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식은 밤 늦게 일본 열도를 뒤흔들었다. 지난번 도쿄에서 발생한 대소동 이후, 일본은 몇 달간 겨우 평화를 유지했지만, 오늘 또다시 새로운 테러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일본 특수부대가 용맹하게 싸워 비극을 막아냈다. 이 사실은 많은 일본 국민들에게 큰 위로가 되었고, 국가안전보장국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또한 크게 개선시켰다.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도대체 왜 이 테러리스트들이 도쿄, 오사카, 나고야 같은 대도시를 목표로 삼지 않고, 오사카와 나고야 사이의 아무도 찾지 않는 외진 곳에서 테러를 벌이려 한 것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이 의문은 인터넷 상에서도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납득할 수 없었다. 그들은 마치 치밀하게 조직된 도둑들이 수천 킬로미터를 이동해 찾아왔는데, 아무것도 훔치지 않고 닭장에서 달걀 하나만 훔쳐간 것 같은 느낌이 든다는 것이었다. 한편,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은 현장에서 체포된 용의자들을 오사카로 이송하여 심문하는 데 바빴다. 부서의 책임자는 이번 사건으로 얻은 큰 성과에 흠뻑 취해 있었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점점 더 많은 의심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것을 보며, 그는 당혹스러움을 느꼈다. 그러나 그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결국 이야기는 사람들이 만드는 것이고, 자신이 체포한 이 100여 명의 생존자와 사망자는 자작극을 하는 배우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이번 공로는 절대 사라질 수 없을 것이라 믿었다. 시후는 일본 내 여론의 상황을 계속 주시하고 있었다.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에게 공짜로 넘겨준 이 ‘큰 선물’을 그들이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시후는 답답함과 실망을 느꼈다. 온라인상에서 비판과 의혹이 점점 커지고 국가안전보장국이 추가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자, 시후는 마음을 졸여야 했다. 결국 그는 이토 나나코에게 전화를 걸어 인터넷에서의 여론 작업을 도와달라고 요청하고, 일본 국가안전 보장국을 도와줄 것을 요청했다.이내, 온라인에서는 새로운 의견이 퍼
배해산은 배한빈의 당황한 모습을 보고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너에게 몇 번이나 말했냐?! 정신 좀 차려라! 재벌가의 장남 답게 차분하게 대처 하라고 했잖아! 무슨 일이 생겼다고 이렇게 동요하면 어떡하냐? 다른 사람들이 보면 얼굴을 어떻게 들고 다니려고 하는 것이냐?”배한빈은 해명할 틈도 없이 침을 삼키고 급히 말했다. “아버지! 지금 일본에서 큰일이 났습니다!”배해산은 시계를 보며 말했다. “무슨 큰일? 나는 그쪽에서 조금 전에 보고를 받았는데, 아직 이가시의 닌자 기지에 접근하기 시작한지 얼마 안 됐다고 들었어. 그런데 이렇게 빨리 뭔가 일어난 거냐? 무슨 일이야? 그냥 겁 좀 주려고 하는 거 아니냐?”“아니요...” 배한빈이 말했다.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에서 발표한 내용인데, 이가시에서 테러가 일어났다고 하더군요. 외국에서 온 테러리스트들이 오사카와 나고야에서 테러를 일으키려고 했는데,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이 미리 발견해서 막았다고요. 폭발물을 준비해 반테러 부대와 함께 자폭하려 했지만, 결과적으로 대부분 사망하고 나머지는 모두 붙잡혔다고 했습니다!”배해산이 이 말을 듣고 첫 번째로 떠오른 생각은 바로 자신이 보낸 사람들이 모두 정예였기 때문에 절대 문제가 발생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분노를 참지 못하며 말했다. “무슨 일인가? 이가시의 일본 닌자들을 다 죽였다고? 이 멍청한 자식들! 내가 일본에서 절대 큰 소동을 일으키지 말라고 몇 번이나 경고했는데! 그렇게 해서 어떻게 한 건지 이야기해봐라!”배한빈은 비통한 듯 말했다. “아버지, 잘못 알아들으신 겁니다!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은 그들이 외국에서 온 테러리스트들이라고 발표했어요. 죽고 다친 사람들도 모두 테러리스트들이고요! 이건 이가시의 닌자들이 아니라 우리 사람들이 다쳤다는 겁니다!”“뭐라고?!” 배해산은 충격을 받아 앞이 캄캄해지며 물었다. “우리 사람들이 다쳤다는 거냐? 어떻게 다친 거냐?”배한빈은 급히 설명했다. “뉴스에서는 우리가 보낸 사람들이 폭발물을 준비해
배한빈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아버지, 상대방이 우리에게 준 시간은 고작 48시간입니다. 우리가 그 쪽에서 요청한 금액의 암호화폐를 준비하지 못하면, 호영이가 위험해요...”배해산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를 악물었다. “걱정 마라, 만약 다른 방법이 없다면 암호화폐는 내가 준비할 수 있어. 돈은 많으니 페이셔스 그룹이라면 감당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놈이 돈을 벌었다 하더라도, 결국 그 놈은 그 돈을 쓸 수 없을 거다!”...그 시각, 뉴욕에서 200여km 떨어진 프로비던스, 시후는 혼자 호텔 소파에 앉아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하고 있었다. 그가 페이셔스 그룹에 48시간의 시간을 주었던 기한이 이제 24시간 이내로 다가오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그는 페이셔스 그룹을 향한 마지막 총공격을 시작할 계획이었다. 그래서 그는 다음 단계를 위한 계획을 시작했다.시후가 첫 번째로 한 일은 다시 한번 이토 나나코에게 요청하여 정보를 흘리고, 이번 이가시에서 발생한 폭발 사건이 이가 닌자와 깊은 연관이 있다는 내용을 공개하는 것이었다. 사실 이가 닌자와 이 테러리스트들이 서로 협력한 것이며, 신뢰할 수 있는 소식통에 따르면 이가 닌자는 이미 일본을 떠났다는 내용이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시후가 이가 닌자를 완전히 무너뜨리기 위해서였다. 이 소식이 퍼지면, 이가 닌자가 미리 일본을 떠났다는 사실이 빠르게 증명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모두가 이가 닌자가 정말로 이 테러리스트들과 연결된 것으로 생각하게 되고, 이가 닌자는 일본에 다시 돌아올 수 없게 될 것이다.그 외에도 시후는 변지현에게 전화를 걸어, 시리아로 식량을 보내는 화물선의 좌표를 물어보았다. 변지현은 화물선이 스리랑카를 지나 아라비아 해로 진입하고 있으며, 며칠 안에 아덴만에 도착할 것이라고 답했다. 시후는 즉시 지시했다. “지현 씨, 24시간 뒤에 화물선이 잠시 정박하도록 해요. 나는 블랙 드래곤 무장 호위 담당자와 연락을 할 겁니다.”변지현은 이유를 잘 몰랐지만 즉시 화물선
이 시각, 스리랑카 동부 해역. 시차로 인해 일본은 이미 깊은 밤에 접어들었지만, 이곳은 이제 막 석양이 서쪽 바다 위로 내려앉기 시작한 참이었다. 찬란한 석양이 바다를 온통 붉게 물들이며 환상적인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수많은 종류의 바닷새들이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녔고, 뱃머리 양옆에는 수많은 돌고래들이 신나게 화물선을 따라다니며 때때로 물 위로 뛰어오르곤 했다. 이 드문 아름다운 풍경은 해상에서 자주 생활하는 선원들에게는 그저 익숙한 일상이었지만, 배유현에게는 평생 한 번도 보지 못한 특별한 광경이었다. 배유현은 이 순간 뱃머리에 서서, 아름다운 경치를 바라보았고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 것을 느꼈다. 며칠간 바다에서 목적 없이 떠돌며 외부 소식을 완전히 차단당한 채 지낸 나날들은 그녀의 정신 상태를 지치고 나른하게 만들었다. 그녀뿐만 아니라, 배원중 역시도 이 기간 동안 완전히 우울해졌다. 특히 계속해서 속상함을 떨치지 못한 탓에, 배원중은 날마다 한숨짓고 슬픔에 잠긴 채로 시간을 보냈다. 반면, 배유현이 떨쳐내지 못한 건 시후에 대한 알 수 없는 그리움이었다. 그녀는 시후의 모습을 자주 떠올렸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다른 모든 것에 흥미를 잃었다. 자신이 시후와 처음 만난 순간부터 지금까지의 과정을 머릿속에서 재생하듯 되뇌곤 했다. 이 순간에도 그녀는 바다 위의 아름다운 석양을 바라보며 자신도 모르게 시후를 떠올렸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탄식했다. ‘은시후 씨가 여기 함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가 함께라면 이 배가 어디로 가든지 걱정하거나 불안해하지 않을 텐데...’그때, 소이연이 그녀의 곁으로 걸어왔다. “유현 씨, 이제 선실로 돌아가는 게 좋겠어. 잠시 후에 선원들이 올라와 점검을 할 거라서.” 바다로 나온 지난 며칠 동안, 배유현과 소이연은 이미 서로를 알아가며 친구가 되었다. 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이연 씨, 전에 바다에 나가본 적 있어?” “어찌 보면 나가본 셈이지.” 소이연은 미소를 지
이 시각, 뉴욕. 이가 닌자와 그들의 가족이 막 세관을 통과하자마자 블랙 드래곤의 대원들이 각자 다른 곳으로 그들을 데려갔다. 모든 성인 남성은 롱비치로 보내졌고, 노약자와 병약한 사람들은 교외의 한 저택에 임시로 머물게 되었다. 핫토리 한조는 자신의 일족들과 함께 성도민이 롱비치에서 임대한 별장으로 옮겨졌으며, 그곳에서 아들 핫토리 카즈오와 재회했다. 부자는 만나자마자 감개무량해하며 눈물을 흘렸다. 한조는 깊이 후회하며 말했다. “카즈오... 이 아버지가 진작에 미국행이 이렇게 될 줄 알았더라면, 무슨 일이 있어도 너를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탄식하며 덧붙였다. “이제 수백 명이 고향을 등진 채 떠돌게 되었으니, 언제 고향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 알 수가 없구나...” “돌아간다고요?” 카즈오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버지, 우리는 평생 일본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겁니다.” 핫토리 한조는 놀라며 물었다. “왜 그러느냐?” 핫토리 카즈오는 물었다. “아직 소식을 못 들으셨나요?” 한조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무슨 일이 있었니?” 카즈오는 고개를 끄덕이며 고통을 감추지 못하고 말했다. “우리의 군성이 이미 폐허가 되었어요...” “뭐라고?” 핫토리 한조는 놀라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우리가 군성을 떠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떠날 때는 군성에 아무 이상이 없었어. 어째서 한순간에 폐허가 된 거지?” 카즈오는 아버지가 일본에서 일어난 일을 전혀 모르고 있음을 깨닫고, 자신이 들은 소식을 모두 전해주었다. 한조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눈앞이 캄캄해지며 거의 쓰러질 뻔했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린 그는 고통에 찬 얼굴로 말했다. “군성은 우리 이가 닌자의 선조들이 한 벽돌 한 벽돌 쌓아 올린 성이다... 그 오랫동안 온갖 풍파를 견뎌왔는데, 이렇게 하룻밤 사이에 재로 변할 수 있다니... 내가 죽고 나면 선조들에게 무슨 면목으로 얼굴을 들겠느냐...” 카즈오는 무력한 목소리로 말했
핫토리 카즈오가 조금 전 시후의 명령을 따르면 틀림없이 잘못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시후가 성도민을 통해 가족들에게 이처럼 골치 아픈 임무를 맡길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핫토리 한조의 표정도 꽤나 난처했다. 지금 자신과 페이셔스 그룹의 고수들이 협력 관계였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고, 발생하지도 않은 테러 사건에 대해 책임을 진다고 발표한다면, 그것은 일본 국민들에게 등을 돌리겠다는 것과 다름없었기 때문위다. 진상을 모르는 일본 국민들은 틀림없이 이가 닌자를 욕할 것이고, 이가 닌자의 명예는 아마 평생 회복되지 못할 것이다. 카즈오는 참지 못하고 성도민에게 애원했다. “리더... 우리가 정말 이런 성명을 발표한다면, 조상들이 수백 년간 쌓아 올린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무너질 겁니다. 리더께서 은 선생님께 간청해 주십시오.. 이가 닌자에게 한 줄기 희망을 남겨 주실 수는 없겠습니까...” 성도민은 냉정하게 말했다. “핫토리 카즈오, 당신은 일본에서 미국으로 와서 혜리를 납치하려 했다. 이 자체가 이미 사형감이다. 그런데도 은 선생님이 네 목숨을 살려주고, 너희 일족에게 해외에서 새로운 기회를 주셨는데, 너는 이제 와서 또 희망을 남겨 달라고? 도대체 무슨 희망을 말하는 거야? 이가 닌자가 앞으로 일본으로 돌아가려는 속셈이라도 있는 건가? 만약 돌아갈 생각이 있다면, 은 선생님이 너희에게 이런 기회를 줄 이유가 어디 있겠나? 알아 둬, 은 선생님께서 너희 일족을 제때 미국으로 데려오지 않았다면, 어젯밤 너희는 모두 죽었을 것이다!” 핫토리 카즈오는 말문이 막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핫토리 한조는 울먹이며 말했다. “리더... 이가 닌자는 수백 년 동안 일본 국민의 자부심이었습니다. 만약 우리가 정말 일본에서 명예를 잃는다면, 우리는 이가 닌자의 선조들에게 부끄러울 겁니다...” 성도민은 냉정하게 말했다. “핫토리 한조, 은 선생님께서 너희에게 특별히 기회를 주시는 건데, 충성을 증명하는 표시는 당연히 해야지.
핫토리 한조는 영상에서 국외 세력의 실제 정체에 대해 밝히지 않았다. 이는 시후의 지시를 따랐기 때문이다. 시후는 배호영을 ‘모두가 손가락질하는 나쁜 놈’으로 만들고 싶었지만, 페이셔스 그룹의 전체 명성을 실추시키고 싶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그의 계획에서 페이셔스 그룹은 여전히 배원중에게 경영을 맡길 예정이었고, 그룹 전체를 반쯤 무너뜨린다면, 나중에 그가 다시 경영권을 넘겨받아도 결국 문제투성이가 남아 엉망이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장차 배원중 회장은 큰 돈을 들여 회춘단을 구매할 가능성이 높기에, 이런 잠재적인 대고객에게는 최대한 에너지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했다. 이번 사건으로 배호영과 그의 아버지, 할아버지로 이어지는 이 가계도는 제거하고, 그들이 어떻게 배원중을 몰아내고 가문의 경영권을 빼앗았는지 폭로하면, 배원중이 명분을 가지고 다시 페이셔스 그룹의 통제권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이 영상은 빠르게 인터넷상에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전 세계는 어제 일본의 한 소도시에서 충격적인 테러 사건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접했으며, 모두가 이 사건의 내막과 후속 조치에 대해 주목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빨리 책임을 인정하는 누군가 나타나게 될 줄은 몰랐다. 그것도 일본에서 유명한 이가 닌자가 그 주체였다니. 외국 네티즌들은 이 사건을 대체로 흥미롭게 지켜봤지만, 일본 국민들은 충격을 금치 못하며 분노했다. 순식간에 수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이가 닌자를 비난하며, 그들을 일본의 수치라고 불렀다. 심지어 누군가는 일본 전역에서 이가 닌자를 색출해 전부 체포하고 감옥에 넣자는 제안을 했으며, 일부 극우 단체들은 일본 최대의 야쿠자 조직인 야마구치구미에 이가 닌자를 추적해 처단하자고 촉구했다. 이는 일본의 배신자를 청산하고자 하는 명목이었다. 핫토리 한조와 핫토리 카즈오 부자는 인터넷상에서 쏟아지는 비난을 보고 가슴이 아파 거의 쓰러질 뻔했다. 한편 일본 국가안보보장국은 이 사실을 알게 된 후 눈이 휘둥그레졌다. 원래는 첩보를
배한빈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라는 말은 배해산을 더욱 깊은 고민 속에 빠지게 했다. 그는 견디지 못하고 배한빈에게 물었다. "우리가 이렇게 많은 인력을 동원하고, 막대한 현상금을 내걸었는데 아직도 단서를 찾지 못한 거냐?" "네... 아직 없습니다." 배한빈은 답했다. "우리 쪽 사람들과 뉴욕의 갱단까지 거의 뉴욕 전체를 샅샅이 뒤지고 있지만, 아무런 단서도 없습니다." 배해산은 분노하며 소리쳤다. "모두 쓸모없는 놈들 뿐이야! 특히 그 정보 요원들, 평소에 그렇게 많은 돈을 뿌리면서 키운 이유가 바로 이런 결정적인 순간에 도움을 받기 위해서인데, 정작 필요할 때는 아무 쓸모도 없잖아!" 배한빈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아버지, 이번 일은 정보 요원들 탓을 할 수 없습니다. 범인들이 너무 교활해서, 단 하나의 단서도 남기지 않았으니까요.. 정보 요원들은 흔적을 따라가고, 작은 실마리에서 답을 찾아내는 데 능하지만, 그 전제는 단서가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우리 정보 요원들 뿐 아니라 CIA도 해결하지 못한 미제 사건들이 산더미입니다." 배해산은 문득 떠오른 듯 물었다. "그래, 경찰 쪽은 뭐라고 하던가? 그 제이크 한이라는 사람, 경감으로 유명하잖아. 그도 계속 수사 중이라는데, 왜 아직까지 아무 소식이 없는 거야?" "그건..." 배한빈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제가 제이크 한에게 연락하지 않았습니다. 그와는 서로 안 맞는 것 같아서요." 배해산은 차갑게 물었다. "제이크 한이 Samson 그룹의 안충주와 친하다고 들었는데, 맞지?" "네, 맞습니다." 배한빈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와 안충주는 매우 친한 사이입니다." 배해산은 지시했다. "그럼 그 사람에게 전화 한번 해봐. 경찰 쪽에서 어떤 진전이 있는지 알아보자고. 만약 경찰이 납치범들을 찾아낸다면 문제없겠지만, 찾지 못한다면 호영이를 살리기 위해 납치범이 요구한 암호화폐를 먼저 넘길 수밖에 없을 거다.. 하지만 그 돈을 넘기고 나서도
페이셔스 그룹 부자는 지금 이 순간 죽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주량은 사실 일반적이었고, 여러 잔을 한 번에 마셔야 한다는 생각이 들자 술을 아직 마시지도 않았는데 이미 목구멍이 아파서 토할 것 같았다. 하지만 시후는 그들에게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말했다. 그는 배한빈을 노려보며 차갑게 말했다. "뭘 기다리고 있지? 술을 빨리 따르지 않고? 내가 술을 따라 줘야 할까?"배한빈은 이를 악물고 당황한 채로 앞에 나가, 떨리는 손으로 그 중 한 병의 와인 병을 열었다. 시후는 두 개의 유리컵을 나란히 놓고 말했다. "자, 먼저 이 두 잔을 가득 채워."배한빈은 시후의 말을 듣고 그대로 따라 술을 채웠다.술이 가득 채워지자, 시후는 손짓을 하며 두 사람에게 말했다. "자, 먼저 첫 잔을 마셔."배해산은 와인을 보며 간이 쪼그라들 듯 겁에 질려 떨며 말했다. "젊은이... 나... 나는 고혈압이고... 혈당도 계속 조금 높은 상태라서... 의사가 술은 절대 마시지 말라고 했습니다... 조금이라도 마시면 안 된다고 했지요... 이런 큰 잔은... 제 목숨을 위협하는 거 아니겠소...?"시후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의사들 말은 들을 필요 없어. 옛말에 술은 곡식의 정수라고 했지. 술을 많이 마시면 더 젊어 진다고. 그런데 당신은 70이 넘었는데도 하나도 젊어 보이지 않잖아. 술을 별로 안 마셔서 그래. 자, 이 잔부터 비워."배해산은 얼굴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젊은이... 저는 진짜 술을 마실 수 없어요..."시후는 표정이 차가워지며 물었다. "뭐야? 날 당황시키는 건가?” 말하면서 그는 옆에서 무릎 꿇고 있는 장천을 가리키며 차갑게 물었다. "지금 내가 장천에게 입을 틀어막고, 와인 세 병을 강제로 마시게 만들어 줄까?"장천은 주저하지 않고 말했다. "선배님! 제게 기회를 주신다면, 저는 무엇이든지 기꺼이 하겠습니다!"배해산은 이 말을 듣고 즉시 경악하며 목을 움츠렸다. 장천의 그 애원하는 표정을 보니, 그가 장난을 하고
배한빈의 표정이 우스꽝스러워 보였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시후는 테이블을 세게 내리치며 반문했다. "뭐야? 내 계획에 불만이 있는 거야?""만족... 만족합니다!" 배한빈은 또다시 몸을 떨며 주저 없이 말했다. "지금 바로 진행하겠습니다! 바로 진행할게요!" 그는 급히 전화를 꺼내 자신의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진심을 표현하려는 차원에서, 그는 스피커폰으로 전화를 걸고 입을 열었다. "지금 바로 우리가 산 체육관을 1달러에 혜리의 소속사에 넘기고, 변호사와 함께 혜리의 매니저와 만나서 가장 빨리 계약을 체결해."비서는 듣고 깜짝 놀라서 입을 열었다. "대표님, 저희가 이미 혜리의 소속사에 10배의 위약금을 보상해줬는데, 체육관까지 공짜로 주시겠다는 말씀입니까..?"배한빈은 짜증이 나서 대답했다. "그냥 하라고! 말이 그렇게 많아?!"비서는 급히 사과하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대표님. 제가 쓸데없는 말을 했습니다... 바로 변호사에게 연락하겠습니다... 혜리의 매니저와 연락처도 어제 보상금 문제로 받아 뒀습니다."배한빈은 이제야 안심하고 말했다. "서둘러. 지체하지 말고 바로 처리해!"전화를 끊고 나서 배한빈은 시후를 보며 공손히 물었다. "젊은이, 이렇게 처리하는 건 괜찮습니까?"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괜찮아. 진심은 어느 정도 보여졌고, 나머지는 당신들이 어떻게 하는지에 달려있어."배한빈은 어이가 없었다. ‘지금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인간이 된 기분인데, 아직도 만족하지 않는다니, 또 뭘 원하겠다는 거야?’ 하지만 그는 입을 열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젊은이, 우리가 부족한 점이나 고쳐야 할 점이 있을까요?"시후는 앞에 놓인 많은 술을 가리키며 말했다. "두 사람은 그렇게 많은 역겨운 짓들을 했는데, 술을 마시면서 사죄하는 게 낫지 않겠어? 자, 먼저 각자 자진해서 마시라고." 이렇게 말한 뒤 시후는 물컵을 건네며 말했다. "이 컵으로 마셔. 가득 채워서."시후가 건넨 유리컵은 용량이 대략 30
배해산은 시후가 너무나도 잔인하게 구는 바람에 몸을 움찔했다. 그가 어릴 적 아버지 배원중에게 그렇게 심하게 야단맞은 적은 없었지만, 지금은 50살이나 어린 것 같은 젊은이에게 마치 손자처럼 대우받게 될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시후가 화를 내는 걸 보고, 그는 속으로 분노했지만, 손끝 하나 움직이지 못하고, 마지못해 수저를 다시 집어 들었다.시후는 드디어 만족스러워하며, 직원이 와인을 두 병 가져오자 그에게 말했다. "와인을 열 병 더 가져와."직원은 잠시 멈칫하며 말했다. "이건 두 병 밖에 없는데요..."시후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가져오라고, 왜 그렇게 말이 많아?"배해산은 속으로 간담이 서늘해졌다. 하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었기에, 급히 손을 흔들며 직원에게 말했다. "빨리 구해와, 어서!"직원은 말을 잇지 못하고, 서둘러 돌아가 몇 명의 직원들과 함께 창고로 가서 겨우 열 병의 와인을 가져왔다. 시후는 직원을 돌려보낸 뒤, 페이셔스 그룹의 부자를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자, 이제 말해봐. 왜 이렇게 억지로 우리를 이곳으로 초대했는지, 도대체 무슨 의도지?"배해산은 속으로 생각했다. ‘나는 혜리를 초대한 거지, 누가 널 초대했나?’ 하지만 이 말을 입 밖에 낼 수 없었고, 어쩔 수 없이 공손하게 말했다. "젊은이, 우리가 당신과 혜리 양을 초대한 이유는, 손자 호영이가 납치된 사건에 대해 물어보려고 한 겁니다... 그런데 지금은 굳이 물어볼 필요가 없겠네요..." 배해산은 바보가 아니었다. 그는 왜 일본 닌자들이 손자를 공격했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시후가 장천을 무릎 꿇게 하는 걸 보고, 시후가 분명 그 배후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이미 호랑이 굴에 제 발로 걸어 들어온 셈이었고, 이제 그가 손자의 행방을 묻는 것도, 앞으로 어떤 결과가 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시후는 차갑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묻는 건 이해하지만, 왜 공연장을 악의적으로 매입했고, 그것을 위협으로
배해산은 생각했다. 만약 아들이 조금 전 시후의 말을 듣고, 기꺼이 자기 자신을 때렸다면, 나이 든 배해산 자신이 뺨을 맞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70이 넘은 나이에 젊은이에게 뺨을 한 대 맞고 나니, 그는 몸도 마음도 큰 상처를 입었다. 배한빈은 아버지가 진짜 화가 난 것을 보고, 급히 자기 자신의 뺨을 때리며 부끄러워했다. "제가 입이 가벼웠습니다! 죄송합니다!"시후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테이블을 가리키며 침착하게 말했다. "자, 우리를 초대해서 식사를 하자고 했잖아요? 앉죠 다들."배해산은 신경을 곤두세우며, 아무리 힘들었지만 땅에서 일어났다. 배한빈은 아버지를 돕기 위해 손을 내밀었지만, 배해산은 아들에게 짜증이 나서 손을 휘저으며 그를 밀쳐냈다. "이 쓸모 없는 자식, 내가 네 손을 빌릴 필요는 없다! 서둘러 주방에 가서 음식이나 가져와!"배한빈은 얼굴을 움켜잡으며 억울함을 느꼈지만, 어쩔 수 없이 주방으로 가서 음식을 준비시키고 다시 식당으로 돌아왔다. 그는 아버지 옆에 조심스럽게 다가가려고 했지만, 배해산은 그에게 소리쳤다. "넌 자리에 서서 먹어!"배한빈은 억울했지만, 그저 말을 따라야 했다. 페이셔스 그룹의 직원들이 음식을 하나하나 준비해서 차례로 가져왔다. 그런데 그들은 연회장에 들어서자, 장천이 홀로 구석에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을 보고 모두 깜짝 놀랐다. 다행히 직원들은 예의가 몸에 배어 있었기에, 아무 말없이 조용히 방을 나갔다.음식이 테이블에 올라오자, 시후는 옆에 앉아 있는 고은서에게 말했다. "이 두 사람이 음식에 손을 댔을 수 있으니까, 저들이 먼저 먹은 뒤에 먹도록 해."고은서는 웃음을 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시후 오빠. 어차피 배고프지 않아서."배해산과 배한빈은 부끄럽고 화가 나서 속이 터질 것 같았다. 하지만 시후가 이렇게 모욕하고 조롱해도, 그들은 감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배해산은 어쩔 수 없이 시후에게 말했다. "젊은이... 이 음식은 절대 독이 없을
“지금 나더러 진정하라는 건가?” 시후는 그의 말을 듣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배해산을 보며, 조금 전 앉았던 자리를 가리켰고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내가 들어오자마자 너는 건방지게 거기서 으스대고 앉아서, 내가 이 문을 살아서 나가지 못한다고 협박을 하고 또 내 가족들을 죽여 버리겠다고 했지. 그렇게 사악한 짓거리를 하더니! 지금은 개처럼 꼬리를 흔들며 나에게 비굴하게 구는 거야? 배해산, 도대체 어떤 모습이 진짜 당신이지?”배해산은 시후가 이렇게 대놓고 자신을 조롱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는 억지로 말을 꺼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젊은이. 아까는 제가 너무 과하게 말했지요. 부디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시후는 차갑게 코웃음 치며 답했다. “내 안전을 위협하는 건 참을 수 있었지만, 내 가족을 위협하는 건 정말로 참을 수 없겠군.”배해산은 그 말에 놀라며 급히 말했다. “젊은이... 난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오?” 시후는 눈살을 찌푸리며 반문했다. “그렇다면 누가 그런 말을 했지?”배해산은 본능적으로 아들을 쳐다보았다. 아까 ‘가족을 죽여 버린다’는 말은 확실히 배한빈이 한 말이었다. 배해산은 아들이 만든 문제를 대신 짊어지고 싶지 않았고, 시후가 화를 내면 자신에게도 타격이 올 수 있음을 잘 알고 있었다.배한빈은 아버지의 시선을 느끼고 마찬가지로 불안해졌다. 그도 바보가 아니었다. 장천이 시후 앞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무력해진 것을 보고, 이제 자신이 제대로 된 상대를 만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상황에서 그는 시후를 자극할 용기를 낼 수 없었다.배해산은 아들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분노가 치밀어 올라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이 자식아! 넌 뭐 하는 거냐? 자신이 한 말을 기억도 못 하는 거야? 당장 젊은이에게 사과해라!”배한빈은 몸이 떨려 급히 앞으로 나가며 말했다. “젊... 젊은이... 미안합니다... 내가 잘못 말했어요... 부디 제발 가볍게 넘어 갑시다...”시후는 그를 쳐다보며
시후의 첫 번째 뺨 때리는 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뺨을 때리는 소리가 다시 한 번 더 울려 퍼졌다. "짜악..!"장천만 깜짝 놀랐을 뿐 아니라, 배해산과 배한빈까지 놀라 그 자리에서 돌처럼 굳어버렸다.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페이셔스 그룹의 무력의 정점으로 알려진 장천이, 이렇게 젊은이에게 뺨을 맞으며 굴욕을 당할 줄은.그러나 그 직후 믿을 수 없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시후는 장천을 먼저 때리고 난 후, 백핸드로 힘차게 올려 치며 장천을 또 한 번 쳐 버린 것이다.장천은 나무토막처럼 멍하니 서 있었지만, 두 눈에서는 이미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리고 있었다. 무술가에게 있어, 이런 공격이 주는 심리적 타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이때 시후는 영기로 장천의 전신에 있는 맥을 완전히 봉인해버리고는 차갑게 소리쳤다. "평생 폐인으로 살고 싶지 않으면 당장 무릎 꿇어!"장천은 몸이 순간적으로 부들부들 떨렸다. 그는 바로 깨달았다. 자신이 인생을 걸고 온갖 고통을 참아내며 뚫었던 맥이, 단숨에 어떤 알 수 없는 힘으로 완전히 막혀버렸다는 것을... 그 순간, 그의 정신은 완전히 붕괴되었다. 그래서 그는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오열하며 외쳤다. "선배님... 제발 살려주십시오, 선배님!"장천에게 있어, 그는 페이셔스 그룹에서 길러진 무술가는 아니었다. 그는 문파의 명을 받아 페이셔스 그룹을 돕고 있었을 뿐, 페이셔스 그룹에 대한 충성심이 그리 강하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충성은 문파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였다. 그러나 지금, 자신의 무공이 한순간에 사라지며 평생의 노력이 물거품이 된 이 상황에서, 페이셔스 그룹은 물론이고 문파나 자신의 자존심까지도 중요하지 않게 느껴졌다. 그는 오로지 자신의 무공을 되찾고 싶을 뿐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는 정말 폐인으로 전락할 위험에 처했다.시후는 눈물범벅이 된 장천을 비웃으며 차갑게 말했다. "저리 멀리로 가서 무릎을 꿇고 있도록 해!"장천은 한마디도 하지 못한 채, 무릎 꿇은 채로
시후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배해산의 표정이 갑자기 사납게 변했다. 그는 시후를 노려보며 차갑게 물었다. "네 놈이 내 손자를 납치했나?"시후는 대답하지 않고, 의자를 뒤로 조금 밀며 다리를 꼬고 앉아 텅 빈 식탁을 바라보며 담담히 말했다. "밥을 먹자고 했다면서요? 그런데 음식은 한 접시도 없군요. 이게 바로 페이셔스 그룹이 손님을 대접하는 방식입니까?"배해산은 시후가 자신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에 몹시 분노하여 책상을 세게 내리치며 소리쳤다. "이 자식! 여기는 페이셔스 그룹이다! 만약 네가 내 손자 호영이가 어디 있는지 솔직히 말하지 않으면, 너는 살아서 이곳을 나가지 못할 것이다!"옆에서 배한빈도 참을 수 없는 분노를 터뜨렸다. WF 호텔에서 이미 시후에게 몇 번이나 조롱을 당했던 그는 이를 갈며 이를 잊지 못하고 있었는데, 지금 시후가 자기 집에까지 와서 여전히 뻔뻔스럽게 행동하는 것을 보고 더는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는 이를 악물고 시후를 향해 말했다. "이 자식! 네가 솔직히 자백하지 않는다면, 내가 반드시 네 인생을 생지옥으로 만들어 버릴 것이다! 그리고 만약 네가 우리 아들 납치와 관련이 있다는 걸 알아낸다면, 맹세컨대, 네 가족들을 모조리 죽여버리겠다!""오.. 내 가족을 죽이겠다고?" 시후는 비웃으며 말했다. "배한빈 씨, 대낮부터 헛소리는 그만두는 게 좋겠는데요. 그리고 원래 입으로 화를 부른다는 말 못 들어 보셨습니까?”배한빈은 시후의 오만한 태도에 더욱 격분하며 소리쳤다. "너는 우리 페이셔스 그룹을 무시하고 있어!” 그는 곧바로 큰 소리로 외쳤다. "장천!"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한 중년 남성이 문 앞에 나타나 두 손을 모으고 공손히 말했다. "대표님, 무슨 일이십니까?" 이 남자는 바로 배해산과 배한빈의 보디가드로, 원서훈의 지인 장천이었다. 장천은 원서훈만큼 강하지는 않았지만, 현재 페이셔스 그룹의 보디가드 중 최강자라고 할 수 있었다. 배한빈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장천에게 시후를 가리키
시후가 밤에 다시 오겠다고 한 것은, 그날 밤에 배원중과 배유현이 뉴욕에 도착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되면 두 사람을 데리고 페이셔스 그룹으로 돌아와 이 일을 완전히 마무리하려는 계획이었다.그러나 배한빈은 시후의 말 속에 담긴 깊은 의미를 전혀 알지 못했다. 그는 시후가 왜 밤에 다시 오겠다고 말했는지 신경 쓸 겨를도 없었고, 다만 오늘 점심에 두 사람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납치범이 자신에게 준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렇게 생각한 그는 어쩔 수 없이 체면을 구기며 말했다. "두 분, 화를 내지 마십시오. 방금 제가 실언을 한 것 같군요. 부디 너그러이 봐 주시길 바랍니다." 그는 이어 시후를 바라보며 억지로 말했다. "은 선생님, 방금 제가 무례했던 점, 부디 신경 쓰지 말아 주십시오!"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의외로, 대표님 같은 명문가 출신이 이렇게 고개를 잘 숙일 줄 아는 사람이었다니, 새롭게 보게 되네요."배한빈은 시후가 자신을 조롱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 상황에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다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은 선생님이 과찬이십니다. 방금 있었던 일은 모두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니까요. 이 일을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좋습니다. 넘어가자고 하니 일단 넘어가 보죠. 하지만 나중에 다시 이야기할 수도 있으니, 대표님이 다시 이 이야기를 꺼내고 싶다면 언제든 환영입니다."배한빈은 시후가 이렇게 가시 돋친 말을 하며 자신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것을 보고 당혹스러움을 느꼈다. 그는 속으로 시후를 당장이라도 죽이고 싶었지만, 오늘 점심의 중요한 일을 위해 참을 수밖에 없었다.그 후 그는 시후와 혜리를 데리고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저택에는 이미 세 대의 롤스로이스가 주차되어 있었다. 배한빈은 두 사람에게 말했다. "페이셔스 그룹의 저택 규정상, 외부 차량은 들어올
곧 고은서는 차를 타고 시후가 머물고 있는 별장에 도착했다. 문 앞에서 시후를 태운 후, 차량은 바로 가까운 페이셔스 그룹의 저택으로 향했다. 차량이 저택 입구에 도착했을 때, 배한빈은 겉으로는 반가운 척하며 일부러 문 밖까지 나와 혜리를 맞이했다. 비록 아들은 여전히 실종 상태였지만, 그는 가식적인 미소를 얼굴에 띠고 있었다. 하지만 시후와 고은서가 차에서 함께 내리는 순간, 그의 가식적인 미소는 순식간에 어둡게 바뀌었다. 그는 시후와 단 한 번 밖에 만나지 않았지만, 그때의 기억이 매우 인상 깊었다. 아들이 실종된 바로 그날 밤, 그는 시후 앞에서 큰 망신을 당했었다. 배한빈은 살아오면서 젊은 청년에게 이런 굴욕을 당한 건 처음이었기에, 그는 그 일을 마음속 깊이 새기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시후를 보자마자 속에서부터 불쾌감이 치밀었다.그는 곧바로 얼굴을 찌푸린 채 시후에게 물었다. "내가 초대한 사람은 혜리 양인데, 네가 왜 여기 있는 거지? 너 같은 천한 신분이 우리 페이셔스 그룹의 저택에 들어올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나?"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하! 왜 이렇게 시끄럽죠? 왜요? 나를 환영하지 않는 겁니까?"배한빈은 냉소적으로 대답했다. "당연히 환영하지 않겠지! 눈치가 있다면 당장 꺼져. 눈엣가시처럼 굴지 말고."고은서는 배한빈이 시후를 모욕하는 것을 보고, 즉시 앞으로 나서며 차갑게 말했다. "은 선생님은 내 소중한 친구입니다. 제가 그를 초대해서 같이 온 것이고요. 페이셔스 그룹이 이렇게 손님을 냉대한다면, 우리 그냥 돌아가겠습니다!"배한빈은 화를 내며 말했다. "혜리 양, 당신은 당신의 콘서트가 예정대로 열리길 원하지 않는 겁니까?"고은서는 비웃으며 말했다. "그딴 건 중요하지 않아요. 은 선생님 앞에서는 모든 콘서트가 취소된다고 해도 아무것도 아니거든요." 말을 마친 그녀는 바로 시후를 향해 단호히 말했다. "우리 가자!"배한빈은 예상치 못하게 시후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고은서가 대신 그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