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아버지의 진심 어린 말에 소희는 여러 번 머뭇거리다가 마침내 그 환약을 받았다.한때는 마음 속으로 원하고 꿈꾸던 것이지만, 할아버지께서 연세가 드셨기에 이 약은 자신보다 할아버지께 더 필요하다는 생각에 그녀는 더 이상 이 약을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외할아버지가 은 선생님께서 주신 약을 자신에게 줄 것이라는 것은 도무지 생각지도 못했다. 그래서 이 약을 받고 가슴이 벅차올랐고, 할아버지가 당부한 말도 머릿속에 맴돌았다.‘은 선생님과 평생 좋은 관계로 지낼 수 있도록 하라니.. 혹시라도 은 선생님이 싫어 하신다면 어떻게 하지..?’최제천은 자신의 말을 듣고 소희가 갑자기 조심스러운 듯 행동하자 그녀의 생각을 알아차리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소희야 선생님은 의리가 깊은 분이시니, 네가 한마음 한뜻으로 정성껏 대하기만 하면, 그도 반드시 너를 그렇게 진심으로 대할 것이다. 이 할아비는 연세가 많아 아무리 살아도 백 살 밖에 살 수 없을 것 아니냐? 하지만 너는 아직 젊다. 그러니 만약 네가 계속 할 수 있다면, 선생님 곁에서 지내며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도록 하거라.. 그럼 분명 은 선생님도 결코 널 푸대접하지 않을 거다."소희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할아버지 안심하세요.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최제천은 "처음에는 송영예 씨가 송 회장님의 병을 고쳐 달라고 해서 이룸 그룹에 갔는데, 그 때 내 몸이 상태가 좋지 않아서, 너를 데리고 갔었지.. 내가 그 당시 송 회장님과도 친분이 있었기 때문에, 만일 네가 회장님을 치료하지 못하면, 아마 오래 살 수 없을 것 같아서 데리고 간 것이었다.. 그런데 참.. 내가 오히려 이렇게 한국에서 어마어마한 귀인을 만날 것이라고는 누가 생각했겠니..?"......최제천과 소희는 감격에 겨워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밤을 새웠다.하지만 그들과는 다른 이유로 밤을 새운 사람도 있었다. 바로 이룸 그룹의 송 회장이었다.송 회장은 최제천처럼 운이 좋지는 않았다. 물론 시후
"괜찮네.." 송 회장은 별 것 아니라는 듯 말했다. "때마침 최 선생에게 팔순 잔치에 초대하는 초대장을 줄생각도 있고.."그러자 제세당 대문을 가리키며 "그럼 들어가지, 그리고 나도 좀 부축해주고.."라고 말했다.이때 소희는 마침 제세당의 마당에서 바쁘게 일하고 있었는데, 송 회장이 오는 것을 보고 급히 다가왔다.“송 회장님, 어떻게 오셨어요? 어머? 혹시 몸이 안 좋으신 건가요?”송 회장은 기침을 한 뒤 "사람이 늙으면 이, 몸도 하루가 다르게 나빠지는 게 아니겠나? 내가 감기에 좀 걸려서 일부러 할아버지를 찾아 약을 몇 첩 지어먹으려고 왔다네."라고 말했다.소희는 급히 "그럼 어서 안에서 뵈어요, 제가 외할아버지를 불러오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소희는 송 회장을 맞아 진료실로 모신 뒤 그제야 할아버지를 불렀다.최제천은 송 회장이 직접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서둘러 하던 일을 내려놓고 빠른 걸음으로 걸어 나왔다. 최제천은 시후를 줄곧 큰 은인으로 여겼지만, 송 회장에게도 고마움이 있었다. 그가 아니었다면, 시후를 만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송 회장이 중태에 빠졌기 때문에, 그는 송영예의 초청에 응하여, 송 회장의 병세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니 이 일이 아니었다면 시후를 만날 기회가 없었을 것은 분명했다. 그래서 그의 마음 속 깊은 곳에는 송 회장에 대한 정과 고마움이 남아 있었다.이때 최제천이 막 진료실로 들어올 때 송 회장은 최제천을 마주하고 깜짝 놀라 말이 안 나왔다!그는 최제천이 갑자기 이렇게 젊어지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지난 번 만났을 때도, 최제천은 분명히 그냥 노인과 같았는데, 수염과 머리카락이 모두 하얗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무슨 일인지 백발이 대부분 검은 머리가 되어 까맣게 윤이 나고 있었고, 얼굴의 주름도 많이 옅어지고, 탱탱해진 것이 아닌가? 게다가 혈색도 좋아지기까지 해 그저 놀라움뿐이었다.지금의 최제천은 본래 칠순이 넘었는데, 관리를 잘했었기 때문에 사실 겉으로 보았을
송 회장도 멍청하지 않은데, 어떤 누가 약을 통해 한 세대를 젊게 만들 수 있겠는가? 분명 이런 신기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을 떠올려 보면, 아마 단 하나일 것이다. 그 사람은 바로 은시후, 은 선생이었다!최 선생은 아직 답을 하지 않았지만, 송 회장의 마음은 이미 확신을 하고 있었다. 이것은 분명 최 선생과, 은 선생의 조화가 있었기에 단숨에 이렇게 될 수 있었을 것이다.이때 최 선생은 복잡한 마음을 드러냈다.왜냐하면 은 선생의 수긍을 받지도 않았는데, 그는 틀림없이 회춘단과 관련된 이야기를 발설해서는 안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은 선생은 어제 분명히 타인에게 말해선 안 된다고 스스로에게 알려주었다. 그런데.. 이 일은 송 회장이 스스로 알아 맞힌 것이니, 자신이 직접 말한 것은 아니었기에 좀 애매한 상황이었다.그는 송 회장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지는 것을 보고 어색하게 "송 회장님.."이라고 말했다. “송 회장님, 이 일은 송 회장님께서 스스로 짐작한 것이므로 절대 은 선생님한테 제가 한 말을 절대 말하지 말아 주십시오... 은 선생님께서는 이 일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송 회장은 이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자기의 억측을 확실시했다. 송 회장은 이 일에 대해 마음속으로 부럽기 그지없었다. 심지어 어느 정도 부러움도 있었지만, 은근히 질투도 났다.그는 아무리 생각해도 최 선생처럼 일흔이 넘은 사람 예순 살로 보인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 것 같았다. 인생이 앞으로 10년이나 더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사실 사람은 나이가 들면 들수록 죽음을 두려워하고, 늙음을 두려워하게 된다. 그렇기에 인간은 자연스럽게 누구든지 이런 자연의 법칙을 면할 수는 없는 것이다.이런 일에서는 송 회장도 마찬가지였다.그는 원래 큰 병이 막 나았기에, 아직 몸에 적지 않은 잔병들이 남아 있었다.시후가 지난 번 준 환약을 먹으면 몇 년을 더 살 수 있다고는 했지만, 그것은 자신을 살게 할 뿐이지 최 선생처럼 단번에 젊음을 가질 수는
송 회장은 이룸 그룹과 시후가 더 좋은 관계를 맺으면, 자신뿐만 아니라 민정은 물론, 이룸 그룹 전체가 평생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송 회장이 마음을 굳혔을 때 최제천은 "송 회장님, 오늘 주로 어디가 불편하세요?"라고 물었다.송 회장은 최 선생을 보고 마음을 가다듬으며 "아, 최 선생.. 지금 몸이 하루가 다르게 안 좋아지네, 요즘 가을이 되려고 해서 그런가.. 감기에 걸렸지 뭔가? 그래서 약을 몇 첩 구하러 왔어."라고 말했다.최 선생은 "그럼 송 회장님 맥을 짚어보고 뭐가 잘못됐는지 한 번 보겠습니다!"라며 황급히 말했다.송 회장은 “그러세.”하고 손을 내밀었다.최 선생은 송 회장의 손목에 손가락을 대어 맥을 짚어보더니 단지 차가운 바람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을 알고서는 한 숨을 돌렸다."하아.. 정말 다행입니다. 회장님.. 이건 그냥 감기에 걸린 것이라서요?! 약을 처방해 드릴 테니, 가지고 가서 물을 끓여 드십시오.”"고마워요." 송 회장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맞아, 또 일이 있지!"라고 말했다.송 회장은 "최 선생! 이틀만 지나면 내 팔순이야. 그래서 우리 안 지도 여러 해가 되었으니 자네가 꼭 와야 할 것 같아서 말이지.."라고 말했다. 말하는 사이에 송 회장은 초대장을 품에서 꺼내 들었다.최 선생은 "송 회장님 걱정 마세요, 꼭 제 시간에 도착하겠습니다."라고 약속했다.그러자 최 선생은 황급히 약을 지어 가지고 오라고 부탁한 뒤 송 회장을 직접 문 앞까지 바래다주고 차에 태워줬다.......송 회장이 차를 타고 이룸 그룹으로 돌아왔을 때, 최우식과 아들 최우신은 동생 우진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우진은 오늘도 역시 혼돈에서 깨어나 고통스러운 얼굴로 아버지를 바라보며 울먹였다."아버지, 제발 누가 뒤에서 날 해쳤는지 꼭 찾아 주세요. 그 짐승을 찾아서 꼭 복수해주세요!!!"최우식은 고개를 끄덕이며 "걱정마라.. 내가 꼭 찾아서 죽여버릴 테니까!!
정오. 이룸 그룹.최우식과 우신이 선물을 고르고 나서야 부자는 이룸 그룹으로 달려갔다.송 회장은 그들이 온 것을 이미 알고 있었고, 그들의 아들이 무슨 일이 생겼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이렇게 빨리 자신의 집에 찾아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러나 오송 그룹의 대표와 장손이 모두 온 이상, 송 회장도 당연히 매우 정중하게 대할 것이었다.최우식과 우신은 한쪽에 있는 객석에 앉았고, 송 회장은 맞은 편에 앉았으며 비서는 사람들에게 차를 대접하고 물을 따라 주었다. 최우식은 선물을 잔뜩 건네고 나서야 "오랜만에 송 회장님을 뵙게 돼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송 회장님께서 그래도 이렇게 건강하신 것까지 보니 제가 부러울 따름입니다."라고 말했다.송 회장은 미소를 지으며 "내 몸은 건강하다고 할 수 없어요. 능력은 한 순간에 사라질 수도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라고 말했다."아휴.. 송 회장님도.. 정말 겸손하시네요." 그러더니 최우식은 "송 회장님, 얼마 전까지는 조금 몸이 편찮으시다고 들었는데.. 이번에 이렇게 나오시는 거 보니까 몸이 많이 좋아지셨나 봅니다..?"라고 물었다.송 회장은 "처음에는 나도 좋은 것 같았는데, 오늘 갑자기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라고 말했다.최우식은 조금 의아해하며 "송 회장님, 그게 어떻게..?"라고 물었다.송 회장은 미소를 지으며 "밤새 10여 년 전 몸 상태로 돌아가는 사람도 있어서요.. 하하.."라고 말했다. 이 말을 하면서도, 송 회장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바로 오늘 그의 인식을 뒤엎고, 그를 한없이 놀라게 한 최 선생이 있었다.제세당을 다녀온 뒤 그는 마음속으로 이를 잊지 못했고, 심지어 마음에 두고 있었다. 언젠가 자신도 이런 기회를 만날 수 있다면 스스로도 헛수고를 하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최우식은 그가 이렇게 말을 한 것이 농담인 줄 알고 웃었다. "꽃은 다시 피는 날이 있지만, 소년 시절로는 다시 돌아갈 수 없지요. 하하.."라며 "송 회장님
송 회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지요.. 아무래도 이런 일들은 쉽게 일어나지 않는 것인데.. 어떤 사람에 의해 이렇게 된 것인지 참.. 안타까움을 전합니다.”최우식은 "실마리를 찾을 수 없는 상황에서, 그 배후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 보입니다.."라고 말했다.그러자 그는 "송 회장님, 저와 아들이 잠시 며칠 머무르면서 관련 단서를 잘 찾아보려고 하는데 송 회장님 쪽에서 며칠 동안만 잠시 지내다가 가도 될지요? 혹시 불편하실까요??"라고 물었다.송 회장은 "우리 양가는 대대로 아는 사이인데 이런 작은 일에 격식을 차릴 필요가 있겠어요? 기왕 온 이상, 나도 성의를 다 해야지. 이따가 우리 비서에게 방 두 개 정도 잡아 달라고 할 테니, 며칠 지내다 가면 됩니다.”라고 말했다.이룸 그룹의 별장은 대저택으로, 1층에도 방이 십여 개 있고, 집에 있는 객실만 해도 여덟 개나 되었다. 그러니 오송 그룹 부자를 잠시 묵게 하는 것은 별 일이 아니었다. 최우식은 이 말을 듣자 미소가 지어졌고 "송 회장님 감사합니다!"라며 황급히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최우식은 우신의 어깨를 끌어안고 "송 회장님, 아직 정식으로 소개도 안 했죠? 이 놈은 제 첫째 아들 우신이고 미래 우리 그룹의 후계자입니다. 하하하!"라며 웃었다."안녕하십니까, 송 회장님?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라고 우신이 황급히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송 회장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송 회장님 정말 좋으시겠습니다. 손자 손녀들 모두 다 정말 멋있더라고요!" 최우식은 인사치레로 한 마디를 한 뒤 덧붙여 말했다. "특히 민정 양은 몇 년 동안 만나지 못한 사이에 너무나 성숙해졌어요?! 어제 병원에 왔을 때 거의 알아보지 못했거든요.. 더 예뻐지고요.. 하하"송 회장은 "민정이는 세련돼 보일 뿐이지, 마음은 아직 어린 소녀입니다. 하하.”라며 웃었다.고개를 끄덕이며 최우식은 본론으로 넘어갔다. "송 회장님, 민정 양도 이제 결혼 적령기 아닙니까? 시댁을 잘 찾아주셨는
‘응?? 절대 안 돼?’최우식은 꿈을 꾸는 것 같았다. 왜냐하면 송 회장이 거절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왜?! 대체 뭘 믿고?! 우리 오송 그룹이 당신 이룸 그룹보다 한 수 위인데, 게다가 우리 아들은 우리 집안의 장손이고, 강남에서 가장 걸출한 인물이다.. 얼마나 많은 대가족이 우리 아들과 결혼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데.. 지금 내가 당신네들 송민정 양을 말한 건 이룸 그룹의 체면을 세워주는 거야!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는데.. 그런데 이 늙은이가 어째서 조금의 망설임 없이 거절을 하는 거지..? 왜?’ 최우식은 당황한 듯 "송 회장님, 우리 우신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라고 물었다.송 회장은 속으로 한 마디 했다. ‘당연히 안 어울리지! 지금 나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냐? 당신 집 우신이라는 놈이 은 선생과 비교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내 눈에는 은 선생님의 털 끝도 못 따라 갈 애송이처럼 보이는구먼.. 당신의 아들이 날 한 달이라도 젊게 해줄 능력이 있나? 하지만 단 은 선생님은 10년은 젊게 해줄 수 있지!! 은 선생의 솜씨가 하늘을 찌르는 격으로, 남다른 실력을 가지고 있는데, 오송 그룹의 젊은이가 어디 견줄 수 있단 말이야? 흥!!’그러나 송 회장이 이렇게 생각은 했지만 오송 그룹은 자신들과 오랫동안 관계를 맺어온 곳이기 때문에, 말을 너무 직설적으로 해서는 안 되었다. 그래서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저.. 최 대표 너무 흥분하지 말게. 최 대표도 알다시피, 지금은 모두 연애, 결혼 모두 자유롭게 정하지 않나? 그러니 나도 사실 우리 손녀 딸의 결혼을 내가 주인 노릇을 할 수는 없어."라고 말했다.최우식은 "송 회장님, 우리 같은 사람들이 연애의 자유가 어디 있습니까..? 결혼의 자유? 가족한테 다 좌지우지되어 시키는 대로 따르는 거 아닙니까? 그리고 송 회장님이 허락해 주신다면 민정양이 뜻을 거스르지 않으리라 믿습니다."라며 다시 그를 설득했다.그들 같은 대기업 들은 원래 결혼을
이런 최고의 대기업들의 여식들은 왕왕 모두 20대 중반 정도 되면 이미 혼사를 정했다. 또 돈이 많을 경우에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결혼하는 경우도 있었다.그래서 최우식은 송 회장이 민정에게 이 일을 직접 이야기하기를 바라면서, 심지어 직접 결혼을 하라고 요구하는 것까지 바라고 있었다.대기업의 여식들은 대부분 가문에서 혼인을 주선할 각오가 되어 있으니, 집안에서 어른이 결혼을 주선하면 순종해야 한다.하지만 송 회장이 이렇게 자신의 청을 완곡하게 거절할 줄 몰랐고, 최우식은 뜻밖에도 난처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송 회장은 껄껄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사실 솔직히 말해서, 우리 민정이는 아직 어려. 그러니 아직 시집보낼 생각은 없다네.”최우식은 "남자 아이들은 많이 기다려도 됩니다. 서른 살까지 기다린 후에 결혼해도 좋고요!?”라며 물러서지 않았다.하지만 송 회장 역시 호락호락한 양반은 아니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진심으로 그녀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우리 민정이 자신이 진심으로 좋아하는 남자를 찾아서 결혼하길 바라지 내가 엮어 주는 건 별로 좋지 않다고 판단해요.”그러자 옆에 있던 우신이 말했다."송 회장님, 민정이를 저와 결혼시켜 주시면 제가 꼭 영원히 그녀를 첫사랑처럼 대해주겠습니다!"송 회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나는 자네가 그렇게 할 것이라고 믿지만, 이 일은 역시 민정의 뜻에 달려 있다네. 내가 주인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지."라고 말했다.최우식의 마음이 좀 불편했다. ‘아니.. 내가 이렇게 말했는데 끝까지 거절하고.. 내 아들이 약속까지 했는데 거절을 하고 있어. 이게 무슨 뜻이지? 우리 집안을 깔보는 것인가?’ 잠시 침묵이 흐르자 그는 "송 회장님, 감히 한 마디 묻겠습니다.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혹시라도 이룸 그룹에 우리 아들보다 더 좋은 사윗감이 있어서 그런 건가요?"라고 직설적으로 물었다.송 회장은 이렇게 돌려 말하다가는 집요하게 될 것이 분명하여,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기로 결
방가흔은 이중열의 첫사랑이었다. 젊은 시절 그녀는 홍콩에서 여신으로 불리며 수많은 재벌과 엘리트들이 그녀에게 반해 무릎을 꿇게 만들 정도였다. 이중열이 미국으로 떠났을 때, 두 사람은 헤어지게 되었고, 이어서 유가휘는 자신이 초고액 자산가라는 후광과 막대한 부를 무기로 그녀를 자신의 연인으로 만들었고 홍콩 호화 저택에 가두었다.그 당시 방가흔은 물질적으로는 세상을 다 가진 듯했다. 아침에 런던 광장에서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기 위해 럭셔리한 개인 비행기를 타고 떠났다가, 저녁에는 같은 비행기를 타고 낭만적인 에게해로 향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다음 날 눈을 뜨면 뉴욕이나 도쿄의 명품 매장에서 마음껏 쇼핑하는 것도 가능했다. 그리고 시간 여유가 있다면, 유가휘의 개인 요트를 타고 홍콩에서 인도양의 몰디브나 남태평양의 타히티로 떠날 수도 있을 정도였다. 간단히 말해 그녀는 그 당시 원하기만 하면 뭐든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중열이 홍콩으로 돌아오자, 그와의 옛 감정은 걷잡을 수 없이 재점화되었다. 그 때 그녀는 비로소 깨달았다. 모든 물질을 소유하더라도, 마음속의 공허함은 채워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 공허함의 주인공은 바로 이중열이었던 것이다.결국 그녀는 이중열과 함께 미국으로 도망쳤다. 홍콩 전체는 그녀가 왜 그렇게 갑자기 떠나버린 것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미국에 도착한 그녀는 서서히 깨달았다. 마음속에 있던 공허함은 채워졌을지 몰라도, 그 외의 모든 것은 텅 비어 버렸다는 사실을. 그렇게 되자 더 이상 자연스럽게 잠에서 깨어 즉흥적으로 목적지를 골라 세계 여행을 떠날 수 없었다. 그리고 예전처럼 세계에서 가장 값비싼 최고의 상품들과 서비스를 즐기는 것 역시도 불가능했다. 그렇게 되자 그녀는 자신이 포기한 것이 어떤 것인지 깨달았다. 그녀가 포기한 것은 단순히 유가휘가 아니었다. 그녀가 포기한 것은 인류 문명이 수천 년에 걸쳐 발전시키고, 각 분야에서 집약한 궁극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었다.그녀가 탔던 개인 비행기는 세계에
유가휘는 변지현과 몇 마디 인사를 나눈 후, 기분 좋게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자마자 그는 흥분한 목소리로 크게 웃으며 말했다. “정말 이게 겹경사가 아니고 뭐야! TS Shipping의 변지현이 그녀의 개인 비서를 홍콩으로 보내 조사를 시키겠다니, 이번에는 어떻게든 이 협력을 따내야 해!”비서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말했다. “대표님, TS Shipping이 우리와의 협력에 관심이 있다니 정말 대단한 소식 아닙니까?! 지금 좋은 항로는 모두 TS Shipping이 쥐고 있고, 우수한 항구와 고객 자원도 전부 그들 손에 있지 않습니까. 그들과 협력하면 우리의 역량이 최대한 발휘될 겁니다!”유가휘는 시가를 깊게 빨아들이며, 미소를 띠고 말했다. “TS Shipping에 있는 여자들이 말이야, 이토 그룹의 이토 나나코는 세상에 둘도 없는 미녀고, 엘에이치 그룹의 소민지 역시 뒤지지 않는 미모라고 했지. 듣자 하니 변지현도 수퍼 모델 같은 미녀라고 하더군. 그래서 TS Shipping과의 협력도 물론 좋지만, 만약 그들 중 한 명이라도 손에 넣을 수 있다면, 내 인생이 정말 엄청난 가치를 가지게 될 거야!”유가휘가 말을 끝내자, 사무실 문이 갑자기 열렸다. 그러자 우아하고 기품 있는 중년 여성이 문을 밀고 들어오며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 “유가휘! 도대체 누구를 손에 넣고 싶어서 그렇게 신이 난 거야? 목숨이라도 걸 참이었나 봐?”그때, 중년 여인의 옆에 서 있던 비서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대표님... 사모님께서 꼭 들어가겠다고 하셔서 말릴 수가 없었습니다...”유가휘는 고개를 흔들며 비서와 비서에게 말했다. “둘은 나가 있어.”두 사람은 그 말을 듣고 서둘러 방을 나섰다.그런 뒤 유가휘는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중년 여성 앞으로 다가가 말했다. “여보, 나란 사람 잘 알잖아. 말은 제일 잘 하지. 조금 전에도 그냥 아민이랑 농담한 거라고...” 이렇게 말한 뒤 그는 급히 화제를 돌리며 말했다. “오늘 한 씨
이중열이 곧 홍콩으로 송환된다는 소식을 알게 된 유가휘의 기분은 그 어느 때보다 좋았다. 지난 20년 동안, 그는 자신이 마치 남의 여자를 빼앗은 것 같다는 느낌에 굴욕감을 느껴왔고, 이제 마침내 그 치욕을 씻을 복수의 기회가 찾아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제부터 그는 초조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손꼽으며 복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중열이 돌아오면, 홍콩에 자신이 내건 현상금을 위해 목숨을 걸고 그를 없애려는 사람들이 수도 없이 몰려들 것이다. 그로 인해 이중열이 죽으면, 자신에게 드리운 그 치욕스러운 그림자도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었다.바로 그때, 그의 휴대전화가 갑자기 울리기 시작했다. 유가휘는 대충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 거만하게 말했다. “여보세요, 누구십니까?”전화기 건너편에서 변지현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유 대표님 맞으시죠? 저는 TS Shipping의 변지현입니다.”유가휘의 표정은 순식간에 바뀌었다. 그는 한 손에 시가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 휴대전화를 쥐며 공손하게 말했다. “아, 누구신가 했더니 변지현 대표님 아니십니까! 제가 정말 오래전부터 존경해 왔습니다. 늘 직접 뵙고 싶었는데 이렇게 연락을 주시다니요!” 그러면서 그는 급히 덧붙였다. “아 참, 대표님. 제 비서가 전에 제 회사의 상황을 간략히 말씀드렸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저희는 진심으로 TS Shipping과 협력을 희망합니다. 혹시 대표님께서 시간이 되시면, 제가 직접 찾아 뵙고 저희의 장점을 알려 드리고 싶습니다!”유가휘의 입장에서 보면, 그의 개인 재산은 변지현 같은 직업 경영인을 훨씬 능가했다. 하지만 한 사람의 가치를 평가할 때는 재산뿐만 아니라, 그가 속한 플랫폼과 그가 가진 자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변지현은 개인 자산은 없지만, 아시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강력한 자원을 가지고 있는 TS Shipping의 책임자였다. 따라서 유가휘가 TS Shipping과 협력하고, 변지현으로부터 자원의 일부를 양도받아 유휴 자산을 수익화 하기 위해서는
시후가 물었다. “그럼 유가휘와 이야기를 나눠본 적은 있어?”“아직은 없어요.” 변지현이 말했다. “솔직히 우리와 협력한다고 해도, 우리가 소화하지 못하는 부분을 넘겨주고 중개 수수료를 받는 정도일 뿐일 텐데, 이건 그다지 큰 수익이 되지 않을 테니까요. 게다가 지금은 그쪽이 우리에게 도움을 청하는 입장이니, 저는 일부러 시간을 끌면서 그의 기대치를 낮추려고 했어요. 그리고 나중에 시간이 지나고 진짜 협상을 시작할 때, 중개 수수료를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여지를 만들려고 했죠.”“그랬구나.” 시후가 웃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그와 연락해서 협력을 검토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하고, 홍콩에 비서를 보내 현지 상황을 조사하겠다고 해 줘. 그러니 그가 비서를 잘 접대하라고 하면 돼.”영리한 변지현은 즉시 상황의 본질을 눈치채고 급히 물었다. “시후 오빠, 혹시 내 비서로 가장하고 홍콩에 가서 직접 조사를 하시려는 건 아니죠?!”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조사까지는 아니고, 유가휘를 한 번 만나보고 싶어서.”변지현은 걱정하며 말했다. “시후 오빠는 내 상사인데, 어떻게 내 비서로 가장할 수 있겠어요? 이건 좀 부적절하지 않을까....”“괜찮아.” 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그냥 내 이름을 그에게 알려주고, 내가 지현이 너의 비서라고 하면 돼. 그리고 정한 시간에 공항에 나를 데리러 올 사람을 보내 달라고 해 줘.”“알겠어요....” 변지현은 시후의 계획이 뭔가 깊은 뜻이 있다고 생각하며 말했다. “시후 오빠는 지금 미국에 있죠? 언제 홍콩으로 갈 계획이에요? 그에 맞춰 유가휘와 연락할게요.”시후가 웃으며 말했다. “지금 바로 그와 연락하면 돼. 이틀 후 도착한다고 전하면 돼.”“알겠어요!” 변지현은 말했다. “그럼 지금 바로 그의 비서에게 전화해 볼게요.”시후는 당부했다. “비서에게는 전화하지 말고, 유가휘에게 전화해. 당당하고 고압적인 자세를 유지해야 하거든. 그가 무척 영광스럽게 여길 정도로.”변지현은 웃음을 참지 못하며 말
“여보세요! 회장님, 안녕하세요!” 이태리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들뜬 기쁨과 설렘이 담겨 있었지만, 시후는 그녀의 감정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래서 시후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물었다. “이태리 부회장, 홍콩에 있는 유가휘라는 사람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요?”“유가휘요?” 이태리는 약간 놀란 듯했지만, 이내 대답했다. “유가휘라는 사람은 홍콩에서 매우 유명한 대부호라고 알고 있어요.. 플레이 보이라고도 알려져 있죠. 그런데 왜 갑자기 그 사람 이야기를 하세요?”시후는 말했다. “그 사람과 얘기할 일이 좀 있는데, 내 본명을 쓰고 싶지는 않아서요. 홍콩에 가서 그 사람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없을까 해서 물어보는 겁니다.”이태리는 말했다. “이사장님, 저희 엠그란드 그룹은 그 사람과는 사업적으로 연관이 없어요. 그런데 제가 알기로 그의 주요 사업 중 하나가 해운 쪽일 거예요. TS Shipping의 이름을 내걸고 접근하면 문제가 없을 것 같아요. TS Shipping 담당자인 변지현 씨에게 한 번 연락해 보세요.”“알겠습니다.” 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변지현 씨에게 바로 연락해 보죠. 볼일 보세요.”이태리는 시후가 이렇게 빨리 전화를 끊으려 한다는 사실에 놀라며 무심코 말했다. “회장님, 잠시만요....”시후가 물었다. “왜요?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이태리는 급히 말했다. “아, 저.... 그게.... 예전에 회장님이 제 아버지의 병을 고쳐 주셨잖아요. 부모님께서 아직도 너무 감사해하고 계세요. 그런데 감사 인사를 드릴 적당한 기회를 찾지 못했죠. 얼마 전 어머니께서 회장님께 집에 오셔서 식사 한 끼 하시라고 꼭 초대하고 싶다고 하셨는데, 제가 회장님이 미국에 계신다고 전했거든요.. 어머니께서 회장님이 언제 돌아오시는지 물으시더라고요. 혹시 괜찮으시면, 귀국하신 후에 집에 오셔서 간단히 식사라도 하시면 어떨까요?”시후는 예전에 이태리의 아버지가 독살로 병에 걸렸던 일을 떠올리며, 그녀의 가족이 여전
시후는 시간을 확인했다. 아직 새벽 3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다. 그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혼자 가겠습니다.”성도민이 말했다. “그러면 제가 배웅해드리겠습니다!”시후가 별장을 나서자, 롱아일랜드 전체는 고요에 휩싸여 있었다. 이미 새벽 3시가 넘었기에, 이곳에 사는 부유층들은 밤 일을 마치고 돈과 욕망으로 가득 찬 꿈속에 있을 것이다.시후는 홀로 거리를 걸으며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 그는 이 미스터리 조직의 규모가 얼마나 큰 것인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는 547을 한 시간 넘게 심문했지만, 여전히 이 조직의 이름조차 알 지 못했다.이때, 그의 머릿속에는 부모님이 살아 계셨던 시절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의 기억 속에서 아버지와 어머니는 어떠한 일로도 찡그리거나 우울한 표정을 짓지 않았다. 두 사람이 그룹을 떠나 이사를 한 뒤 낡은 주택에 정착했을 때조차, 그들의 얼굴에는 늘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두 사람은 함께 집을 정리하고 가구를 마련하며, 늘 삶에 대한 낙관과 기대를 품고 있었다. 그래서 시후는 부모님의 죽음이 이 미스터리 조직의 소행인지 아닌지를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그렇다면, 부모님은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다가오는 위험을 감지하셨을까? 만약 감지했다면, 그들은 이 조직에 대해 구체적으로 얼마나 알고 있었을까?오랜 고민 끝에 시후는 가볍게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풀리지 않는 문제를 너무 많이 고민하는 것은 사람을 더욱 피곤하게 만들 뿐이기 때문이다. 시후는 이 문제를 당분간 내려놓고,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깊이 파헤치기로 결정했다. 지금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는, 이중열의 목숨을 노리는 유가휘였다.만약 별다른 변수가 없다면, 윤우선이 내일 미국으로 출발할 것이고, 모레쯤에는 도착할 것이다. 그리고 별 문제가 없다면 모레 저녁에는 아내와 함께 콘서트를 본 뒤, 즉시 홍콩으로 떠나야 할 것이다.유가휘를 만나려면, 시후는 적합한 신분과 기회를 마련해야 했다. 이 점을 떠올리며 그는 즉시
시후에게 있어서, 영기는 현재 그의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이 미스터리 조직은 확실히 강력했으며, 심지어 지나치게 강력한 것 같아 보였다. 하지만, 그들이 이 죽음의 전사들을 통제하고, 이들의 힘을 강화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능력은 시후가 가진 영기 앞에서는 여전히 상대가 되지 못할 것이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시후는 언젠가 반드시 이 미스터리 조직의 모든 실체를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다.547도 시후의 실력이 자신이 알고 있는 것들을 훨씬 초월한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20대에 걸친 죽음의 전사들 조차도 대적할 수 없는 그 에너지가 시후 앞에서 손쉽게 봉인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후가 자신의 조직을 완전히 멸망시키겠다고 말한 것이 단순한 허언이 아닐 것임을 알아차렸다. 이에 그는 감격하며 말했다. “선생님께서 조직을 제거하신다면, 이 죽음의 전사들은 반드시 기꺼이 충성을 다할 것입니다!”시후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 “지금은 그런 말을 하기엔 아직 일러. 내가 그들을 제거하는 날이 오면 반드시 자유를 돌려줄 것이다. 그때가 되면 어디로 갈지, 그곳에 남을지 떠날지는 스스로 결정하도록 해!”547은 그 말을 듣고 큰 감사를 표하며 말했다. “선생님 정말 자비로우십니다! 제가 모든 죽음의 전사, 전사들의 가족들, 그리고 지난 200여 년간 비참하게 죽어간 전사들을 대신해 선생님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비록 547이 조금 전 시후의 외가 식구들을 해치려 했지만, 시후는 여전히 이 사내와 다른 죽음의 전사들이 너무나도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20 세대에 걸친 사람들이 윗선에 의해 사육 당하며 밝은 해도 볼 수 없는 노예로 살아가는 운명은 과거 백인들에게 노예로 팔려갔던 흑인들의 운명보다 훨씬 더 비참했다. 그러니 이 죽음의 전사들에게 자유를 돌려줄 수 있다면 그것 만으로도 큰 선행이 될 것이었다. 그리고 만약 그들이 시후의 수하로 들어오기를 원한다면, 그것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을 일이었다.곧이어 시후는 성도민에게 말했다. “성도민
시후의 마음은 점점 더 충격을 받았다. 시후는 잠시 깊은 생각에 잠긴 뒤 다시 물었다. “당신이 이곳에 오기 전에 약물을 주사 받았고, 깨어나니 이미 뉴욕에 와 있었다고 했지? 그러면 얼마나 오랫동안 기절해 있었는지 알고 있는 건가?”“모릅니다.” 사내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죽음의 전사 캠프에는 그 누구도 날짜와 시간을 알 수 없습니다. 우리는 해가 뜨고 지는 것을 볼 수 없으며, 단지 불이 켜지면 일하고, 불이 꺼지면 잠자리에 들 뿐입니다. 제가 몰래 계산해본 결과, 우리 캠프에서의 일상 생활은 하루 24시간을 기준으로 하지는 않는 것 같았습니다. 그들은 일부러 하루의 시간을 조금씩 다르게 조정하는 것 같았는데, 오늘은 어제보다 길었고, 어제는 그저께보다 길게 느껴졌습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우리가 임무를 통해 외부 시간을 알게 된다고 하더라도 다시 돌아가면 기록은 왜곡되게 되죠.”시후가 물었다. “시간의 차이를 어떻게 계산했지?”사내는 대답했다. “그릇 바닥에 작은 구멍을 뚫고, 고운 모래를 가득 채운 뒤 첫날 기상 벨이 울린 순간부터 모래를 흘려보냈고, 다음 날 벨이 울릴 때까지 걸린 시간을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다시 모래를 채워 흘려보냈죠. 그런데 3일째 벨이 울리는 날에 모래가 일찍 다 새어 나오기도 하고, 또 어느 날은 다 새어 나오지 못한 상태에서 벨이 울리더군요. 그래서 내부 시간과 외부 시간 사이에 차이가 있다고 추측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는 외부가 몇 년도인지, 몇 월인지 알 수 없게 되었습니다.”시후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 “그렇게 몰래 많은 일을 한 건 탈출하려는 기회를 찾기 위해서였나?”“꼭 그렇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사내는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설령 탈출에 성공하더라도 죽을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저는 오히려 죽음의 전사 캠프의 운영 방식을 더 많이 알아내고 싶었습니다. 만약 정말 탈출할 기회가 생긴다면 훈련소 내부의 모든 것을 폭로하고 싶었죠. 훈련소를
“안내자...” 시후는 가볍게 중얼거리며 물었다. “안내자를 직접 만나본 적 있나?”“없습니다.” 사내는 설명했다. “안내자가 누구인지 모릅니다. 이번에 뉴욕에 도착했을 때 눈을 떠보니 이미 닫힌 차고 안이었거든요. 조직은 그곳에 임무에 필요한 장비와 자료를 남겨두었고, 자료에는 목표와 목표들의 가족 관계, 사회적 관계가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또한 그들 주변의 무술 고수들에 대한 정보들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무술을 잘하는 전문가 몇 명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조직에서는 강화된 무기를 특별히 준비해 주었고 우리가 주의해야 할 점과 어떤 전술을 써야 하는지도 알려주었습니다. 이후 자료를 숙지할 시간을 주고 출발 명령을 기다리게 했습니다. 현장에 도착한 뒤에는 안내자가 중계를 통해 적절한 공격 시점을 알려주었습니다.”시후가 물었다. “중계라는 게 무슨 뜻이지?”사내가 대답했다. “조직은 우리와 안내자 사이에 어떠한 형태의 직접적인 접촉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안내자는 조직 내에서 자신과 연결된 연락 담당자에게 상황을 전달하고, 그 연락 담당자가 다시 우리에게 정보를 전달하죠.”시후가 다시 물었다. “그럼 당신의 연락 담당자는 어떤 방식으로 정보를 전달했나?”사내는 대답했다. “조직에서 제공한 통신 장비를 사용합니다. 하지만 오직 제 장비만 제 연락 담당자의 음성을 들을 수 있습니다.”시후가 또 물었다. “연락 담당자는 남자인가 여자인가?”사내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음성 변조기를 사용했기 때문에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 없습니다.”시후는 잠시 생각한 뒤 말했다. “그렇다면 내 삼촌의 부인은 당신이 말한 안내자인 것 같군. 그녀가 적절한 공격 시간을 당신의 연락 담당자에게 보고하고, 당신의 연락 담당자가 다시 당신에게 지시를 내린 거겠지.”그 사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럴 겁니다. 제가 본 바로는, 안에서 끌려 나온 여자가 독약을 먹고 자살한 것 같아 보였거든요. 그렇다면 그녀 역시도 분명 조직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