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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장

뚱뚱한 사내는 그를 한 번 힐끗 보고 나서 고풍스러운 무늬가 새겨진 나무상자를 탁자 위에 놓았다.

상자가 열리자, 투명하고 부드러운 에메랄드 빛을 띄고 있는 작은 병이 드러났다. 병을 밖으로 꺼내자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응접실이 따뜻한 분위기로 가득차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진원호의 눈빛이 반짝였다.

송민정이 고개를 돌려 백 선생에게 물었다. “백 선생님, 어떤 것 같으세요?”

백 선생은 잠시 물건을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진품으로 보입니다. 로마제국에서 만들어서 우리나라로 들어왔다고 들었는데.. 정말 보존이 잘 되었습니다.. 빛깔이 참 곱군요.”

송민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번엔 고개를 돌려 시후에게 물었다. “은 선생님께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진짜가 맞는 것 같아요?”

시후는 시큰둥하게 입을 열었다. “저건 가짜인 것 같습니다만...?”

백 선생은 콧방귀를 뀌며 말을 끊었다. “젊은 놈이 간도 크구먼,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함부로 거짓말을 지껄이다니?!”

이태형 옆에 있던 배강민도 눈을 크게 뜨며 물건을 다시 한 번 살펴보았다. “제가 한 번 만져봐도 되겠습니까?”

그러자 뚱뚱한 사내는 그를 비웃으며 말했다. “어르신, 지금 농담하십니까? 평범한 물건들도 한 번 내놓으면 감정할 때는 손도 못 대게 하는데, 이런 물건이 손을 타는 건 용납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만져보다가 깨지기라도 한다면요?”

잠시 멍하니 고민하던 배강민은 “나도 좀 갑작스러워서..”

그는 말을 마치고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며 글라스를 자세히 보았다. 그리고는 “이 물건이 정말 기원전 3세기 정도 만들어진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사람의 마음을 진정시키는 영기가 있다는 말은 사실인 것처럼 보이는구먼..”

이 말을 들은 사람들의 마음이 갑자기 뜨거워졌다.

그들에게 있어 이 물건에 무슨 역사가 담겨있느냐는 사실 전혀 중요치 않았다. 그저 중요한 것은 이 물건이 자신들에게 이후 어떤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백 선생은 “어르신도 정말 안목이 뛰어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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