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이중열이 요리 두 접시를 들고 올라왔다. 하나는 간판 메뉴인 삼겹살이었고, 다른 하나는 그의 특기인 양념 목살 구이였다. 그는 음식을 시후와 고은서 앞에 놓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도련님, 은서 아가씨, 가게에 단골손님이 한 분 오셨는데, 유명한 경감 제이크 한도 함께 왔더군요. 두 분은 당분간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시후가 급히 물었다. "삼촌, 제이크 한이 아저씨를 알아보지는 않았나요?""아니요." 이중열이 말했다. "그날 제 모습은 평소와 달라서 기억하기 어려울 겁니다. 게다가 그 날은 딱 한 번 스쳐 지나갔을 뿐이라, 절 떠올리기 쉽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아까 일부러 살짝 떠봤는데, 확실히 알아보지 못한 것 같으니 괜찮습니다.""그렇다면 다행이네요." 시후는 살짝 안도하며 물었다. "삼촌, 제이크 한과 함께 온 그 중년 남성은 누군지 아세요?"이중열이 대답했다. "그와는 꽤 오랫동안 알고 지냈어요. 가게의 단골손님이거든요. 하지만 그의 신분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어요. 그는 절대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고, 저도 굳이 물어보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덧붙였다. "하지만 제 추측으로는 뭔가 신분이 대단할 것 같아요. 상당히 배경이 있는 사람 같거든요." 이중열은 시후에게 물었다. "도련님, 혹시 그 사람을 아시나요?"시후는 잠시 고민했지만, 일단 이중열에게는 숨기기로 했다. 외삼촌이 바로 아래층에 있는 상황에서 이중열이 이 사실을 듣고 너무 놀라게 되면 시후가 드러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도 잘 몰라요. 그냥 물어본 거예요. 삼촌, 그럼 신경 쓰지 마시고 일 보세요. 음식은 직원 분이 가져다 주면 되니까요."이중열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 "그럴 순 없죠. 나머지 요리가 준비되면 제가 직접 가져다 드리죠. 먼저 드세요."이때, 안충주와 제이크 한은 이미 술을 한 잔씩 마시기 시작했다. 이중열은 제이크 한이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도록 직원에게 술안주 몇 가지를 먼
안충주가 진지하게 말했다. "제이크, 좀 낙관적으로 생각해! 네가 가장 자신 있는 분야에서 좌절을 조금 겪었다고 해서 너무 괴로워할 필요 없어. 내가 늘 말하잖아, 그런 건 아무것도 아니라고." 그는 두 손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말했다. "나를 봐. 이렇게 많은 세월 동안 어디를 가든 VIP 대접을 받았어. 심지어 90살 먹은 어르신도 자리에서 일어나 나에게 가장 좋은 자리를 내주시곤 했지. 그런데 얼마 전 경매에 갔다가 사람들 앞에서 쫓겨난 적이 있었어. 그땐 땅이라도 갈라져 내가 기어 들어가면 좋겠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지금 봐. 이제 그런 일쯤은 아무렇지도 않아! 사람이 아무리 잘나가도 모든 사람이 너를 존중해 주는 건 아니야. 너 같은 경감이 아무리 뛰어난 전문성을 가졌다 해도 모든 사건을 다 해결할 수는 없는 법이야. 그러니 실패를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면서 평정을 유지하려고 해야 해. 시간이 지나서 이 일을 다시 돌아보면, 결국 누군가 네 앞에서 방귀를 뀌었을 뿐이라는 걸 알게 될 거야. 방귀는 아무리 고약해도 결국은 사라지잖아. 하지만 네가 이 일을 끝까지 붙들고 있다면, 나중에 70, 80살이 되어서도 그 방귀 뀐 일을 생각하며, 방귀 뀐 사람을 못 잡은 것을 한으로 여길 것이고 이 일을 넘어가지 못하겠지. 그렇다면, 네 남은 인생은 절대 행복할 수 없을 거야. 그렇지 않아?"제이크 한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설득하는 데 있어서는 정말 타고난 재능이 있군." 그는 잔을 들어 안충주에게 말했다. "자자, 한잔하자고. 건배!"안충주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 "너무 많이 마시지 마. 가볍게 마시는 정도로 충분해. 에너지를 아껴두라고. 곧 큰 일이 벌어질 테니까. 그 큰 일이 벌어지면 네 부담도 한결 가벼워질 거야."제이크 한은 표정이 긴장되며 물었다. "‘공개 처형’을 말하는 거야?"배호영이 납치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안충주와 제이크 한은 사건의 동기를 추측하며 누군가가 페이셔스 그룹을 공개적으로 응징하려 한다는 결론에
안충주는 이 말을 듣자마자 깜짝 놀라 몸을 바로 세우고는 소리쳤다. "뭐라고?!"전화기 너머에서 시후의 작은 이모 안유진이 흐느끼며 말했다. "의사가 뇌출혈이래......""뇌출혈?" 안충주는 다급히 물었다. "구체적으로 무슨 상황인데?"안유진은 울먹이며 말했다. "아빠가 최근 정신 상태가 너무 안 좋으셨어.... 요즘 계속 잠을 잘 못 주무시고 매일 고통스러워하셨어.. 감정도 잘 추스르지 못하셨고.... 게다가 계속 진료를 거부하셔서 몸 상태가 점점 악화됐어.... 그리고 조금 전에...... 아빠가 화장실에 가셨다가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지셨어. 의사들이 와서 확인했더니 뇌출혈이라고 하더라고.. 게다가 이미 다발성 장기 부전 상태로 진행돼서 지금 깊은 혼수상태에 빠지셨어.. 의사가 말하길, 길어야 하루 이틀밖에 못 버틴다고 해...."안충주는 크게 당황하며 소리쳤다. "어떻게 갑자기 다발성 장기 부전까지 간 거야?! 그 많은 의사들은 대체 뭐 한 거야?! 그들의 능력으로도 아버지를 치료하지 못한다고?!"안유진은 무기력하게 말했다. "의사들도 최선을 다했대.. 하지만 아빠의 상태가 점점 더 나빠지고 있어서, 이제는 회복 가능성이 없다고...."안충주는 다시 물었다. "한의사들은? 무인들은? 뭐 도술에 뛰어난 고수들은? 그들도 아무 방법이 없는 거야?!""방법이 없대..." 안유진은 울면서 말했다. "몇몇 한의사들도 진찰을 하로 왔는데, 모두 손쓸 수 없다고 했어. 다른 사람들도 지금 아빠의 상태로는 기가 거의 끊어진 상태라 더 이상 도와줄 수 없다고 했어......" 이어 안유진이 말했다. "엄마가 이미 사람을 보내 홍 선생님을 모시러 갔어. 홍 선생님이 말하길, 수명단이라는 약이 있어서 죽어가는 사람의 목숨을 7~10일 정도 연장할 수 있다고 하더라. 하지만 그게 정말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어......"안충주는 바로 외쳤다. "수명단의 효과는 모르겠지만, 회춘단은 분명 효과가 있을 거야!" 그는 안유진에게 말했다. "유진아,
그와 동시에 2층에 있던 시후의 표정도 매우 어두워졌다. 그는 안충주와 이모 안유진의 전화를 통해 외조부가 현재 생사의 기로에 놓였다는 사실을 들었다. 그 순간, 시후의 마음은 저도 모르게 긴장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 외조부는 그렇게 부유한 사람이었고, 나이도 겨우 70대 초반일 텐데, 어떻게 이렇게 일찍부터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는지 말이다. 안유진의 전화 내용에 따르면 외조부는 이미 완전히 기력이 소진된 상태나 다름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가진 회춘단이 아니고서는, 세상 어디에도 외조부를 치료할 수 있는 약물이 없을 것이다.다시 말해, 자신이 도움을 주지 않는다면 외조부는 이 고비를 넘기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무엇보다 외조부는 어머니의 아버지이고, 자신에게도 외조부의 피가 4분의 1이나 흐르고 있으니, 자신이 외조부에 대해 얼마나 큰 반감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외조부를 그냥 모른 척하고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 시후는, 외가의 사람들과 만날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시후가 이렇게 고민에 빠져 있을 때, 고은서는 그의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는 재빨리 물었다. "시후 오빠, 왜 그래?"시후는 고은서를 바라보며 잠시 머뭇거리더니 입을 열었다. "은서야, 네가 괜찮다면, 나를 대신해서 로스앤젤레스에 가줄 수 있을까..?"고은서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당연히 갈 수 있지! 시후 오빠, 로스앤젤레스에 가서 뭘 하면 돼?"시후는 말했다. "로스앤젤레스에 가서, 내 외할머니를 찾아가 줘." 그렇게 말하면서 시후는 주머니에서 거풍환 한 알을 꺼내 고은서 손에 쥐어 주며 진지하게 말했다. "이 약을 내 외할머니께 드리고, 외할머니가 외할아버지께 이 약을 드릴 수 있도록 해줘."고은서는 깜짝 놀라며 물었다. "시후 오빠, 외할아버지께서 병에 걸리셨어?""응."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근심 어린 얼굴로 말했다. "들어보니 병세가 상당히 심각한 것 같아."고은서는 재빨리 물었
사실 시후는 늘 거풍환, 회춘단, 심지어 배원단까지 총 세 가지 약을 가지고 다녔다. 그럼에도 그는 왜 고은서에게 거풍환을 전달하고 회춘단을 전달하라고 하지 않았을까? 첫 번째 이유는, 외삼촌이 회춘단 경매에서 쫓겨난 일이 있었기 때문에 고은서가 회춘단을 가지고 그들을 만나러 간다면 자신의 정체가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시후가 외할아버지에 대해 여전히 조금의 앙금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시후는 거풍환의 약효로도 외할아버지를 충분히 살릴 수 있는데 굳이 회춘단을 사용할 필는 없다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아버지가 예전에 외가에서 겪었던 차별을 생각하면, 거풍환 한 알을 내어 주는 것만으로도 은혜로 원한을 갚는 셈이었다. 그러니 굳이 더 큰 은혜를 베풀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고은서는 시후의 이런 속마음을 알지 못했다. 그녀는 단지 상황이 긴박하다는 것만 알고 있었고,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는 서둘러 말했다. "시후 오빠, 그럼 난 바로 공항으로 갈게!"시후는 말했다. "그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돼. 우선 연락해서 비행기를 준비하도록 해. 나도 성도민 씨에게 몇 명의 여성 대원들을 배치하도록 요청할 테니, 네 안전은 꼭 보장해야지.”고은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응, 그럼 난 바로 지우 언니에게 전화할게!"그 시각, 김지우는 막 페이셔스 그룹의 대표와 계약을 마치고, 그들이 얼마 전 매입했던 공연장을 1달러에 다시 매입한 상태였다. 고은서에게서 전화가 오자마자 그녀는 신나게 전화를 받으며 말했다. "어머, 은서야! 페이셔스 그룹이 정말 공연장을 우리에게 넘겼어! 정말 믿기지가 않아!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을 해낸 거야?"고은서는 바삐 말했다. "시후 오빠가 나섰으니, 이 정도 일은 아무것도 아니지." 그리고는 서둘러 말을 이었다. "지우 언니, 지금 당장 비행기를 좀 준비해 줘. 나 지금 당장 로스앤젤레스로 가야 해.. 승무원들도 불러 주고.. 최대한 빨리 부탁할
제이크 한은 이 말을 남기고 자리에서 일어나 티슈를 뽑아 입을 닦은 뒤, 뒤를 돌아 문 밖으로 걸어 나갔다.이중열은 그가 문을 나서는 것을 보고서야 비로소 한숨을 돌렸다. 그는 제이크 한이 자신의 신분을 알아차릴까 봐 두려운 것이 아니라, 제이크 한이 자신과 예전에 만난 적이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배호영의 실종 사건을 자신과 연관시킬 것이 두려웠다.시후와 고은서는 여러 번 그의 가게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만약 자신의 정체가 드러난다면 제이크 한은 이를 통해 시후에게로 단서를 이어갈 가능성이 컸다. 그리고 배호영 실종 사건은 단서들이 잘 숨겨져 있었기 때문에 제이크 한이 단서를 발견하지 못했던 것일 뿐, 일단 실마리를 잡기 시작한다면 사건의 전모를 파헤칠 수 있을 것이었다.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시후와 고은서가 내려오는 것을 보고 급히 앞으로 다가가 물었다. "도련님, 왜 아래로 내려오셨습니까? 제이크 한 경감이 조금 전 막 나갔으니, 아직 멀리 가지는 않았을 겁니다."시후는 서둘러 말했다. "삼촌, 둘 다 급히 처리할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보겠습니다. 나중에 다시 들르겠습니다!"이중열은 시후가 급히 떠나야 한다는 말을 듣고 더는 붙잡지 않고 문 쪽으로 걸어가 바깥을 내다보았다. 제이크 한이 이미 차에 올라 떠나는 것을 확인한 그는 말했다. "경감의 차량이 떠났으니, 급한 일부터 처리하십시오. 제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말씀하세요.""알겠습니다, 삼촌." 시후와 고은서는 이중열과 작별한 뒤 차에 올라 공항으로 향했다.......그 시각, 유럽 대륙 상공 해발 10,000m.배원중과 배유현은 긴장을 감추지 못한 채 걸프스트림에 앉아 있었다. 기내에 함께 있는 원서훈과 소이연은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지만, 배원중과 배유현은 창밖의 캄캄한 풍경을 보며 멍하니 있었다. 헬기를 타고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에 도착한 뒤, 그들은 다음 행선지가 어디인지 알지 못했다. 비행기에 탑승했지만, 그 누구도 이 비행기의 목적지를 알려
뉴욕 JFK 공항.두 대의 전용기가 20분 간격으로 이륙했다.먼저 이륙한 비행기에는 시후의 외삼촌 안충주가 타고 있었고, 그 뒤를 이어 이륙한 비행기에는 거풍환을 손에 쥔 고은서가 탑승하고 있었다.안충주는 지금 마음이 복잡했다. 그의 머릿속은 온통 아버지에 대한 걱정과 안타까움으로만 가득 차 있었으며,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Samson 그룹의 재산 분할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더불어 그는 아버지가 Samson 그룹의 중심축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지금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다면 Samson 그룹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 분명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아버지가 이런 고통을 겪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다른 집안들과 비교하면, Samson 그룹은 상대적으로 화목한 편이었고 형제들 사이에도 별다른 갈등이 없었다. Samson 그룹이 이렇게 단합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과거에 있었던 안예선의 갑작스러운 죽음이었다. 안예선의 죽음은 Samson 그룹 전체에 큰 고통을 안겨주었고, 그로 인해 Samson 그룹 구성원들은 지금까지도 스스로를 자책하고 있었다.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 당시 Samson 그룹이 안예선의 선택을 지지하고 그녀가 LCS 그룹으로 시집가는 것을 받아들였다면, 안예선이 남편 은서준과 LCS 그룹이 사이가 틀어졌을 때 시후와 함께 의지할 곳 없이 다른 곳으로 떠나야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는 사실을... 그 때 LCS 그룹을 떠나 다른 곳으로 거처를 옮겨야 했던 일은 그들 세 식구에게 있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당시 Samson 그룹이 안예선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 주었다면, 안예선과 그녀의 남편이 LCS 그룹에서 쫓겨나게 되었을 때 당연히 시후를 데리고 친정으로 돌아와 안정을 취했을 것이다. 그랬다면 이후의 비극적인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안예선과 은서준 부부가 사고를 당한 그 시점부터, 시후의 외조부는 Samson 그룹을 관리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꾸었다. "가
Samson 그룹의 모든 사람들은 Samson 그룹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었기에, 의견이 서로 일치하지 않을 때도 객관적으로 처리하고 민주적으로 의논할 수 있었다. 바로 이러한 구조 덕분에, 지금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위독해진 상황에서도 안태풍, 안재남, 안유진은 모든 업무를 내려놓고 집으로 돌아왔으며, 모두 맏형이 돌아와 집안의 전반적인 상황을 책임지고 이끌어 주길 기다리고 있었다.한편, 고은서는 비행기에 앉아 손에 든 흰색 플라스틱 상자에 밀봉된 알약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흥분과 설렘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런 기분을 느껴서는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통제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시후가 자신에게 그의 약혼자 신분으로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 댁에 가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이것은 고은서에게 있어 시후가 자신을 인정했다는 의미나 다름없었다. 과거 시후가 보여주었던 모호한 태도와 비교했을 때, 이번에는 그녀가 보기엔 큰 진전을 이룬 것이었다. 다만, 고은서는 시후가 자신을 약혼자 신분으로 Samson 그룹에 보내는 이유가 고은서가 시후를 아직 찾지 못했다는 전제에 따른 것임을 알지 못했다. 고은서와 시후는 원래 약혼을 한 관계였기에, 그녀가 약혼자 신분으로 Samson 그룹을 방문하는 것이야 말로 정당한 일이었다. 하지만, 고은서에게 있어 이것이 엄청난 용기를 북돋아 주는 일이 되고 말았다는 것을 누가 상상했겠는가..?......저녁 무렵.안충주가 탑승한 비행기는 로스앤젤레스 교외의 한 개인 활주로에 착륙했다. 이곳은 바로 Samson 그룹이 로스앤젤레스에 소유한 저택이었다. 저택은 엄청난 면적을 자랑했을 뿐 아니라, 세 개의 개인 활주로와 여러 중대형 격납고를 갖추고 있었다. 이곳에는 크고 작은 최소 5대의 개인 비행기가 대기하고 있었다.Samson 그룹은 이 땅을 매입하면서, 저택 내에 소규모 공항을 아예 건설해 버릴 정도로 거침없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넓은 땅에 사람이 적은 미국에서는 이
시후는 미간을 찌푸리며 냉정하게 말했다. "이놈들은 무기가 정교하고 훈련도 잘되어 있으며, 무술 고수를 상대할 때도 질서 정연하게 철저히 준비를 해온 것 같았습니다. 무술인이 아니더라도 무술 고수들에 대해 매우 잘 알고 있으며, 그들의 약점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전술을 세웠죠.""그렇습니다!" 성도민은 진지하게 말했다. "그들이 어떤 조직이든 간에, 그들이 가지고 있는 일반인의 신체 능력을 크게 향상시키는 방법은 꽤나 무서울 정도입니다. 블랙 드래곤 휘하의 용병이 수만 명이지만, 실제로 무술을 수련할 수 있는 사람은 몇 백 명에 불과합니다. 그 중에서도 대부분은 평생 3성 무인의 경지조차 넘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놈들은 알 수 없는 방법으로 일반인의 체력을 이런 수준까지 끌어올렸죠. 만약 이런 방법을 대량으로 적용할 수 있다면, 그들의 전력은 절대 과소평가할 수 없을 겁니다!"시후는 무심결에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이런 방법을 썼다는 것은 들어본 적이 없는데..." 그러면서 그는 성도민에게 물었다. "이와 관련해 들어본 적이 있나요?""은 선생님, 저도 없습니다." 성도민이 대답했다. "외부에도 일부 무술인이 용병단에 합류했다는 이야기는 있었지만, 오늘 같은 경우는 처음입니다. 현재로서는 직접적인 단서가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그 무리의 시체를 처리하기 전에 얼굴, 지문, DNA 샘플을 채취했기에, 전 세계의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하여 이놈들의 신원을 알아낼 계획입니다. 그들 중 한 명의 신원만 확인돼도 더 많은 단서를 파악할 수 있을 겁니다.""좋아요!"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놈들은 매우 위험할 수 있습니다. 그 배후 조직의 실제 전력은 블랙 드래곤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있고요. 이들의 신원을 추적하되, 반드시 은밀하게 진행해야 합니다. 절대 정체를 드러내서는 안 됩니다. 아직은 정면 대결할 때가 아니니까요."성도민은 진지하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명심하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미국에 가는 것에 대해 윤우선은 이미 마음속으로 결정을 내렸지만, 당장 시후와 유나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막막했다. 윤우선은 시후가 준 돈뿐만 아니라 이미 가지고 있었던 돈을 다 써버렸고, 생활비가 없었지만 공짜로 미국에 갈 수 있는 1등 상품에 당첨되었다고 솔직히 말할 용기는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딸 유나에게 먼저 약간의 불쌍한 척을 하며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지금 미국은 이미 새벽 두 시였기에 윤우선은 잠시 망설이다가 한국 시간으로 밤이 되고, 미국이 아침이 될 때 영상통화를 하기로 결정했다.한편, 미국에 있는 시후는 유나가 깊이 잠들었는지 확인한 후 그녀의 머릿속에 다시 한 번 소량의 영기를 전달해 숙면을 돕고, 옷을 입은 뒤 버킹엄 호텔을 나섰다. 시후는 손발이 절단된 그 괴한을 만나러 가기로 결정했다. 그 남자의 정확한 신분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다.늦은 밤, 호텔 입구에는 검은색 캐딜락이 조용히 대기하고 있었다. 성도민은 운전석에 앉아 시후가 나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고, 그가 나오는 것을 보자 문을 열어주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날 준비를 했다.하지만 시후는 손을 들어 이를 제지하며, 빠르게 걸음을 옮겨 조수석 문을 열고 바로 차에 올라탔다. 차에 오르자마자 그는 물었다. “그 놈의 상태는 어떻습니까?”성도민은 공손히 대답했다. “은 선생님, 그 자는 이미 저희 측에서 안전하게 통제 중입니다. 전담 인력이 감시하고 있으며, 절대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그의 치아를 모두 뽑아버렸습니다. 손발이 없기 때문에 자살도 불가능하고요.”“좋습니다.”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다시 물었다. “그 무리의 시체를 처리할 때 뭔가 발견된 게 있나요?”“있었습니다.” 성도민은 답했다. “대략적으로 조사한 결과 몇 가지 보고드릴 사항이 있습니다.”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이어서 말했다. “첫째, 장비가 매우 첨단화되어 있었습니다. 개인 장비의 비용이 미국 특수부대 장비보다 몇 배는 비쌌고
이어 매니저는 다시 한 번 상기시켰다. “그리고, 사모님.. 캐시백 비용은 저희 재무팀에서 지급 가능하게 되면 다시 알려드리겠습니다.”매니저의 이 말은 윤우선에게 확실하게 경각심을 심어줬다. 윤우선은 자신이 지금 돈이 없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던 것이다! ‘지금 내 손에 남은 건 고작 50만 원 남짓인데, 이 돈으로 한 달이 넘게 버티려면 절약하고 아끼면서 매일 집에서 밥을 해 먹거나 싼 도시락을 시켜 먹어야 해... 게다가 매일 롤스로이스 몰고 나가서 놀기만 해도 기름값을 감당 못 할 테고... 생각해 보면, 이럴 때 미국으로 가는 게 훨씬 낫지 않겠어? 거기 가면 유나와 은 서방에게 의지하면 돼! 미국에 가서 맛있는 거 먹고 잘 놀다 오면, 여기서 별장에서 굶주리고 있는 것보다 훨씬 낫지 않겠어? 게다가 미국에 가면, 내 손에 달러가 없다는 핑계를 대고 한 푼도 안 쓰고 다닐 수 있잖아. 이렇게 하면 내가 돈을 다 써버렸다는 사실도 들키지 않을 테고!’ 이렇게 생각하니, 윤우선의 표정은 금세 어두움에서 밝음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윤우선은 재빨리 물었다. “이 비행기가 미국으로 가는 거면, 미국 어디든 갈 수 있는 건가요?”“네 그렇습니다!” 매니저는 진지하게 답했다. “미국에 있는 공항이라면 어디든 지정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면 바로 그곳으로 가실 수 있어요.” 매니저는 말을 이어갔다. “사실 이게 일반 항공기보다 훨씬 편리해요. 상업 항공기를 타고 미국에 가려면, 직항이 거의 없으니까요. 게다가 미국 노선은 몇몇 대도시로만 제한되어 있어서, 작은 도시로 가시려면 도착 후 또 다른 항공편으로 이동해야 하죠. 하지만 전용기를 이용하면, 기내에서 먹고 자고 놀기만 하면 도착지까지 바로 가실 수 있습니다.”윤우선은 이 말을 듣고 즉시 말했다. “좋아, 좋아요! 너무 좋아요! 그럼 저를 그... 뭐더라... 플로 뭐였더라... 아.. 미국 도시.. 급히 생각하려고 하다 보니 잊었네요.”매니저는 시험 삼아 물었다. “혹시 프로비던스 아니신가요?”
1등이란 글자를 본 순간, 윤우선의 가슴은 여전히 설렘으로 요동쳤다. 그 뒤에 있던 홍라연도 윤우선이 한 말을 듣고는 얼른 앞으로 다가와 고개를 숙이고 열심히 확인했다. 확인해보니, 윤우선의 말 대로 1등이란 글자가 선명하게 경품 추첨권에 적혀 있었다. 이 순간, 홍라연은 속으로 질투가 나 죽어 버릴 것 같았다. ‘아니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네. 윤우선 같은 얄미운 게 왜 이렇게 운이 좋은 거냐고!! 손만 뻗었을 뿐인데 1등이라니, 이게 말이 돼? 윤우선 이 지긋지긋한 게 1억 상당의 경품에 당첨된 걸 보니, 내가 1억을 잃은 것보다 더 속상하잖아!’윤우선은 매우 기뻐하며 곧바로 매니저에게 물었다. “1등 상품이 대체 뭐예요?”그러자 매니저는 서둘러 대답했다. “계속 긁어보세요! 밑에 상품이 적혀 있을 겁니다. 긁어 보셔야 알 수 있습니다.”윤우선은 중얼거렸다. “1억 원짜리 금괴면 좋겠네. 바로 팔아버리면 되잖아!” 그러다 또 혼잣말로 말했다. “아니면 1억짜리 자동차도 괜찮지. 새 차는 팔아도 가격 방어가 잘 되잖아.” 윤우선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긁기 시작했다. 글자가 하나씩 드러날 때마다 그녀는 깜짝 놀라 멍해졌다. “축..하..합..니..다.. 당..신..은..걸..프..스트..림..G..6..5..0.. 전..용..비..행..기..”윤우선은 눈을 크게 뜨며 외쳤다. “아이고 세상에! 내가 전용 비행기에 당첨됐대?! 전용 비행기라니! 세상에, 내 롤스로이스도 아직 제대로 못 몰아봤는데, 비행기를 준다고?!”매니저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손님, 뒤에 더 긁어보세요. 밑에 추가 문구가 있을 겁니다.”“아직 더 있어요?” 윤우선은 의아해하며 계속 긁어내렸다. 그리고는 글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미..국..여..행.. 전..용..비..행..기.. 이..용..권..1..회?” 윤우선은 무의식적으로 이어서 읽었다. “축하합니다! 걸프스트림 G650 전용 비행기 이용권 1회, 미국 여행 제공.. 이게 무슨 뜻이에요?”매니
점심을 먹고 난 후, 윤우선은 머릿속이 계속해서 추첨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했다. 비록 1억 상당의 추첨에 당첨될 거라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작은 상품이라도 당첨된다면 그녀에게는 그야말로 횡재일 것이기 때문이다....점심을 먹고 윤우선은 홍라연과 함께 다시 하버시티로 돌아왔다. 이때 불가리 매장의 매니저는 이미 송민정이 보낸 추첨권을 수령한 상태였다. 이 추첨권은 오늘 아침 인쇄소에 특별히 부탁해서 급히 만든 것이었기 때문에, 여전히 강한 잉크 냄새가 풍기고 있었다.윤우선이 홍라연과 함께 매장에 들어서자, 아침에 그녀를 응대했던 여자 판매원이 서둘러 다가와 밝게 말했다. “손님, 오셨군요! 이곳으로 이동해 주세요!” 그러면서 그녀는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며 윤우선에게 속삭였다. “손님, 이번 추첨은 손님처럼 VIP 고객들 만을 대상으로 한 행사입니다. 일반 고객들은 참여할 수 없으니,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으셨으면 해요.”윤우선은 즉시 그 의도를 이해했다. 그녀는 바로 이런 특별 대우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곧바로 홍라연에게 눈짓을 보내며, 판매원을 따라 매장 뒤편에 있는 매니저실로 향했다.매니저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매니저는 윤우선이 들어오는 것을 보자마자 환한 미소로 말했다. “사모님, 안녕하세요! 저는 이 매장의 매니저입니다. 그냥 장 매니저라고 불러 주세요!”윤우선은 고개를 끄덕이며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장 매니저님, 제가 추첨에 참여하러 오긴 했는데, 이번 추첨은 어떤 건가요?”매니저는 웃으며 말했다. “손님, 간단히 설명 드리자면, 이번 추첨은 VIP 고객만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행사로, 최저 상품도 1천만 원 상당이며, 최고 상품은 1억에 달합니다. 게다가 당첨 확률도 매우 높고요.”“와!” 윤우선은 단번에 흥미를 느끼며 감탄했다. “최소 상품이 1천만 원 상당이라고요? 정말 통이 크시네요!”“네.” 매니저는 미소를 띤 채 말했다. “이건 저희 그룹의 이벤트로, 주요 VIP
윤우선은 이 말을 듣고 당장 울고 싶었지만, 고상한 사모님이라는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이를 악물고 눈물을 꾹 삼켰다. 윤우선은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 이 80만 원이 좀 늦게 들어온다고 해서 판매원과 싸울 수는 없지. 날 위해 할인도 많이 해줬는데, 이 정도는 참아야지 않겠어? 게다가 돈을 안 준다고 한 것도 아니고, 단지 정상적인 절차가 필요하다는 건데, 내가 여기서 뭐라고 하다가 괜히 판매원이 ‘그럼 환불하세요.’라고 하면 완전히 헛수고가 되는 거 아니겠어?’ 그러면서 윤우선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문제는 지금 내 카드에 남은 게 50만 원 남짓이라는 거야. 50만 원으로 며칠이나 버틸 수 있을까....’그녀는 마음을 다잡고 더 이상 이 문제에 대해 더 이상 말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일부러 태연한 척하며 판매원에게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괜찮아요! 나중에 용돈은 만들면 되니까요.”판매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오후 1~2시 사이에 열리는 추첨 행사에 꼭 오세요.”“그래요!” 윤우선은 웃으며 말했다. “그때 가서 1등 상품에 꼭 당첨될 거예요!”판매원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요 분명히 좋은 소식이 있으실 겁니다!”윤우선은 새로 산 목걸이를 챙기고 홍라연에게 말했다. “형님, 이제 가시죠.”홍라연은 부러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알겠어, 동서. 동서 정말 운이 좋네. 이렇게 좋은 기회를 잡다니, 정말 부러워.. 그리고 2400이나 절약한 거잖아!”윤우선도 기분이 너무 좋아 웃으며 말했다. “사실 말이죠, 내가 WS 그룹과 손절한 이후로 운이 점점 좋아지는 느낌이라니까요.”홍라연은 탄식하며 말했다. “나는 언제쯤 이 집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특히 그 늙은 시어머니는 매일 얼굴만 봐도 짜증나 죽겠어!”윤우선은 웃으며 말했다. “뭐 하러 신경 써요. 어차피 몇 년 안 있으면 죽을 텐데.”홍라연도 고개를 끄덕이며 문득 떠오른 듯 말했다. “맞다, 동서. 오늘 나도 목걸이 하나 사준다고 했잖아..
여성 판매원이 말했다. “1% 캐시백을 받으실 수 있어요. 고객님께서 이 목걸이를 구매하시면, 구매 후에 1%의 금액을 돌려드립니다. 즉, 사모님께서 80만 원을 더 할인 받으시는 거나 다름없는 거죠.”“맙소사....” 윤우선은 감탄하며 말했다. “그럼, 이 9600만 원짜리였던 목걸이를 이런저런 혜택을 받으면 7200만 원이라는 가격에 살 수 있다는 거예요?”“그렇습니다!” 여성 판매원이 계산기를 두드리며 말했다. “실제 구매가는 9600만 원이지만, 총 2400만 원을 절약하시는 셈이죠!”윤우선은 기쁨에 겨워 미쳐버릴 지경이었다.윤우선이 흥분에 빠져 있을 때, 판매원이 또 다시 말했다. “그리고 구매 후에, 오늘 오후 1~2시 사이에 매장으로 오시면 무료 추첨 행사에 참여하실 수 있어요. 최고 상품은 1억 상당입니다.”“세상에나!” 윤우선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 “도대체 어떤 상품이길래 1억 상당의 가치가 있는 거예요?”여직원은 웃으며 대답했다. “정확히 어떤 상품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고객님께서 직접 오셔야 알 수 있습니다.”윤우선은 속으로 생각했다. ‘2400만 원을 할인 받는 것도 모자라, 1억 상당의 상품이 걸려 있는 행사에 추첨할 기회를 준다니! 이건 정말 하늘에서 돈이 떨어지는 거 아니야? 오늘은 정말 운수 좋은 날이야!’ 이렇게 생각이 들자, 윤우선은 주저 없이 말했다. “좋아요! 오늘 구매할 게요! 당장 결제합시다!” 그러고 나서 그녀는 자신의 에르메스 가방에서 카드를 꺼냈다.옆에서 지켜보던 홍라연은 부러움에 거의 눈물을 흘릴 뻔하며 속으로 생각했다. ‘윤우선 이건 대체 운이 뭐가 이렇게 개 같이 좋은 거야?! 이런 대박의 기회를 다 잡다니. 나는 매일 돈 한 푼 없이 쪼들리며 사는데, 이건 어쩜 이렇게 잘 풀릴까!?’이때, 여직원이 윤우선이 카드를 꺼내는 것을 보고 곧바로 말했다. “그럼 사모님 결제해 드리겠습니다!” 판매원은 POS 기계에 금액을 입력하고, 윤우선의 카드를 긁은 뒤 말했다. “고객님,
윤우선이 반응하기도 전에, 옆에 있던 홍라연은 벌써 흥분해서 외쳤다. “네?! 내 기억엔 이 매장은 절대 할인을 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렇게 가격이 싸진다고요?”여직원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맞습니다, 고객님. 저희 매장은 원래 할인을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유일한 예외로, 매장 창립 기념일이라서 딱 오늘만 특별히 진행하는 이벤트입니다!”윤우선의 마음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할인을 절대 하지 않는 브랜드가 한 번에 1천만 원을 깎아 준다니, 이건 진짜 놓칠 수 없는 기회 아닌가?!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은 있어도, 이렇게 큰 할인은 무조건 챙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윤우선은 오늘 이 목걸이를 사지 않으면, 밤에 자다가도 후회하며 깨어날 것 같았다. 그래서 그녀는 몰래 휴대폰을 꺼내 은행 앱으로 계좌 잔액을 확인했다. 잔고는 7250만 원. 며칠 전부터 시후와 유나가 집을 비운 동안, 윤우선은 미용실에서 VIP 회원권을 충전했고, 홍라연과 함께 몇 번이나 럭셔리한 외식을 즐겼으며, 자신을 위해 새 옷도 여러 벌 샀다. 따라서 그녀가 가진 돈은 분명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다. 그렇기에 지금 그녀가 가진 모든 돈을 쓴다고 해도 여전히 800만 원 정도가 부족했다. 게다가, 더 문제는 가진 돈을 전부 써버리면 앞으로의 생활비는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게 될 것이었다. 있는 돈을 다 써버리면, 차에 기름도 넣지 못할 텐데, 설마 가지고 있는 것을 팔아야 하는 것인가? 윤우선은 갑자기 딜레마에 빠졌다. 이때, 눈치 빠른 여직원이 그녀의 표정을 읽고는 공손하게 물었다. “고객님, 혹시 지금 자금 상황이 조금 빠듯하신 건가요?” 그녀는 윤우선이 기분 상하지 않도록 재빨리 덧붙였다. “제가 아는 많은 분들처럼, 고객님도 아마 카드에 큰 돈을 두지 않고 대부분 자금을 투자 상품에 넣어두셨을 것 같아요. 그러니까 평소에 사용하실 약간의 유동성 자금만 남겨두시는 거죠.”윤우선은 이 말을 듣고 마음이 한결 놓였다. 이보다 더 좋
하지만 판매원이 분위기를 이렇게까지 띄웠는데, 자신이 "이 목걸이는 너무 비싸서 살 수 없다"라고 말하면 ‘귀부인 중에서 최정상’이라는 타이틀에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 아닌가 싶어 망설였다.윤우선이 속으로 조마조마하고 있을 때, 여직원이 매장의 간판 상품을 그녀 앞에 놓았다.윤우선이 고개를 숙여 가격표를 보자마자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어머나, 세상에! 1, 4, 0, 0, 0... 숫자 4 뒤에 0이 몇 개야...? 이게 14억이라고?!’앞에 있는 여직원은 목걸이를 꺼내 들고 윤우선을 한 번, 목걸이를 한 번 번갈아 보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손님, 갑자기 드는 생각인데, 이 목걸이조차도 손님 앞에서는 조금 가벼워 보이는 것 같아요.”윤우선은 눈물을 쏟을 뻔했다. ‘지금 14억짜리 목걸이가 내 앞에서 가벼워 보인다고? 내가 뭐 태양이라도 된다는 거야?’뒤에 있던 홍라연도 놀라며 외쳤다. “이 목걸이는 너무 비싸잖아요...! 14억이라니, 세금을 빼도 로또라도 당첨돼야 살 수 있겠네!”이때 여직원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사실 돈은 문제가 되지 않아요. 제가 보기에는 사모님의 분위기와 재산이라면 이 정도 목걸이는 충분히 구매 가능하실 거라 믿어요.”그녀가 이렇게 말하자, 윤우선은 조금 전부터 점점 마음이 불편해지고 있었다. 여직원은 분위기를 띄우는 데 정말 능숙했다. 처음엔 윤우선이 꽤나 기분이 좋았지만, 하지만 너무 극단적인 성격이라 지금은 진퇴양난의 상황이 되어버렸다.그때 여직원이 화제를 바꾸며 진지하게 말했다. “사실 제 생각엔, 이런 다이아몬드 목걸이가 크기, 화려함에만 치중해서 오히려 너무 촌스러워 보일 수 있어요. 결국 돈 냄새가 너무 진하면 오히려 품격이 없어 보이기도 하죠.”윤우선은 이 말을 듣자 눈이 번쩍 뜨이며 외쳤다. “아, 그렇죠. 아가씨 말이 딱 맞아! 이렇게 큰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목에 걸면, 그냥 목에 ‘나 돈 많음!’이라는 글자를 단 것 같잖아. 촌스럽고, 그러니까 정말 촌스러운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