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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장

차가 시내에 도착하자 조금 전까지도 사람들을 삼킬 것만 같던 무시무시한 폭우가 점점 멎어갔다.

뒤이어, 바람이 불며 구름이 피어오르자 하늘은 맑아졌고 일곱 색의 무지개가 걸려 수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시후는 인사동으로 다시 돌아와 차를 세우고 장 사장을 골동품 거리 입구에서 먼저 내리게 했다.

장 사장은 차에서 내린 후, 공손히 시후를 향해 인사를 하며 입을 열었다. "은 선생님 감사합니다."

시후는 그를 보며 말했다.

"장 사장님, 오늘 일은 절대 아무에게도 알리지 마십시오!”

"은 선생님 안심하세요, 한 글자도 떼지 않겠습니다!!"

존경의 표정으로 그는 시후를 신처럼 받들고 있었다.

시후는 그제야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차를 몰아 돌아갔다.

장 사장은 그 자리에 한참 동안 서서 움직이지 못했다.

그리고 시후와 유나는 여빈을 호텔로 돌려보냈다.

여빈은 서울에 온 뒤 줄곧 호텔에 머물렀고, 최근에는 버킹엄 호텔에서 지내고 있었다. 보안도 잘 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LCS 그룹 소속 호텔로 여빈의 사촌 오빠가 아무리 간이 크더라도 감히 여기까지 청부살인자를 보낼 수는 없을 것이다.

차에서 내릴 때까지도, 여빈은 시후를 바라보는 눈빛이 매우 복잡했다. 그녀의 마음 속은 마치 거대한 바위 덩이가 박혀 있는 듯했다. 그녀는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 입을 쉽사리 뗄 수 없었다. 고맙다고, 진작에 알아보지 못해 미안하다고, 후회하고 있다고..

하지만, 유나의 앞에서 그녀가 하고 싶은 말을 꺼내기란 불가능 한 일이었다.

우물쭈물하다, 그녀는 말을 하지 못하고 가만히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여빈이 호텔 입구에 도착하자 유나는 그녀를 안아 주며 부드럽게 말했다.

"여빈아, 위험을 느끼면 반드시 시후에게 전화하는 거 잊지 마!! 절대 혼자 위험한 곳에 가면 안 된다는 거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여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응응, 그럴게! 걱정 마~~”

시후는 유나가 여빈을 안고 있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쓰라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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