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뚱한 사내는 그를 한 번 힐끗 보고 나서 고풍스러운 무늬가 새겨진 나무상자를 탁자 위에 놓았다.상자가 열리자, 투명하고 부드러운 에메랄드 빛을 띄고 있는 작은 병이 드러났다. 병을 밖으로 꺼내자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응접실이 따뜻한 분위기로 가득차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진원호의 눈빛이 반짝였다.송민정이 고개를 돌려 백 선생에게 물었다. “백 선생님, 어떤 것 같으세요?”백 선생은 잠시 물건을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진품으로 보입니다. 로마제국에서 만들어서 우리나라로 들어왔다고 들었는데.. 정말 보존이 잘 되었습니다.. 빛깔이 참 곱군요.”송민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번엔 고개를 돌려 시후에게 물었다. “은 선생님께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진짜가 맞는 것 같아요?”시후는 시큰둥하게 입을 열었다. “저건 가짜인 것 같습니다만...?”백 선생은 콧방귀를 뀌며 말을 끊었다. “젊은 놈이 간도 크구먼,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함부로 거짓말을 지껄이다니?!”이태형 옆에 있던 배강민도 눈을 크게 뜨며 물건을 다시 한 번 살펴보았다. “제가 한 번 만져봐도 되겠습니까?”그러자 뚱뚱한 사내는 그를 비웃으며 말했다. “어르신, 지금 농담하십니까? 평범한 물건들도 한 번 내놓으면 감정할 때는 손도 못 대게 하는데, 이런 물건이 손을 타는 건 용납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만져보다가 깨지기라도 한다면요?”잠시 멍하니 고민하던 배강민은 “나도 좀 갑작스러워서..”그는 말을 마치고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며 글라스를 자세히 보았다. 그리고는 “이 물건이 정말 기원전 3세기 정도 만들어진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사람의 마음을 진정시키는 영기가 있다는 말은 사실인 것처럼 보이는구먼..”이 말을 들은 사람들의 마음이 갑자기 뜨거워졌다.그들에게 있어 이 물건에 무슨 역사가 담겨있느냐는 사실 전혀 중요치 않았다. 그저 중요한 것은 이 물건이 자신들에게 이후 어떤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백 선생은 “어르신도 정말 안목이 뛰어나신
“물론이지! 말해보게!”백 선생은 그를 비웃으며 “이런 사기꾼들이 평소에 사람들을 어떻게 속이는지 나도 한 번 보고 싶구먼.”라고 말했다.은시후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전 사실, 사기극을 별로 폭로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요청하시니.. 거절할 수 없네요.”“사기극? 이 자식이.. 우리가 다 잘못 봤단 말이야?”차가운 풍채의 배강민이 갑자기 한 쪽 입꼬리를 올리며 피식 웃었다.은시후는 그를 한 번 쳐다보았다. “이곳에서 특히 당신이 제일 어리석었지요...”“뭐? 이 자식이? 죽고 싶어?” 배강민이 발끈해 말했다.은시후도 그를 상대하지 않고 말했다. “이 글라스는 정말이긴 합니다. 사기꾼들이 양심이 있는 셈이죠.”“하지만, 이건 뭐 기원전 3세기경에 만든 오래된 유리도 아니고, 색깔만 비슷하게 만들어 둔 가짜에 불과합니다. 그냥 시장 바닥에서 살 수 있는 그런 유리병에 불과한 것이지요.”“헛 참.. 헛소리도 정말 정성스럽게 하는구나.. 저 영롱한 에메랄드 빛이 안 보이는가?” 나이 든 어르신들은 끊임없이 시후를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은시후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저 색은 유리에 함유된 성분으로 인한 것인데, 그저 눈속임을 위해 열심히 섞은 것일 뿐, 뭐.. 별 거 없습니다.”“그렇다면, 우리가 느끼는 이런 훈훈한 분위기는? 무엇 때문이란 말인가?” 진원호가 얼굴을 찌푸리며 다급히 물었다.은시후가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 “이것은 기술적으로 더더욱 가치가 없습니다. 자세히 보면 너무나 완벽해 보여서 사실 저는 더 의심이 갔지요. 따사로운 분위기는 심리를 이용한 환상적인 효과일 뿐.. 만약 저 분위기를 사라지게 만들고 싶다면 간단히 살짝 불에 그을려 보면 됩니다.”“이 새끼! 네가 감히..!! 무슨 망언을 하는 거야?!” 뚱뚱한 사내는 탁자를 치며 일어섰다.이태형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그럼 물건을 좀 꺼내서 불을 좀 피워볼까요?” 그리고는 뚱뚱한 사내를 보며 입을 열었다.사내는 온
그러자 은시후는 “어이, 여기서 말을 안 하면 그냥 넘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여기는 서울이라고! 너희에게 속은 사람들은 대부분 부자이거나 돈이 굉장히 많은 사람이지 않나? 손만 까딱해도 이 서울바닥에서 매장되는 건 일도 아닐 텐데.. 내가 충고하나 할까? 눈치가 있다면 당장 진실을 털어 놓는 게 좋을 거야. 만약 그렇지 않으면, 아무도 널 구해주지 못할 걸?”송민정은 은시후가 지금 심리전을 펼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바로 그의 말에 힘을 실어주었다. “감히 우리 이룸 그룹을 속이려 들었다면 그 죄가 가볍지 않을 텐데요?”뚱뚱한 사내는 놀라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이룸 그룹의 높은 인지도와 그들이 시장에서 끼치는 영향력은 익히 알고 있는 바였다. 하지만.. 만약 송민정 대표를 화나게 한다면 자신은 아마 이 서울 바닥에서 죽은 목숨인 것이다!그러자 그는 다급하게 외쳤다. “그.. 그게.. 이 일은 제가 혼자 꾸민 것이 아니라요.. 백! 백 선생님!! 절 좀 도와주십시오~!! 선생님과 함께 도모한 일이 아닙니까!! 그러니 용서해주십시오!”백 선생은 갑자기 안색이 바뀌며, “너...네 놈이 대체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네가 감히 이룸 그룹의 머리 꼭대기에서 놀아나려다 일이 원하는 대로 안 돌아가니 나에게 누명을 씌우는 것 아니냐? 목숨이 아깝지 않은 모양이지?!”라고 소리쳤다. 그리고는 주머니에서 칼을 꺼내 들고 이내 사내에게 달려들었다.뚱뚱한 사내는 노발대발하며 욕을 해댔다. “이건 뭐 책장 넘기는 것보다 빠른 손절이구만?! 분명히 당신이 나에게 이룸 그룹의 돈이 들어오는 것은 네 입에 달려있다고 했잖아! 영감님이 괜찮다고 하면 이 물건은 반드시 팔린다고 했는데, 왜 영감남이 날 해치려 드는 거야!!”송민정은 두 사람을 싸늘하게 보다가 은시후에게 “선생님 앞에서 웃음거리가 되었군요. 오늘 선생님께서 저와 함께 동행해 주셔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먼저 일어나시죠.”은시후는 “그럴까요? 돌아가시죠?”라며 고
시후의 옆자리에 앉은 송민정의 표정은 냉혹했다.그녀의 입장에서는 오늘 일이 분명 가족 중에 자신의 이야기를 떠벌리고 다니는 배신자가 생겼다는 것을 깨닫게 했기 때문이다. 그 사기꾼들은 이미 그녀를 매우 화나게 만들었으며, 더욱 화가 나는 사실은 배 선생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망신 주려 했다는 것이다.만약 오늘의 일에 자신이 속기라도 했다면, 그들은 돈을 벌고 도망갔을 것이다. 그 일이 일어난 후에 송민정이 그들에게 속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자신의 체면이 구겨질 뿐만 아니라, 이룸 그룹의 체면도 함께 구겨지게 될 것은 뻔했다!하지만, 다행히도 시후가 현장에 있었기에 제때에 자신과 그룹의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그래서 그녀는 감사의 표시로 글로브 박스에서 카드를 꺼내 은시후에게 주었다. “은 선생님, 이 카드에 1억이 들어있습니다. 비밀번호는 4자리고요. 6538입니다. 저의 작은 성의입니다.말을 하는 동안 그녀는 속으로 탄식했다. ‘이 은시후라는 사람은 그래도 꽤 재주가 많아 보여.. 그런데 왜 자신의 능력은 제대로 쓸 생각을 안 하고 안일하게 아내의 집안에 얹혀사는 걸까? 분명 저 재주로 골동품 감정 작업을 한다면 몇 년만 일해도 많은 돈을 모아 사업을 할 수 있을 텐데..?’시후는 그녀의 손에 들려 있는 카드를 보고는 약간 망설였다.1억 원이면 적은 돈은 아니었지만, 이룸 그룹의 막내딸에게 그렇게 큰 돈은 아니겠지.은시후도 사실 이 정도는 거들떠보지도 않을 적은 돈이었다. 할아버지께 받은 자신의 카드에는 여전히 엄청난 액수의 돈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저 돈을 받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하지만 또 다르게 생각해보면 다른 사람들이 알고 있는 자신의 정체는 수 조의 가치가 있는 엠그란드 그룹 회장이 아니라, 그저 가난한 집안의 데릴사위일 뿐이었다. 그렇기에 데릴사위라는 사람이 1억을 보고도 흥미가 없게 된다면 당연히 의문이 생길 것 같아 덥석 카드를 받아 쥐었다. “감사합니다. 송 대표님.”송민정은 빙
시후는 힘이 쭉 빠졌다. 낮에 그 귀한 고려 청자를 깨뜨려 그렇게 고생을 해놓고, 이 영감탱이는 자신이 나간 틈을 타 또 골동품 거리로 갔던 건가?이게 바로 똥 누러 갈 적 마음 다르고 올 적 마음 다르다는 그 말과 다른 것이 무엇인가?김상곤은 너털웃음을 지으며 “에이.. 내가 그만한 돈이 어디 있었겠냐? 내 말인즉슨~ 이 잔이 1억의 가치가 있다는 거지! 내가 얼마에 샀는지 알아맞혀 봐라.”유나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5천만 원?”이라며 떠보았다.“아니다. 다시 맞혀보거라!”라며 김상곤은 손을 내저었다.“3천만 원?”“아직 아니다.”옆에 있던 시후는 청자 잔을 보더니 가짜라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이 물건이 만 원 정도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그러자 김상곤은 더 이상 뜸을 들이지 않고 “하하하, 내가 이 잔들을 단돈 5만 원에 모셔왔어! 대단하지 않냐?”김상곤은 너털웃음을 지으며 얼굴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설마, 이 잔이 정말 5만 원 밖에 안 든다고요?” 유나는 깜짝 놀라며 아버지를 째려보았다.장모도 인기척을 듣고 부엌에서 나와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 잔이 이렇게 값 비싼 거야? 짝퉁이 아니고?”김상곤은 “아니야~ 짝퉁은 무슨? 헛소리를 하고 있어? 잔 파는 사람이 시세도 몰라서 내가 따로 사람을 불러서 물어봤는데 이 물건이 진짜라고 하는 거야! 하하하.”이라고 말했다.“그래요?” 조심스럽게 잔을 든 장모는 이리 저리 둘러보며 함박웃음을 지었다.시후는 곁에서 맞장구를 쳤지만, 얼굴에 자신도 모르게 썩소가 지어졌다.그는 이 두 개의 컵이 가짜라는 것을 진작부터 알아차렸으나, 모처럼 노인이 이렇게 기뻐하는 것을 보고 그는 사실을 폭로하지 않았다.김상곤은 그저 들떠서 싱글벙글하며 말했다. “이 잔은 다른 물건들과 세트란 말이지, 그래서 내일 남은 것들을 내가 사겠다고 했어! 만약 세트로 사면 가치가 몇 배로 올라간다고 그 사장님이 그랬거던! 운만 좋으면 10억 빚도 다 갚을 수 있을 거야.”
다음 날 아침, 시후는 장인어른을 이끌고 일찌감치 차를 몰아 골동품 거리로 왔다.장인어른은 상쾌한 기분으로 차에서 내리자마자 시후에게 손짓하며 말했다. “자, 가보자 요즘 말로 ‘줍줍’이 뭔지 알려주마.” 그는 말을 마치자 골동품 거리로 성큼성큼 발을 내딛었다.오늘 같은 주말이면 골동품 거리는 평소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골목 양쪽은 상가들로 빽빽했고, 주말에는 전통 공예품들과 마켓이 함께 열려 거리 전체가 사람들로 북적이었다.많은 노점상들이 매대에 갖가지 골동품과 공예품들을 진열해 놓고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시후가 훑어보니 진품은 거의 보이지 않았고, 카피 제품들이 대부분이었다.관광객들은 짝퉁 제품이라도 큰 이득을 봤다며 싱글벙글 웃음 짓고 있었다.“바로 여기다!” 김상곤은 발걸음을 멈추고 간이 노점 앞에 서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부스에는 몇몇 관광객들이 골동품을 고르고 있었고, 김상곤은 뒤처질 세라 서둘러 군중 속을 비집고 들어갔다.시후가 한 번 훑어보니, 흙 묻은 골동품, 동전, 찻잔, 팔찌, 서예품 등을 팔고 있었다.물건들은 겉으로 봐서는 진짜 같아 보였지만 시후는 그냥 둘러보기만 해도 짝퉁임을 알아차렸다.매대의 주인은 피부가 까무잡잡하고 마른 남자로, 파란색 점퍼에 어수룩한 모습이었다.“사위, 여기 좀 보게.” 김상곤은 들뜬 얼굴로 시후에게 오색찬란한 주전자를 가리켰다. “내가 저것만 함께 사면 한 세트가 되는 거야!!! 그리고는 가격이 두 배로 뛸 걸세!”시후가 물건을 들고는 사장에게 물었다.“이건 얼마예요?”사장은 무서운 눈으로 노려보며 “우리, 아버지께서 300만 원에서 조금이라도 부족하면 팔지 말라고 했습니다.”김상곤은 사장의 말을 듣고 싱글벙글하며 시후에게 말했다. “이 사장님은 이 물건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몰라. 우리 빨리 다른 사람이 사지 않도록 꼭 사야 한다고!” 그리고는 김상곤은 부랴부랴 지갑을 열었다.바로 이때 시후는 민첩하게 그의 손을 잡고 웃으면서 “아버
“아이쿠.. 사장님.. 제가 오늘 급하게 집에서 나오느라, 물건을 잘못 들고 왔나 봅니다.”“잘못 가져왔다고?” 은시후는 웃으며 또 다른 물건의 밑바닥을 손으로 후벼냈다. “여기에 쓰여 있는 ‘made in china’도 잘못 들고 온 것인가?” “전 모르는 일이에요. 전 그냥 집에 있는 물건들을 가지고 나왔을 뿐이라고요!” 사장은 자신이 사람들을 속였다는 사실을 들키자 장사를 안 하고, 짐을 싸며 빠르게 달아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김상곤은 완전히 정신을 차렸다. 하마터면 멍청한 원숭이 취급을 당할 뻔했잖아?그는 주인을 붙잡고 소리를 질렀다. “이 사기꾼 놈아! 내 돈 돌려줘!!”“돈이라니? 난 당신을 몰라!!” 사장의 손에 들려 있던 가짜 동전들과 옥 제품들이 바닥에 떨어졌다.옥으로 된 제품들은 땅바닥에 떨어졌는데도 깨지지 않았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짝퉁에 불과했던 것이다.“네 놈이 내가 어제 준 돈을 안 돌려주면, 당장 경찰에 신고하겠어.” 김상곤은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그는 속에서 천불이 나 폐가 터질 것 같았다.두 사람이 다투고 있는 와중에 갑자기 골동품 하나가 사장의 품속에서 떨어졌다.시후는 갑자기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는 땅바닥의 물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이 물건은 주먹만 한 하얀 조약돌이었고, 몽돌해변과 같이 조약돌이 있는 바다에서 볼 수 있는 조약돌처럼 회색이며 무광이었다.그러나 보통 조약돌과 조금 다른 점은 글자가 조각되어 있다는 것이다. 글씨체를 한눈에 보면 분명 수공예품이었다.이렇게 글자가 새겨진 돌들은 도처에 널려 있어 값이 비쌀 수 없어, 사장이 방금 진열해 놓지 않은 것도 당연했다.하지만 은시후는 오히려 기회를 놓치지 않고 조약돌을 자신의 손으로 쥐었다.그는 이 골동품에서 색다른 기운이 뿜어져 나오는 것을 느꼈다.시후는 이것이 모두 『구현보감』에 기록되어 있던 영기가 깃든 물건이라는 것을 깨달았다.영기란 신비한 에너지로, 사람의 기운을 좋게 만들고, 풍수에도 영향을 미칠
그 소리에 은시후는 짜증이 난 듯 미간을 찌푸리고 고개를 들어 목소리의 주인을 찾았다.흰 색 당의를 입고 검은 천 신발을 신은 전통 복장을 한 청년이 성큼성큼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다.비록 대낮이긴 했지만 그는 선글라스를 끼고 뒷짐을 진 채 건들거리는 걸음걸이로 당당해 보였다.그의 뒤에는 4~5명의 경호원이 따라다니고 있었는데, 경호원들은 상당히 예민하고 강해 보였기에, 옆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지레 겁을 먹고 자리를 피했다. “아~ 동오였구나!사장은 청년을 보자마자 곧 싱글벙글 웃으며 아첨을 떨었다. “오늘 온다고 미리 말 좀 하지 그랬어? 마중 나갔을 텐데.”“됐고! 잔말 말고 오늘 어떤 물건이 들어왔는지 구경이나 해보겠습니다.” 청년은 손을 내저었다. 그는 성큼성큼 걸어가서 시후가 손에 쥔 돌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고개를 들어 사장에게 물었다. “장 사장, 이 돌 좀 달아줘! 우리 아버지 서탁에 두면 딱 좋을 것 같구만?!”“아...” 주인은 얼굴에 억지웃음을 지었다. “그게.. 이 돌은 이미 이 사장님께 팔렸어. 이 돌은 종이 누르는 것 말고는 별로 쓸모가 없어서 더 좋은 물건을 보여줄게.. 저런 값어치 없는 돌이 뭐가 좋겠어? 최고의 물건을 사야 좋지.”은시후 그제서야 사장의 성이 ‘장’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보아하니, 이 청년과 안면이 있는 것 같았다.장사장의 입놀림은 정말 놀라울 지경이었다. 사람만 보이면 청산유수로 거짓말을 해댔기 때문이다.장사장은 VIP가 떠날까 얼른 플라스틱 옥 제품들을 꺼내어, 침방울을 사방으로 튀기며 말했다. “이게 왕후마마가 애지중지하던 물건인데.. 옥이 투명하고 잘 배합되어 있는 것 좀 봐봐.. 어제 산 찻잔보다 훨씬 좋은 거라고! 150에 가져가라!”김상곤은 말문이 막혔다. 대체 같은 제품을 몇 개나 가져와서 날강도 짓을 해대는 거야? “그런 헛소리는 집어치우고.” 진동오는 짜증이 나서 장사장을 옆으로 걷어차고, 화를 냈다. “난! 이 돌이 마음에 들었다고!!! 장사장
이 시점에서 배유현은 확실히 강경한 태도를 보이며 회장의 위엄을 세워야 했다. 하지만, 혼자서 이사회 전체와 맞서는 것은 그녀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왔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이때 시후가 입을 열었다. “제 기억으로는 대부분의 그룹에서 주식 보유 비중과 투표권이 비례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주식의 10%를 보유하면 그에 상응하는 10%의 투표권을 가지게 되고, 51%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면 투표권도 51% 이상이 되어 이론적으로 절대적인 주주가 되는 것이죠, 그렇죠?”배유현은 급히 대답했다. “맞습니다, 은 선생님. 그렇습니다.”시후는 다시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재벌그룹의 경우, 사업이 다양하고 주주가 많으며 상장 후 공개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주식을 발행하기 때문에 많은 그룹에서는 최대 단일 주주의 지분이 고작 20~30% 정도 됩니다. 맞죠?”배유현은 솔직히 답했다. “네. 대부분의 상장 기업들이 그렇죠. 예를 들어, 시총이 2조 달러가 넘는 애플의 경우, 최대 주주인 뱅가드 그룹의 지분 비율이 고작 7% 정도이니까요.”시후는 말했다. “그래서 이런 경우에는 반드시 AB 주식 제도를 도입해야 하는 겁니다. 다른 주주들의 지분을 빼앗지 않으면서 그들의 의결권을 가져와야 하는 거죠. 51% 이상의 절대적인 지분을 확보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51% 이상의 의결권은 손에 넣어야만 다른 사람들이 당신의 기반을 흔들 수 없도록 만드는 겁니다.” 이어 시후가 덧붙였다. “기억하세요. 오늘은 주주들이 당신을 가장 두려워하는 날입니다. 당신이 오늘 그들에게 대가를 치르게 하든 아니든, 시간이 지나면 그들이 당신에 대한 두려움은 점점 줄어들 겁니다. 그러니 반드시 이 기회를 붙잡아야 한다는 걸요.”배유현은 이 말을 듣고 깨달음을 얻었다. 시후의 말이 옳았다. 지금 이사회의 멤버들은 죄를 짓고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용의자들처럼 두려워하고 있을 것이었다. 그들 스스로도 벌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을 때
배유현은 한 번에 페이셔스 그룹의 모든 고민들을 해결했지만, 인터넷에서는 새로운 영상 증거들이 속속 공개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 증거의 주인공은 더 이상 배호영이 아니라, 허드슨강에서 참혹하게 발견된 뉴욕의 재벌들과 귀족 자제들이었다.이 소식은 곧 전 세계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사람들의 관심은 순식간에 페이셔스 그룹에서 이 재벌가들로 옮겨갔다. 그리고 재벌가들은 가족 구성원의 비극적인 죽음을 슬퍼할 겨를도 없이, 대중의 분노를 어떻게 잠재울지에 대한 고민으로 골머리를 앓게 되었다.비록 배유현이 이미 그들에게 모범적인 해결책을 보여주었지만, 그녀의 해결책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비싼 것 같았다. 돈을 목숨보다 더 소중히 여기는 이 재벌가들은, 피해자 가족 한 명당 1억 달러의 배상금을 제공하는 일을 죽어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그들에게 이 정도의 배상금을 내놓는 것은 목숨을 내놓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운 일이었다.그러나 이 모든 문제는 이제 배유현이 고민해야 할 일이 아니었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 그녀는 바로 시후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가 연결되자마자 그녀는 매우 공손하게 물었다. “은 선생님, 페이셔스 그룹의 기자회견을 보셨나요?”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봤습니다.”배유현은 급히 물었다. “제가 제시한 해결책은 마음에 드셨나요?”시후는 진지하게 말했다. “이미 충분히 잘 처리했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의 완벽한 처리 덕분에 페이셔스 그룹은 곧 배호영 사건의 어두운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네요.”배유현은 시후의 칭찬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동시에 약간의 쑥스러움을 느꼈다. 그러자 그녀는 시후에게 말했다. “은 선생님, 인정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피해자에 대한 자료들을 확인하고 배상금을 지급하겠습니다.”“좋습니다.” 시후는 잠시 멈추고 그녀에게 물었다. “이제 페이셔스 그룹의 정식 회장이 되었으니,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요?”배유현은 말했다. “최근에는 두 가지 일만 계획하고
시후는 계속해서 말했다. “예전에 들은 소문이 있는데, 얼마 전에 배원중 전 회장과 배유현 씨가 함께 실종되었을 때, 인터넷에서는 그들이 분명히 배해산에게 해를 당했을 거라고들 했어요. 하지만 지금 보니, 그때 아마 그들이 어딘가 숨어 있다가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 주도권을 되찾은 것 같아요. 이렇게 보면, 제니퍼 씨... 아, 아니, 배유현 씨가 갑자기 떠나고 연락이 끊긴 것도 설명이 되죠. 아마 그 당시 추격을 피하느라 연락도 못 한 것 같아요.”유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가라앉았던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그래서 그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그런 거라면, 배유현 씨도 참 힘든 시간을 보낸 거겠네요....”시후는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그러니 당신도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아요. 그녀가 지금 페이셔스 그룹의 회장이 된 이상, 이제 더는 걱정할 일은 없을 거예요. 아마 곧 연락해서 직접 상황을 설명할 지도 모르고요.”유나는 약간 주눅 든 표정으로 말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그녀가 나에게 연락하는 게 좀 두려워요....”시후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왜요?”유나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그녀는 이제 재벌가의 아가씨일 뿐만 아니라, 그 가족의 회장이 되었잖아요. 그런 그녀와 비교하면, 나는 너무 평범해서 친구를 맺을 자격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내가 어떻게 그런 사람의 친구가 될 수 있겠어요..”시후는 진지하게 말했다. “여보,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을 과소평가하지 말아요. 내 눈에는 당신이 그 누구보다도 뛰어나니까요.” 이렇게 말한 뒤 그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 “그리고 말이죠, 당신은 그녀가 재벌가의 아가씨라서 닿을 수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녀는 오히려 당신이 ‘은 선생님’의 아내라서 자신이 당신에게 못 미친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유나는 시후가 자신을 기분 좋게 하려고 농담을 한다고 생각하며, 웃으며 맞받아쳤다. “사람들이 당신을 선생님이라고 부른다고,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도 된
유나는 대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할아버지에 의해 시후와의 결혼을 하기로 결정되었고, 결혼 후에는 줄곧 집안에서 투명인간처럼 살아왔다. 그래서 WS 그룹의 가족들을 만난 것을 제외하면, 그녀는 사실 인생에서의 경험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녀의 제한된 사회적 경험 내에서, 누군가 친구를 사귈 때 신분을 숨겨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만약 상대방이 자신을 해치려는 의도가 있을 때, 가짜 신분을 사용하는 건 당연히 말이 될 것이다. 하지만 배유현은 자신과의 교류를 하면서 단 한 번도 자신을 해치려 한 적이 없었고, 오히려 큰 도움을 주었다. 그녀는 유나를 유나의 우상인 켈리 웨어슬러에게 소개해 주었을 뿐 아니라, 마스터 클래스를 들을 수 있는 기회까지 마련해 주었다. 그래서 유나는 배유현이 왜 이런 행동을 했는지 더욱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신분을 숨겼다는 사실만으로도 유나의 마음은 무척 울적해졌다. 그녀는 진심으로 배유현을 좋은 친구로 여겼는데, 자신의 친구가 가짜 신분으로 자신에게 다가왔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진심을 다했던 유나는 정작 상대방의 진짜 정체조차 알지 못했다는 사실에 눈가가 붉어졌다.시후는 그녀의 기분이 가라앉아 있는 것을 보고, 그녀가 실망했음을 알았다. 그래서 그는 아내를 위로하기 위해 말했다. “여보,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아요. 이렇게 대단한 배경을 가지고 있고, 재산이 엄청난데, 자신의 진짜 정체를 드러낼 수 없었을 거예요. 그렇지 않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나쁜 생각을 품었겠어요.”유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당신 말이 맞긴 해요. 하지만 여전히 속았다는 기분이 들어서요. 난 친구가 원래 많지도 않아서, 그녀를 정말 좋은 친구로 여겼거든요....”시후는 아내의 말을 들으며 마음이 복잡해졌다. 그는 유나가 자신의 진짜 신분을 알게 되었을 때의 반응을 감히 상상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배유현을 변호하며 말했다. “여보, 너무 슬퍼하지 말아요. 그녀에게도 분명히 사정이 있었을 거예요. 그리
하지만, 배유현이 이번 문제 처리 방식은 모든 사람의 눈에 완벽에 가까웠으며, 모든 상류 사회에 교과서적인 위기 대응의 사례로 여겨질 만했다. 다만, 이번 위기 대응에 들인 대가는 정말 어마어마하다고 할 수 있었다. 시작부터 1억 달러에 달하는 배상금을 제안했으니, 아무리 최상위 부호라고 해도 이 정도의 결단력을 가지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사람들이 자신의 해결책에 크게 감탄하는 모습을 보며, 배유현은 비로소 한숨을 돌렸다. 그녀는 이번 위기 대응이 성공적이었다고 확신했다. 비록 자신이 페이셔스 그룹을 대표하고 대부분의 책임을 페이셔스 그룹이 짊어지겠다고 언급했지만, 태도가 충분히 진솔했고, 제시했던 해결책이 충분히 합리적이었기에 오히려 대중의 관용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이것이 바로 시후가 말했던 ‘생즉사’의 예와 같을 것이었다. 똑바로 서서 얻어맞는 것이, 얼굴을 가리고 비난 받는 것보다 훨씬 더 낫다는 것이다. 결국 맞기로 선택한다면 딱 한 번 맞고 죽지 않을 텐데, 버텨 내기만 한다면 앞으로는 허리를 펴고 당당히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얼굴을 가리고 숨는 길을 선택한다면, 평생 숨어 지내야 하고 평생 허리를 펴지 못하는 운명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이건 단순히 한 집안에 관련된 이야기가 아니다. 국가 역시도 마찬가지다. 침략 전쟁을 일으켰던 국가들 중, 잘못을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배상에 나선 나라는 대부분 사람들의 용서를 받았다. 반면,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끝까지 반성하지 않는 나라는 영원히 치욕의 역사에 기록되는 것이다.이때 배유현은 기자들을 향해 계속 말했다. “여기서 저는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리는 단순히 돈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배호영이 피해자들의 가정에 입힌 상처를 조금이라도 만회하고자 노력할 뿐입니다. 또한 피해자 가족들의 용서를 바랄 자격도 없지만, 그들이 큰 슬픔을 딛고 새로운 삶을 맞이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이 말을 한 뒤 그녀는 잠시 멈췄다가 다시 말했다. “비록
“1억 달러?!”배유현의 이와 같은 발언은 단숨에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제 3세계 국가에서는 한 사람의 생명에 대한 민사 배상은 고작 수천 달러에 불과하다. 발전도상국 역시도 보통 수만 달러에서 많아야 수십만 달러에 그치는 배상금이다. 선진국에서는 높은 배상 판례가 종종 나오긴 하지만, 수천만 달러 정도가 한계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이와 같은 보상금 역시도 최고의 변호사들로 구성된 팀이 머리를 짜내어 쟁취해낸 결과라고 할 것이다. 그로 인해 피해자가 실제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은 극히 일부가 될 것이고, 대부분은 변호사의 고용비로 그들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배유현은 입을 열자마자 한 명당 1억 달러를 배상하겠다고 하다니. 이게 무슨 뜻인가? 이는 거의 피해자 유가족 한 명당 상장된 기업 하나를 주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었다!영상 자료에 따르면, 배호영에게 목숨을 잃은 여성들은 최소 20명 이상이었다. 이는 곧 페이셔스 그룹이 이번 일을 해결하기 위해 최소 20억 달러 이상을 내놓아야 한다는 의미나 다름없었다. 이건... 단순히 ‘부유하다’는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이것은 말 그대로 비용을 따지지 않고, 어떤 대가라도 치르겠다는 의지가 아니겠는가! 그래서 이 순간, 배유현의 이미지는 모든 사람들에게 엄청나게 높아졌다. 어떠한 강력한 결단력이 있어야 이 여성이 한 명당 1억 달러를 배상하겠다고 할 수 있을까? 게다가 1억 달러라면 어떠한 가족이라도 전 세계 어느 곳에서든 최고급의 사치스러운 생활을 할 수 있는 금액이 될 것이고, 몇 세대가 지나도 다 쓰지 못할 금액이 될지도 모른다. 이런 종류의 보상은 쉽게 들어본 적도 없고, 그 누구도 흠잡을 데가 없을 것이었다!그러자 누군가 먼저 박수를 치기 시작하더니, 기자회견장 전체는 곧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로 가득 찼다!배호영의 만행은 모든 사람들이 이를 갈게 만들었지만, 조금 전 배유현이 보인 태도와 그녀가 제시한 해결 방안은 모두를 완전히 납득하게 만들었
그렇기에 배유현처럼 처음부터 ‘무거운 책임’이라는 단어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경우는 정말 드물었다.이 순간, 모든 사람들이 조금 전까지 짓고 있던 비웃음을 거두고, 배유현의 다음 발언에 집중하기 시작했다.이때 배유현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제가 왜 우리 페이셔스 그룹이 피할 수 없는 무거운 책임을 지고 있다고 말했는지에 대해 주된 이유를 몇 가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우리 페이셔스 그룹의 배호영에 대한 교육은 매우 부적절했습니다! 그룹이 그에게 건전하고 선량한 인생관, 세계관, 가치관을 확립해주지 못했기 때문에 그의 성격과 행동 방식은 점점 더 극단적으로 치달았고, 결과적으로 사회에 이와 같은 큰 해악을 끼치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페이셔스 그룹의 잘못입니다! 둘째, 페이셔스 그룹은 배호영이 저지른 일련의 행위들에 대해 매우 큰 관리 소홀을 저질렀습니다! 배호영이 수년간 악행을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어제까지도 이 모든 것을 몰랐습니다. 이는 페이셔스 그룹의 내부에 분명한 직무유기가 있었음을 의미합니다! 만약 우리가 그의 문제를 조금이라도 더 빨리 발견했다면, 그는 이처럼 많은 무고한 여성들을 해치지 않았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 또한 페이셔스 그룹의 잘못입니다! 셋째, 페이셔스 그룹의 부, 지위, 자원이 의도치 않게 악인을 돕는 도구가 되어 배호영이 중죄를 계속 저지르도록 만든 주요 요소가 되었습니다. 만약 페이셔스 그룹이라는 뒷배가 없었다면, 그는 이렇게 연이어 중범죄를 저지를 기회를 얻지 못했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 또한 페이셔스 그룹의 잘못입니다!"배유현은 페이셔스 그룹의 잘못을 세 가지로 명확히 언급하며, 모든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사람들은 배유현의 발언에 자기 변명이나 책임 회피의 태도가 전혀 없음을 느꼈고, 오히려 모든 직간접적 책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모습이었기에 사람들은 그녀에 대한 태도가 바뀌었다.이때 배유현은 뒤이어 말했다. "그 외에도 한 가지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어젯밤 페이셔스 그룹의 회장직을 막 맡게
배유현이 던진 한 마디는 현장을 순식간에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페이셔스 그룹이 이 중요한 순간에 새로운 회장을 선임했다는 사실을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더욱 놀라운 점은 새로운 회장이 바로 여성이라는 점이었다.미국에서도, 재벌가에서는 여전히 남성 우위의 사고방식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100억 달러 이상의 자산을 가진 재벌가들 중에서 여성에게 회장을 맡긴 곳은 거의 없었다. 게다가, 여성이 이렇게 젊다는 점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배유현의 뒤를 보면, 이전 회장인 배해산과 배원중이 나란히 서 있었다. 즉, 배유현은 농담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순간 정말로 이전의 페이셔스 그룹을 맡았던 두 회장의 옹호 아래 새로운 지도자로서 자리매김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모두가 충격에 빠졌다. 그들은 왜 페이셔스 그룹이 이렇게 결정을 내렸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물론 이런 시점에서는 누군가 책임을 뒤집어쓰거나 방패 역할을 할 사람을 찾았다면, 회장직을 포기할 필요까지는 없지 않았겠는가? 만약에 이러한 비난을 받고 페이셔스 그룹의 회장이 될 수 있으며 그룹의 자산을 모두 얻게 된다면, 그 누구가 거절할 수 있었겠는가.기자들이 충격에 빠져 있을 때, 배유현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여기 계신 모든 분들께서, 아마 어제 인터넷에 공개된 일련의 영상을 보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와 페이셔스 그룹의 다른 구성원들 역시 어제가 되어서야 배호영이 저지른 이 용서할 수 없는 범죄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많은 사람들이 배유현이 ‘어제야 알았다’고 말하자, 그녀가 책임을 전가하려고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한 젊은 남성 기자는 다른 기자들에게 말했다. "저 여자가 이제부터 ‘우린 아무것도 몰랐다. 배호영의 행동은 그가 저지른 개인적인 일이고, 우리와는 아무 상관없다. 우리는 피해자다’라고 말할 거라고 확신해. 빌어먹을!"TV와 컴퓨터, 스마트폰으로 방송을 지켜보던 사람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재벌가들
배한빈은 배호영의 아버지이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 가장 긴장하고 있었다. 그는 자식이 잘못한 것은 부모의 책임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이제 배호영이 죽었으니 사람들은 가장 먼저 자신을 비난할 것이라고 생각했다.8시가 가까워지는 것을 보고, 그는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배유현에게 말했다. "유현아... 차라리 내가 나가지 않는 게 좋지 않겠니..."배유현은 단호하게 말했다. "오늘 이 기자회견은 우리 네 명 중 누구도 빠질 수 없어요!”배한빈은 불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나가면 곧바로 사람들의 분노를 살까 두려워서 그래.. 만약이라도 발표회의 분위기에 영향을 준다면 큰일이 아니겠니..”"괜찮아요." 배유현은 단호하게 말했다. "큰아버지와 삼촌, 할아버지께서 무대에 올라서 아무 말씀도 하지 마시고, 제가 사과할 때 함께 사과하고, 제가 고개 숙일 때 함께 고개만 숙여 주시면 돼요."배한빈은 뭔가를 말하려 했지만, 그때 배원중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배한빈! 네 아들이 이렇게 큰 일을 저질렀는데, 네가 아버지로서 단상에 서지 않으면 사람들이 우리 집안을 어떻게 보겠냐?!"배한빈은 부끄러운 듯 말했다. "할아버지 말씀이 맞습니다..."배원중은 냉정한 눈으로 그를 쳐다보고는, 옆에서 말없이 고개를 숙인 배해산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를 포함한 집안 사람들은 모두 유현이의 말에 따라야 해. 그렇지 않으면 페이셔스 그룹에서 나가 살아라!"배한빈은 얼른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할아버지..."그때, 검은 정장을 입은 소이연이 방 문을 열고 들어와 배유현 앞에 서서 말했다. "유현 씨, 이제 1분 남았어.""알겠어." 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은 선생님은 안 오셔?""응." 소이연은 대답했다. "은 선생님은 호텔에서 방송을 보고 계시고, 내가 전해달라고 하셨어. 지금은 ‘사즉생’의 각오로 나서야 할 때라고.”배유현은 입술을 꽉 깨물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어... 은 선생님께 감사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