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을 들은 시후는 숨이 막힐 지경이었고, "하아.. 스케줄이 너무 빡빡한데.."라며 한숨을 쉬었다."괜찮아요." 소민지는 단호하게 말했다. "지금은 제 체력이 매우 좋으니까요. 그런 건 별 일 아니에요." 그렇게 말한 후, 그녀는 시후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애원하는 어조로 부드럽게 말했다. "친애하는 은인, 제 어머니 외에 서울에서 제 유일한 지인은 당신 뿐이라고요.. 그러니 제가 당신을 만나고 싶다는 마음이 들면 그렇다면 당신은 나를 거절할 수 없어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이고 아무렇지도 않게 동의하며 미소를 지었다. "시간만 된다면 가능하죠.”"정말요?!" 자신이 가장 원했던 답을 얻은 후, 소민지는 마침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시후는 시간을 보더니 말했다. "자, 이제 시간이 늦었으니 먼저 엘에이치 그룹까지 보내 줄게요.”소민지는 서둘러 물었다. "그럼 당신은 오늘 밤 어디로 가시나요? LCS 그룹 본가로 가세요?”"아니요." 시후는 침착하게 말했다. "Koreana 그룹 본가에서 자주 지내다 보니, 이제 나에게는 그곳이 더 편해진 것 같아요."소민지는 고은서와 시후가 약혼을 했었다는 사실을 갑자기 깨닫고 고개를 끄덕였다. 시후는 안세진에게 차를 준비해달라고 요청한 다음, 소민지를 창원으로 보내기 위해 터미널까지 차를 몰고 갔다.가는 길에 소민지는 시후의 옆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며 몇 번이나 말을 꺼내고 싶었지만 결국 말을 속으로 삼켰다. 시후가 차를 정차한 후에 소민지는 이렇게 말했다. "나의 은인... 제 부모님 사이의 문제를 해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신이 아니었다면 내 아버지는 엄마와 이혼하는데 절대 동의하지 않으셨을 거예요..."시후는 그녀에게 물었다. "소민지 씨는 부모님이 이혼하기를 원하나요?""네." 소민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두 사람 모두 행복한 삶을 살고 있지 않았으니까요.. 그런 이름뿐인 결혼은 계속해서 질질 끌기 보다는 빨리 끝내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그녀는 이렇게 말하면서 한숨을 쉬지 않
소민지는 이 말을 한 후 시후의 답을 기다리지 않고, 서둘러 차문을 열고 밖으로 달려 나갔다..! 그녀가 조금 전 한 말은 그녀의 용기를 모두 모아 한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시후를 끌어안고서 통곡하기라도 할까 봐 걱정이 되어서 시후와 같은 차를 타고 있을 수 없었다. 그녀는 시후에게 왜 그렇게 일찍 결혼했고, 왜 이렇게 자신 앞에 늦게 나타났는지 묻고 싶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에 그녀는 도망치듯 시후의 차를 떠나 작별 인사도 하지 않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곧바로 달려가 버렸다.시후는 소민지의 가녀린 뒷모습을 바라보며 어딘가 마음이 불편해지는 것 같았다.그리고, 박혜정의 인생이 평생 불행했던 것을 보면 볼수록 시후는 소민지가 그녀의 어머니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를 바랐다. 운명의 장난이 두 사람을 똑같은 굴레에 빠지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운명은 때로는 장난을 좋아했다. 그래서 운명은 모녀에게 비슷한 삶의 궤적을 선사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그들이 각각 아버지와 아들을 사랑하게 만들기까지 했다.사라지는 소민지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시후는 한숨을 쉬었다. 그는 자신에 대한 소민지의 감정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난감했다. 하지만 시후는 소민지가 혼자 외롭게 늙어가는 것을 정말로 원치 않았다. 왜냐하면 소민지는 가녀린 듯한 모습이었지만, 강한 결단력과 에너지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조금 전 내뱉은 말 때문에 그녀는 정말 그렇게 행동할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시후는 그녀의 결정을 바꿀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소민지가 아직 어리며, 인생을 살면서 경험이 쌓임에 따라 앞으로 마음이 바뀔 수도 있다는 것으로 스스로를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그 때, 소민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마음 속으로 굳게 결심하고 있었는데, 그것은 자신이 백 살까지 산다 해도 시후보다 더 좋고 더 매력적인 남자를 결코 만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시후는 그녀가 사랑이라는 존재를 처음 깨닫게 만든 당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정중하게 말했다. "네 삼촌, 일들은 꽤 잘 처리한 것 같습니다."고선우는 웃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그룹에 대해서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고, 내가 구름산에 가보지 않더라도 네가 친척들을 모두 제압했을 거라는 것도 잘 알 수 있고.. 엘에이치 그룹과 관련된 일들도 이미 잘 처리했겠지..? 그리고 보니, 노르웨이에서 일어난 일들도 다 보았다.. 여왕이 갑자기 위독한 병에서 회복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유럽에서 엄청난 논란거리가 된 것도 알고 있다.. 나는 그걸 보고 싫어 너의 작품임에 틀림없다는 걸 깨달았다. 오직 너만이 죽어가는 사람을 다시 살릴 수 있는 특별한 힘과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니?”시후는 웃으며 답했다. "그냥 회춘단을 조금 썼을 뿐인데요.”고선우는 웃으며 말했다. "나는 시후 너의 회춘단이 얼마나 기적적인지 알고 있어. 사람은 한번 죽음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죽음에 대해 두려워한다. 그리고 죽음 앞에서는 모든 재산, 권리, 지위, 소유권 모두가 그저 헛된 것일 뿐이라는 사실을 깊이 깨닫게 되지..” 이렇게 말한 뒤 고선우는 급히 물었다. "블랙 드래곤은 어떻게 처리했니 시후야?”이어 시후는 "성도민 씨에게 그의 부모님을 먼저 장사 지내라고 했습니다. 일을 마치면 서울로 저를 찾아올 것이고요.”라고 답했다."그래 잘 했다!" 고선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숨을 쉬었다. "블랙 드래곤은 날카로운 검이라고 할 수 있다. 시후 너는 이 날카로운 검을 지휘할 수 있다면 분명 앞으로 금상첨화일 것이며 더욱 강력해지겠지..! " 고선우는 시후에게 다음과 같이 상기시켰다. "그러나 시후야, 블랙 드래곤을 어떻게 잘 활용하는지는 너에게 달린 큰 숙제라고 할 수 있어.. 왜냐하면 그들은 특별한 지위를 갖고 있고 이제 너의 지휘 하에 수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말이다.. 만약 조금만 부주의하게 그들을 다룬다면 불필요한 트러블이 생기게 될지도 모른다. 혹시 다음 단계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둔 것이 있니?"
고선우의 말은 시후를 즉시 경계하게 만들었다. 블랙 드래곤의 정체성과 상황은 꽤나 특별했다. 세계에서 이와 같은 용병 조직은 늘 회색지대에 있는 것으로 분류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늘 그들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가질 것이다. 아마도 사람들이 좋고 나쁨이라는 꼬리표 둘 중 선택을 해야 한다면, 사람들은 세계의 모든 용병조직은 의심의 여지없이 나쁜 것이라는 꼬리표를 붙일 것이다. 현재 외부 세계는 시후가 블랙 드래곤을 손에 넣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지만, 이 사실이 언제까지나 비밀일 수는 없으며 언젠가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분명히 알려지게 될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용병조직에 대한 사람들의 혐오감은 시후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래서 시후는 서둘러 고선우에게 물었다. "삼촌, 블랙 드래곤을 어떻게 해야 할지 좋은 생각이 있으세요?”고선우는 약간 웃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생각이 있지.. 좋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리고 정말로 구현하려면 희생을 감수해야 할 거다.. 그것이 실현 가능한지 여부는 네 선택에 달려 있어. 네가 싫지 않다면 대략적인 아이디어를 알려 주마.”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겸손하게 말했다. "삼촌의 경험과 개인적인 능력은 저보다 훨씬 나으실 테니.. 저는 삼촌의 방법이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좋을 것이라고 믿습니다..!"고선우는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그렇게 나에게 아첨할 필요 없어.. 일단 내 생각을 말해 줄게.." 고선우는 똑바로 앉아서 진지하게 말했다. "내 생각에는.. 블랙 드래곤의 가장 큰 가치는 전투 효율성에 있다.. 전투 효율성을 용병 분야에서 사용하면 당연히 이익이 더 높아지겠지만, 문제는 사회적 반응과 대중의 평판이 좋지 않다는 거겠지.. 그렇다면 블랙 드래곤의 향후 전략을 바꾸는 것이 좋겠지.. 하지만 여전히 자신들의 전투력을 사용하여 돈을 벌 수 있도록 하는 거야.. 하지만 앞으로는 주권 국가들과 협력을 하도록 제안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정의롭고 합법적인 관점에서만 협력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인프라 프로젝트가 꽤 많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안보 인력에 대한 수요가 엄청날 거다.. 아마도 최소한 수천 명, 심지어는 거의 만 명에 달하는 블랙 드래곤 군사들을 모두 전환시키는 것도 한 번에 해결될 거야.. 그럼 블랙 드래곤은 몇 년 안으로 완전한 변화를 꾀할 수 있겠지..? 블랙 드래곤이 몇 년 동안 해적, 불법 무장 세력을 퇴치하고, 해외에 파견된 국민들과 회사들의 생명과 재산 안전을 보호하는 등 수많은 성공사례를 축적할 수 있다면.. 블랙 드래곤은 강력한 대중 기반과 명성을 갖춘 국제 보안 조직이 될 거다..!”이 시점에서 고선우는 잠시 말을 멈추고 은은한 미소를 짓고는 다시 이어 말했다. "만약 시후 너는 블랙 드래곤이 널 위해 어두운 일을 대신 해야 한다면.. 반드시 그들을 미리 블랙 드래곤에서 변화 시켜야 할 거야.. 그러면 너에게나 블랙 드래곤에게 부정적인 영향이 전혀 없을 테지.. 만약 누군가 너를 추궁하려 한다고 해도 너는 끝까지 인정하지 않으면 돼. 왜냐하면 확실한 증거가 없다면 아무도 너를 어쩌지 못할 테니까 말이다.”시후는 이 말을 들었을 때 이미 약간의 설렘이 느껴졌다. 그와 동시에 그는 고선우와 같은 베테랑 기업가와 자신 사이에는 큰 격차가 있다는 사실도 깨달을 수 있었다. 고선우의 총체적인 견해, 세부적인 통제, 위험에 대한 예측은 모두 다년간의 경험을 통해 조금씩 축적되고 배양되는 것이며, 이것은 자신과 같은 젊은이들에게는 부족한 부분이기도 했다... 따라서 고선우가 언급한 일련의 해결 방안은 블랙 드래곤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완전히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제대로 관리만 한다면 블랙 드래곤은 용병 조직에서 외부 세계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국제 보안 조직으로의 성공적인 변화를 꾀할 수 있다..! 이를 생각하며 시후는 이렇게 답했다. "삼촌, 제안해주신 내용이 훌륭한 것 같습니다.. 성도민씨가 저를 찾아오면 삼촌의 계획을 언급한 뒤 단계에 따라 신
고선우의 말을 듣고 시후는 즉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삼촌, 걱정하지 마세요. 일단 블랙 드래곤을 변화하기로 결정했으니 모든 것이 합리적이고 합법적이어야 하겠죠. 성도민 씨에게도 이 사실을 분명히 언급하겠습니다!" 시후는 이렇게 덧붙였다. "그리고 제가 현재 블랙 드래곤에 대해 알고 있는 바에 따르면.. 그들 대부분은 무술 수련자입니다. 그러니 그들은 총기가 없더라도, 전투 효율성이 결코 떨어지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 일반 무장 인원을 상대하기에도 전혀 문제가 없을 거고요.”고선우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다. 합당하고 합법적인 일을 하는 것이 보장된다면, 모두 블랙 드래곤에게 좋은 일이고 큰 이익으로 돌아올 거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고 와인 잔을 들고 정중하게 말했다. "삼촌, 건배하시죠! 블랙 드래곤에게 밝은 앞 날을 설계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아니다~! 하하하!!" 고선우는 술잔을 들고 진지하게 말했다. "이 삼촌은 네가 미래에 그룹을 이끌고 세계 정상에 설 때, 블랙 드래곤이 지금까지 해왔던 수많은 흑역사가 너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어.. 부자가 되고 권력을 잡았을 때, 손에 흙을 묻히지 않은 사람들이 얼마나 있겠니? 아무래도 극소수일 거다..!” 이렇게 말하면서 고선우는 한숨을 쉬었다. "다른 건 말할 것도 없고.. 중국의 부자들만 봐도 카피 제품을 팔아서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되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불법복제와 표절로 큰 돈을 벌기도 하지.. 그리고 또 다른 해외의 사람들은 악성 소프트웨어를 팔아 부자가 되기도 하고, 공공재산을 횡령해 억만장자가 된 사람도 있어.. 그리고 국내에도 있지만, 가족들이나 친척들의 등을 치고 투기와 사기를 조장하여 돈을 벌어 들이는 사람들도 있지..!”시후는 그들을 비웃으며 말했다. "삼촌,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저는 정말 흑역사가 많을 것 같은데요..? 고바야시 제약의 둘째 아들을 아직 가둬 뒀으니까요..”"그런 일들과는 다르지..!" 고선우가 말했다. "고바야
말할 필요도 없이 원양 운송을 포함하여 전 세계 물류의 대다수는 해운에 의존하고 있으며, 앞으로의 개발 가능성은 더욱 늘어날 것이었다. 구현제약의 경우에도 시후는 우수한 처방전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시후가 만약 『구현보감』 중 하나의 처방전만 선택해도 세계에서 가장 잘 팔리는 약이 될 수 있을 것이었다.화이자, 노바티스, 머크 등 세계적인 제약회사들이 신약을 개발하는 데 드는 R&D 비용이 수십억 달러에 달하지만, 몇 년이 걸리고 성공률도 낮다. 따라서 판매 수입의 대부분은 연구 개발 비용을 충당하는 데 사용되어야 하지만, 시후는 이미 연구 개발에 한 푼도 쓸 필요가 없었다. 그러니 이제 해결해야 하는 것은 바로 블랙 드래곤 뿐이었다. 가능한 한 빨리 이 사람들을 성공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그의 최우선 과제가 되었다. 그리고 고선우 회장의 말은 그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블랙 드래곤 같은 조직은 앞으로 계속 용병으로 활동하든지, 아니면 국제 안보에 일부 에너지를 쏟든, 상대적으로 느슨하고 자유로운 핵심 기지를 갖춰야 할 것이다. 이 기지는 블랙 드래곤 구성원들의 일상 생활과 훈련을 충족시켜야 할 뿐만 아니라, 블랙 드래곤의 중요한 장비들과 물품을 보관하는 데에도 사용되어야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가와 지역에서는 자국에 수만 명의 무장 병력의 주둔을 허용할 수 없기 때문에, 어떤 곳을 그 장소로 선택할 것인가는 매우 까다로운 문제로 대두되었다. 처음에 블랙 드래곤은 안정적인 기지를 찾고 있었기에 보상에 관계없이 기꺼이 시리아군과 협력하여 봉사와도 가까운 일을 하려 했으나, 하미드와 시후의 손에 큰 손실을 입었다. 이런 생각이 들자 시후의 눈이 갑자기 빛났다..! 시리아는 정말 좋은 선택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현시점에서도 최선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곳의 지역 상황은 격동적일 뿐만 아니라 하미드가 있기 때문에 블랙 드래곤과 하미드는 어느 정도 서로 보완관계가 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러니 공식적으로 추진이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시후는 고선우와 임지연에게 인사를 했고, 고은서는 시후를 데려다 주기로 했다. 이른 아침이었지만 이미 고속도로는 매우 번잡했다. 고은서는 차들이 앞으로 끼어드는 것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일부러 천천히 차를 운전했다. 그녀가 그렇게 천천히 운전한 이유는 정말로 시후를 떠나보내는 것을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시후도 은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짐작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를 재촉하지 않았다.고은서는 멍하니 차를 몰면서 시후에게 말했다. "그런데 시후 오빠, 다시 안성으로 올 거야?”시후는 잠시 생각하고 대답했다. "LCS 그룹 전문 경영팀이 보고서 자료를 준비한 후 미팅을 하기로 했어.. 그런데 그 때 내가 안성에 올지 아니면 서울로 오라고 할 지는 잘 모르겠어.”고은서는 조용히 말했다. "4월에는 나도 많이 바쁠 것 같아.. 아직 한국에서도 콘서트가 몇 개 남아 있고, 다음 달부터는 해외 콘서트 투어를 시작해야 하거든.. 그러면 난 오랫동안 국내에 없을 수도 있어..”시후는 그녀에게 물었다. "투어를 하면 몇 군데를 방문하는 거야?”고은서는 "현재 15개 정도로 계획하고 있지만, 계속 늘어나고 있어..”라고 말했다. 시후는 혼란스러워서 "왜?? 아직도 늘고 있다고..?"라고 물었다.고은서는 혀를 내두르며 힘없이 말했다. "아직 해외 팬들이 많이 있으니까.. 그리고 내가 은퇴하기 전 마지막 콘서트인 만큼 많은 팬들이 개최 도시를 늘려달라고 요청하고 있어... 소속사에서는 개최 도시 추가에 대해 나와 함께 상의했고, 모든 것은 나에게 달려 있다고 했어.. 나도 너무 많은 팬들의 요청을 거절하기 어려워 유럽과 미국의 몇 군데를 더 추가했어..” 이에 고은서는 "그런데 노르웨이에서도 공연을 하기로 했는데, 6월에 있을 것 같아."라고 덧붙였다.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그럼 헬레나가 네 콘서트를 방문하라고 해야겠네?!"고은서는 서둘러 말했다. "아니야~ 그럴 필요 없어. 그녀는 곧 여왕이 될 사람이잖아.. 내
제임스는 이어 말했다. “이번 일이 지나고 배 도련님이 무사히 돌아오면, 그에게 얘기해서 더 이상 당신이 페이셔스 그룹에서 일하지 않아도 되도록 할 게요. 나와 함께 시애틀로 가요.”가정부는 크게 기뻐하며 물었다. “제임스... 진심이예요?!”“물론이지!” 제임스는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당신은 내가 좋아하는 여자야. 내가 좋아하는 여자가 다른 집에서 가정부를 할 수는 없지.. 당신은 장차 아내가 되어 다른 사람의 보살핌을 받을 사람이라고, 남을 돌보는 건 당신의 일이 될 수 없지.”제임스의 이 ‘상류층 남자’와 같은 식의 말은 가정부를 단번에 매료시켰고, 그녀는 마치 동화 속에서 왕자를 만난 평민 소녀처럼 가슴이 설레었다. 그녀는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신데렐라가 된 듯한 기분을 느꼈고, 어릴 적부터 드라마와 소설에서 꿈꾸던 상류층과의 로맨스가 제임스를 만난 덕분에 현실처럼 다가왔다.가정부는 감동에 겨워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제... 제임스... 정말로 저를... 저를 거부하지 않으세요?”“거부할 리가 있겠어!” 제임스는 그녀의 손을 잡고 어루만지며 웃었다. “지금은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말고, 그냥 배 도련님이 돌아오길 기다리면 돼요. 그러면 그때 가서 말해볼게요. 그가 거절할 리 없어.”“네..” 가정부는 머리를 연신 끄덕이며, 감격에 몸을 떨었다.그때 제임스가 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 “아 참, 제시.. 난 지금 배 도련님이 무척 걱정 되는데.. 만약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우리 둘의 행복에도 큰 영향을 미칠 거예요. 그러니 요즘 페이셔스 그룹의 사람들에게 가까이 갈 기회가 있다면, 꼭 주의 깊게 들어줘요. 만약 그들이 닌자에 대해 언급하면 특별히 신경 써서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최대한 기억해 둬요.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기회를 만들어서라도 알아보고요, 알겠죠?”제임스는 지금 가장 두려운 것이 동생을 죽인 미스터리의 인물 외에도 일본 닌자들이었다. 만약 이번 사건이 닌자들의 짓이라면
제임스는 세상에 누군가가 배호영의 귀를 자를 수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이런 잔혹한 방법은 너무나도 잔인해서 재벌가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어떤 재벌가라도 집안의 일원이 이런 일을 당하면, 상대와 끝까지 싸우기 위해 모든 것을 걸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임스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만약 정말 그 닌자들이 한 일이라면, 이렇게 대담할 수는 없었을 거야... 페이셔스 그룹의 힘이 워낙 강력하니까. 아무리 미국과 일본이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해도, 페이셔스 그룹이 진지하게 공격하려 하면, 이가 닌자 전체가 달려들어도 페이셔스 그룹을 이길 수 없을 텐데..’ 그리고 나서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설마 진짜 배후는 닌자들이 아니란 말인가? 만약 그들이 아니라면 도대체 누구지? 페이셔스 그룹의 도련님이라는 위치도 무시할 수 있는 존재라면, 이 미스터리한 인물의 실력은 가늠조차 어려울 거야..’ 그러다 제임스는 갑자기 눈을 크게 뜨며 마음속으로 물었다. ‘설마 제이콥을 죽인 그 사람인가?!’ 그 순간, 제임스는 온몸이 떨리고 긴장감에 휩싸였다. 그는 분명히 알고 있었다. 만약 배호영을 납치한 배후가 동생 제이콥을 죽이고 이탈리아 조직을 사라지게 한 그 미스터리의 인물이라면, 다음 목표는 분명 자신일 것이다.옆에 있던 가정부는 제임스가 두려움에 떨고 있는 것을 보고 서둘러 물었다. “제임스... 괜찮아요?”제임스는 정신을 차리며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무 일도 아니야... 단지... 배 도련님이 이런 일을 당할 줄 몰랐을 뿐이예요...”“그러게요…” 가정부도 한숨을 쉬며 말했다. “들리는 말로는, 회장님께서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고 하네요…”제임스는 재빨리 물었다. “또 다른 소식은 없나요?”가정부는 생각하며 말했다. “다른 소식은 별로 없어요.. 도련님이 납치된 이후로 집안의 여자 분들을 돌보라는 지시가 내려졌어요. 사모님께서 도련님의 귀를 보자마자 그 자리에서 기절하셨거든요. 저는 계속 부인을 돌보고 있다가 이
페이셔스 그룹은 많은 인력을 동원해 브루클린 사건 현장 근처에서 목격자를 수색했고, 사건 발생 당시의 영상을 촬영한 사람들에게 10만 달러의 현금으로 영상을 사들이겠다고 약속했다. 게다가 영상을 제공하는 모든 사람에게는 개인 정보를 기록하지 않고 현금으로 거래한다는 조건을 내걸어, 사람들의 의심을 불식시키려 했다. 이 전략은 효과가 좋았다. 소문이 브루클린에 퍼지자 사건을 촬영한 사람들이 줄지어 페이셔스 그룹에 영상을 팔러 왔다. 불과 20분 만에 페이셔스 그룹은 여덟 개의 서로 다른 각도에서 촬영된 사건 영상을 확보했다. 그러나 일부는 배한빈이 거리의 여인과 키스하는 장면부터 촬영했으며, 또 다른 일부는 그가 두 개의 귀를 발견하는 장면부터 촬영했다. 페이셔스 그룹이 원하는 것은 후자의 영상이었다. 그들은 이 기회를 이용해 언론과 대중 앞에서 동정을 유도할 계획이었기 때문이다.하지만 페이셔스 그룹이 상상도 못한 것은, 영상을 판매한 8명의 행인 중 네 명이 블랙 드래곤의 일원이었다는 것이다. 이중열은 페이셔스 그룹이 반드시 명성을 회복하려고 노력할 것이며, 그 방법으로 동정을 유도할 것이라는 점을 이미 예측하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이 그의 계산에 맞춰 진행된 셈이었다.블랙 드래곤의 일원들이 거리의 행인으로 변장해 사건을 촬영한 이유는 바로 페이셔스 그룹에 그들이 원하는 ‘방패’와 ‘무기’를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심지어 처음 배한빈이 거리의 여인과 키스하는 영상을 공개한 사람도 블랙 드래곤이었다. 배해산은 자신들을 공격하는 자들과 자신들에게 방어 수단을 제공하는 자들이 모두 시후의 사람이라는 사실을 꿈에도 몰랐다. 현재 거대한 힘을 가진 페이셔스 그룹은 그저 시후에 의해 미로 속에서 놀아나는 쥐와 같을 뿐이었다. 겉보기엔 그들 스스로 움직이는 것 같았지만, 사실 그들이 어떤 방향으로 가든 모두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정교하게 통제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한편, 페이셔스 그룹이 영상을 찾고 있는 동안 페이셔스 그룹의 집에 숨어 있는 제임
배해산의 견해로는 오해를 받는 일은 딱히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그저 중요한 것은 오해를 빨리 완전히 해소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더 좋은 효과를 얻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로맨스 영화들을 보면, 남녀 주인공이 처음엔 서로 오해를 하다가 그 오해가 풀리면서 더욱 관계가 깊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인간이란 원래 그렇지 않은가.그래서 배해산은 이번 사건을 위기 관리의 좋은 기회로 보았다. 이번 기회를 잘 잡게 된다면, 그래서 배한빈에게 위대한 아버지라는 이미지를 세워준다면, 배한빈은 분위기의 반전을 이끌어 낸 뒤 승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페이셔스 그룹 또한 더 나은 대중적 지지 기반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이때 배해산의 동생 배한산이 말했다. “형님, 기자들을 집으로 직접 부르는 건 너무 의도적이지 않습니까. 비록 인질범들이 화를 내지 않더라도, 사람들은 우리가 일부러 동정을 사고자 하는 것으로 여길 겁니다.”배해산은 반문했다. “그럼 네 생각은 뭐냐?”배한산은 급히 제안을 내놓았다. “형님, 제 생각엔 차라리 영상처럼, 우선 제 3자를 통해 호영이가 납치되었고, 한빈이 아들을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썼다는 사실을 먼저 알리는 게 낫지 않겠어요. 그 다음 뒤에서 여론을 부추기면 언론들은 분명 우리를 찾아올 겁니다. 그러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인터뷰를 받아 이번 사건의 진상을 공개하면 되죠.”배해산은 계속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은 생각이야! 이렇게 하면 훨씬 자연스러워지겠구나.”배한빈은 이 말을 듣고 급히 말했다. “아버지! 현장에 있던 사람들 중 여러 명이 휴대폰으로 영상을 찍었어요. 그 사람들은 호영이의 귀를 그 상자에서 꺼내는 장면을 분명히 찍었을 겁니다. 그 영상이 온라인에 올라가기만 하면, 이 일은 확실히 해결될 것 같습니다!”배해산은 즉시 말했다. “그래. 그렇다면 영상 촬영자를 찾기 위해 10만 달러의 포상금을 걸도록 해라. 그런 다음 이 영상을 인터넷에 올려!”“알겠습니다!” 배한빈이 대답했다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댓글을 달았다. 또 다른 사람은 말했다. 심지어 더 악의적인 댓글도 있었다. 온라인에는 각국 언어로 다양한 조롱과 비난이 넘쳐났고, 전 세계 네티즌의 호기심을 한껏 자극했다. 페이셔스 그룹에 대한 여론이 점점 나빠지는 것을 보며 배한빈은 애가 타서 아버지 배해산에게 말했다. “아버지, 제발 어떻게 좀 해주세요. 이 일이 계속 이렇게 악화되면 저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페이셔스 그룹 전체의 체면이 다 깎이겠습니다..”지금 배한빈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이 사건으로 인해 자신의 명성이 완전히 망가지는 것이었다. 앞으로 사람들이 그를 볼 때마다, 또는 그의 이름만 들어도 매춘부와의 사건을 떠올린다면, 그의 앞날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되면 그는 마치 구설수에 오른 연예인이 되어 버릴 것이고, 그의 아버지 역시 그를 가문의 후계자로 세우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그는 아버지에게 자신을 도와 이 상황을 반전시켜 달라고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 배해산도 걱정스러웠다. 그는 아들의 명성뿐만 아니라 집안의 미래에도 마음을 졸이고 있었다. 자신이 막 회장직에 올랐고, 외부에서는 그가 권력을 강제로 빼앗았다고 떠들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
시후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바로 정신과 심리 양쪽으로 압박을 하여 적이 저항하지 못하고 순종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시후는 이미 부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고, 그래서 그들의 약점을 정확히 노릴 수 있었다. 대다수 부유층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이익과 체면 두 가지라고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시후가 이번 일을 크게 키우고 페이셔스 그룹에 큰 타격을 주고 싶다면, 그들의 치부를 폭로하는 방법이 최고의 해결책이었다. 배한빈이 집에 돌아와 분노에 가득 찬 가족들을 마주하고 나서야, 그는 이미 인터넷에서 자신이 화제가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신의 영상이 인터넷에서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는 것을 보고 그는 거의 기절을 할 뻔했다. 그는 그 길거리 매춘부가 꼴도 보기 싫어 한참 동안 불쾌했고, 차 안에서도 몇 번이고 토할 뻔했었다. 게다가 손에는 아들의 두 귀가 들려 있었으니,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간신히 버티고 집에 돌아와 즉시 에이즈 예방 약을 복용하려 했지만, 정작 자신과 매춘부의 키스 영상이 먼저 퍼져 나가 있다니... 격노한 배한빈은 거의 발광할 듯이 가족들 앞에서 소리쳤다. “반드시 그 영상을 올린 놈을 찾아내 죽여 버리겠어! 이대로는 절대 참을 수 없어!” 배해산은 냉정하게 말했다. “그 영상은 네가 차에서 내리기도 전에 찍혔으니, 명백히 너를 노리고 있었던 거다. 아마 그들 중 한 사람이겠지.” 배한빈은 어리둥절하며 말했다. “아버지, 그들이 돈이 필요하다면 그냥 요구하면 될 텐데, 왜 이런 짓을 벌인 걸까요?!” 그러면서 그는 아들의 두 귀를 내밀며 말했다. “그리고, 왜 이렇게 잔인하게 호영이에게 이런 짓을 하는 거죠?! 우리 페이셔스 그룹이 그들과 목숨 걸고 맞서 싸울까 두렵지 않은 걸까요?!” 배해산은 얼굴을 찌푸린 채 말했다. “그들이 호영이의 귀를 자른 건, 우리에게 겁을 주고, 우리가 뭘 해도 감당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함일 거다.. 우리의 의지를 무너뜨리려는 거지.
그는 당장이라도 닌자들을 잡아 갈갈이 찢어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닌자들의 진짜 정체를 파악하지 못했다.배해산은 주위에 많은 정보통이 있었기 때문에, 배한빈이 집으로 돌아오기 전에 이미 이 일을 전해 들었다. 그는 배호영을 특별히 아꼈는데, 손자의 귀가 잘렸다는 소식에 분노가 극에 달해 서재 안에서 부술 수 있는 것은 모두 부수고 있었다.이 소리를 듣고 놀란 아내는 급히 남편에게 와 상황을 진정시키며 겨우 배해산을 막아 세웠다. 소식을 들은 후 아내는 방 안에 더 부술 물건이 남아나지 않은 것을 보고 배해산을 연신 때리며 울부짖었다. "어떻게든 우리 손자를 무사히 구해 와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나도 죽어버릴 거야!" 배해산은 이미 심란한 상태였는데, 아내가 자신을 더 자극하는 것을 원치 않아 불만스럽게 말했다. "알았어! 호영이는 당신 손자이기도 하지만 나의 손자이기도 해. 반드시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 아이를 구해 올 거야!" 아내는 다시 물었다. "정말이에요? 그들이 무자비하게 호영이를... 호영이를..." 아내는 말을 잇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배해산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그들은 돈을 원할 거야. 그들이 돈을 원한다면 호영이를 해치지 않을 거야." 아내는 다급히 덧붙였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그 놈들에게 반드시 복수해야 해요!" 노부부의 서재에서 난 소란은 곧바로 배호영의 어머니와 다른 페이셔스 그룹 사람들에게 전해졌다. 배해산은 이들에게도 사건의 상황을 숨기지 않고 설명했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난 배호영의 어머니는 그 자리에서 기절해 버렸고, 다른 가족들 역시 몹시 불안해했다. 평소 안락한 생활에 익숙했던 이들은 가족이 납치당하고 심지어 귀가 잘렸다는 소식에 한편으로는 화가 나고 한편으로는 두려움에 휩싸였다. 한동안 페이셔스 그룹은 온통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러나 아직 배한빈이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인터넷에는 또 다른 화제가 되는 영상이 올라왔다. 그 영상의 제목은 매
그 여자는 총을 들이대는 사람들 때문에 겁에 질려, 허름한 크로스백에서 떨리는 손으로 구겨진 피임약 상자를 꺼냈다.배한빈은 상자 위에 그려진 피임약 상자의 사진을 보고 얼굴이 더 어두워졌다. 그는 장난이라고 생각하며 차갑게 말했다. "그 개자식이 너한테 주라고 한 게 이거야?""네 맞아요.." 여자는 급하게 말했다. "그리고 그 사람이.. 당신에게 한마디를 전해달라고 했어요.."배한빈은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 "빨리 말해! 더 망설이면 당장 죽여버릴 거야!"여자는 온몸을 떨며 말했다. "그가 말하길.. 미안하지만 배한빈 씨, 시간이 촉박해서 적당한 용기를 구할 수 없었다고 하더군요.. 상자는 초라하지만 안에 있는 물건은 정말 소중하다고 했어요.."배한빈은 상자를 가져가려다 그 여자가 에이즈에 걸렸다는 생각이 들어 망설였다. 그는 여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상자를 땅에 내려놔!"여자는 순순히 상자를 땅에 내려놓았다. 배한빈은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오른손으로 그 상자를 조심스럽게 집어 들었다. 하지만 상자를 열어야 할 때가 되자, 그는 왼손으로 직접 상자를 열기가 꺼려졌다. 에이즈가 이런 접촉으로 전염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여전히 불안했다. 다행히 옆에 있던 그의 부하 중 한 명이 검은 장갑을 건네 주었다. 배한빈은 안심하며 장갑을 끼고 상자의 뚜껑을 열었다. 어두운 환경 탓에 상자 속 내용물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가벼운 물체가 들어 있는 듯했다. 그는 상자를 살짝 흔들어보다가 오른손으로 상자를 뒤집고 왼손으로 받쳤다. 그리고 그 안에 든 물건을 쏟아냈다. 갑자기 두 개의 물체가 그의 손바닥에 떨어지자, 배한빈은 그 모습을 확인하고는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며 물체를 바닥에 내던졌다. 그것은 바로 피투성이가 된 두 개의 귀였다.주변에 있던 여자들도 그 모습에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보디가드들도 충격을 받았고, 상자 안에 사람의 귀가 들어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배한빈은 몸을 가다듬고 가까이 다가가 귀를 확인한 뒤,
보디가드는 긴장한 채 말했다. "대표님, 그냥 가시기엔 너무 위험합니다. 제가 먼저 가서 그 여자가 이상이 없는지 확인해볼까요?""그럴 필요 없어..." 배한빈은 고개를 저었다. 아버지인 배해산이 이미 그렇게 하라고 명령한 상황에서 만약 다른 사람을 보내 여자를 확인하게 한다면, 혹시라도 이 소식이 아버지의 귀에 들어가 아버지가 자신에게 실망할 것이 두려웠다. 결국 배한빈은 마음을 굳히고 차 문을 열어 내려가 도로변에 서 있던 그 여자에게 다가갔다. 케딜락에서 중년 남자가 내려 자신들 쪽으로 걸어오자 여성들은 하나같이 환심을 사기 위해 아양을 떨며 윙크를 보냈다. 배한빈은 이 모습을 보고 속이 메스꺼워 온몸이 가려웠다. 하지만 그는 어쩔 수 없이 그 금발의 여자를 찾아가 손에 든 천 달러를 그녀의 옷깃 안으로 밀어 넣었다.주위에 있던 여자들이 깜짝 놀라며 감탄사를 쏟아냈다. 다른 여인들은 하루 종일 서 있어도 백 달러도 벌기 힘든데, 이 남자는 와서 바로 천 달러를 건넸기 때문이다. 그러자 금발 여자는 기뻐하며 말했다. "어머나, 당신이 바로 배한빈 씨인가요?"배한빈은 여자의 입에서 나는 악취에 놀라 한 걸음 물러나며 토할 것 같은 충동을 억누르고 물었다. "돈은 줬으니 이제 물건을 줘. 누가 나에게 뭔가를 주라고 하지 않았나?"여자는 기쁜 표정을 짓더니 이렇게 말했다. “그 사람이 날 속이려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좋은 일이 있을 줄은 몰랐어..” 그러자 그녀는 배한빈에게 다가와 갑자기 그를 세게 껴안고 입을 맞추었다!보디가드들은 여자가 배한빈에게 뭔가 위협을 가하는 줄 알고 총을 들고 차에서 뛰쳐나왔다.배한빈은 깜짝 놀라 그 여자를 밀쳐내고 입을 닦으면서 분노에 차서 외쳤다. "퉤퉤퉤! 이 미친 여자야?! 왜 키스를 하는 거야!" 그리고 배한빈은 여자의 팔에 바늘 자국이 가득한 걸 보고 더 크게 경악하며 얼굴이 창백해졌다. 배한빈은 끊임없이 침을 뱉으면서 자신을 털어내며 소리쳤다. "너 에이즈 환자 아니야? 혹시라도 에이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