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셔스 그룹 부자는 지금 이 순간 죽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주량은 사실 일반적이었고, 여러 잔을 한 번에 마셔야 한다는 생각이 들자 술을 아직 마시지도 않았는데 이미 목구멍이 아파서 토할 것 같았다. 하지만 시후는 그들에게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말했다. 그는 배한빈을 노려보며 차갑게 말했다. "뭘 기다리고 있지? 술을 빨리 따르지 않고? 내가 술을 따라 줘야 할까?"배한빈은 이를 악물고 당황한 채로 앞에 나가, 떨리는 손으로 그 중 한 병의 와인 병을 열었다. 시후는 두 개의 유리컵을 나란히 놓고 말했다. "자, 먼저 이 두 잔을 가득 채워."배한빈은 시후의 말을 듣고 그대로 따라 술을 채웠다.술이 가득 채워지자, 시후는 손짓을 하며 두 사람에게 말했다. "자, 먼저 첫 잔을 마셔."배해산은 와인을 보며 간이 쪼그라들 듯 겁에 질려 떨며 말했다. "젊은이... 나... 나는 고혈압이고... 혈당도 계속 조금 높은 상태라서... 의사가 술은 절대 마시지 말라고 했습니다... 조금이라도 마시면 안 된다고 했지요... 이런 큰 잔은... 제 목숨을 위협하는 거 아니겠소...?"시후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의사들 말은 들을 필요 없어. 옛말에 술은 곡식의 정수라고 했지. 술을 많이 마시면 더 젊어 진다고. 그런데 당신은 70이 넘었는데도 하나도 젊어 보이지 않잖아. 술을 별로 안 마셔서 그래. 자, 이 잔부터 비워."배해산은 얼굴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젊은이... 저는 진짜 술을 마실 수 없어요..."시후는 표정이 차가워지며 물었다. "뭐야? 날 당황시키는 건가?” 말하면서 그는 옆에서 무릎 꿇고 있는 장천을 가리키며 차갑게 물었다. "지금 내가 장천에게 입을 틀어막고, 와인 세 병을 강제로 마시게 만들어 줄까?"장천은 주저하지 않고 말했다. "선배님! 제게 기회를 주신다면, 저는 무엇이든지 기꺼이 하겠습니다!"배해산은 이 말을 듣고 즉시 경악하며 목을 움츠렸다. 장천의 그 애원하는 표정을 보니, 그가 장난을 하고
하지만 그 때 아들 옆에 있던 배해산은 여전히 술잔을 들고만 있고 입을 대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감히 입을 댈 생각을 못하고 있었지만, 옆에 있던 아들은 술을 마시는 속도가 엄청나게 빨랐다! 이 모습을 본 그는 금세 두려움에 휩싸였다. ‘이 놈의 자식이 먼저 술을 다 마셔버리면, 난 어쩌란 말이야?!’ 조금 전 자신이 아들을 대신해 뺨까지 맞았던 일이 떠오르자, 배해산은 더욱 분노했다. 그는 급히 헛기침을 크게 하며 배한빈을 노려보고 소리쳤다. “크흠! 이 불효자 같은 놈아! 그렇게 빨리 술을 마시는 건, 내가 한 잔 더 마시게 만들려는 뜻이냐?!”배한빈은 술잔을 들고 남은 술을 한 번에 입 안으로 털어 넣으려던 찰나, 아버지의 고함소리에 놀라 들고 있던 술잔을 놓칠 뻔했다. 그는 당황하며 정신을 차리고 아버지를 다시 보았고, 그제서야 아버지의 술잔에 담겨 있는 술이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순간, 그는 자신이 또 한 번 큰 실수를 저지를 뻔했음을 깨달았다. 조금 전 자신이 뺨을 빨리 때리지 못해 아버지가 대신 시후에게 뺨을 맞았던 일이 떠올랐다. 이번에 또 자신이 잘못해서 아버지가 술을 더 마셔야 한다면, 부자 관계는 그 자리에서 완전히 끝날 것이 분명했다. 그러자 그는 그 순간 정말로 시후를 원망하기 시작했다. 시후의 방식은 너무나 악랄했고, 반복적으로 부자의 관계를 흔들며 미묘한 감정의 균형을 무너뜨리려는 의도가 정말이지 비열했기 때문이다. 고심 끝에, 배한빈은 체념하며 속으로 결심했다. ‘젠장! 됐어! 오늘 내가 술을 많이 마셔야 한다면 그냥 다 내려 놓자고! 내 목숨이 반쯤 날아가더라도 부자 관계는 꼭 지켜내야 해! 만약 이걸로 아버지가 나중에 앙심을 품고 회장직을 나에게 물려주지 않는다면, 어디에서 하소연을 할 거야? 사람들이 ‘왜 후계자 자리를 잃었냐’고 물으면, 내가 ‘술을 마시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라고 대답할 수는 없잖아?’그러자 배한빈은 서둘러 술잔을 내려놓고 허둥지둥 입을 닦으며 말했다. “아버지... 아직 술
배해산은 와인 한 잔을 비운 후, 조금 뒤 시야가 이미 겹쳐 보이기 시작했고, 머리는 망치로 세게 맞은 듯 어질어질하고 묵직한 것 같았다. 배한빈은 아버지를 더 곤란하게 할 수 없어, 그가 한 잔을 비우는 것을 보고 나서야 서둘러 자신의 잔에 남은 와인을 입 안으로 털어 넣었다.이때, 시후의 초시계는 아직 1분이 되지 않았다. 부자가 개처럼 헐떡이며 숨을 몰아쉬고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모습을 보자, 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손짓했다. “좋아, 두 번째 잔이야. 배 대표님, 술을 좀 채우시죠?!”배한빈의 두 다리는 이미 후들거리기 시작했지만, 시후의 명령을 거스를 수 없어, 떨리는 손으로 술잔을 들고 자신과 아버지의 잔에 술을 채웠다. 곧이어 시후는 초시계를 다시 한번 확인한 뒤 말했다. “여전히 같은 규칙이야. 1분 안에 각자 술을 다 마셔야 해. 시간을 초과하면 한 잔씩 더 추가될 거야.”배해산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젊은이... 이렇게 마시다가는 정말 사람이 죽습니다...”시후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걱정 마, 죽지 않아. 만약 정말 죽으면, 내가 책임질 테니까 날 찾아와.”“그... 그건...” 배해산은 울고 싶었지만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속으로 그는 생각했다. ‘내가 죽었는데, 도대체 어떻게 널 찾아가...!’시후는 이때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 “솔직히 말해서, 너희 두 사람은 이 상황에서 즐거워해야 할 걸? 내가 술이나 좀 마시게 하는 것뿐이잖아. 예전에 어떤 놈은 나를 건드렸다가 재가 되어버렸고, 또 다른 놈은 내게 도전하다가 아들의 이마에 글씨를 새겨줬거든.. 그런 사람들에 비하면, 두 사람은 정말 행운아야.” 그리고 시후는 덧붙였다. “뭐.. 혹시 흥미가 있다면, 전문가들을 불러 두 사람의 이마에도 멋진 글씨를 새겨줄 수도 있는데..”시후의 말을 들은 배해산은 온몸이 떨렸고, 배한빈은 누군가 이마에 글씨를 새겼다는 말을 들은 순간 자신의 이마가 찢어질 듯한 고통을 느꼈다. 긴장한 나머지 그는 아버지 배해산을
배한빈은 급히 말했다. “제가 직접 하겠습니다! 제가 직접 마시죠!” 그는 허겁지겁 술잔을 다시 채우고, 강한 어지럼증을 억누르며 이를 악물고 마셨다. 그런 뒤, 술기운이 점점 강하게 올라오는 것을 느끼며 배한빈은 더 지체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는 정신이 완전히 나가기 전에 마지막 잔을 채워 단숨에 털어 넣었다. 마지막 잔을 비운 뒤, 배한빈의 위장은 불타는 듯했고, 네 잔의 와인이 들어간 그는 이미 정신력이 무너진 상태였다. 미션이 끝났다는 사실에 겨우 한숨 돌렸지만, 그는 곧이어 앞이 깜깜해지며 의식을 잃고 바닥에 무겁게 쓰러지고 말았다.시후는 두 사람이 모두 정신을 잃은 것을 확인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은서야, 술 취한 두 사람 옆에서 식사를 하는 건 별로잖아. 우리 장소를 옮기는 게 어때?”고은서는 혀를 내밀며 말했다. “그래, 시후 오빠. 술 냄새만 맡아도 취할 것 같아.. 나도 이곳에 더 있으면 취할 것 같긴 해...”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그럼 빨리 가자.”한쪽에 있던 장천은 시후가 떠나려는 것을 보고 긴장한 채 물었다. “선배님... 저... 저는 언제 회복시켜 주실 겁니까...”시후는 담담히 말했다. “우리가 떠난 뒤에, 이 둘을 병원으로 데려가 위 세척을 시켜. 그리고 당신은 돌아와서 다시 무릎 꿇고 있도록 해. 내가 돌아올 때까지 계속! 만약 이 두 사람이 깨어나 당신을 괴롭히려고 하면, 오늘 밤 내가 다시 올 것이라고 전해. 그들이 준비를 잘 해두라고 말이야!”장천은 울먹이며 말했다. “선배님... 지금 전 수련 실력이 모두 사라지고 없어서, 두 사람이 깨어나면 분명 저에게 화풀이를 할 겁니다... 그때 제가 스스로를 지킬 힘이 없으면 선배님이 돌아오시기 전에 큰일이 날지도 모르고요...”시후는 냉정하게 말했다. “그들에게 전해. 내가 돌아오기 전에 당신을 건드리면, 그 결과는 전부 그들이 감당해야 할 거라고!” 그리고 나서 그는 말했다. “회복은 기다려. 당신을 처분할 사람이 도착한 후, 그
한인 타운.시후와 고은서가 이중열의 삼겹살 가게에 도착했을 때, 이중열은 직원들과 함께 가게 청소에 한창이었다. 이미 점심시간은 한참 지났고, 가게 안에는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고은서는 사람들이 알아볼 걱정 없이 마스크만 쓰고 시후의 팔짱을 끼고 그대로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두 사람이 문 안으로 들어서자, 문에 달린 센서가 소리를 냈다. 이 소리에 바쁘게 움직이던 직원은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말했다. “죄송하지만, 영업은 이미 마감했습니다.”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그럼 대충 아무거나 해주세요. 아직 우리 두 사람이 밥을 못 먹었거든요.”이중열은 시후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고개를 돌려 보더니, 그와 고은서가 함께 온 것을 보고 기뻐하며 말했다. “두 사람은 왜 이 시간까지 밥을 못 먹었죠?”고은서는 시후의 팔짱을 끼고 귀엽게 말했다. “안녕하세요, 삼촌!”시후도 웃으며 말했다. “삼촌, 우리 점심에 페이셔스 그룹에 잠깐 들렀다가 식사 한 끼 얻어먹으려 했는데, 계획대로 되지 않았거든요.”고은서는 일부러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건 오빠가 페이셔스 그룹 두 사람을 억지로 술을 먹여 둘 다 쓰러뜨렸기 때문이에요.. 그러다 보니 저도 밥 먹을 생각이 없어졌잖아요.”이중열은 이 말을 듣고 웃으며 말했다. “이야, 얘기를 들어 보니 뭔가 사연이 있는 것 같네요. 그럼 어서 위층으로 올라가 있어요. 금방 식사를 좀 준비해 줄게요, 올라가서 나중에 같이 앉아 얘기하죠.”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삼촌, 그럼 저희 올라가서 기다릴게요.”고은서도 웃으며 말했다. “삼촌, 저는 목살 먹을래요. 2인분으로요!”이중열은 웃으며 말했다. “알았어요. 그럼 먼저 올라가 있으면 바로 준비해서 갈게요.”시후와 고은서는 함께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이 2층에 거의 다 올라갔을 때, 다시 문가에서 소리가 들렸다. 곧이어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장님, 두 명이요~”시후는 본능적으로 걸음을 멈추고,
이중열이 말했다. "사실 저희는 이미 영업을 마감했습니다. 조금 전 보신 두 사람은 제 오래된 친구의 자녀들입니다. 점심을 못 먹었다고 해서 2층으로 올라가게 했지요." 그는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두 분께서 마침 오셨으니 그냥 헛걸음하도록 할 수는 없겠지요. 그럼 이렇게 하시죠. 1층에서 식사를 하시는 걸로 하고, 드시고 싶은 걸 직원에게 말씀하시면 준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좋습니다." 안충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웃으며 말했다. "사장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는 제이크 한에게 말했다. "어서 앉아. 뉴욕에서 가장 맛있는 삼겹살을 맛보게 해줄 테니까."제이크 한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아, 사실 지금 가장 먹고 싶은 건 술 한 잔이야." 말을 마치며 카운터 뒤쪽의 작은 냉장고를 한 번 쓱 보더니 놀란 듯 말했다. "사장님, 여기 막걸리도 있네요?""그럼요." 이중열이 웃으며 말했다. "한국에서 들여온 겁니다. 한 병 드셔 보시겠어요?"제이크 한이 쾌활하게 웃으며 말했다. "좋아요! 두 병 주세요!"안충주는 그를 약간 놀리며 말했다. "대낮에 이렇게 많이 마시면 오후에는 일을 안 하려는 거야?"제이크 한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어차피 단서도 못 찾고 있어. 오후엔 사무실에 가서 잠이나 자야지. 이틀 내내 쉬지를 못했거든."안충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그럼 나도 조금 마시다 집에 가서 자야겠다. 내일 아침 일찍 로스앤젤레스로 돌아가야 해."제이크 한이 놀란 듯 물었다. "왜 그렇게 빨리 가? 뉴욕에 며칠 더 머물면 안 돼?"안충주는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더 머물 수는 없어. 집에 돌아가 아버지를 봐야 해. 한국에서 돌아온 지도 꽤 됐는데 아직 한 번도 못 찾아 뵀어."제이크 한은 그 말을 이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렇다면 가서 뵈어야지. 아버님과 어머님께 안부 전해줘." 그러더니 무언가 떠오른 듯 덧붙였다. "아버님께서 아직 나는 기억하시겠지?"안충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기
이때 이중열이 요리 두 접시를 들고 올라왔다. 하나는 간판 메뉴인 삼겹살이었고, 다른 하나는 그의 특기인 양념 목살 구이였다. 그는 음식을 시후와 고은서 앞에 놓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도련님, 은서 아가씨, 가게에 단골손님이 한 분 오셨는데, 유명한 경감 제이크 한도 함께 왔더군요. 두 분은 당분간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시후가 급히 물었다. "삼촌, 제이크 한이 아저씨를 알아보지는 않았나요?""아니요." 이중열이 말했다. "그날 제 모습은 평소와 달라서 기억하기 어려울 겁니다. 게다가 그 날은 딱 한 번 스쳐 지나갔을 뿐이라, 절 떠올리기 쉽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아까 일부러 살짝 떠봤는데, 확실히 알아보지 못한 것 같으니 괜찮습니다.""그렇다면 다행이네요." 시후는 살짝 안도하며 물었다. "삼촌, 제이크 한과 함께 온 그 중년 남성은 누군지 아세요?"이중열이 대답했다. "그와는 꽤 오랫동안 알고 지냈어요. 가게의 단골손님이거든요. 하지만 그의 신분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어요. 그는 절대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고, 저도 굳이 물어보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덧붙였다. "하지만 제 추측으로는 뭔가 신분이 대단할 것 같아요. 상당히 배경이 있는 사람 같거든요." 이중열은 시후에게 물었다. "도련님, 혹시 그 사람을 아시나요?"시후는 잠시 고민했지만, 일단 이중열에게는 숨기기로 했다. 외삼촌이 바로 아래층에 있는 상황에서 이중열이 이 사실을 듣고 너무 놀라게 되면 시후가 드러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도 잘 몰라요. 그냥 물어본 거예요. 삼촌, 그럼 신경 쓰지 마시고 일 보세요. 음식은 직원 분이 가져다 주면 되니까요."이중열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 "그럴 순 없죠. 나머지 요리가 준비되면 제가 직접 가져다 드리죠. 먼저 드세요."이때, 안충주와 제이크 한은 이미 술을 한 잔씩 마시기 시작했다. 이중열은 제이크 한이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도록 직원에게 술안주 몇 가지를 먼
안충주가 진지하게 말했다. "제이크, 좀 낙관적으로 생각해! 네가 가장 자신 있는 분야에서 좌절을 조금 겪었다고 해서 너무 괴로워할 필요 없어. 내가 늘 말하잖아, 그런 건 아무것도 아니라고." 그는 두 손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말했다. "나를 봐. 이렇게 많은 세월 동안 어디를 가든 VIP 대접을 받았어. 심지어 90살 먹은 어르신도 자리에서 일어나 나에게 가장 좋은 자리를 내주시곤 했지. 그런데 얼마 전 경매에 갔다가 사람들 앞에서 쫓겨난 적이 있었어. 그땐 땅이라도 갈라져 내가 기어 들어가면 좋겠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지금 봐. 이제 그런 일쯤은 아무렇지도 않아! 사람이 아무리 잘나가도 모든 사람이 너를 존중해 주는 건 아니야. 너 같은 경감이 아무리 뛰어난 전문성을 가졌다 해도 모든 사건을 다 해결할 수는 없는 법이야. 그러니 실패를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면서 평정을 유지하려고 해야 해. 시간이 지나서 이 일을 다시 돌아보면, 결국 누군가 네 앞에서 방귀를 뀌었을 뿐이라는 걸 알게 될 거야. 방귀는 아무리 고약해도 결국은 사라지잖아. 하지만 네가 이 일을 끝까지 붙들고 있다면, 나중에 70, 80살이 되어서도 그 방귀 뀐 일을 생각하며, 방귀 뀐 사람을 못 잡은 것을 한으로 여길 것이고 이 일을 넘어가지 못하겠지. 그렇다면, 네 남은 인생은 절대 행복할 수 없을 거야. 그렇지 않아?"제이크 한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설득하는 데 있어서는 정말 타고난 재능이 있군." 그는 잔을 들어 안충주에게 말했다. "자자, 한잔하자고. 건배!"안충주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 "너무 많이 마시지 마. 가볍게 마시는 정도로 충분해. 에너지를 아껴두라고. 곧 큰 일이 벌어질 테니까. 그 큰 일이 벌어지면 네 부담도 한결 가벼워질 거야."제이크 한은 표정이 긴장되며 물었다. "‘공개 처형’을 말하는 거야?"배호영이 납치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안충주와 제이크 한은 사건의 동기를 추측하며 누군가가 페이셔스 그룹을 공개적으로 응징하려 한다는 결론에
점심을 먹고 난 후, 윤우선은 머릿속이 계속해서 추첨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했다. 비록 1억 상당의 추첨에 당첨될 거라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작은 상품이라도 당첨된다면 그녀에게는 그야말로 횡재일 것이기 때문이다....점심을 먹고 윤우선은 홍라연과 함께 다시 하버시티로 돌아왔다. 이때 불가리 매장의 매니저는 이미 송민정이 보낸 추첨권을 수령한 상태였다. 이 추첨권은 오늘 아침 인쇄소에 특별히 부탁해서 급히 만든 것이었기 때문에, 여전히 강한 잉크 냄새가 풍기고 있었다.윤우선이 홍라연과 함께 매장에 들어서자, 아침에 그녀를 응대했던 여자 판매원이 서둘러 다가와 밝게 말했다. “손님, 오셨군요! 이곳으로 이동해 주세요!” 그러면서 그녀는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며 윤우선에게 속삭였다. “손님, 이번 추첨은 손님처럼 VIP 고객들 만을 대상으로 한 행사입니다. 일반 고객들은 참여할 수 없으니,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으셨으면 해요.”윤우선은 즉시 그 의도를 이해했다. 그녀는 바로 이런 특별 대우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곧바로 홍라연에게 눈짓을 보내며, 판매원을 따라 매장 뒤편에 있는 매니저실로 향했다.매니저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매니저는 윤우선이 들어오는 것을 보자마자 환한 미소로 말했다. “사모님, 안녕하세요! 저는 이 매장의 매니저입니다. 그냥 장 매니저라고 불러 주세요!”윤우선은 고개를 끄덕이며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장 매니저님, 제가 추첨에 참여하러 오긴 했는데, 이번 추첨은 어떤 건가요?”매니저는 웃으며 말했다. “손님, 간단히 설명 드리자면, 이번 추첨은 VIP 고객만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행사로, 최저 상품도 1천만 원 상당이며, 최고 상품은 1억에 달합니다. 게다가 당첨 확률도 매우 높고요.”“와!” 윤우선은 단번에 흥미를 느끼며 감탄했다. “최소 상품이 1천만 원 상당이라고요? 정말 통이 크시네요!”“네.” 매니저는 미소를 띤 채 말했다. “이건 저희 그룹의 이벤트로, 주요 VIP
윤우선은 이 말을 듣고 당장 울고 싶었지만, 고상한 사모님이라는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이를 악물고 눈물을 꾹 삼켰다. 윤우선은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 이 80만 원이 좀 늦게 들어온다고 해서 판매원과 싸울 수는 없지. 날 위해 할인도 많이 해줬는데, 이 정도는 참아야지 않겠어? 게다가 돈을 안 준다고 한 것도 아니고, 단지 정상적인 절차가 필요하다는 건데, 내가 여기서 뭐라고 하다가 괜히 판매원이 ‘그럼 환불하세요.’라고 하면 완전히 헛수고가 되는 거 아니겠어?’ 그러면서 윤우선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문제는 지금 내 카드에 남은 게 50만 원 남짓이라는 거야. 50만 원으로 며칠이나 버틸 수 있을까....’그녀는 마음을 다잡고 더 이상 이 문제에 대해 더 이상 말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일부러 태연한 척하며 판매원에게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괜찮아요! 나중에 용돈은 만들면 되니까요.”판매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오후 1~2시 사이에 열리는 추첨 행사에 꼭 오세요.”“그래요!” 윤우선은 웃으며 말했다. “그때 가서 1등 상품에 꼭 당첨될 거예요!”판매원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요 분명히 좋은 소식이 있으실 겁니다!”윤우선은 새로 산 목걸이를 챙기고 홍라연에게 말했다. “형님, 이제 가시죠.”홍라연은 부러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알겠어, 동서. 동서 정말 운이 좋네. 이렇게 좋은 기회를 잡다니, 정말 부러워.. 그리고 2400이나 절약한 거잖아!”윤우선도 기분이 너무 좋아 웃으며 말했다. “사실 말이죠, 내가 WS 그룹과 손절한 이후로 운이 점점 좋아지는 느낌이라니까요.”홍라연은 탄식하며 말했다. “나는 언제쯤 이 집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특히 그 늙은 시어머니는 매일 얼굴만 봐도 짜증나 죽겠어!”윤우선은 웃으며 말했다. “뭐 하러 신경 써요. 어차피 몇 년 안 있으면 죽을 텐데.”홍라연도 고개를 끄덕이며 문득 떠오른 듯 말했다. “맞다, 동서. 오늘 나도 목걸이 하나 사준다고 했잖아..
여성 판매원이 말했다. “1% 캐시백을 받으실 수 있어요. 고객님께서 이 목걸이를 구매하시면, 구매 후에 1%의 금액을 돌려드립니다. 즉, 사모님께서 80만 원을 더 할인 받으시는 거나 다름없는 거죠.”“맙소사....” 윤우선은 감탄하며 말했다. “그럼, 이 9600만 원짜리였던 목걸이를 이런저런 혜택을 받으면 7200만 원이라는 가격에 살 수 있다는 거예요?”“그렇습니다!” 여성 판매원이 계산기를 두드리며 말했다. “실제 구매가는 9600만 원이지만, 총 2400만 원을 절약하시는 셈이죠!”윤우선은 기쁨에 겨워 미쳐버릴 지경이었다.윤우선이 흥분에 빠져 있을 때, 판매원이 또 다시 말했다. “그리고 구매 후에, 오늘 오후 1~2시 사이에 매장으로 오시면 무료 추첨 행사에 참여하실 수 있어요. 최고 상품은 1억 상당입니다.”“세상에나!” 윤우선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 “도대체 어떤 상품이길래 1억 상당의 가치가 있는 거예요?”여직원은 웃으며 대답했다. “정확히 어떤 상품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고객님께서 직접 오셔야 알 수 있습니다.”윤우선은 속으로 생각했다. ‘2400만 원을 할인 받는 것도 모자라, 1억 상당의 상품이 걸려 있는 행사에 추첨할 기회를 준다니! 이건 정말 하늘에서 돈이 떨어지는 거 아니야? 오늘은 정말 운수 좋은 날이야!’ 이렇게 생각이 들자, 윤우선은 주저 없이 말했다. “좋아요! 오늘 구매할 게요! 당장 결제합시다!” 그러고 나서 그녀는 자신의 에르메스 가방에서 카드를 꺼냈다.옆에서 지켜보던 홍라연은 부러움에 거의 눈물을 흘릴 뻔하며 속으로 생각했다. ‘윤우선 이건 대체 운이 뭐가 이렇게 개 같이 좋은 거야?! 이런 대박의 기회를 다 잡다니. 나는 매일 돈 한 푼 없이 쪼들리며 사는데, 이건 어쩜 이렇게 잘 풀릴까!?’이때, 여직원이 윤우선이 카드를 꺼내는 것을 보고 곧바로 말했다. “그럼 사모님 결제해 드리겠습니다!” 판매원은 POS 기계에 금액을 입력하고, 윤우선의 카드를 긁은 뒤 말했다. “고객님,
윤우선이 반응하기도 전에, 옆에 있던 홍라연은 벌써 흥분해서 외쳤다. “네?! 내 기억엔 이 매장은 절대 할인을 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렇게 가격이 싸진다고요?”여직원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맞습니다, 고객님. 저희 매장은 원래 할인을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유일한 예외로, 매장 창립 기념일이라서 딱 오늘만 특별히 진행하는 이벤트입니다!”윤우선의 마음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할인을 절대 하지 않는 브랜드가 한 번에 1천만 원을 깎아 준다니, 이건 진짜 놓칠 수 없는 기회 아닌가?!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은 있어도, 이렇게 큰 할인은 무조건 챙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윤우선은 오늘 이 목걸이를 사지 않으면, 밤에 자다가도 후회하며 깨어날 것 같았다. 그래서 그녀는 몰래 휴대폰을 꺼내 은행 앱으로 계좌 잔액을 확인했다. 잔고는 7250만 원. 며칠 전부터 시후와 유나가 집을 비운 동안, 윤우선은 미용실에서 VIP 회원권을 충전했고, 홍라연과 함께 몇 번이나 럭셔리한 외식을 즐겼으며, 자신을 위해 새 옷도 여러 벌 샀다. 따라서 그녀가 가진 돈은 분명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다. 그렇기에 지금 그녀가 가진 모든 돈을 쓴다고 해도 여전히 800만 원 정도가 부족했다. 게다가, 더 문제는 가진 돈을 전부 써버리면 앞으로의 생활비는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게 될 것이었다. 있는 돈을 다 써버리면, 차에 기름도 넣지 못할 텐데, 설마 가지고 있는 것을 팔아야 하는 것인가? 윤우선은 갑자기 딜레마에 빠졌다. 이때, 눈치 빠른 여직원이 그녀의 표정을 읽고는 공손하게 물었다. “고객님, 혹시 지금 자금 상황이 조금 빠듯하신 건가요?” 그녀는 윤우선이 기분 상하지 않도록 재빨리 덧붙였다. “제가 아는 많은 분들처럼, 고객님도 아마 카드에 큰 돈을 두지 않고 대부분 자금을 투자 상품에 넣어두셨을 것 같아요. 그러니까 평소에 사용하실 약간의 유동성 자금만 남겨두시는 거죠.”윤우선은 이 말을 듣고 마음이 한결 놓였다. 이보다 더 좋
하지만 판매원이 분위기를 이렇게까지 띄웠는데, 자신이 "이 목걸이는 너무 비싸서 살 수 없다"라고 말하면 ‘귀부인 중에서 최정상’이라는 타이틀에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 아닌가 싶어 망설였다.윤우선이 속으로 조마조마하고 있을 때, 여직원이 매장의 간판 상품을 그녀 앞에 놓았다.윤우선이 고개를 숙여 가격표를 보자마자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어머나, 세상에! 1, 4, 0, 0, 0... 숫자 4 뒤에 0이 몇 개야...? 이게 14억이라고?!’앞에 있는 여직원은 목걸이를 꺼내 들고 윤우선을 한 번, 목걸이를 한 번 번갈아 보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손님, 갑자기 드는 생각인데, 이 목걸이조차도 손님 앞에서는 조금 가벼워 보이는 것 같아요.”윤우선은 눈물을 쏟을 뻔했다. ‘지금 14억짜리 목걸이가 내 앞에서 가벼워 보인다고? 내가 뭐 태양이라도 된다는 거야?’뒤에 있던 홍라연도 놀라며 외쳤다. “이 목걸이는 너무 비싸잖아요...! 14억이라니, 세금을 빼도 로또라도 당첨돼야 살 수 있겠네!”이때 여직원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사실 돈은 문제가 되지 않아요. 제가 보기에는 사모님의 분위기와 재산이라면 이 정도 목걸이는 충분히 구매 가능하실 거라 믿어요.”그녀가 이렇게 말하자, 윤우선은 조금 전부터 점점 마음이 불편해지고 있었다. 여직원은 분위기를 띄우는 데 정말 능숙했다. 처음엔 윤우선이 꽤나 기분이 좋았지만, 하지만 너무 극단적인 성격이라 지금은 진퇴양난의 상황이 되어버렸다.그때 여직원이 화제를 바꾸며 진지하게 말했다. “사실 제 생각엔, 이런 다이아몬드 목걸이가 크기, 화려함에만 치중해서 오히려 너무 촌스러워 보일 수 있어요. 결국 돈 냄새가 너무 진하면 오히려 품격이 없어 보이기도 하죠.”윤우선은 이 말을 듣자 눈이 번쩍 뜨이며 외쳤다. “아, 그렇죠. 아가씨 말이 딱 맞아! 이렇게 큰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목에 걸면, 그냥 목에 ‘나 돈 많음!’이라는 글자를 단 것 같잖아. 촌스럽고, 그러니까 정말 촌스러운 것 같아!”
여직원이 내뱉은 ‘귀부인 중의 최정상’이라는 한마디는 윤우선의 기분을 하늘 끝까지 띄워버렸다. 윤우선은 여직원의 말이 마치 뭔가 화학적인 에너지를 가지기라도 한 듯, 자신의 고막과 화학 반응을 일으켜 대량의 도파민을 생성해내고, 그 도파민이 혈관을 따라 뇌까지 직행하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간단히 말해, 윤우선은 이미 여직원의 말에 너무 취해버렸다.윤우선이 느끼고 있는 이 느낌은 마치 담배를 처음 배운 젊은이가 마을 어르신이 가지고 계시던 오래된 곰방대를 들고 깊게 담배를 한 모금 빨아들이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었다. 단순히 취한 정도가 아니라, 약간 어지러움을 느낄 정도였으니까 말이다.윤우선은 너무 행복해서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활짝 웃으며 여직원을 바라보았다. 윤우선은 여직원을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들었다.홍라연도 아부를 잘하긴 했다. 수십 년 동안 형수로 살다가 어느 순간 안색 하나 안 바뀌고 자신을 낮추며 비위를 맞춰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여직원과 비교하면 홍라연은 한참 수준이 모자랐고, 어린아이 수준에 불과했다.결국 윤우선은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여직원에게 물었다. “아가씨, 내 분위기면 어떤 목걸이가 어울릴 것 같아요?”그러자 여직원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 “사모님 같은 분이라면 저희 매장의 대표 상품, 그러니까 '간판' 상품을 착용하셔야죠!” 그 말을 마친 뒤, 여직원은 재빨리 덧붙였다. “손님,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제가 매니저님을 찾아가서 금고를 열고 우리 매장의 간판 상품을 가지고 오겠습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여직원은 급히 사무실로 향했다.사무실에서는 매니저가 매장 CCTV를 통해 실시간으로 여직원과 윤우선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었다. 여직원이 들어오자마자 매니저는 다급히 말했다. “아니, 소희 씨 어떻게 우리 매장의 간판 상품을 추천할 수 있어?!”그러자 여직원은 당황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매니저님, 그건 매니저님이 시키신 거잖아요? 가능한 한 저 아줌마를 꼬드겨서 돈을 더 많이 쓰게 하라고
이야기를 끝낸 뒤 전화를 끊은 여직원은 윤우선 앞에 다가가 미소를 띠며 말했다. “손님, 그럼 제가 악세서리를 착용해 보시도록 도와 드리겠습니다.”윤우선은 고개를 끄덕이며 직원의 도움을 받아 목걸이를 착용하고 거울 앞에서 자신의 모습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명품 브랜드의 악세서리는 가성비 면에서는 솔직히 형편없다고 할 수 있다. 18K 골드 체인 자체는 돈으로 바꾸면 얼마 되지 않을 것이고, 잔뜩 박힌 작은 다이아몬드 역시 그다지 비싸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이 둘을 합치더라도 판매 가격의 일부에 불과할 것이다.하지만, 윤우선이 중시하는 것은 가성비가 아니라 제품을 샀을 때 얼마나 많은 돈을 썼는지였다.소위 가성비라는 것은 상품의 성능과 가격의 비율을 뜻하는데, 같은 가격일 때 성능이 더 좋으면 제품은 좋은 것이라고 판단된다. 반면 윤우선이 중시하는 비용은 상품이 가지는 이미지와 가격의 비율이다. 따라서 같은 가격일 경우 사람들이 더 인정하고 부를 더 과시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며, 설령 원가가 2만 원 정도 되는 티셔츠가 150만 원에 팔리고 있다고 하더라도, 가슴팍에 찍힌 브랜드 로고가 충분히 과시할 만 하다면, 윤우선의 눈에는 가치 있는 상품이었다.윤우선은 한참 동안 목걸이를 살피며, 이 목걸이가 정말로 반짝거린다는 것을 발견했다. 매장의 조명 아래, 거의 모든 각도에서 눈부신 빛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기에 강렬하게 마음을 사로잡힌 그녀는 곧바로 말했다. “이걸로 할게요. 포장해주세요!”그때 직원이 말을 꺼냈다. “손님, 제가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이 목걸이는 손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요.”“무슨 뜻이죠?” 윤우선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내가 이런 비싼 목걸이를 할 자격이 없다는 건가요?”여직원은 급히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니에요, 그런 뜻이 아닙니다! 손님 오해하지 마세요. 처음 손님께서 매장에 들어오셨을 때부터 손님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고귀한 분위기를 느꼈거든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가 불
윤우선은 자신이 운전하는 위풍당당한 롤스로이스 컬리넌을 몰고 하버시티에 도착했다. 지하 주차장에서 조심스럽게 차를 여러 번 후진하고 돌리기를 반복해 간신히 주차를 마친 그녀는 홍라연과 함께 1층으로 올라갔다.하버시티의 1층은 대부분 일류 명품 브랜드 매장으로 가득했다. 그중 절반은 의류와 가방 브랜드로, 예를 들어 루이비통이나 구찌 같은 곳들이 있었고, 나머지 절반은 악세서리브랜드로, 불가리, 까르띠에와 같은 매장이 자리 잡고 있었다.윤우선은 도착하자마자 홍라연을 이끌고 불가리 매장으로 직행했다. 불가리가 다른 브랜드보다 특별히 더 좋은 것은 아니었지만, 윤우선은 ‘불가리’라는 이름이 듣기만 해도 화려하고 좋은 것 같은 느낌이라 마음에 들어했다.두 사람이 매장에 들어가자마자 윤우선은 곧바로 중앙에 위치한 진열대로 향했다. 그 후, 높은 의자에 턱 하니 앉아 오른손으로는 롤스로이스의 차 키를 진열대 위에 올려놓고, 왼손으로는 예전에 시후가 선물해 준 에르메스 핸드백을 진열대 위에 당당히 올려놓았다.판매사원은 한눈에 큰 손님이 온 것을 알아차리고 재빨리 다가와 매우 공손하게 말했다. “고객님, 안녕하세요. 불가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어떤 상품을 보고 싶으신지 말씀해 주세요.”윤우선은 목소리를 가다듬고 거만한 태도로 말했다. “흠흠, 매장에 괜찮은 목걸이 있으면 다 꺼내 줘요. 내가 골라 볼 테니까.”판매사원은 재빨리 고개를 끄덕이며 옆에 있는 남성 동료에게 말했다. “준기 씨, 고객님께 스페인산 탄산수를 두 병 준비해 드리고, 이번 달에 새로 나온 향수 샘플도 준비해서 고객님께 시향해 드려요.”남성 판매사원은 지시대로 움직였고, 이를 본 윤우선은 마음속으로 감탄했다. ‘역시 명품 브랜드 매장은 서비스가 달라!’홍라연은 윤우선 뒤에 서서 생각했다. ‘예전엔 WS 그룹이 돈 좀 있었을 때 나도 이런 매장에 와서 이런 대접을 받았었지. 하지만 지금은 이런 매장을 들어오는 것만으로도 긴장될 정도라니... 역시 떨어진 봉황은 닭보다 못
윤우선은 과거 WS 그룹에서 시집살이를 할 때 늘 홍라연에게 괴롭힘을 당해기에 마음속으로 큰 원한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홍라연이 개처럼 그녀에게 아부하며 다가오니, 윤우선의 허영심은 한껏 부풀었고, 그녀에게 완전한 통쾌함을 느끼게 만들었다. 그래서 그녀는 매일 홍라연과 어울리는 것이 즐거웠다. 윤우선에게는 홍라연이 자신의 앞에서 아부하며 비위를 맞출 때, 자신이 과거의 윤우선이 아니며 완전히 달라졌음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그 때, 윤우선은 홍라연의 목소리를 듣고 투덜대며 말했다. “아직도 잠이 부족한데. 몇 시죠?” 홍라연은 서둘러 말했다. “벌써 11시 다 돼 가! 어제 말하기를 오늘 쇼핑 간다고 했잖아? 난 다 준비됐어, 지금 동서 집 앞이야. 오늘 가는 거지?”윤우선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아이고! 까먹고 있었네! 오늘 하버시티에 가서 목걸이 하나 살까 했는데, 요즘 자꾸 목이 허전한 느낌이 들어서 말이죠.” 그러자 홍라연은 웃으며 말했다. “동서처럼 컬리넌을 타고 에르메스를 들고 다니는 사람이 목에 좀 화려한 목걸이 없는 게 더 이상하지! 어떤 브랜드로 볼 거야?” 윤우선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뭐 불가리, 티파니, 까르띠에 같은 데면 다 괜찮아요. 안 가리는 편이라, 일류 브랜드면 다 좋지 뭐.” 홍라연은 곧바로 아부를 시작했다. “역시 동서 안목은 최고야! 동서 기질에는 그런 일류 브랜드가 딱 어울리지.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은 동서랑 비교도 안 돼. 몇 만 원짜리 정도만 해도 충분하지.” 이어 홍라연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역시 동서는 복이 많아. 럭셔리한 저택에 살고, 고급 외제차도 타고, 명품을 입으니 확실히 인생 승자지.. 나야 뭐, 어려움을 겪고 나니 악세서리도, 가방도 다 없어졌어. 지금은 명품은 커녕 싼 목걸이 하나 사기도 힘드네... 나중에 혜빈이에게 돈 좀 받아서 상점에서 은목걸이나 하나 사야겠어..”윤우선은 속으로 생각했다. ‘홍라연이 자기가 저렴한 악세서리나 어울리는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