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이지! 말해보게!”백 선생은 그를 비웃으며 “이런 사기꾼들이 평소에 사람들을 어떻게 속이는지 나도 한 번 보고 싶구먼.”라고 말했다.은시후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전 사실, 사기극을 별로 폭로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요청하시니.. 거절할 수 없네요.”“사기극? 이 자식이.. 우리가 다 잘못 봤단 말이야?”차가운 풍채의 배강민이 갑자기 한 쪽 입꼬리를 올리며 피식 웃었다.은시후는 그를 한 번 쳐다보았다. “이곳에서 특히 당신이 제일 어리석었지요...”“뭐? 이 자식이? 죽고 싶어?” 배강민이 발끈해 말했다.은시후도 그를 상대하지 않고 말했다. “이 글라스는 정말이긴 합니다. 사기꾼들이 양심이 있는 셈이죠.”“하지만, 이건 뭐 기원전 3세기경에 만든 오래된 유리도 아니고, 색깔만 비슷하게 만들어 둔 가짜에 불과합니다. 그냥 시장 바닥에서 살 수 있는 그런 유리병에 불과한 것이지요.”“헛 참.. 헛소리도 정말 정성스럽게 하는구나.. 저 영롱한 에메랄드 빛이 안 보이는가?” 나이 든 어르신들은 끊임없이 시후를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은시후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저 색은 유리에 함유된 성분으로 인한 것인데, 그저 눈속임을 위해 열심히 섞은 것일 뿐, 뭐.. 별 거 없습니다.”“그렇다면, 우리가 느끼는 이런 훈훈한 분위기는? 무엇 때문이란 말인가?” 진원호가 얼굴을 찌푸리며 다급히 물었다.은시후가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 “이것은 기술적으로 더더욱 가치가 없습니다. 자세히 보면 너무나 완벽해 보여서 사실 저는 더 의심이 갔지요. 따사로운 분위기는 심리를 이용한 환상적인 효과일 뿐.. 만약 저 분위기를 사라지게 만들고 싶다면 간단히 살짝 불에 그을려 보면 됩니다.”“이 새끼! 네가 감히..!! 무슨 망언을 하는 거야?!” 뚱뚱한 사내는 탁자를 치며 일어섰다.이태형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그럼 물건을 좀 꺼내서 불을 좀 피워볼까요?” 그리고는 뚱뚱한 사내를 보며 입을 열었다.사내는 온
그러자 은시후는 “어이, 여기서 말을 안 하면 그냥 넘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여기는 서울이라고! 너희에게 속은 사람들은 대부분 부자이거나 돈이 굉장히 많은 사람이지 않나? 손만 까딱해도 이 서울바닥에서 매장되는 건 일도 아닐 텐데.. 내가 충고하나 할까? 눈치가 있다면 당장 진실을 털어 놓는 게 좋을 거야. 만약 그렇지 않으면, 아무도 널 구해주지 못할 걸?”송민정은 은시후가 지금 심리전을 펼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바로 그의 말에 힘을 실어주었다. “감히 우리 이룸 그룹을 속이려 들었다면 그 죄가 가볍지 않을 텐데요?”뚱뚱한 사내는 놀라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이룸 그룹의 높은 인지도와 그들이 시장에서 끼치는 영향력은 익히 알고 있는 바였다. 하지만.. 만약 송민정 대표를 화나게 한다면 자신은 아마 이 서울 바닥에서 죽은 목숨인 것이다!그러자 그는 다급하게 외쳤다. “그.. 그게.. 이 일은 제가 혼자 꾸민 것이 아니라요.. 백! 백 선생님!! 절 좀 도와주십시오~!! 선생님과 함께 도모한 일이 아닙니까!! 그러니 용서해주십시오!”백 선생은 갑자기 안색이 바뀌며, “너...네 놈이 대체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네가 감히 이룸 그룹의 머리 꼭대기에서 놀아나려다 일이 원하는 대로 안 돌아가니 나에게 누명을 씌우는 것 아니냐? 목숨이 아깝지 않은 모양이지?!”라고 소리쳤다. 그리고는 주머니에서 칼을 꺼내 들고 이내 사내에게 달려들었다.뚱뚱한 사내는 노발대발하며 욕을 해댔다. “이건 뭐 책장 넘기는 것보다 빠른 손절이구만?! 분명히 당신이 나에게 이룸 그룹의 돈이 들어오는 것은 네 입에 달려있다고 했잖아! 영감님이 괜찮다고 하면 이 물건은 반드시 팔린다고 했는데, 왜 영감남이 날 해치려 드는 거야!!”송민정은 두 사람을 싸늘하게 보다가 은시후에게 “선생님 앞에서 웃음거리가 되었군요. 오늘 선생님께서 저와 함께 동행해 주셔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먼저 일어나시죠.”은시후는 “그럴까요? 돌아가시죠?”라며 고
시후의 옆자리에 앉은 송민정의 표정은 냉혹했다.그녀의 입장에서는 오늘 일이 분명 가족 중에 자신의 이야기를 떠벌리고 다니는 배신자가 생겼다는 것을 깨닫게 했기 때문이다. 그 사기꾼들은 이미 그녀를 매우 화나게 만들었으며, 더욱 화가 나는 사실은 배 선생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망신 주려 했다는 것이다.만약 오늘의 일에 자신이 속기라도 했다면, 그들은 돈을 벌고 도망갔을 것이다. 그 일이 일어난 후에 송민정이 그들에게 속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자신의 체면이 구겨질 뿐만 아니라, 이룸 그룹의 체면도 함께 구겨지게 될 것은 뻔했다!하지만, 다행히도 시후가 현장에 있었기에 제때에 자신과 그룹의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그래서 그녀는 감사의 표시로 글로브 박스에서 카드를 꺼내 은시후에게 주었다. “은 선생님, 이 카드에 1억이 들어있습니다. 비밀번호는 4자리고요. 6538입니다. 저의 작은 성의입니다.말을 하는 동안 그녀는 속으로 탄식했다. ‘이 은시후라는 사람은 그래도 꽤 재주가 많아 보여.. 그런데 왜 자신의 능력은 제대로 쓸 생각을 안 하고 안일하게 아내의 집안에 얹혀사는 걸까? 분명 저 재주로 골동품 감정 작업을 한다면 몇 년만 일해도 많은 돈을 모아 사업을 할 수 있을 텐데..?’시후는 그녀의 손에 들려 있는 카드를 보고는 약간 망설였다.1억 원이면 적은 돈은 아니었지만, 이룸 그룹의 막내딸에게 그렇게 큰 돈은 아니겠지.은시후도 사실 이 정도는 거들떠보지도 않을 적은 돈이었다. 할아버지께 받은 자신의 카드에는 여전히 엄청난 액수의 돈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저 돈을 받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하지만 또 다르게 생각해보면 다른 사람들이 알고 있는 자신의 정체는 수 조의 가치가 있는 엠그란드 그룹 회장이 아니라, 그저 가난한 집안의 데릴사위일 뿐이었다. 그렇기에 데릴사위라는 사람이 1억을 보고도 흥미가 없게 된다면 당연히 의문이 생길 것 같아 덥석 카드를 받아 쥐었다. “감사합니다. 송 대표님.”송민정은 빙
시후는 힘이 쭉 빠졌다. 낮에 그 귀한 고려 청자를 깨뜨려 그렇게 고생을 해놓고, 이 영감탱이는 자신이 나간 틈을 타 또 골동품 거리로 갔던 건가?이게 바로 똥 누러 갈 적 마음 다르고 올 적 마음 다르다는 그 말과 다른 것이 무엇인가?김상곤은 너털웃음을 지으며 “에이.. 내가 그만한 돈이 어디 있었겠냐? 내 말인즉슨~ 이 잔이 1억의 가치가 있다는 거지! 내가 얼마에 샀는지 알아맞혀 봐라.”유나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5천만 원?”이라며 떠보았다.“아니다. 다시 맞혀보거라!”라며 김상곤은 손을 내저었다.“3천만 원?”“아직 아니다.”옆에 있던 시후는 청자 잔을 보더니 가짜라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이 물건이 만 원 정도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그러자 김상곤은 더 이상 뜸을 들이지 않고 “하하하, 내가 이 잔들을 단돈 5만 원에 모셔왔어! 대단하지 않냐?”김상곤은 너털웃음을 지으며 얼굴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설마, 이 잔이 정말 5만 원 밖에 안 든다고요?” 유나는 깜짝 놀라며 아버지를 째려보았다.장모도 인기척을 듣고 부엌에서 나와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 잔이 이렇게 값 비싼 거야? 짝퉁이 아니고?”김상곤은 “아니야~ 짝퉁은 무슨? 헛소리를 하고 있어? 잔 파는 사람이 시세도 몰라서 내가 따로 사람을 불러서 물어봤는데 이 물건이 진짜라고 하는 거야! 하하하.”이라고 말했다.“그래요?” 조심스럽게 잔을 든 장모는 이리 저리 둘러보며 함박웃음을 지었다.시후는 곁에서 맞장구를 쳤지만, 얼굴에 자신도 모르게 썩소가 지어졌다.그는 이 두 개의 컵이 가짜라는 것을 진작부터 알아차렸으나, 모처럼 노인이 이렇게 기뻐하는 것을 보고 그는 사실을 폭로하지 않았다.김상곤은 그저 들떠서 싱글벙글하며 말했다. “이 잔은 다른 물건들과 세트란 말이지, 그래서 내일 남은 것들을 내가 사겠다고 했어! 만약 세트로 사면 가치가 몇 배로 올라간다고 그 사장님이 그랬거던! 운만 좋으면 10억 빚도 다 갚을 수 있을 거야.”
다음 날 아침, 시후는 장인어른을 이끌고 일찌감치 차를 몰아 골동품 거리로 왔다.장인어른은 상쾌한 기분으로 차에서 내리자마자 시후에게 손짓하며 말했다. “자, 가보자 요즘 말로 ‘줍줍’이 뭔지 알려주마.” 그는 말을 마치자 골동품 거리로 성큼성큼 발을 내딛었다.오늘 같은 주말이면 골동품 거리는 평소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골목 양쪽은 상가들로 빽빽했고, 주말에는 전통 공예품들과 마켓이 함께 열려 거리 전체가 사람들로 북적이었다.많은 노점상들이 매대에 갖가지 골동품과 공예품들을 진열해 놓고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시후가 훑어보니 진품은 거의 보이지 않았고, 카피 제품들이 대부분이었다.관광객들은 짝퉁 제품이라도 큰 이득을 봤다며 싱글벙글 웃음 짓고 있었다.“바로 여기다!” 김상곤은 발걸음을 멈추고 간이 노점 앞에 서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부스에는 몇몇 관광객들이 골동품을 고르고 있었고, 김상곤은 뒤처질 세라 서둘러 군중 속을 비집고 들어갔다.시후가 한 번 훑어보니, 흙 묻은 골동품, 동전, 찻잔, 팔찌, 서예품 등을 팔고 있었다.물건들은 겉으로 봐서는 진짜 같아 보였지만 시후는 그냥 둘러보기만 해도 짝퉁임을 알아차렸다.매대의 주인은 피부가 까무잡잡하고 마른 남자로, 파란색 점퍼에 어수룩한 모습이었다.“사위, 여기 좀 보게.” 김상곤은 들뜬 얼굴로 시후에게 오색찬란한 주전자를 가리켰다. “내가 저것만 함께 사면 한 세트가 되는 거야!!! 그리고는 가격이 두 배로 뛸 걸세!”시후가 물건을 들고는 사장에게 물었다.“이건 얼마예요?”사장은 무서운 눈으로 노려보며 “우리, 아버지께서 300만 원에서 조금이라도 부족하면 팔지 말라고 했습니다.”김상곤은 사장의 말을 듣고 싱글벙글하며 시후에게 말했다. “이 사장님은 이 물건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몰라. 우리 빨리 다른 사람이 사지 않도록 꼭 사야 한다고!” 그리고는 김상곤은 부랴부랴 지갑을 열었다.바로 이때 시후는 민첩하게 그의 손을 잡고 웃으면서 “아버
“아이쿠.. 사장님.. 제가 오늘 급하게 집에서 나오느라, 물건을 잘못 들고 왔나 봅니다.”“잘못 가져왔다고?” 은시후는 웃으며 또 다른 물건의 밑바닥을 손으로 후벼냈다. “여기에 쓰여 있는 ‘made in china’도 잘못 들고 온 것인가?” “전 모르는 일이에요. 전 그냥 집에 있는 물건들을 가지고 나왔을 뿐이라고요!” 사장은 자신이 사람들을 속였다는 사실을 들키자 장사를 안 하고, 짐을 싸며 빠르게 달아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김상곤은 완전히 정신을 차렸다. 하마터면 멍청한 원숭이 취급을 당할 뻔했잖아?그는 주인을 붙잡고 소리를 질렀다. “이 사기꾼 놈아! 내 돈 돌려줘!!”“돈이라니? 난 당신을 몰라!!” 사장의 손에 들려 있던 가짜 동전들과 옥 제품들이 바닥에 떨어졌다.옥으로 된 제품들은 땅바닥에 떨어졌는데도 깨지지 않았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짝퉁에 불과했던 것이다.“네 놈이 내가 어제 준 돈을 안 돌려주면, 당장 경찰에 신고하겠어.” 김상곤은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그는 속에서 천불이 나 폐가 터질 것 같았다.두 사람이 다투고 있는 와중에 갑자기 골동품 하나가 사장의 품속에서 떨어졌다.시후는 갑자기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는 땅바닥의 물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이 물건은 주먹만 한 하얀 조약돌이었고, 몽돌해변과 같이 조약돌이 있는 바다에서 볼 수 있는 조약돌처럼 회색이며 무광이었다.그러나 보통 조약돌과 조금 다른 점은 글자가 조각되어 있다는 것이다. 글씨체를 한눈에 보면 분명 수공예품이었다.이렇게 글자가 새겨진 돌들은 도처에 널려 있어 값이 비쌀 수 없어, 사장이 방금 진열해 놓지 않은 것도 당연했다.하지만 은시후는 오히려 기회를 놓치지 않고 조약돌을 자신의 손으로 쥐었다.그는 이 골동품에서 색다른 기운이 뿜어져 나오는 것을 느꼈다.시후는 이것이 모두 『구현보감』에 기록되어 있던 영기가 깃든 물건이라는 것을 깨달았다.영기란 신비한 에너지로, 사람의 기운을 좋게 만들고, 풍수에도 영향을 미칠
그 소리에 은시후는 짜증이 난 듯 미간을 찌푸리고 고개를 들어 목소리의 주인을 찾았다.흰 색 당의를 입고 검은 천 신발을 신은 전통 복장을 한 청년이 성큼성큼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다.비록 대낮이긴 했지만 그는 선글라스를 끼고 뒷짐을 진 채 건들거리는 걸음걸이로 당당해 보였다.그의 뒤에는 4~5명의 경호원이 따라다니고 있었는데, 경호원들은 상당히 예민하고 강해 보였기에, 옆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지레 겁을 먹고 자리를 피했다. “아~ 동오였구나!사장은 청년을 보자마자 곧 싱글벙글 웃으며 아첨을 떨었다. “오늘 온다고 미리 말 좀 하지 그랬어? 마중 나갔을 텐데.”“됐고! 잔말 말고 오늘 어떤 물건이 들어왔는지 구경이나 해보겠습니다.” 청년은 손을 내저었다. 그는 성큼성큼 걸어가서 시후가 손에 쥔 돌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고개를 들어 사장에게 물었다. “장 사장, 이 돌 좀 달아줘! 우리 아버지 서탁에 두면 딱 좋을 것 같구만?!”“아...” 주인은 얼굴에 억지웃음을 지었다. “그게.. 이 돌은 이미 이 사장님께 팔렸어. 이 돌은 종이 누르는 것 말고는 별로 쓸모가 없어서 더 좋은 물건을 보여줄게.. 저런 값어치 없는 돌이 뭐가 좋겠어? 최고의 물건을 사야 좋지.”은시후 그제서야 사장의 성이 ‘장’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보아하니, 이 청년과 안면이 있는 것 같았다.장사장의 입놀림은 정말 놀라울 지경이었다. 사람만 보이면 청산유수로 거짓말을 해댔기 때문이다.장사장은 VIP가 떠날까 얼른 플라스틱 옥 제품들을 꺼내어, 침방울을 사방으로 튀기며 말했다. “이게 왕후마마가 애지중지하던 물건인데.. 옥이 투명하고 잘 배합되어 있는 것 좀 봐봐.. 어제 산 찻잔보다 훨씬 좋은 거라고! 150에 가져가라!”김상곤은 말문이 막혔다. 대체 같은 제품을 몇 개나 가져와서 날강도 짓을 해대는 거야? “그런 헛소리는 집어치우고.” 진동오는 짜증이 나서 장사장을 옆으로 걷어차고, 화를 냈다. “난! 이 돌이 마음에 들었다고!!! 장사장
그러나, 장 사장에게 진동오는 조금 달랐다. 그는 재벌 2세로 태어날 때부터 돈을 손에 쥐고 자란 갑부였다. 장 사장은 그에게 미움을 사고 싶지도 않았고 골동품 거리의 규칙을 깨뜨리고 싶지도 않았기에 그저 시후에게 돌을 양보하라고 눈짓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시후는 일찌감치 장사장의 눈짓을 보았으나 아랑곳하지 않고 “줄 수 없습니다.”라고 덤덤하게 말했다.장 사장은 어찌 할 도리가 없으므로 땅에 앉아서 나지막하게 욕을 해댔다.“저 쓰레기 같은 놈들!”진동오는 화를 냈지만, 할 수 없이 곁눈질로 은시후를 한 번 훑어보았다. 그리고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이걸 5만 원 주고 샀다고 했죠? 그럼 내가 500만 원을 당신에게 줄 테니 나에게 넘기시죠!”구경꾼들은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와 함께 모두 시후를 바라보며 질투의 눈빛을 보냈다.5만 원으로 산 물건을 저 가격에 다시 팔 수 있다니, 이것은 분명 이득이 아닌가?! 재수도 좋지.김상곤도 마음이 좀 설레었다. 저 돈이면 분명 어제 본 손해를 만회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은시후는 고개를 들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아까 내가 안 팔겠다고 했는데, 말을 못 알아듣는 건가? 당신이 돈을 더 준다고 해도, 난 팔 생각이 없거든.”“너?!”진동오의 안색이 갑자기 변하더니 눈에 한 줄기 강렬한 빛이 스쳐 지났다.주위는 구경꾼들로 가득 찼다. 저 놈이 군중들 앞에서 단호히 거절한 지금 이 상황은 자신에게 너무나 쪽팔린 상황이 아닌가?“이 촌놈이 어디서 와서 날 놀리는 거야?” 진동오는 시후를 비웃으며 말했다. “역시 인간은 맞아야 정신을 차리지? 이 인사동 바닥에서 이 진동오의 눈에 든 물건 중 못 사가는 물건이 어디 있더라?” “오늘은 네가 안 판다면 팔게 만들어 줄게, 아마 팔게 될 걸?!”진동오는 말을 마치자 뒤에 서 있는 사내들에게 손을 까딱했다.그의 손짓에 경호원들이 갑자기 우르르 몰려와 은시후를 빙 둘러쌌다.주위 사람들은 일제히 당황하여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는 당장이라도 닌자들을 잡아 갈갈이 찢어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닌자들의 진짜 정체를 파악하지 못했다.배해산은 주위에 많은 정보통이 있었기 때문에, 배한빈이 집으로 돌아오기 전에 이미 이 일을 전해 들었다. 그는 배호영을 특별히 아꼈는데, 손자의 귀가 잘렸다는 소식에 분노가 극에 달해 서재 안에서 부술 수 있는 것은 모두 부수고 있었다.이 소리를 듣고 놀란 아내는 급히 남편에게 와 상황을 진정시키며 겨우 배해산을 막아 세웠다. 소식을 들은 후 아내는 방 안에 더 부술 물건이 남아나지 않은 것을 보고 배해산을 연신 때리며 울부짖었다. "어떻게든 우리 손자를 무사히 구해 와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나도 죽어버릴 거야!" 배해산은 이미 심란한 상태였는데, 아내가 자신을 더 자극하는 것을 원치 않아 불만스럽게 말했다. "알았어! 호영이는 당신 손자이기도 하지만 나의 손자이기도 해. 반드시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 아이를 구해 올 거야!" 아내는 다시 물었다. "정말이에요? 그들이 무자비하게 호영이를... 호영이를..." 아내는 말을 잇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배해산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그들은 돈을 원할 거야. 그들이 돈을 원한다면 호영이를 해치지 않을 거야." 아내는 다급히 덧붙였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그 놈들에게 반드시 복수해야 해요!" 노부부의 서재에서 난 소란은 곧바로 배호영의 어머니와 다른 페이셔스 그룹 사람들에게 전해졌다. 배해산은 이들에게도 사건의 상황을 숨기지 않고 설명했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난 배호영의 어머니는 그 자리에서 기절해 버렸고, 다른 가족들 역시 몹시 불안해했다. 평소 안락한 생활에 익숙했던 이들은 가족이 납치당하고 심지어 귀가 잘렸다는 소식에 한편으로는 화가 나고 한편으로는 두려움에 휩싸였다. 한동안 페이셔스 그룹은 온통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러나 아직 배한빈이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인터넷에는 또 다른 화제가 되는 영상이 올라왔다. 그 영상의 제목은 매
그 여자는 총을 들이대는 사람들 때문에 겁에 질려, 허름한 크로스백에서 떨리는 손으로 구겨진 피임약 상자를 꺼냈다.배한빈은 상자 위에 그려진 피임약 상자의 사진을 보고 얼굴이 더 어두워졌다. 그는 장난이라고 생각하며 차갑게 말했다. "그 개자식이 너한테 주라고 한 게 이거야?""네 맞아요.." 여자는 급하게 말했다. "그리고 그 사람이.. 당신에게 한마디를 전해달라고 했어요.."배한빈은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 "빨리 말해! 더 망설이면 당장 죽여버릴 거야!"여자는 온몸을 떨며 말했다. "그가 말하길.. 미안하지만 배한빈 씨, 시간이 촉박해서 적당한 용기를 구할 수 없었다고 하더군요.. 상자는 초라하지만 안에 있는 물건은 정말 소중하다고 했어요.."배한빈은 상자를 가져가려다 그 여자가 에이즈에 걸렸다는 생각이 들어 망설였다. 그는 여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상자를 땅에 내려놔!"여자는 순순히 상자를 땅에 내려놓았다. 배한빈은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오른손으로 그 상자를 조심스럽게 집어 들었다. 하지만 상자를 열어야 할 때가 되자, 그는 왼손으로 직접 상자를 열기가 꺼려졌다. 에이즈가 이런 접촉으로 전염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여전히 불안했다. 다행히 옆에 있던 그의 부하 중 한 명이 검은 장갑을 건네 주었다. 배한빈은 안심하며 장갑을 끼고 상자의 뚜껑을 열었다. 어두운 환경 탓에 상자 속 내용물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가벼운 물체가 들어 있는 듯했다. 그는 상자를 살짝 흔들어보다가 오른손으로 상자를 뒤집고 왼손으로 받쳤다. 그리고 그 안에 든 물건을 쏟아냈다. 갑자기 두 개의 물체가 그의 손바닥에 떨어지자, 배한빈은 그 모습을 확인하고는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며 물체를 바닥에 내던졌다. 그것은 바로 피투성이가 된 두 개의 귀였다.주변에 있던 여자들도 그 모습에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보디가드들도 충격을 받았고, 상자 안에 사람의 귀가 들어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배한빈은 몸을 가다듬고 가까이 다가가 귀를 확인한 뒤,
보디가드는 긴장한 채 말했다. "대표님, 그냥 가시기엔 너무 위험합니다. 제가 먼저 가서 그 여자가 이상이 없는지 확인해볼까요?""그럴 필요 없어..." 배한빈은 고개를 저었다. 아버지인 배해산이 이미 그렇게 하라고 명령한 상황에서 만약 다른 사람을 보내 여자를 확인하게 한다면, 혹시라도 이 소식이 아버지의 귀에 들어가 아버지가 자신에게 실망할 것이 두려웠다. 결국 배한빈은 마음을 굳히고 차 문을 열어 내려가 도로변에 서 있던 그 여자에게 다가갔다. 케딜락에서 중년 남자가 내려 자신들 쪽으로 걸어오자 여성들은 하나같이 환심을 사기 위해 아양을 떨며 윙크를 보냈다. 배한빈은 이 모습을 보고 속이 메스꺼워 온몸이 가려웠다. 하지만 그는 어쩔 수 없이 그 금발의 여자를 찾아가 손에 든 천 달러를 그녀의 옷깃 안으로 밀어 넣었다.주위에 있던 여자들이 깜짝 놀라며 감탄사를 쏟아냈다. 다른 여인들은 하루 종일 서 있어도 백 달러도 벌기 힘든데, 이 남자는 와서 바로 천 달러를 건넸기 때문이다. 그러자 금발 여자는 기뻐하며 말했다. "어머나, 당신이 바로 배한빈 씨인가요?"배한빈은 여자의 입에서 나는 악취에 놀라 한 걸음 물러나며 토할 것 같은 충동을 억누르고 물었다. "돈은 줬으니 이제 물건을 줘. 누가 나에게 뭔가를 주라고 하지 않았나?"여자는 기쁜 표정을 짓더니 이렇게 말했다. “그 사람이 날 속이려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좋은 일이 있을 줄은 몰랐어..” 그러자 그녀는 배한빈에게 다가와 갑자기 그를 세게 껴안고 입을 맞추었다!보디가드들은 여자가 배한빈에게 뭔가 위협을 가하는 줄 알고 총을 들고 차에서 뛰쳐나왔다.배한빈은 깜짝 놀라 그 여자를 밀쳐내고 입을 닦으면서 분노에 차서 외쳤다. "퉤퉤퉤! 이 미친 여자야?! 왜 키스를 하는 거야!" 그리고 배한빈은 여자의 팔에 바늘 자국이 가득한 걸 보고 더 크게 경악하며 얼굴이 창백해졌다. 배한빈은 끊임없이 침을 뱉으면서 자신을 털어내며 소리쳤다. "너 에이즈 환자 아니야? 혹시라도 에이즈
배한빈은 방금 받은 문자를 보고 다시 고개를 들어 길가에 서 있는 여자들을 살펴보았다. 그러자 금발에 앞니 두 개가 빠진 여자가 바로 자신이 탄 차의 창문을 두드려 겁에 질리게 했던 그 여자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상대가 에이즈에 감염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자 그는 메스꺼움을 느꼈고, 거의 구토를 할 뻔했다. 하지만 아들을 납치한 인물이 그 여자의 옷깃에 돈을 넣으라는 요구를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는 참을 수 없는 분노로 욕설을 내뱉었다. “사람을 가지고 놀잖아! 줄 게 있으면 그냥 내놓으면 되지, 왜 굳이 그 여자의 몸에 돈을 넣으라는 거야?” 경호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대표님, 또 문자를 받으셨습니까?” 배한빈은 창 밖에 있는 여자를 지긋지긋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이 개자식들이 그 여자한테 1000달러를 넣고 뭔가를 받으라고 하잖아! 정말 어이가 없군!” 경호원은 급히 말했다. “대표님, 제가 대신 가겠습니다. 저 여자는 아마 누군가로부터 1000달러를 받으라는 말을 들었을 테니, 누가 넣든 상관없을 겁니다.” “안 돼..” 배한빈은 즉시 말했다.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으니 내가 속임수를 쓰면 호영이에게 해를 입힐 수도 있다.” 경호원이 말했다. “하지만 대표님, 직접 가셔서는 안 됩니다. 만약 저 여자가 살인자이거나 몸에 폭탄이라도 지니고 있다면, 당신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이 말을 듣자 배한빈은 갑자기 무서워졌다. 혹시라도 이게 자신을 노린 함정이라면, 차에서 내리는 순간 자신의 목숨이 위험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는 자신의 아들이 생명의 위협에 처해질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또한, 만약 자신이 이 일을 따르지 않으면 아버지가 실망할 것이라는 사실도 그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배해산은 결단력이 강하고 과감한 성격을 가졌으며, 겁 많고 소심한 사람들을 싫어했다. 게다가 배한빈은 외아들이 아니었고, 두 명의 동생들이 늘 후계자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그러
배한빈의 차량 행렬이 브루클린에 진입했을 때, 많은 거리의 청년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브루클린에서는 갱단 보스만이 롤스로이스를 살 수 있지만, 그들의 차량 번호는 지역 갱단들이 이미 외우고 있었으므로 이 차량들이 외지에서 온 것을 단번에 알아챘기 때문이다. 몇몇 갱단 멤버들은 이 차량들을 보고 탐욕스러운 생각이 들었으나, 반대편에도 6대의 차량이 있는 것을 보고 이성을 되찾은 뒤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때, 배한빈의 차 안으로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이번에는 새로운 번호에서 라는 메시지가 왔다. 미국의 모텔은 가장 저급한 호텔로, 허름한 방과 치안이 나쁜 곳에 위치하고 관리가 소홀한 것이 특징이다. 모텔에 숙박할 때는 신분증을 제시할 필요가 없으며, 차를 주차한 뒤 현금을 내고 방 열쇠를 받는다. 모텔 주인도 신경 쓰지 않고 돈만 받을 뿐, 손님의 신분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그래서 이곳에는 도망자, 매춘부, 마약 중독자들이 모이기 마련이었다. 배한빈은 상대방이 이런 곳을 만남 장소로 정한 것에 놀랐고, 상대의 번호를 정보팀에 전달해 위치를 추적하도록 했다. 그러나 상대방이 또 다시 전화를 꺼버려, 추적은 실패로 끝났다. 결국 배한빈은 꺼림칙한 마음에도 불구하고 월튼 모텔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이 모텔은 노스 브루클린 외곽에 위치했다. 호송대가 모텔에 도착하자마자, 입구에는 최소 7~8명의 여성들이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서 있었다. 이 여성들은 남자가 운전하는 차가 보이면 손을 흔들며, 남성 운전자들은 차를 세우고 창문을 내리고 간단한 대화를 나누었다. 대화의 내용은 주로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지와 그에 대한 비용에 관한 것이었다. 합의가 되면 여성들은 남성의 조수석에 타거나 모텔 방으로 함께 들어가 거래를 진행했다. 배한빈은 주변 환경을 보며 혐오감을 느꼈고, 그때 몇몇 여성들이 그들의 차량을 발견하고 다가왔다. 비록 대부분은 자신들이 롤스로이스 차주에게 선택 받지 않을 것
브루클린은 한때 뉴욕에서 가장 유명한 빈민가였다. 현재는 상황이 많이 개선되었지만 여전히 뉴욕에서 가장 혼란스럽고 치안이 나쁜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북부 브루클린은 흑인과 히스패닉 인구가 많아 뉴욕의 각종 갱단의 인력이 공급되는 주요 근원지였다. 이곳의 많은 청소년들은 12~13살에 이미 총을 들고 거리를 활보하며 갱단의 예비병으로 활동한다. 그리고 14~15살 정도가 되면 싸움을 일삼거나, 절도, 강탈 등 악행을 서슴지 않기도 한다. 그렇다 보니 이곳의 치안 상태는 매우 열악해서 길거리에서 젊은 남성 10명을 무작위로 골라봐도 총이 11자루 정도 나올 정도이고, 평소에 일반 시민은 물론, 경찰조차 순찰을 꺼리는 지역이다.핫토리 카즈오가 시후의 요구에 따라 배한빈을 이곳 브루클린으로 부른 이유이기도 했다. 배한빈은 메시지를 보고 급히 말했다. “아버지, 누군가 제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호영이의 행방을 알고 싶다면 브루클린으로 오라고요!” 배해산은 이 말을 듣고 책상을 탁 치며 분노했다. “가! 당장 준비해! 그리고 전화번호를 정보 부서에 넘겨서 이 번호의 위치를 즉시 추적하게 하고!” 배한빈은 잠시 망설이며 물었다. “아버지, 제가 가야 합니까?” “당연하지!” 배해산은 말했다. “네가 안 가면 내가 가야 한다는 말이냐?” 배한빈은 다소 불안하게 말했다. “브루클린은 치안이 너무 나쁘고, 저는 이게 함정일까 봐 걱정이 됩니다...” 배해산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걱정할 것 없다. 넌 그냥 가기만 하면 돼. 무술가들을 모두 데리고 가고, 보디가드 두 팀을 붙여 너를 비밀리에 보호하도록 해. 이 정도 상황이면 특수부대라도 너를 납치하지 못할 거다!” 배한빈은 아버지의 확고한 태도에 따라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구체적인 주소를 물어보겠습니다.” 그는 전화번호를 페이 가문의 정보팀에 넘기면서 메시지를 답장했다. 하지만 메시지를 보낸 후로는 아무런 답장이 없었다
핫토리 카즈오는 이 말을 듣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는 바보가 아니었기에, 시후의 말 속에 담긴 뜻을 이해했다. 순간, 그의 마음가짐이 180도 바뀌었다. 그는 처음에 이가 가문이 페이셔스 그룹의 복수로 인해 모두 죽게 될까 두려웠다. 그러나 이제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무모해 보이는 도전도 성공만 한다면 큰 보상을 얻을 수 있다는 것.’ 이렇게 생각하자, 그는 점점 흥분되기 시작했고, 입이 저절로 떨어졌다. “은 선생님, 필요한 일이 있으시면 무엇이든 말씀만 하십시오. 목숨을 걸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시후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좋아, 그 자세 마음에 드는군!” 그리고 나서 시후는 핫토리 카즈오에게 자신의 요구 사항을 자세히 전달했다. 핫토리 카즈오는 불안하기는 했지만 주저 없이 말했다. “은 선생님, 걱정 마십시오. 반드시 임무를 완수하겠습니다!” 시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성도민에게 말했다. “성도민 씨, 나는 지금 프로비던스로 돌아가야 합니다. 이곳에 남은 일은 핫토리 카즈오와 협력해서 전부 해결하도록 하세요. 내일 다시 오죠.” 성도민은 공손히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몇 분 후, 헬리콥터가 별장에서 이륙하여 프로비던스로 향했다. 한편, 뉴욕 전역에서는 배호영의 행방을 찾기 위해 수만 명이 동원되었다. 하지만 그들은 아무리 머리를 짜내며 단서를 찾아도, 여전히 아무런 성과도 없었다. WF 호텔에서 출발했던 쓰레기차는 마치 증발해버린 것처럼 흔적도 남아 있지 않았다. 시간이 갈수록 페이셔스 그룹 사람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져만 갔다. 배해산은 평소 아들인 배한빈에게는 매우 엄격했지만, 손자 배호영에게는 무척 관대하고 애정을 가득 쏟았다. 배호영이 납치된 후 아무런 소식이 없자, 배해산은 배한빈을 서재로 불러 따져 물었다.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 이렇게 시간이 지났는데, 왜 아직도 아무런 소식이 없는 것이냐 말이다!” 배한빈도 난
배호영은 시후의 눈에 숨김없는 살의가 가득 찬 것을 보고,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극도의 공포를 느꼈다! 그는 퍽 소리를 내며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눈물을 흘리며 애원했다. “은 선생님... 저는 그저 젊은 혈기로 잠시 이성을 잃었을 뿐입니다... 저희 페이셔스 그룹이 그래도 미국에서 꽤나 잘 나가는 집안인데, 제발 이번 한 번만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필요하신 돈이 얼마든 말씀만 하시면, 저희 아버지께서 반드시 만족시켜 드릴 겁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 시후는 그의 연극이 지겨워 차갑게 말했다. “배호영, 정말 돈이면 모든 게 다 된다고 생각하나? 너희 증조할아버지께서도 돈이 그렇게 많았지만, 결국 그룹 내에서 자리를 지키지 못했지 않나? 내가 분명히 말해두는데, 너 하나의 목숨과 바꾼다고 해도, 나는 페이셔스 그룹의 모든 자산을 거부할 거다! 성인이라면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지. 너 뿐만 아니라 네 아버지와 할아버지까지도 너의 행동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 원래 자식의 잘못은 부모에게서 비롯된 것 아니겠어?”배호영은 본능적으로 반문했다. “넌 페이셔스 그룹의 복수가 두렵지도 않나?! 나의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내가 죽은 걸 알면, 페이셔스 그룹 전부를 동원해서라도 반드시 복수할 거다!” “네 아버지와 할아버지..?” 시후는 이를 듣고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사실을 말해주지. 너희 증조할아버지 배원중과 너희 사촌 배유현은 지금 내 사람들의 보호를 받고 있다. 그래서 나는 너 뿐만 아니라 네 아버지와 할아버지도 끝장을 낼 생각이야.. 만약 네 증조할아버지가 미국으로 돌아올 기회가 생긴다면, 그가 네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그냥 둘 것 같아? 그가 그들을 용서하겠다고 한다면, 난 그를 용서하지 않을 거다!” 배호영은 그 말을 듣고 극도의 공포에 휩싸였다. 그는 꿈에서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토록 찾으려 했던 증조할아버지와 사촌이 시후의 손아귀에 있을 줄이야! 그 순간, 그는 비로소 시후가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 깨달았다.
바닥 위에는 두 개의 피 묻은 귀가 뚜렷하게 보였고, 배호영은 온 힘을 다해 두 귀를 감싸며 고통스러워 소리쳤다. 그의 손가락 사이로 피가 끊임없이 흘러나와 참혹하기 그지없었다.이때 성도민은 손짓으로 신호를 보내며 말했다. “상처를 처리해 줘.” 부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지혈용 약병을 꺼내 배호영의 상처 부위에 소독약을 뿌렸다. 성도민은 핫토리 카즈오에게 다시 말했다. “바닥에 있는 걸 주워서 화장실로 가서 깨끗이 씻어. 아직 쓸 일이 있다.” 핫토리 카즈오는 거부하지 못하고 재빨리 바닥에 떨어진 두 귀를 주워 화장실로 가서 물로 씻어냈다. 이때, 한 대의 헬리콥터가 이곳 건물의 빈 공간에 착륙했다. 시후는 혼자 헬리콥터에서 내렸고, 곧 블랙 드래곤의 한 병사가 다가와 공손히 말했다. “은 선생님, 리더는 지하실에 있습니다. 함께 가시죠.”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병사의 안내를 따라 별장 지하실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성도민이 방 중앙에 서 있었고, 배호영은 두 귀를 잘린 채 고통에 몸을 떨고 있었다. 성도민은 시후가 온 것을 보고 즉시 공손하게 말했다. “은 선생님!”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배호영을 바라보고 냉소하며 말했다. “배호영 씨, 또 만났군요.” 배호영은 그제야 시후를 보고, 귀에서 밀려오는 고통을 잊은 채 경악하여 말했다. “당... 당신은 그 풍수사 아니야?!” 시후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왜? 날 보니 놀랍습니까?” 배호영은 혼란스러워하며 소리쳤다. “도대체 누구야?! 왜 블랙 드래곤에게 나를 여기로 끌고 오라고 했어?! 왜 내 귀를 잘라버렸지?! 대체 왜 그러는 거야?!” 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이유가 뭐 그리 많겠어? 네가 마음에 안 드니까. 그거면 되지 않나?” 배호영은 분노에 차서 외쳤다. “나랑 아무런 원한도 없잖아! 이런 짓을 하는 이유가 뭐야?! 우리 페이셔스 그룹이 복수할까 봐 두렵지도 않나?!” 시후는 그를 바라보며 점점 차가운 눈빛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