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좀 곤란하다.먼저 안세진 부장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할 것 같다. 어떻게 하든지 내 신분을 노출시켜서는 안 된다. 식사를 하던 중 권여빈이 두 사람에게 물었다. “서울에 와서 우리 대학 동기들과 약속을 잡았는데, 이 참에 동창회를 하자고 묻더라고요? 어때요?”그러자 은시후가 말했다. “두 사람 동창 모임이죠, 전 안 나가는 게 좋겠습니다. “왜요?” 권여빈이 말했다. “우리가 대학 4년 모두는 아니어도, 1년은 같이 수업 들었잖아요!?” 당초 김영식 회장이 은시후를 거두기 전 유나에게 미리 소개시켜주기 위해 시후를 서울대학에 보냈고, 그녀와 대학 4학년 생활을 함께 했던 것이다. 둘은 대학 4학년을 졸업하자마자 바로 결혼했다。시후는 동기들과 1년 밖에 함께 수업을 듣지 않은 데다가, 대부분이 자신을 무시했고 친분도 없었다. 그렇기에 동창회라는 말을 듣고도 전혀 구미가 당기지 않는 그였다.다행히 유나도 동창회에 썩 가고 싶지 않아 하는 눈치여서 그는 마음이 놓였다. “나랑 시후 씨는 참석 안 할래. 졸업하고 애들이랑 연락한 적도 없는데 뭐.”권여빈은 다급한 듯 말했다. “이번에 해야 돼~~~! 이번에 김도훈이 레스토랑을 차려서 내일 개업한다잖아~ 그래서 애들 좀 불러서 대접도 할 겸 같이 밥 먹자는 건데.” 그러자 여빈이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좋은 일인데, 안 가는 게 말이 되겠어?”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세 사람의 휴대전화가 동시에 울렸다. 카톡이 온 거였다. 카톡은 계속해서 알림창을 띄워 댔다.각자 자신의 휴대전화를 꺼내 보니, 김도훈이 단체방에 동기들을 초대했는데 족히 30명은 되어 보였다. 김도훈은 장문의 톡을 보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제가 투자한 작은 레스토랑이 내일 정식 오픈 예정이며, 위치는 강남입니다. 혹시 가까이 있는 동기들이 계시면 참석하시어 자리를 빛내 주시기를 바랍니다. 다들 그냥 가볍게 동창회 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누군가 “잘 됐네, 우리 과 여신 중 한 명인
시후가 동창회에 참석하겠다고 대답하자 유나는 “도훈이 레스토랑을 오픈했다고 하니까, 우리 선물을 준비해야겠어요. 빈손으로 갈 수는 없죠.”라고 귀띔했다. 시후는 “내일 오전에 선물을 하나 사 올게요.”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아! 나 내일 오전에 엠그란드 그룹에 갈 일이 있는데.”권여빈이 말했다. “내일 오전에 엠그란드에 온다고? 그럼 미팅 끝나고 나 보러 와! 점심 때 네 차 타고 도훈이 레스토랑 가면 되겠다!” “쏘리, 차가 없어서 말이지. 평소에 택시나 버스 타구, 가끔 남편이 스쿠터로 데려다 줘.” “뭐라고? 너 이사라며? 아직 차도 없어?” “일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돈도 별로 못 벌었어~ 평소에 둘 소비하는 거랑, 우리 엄마 생활비도 드려야 되는데. 매달 수중에 남는 돈이 고작 몇 십인데 차를 살 돈이 어디 있냐?”“솔직히 난 버스가 편하고, 날이 좋을 때 남편이 태워주는 스쿠터도 좋아.”여빈이 말했다. “야.. 격식 차려야 될 때도 있는 거야. 지금 넌 WS 그룹 이사고, 엠그란드랑 직접 호흡을 맞춰서 합작품을 만들고 있는 거라고. 그런데 차가 없다? 너 분명 구설수에 오른다.” 시후도 여빈의 말이 옳다고 느꼈다. 아내는 그동안 너무 검소한 데다 번 돈은 대부분 장모에게 맡겼기 때문에, 정작 본인에게는 너무 야박했다. 장모는 돈만 받아먹을 줄 아는 사람이었다. 모은 돈은 말도 안 되는 곳에 투자해서 다시 돌려내라고 말도 못하고, 딸에게는 그저 스쿠터 한 대를 사주며 타고 다니라고 하는 사람이었다.아무래도 그는 아내에게 차를 한 대 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차가 있으면 일하기도 편할 것이고, 사업 관련 미팅을 할 때면 더욱 체면이 설 테니까.이렇게 마음먹은 그는 내일 아침 일찍 매장에 들러 보기로 했다. ******식사를 마친 부부는 여빈에게 인사를 한 후 함께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택시 안에서 흘러나오는 라디오에서는 샹그릴라 호텔의 스카이 가든 대관과 관련된 토크가 진행중
수많은 여성들은 이 소문을 듣고 부러워하고 질투를 해댔다.대체 어떤 여자가 이렇게 행복할 수 있는지 다들 의견이 분분했다. 하룻밤 만에 ‘억’ 소리 나는 스카이 가든 전체를 빌려 사랑을 전하려고 하다니! 많은 사람들이 어서 그날이 와 미스터리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기를 바랐다.시후는 자신의 신원이 발설되지 않도록 안세진에게 거듭 분부했고, 가든 전체를 리모델링하며 어서 결혼기념일 당일이 되기를 고대했다. 이번 결혼 기념일에는 꼭 유나에게 잊지 못할 성대한 결혼식을 해줄 테니.. ****** 다음 날 아침, 일찍부터 시후는 아우디 매장을 찾았다. 그는 지난 번 박기사를 통해 받았던 카드를 가지고 있었다. 별로 쓸 곳이 없어 아직 남은 돈을 다 쓰지 못했던 그였다.그래서 이번 기회에 유나가 공개 석상에서 탈 수 있을 만한 고급 세단을 사주고 싶었다. 롤스로이스 한 대를 뽑아주면 좋지 않을까?그러나 곰곰히 생각해보니 비싼 차를 사주면 유나에게 설명하기도 까다롭고, 유나의 소심한 성격으로는 차를 몰고 나가지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그는 아내에게 8천 만원 정도의 업무용 차를 사주기로 결심했다. 체면도 세우고, 크게 부담스럽지도 않고, 실용적이기까지 하니 긁히거나 사고가 나도 그렇게 아깝지는 않을 정도로.아우디 A6 정도면 적당하지 않을까 싶었다. 체면도 서고 비즈니스용으로 아내에게 잘 어울려 보였다. 아우디 매장에 도착한 시후는 스쿠터를 세워 두고 매장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안에 있던 매니저 두 명이 손님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즉시 일어나 그를 맞이하려 했다. 그런데 갑자기 뒤에서 한 여자가 급히 “뭐야, 저 사람? 스쿠터나 타고 온 걸 보니 에어컨 바람이나 쐬고 와이파이 공짜로 쓰려고 온 것 같으니까 따로 상대할 필요 없다고.”작은 스쿠터를 타고 왔다는 말에 매니저들은 순식간에 관심이 사라졌다. 요즘 날씨가 더우니 가난뱅이들이 에어컨을 쐬러 매장에 들어온다. 어떤 얌체 같은 것들은 차안에 타서 들어가면
시후는 별달리 화를 내지 않고 웃으며 되물었다. “그러면 당신이 이 차를 팔면 얼마를 벌 수 있지?” 딜러는 “200만 원을 벌 수 있지. 뭘 물어?”하고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말했다. 시후는 “그래, 그렇다면 당신은 그 돈을 벌 기회를 잃었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말을 마친 시후는 몸을 돌려 매장을 나섰고, 때 마침 매니저가 매장으로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명패에는 김하원이라는 이름이 쓰여 있었다. 그것을 보고 시후는 그에게 “당신이 이곳의 책임자입니까?”라고 물었다.“맞습니다.” 김하원은 “무엇을 원하십니까?”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시후는 아까 그 딜러를 가리키며 “제 생각에 저 딜러는 이곳에서 퇴출하는 것이 좋아 보입니다. 저 사람을 계속 썼다가는 당신의 매출만 지체될 뿐이니까요.”라고 말했다. 딜러는 시후의 말을 듣자마자 급히 달려와 말했다. “팀장님! 헛소리하는 거예요. 믿지 마세요. 이 사람 정신병이라고요. 그냥 에어컨 바람이나 쐬러 오는 찌질이라고요!” 시후는 “내가 찌질이인지는 두고 보면 되겠죠.”라며 웃었다. 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문을 나서 바로 옆 BMW 전시장으로 향했다. BMW 매장에 도착하자마자 시후는 그 중에서 제일 좋아 보이는 BMW M760을 보았다. BMW 7시리즈 중 최고로 BMW에서 가장 비싼 차종이었다. BMW M760은 12기통 엔진으로 파워풀하기도 하고 내부도 럭셔리 했다.아우디 그 멍청한 딜러 놈들이 자신을 무시하지 않았던가. 좋아, 그럼 BMW를 한 대 사서 보여주지.어차피 돈도 많으니까!마음먹은 그는 BMW 딜러를 한 명 불렀다. “이 M760. 바로 몰고 갈 수 있나요?” “아.. 사장님 이 차는 오늘 막 전시된 차량입니다. 정말 사시겠어요?” “네.” 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농담하는 거 아닙니다. 카드 결제요. 갑시다!”“네? 지금 이 모델은 2억 3천만원이에요!” 딜러는 순간 어리둥절했다. 차를 판매한 지도 오래됐는데, 갑자기 매장으로 그냥
고민하던 그의 머릿속에 순간 좋은 아이디어가 스쳐 지나갔다. 그는 차를 몰고 길가에 있는 수리점으로 가서, 돈을 주고 BMW 760의 로고를 BMW 520으로 바꾸었다.사실 BMW 5시리즈는 7시리즈와 매우 비슷해서, 차이점은 내부 디자인 정도라 겉보기에 구분이 어려워 보통 로고로 알아볼 수 있는 정도였기 때문이다. 520은 BMW 5시리즈 중에서 가장 낮은 클래스로 파워와 컨트롤은 보통이고, 모든 면에서 무난한 편이다.반면, M760은 7시리즈 중 최고로 극강의 파워와 컨트롤 모든 면에서 높은 수준이었다. 시후는 520 로고가 부착된 M760를 몰면서 유나는 차를 잘 모르고, 차에 대한 공부도 별로 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그는 BMW 520이라고 말하면 유나는 알아챌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수리점 주인은 차를 보고 입을 삐죽 내밀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 사람.. 꽤 정직해 보였는데.. 일부러 760을 520으로 바꾸다니. 자신을 감추고 있다가 상대가 방심하면 이겨 먹으려는 거로군?******차를 사고 나서 시후는 오늘 점심에 김도훈의 레스토랑을 오픈한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리고 자신이 선물을 장만하기로 유나와 한 약속이 생각났다. 도훈이 대학생 시기 유일하게 자신에게 잘해 준 동기라는 것을 생각하자 그는 직접 차를 몰아 미술품 판매점에 가서 4천만 원 정도의 조선시대 초기 작품을 하나 구매했다.화가는 그리 유명한 편은 아니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의 그림인지 알 수 없었다. 이런 그림을 산 것은 한편으로는 도훈에게 무게 있는 선물을 주고 싶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 그림이 대체 얼마인지 알려주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만약 다른 사람이 물어본다면, 몇 십만 원짜리라고 한다고 해도 분명 속아 넘어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림을 구매하고, 약속 시간이 가까워지자, 시후는 유나에게 전화를 걸어 엠그란드 그룹으로 그녀와 권여빈을 데리러 가겠다고 말했다.마중 나온 시후를 만난 유나는 그가 뜻밖에도
김도훈이 새로 오픈 한 레스토랑은 강남 한복판에서 조금 떨어진 구석에 위치해 있었다. 복적한 시내에서는 비교적 멀리 떨어져 있었는데, 넓기는 했지만 인적이 드물었다. 시후는 도훈이 여기에 레스토랑을 차렸는지 궁금했다. 곧 그 궁금증은 유나에 의해 풀렸다. 지금은 아니지만, 조만간 레스토랑 주변에 대기업을 비롯한 대규모 회사들이 입주하게 될 것이어서 점차 사람들이 많이 모일 것이라는 이야기였다.그렇다면 도훈은 사실 매우 현명한 선택을 한 것 같았다. 레스토랑은 넓고 새로 생긴 거리의 가장자리에 위치해 있었다. 위아래 2층으로 꽤 큰 규모였다. 라고 새겨진 나무 간판과 함께, 분위기 있어 보이는 레스토랑이었다. 시후가 차를 식당 앞에 세우려고 했으나, 이미 많은 차들이 줄지어 주차되어 있었다. 붉은색 BMW 앞에 선 남자들이 담배를 피우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모두 시후의 대학 동기기는 했지만, 그들과의 교류는 한 번도 없었다. 시후는 이지훈이라는 이름 석자를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 학과에서 좀 유명했던 재벌 2세였는데, 늘 유나에게 관심이 있었지만 유나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이지훈은 붉은색 BMW에 기대어 동기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사고 있었다. 몇몇 동기들은 부러워 죽겠다는 눈빛으로 “와.. 새끼.. 네가 진짜 위너다!”라며 치켜세웠다. “졸업한 지 얼마 됐다고 벌써 BMW냐?! 이거 BMW 540인가? 5시리즈?” 이지훈은 하하 웃으며 “응. 540 맞아~ 별거 아니지 뭐..” “와.. 씨.. 540 맞다고? 이거 5시리즈에서 제일 비싼 클래스였는데?!” “오.. 나는 BMW 1시리즈 한 3,4천만원 대 사려고 했다가 내가 가진 돈 다 털어도 계약금이 안 나오던데.. 너 따라가려면 한참 멀었다 나는!” “야, 지훈아. 그면 이 차 운전할 때 속도감 완전 쩔겠다?”이지훈은 씩 웃으며 “뭐 그럭저럭? 동력은 좋은 편이긴 하지. 평소에 도로 달릴 때 따라오는 차들은 별로 못 봤으니까?” “와
김유나와 김여빈은 동기들에게 인사를 건넸고, 이지훈은 대학생 때보다 더욱 아름다워진 지금의 김유나를 바라보니 마음이 불편해졌다.대체 왜? 지훈은 대학 입학 당시부터 틈만 나면 김유나에게 끈질기게 대시를 했었다. 하지면 그녀는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녀는 뜻밖에도 데릴사위라고 소문난 저 거지 같은 놈과 결혼을 한 것이다. 정말.. 신의 눈이 먼 것이 분명해! 이에 그는 “와! 시후야~ 너 유나네 집에 데릴사위로 갔다고 들었는데, 횡재한 것 같다? BMW도 타고! 유나가 사준 거야? 너 정말 많은 솔로남들의 귀감이 되겠다야!” 김유나가 불쾌하다는 표정을 짓자 옆에 있던 김여빈이 말했다. “이지훈! 너 아무렇게 판단하지 마. 이 차는 유나 부부가 산 거고, 특히 시후가 직접 고른 거야.” “아이고! 대단하다. BMW 5시리즈를 다 몰고!”라며 입꼬리를 실룩거렸다. 그는 일부러 시후를 향해 도발했다. “시후야, 여기 차가 별로 없잖아? 큰길이 넓고 곧지, 누가 더 빨리 달리는지 시합 한 번 할까?” 시후는 눈살을 찌푸리며 약간 상기된 얼굴로 이지훈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괜한 일에 끌어들여서 귀찮게 하네.. 난 너와 아무런 친분도 없고 교류도 없었는데. 그리고, 누구 차가 더 빠를까? 이 차는 사실 모델 중에서 제일 비싸고 빠른 BMW M760이라고. 상대도 안 될 것이 불 보듯 뻔한데.. 이지훈은 시후가 쫄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아휴, 왜 대학 다닐 때처럼 쫄았어?! 아! 혹시 기름 아까워서 그런 거냐? 그건 내가 넣어줄게~” 김여빈이 말했다. “야, 이지훈, 너 뭐야? 네 차는 BMW 540이고, 시후 씨 차는 520이야. 이게 공평하다고 생각해?” 이지훈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레이싱은 기술이 갑이지~! 좋은 차가 꼭 빨리 달린다는 법은 없고, 기술이나 배짱으로 이길 수도 있는 거라고. 그런데 내 생각에 시후는 그럴 배짱이 없을 것 같긴 한데.. 해볼까? 만약에 쫄보라서 정 싫다면 나도 인
이지훈은 이 말을 듣자 마음이 흥분되어 참을 수가 없었다.자신의 차는 BMW 540, 은시후의 차는 그저 520일뿐이었다. 저 자식은 죽어도 자신을 이길 수 없을 것이 뻔했다.감히 나에게 이렇게 큰 도박을 걸다니! 차 안에 저 나무들을 넣고 불을 붙이면 다 타버려서 다시는 쓸 수 없게 될 텐데.. 하지만, 은시후가 자초한 일이니 모두의 앞에서 그의 콧대를 꺾어줄 좋은 기회임은 분명했다.이런 생각이 들자 이지훈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너희들이 증명하는 거야! 나랑 시후 둘 중 누구의 차가 더 빨리 달렸는지. 진 사람은 아마 눈 앞에서 불타는 차를 보겠네. 하핫..” “억지 부리면 다 죽는 거야아!!” 바로 옆에 있던 동기 남학생 몇 명은 야유를 하기 시작했고, 레스토랑 위층에 이미 앉아있던 동창들은 이 소식을 듣고 모두 달려나갔다. 거의 20~30명이 좋은 구경거리를 보기 위해 입구 주위에 모여들었다. 모두가 시후를 정신이 나갔다고 생각했다. 이곳은 모두 직선 도로라 그저 차량 성능의 좋고 나쁨에 승패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BMW 520이 감히 540에 도전장을 내민다고?슈마허가 BMW 520을 몰아도 520이 540은 못 이기지! 모두들 시후의 신차 BMW 520이 조만간 폐차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유나 역시 이건 이기지 못할 싸움이라고 생각했다. “시후 씨. 그냥 참고 넘어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지훈이랑 내기는 그만 두는 게 어때요?” 시후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 “여보, 마음 편히 기다리고 있어요. 내가 질 일은 없을 거예요.”이지훈은 박장대소하며 말했다. “하하핫!! 오우, 시후야. 네 배짱에 놀람을 표한다. 하하하, 그렇다면 쓸데없는 소리는 치우고 직접 보면 되겠네!”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럼 어떤 방식으로 내기를 할 건가?”지훈이 도로 끝의 길목을 가리키며 말했다. “둘이 동시에 출발해서, 저기 보이는 사거리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거야. 먼저 여기에 오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