배유현은 비로소 한숨을 돌렸다. 그녀는 이번 위기 대응이 성공적이었다고 확신했다. 비록 자신이 페이셔스 그룹을 대표하고 대부분의 책임을 페이셔스 그룹이 짊어지겠다고 언급했지만, 태도가 충분히 진솔했고, 제시했던 해결책이 충분히 합리적이었기에 오히려 대중의 관용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이것이 바로 시후가 말했던 ‘생즉사’의 예와 같을 것이었다. 똑바로 서서 얻어맞는 것이, 얼굴을 가리고 비난 받는 것보다 훨씬 더 낫다는 것이다. 결국 맞기로 선택한다면 딱 한 번 맞고 죽지 않을 텐데, 버텨 내기만 한다면 앞으로는 허리를 펴고 당당히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얼굴을 가리고 숨는 길을 선택한다면, 평생 숨어 지내야 하고 평생 허리를 펴지 못하는 운명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이건 단순히 한 집안에 관련된 이야기가 아니다. 국가 역시도 마찬가지다. 침략 전쟁을 일으켰던 국가들 중, 잘못을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배상에 나선 나라는 대부분 사람들의 용서를 받았다. 반면,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끝까지 반성하지 않는 나라는 영원히 치욕의 역사에 기록되는 것이다.이때 배유현은 기자들을 향해 계속 말했다. “여기서 저는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리는 단순히 돈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배호영이 피해자들의 가정에 입힌 상처를 조금이라도 만회하고자 노력할 뿐입니다. 또한 피해자 가족들의 용서를 바랄 자격도 없지만, 그들이 큰 슬픔을 딛고 새로운 삶을 맞이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이 말을 한 뒤 그녀는 잠시 멈췄다가 다시 말했다. “비록
“1억 달러?!”배유현의 이와 같은 발언은 단숨에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제 3세계 국가에서는 한 사람의 생명에 대한 민사 배상은 고작 수천 달러에 불과하다. 발전도상국 역시도 보통 수만 달러에서 많아야 수십만 달러에 그치는 배상금이다. 선진국에서는 높은 배상 판례가 종종 나오긴 하지만, 수천만 달러 정도가 한계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이와 같은 보상금 역시도 최고의 변호사들로 구성된 팀이 머리를 짜내어 쟁취해낸 결과라고 할 것이다. 그로 인해 피해자가 실제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은 극히 일부가 될 것이고, 대부분은 변호사의 고용비로 그들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배유현은 입을 열자마자 한 명당 1억 달러를 배상하겠다고 하다니. 이게 무슨 뜻인가? 이는 거의 피해자 유가족 한 명당 상장된 기업 하나를 주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었다!영상 자료에 따르면, 배호영에게 목숨을 잃은 여성들은 최소 20명 이상이었다. 이는 곧 페이셔스 그룹이 이번 일을 해결하기 위해 최소 20억 달러 이상을 내놓아야 한다는 의미나 다름없었다. 이건... 단순히 ‘부유하다’는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이것은 말 그대로 비용을 따지지 않고, 어떤 대가라도 치르겠다는 의지가 아니겠는가! 그래서 이 순간, 배유현의 이미지는 모든 사람들에게 엄청나게 높아졌다. 어떠한 강력한 결단력이 있어야 이 여성이 한 명당 1억 달러를 배상하겠다고 할 수 있을까? 게다가 1억 달러라면 어떠한 가족이라도 전 세계 어느 곳에서든 최고급의 사치스러운 생활을 할 수 있는 금액이 될 것이고, 몇 세대가 지나도 다 쓰지 못할 금액이 될지도 모른다. 이런 종류의 보상은 쉽게 들어본 적도 없고, 그 누구도 흠잡을 데가 없을 것이었다!그러자 누군가 먼저 박수를 치기 시작하더니, 기자회견장 전체는 곧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로 가득 찼다!배호영의 만행은 모든 사람들이 이를 갈게 만들었지만, 조금 전 배유현이 보인 태도와 그녀가 제시한 해결 방안은 모두를 완전히 납득하게 만들었
그렇기에 배유현처럼 처음부터 ‘무거운 책임’이라는 단어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경우는 정말 드물었다.이 순간, 모든 사람들이 조금 전까지 짓고 있던 비웃음을 거두고, 배유현의 다음 발언에 집중하기 시작했다.이때 배유현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제가 왜 우리 페이셔스 그룹이 피할 수 없는 무거운 책임을 지고 있다고 말했는지에 대해 주된 이유를 몇 가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우리 페이셔스 그룹의 배호영에 대한 교육은 매우 부적절했습니다! 그룹이 그에게 건전하고 선량한 인생관, 세계관, 가치관을 확립해주지 못했기 때문에 그의 성격과 행동 방식은 점점 더 극단적으로 치달았고, 결과적으로 사회에 이와 같은 큰 해악을 끼치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페이셔스 그룹의 잘못입니다! 둘째, 페이셔스 그룹은 배호영이 저지른 일련의 행위들에 대해 매우 큰 관리 소홀을 저질렀습니다! 배호영이 수년간 악행을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어제까지도 이 모든 것을 몰랐습니다. 이는 페이셔스 그룹의 내부에 분명한 직무유기가 있었음을 의미합니다! 만약 우리가 그의 문제를 조금이라도 더 빨리 발견했다면, 그는 이처럼 많은 무고한 여성들을 해치지 않았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 또한 페이셔스 그룹의 잘못입니다! 셋째, 페이셔스 그룹의 부, 지위, 자원이 의도치 않게 악인을 돕는 도구가 되어 배호영이 중죄를 계속 저지르도록 만든 주요 요소가 되었습니다. 만약 페이셔스 그룹이라는 뒷배가 없었다면, 그는 이렇게 연이어 중범죄를 저지를 기회를 얻지 못했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 또한 페이셔스 그룹의 잘못입니다!"배유현은 페이셔스 그룹의 잘못을 세 가지로 명확히 언급하며, 모든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사람들은 배유현의 발언에 자기 변명이나 책임 회피의 태도가 전혀 없음을 느꼈고, 오히려 모든 직간접적 책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모습이었기에 사람들은 그녀에 대한 태도가 바뀌었다.이때 배유현은 뒤이어 말했다. "그 외에도 한 가지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어젯밤 페이셔스 그룹의 회장직을 막 맡게
배유현이 던진 한 마디는 현장을 순식간에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페이셔스 그룹이 이 중요한 순간에 새로운 회장을 선임했다는 사실을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더욱 놀라운 점은 새로운 회장이 바로 여성이라는 점이었다.미국에서도, 재벌가에서는 여전히 남성 우위의 사고방식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100억 달러 이상의 자산을 가진 재벌가들 중에서 여성에게 회장을 맡긴 곳은 거의 없었다. 게다가, 여성이 이렇게 젊다는 점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배유현의 뒤를 보면, 이전 회장인 배해산과 배원중이 나란히 서 있었다. 즉, 배유현은 농담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순간 정말로 이전의 페이셔스 그룹을 맡았던 두 회장의 옹호 아래 새로운 지도자로서 자리매김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모두가 충격에 빠졌다. 그들은 왜 페이셔스 그룹이 이렇게 결정을 내렸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물론 이런 시점에서는 누군가 책임을 뒤집어쓰거나 방패 역할을 할 사람을 찾았다면, 회장직을 포기할 필요까지는 없지 않았겠는가? 만약에 이러한 비난을 받고 페이셔스 그룹의 회장이 될 수 있으며 그룹의 자산을 모두 얻게 된다면, 그 누구가 거절할 수 있었겠는가.기자들이 충격에 빠져 있을 때, 배유현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여기 계신 모든 분들께서, 아마 어제 인터넷에 공개된 일련의 영상을 보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와 페이셔스 그룹의 다른 구성원들 역시 어제가 되어서야 배호영이 저지른 이 용서할 수 없는 범죄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많은 사람들이 배유현이 ‘어제야 알았다’고 말하자, 그녀가 책임을 전가하려고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한 젊은 남성 기자는 다른 기자들에게 말했다. "저 여자가 이제부터 ‘우린 아무것도 몰랐다. 배호영의 행동은 그가 저지른 개인적인 일이고, 우리와는 아무 상관없다. 우리는 피해자다’라고 말할 거라고 확신해. 빌어먹을!"TV와 컴퓨터, 스마트폰으로 방송을 지켜보던 사람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재벌가들
배한빈은 배호영의 아버지이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 가장 긴장하고 있었다. 그는 자식이 잘못한 것은 부모의 책임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이제 배호영이 죽었으니 사람들은 가장 먼저 자신을 비난할 것이라고 생각했다.8시가 가까워지는 것을 보고, 그는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배유현에게 말했다. "유현아... 차라리 내가 나가지 않는 게 좋지 않겠니..."배유현은 단호하게 말했다. "오늘 이 기자회견은 우리 네 명 중 누구도 빠질 수 없어요!”배한빈은 불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나가면 곧바로 사람들의 분노를 살까 두려워서 그래.. 만약이라도 발표회의 분위기에 영향을 준다면 큰일이 아니겠니..”"괜찮아요." 배유현은 단호하게 말했다. "큰아버지와 삼촌, 할아버지께서 무대에 올라서 아무 말씀도 하지 마시고, 제가 사과할 때 함께 사과하고, 제가 고개 숙일 때 함께 고개만 숙여 주시면 돼요."배한빈은 뭔가를 말하려 했지만, 그때 배원중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배한빈! 네 아들이 이렇게 큰 일을 저질렀는데, 네가 아버지로서 단상에 서지 않으면 사람들이 우리 집안을 어떻게 보겠냐?!"배한빈은 부끄러운 듯 말했다. "할아버지 말씀이 맞습니다..."배원중은 냉정한 눈으로 그를 쳐다보고는, 옆에서 말없이 고개를 숙인 배해산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를 포함한 집안 사람들은 모두 유현이의 말에 따라야 해. 그렇지 않으면 페이셔스 그룹에서 나가 살아라!"배한빈은 얼른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할아버지..."그때, 검은 정장을 입은 소이연이 방 문을 열고 들어와 배유현 앞에 서서 말했다. "유현 씨, 이제 1분 남았어.""알겠어." 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은 선생님은 안 오셔?""응." 소이연은 대답했다. "은 선생님은 호텔에서 방송을 보고 계시고, 내가 전해달라고 하셨어. 지금은 ‘사즉생’의 각오로 나서야 할 때라고.”배유현은 입술을 꽉 깨물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어... 은 선생님께 감사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