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좀 곤란하다.먼저 안세진 부장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할 것 같다. 어떻게 하든지 내 신분을 노출시켜서는 안 된다. 식사를 하던 중 권여빈이 두 사람에게 물었다. “서울에 와서 우리 대학 동기들과 약속을 잡았는데, 이 참에 동창회를 하자고 묻더라고요? 어때요?”그러자 은시후가 말했다. “두 사람 동창 모임이죠, 전 안 나가는 게 좋겠습니다. “왜요?” 권여빈이 말했다. “우리가 대학 4년 모두는 아니어도, 1년은 같이 수업 들었잖아요!?” 당초 김영식 회장이 은시후를 거두기 전 유나에게 미리 소개시켜주기 위해 시후를 서울대학에 보냈고, 그녀와 대학 4학년 생활을 함께 했던 것이다. 둘은 대학 4학년을 졸업하자마자 바로 결혼했다。시후는 동기들과 1년 밖에 함께 수업을 듣지 않은 데다가, 대부분이 자신을 무시했고 친분도 없었다. 그렇기에 동창회라는 말을 듣고도 전혀 구미가 당기지 않는 그였다.다행히 유나도 동창회에 썩 가고 싶지 않아 하는 눈치여서 그는 마음이 놓였다. “나랑 시후 씨는 참석 안 할래. 졸업하고 애들이랑 연락한 적도 없는데 뭐.”권여빈은 다급한 듯 말했다. “이번에 해야 돼~~~! 이번에 김도훈이 레스토랑을 차려서 내일 개업한다잖아~ 그래서 애들 좀 불러서 대접도 할 겸 같이 밥 먹자는 건데.” 그러자 여빈이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좋은 일인데, 안 가는 게 말이 되겠어?”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세 사람의 휴대전화가 동시에 울렸다. 카톡이 온 거였다. 카톡은 계속해서 알림창을 띄워 댔다.각자 자신의 휴대전화를 꺼내 보니, 김도훈이 단체방에 동기들을 초대했는데 족히 30명은 되어 보였다. 김도훈은 장문의 톡을 보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제가 투자한 작은 레스토랑이 내일 정식 오픈 예정이며, 위치는 강남입니다. 혹시 가까이 있는 동기들이 계시면 참석하시어 자리를 빛내 주시기를 바랍니다. 다들 그냥 가볍게 동창회 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누군가 “잘 됐네, 우리 과 여신 중 한 명인
시후가 동창회에 참석하겠다고 대답하자 유나는 “도훈이 레스토랑을 오픈했다고 하니까, 우리 선물을 준비해야겠어요. 빈손으로 갈 수는 없죠.”라고 귀띔했다. 시후는 “내일 오전에 선물을 하나 사 올게요.”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아! 나 내일 오전에 엠그란드 그룹에 갈 일이 있는데.”권여빈이 말했다. “내일 오전에 엠그란드에 온다고? 그럼 미팅 끝나고 나 보러 와! 점심 때 네 차 타고 도훈이 레스토랑 가면 되겠다!” “쏘리, 차가 없어서 말이지. 평소에 택시나 버스 타구, 가끔 남편이 스쿠터로 데려다 줘.” “뭐라고? 너 이사라며? 아직 차도 없어?” “일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돈도 별로 못 벌었어~ 평소에 둘 소비하는 거랑, 우리 엄마 생활비도 드려야 되는데. 매달 수중에 남는 돈이 고작 몇 십인데 차를 살 돈이 어디 있냐?”“솔직히 난 버스가 편하고, 날이 좋을 때 남편이 태워주는 스쿠터도 좋아.”여빈이 말했다. “야.. 격식 차려야 될 때도 있는 거야. 지금 넌 WS 그룹 이사고, 엠그란드랑 직접 호흡을 맞춰서 합작품을 만들고 있는 거라고. 그런데 차가 없다? 너 분명 구설수에 오른다.” 시후도 여빈의 말이 옳다고 느꼈다. 아내는 그동안 너무 검소한 데다 번 돈은 대부분 장모에게 맡겼기 때문에, 정작 본인에게는 너무 야박했다. 장모는 돈만 받아먹을 줄 아는 사람이었다. 모은 돈은 말도 안 되는 곳에 투자해서 다시 돌려내라고 말도 못하고, 딸에게는 그저 스쿠터 한 대를 사주며 타고 다니라고 하는 사람이었다.아무래도 그는 아내에게 차를 한 대 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차가 있으면 일하기도 편할 것이고, 사업 관련 미팅을 할 때면 더욱 체면이 설 테니까.이렇게 마음먹은 그는 내일 아침 일찍 매장에 들러 보기로 했다. ******식사를 마친 부부는 여빈에게 인사를 한 후 함께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택시 안에서 흘러나오는 라디오에서는 샹그릴라 호텔의 스카이 가든 대관과 관련된 토크가 진행중
수많은 여성들은 이 소문을 듣고 부러워하고 질투를 해댔다.대체 어떤 여자가 이렇게 행복할 수 있는지 다들 의견이 분분했다. 하룻밤 만에 ‘억’ 소리 나는 스카이 가든 전체를 빌려 사랑을 전하려고 하다니! 많은 사람들이 어서 그날이 와 미스터리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기를 바랐다.시후는 자신의 신원이 발설되지 않도록 안세진에게 거듭 분부했고, 가든 전체를 리모델링하며 어서 결혼기념일 당일이 되기를 고대했다. 이번 결혼 기념일에는 꼭 유나에게 잊지 못할 성대한 결혼식을 해줄 테니.. ****** 다음 날 아침, 일찍부터 시후는 아우디 매장을 찾았다. 그는 지난 번 박기사를 통해 받았던 카드를 가지고 있었다. 별로 쓸 곳이 없어 아직 남은 돈을 다 쓰지 못했던 그였다.그래서 이번 기회에 유나가 공개 석상에서 탈 수 있을 만한 고급 세단을 사주고 싶었다. 롤스로이스 한 대를 뽑아주면 좋지 않을까?그러나 곰곰히 생각해보니 비싼 차를 사주면 유나에게 설명하기도 까다롭고, 유나의 소심한 성격으로는 차를 몰고 나가지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그는 아내에게 8천 만원 정도의 업무용 차를 사주기로 결심했다. 체면도 세우고, 크게 부담스럽지도 않고, 실용적이기까지 하니 긁히거나 사고가 나도 그렇게 아깝지는 않을 정도로.아우디 A6 정도면 적당하지 않을까 싶었다. 체면도 서고 비즈니스용으로 아내에게 잘 어울려 보였다. 아우디 매장에 도착한 시후는 스쿠터를 세워 두고 매장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안에 있던 매니저 두 명이 손님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즉시 일어나 그를 맞이하려 했다. 그런데 갑자기 뒤에서 한 여자가 급히 “뭐야, 저 사람? 스쿠터나 타고 온 걸 보니 에어컨 바람이나 쐬고 와이파이 공짜로 쓰려고 온 것 같으니까 따로 상대할 필요 없다고.”작은 스쿠터를 타고 왔다는 말에 매니저들은 순식간에 관심이 사라졌다. 요즘 날씨가 더우니 가난뱅이들이 에어컨을 쐬러 매장에 들어온다. 어떤 얌체 같은 것들은 차안에 타서 들어가면
시후는 별달리 화를 내지 않고 웃으며 되물었다. “그러면 당신이 이 차를 팔면 얼마를 벌 수 있지?” 딜러는 “200만 원을 벌 수 있지. 뭘 물어?”하고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말했다. 시후는 “그래, 그렇다면 당신은 그 돈을 벌 기회를 잃었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말을 마친 시후는 몸을 돌려 매장을 나섰고, 때 마침 매니저가 매장으로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명패에는 김하원이라는 이름이 쓰여 있었다. 그것을 보고 시후는 그에게 “당신이 이곳의 책임자입니까?”라고 물었다.“맞습니다.” 김하원은 “무엇을 원하십니까?”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시후는 아까 그 딜러를 가리키며 “제 생각에 저 딜러는 이곳에서 퇴출하는 것이 좋아 보입니다. 저 사람을 계속 썼다가는 당신의 매출만 지체될 뿐이니까요.”라고 말했다. 딜러는 시후의 말을 듣자마자 급히 달려와 말했다. “팀장님! 헛소리하는 거예요. 믿지 마세요. 이 사람 정신병이라고요. 그냥 에어컨 바람이나 쐬러 오는 찌질이라고요!” 시후는 “내가 찌질이인지는 두고 보면 되겠죠.”라며 웃었다. 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문을 나서 바로 옆 BMW 전시장으로 향했다. BMW 매장에 도착하자마자 시후는 그 중에서 제일 좋아 보이는 BMW M760을 보았다. BMW 7시리즈 중 최고로 BMW에서 가장 비싼 차종이었다. BMW M760은 12기통 엔진으로 파워풀하기도 하고 내부도 럭셔리 했다.아우디 그 멍청한 딜러 놈들이 자신을 무시하지 않았던가. 좋아, 그럼 BMW를 한 대 사서 보여주지.어차피 돈도 많으니까!마음먹은 그는 BMW 딜러를 한 명 불렀다. “이 M760. 바로 몰고 갈 수 있나요?” “아.. 사장님 이 차는 오늘 막 전시된 차량입니다. 정말 사시겠어요?” “네.” 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농담하는 거 아닙니다. 카드 결제요. 갑시다!”“네? 지금 이 모델은 2억 3천만원이에요!” 딜러는 순간 어리둥절했다. 차를 판매한 지도 오래됐는데, 갑자기 매장으로 그냥
고민하던 그의 머릿속에 순간 좋은 아이디어가 스쳐 지나갔다. 그는 차를 몰고 길가에 있는 수리점으로 가서, 돈을 주고 BMW 760의 로고를 BMW 520으로 바꾸었다.사실 BMW 5시리즈는 7시리즈와 매우 비슷해서, 차이점은 내부 디자인 정도라 겉보기에 구분이 어려워 보통 로고로 알아볼 수 있는 정도였기 때문이다. 520은 BMW 5시리즈 중에서 가장 낮은 클래스로 파워와 컨트롤은 보통이고, 모든 면에서 무난한 편이다.반면, M760은 7시리즈 중 최고로 극강의 파워와 컨트롤 모든 면에서 높은 수준이었다. 시후는 520 로고가 부착된 M760를 몰면서 유나는 차를 잘 모르고, 차에 대한 공부도 별로 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그는 BMW 520이라고 말하면 유나는 알아챌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수리점 주인은 차를 보고 입을 삐죽 내밀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 사람.. 꽤 정직해 보였는데.. 일부러 760을 520으로 바꾸다니. 자신을 감추고 있다가 상대가 방심하면 이겨 먹으려는 거로군?******차를 사고 나서 시후는 오늘 점심에 김도훈의 레스토랑을 오픈한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리고 자신이 선물을 장만하기로 유나와 한 약속이 생각났다. 도훈이 대학생 시기 유일하게 자신에게 잘해 준 동기라는 것을 생각하자 그는 직접 차를 몰아 미술품 판매점에 가서 4천만 원 정도의 조선시대 초기 작품을 하나 구매했다.화가는 그리 유명한 편은 아니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의 그림인지 알 수 없었다. 이런 그림을 산 것은 한편으로는 도훈에게 무게 있는 선물을 주고 싶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 그림이 대체 얼마인지 알려주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만약 다른 사람이 물어본다면, 몇 십만 원짜리라고 한다고 해도 분명 속아 넘어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림을 구매하고, 약속 시간이 가까워지자, 시후는 유나에게 전화를 걸어 엠그란드 그룹으로 그녀와 권여빈을 데리러 가겠다고 말했다.마중 나온 시후를 만난 유나는 그가 뜻밖에도
김도훈이 새로 오픈 한 레스토랑은 강남 한복판에서 조금 떨어진 구석에 위치해 있었다. 복적한 시내에서는 비교적 멀리 떨어져 있었는데, 넓기는 했지만 인적이 드물었다. 시후는 도훈이 여기에 레스토랑을 차렸는지 궁금했다. 곧 그 궁금증은 유나에 의해 풀렸다. 지금은 아니지만, 조만간 레스토랑 주변에 대기업을 비롯한 대규모 회사들이 입주하게 될 것이어서 점차 사람들이 많이 모일 것이라는 이야기였다.그렇다면 도훈은 사실 매우 현명한 선택을 한 것 같았다. 레스토랑은 넓고 새로 생긴 거리의 가장자리에 위치해 있었다. 위아래 2층으로 꽤 큰 규모였다. 라고 새겨진 나무 간판과 함께, 분위기 있어 보이는 레스토랑이었다. 시후가 차를 식당 앞에 세우려고 했으나, 이미 많은 차들이 줄지어 주차되어 있었다. 붉은색 BMW 앞에 선 남자들이 담배를 피우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모두 시후의 대학 동기기는 했지만, 그들과의 교류는 한 번도 없었다. 시후는 이지훈이라는 이름 석자를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 학과에서 좀 유명했던 재벌 2세였는데, 늘 유나에게 관심이 있었지만 유나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이지훈은 붉은색 BMW에 기대어 동기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사고 있었다. 몇몇 동기들은 부러워 죽겠다는 눈빛으로 “와.. 새끼.. 네가 진짜 위너다!”라며 치켜세웠다. “졸업한 지 얼마 됐다고 벌써 BMW냐?! 이거 BMW 540인가? 5시리즈?” 이지훈은 하하 웃으며 “응. 540 맞아~ 별거 아니지 뭐..” “와.. 씨.. 540 맞다고? 이거 5시리즈에서 제일 비싼 클래스였는데?!” “오.. 나는 BMW 1시리즈 한 3,4천만원 대 사려고 했다가 내가 가진 돈 다 털어도 계약금이 안 나오던데.. 너 따라가려면 한참 멀었다 나는!” “야, 지훈아. 그면 이 차 운전할 때 속도감 완전 쩔겠다?”이지훈은 씩 웃으며 “뭐 그럭저럭? 동력은 좋은 편이긴 하지. 평소에 도로 달릴 때 따라오는 차들은 별로 못 봤으니까?” “와
김유나와 김여빈은 동기들에게 인사를 건넸고, 이지훈은 대학생 때보다 더욱 아름다워진 지금의 김유나를 바라보니 마음이 불편해졌다.대체 왜? 지훈은 대학 입학 당시부터 틈만 나면 김유나에게 끈질기게 대시를 했었다. 하지면 그녀는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녀는 뜻밖에도 데릴사위라고 소문난 저 거지 같은 놈과 결혼을 한 것이다. 정말.. 신의 눈이 먼 것이 분명해! 이에 그는 “와! 시후야~ 너 유나네 집에 데릴사위로 갔다고 들었는데, 횡재한 것 같다? BMW도 타고! 유나가 사준 거야? 너 정말 많은 솔로남들의 귀감이 되겠다야!” 김유나가 불쾌하다는 표정을 짓자 옆에 있던 김여빈이 말했다. “이지훈! 너 아무렇게 판단하지 마. 이 차는 유나 부부가 산 거고, 특히 시후가 직접 고른 거야.” “아이고! 대단하다. BMW 5시리즈를 다 몰고!”라며 입꼬리를 실룩거렸다. 그는 일부러 시후를 향해 도발했다. “시후야, 여기 차가 별로 없잖아? 큰길이 넓고 곧지, 누가 더 빨리 달리는지 시합 한 번 할까?” 시후는 눈살을 찌푸리며 약간 상기된 얼굴로 이지훈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괜한 일에 끌어들여서 귀찮게 하네.. 난 너와 아무런 친분도 없고 교류도 없었는데. 그리고, 누구 차가 더 빠를까? 이 차는 사실 모델 중에서 제일 비싸고 빠른 BMW M760이라고. 상대도 안 될 것이 불 보듯 뻔한데.. 이지훈은 시후가 쫄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아휴, 왜 대학 다닐 때처럼 쫄았어?! 아! 혹시 기름 아까워서 그런 거냐? 그건 내가 넣어줄게~” 김여빈이 말했다. “야, 이지훈, 너 뭐야? 네 차는 BMW 540이고, 시후 씨 차는 520이야. 이게 공평하다고 생각해?” 이지훈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레이싱은 기술이 갑이지~! 좋은 차가 꼭 빨리 달린다는 법은 없고, 기술이나 배짱으로 이길 수도 있는 거라고. 그런데 내 생각에 시후는 그럴 배짱이 없을 것 같긴 한데.. 해볼까? 만약에 쫄보라서 정 싫다면 나도 인
이지훈은 이 말을 듣자 마음이 흥분되어 참을 수가 없었다.자신의 차는 BMW 540, 은시후의 차는 그저 520일뿐이었다. 저 자식은 죽어도 자신을 이길 수 없을 것이 뻔했다.감히 나에게 이렇게 큰 도박을 걸다니! 차 안에 저 나무들을 넣고 불을 붙이면 다 타버려서 다시는 쓸 수 없게 될 텐데.. 하지만, 은시후가 자초한 일이니 모두의 앞에서 그의 콧대를 꺾어줄 좋은 기회임은 분명했다.이런 생각이 들자 이지훈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너희들이 증명하는 거야! 나랑 시후 둘 중 누구의 차가 더 빨리 달렸는지. 진 사람은 아마 눈 앞에서 불타는 차를 보겠네. 하핫..” “억지 부리면 다 죽는 거야아!!” 바로 옆에 있던 동기 남학생 몇 명은 야유를 하기 시작했고, 레스토랑 위층에 이미 앉아있던 동창들은 이 소식을 듣고 모두 달려나갔다. 거의 20~30명이 좋은 구경거리를 보기 위해 입구 주위에 모여들었다. 모두가 시후를 정신이 나갔다고 생각했다. 이곳은 모두 직선 도로라 그저 차량 성능의 좋고 나쁨에 승패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BMW 520이 감히 540에 도전장을 내민다고?슈마허가 BMW 520을 몰아도 520이 540은 못 이기지! 모두들 시후의 신차 BMW 520이 조만간 폐차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유나 역시 이건 이기지 못할 싸움이라고 생각했다. “시후 씨. 그냥 참고 넘어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지훈이랑 내기는 그만 두는 게 어때요?” 시후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 “여보, 마음 편히 기다리고 있어요. 내가 질 일은 없을 거예요.”이지훈은 박장대소하며 말했다. “하하핫!! 오우, 시후야. 네 배짱에 놀람을 표한다. 하하하, 그렇다면 쓸데없는 소리는 치우고 직접 보면 되겠네!”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럼 어떤 방식으로 내기를 할 건가?”지훈이 도로 끝의 길목을 가리키며 말했다. “둘이 동시에 출발해서, 저기 보이는 사거리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거야. 먼저 여기에 오는 사람
시후는 집안이 번영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바로 내부 결속력이라고 생각했다. 결속의 가장 큰 장점은 내부의 갈등을 최대한 방지하고, 가족들의 모든 에너지를 유용한 일에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비록 그 집안은 모두 가난하게 살아가고 있다 해도, 반드시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다. 그러나 만약 집안 내부에서 분열과 대립이 일어나면, 대부분의 에너지가 내부 다툼에 소모된다. 그렇게 되면 집안은 유용한 일을 할 충분한 에너지를 갖지 못하게 될 것이고, 계속되는 내부 소모로 퇴보의 늪에 빠지게 된다. 결국 내부에서 대량의 자원을 소모하면, 아무리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결국 재산이 모두 고갈된다.그래서 시후는 배유현에게 반드시 그룹의 사람들을 철저히 감시하고, 그들이 모두 그녀의 의견을 따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만약 문제가 발생하면 자비를 베풀지 말고 초기 단계에서 바로 해결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배유현은 시후의 뜻을 완전히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은 선생님, 걱정 마세요. 저도 더 신경 쓰겠습니다." 시후는 배유현이 여전히 불안해하는 것 같아 격려의 눈빛을 보내며 진지하게 말했다. "배유현 씨, 배호영의 문제를 해결한 후, 페이셔스 그룹은 이 사건으로 전례 없는 어려운 상황에 처할 것입니다. 하지만 난 당신의 능력을 믿습니다. 반드시 페이셔스 그룹을 어려움에서도 다시 일으킬 수 있을 겁니다." 배유현은 감사하며 말했다. "은 선생님의 격려에 감사드립니다. 최선을 다해 페이셔스 그룹이 빠르게 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고 시후를 바라보며 열정적으로 말했다. "앞으로 페이셔스 그룹에 대해 어떤 요구가 있으시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세요. 페이셔스 그룹은 모두 따를 것입니다!"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필요하다면, 주저하지 않고 알리겠습니다." 그 후 그는 배원중의 옆에 있는 원서훈을 보며 말했다. "페이셔스 그룹의 이 무술가들 중에서, 선생님의 실력이 가장
그렇게 해야만, 그는 남은 회춘단을 얻어 수십 년의 수명을 연장하려는 소망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배원중은 90년 이상 살아온 사람으로, 매우 똑똑한 인물이었다. 그는 즉시 시후가 이렇게 하는 이유가 자신을 억제하려는 의도임을 이해했다. 하지만 지금의 그는 시후의 억제에 대해 불만을 가질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는 한숨을 쉬지 않을 수 없었다. ‘은 선생님이 나를 억제하지만, 나는 적어도 살아 있을 수 있다. 만약 이렇게 제한을 하지 않으면 죽음 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주저하지 않고 말했다. "은 선생님, 모든 것을 선생님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저는 아무런 이의가 없습니다!"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배유현을 바라보며 물었다. "배유현 씨, 불만 없죠?" 배유현은 급히 말했다. "저... 전 아무런 이의 없습니다... 은 선생님의 계획에 따르겠습니다!" 배유현은 시후가 이렇게 하는 이유를 이해하고, 자신을 보호해 주려는 시후의 의도를 알게 되자, 깊은 감사의 마음을 느꼈다. 순간적으로, 그녀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은 선생님이 이렇게까지 나를 도와주시는데, 어떻게 해야 그 은혜의 일부분이라도 갚을 수 있을까...’ 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사실 저는 페이셔스 그룹을 위해서도 생각한 겁니다. 한 번에 비싼 돈을 들여 회춘단을 구매하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 될 테니, 페이셔스 그룹은 곧 큰 명예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고, 피해자의 가족에게 엄청난 보상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또 제게 돈을 준다면 현금 흐름이 어려워지겠죠. 그러면 명예 위기가 끝난 후에도 페이셔스 그룹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려 해도 충분한 자금이 없을 겁니다." 이어서 시후는 말했다. "하지만, 회춘단을 나눠서 지급하면, 여러분도 나눠서 구매를 위한 자금을 지급할 수 있죠. 금액이 줄어들면, 페이셔스 그룹에게도 부담이 적어질 것입니다." 그러자 배유현은 급히 말했다. "은 선생님 말씀대로입니다... 페이셔스 그룹을 위한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배원중은 배유현의 단호한 결정에 매우 감격했지만, 그는 또한 마음속으로 한 가지 의문을 품었다. 왜냐하면 배유현은 회춘단을 사겠다고 했지만, 그 회춘단을 누구에게 줄지에 대한 자신의 입장은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배원중은 최근 몇 번의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자연스럽게 이런 일에 대해 더욱 고민이 많아졌다. 그때, 배유현은 그를 바라보며 매우 진지하게 말했다. “할아버지, 잠시 후 제가 은 선생님께 금액을 전달할 테니, 이 회춘단은 할아버지가 복용하시면 돼요.” 이 말을 듣고 배원중은 안심하며, 즉시 눈물이 넘쳐 흐를 정도로 감격했다. 그는 정말로 회춘단을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회춘단을 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고, 그 기회를 놓쳤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시후와 손녀 덕분에 이렇게 큰 놀라운 선물을 받게 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자 그는 매우 흥분했고 목이 메어 시후에게 말했다. “은 선생님...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선생님의 은혜는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시후는 손을 저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전 회장님, 먼저 말해두고 싶은 게 있습니다. 저는 배유현 씨에게 회춘단을 한 번에 주는 것이 아니라, 네 번에 나누어 줄 것입니다.” 그러자 배원중은 본능적으로 물었다. “네 번에 나누어 준다고요?” “맞습니다.” 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지금부터 3년마다, 배유현 씨에게 4분의 1을 전달하여, 결국에는 한 알을 모두 드리겠습니다.” 시후는 내심 잘 알고 있었다. 배원중이 오래 살지 못하면, 배유현의 회장직도 결코 안정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게다가 시후 자신은 다른 일도 많고, 계속해서 배유현을 보호할 수는 없기 때문에, 가장 좋은 방법은 배원중이 계속 살아있게 하여, 그가 살아 있는 동안엔 배유현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한 번에 회춘단 한 알을 모두 준다면, 배원중은 생존 문제를 해결한 후에 내면 깊은 곳에서 권력에 대한 욕망이 다시 일어날 수 있을 것이었다. 그
이렇게 말한 뒤 배원중은 감회가 새로워졌다. “저도 이제 몇 년 살지 못할 것 같고, 이렇게 많은 일을 겪다 보니 돈에 대해선 딱히 미련이 없습니다.”시후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했다. “당신은 이 나이까지 많은 노력을 하셨고, 지금은 이렇게 나이가 많으시니 벌었던 돈은 사실 큰 의미가 없을 겁니다. 오히려 그 돈 때문에 친아들에게까지 살해 위협을 당한 상황이라니, 정말 안타깝습니다.”배원중은 한숨을 내쉬며 우울하게 말했다. “은 선생님 말씀대로입니다... 이 나이 정도 되면 더 이상 큰 의미가 없죠...”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사실 그렇긴 하지만, 저는 당신에게 돈을 쓸 기회를 드릴 수 있습니다.”배원중은 잠시 당황하다가 급히 물었다. “은 선생님, 그게 무슨 뜻인가요?”시후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항상 회춘단을 사고 싶어 하셨지요? 기억이 맞다면, 경매에서 당신이 회춘단을 낙찰 받겠다고 하셨고요.”배원중은 이 말을 듣고 확실히 시후의 의도를 모르겠지만, 기쁨을 참을 수 없었다. 그는 급히 말했다. “맞습니다... 맞아요... 은 선생님... 그때 저는 그 날 쓰러지기 전에 회춘단을 낙찰 받았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왜 이 얘기를... 하십니까?”시후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지 않고, 대신 배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배유현 씨, 당신이 페이셔스 그룹의 회장으로 성공적으로 취임하고, 전 회장님의 모든 자산의 통제권을 가지게 된다면, 축하의 뜻으로 저는 예외적으로 회춘단을 살 수 있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배원중은 이 말을 듣고 바로 기쁨에 빠졌다. ‘회춘단! 은 선생님이 유현이에게 회춘단을 팔겠다고?! 만약 회춘단을 구할 수 있다면, 적어도 십여 년, 이십 년은 더 살 수 있겠군..’ 이렇게 생각한 그는 잠시 후 다시 걱정이 밀려왔다. 시후가 명확하게 말한 대로, 이 예외적인 회춘단 구매 기회는 자신이 아닌, 자신의 손녀인 배유현에게 주어진 것이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배유현이
시후의 말에 배유현은 잠시 놀랐다. 그녀는 최근까지 바다에 머물며 부모와 어떤 연락도 하지 못했다. 이번에 돌아와서도 페이셔스 그룹에서 부모와 형제자매도 전혀 보지 못했다. 그래서 그녀는 큰아버지가 할아버지의 권력을 빼앗은 후, 이미 자신의 가족들을 페이셔스 그룹에서 내쫓았을 것임을 확신했다.재벌가에서는 새로운 회장이 취임한 뒤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자신에게 위협이 되거나 평소에 마음에 들지 않는 형제들을 먼저 제압하는 동시에 몇몇 충직한 형제들을 곁에 두어 지지 세력을 확보하고, 세력이 안정된 후에는 이 충직한 형제들마저 몰아내 모든 위협을 차단한다. 그리고 내쫓긴 형제들은 결국 외척이 되어버린다.만약 배유현이 회장 자리에 오르지 않는다면, 이 자리에 누가 오르든 그녀의 가족들은 더 이상 페이셔스 그룹으로 돌아올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들은 소량의 자산을 가지고 밖에서 새롭게 시작해야 할 것이고, 결국 페이셔스 그룹의 외척으로 전락할 것이다. 이를 깨달은 그녀는 곧 이를 악물고 시후에게 말했다. “은 선생님, 제가 페이셔스 그룹의 회장직을 맡겠습니다!”배유현은 이 회장 자리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의 나이, 경험, 인맥으로 이 자리를 지키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기에 어려움에 맞설 수밖에 없었다. 이후의 일이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녀는 어떠한 고난과 어려움도 두려워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회장직에 임하기로 했다. 물론 어려움은 크겠지만 희망은 있을 것이다.시후는 배유현이 마침내 결정을 내리자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고 배해산을 바라보며 말했다. “현재 페이셔스 그룹 회장은 당신이니, 잠시 후 회장 직위 양도의 절차를 잘 처리해야 할 거야. 이런 일은 합법적으로 해야겠지.”“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제가 반드시 진심을 다해 협조하겠습니다!” 배해산은 비록 마음속으로 아쉬움이 가득했지만, 이 순간 감히 더 입을 열 수 없었고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할
이를 생각한 배원중은 공손히 말했다. “은 선생님, 저 또한 유현이가 회장이 되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시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배유현을 바라보며 물었다. “배유현 씨, 당신 생각은 어떻습니까?” 배유현은 순간 긴장했다. 사실 그녀는 한 번도 페이셔스 그룹의 회장직을 노려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페이셔스 그룹 역사상 여성이 회장이 된 적은 없었다. 그녀의 생각은 단순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자신과 부모님, 그리고 가족들을 위해 최대한의 이익을 챙겨주려는 것이었다. 할아버지가 떠난 후, 자신과 가족들이 소외 당하거나 내쫓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다시 말해, 그녀는 페이셔스 그룹 안에서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위치를 마련하려 했지, 회장이 되려는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한동안 어쩔 줄 몰라 머뭇거렸다.시후는 배유현이 송민정이나 헬레나와는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송민정은 부모가 없고 송진묵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지만, 큰 야망이 없었다. 단지 작은 사업을 잘 운영해 친척들이 회장이 되었을 때 자신에게 간섭하지 않길 바랐을 뿐이다. 이런 상황이 바뀐 것은 시후의 회춘단이 송진묵에게 너무 큰 유혹이 되었던 것이었다. 송영예 부자는 송민정을 눈엣가시로 여겼고, 시후의 도움으로 그녀는 이룸 그룹의 회장이 되었다.헬레나는 늘 야망과 포부가 있었지만, 이를 실현할 기회가 없었다. 오히려 동생 올리비아에게 심하게 억눌려 최악의 상황에 놓였던 그녀는 시후의 도움으로 상황을 뒤집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배유현은 이 둘의 중간 정도에 있었다. 그녀는 송민정처럼 야망이 전혀 없지도 않았고, 헬레나처럼 증오로 인해 강한 야망을 품은 것도 아니었다. 그녀는 적당한 야망을 가지고 있었지만, 페이셔스 그룹 전체를 장악하려는 마음은 없었다.배원중은 배유현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 내심 긴장했다. 그는 노련한 경험으로 현재 상황을 꿰뚫어보았다. 시후가 자신을 회장으로 인정하지 않는 이상, 배유현이 회장이 되는 것
“이... 이...” 배해산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사람들이 자신이 어떻게 회장직을 차지했는지 논의한다면, 그는 당당하게 합법적인 수단으로 얻었다고 말할 수 있었다. 이는 명분이 있는 행위였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중요한 일을 하기 앞서 늘 명분이 필요했다. 심지어 극악무도한 침략자조차도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기 마련이니, 하물며 배해산은 말할 것도 없었다. 하지만 자신이 친아버지를 세계 곳곳에서 쫓아다니며 죽이려 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이는 명분이 서지 않는 행위가 될 것이었다. 이런 추문이 드러나면 그는 회장직에 계속 앉아 있을 수 없을 것이었고, 자진 사퇴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이를 생각한 그는 마지막으로 노력해보려 하며 말했다. “은 선생님, 만약 저와 제 아버지가 모두 오점을 남겨 가주로 적합하지 않다면, 제 아들 배한빈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배해산에게 있어 자신이 어쩔 수 없이 물러나야 한다면, 반드시 아들에게 자리를 넘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후는 주저하지 않고 그의 제안을 단호히 거절하며 차갑게 말했다. “뭐라고? 배호영의 일이 막 공개되려는 마당에 배호영의 아버지가 회장을 맡는다고? 당신의 생각엔 오점이 가장 큰 사람이 회장으로 적합하다는 말인가?”“저... 그건...” 배해산은 다시 말문이 막혔다. 그제서야 그는 깨달았다. 시후가 오점에 대한 논란을 꺼낸 순간, 자신과 아버지뿐 아니라 큰아들 배한빈도 이미 배제되었다는 사실을. 그는 이 기회에 둘째 아들을 회장에 제안하려 했으나, 문득 머릿속에서 시후의 의도를 깨달았다. ‘아무래도 이렇게까지 둘러대는 걸 보니 결국 페이셔스 그룹의 회장을 유현이로 하려는 거군! 이렇게 명확하게 말하지 않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을 만들어 다른 사람들이 반박할 틈을 주지 않으려는 거야. 내가 지금 여기서 계속 반대 의견을 내다 은 선생님을 화나게 하면 내 처지가 더 나빠질 거다...’이를 깨달은 그는 급히 말했다. “은 선생님... 그렇다면 제가
그래서 배해산이 가장 두려운 것은 시후가 갑자기 끼어들어 자신이 회장직을 잃게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결국 자신의 손에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이때 배원중 또한 마음이 매우 불안했다. 그는 자신이 회장직을 되찾아 반격을 할 수 있기를 바랐다. 하지만 시후가 직접 말을 꺼내지 않는 이상 자신은 그 말을 꺼낼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시후가 입장을 밝히길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 혼자, 그리고 손녀의 지원만으로는 회장직을 다시 차지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두 사람이 각기 다른 마음을 품고 있는 가운데, 시후가 갑자기 두 사람을 향해 입을 열었다. “두 사람. 하나는 페이셔스 그룹의 현직 회장이고, 다른 한 명은 전 회장인데, 배호영이 두 사람의 코앞에서 이렇게 천인공노할 짓을 저질렀어. 두 사람 모두 관리 부실의 책임이 있지. 두 사람은 무슨 말을 할까?”배해산은 깜짝 놀라 황급히 말했다. “은 선생님, 저는 페이셔스 그룹의 회장이 된 지 아직 보름도 되지 않았습니다. 이 책임이 저에게 돌아오는 것은 부당합니다. 부디 명확히 판단해 주십시오!” 말을 마친 그는 배원중을 힐끔 보며 시후에게 말했다. “은 선생님, 호영이가 살아 있던 20여 년 동안 거의 99%의 시간 동안 저희 아버지께서 회장직을 맡고 있었습니다. 이 일은 아버지가 책임을 면할 수 없습니다!”배원중은 이 말을 듣고 얼굴이 몹시 어두워졌다. 아들이 자신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그를 분노하게 했고, 시후의 말뜻도 명확히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배호영의 일은 한 두 번이 아니라 수년간 이어져 온 일이었고, 그동안 자신은 회장직에 앉아 있었으면서도 배호영의 만행을 조금도 알아채지 못했다. 이는 분명 자신이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그는 앞으로 나와 두 손을 모으고 말했다. “은 선생님, 제 아들의 말이 맞습니다. 이 일은 제가 책임을 피할 수 없습니다. 부디 처벌해 주십시오!”시후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당신을 처벌하지는
시후의 생각에, 배호영과 같은 부류의 인간 말종들은 반드시 죽여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을 미국 사법기관에 맡기더라도 아무도 목숨으로 대가를 치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지 사법기관의 느슨한 집행 태도와 암묵적 거래를 고려할 때, 돈 많고 권력 있는 자들은 종신형을 선고받더라도 교도소 안에서 호화롭게 지낼 가능성이 컸다. 그래서 시후는 블랙 드래곤에게 이들을 한꺼번에 제거하고, 한 명도 남기지 말라고 지시했다. 성도민은 시후의 의도를 잘 이해하고 공손히 대답했다. “은 선생님, 걱정 마십시오. 이들의 정보를 모두 파악했습니다. 대부분 뉴욕에 머무르고 있으니, 즉시 인력을 배치하여 오늘 밤부터 이 짐승 같은 놈들을 사냥하겠습니다!”옆에 있던 배유현이 급히 물었다. “은 선생님... 이 문제는 언제 공개하고, 영상 자료는 언제 공개할 계획이신가요?” 시후는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람들의 파장이 클 적당한 때를 골라 영상을 인터넷에 올리게 할 겁니다. 배호영이 이전에 납치된 사건의 여론이 아직 사그라들지 않은 만큼, 이번 사건은 분명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겁니다. 그때 이 사건에 연루된 자들은 법적 제재를 피하려고 가미국을 떠나려 할 것이고, 바로 그 틈을 타서 그들을 한꺼번에 잡아들일 계획이예요.” 말을 마친 시후는 배유현을 바라보며 당부했다. “페이셔스 그룹은 사건이 공개된 후에 나서서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사람들이 페이셔스 그룹이 사건이 터진 뒤 위기 관리에 나섰다고 믿도록 해야 해요. 미리 준비한 흔적을 보이면 불필요한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까요.” 배유현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주의하겠습니다.”시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성도민을 바라보며 말했다. “오케이. 성도민 씨, 여기 일은 신경 쓸 필요가 없을 것 같군요. 사람들을 데리고 작전을 펼치도록 하세요. 단, 어떠한 짐승도 도망치게 해서는 안 됩니다.” 성도민은 즉시 대답했다. “은 선생님, 안심하십시오! 이번 일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