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마친 시후는 재빨리 대문을 나섰고, 닫힌 문 너머로 두 사람이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그래도 시후는 두 사람의 말다툼에는 참견하지 않는 것이 좋아 보였다.별 일이 없던 시후는 아무 식당에나 가서, 밥을 주문한 뒤, 저녁까지 놀다가 집에 돌아갈 계획을 세웠다.시후가 들어온 곳은 잠실에서 유명한 먹자 골목이었는데 이곳은 늘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었다.밥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길 건너편에 있는 두 사람의 그림자가 눈에 띄는 것이 아닌가? 힐끔 보니 자신의 아내 유나가 서 있었다.길 건너편에는 송파 구청이 있었고 그 옆의 빌딩에는 고급 호텔이 위치해 있었다. 유리 너머 빌딩 창가에는 유나가 앉아 있었고, 그녀의 맞은편에는 양복 차림에 금테 안경을 쓴 중년 남자가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유나는 자료를 가지고 남자에게 쉬지 않고 설명을 하는 것 같아 보였다. 아마 앞으로 열게 될 자신의 작업실을 소개하고 있을 것이고, 상대방이 내용 설명을 듣고 투자를 유치하도록 설득 중일 것이다.하지만 그 중년 남자는 유나의 설명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그저 자료를 쥐고 있는 유나의 손을 주물럭대고 싶을 뿐이었다.다행히 유나는 눈치가 빨랐기 때문에 빠르게 손을 탁자 아래로 내렸다.시후는 중년 남성의 짓거리를 보자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솟는 것을 느꼈다!이 개 같은 놈이 감히 내 아내에게 집적거리다니..마침 그 때 종업원이 시후가 주문한 식사를 들고 다가왔다. 하지만 시후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지폐를 두고 자리를 뜨며 말했다. "잔돈은 필요 없습니다~~"......엠베서더 호텔 2층 라운지.유나는 마음속에서 솟아오르는 역겨움을 억누르며, 억지로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녀는 테이블 맞은편에 앉은 남자에게 말했다. "송 대표님, 이 자료는 제가 앞으로 차릴 회사의 미래 비전을 기재해 둔 것입니다. 저를 믿고 함께 해주신다면, 앞으로 분명 놀랄 만한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미래의 파트너로서 최고의 프로젝트를
유나는 송 대표에게 직접 악수를 청하지 않았지만, 그가 악수를 청하는 것을 보고 거절을 하게 되면 예의 없는 사람으로 보일 것 같아 억지로 손을 내밀었다.송 대표가 유나의 작은 손을 잡을 것을 생각하며 몰래 기뻐하고 있을 때였다.갑자기 크고 긴 손이 뻗어 나와 그의 손을 쥐었다.송 대표는 순간 멍하니 있다가 화가 난 듯 고개를 들고 손의 주인을 보고 소리쳤다. "넌 누구야, 무슨 개수작이야?"유나도 고개를 돌린 뒤 잠시 당황했다."시후 씨??? 언제 왔어요?"그는 송 대표에게 "아, 안녕하세요? 저는 김유나 씨의 남편입니다."라고 설명했다.'남.편..이라..’ 시후의 입에서 나온 두 글자를 들은 송 대표의 얼굴은 어두워졌다."지금 막 도착했어요." 시후는 못 본 척, 유나에게 미소를 지었고 뒤이어 송 대표에게 물었다."어.. 혹시.. 정진 건축사 송지평 대표님 아니십니까??"송 대표는 화난 표정을 지으며 "네, 접니다. 무슨 일이시죠??"라고 말했다."별거 아닙니다.. 그런데 좀 품위가 없으시네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일부러 목소리를 높였다.송 대표는 속으로 화가 나서 빠르게 악수하고 있던 손을 거두려 했다.그런데 시후의 손바닥이 마치 쇠집게처럼 자신의 손을 강하게 쥐고 있어 꼼짝도 않는 것이 아닌가?“하앗!” 송 대표는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를 내며 손에 힘을 주었지만 오히려 그의 손바닥은 점점 아파왔고, 뼈가 부러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너... 너 빨리 풀어!! 손!! 내 손이 부러질 것 같다고!!"보고 있던 유나가 시후의 손에 힘이 가득 실린 것을 알아채고 다급히 말했다. "시후 씨, 먼저 손을 놓아요~"시후는 그제야 손을 놓은 뒤 무표정한 얼굴로 송 대표를 바라보았다.송 대표는 아파서 얼굴빛이 일그러졌고, 분노 가득한 얼굴로 시후를 쳐다본 후 유나에게 소리쳤다."어서 남편에게 빨리 돌아가라고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만?"유나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시후 씨는
"송 대표님, 시후 씨도 집에서 많은 일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냥 절 김유나 대표라고 불러주십시오. 오늘 이 자리는 그냥 이름으로 불리기에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 상황 같아서요!”"하하.. 남편이 댁에서 무슨 일을 하시죠? 장을 보나..? 밥을 차리고? 아니면 빨래를 하나요??”송 대표는 "사실 남편분이 취직이 안 되면, 지금 우리 회사에서 경비원을 모집하고 있으니 한 번 해보라고 소개해주려고 했지요.. 크하하하!"라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그리고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렇게 말했다. "김 대표님, 제가 김 대표님과 같은 자리였으면 이렇게 직장도 번듯하지 못한 남자와는 결혼 생각도 않았을 텐데.. 어쩌다 이런 쓰레기와.. 벌써 전 이혼했을 겁니다. 하하.."유나는 표정이 어두워졌고, 반격하려는 말을 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주변의 분위기가 서늘해지는 것이 느껴졌다.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웃는 얼굴로 서 있는 시후가 보였다. "예전부터 송 대표님이 참 유명하다고 들었는데.. 정말 제가 들은 그대로네요.. 그럼 저도 대표님께 좀 드리고 싶은 말이 있는데.."송 대표는 시후에게 물었다."무슨 말을 하고 싶으신지...?"그는 시후가 머저리 같은 인간이라고 생각하며 감히 자신을 어찌하지 못할 것이라고 짐작했다.시후는 책상에 한 손을 짚고 몸을 약간 앞으로 기울이며 미소를 지었다."내가 해주고 싶은 말은.. 사람이 무식할 수도 있고 재능이 없을 수도 있지만, 반드시 품위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일단 인간이 되지 못하면 그건 짐승이니까요?!”말을 마친 그는 조금 전 서빙 된 갈비탕을 손에 들고 무표정으로 송 대표의 머리에 들이 부었다.송 대표는 비명을 지르며 앉은 자리에서 펄쩍 뛰었다.유나는 이 상황을 보고 충격을 받은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잠시 어안이 벙벙해진 후 재빨리 종업원에게 냅킨을 가져오라고 요청했다.뜨거운 갈비탕 국물의 열기가 송 대표의 얼굴은 빨갛게 달아오르게 만들었고, 국물과 건더기들이 그의
시후는 뭔가 말을 하고 싶었지만, 유나의 표정이 어두워진 것을 보고 얼굴을 찌푸리고 식당 밖으로 몸을 돌려 나갔다.겨우 조그만 회사의 대표가 감히 자기 앞에서 이렇게 날뛰다니..? 아마 살고 싶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유나는 자신의 남편이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을 모르니 이렇게 구는 것이겠지?이 순간 시후는 자신의 정체를 당장이라도 유나에게 알리고 싶었다. 다시는 이런 작은 회사 대표 따위에게 무시당하는 일이 없도록 말이다. 그러나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그는 참을 수밖에 없었다. 신분이 드러나면 자신은 정식으로 LCS 그룹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고, 그들을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시후는 LCS 그룹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호텔 밖으로 나온 시후는 2층을 한 번 올려다보고 나서 핸드폰을 꺼내 박상철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아, 정진 건축사의 내막을 좀 알아봐 주시죠. 그리고 그들이 최근 어떤 고객과 협력하고 있는지, 어떤 종목에 관심이 있는지도요..”휴대전화에서 박상철의 공손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련님, 정진 건축사의 주요 고객은 기본적으로 LCS 그룹의 소규모 기업들입니다. 그리고 올해 엠그란드 그룹에서도 지분을 조금 인수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그래요?" 상철의 말을 들은 시후는 바로 냉소를 지었다. 한참동안 무시를 당했는데, 알고 보니 송 대표 역시도 자신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는 그런 조무래기였던 것이다.시후는 갑자기 웃음이 났다.조금 전 송 대표가 무시하던 사람이 자신의 회사를 만든 아버지와 같은 위치의, 쉽게 건들 수 없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과연 그는 어떤 감정을 느낄 것인지 궁금했다.시후는 이어 박상철에게 "그럼 정진 건축사에 교훈을 좀 주시죠..?"라고 했다."도련님, 무슨 분부이십니까?" 박상철이 공손히 물었다."음.. 이제 정진 건축사와의 제휴를 모두 철회해주세요. 내 눈에 이 병신 같은 회사가 계속 눈에 거슬려서요..”"정진이 도
송 대표는 기가 막혀 맞은 얼굴을 다른 손으로 감싸 쥐고 1초 정도 멍하니 있다가, 곧바로 분노하며 소리쳤다."이 쓰레기만도 못한 새끼가?! 네가 지금 나를 때린 거야?"시후는 아랑곳하지 않고 맞섰다. "때렸다.. 왜? 어쩌라고? 이건 다 당신이 자초한 일이야!"말을 마친 시후는 다시 한 번 손을 들어 송 대표의 반대쪽 뺨을 한 대 후려쳤다. 송지평의 양쪽 볼은 퉁퉁 부어올랐다.유나도 사실 마음 속으로 송 대표에 대한 반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지만 시후가 연거푸 그의 뺨을 때리는 것을 보자 그래도 좀 마음이 불편했다. 그래서 다급히 시후를 말렸다.“시후 씨!!! 이게 무슨 짓이에요...?? 제가 늘 당신에게 다른 사람에게 함부로 폭력을 휘두르지 말라고 하지 않았어요??"그녀가 지금 걱정하는 것은 자신의 협업이 아니라 시후가 혹시라도 송 대표에게 보복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송 대표는 유명한 사람이었고 규모도 있는 회사의 대표였다. 그런 대표가 아무것도 아닌 자신의 남편에게 뺨을 맞았으니.. 그것도 한 대가 아니라 양쪽 뺨을 맞다니... 어찌 그냥 넘어갈 수 있겠는가?아니나 다를까, 송 대표는 엄청나게 노여워하며, 더 이상 유나 앞이라고 참지 않고 자신의 본색을 드러냈다. 그리고는 유나를 가리켰다. "김유나!!! 오늘 네 남편의 빚을 네가 보상하지 않으면, 내가 저걸 죽여버릴 거야! 그리고 이 한국땅에서 사라지게 만들 거라고!!”유나는 말을 듣자, 갑자기 분노하여 말했다. “뭐라고요? 너무 파렴치 한 거 아니에요?”“뭐? 파렴치? 무슨 개소리를 하는 거야?? 어이, 지금 나를 몰라서 하는 소리 같은데? 이미 WS 그룹에서 네가 떨어져 나온 지 오래 된 걸로 알고 있구만?? 네가 아직도 WS의 빽이 있는 줄 알아? 내가 솔직히 말해 줄게!! 나, 송지평은 서울에서 있으니 말이야! 내가 재채기라도 한 번 하면, 어? 온 동네가 들썩거린다고!! 네가 너희 남편이 별 탈 없기를 바란다면 당장 내 앞에서 무
연이은 충격에 송 대표는 땀이 비 오듯이 쏟아지며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고, 옆에 있던 건물 벽에 손을 짚어야 했다.유나는 그가 누구와 전화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송 대표가 전화를 받고 난 뒤 갑자기 안색이 변하며 마치 위급 상황이라도 된 것처럼 행동하기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시후 씨, 송 대표님이 갑자기 좀 몸이 안 좋으신 건 아닐까요?”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런 것 같은데요..? 본인이 뭔지 아마 기억도 안 날 걸요."라고 했다.송 대표가 손에 들고 있는 휴대폰 스피커에선 비서가 놀라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송 대표는 이미 알아듣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비서의 목소리는 그저 송 대표의 귓가에서 맴돌았고, 그의 머릿속은 온통 조금 전 시후가 했던 말로 가득 차 있었다.”"송지평! 넌 이미 파산했어!"송 대표는 온몸에 식은땀을 흘리며, 고개를 들어 시후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설마 그가 뜻밖에도 예언자를 알아보지 못했던 것인가?그는... 시후의 말대로 정말 파산했다!송 대표는 벽에 손을 대고 주저앉아 절망적인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시후는 그런 그를 싸늘하게 바라보다가, 유나에게 "우리 갑시다!"라고 말했다.유나는 송 대표가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녀는 이미 다시는 그를 보고 싶지 않았기에 미련 없이 뒤를 돌아섰다.그 때.. 송 대표가 갑자기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어 시후를 바라보았다.그는 갑자기 허둥지둥 일어나 시후의 뒷모습을 향해 돌진했다.시후가 유나와 함께 차에 오르려 할 때, 송 대표가 갑자기 시후에게 달려들었다. 송 대표의 눈알은 벌겋게 충혈되어 헐떡거렸고, 시후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송 대표의 정신 나간 미친 모습에 유나는 잠시 긴장하여, 무의식 중에 시후의 옆으로 달라붙었다."네가 한 짓이지? 맞지? 네가 이 모든 걸 다 계획한 거지, 맞지?"송 대표는 시후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다급히 물었다.시후는 송 대표를 한 번 쳐다보고는 무표정한 얼굴로
이 모든 것이 우연의 일치인 것 같아 보이지만.. 이렇게 우연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어디 있는가?송 대표는 직감적으로 지금 일어난 일련의 일들이 필히 은시후와 관련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때문에 송 대표는 체면을 차리지 못하고 대중들이 보는 앞에서 무릎을 꿇었던 것이다.유나는 송 대표가 어떤 내용으로 전화 통화를 했는지 알 수 없었고, "송 대표님, 대표님의 회사는 멀쩡하잖아요? 그리고 만약 송 대표님께서 파산했다고 하더라도 그게 제 남편과 무슨 상관이죠?"라고 물었다.송 대표는 무릎을 꿇고 말했다. “사모님!!! 조금 전에 제가 사모님께도 실례를 범했습니다. 제가 이렇게 당신께 저지른 잘못을 인정합니다! 조금 전 제 회사에서 전화를 걸어 고객들이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고, 제휴를 철회하고, 또 은행에서 빚을 독촉한다고 알려왔습니다! 전 이제 망했어요.. 그러니 제발 남편분께 화를 풀어 달라고 덕담을 좀 해 주십시오!! 안 그럼 제가 살아남을 길이 없습니다!”유나는 순간 당황한듯 말했다. “오해하신 것 같은데.. 제 남편에게는 그럴 만한 권한이 없어요.."시후도 "송 대표님? 세상의 모든 것에는 인과가 있기는 합니다만.. 저에게 빌어봐도 소용이 없습니다.. 그러니 스스로 반성하고 뉘우치도록 하세요."라고 말한 뒤 유나를 데리고 차에 올랐다.시후가 떠난 뒤 송 대표는 길가에 홀로 무릎을 꿇고 앉아있었다.주변에는 갈수록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었다. 모두가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훑어보면서 끊임없이 수군대고 있었다.하지만 송 대표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에 신경 쓸 겨를이 전혀 없었다.내일부터 그는 성공한 회사 대표에서 거리에 나앉은 노숙자 신세가 될 것이다!아니.. 거지만도 못할 것이다!그는 수중에 돈이 없을 뿐만 아니라, 몇 백억의 위약금까지 배상해야 했다!그의 휴대폰은 여전히 미친듯이 울리고 있었고, 전화를 받으니 부하 직원의 허둥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대표님... 사채 회사에서 전화가 와서, 이자를
유나의 물음에 장모 윤우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화를 내며 자신의 할 말만 해댔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넌 WS 그룹의 피가 흐르고 있어! 그리고, 네 할머니가 나에게 이미 사과를 하시더라! 그냥 어머님께서는 잠시 혜준이의 이간질에 넘어가서 잘못된 선택을 했다고!! 그래서 지금은 혜준이에게 화가 엄청나게 났고, 지금 혜준이도 어머님께 모진 벌을 받고 있다고 하더라!! 그런데도 넌 대체 뭐가 못마땅한데?" 유나는 "이미 다 지난 일에 대해 이제서야 사과를 하면 뭣하겠어요? 우리 할머니라는 그 사람은 제가 더 이상 믿을 수가 없어요! 그러니 분명 할머니께서는 사과를 하셨더라도 절대, 결코 진심에서 우러난 것이 아니라 그냥 엠그란드 그룹과의 협력을 하도록 수를 쓰고 계시는 것에 불과하다고요! 엄마는 어쩜 그렇게 몰라요?!!” 윤우선은 계속해서 유나를 설득하려 애썼다. "네 할머니를 그렇게 나쁘게 생각하지 마! 어떻게 해도 모두 한 집안 식구인데, 어디서 그렇게 원한이 있겠어?" “하! 나는 이제 WS 그룹과는 한 식구가 아니에요! 그러니 전 절대 WS 그룹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요!!"라며 유나는 분통을 터뜨렸다. "그게 무슨 소리야? 할머니가 오해를 했다고 하지 않았어? 그렇게 나이 지긋하신 어른이 사과를 하는데도 그러니?"라며 윤우선은 불만스럽게 말했다. 그리고 윤우선은 이제서야 이렇게 설득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너희 할머니께서 성의의 표시로 이렇게 귀한 금목걸이 하나, 옥으로 된 팔찌 두 개를 주셨어!’"하아.. 엄마.. 그냥 할머니께서 선물로 주셨다고 한 이런 것들은 그냥 필요 없다고 말했으면 좀 좋아요?!!”유나는 화가 난 듯 말하고는 윤우선을 외면한 채 침실로 들어간 뒤 문을 ‘콰앙!’하고 닫아버렸다. 시후는 얼른 유나를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윤우선은 거실에서 "저것도 딸이라고?!!"라고 화를 내며 방문에 대고 소리쳤다. 하지만 김상곤은 어찌된 일인지 자신의 아내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돌아섰다. 유나는
시후의 외할머니는 무기력하게 한숨을 쉬며 단호하게 말했다. “여보, 분명히 말할 게요. 당신이 은 서방을 미워하는 건 내가 어찌할 수 없어요. 하지만 은 서방에 대한 당신의 태도는 앞으로 반드시 바뀌어야 해요!”안산은 완고한 성격이 발동하며 단호히 말했다. “나는 바꾸지 않아! 나중에 내가 죽더라도, 염라대왕이 옥황상제를 불러 나를 심문해도, 은 서방에 대한 태도는 절대 바꾸지 않을 거야!”시후의 외할머니는 화가 나서 말했다. “좋아요! 당신 참 대단하네! 안 바꾼다고요? 그럼 나중에 시후가 돌아오고 가족들이 예선이와 은 서방에 대해 이야기할 때, 시후 앞에서 또 그런 말을 하면 시후는 틀림없이 당신과 연을 끊고, 평생 다시 만나지 않을 거예요! 내가 어렵게 찾아낸 외손자를 당신이 쫓아낸다면, 나도 당신과의 관계를 당장 끊어 버릴 거예요! 믿지 못하겠으면 기다려 보던가요!”그러자 조금 전 까지만 해도 분노로 가득했던 안산은 이 말을 듣자 마치 바람 빠진 풍선처럼 힘이 빠져 버렸다. 그는 아내가 자신과 관계를 끊을 가능성은 없다고 알지만, 외손자인 시후가 돌아왔을 때, 자신이 여전히 이런 태도를 보인다면 외손자가 자신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결국, 누구도 자신의 부모를 모욕하는 걸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에 이르자 안산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침울하게 말했다. “당신 말이 맞아.... 내가 바꿀게.... 꼭 바꿔야지....” 그리고는 안산은 다시 우울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내가 죽기 전에 시후를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르겠군....”시후의 외할머니는 남편의 태도 변화에 안도하며 부드럽게 위로했다. “걱정 말아요. 내 생각엔 오래 걸리지 않아 시후가 돌아올 것 같아요.”안산은 급히 물었다. “왜 그렇게 확신하는 거야?”시후의 외할머니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은서가 이미 왔잖아요. 그러니 시후도 멀지 않았을 것 같아요. 은서가 이렇게 한결같은 마음을 보여줬으니, 하늘도 감동하여 반드시 시후를 돌아오게 할 거예
안산이 갑자기 화를 내자, 가족들 모두는 서로를 바라보며 어찌할 줄을 몰랐다. 모두 잘 알고 있었다. 이것은 안산이 평생 동안 마음에서 떨쳐내지 못한 문제였다는 것을... 그는 Samson 그룹의 당시 능력과 그들의 진심을 생각하면, 은서준이 왜 굳이 한국으로 돌아가려 한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하지만 다른 가족들은 안산의 생각은 너무 자기중심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은서준을 대할 때 항상 자신이 더 우월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마치 유능한 사장이 100만 달러의 월급을 받고 다른 회사를 다니는 인재에게 100만 달러를 받는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이 1천만 달러, 아니 그 이상을 제공할 수 있으니 회사를 옮기라고 하는 것과 같았다. 안산은 이렇게 하면 은서준이 자신을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여겼다. 하지만 그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은, 은서준이 그의 제안을 단호하게 거절했다는 사실이었다. 이로 인해 안산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 큰 좌절감을 느꼈고, 심지어 그 좌절감은 분노로 이어졌다. 원래 그는 은서준을 매우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물론 은서준의 가문이 Samson 그룹보다 훨씬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그는 은서준이 뛰어난 인재라는 것을 알았고, 자신의 세 아들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생각했다. 바로 이러한 인정 때문에 그는 은서준이 Samson 그룹으로 들어오는 것을 간절히 바랐다. 그는 자신의 장녀 안예선만이 가장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은서준은 자신의 딸과 비교해보면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뿐 아니라, 서로를 잘 보완할 수 있는 관계였다. 그러니 만약 그들이 함께 Samson 그룹에 머문다면, Samson 그룹은 분명히 날개를 달게 될 것이며, 시간이 지나면 사우디 왕실이나 로스차일드 가문과 같은 세계에서 유명한 집안들을 뛰어 넘어 세계 정상에 우뚝 서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믿었다.그러나 은서준은 그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다. 은서준은 이미 야망과 포부가 있었고, Samso
이 세상에는 수많은 보험회사와 금융회사가 있지만, 땅값 비싸기로 유명한 맨해튼에 초고층 빌딩을 세운 보험회사와 금융회사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하지만 AB 그룹은 그중 하나였다.Samson 그룹은 비록 로스앤젤레스에서 사업을 시작했지만, 제대로 세력을 키우고 성장할 수 있었던 곳은 두 곳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나는 실리콘밸리이고, 다른 하나는 뉴욕인데, 과거 안예선은 실리콘밸리에서 매우 값싼 가격에 엄청난 잠재력을 가졌다고 판단한 회사들에 투자했다. 그리고 이 투자를 더욱 깊이 있는 자본 운용에 연결하기 위해, Samson 그룹은 미국 금융의 중심인 뉴욕으로 진출하게 되었고, Samson 그룹 전체 핵심이 되는 곳을 이곳에 세웠다. Samson 그룹에는 여러 그룹사들을 가지고 있는데, 투자한 기업들은 셀 수 없을 정도지만 Samson 그룹의 진정한 핵심 그룹은 바로 AB 그룹이었다. AB 그룹이 설립된 이후, 안예선은 실리콘밸리에 투자했던 자금을 AB 그룹과 합병하여, AB 그룹을 미국 최대의 인터넷 벤처 캐피털 기업으로 만들었다. 그와 동시에 AB 그룹은 Samson 그룹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기업이 되었다.시후의 외조부 안산은 은퇴하기 전까지 계속 AB 빌딩에서 근무했다. 이후 그는 경영권을 시후의 둘째 외삼촌인 안태풍에게 넘겼기 때문에, 이곳은 안태풍의 사무실이 되었다. 평소에 로스앤젤레스에서 노부부와 함께 지내는 사람은 바로 시후의 큰외삼촌 안충주 뿐이었다. 그 외에 시후의 둘째 외삼촌 안태풍, 셋째 외삼촌 안재남, 그리고 막내 이모 안유진은 모두 뉴욕에서 일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아버지의 건강이 점점 악화되자, 다른 가족들도 당분간 자신의 일을 내려놓고 로스앤젤레스로 돌아와 아버지의 곁에 머무르고 있었던 것이다. 안산은 은퇴 이후 노인성 치매로 고생했기에 몇 년 동안 이곳을 거의 찾지 못했다. 오랜만에 다시 이곳에 오니, 그는 잠시 회상에 잠긴 듯 창가로 걸어가 맨해튼의 풍경을 내려다보며 조용히 말했다. “건물은 여전
유나는 시후가 말하는 풍수 이론을 이해하는 듯하면서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다. 그것은 늘 겉으로 보기에 뭔가 이치가 있는 것 같지만, 동시에 약간 신비로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는 경외심을 가지고 있었기에, 어떠한 질문도 하지 않았다. 한편, 아내의 곁에 있는 시후는 속으로 약간의 긴장감과 불안함을 느꼈다. 그는 저녁에 외가 식구들에게 자신의 정체가 노출될 것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뭔가 자제가 안 되고 고향 근처로 돌아온 듯한 미묘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시후는 비록 외가 식구들이 과거에 했던 행동들에 대해 약간의 원망을 품고 있었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혈연의 정을 여전히 느끼고 있었다. 그러니 오늘 밤은 시후가 지금까지의 시간 중에서 외가 식구들과 가장 가까이 마주하는 순간이 될 것이었다. 따라서 그가 느끼는 긴장감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그 시각, 시후의 외조부모는 자녀들과 함께 맨해튼에 위치한 AB 빌딩에 도착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 층으로 올라가는 동안, 안산은 감회에 젖어 아내와 자녀들에게 말했다. “예선이가 살아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이 빌딩에 엄청난 정성과 노력을 쏟았지만, 이 빌딩을 실제로 사용하기 시작한 이후에는 단 한 번도 와보지 못 했어....”그러자 시후의 외할머니는 급히 말했다. “큰 병에서 회복한 지 얼마 안 됐으니, 너무 슬픈 생각은 하지 마세요. 오늘 우리가 뉴욕에 온 이유를 잊지 마시고요.”안산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우리가 왜 왔더라?”시후의 외할머니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차 안에서 조금 전에 다 설명했잖아요! 오늘 우리는 시후 약혼녀의 콘서트를 보러 왔다고요!”“아....” 안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생각났네.... 시후 약혼녀의 콘서트를 보러....” 그는 말을 마치고 시후의 외할머니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럼 시후도 오나?”시후의 외할머니는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시후는 아직 못 찾았잖아요!”안산은 민망한
시후는 이 이야기를 듣고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외가 식구들이 고은서의 콘서트를 보러 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에 대해 어렴풋이 예상하고 있었지만, 정말 그가 예상한 대로 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외가 식구들과 직접적으로 접촉하는 일을 피하고 싶어서 시후는 이번 콘서트를 보러 가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내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VIP 박스석도 있었기에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외할머니가 외할아버지까지 모시고 왔다는 말을 들은 그는 말했다. “손님이 오신 것이니, 혜리 씨께서 잘 대접해 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그러자 고은서가 대답했다. “은 선생님,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하지만 지금 다른 문제가 하나 더 생겨서요.. 두 노인들께서는 연세도 많으시고, 지위도 좀 특수하니, 관객석에서 제 공연을 보시는 건 적합하지 않을 것 같아요. 제 생각에는 연세 많은 두 분도 역시 VIP 박스석에 모셔야 할 것 같아요. 그래야 편안하게 관람하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잠시 말을 멈춘 뒤 고은서는 다시 말했다. “그때 제가 지우 언니에게 먼저 은 선생님과 사모님께서 VIP 박스석으로 입장하도록 안내하고, 그 후에 두 분 노인을 들어오시게 하라고 할 생각이에요. 어차피 박스석 내부는 필요한 것들이 모두 다 갖춰져 있어서 공연 중간에 나오실 필요가 없으실 거예요. 공연이 끝나면 지우 언니가 두 분을 먼저 모시고 나가게 할 테니, 양쪽이 만날 일은 없을 겁니다. 이 계획은 어떠신가요?”시후는 잠시 고민한 후, 시원하게 동의하며 말했다. “그 계획 괜찮네요. 양쪽이 동시에 들어오거나 나가는 것만 피하면, 풍수적으로도 문제 없을 겁니다.”고은서는 시후의 말을 이해하고는 말했다. “그렇다면 제가 할머님께 명확히 말씀드릴게요. 그리고 제가 지우 언니에게 선생님과 사모님이 계신 박스석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할머님을 배치하도록 할 게요. 이러면 더 안전할 겁니다.”“그럴 필요 없습니다.” 시후는 말
다음 날. 공교롭게도 오늘은 마침 토요일이었다.유나는 뉴욕에서 열릴 혜리의 콘서트를 너무나 기대하고 있었기에, 이번 기회에 뉴욕에 조금 일찍 가서 쇼핑도 하고, 저녁에 콘서트를 본 뒤 뉴욕에서 하룻밤을 묵고, 다음 날 하루를 더 써서 관광을 한 뒤에 일요일 저녁에 돌아오자고 시후에게 제안했다.시후는 아내가 평소 수업을 너무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했기에, 이번 기회를 빌려 아내와 함께 제대로 휴식을 취하려는 마음으로 유나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리고 시후는 뉴욕의 버킹엄 팰리스 호텔의 스위트룸을 예약했다.두 사람은 아침 식사를 마친 뒤 차를 몰고 뉴욕으로 출발했다. 유나가 뉴욕에 대해 알고 있던 정보를 바탕으로, 시후는 그녀를 먼저 타임스퀘어로 데려갔고, 자유의 여신상을 보러 갔다.두 사람이 뉴욕에서 관광을 즐기고 있는 동안, Samson 그룹의 가족 10여 명은 두 대의 전용기를 나눠 타고 뉴욕에 도착했다. 안전하게 도착한 뒤, 시후의 외할머니는 곧바로 고은서에게 전화를 걸었다.그 시각, 고은서는 이미 공연장에서 저녁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었다. 갑작스레 시후의 외할머니의 전화를 받은 그녀는 급히 전화를 받고 정중하게 말했다. “할머니!”“어이구!” 시후의 외할머니는 웃으며 대답하고는, 기분 좋게 물었다. “은서야, 바쁘니? 이 할머니가 전화해서 방해된 건 아니지?”고은서는 거짓말하며 말했다. “할머니, 저 안 바빠요. 방금 앉아 쉬려던 참이었어요.”“그럼 다행이구나!” 시후의 외할머니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말했다. “은서야, 내가 시후 외할아버지랑 외삼촌들, 고모까지 데리고 뉴욕에 왔단다. 오늘 저녁에 네 콘서트에 가서 응원해주고 싶어서 그러는데.. 괜찮겠니?”고은서는 잠시 당황했고,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시후였다. 그녀는 시후가 외가와 하루빨리 상봉하길 바랐지만, 시후가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기에 자신이 대신 결정을 내려선 안 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만약 오늘 시후의 외가 가족들이 자
안충주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사실, 자네가 굳이 그 범죄자들을 조사하면 안 되는 것이었는데....”제이크 한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야. 이제 와서 그런 말 해봐야 늦었다고. 게다가, 내 성격상.. 폭력으로 폭력을 되갚는 그런 범죄를 보고도 못 본 척할 수도 없고.”안충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게 물었다. “그럼 이제 앞으로의 계획은 뭐야?”제이크 한은 말했다. “경찰서로 가서 업무를 정리하고, 내일부터 정식으로 은퇴하고 쉬려고 해.” 그러다 그는 뭔가 떠오른 듯 말했다. “아버님께서는 이제 좀 괜찮아지셨어? 아니면 로스앤젤레스에 가서 내가 한 번 뵙고 올까? 이번에 그렇게 크게 아프셨는데도 한 번도 못 찾아 뵈어, 마음에 걸려서 말이야.”안충주는 말했다. “로스앤젤레스까지 올 필요 없어. 어머니께서 뉴욕에 가서 고은서 양의 콘서트를 보고 싶어 하시거든. 우리 자녀들이 모두 그 콘서트에 참석해야 한다고 하셨고, 아버지도 설득당하셔서 내일 점심에 모두 함께 참석하기로 했어.”제이크 한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 “아버님께서 최근 몇 년간의 일을 전혀 기억 못 하시면서, 왜 뉴욕까지 오시려고?”안충주가 말했다. “아버지께서 눈만 뜨면 어머니께서 한두 시간 동안 먼저 간단히 브리핑을 해드리거든. 아버지의 상태와 20년 가까이 기억 못 하시는 일들을 간추려서 반복적으로 말해주셔. 같은 이야기를 하루에 일곱, 여덟 번도 하셔. 아버지가 고은서 양이 외손자의 며느리이고, 게다가 아버지 목숨을 구했다고 들으셨기 때문에 바로 콘서트에 가겠다고 하시더라고.”제이크 한은 말했다. “그럼 내일 일정이 어떻게 돼? 같이 식사 한 끼 할 시간이 될까?”안충주가 말했다. “좋아. 내일 점심에 우리 먼저 맨해튼의 AB 빌딩으로 갈 거야. 우리 그룹은 많은 부동산이 있지만, 로스앤젤레스의 저택을 제외하면 아버지께서 가장 아끼시는 게 AB 빌딩이니까. 내일 점심에 거기서 같이 식사하자.”제이크 한은 감탄하며 말했다. “AB 빌딩
국장과의 대화는 단 10분이었지만, 제이크 한은 마치 10년은 늙어 버린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는 시장의 의도를 명확히 알아차렸다. 자신을 일찍 퇴직시키는 것은, 직접적으로 책임을 묻지 않더라도, 대중이 보기에 결국 자신이 책임을 지는 사람이 될 것이다. 그래서 자신을 일찍 퇴직시키는 것은 곧 처벌인 셈이었다. 그 후에는 시장은 자신이 뉴욕을 위해 공헌한 부분을 강조하면서,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다. ‘이번 일은 비록 제이크 한이 잘못 처리하기는 했지만, 그는 뉴욕 시민을 위해 오랫동안 열심히 일해왔고, 결국 자기가 잘못을 인정하고 스스로 일찍 퇴직하는 것을 희망했다’고 언급하는 것이다. 그렇게 말하여 사람들에게 그를 너무 몰아붙이지 않도록 만드는 방식... 사람들은 이런 방식에 약하다. 이것은 마치 자신의 동네에서 반평생을 안전을 지킨 경비원이 퇴직을 앞두고 실수로 도둑들을 들여보낸 상황과 비슷할 것이었다. 그런 경비원을 사람들이 비난할 수 있겠는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제이크 한은 뉴욕 시장에게 감탄했다. 비록 시장은 동양인은 아니었지만, 22년 동안 경찰로 일한 경력이 있었기에 그는 이러한 일들에 능숙한 사람이었다. 그러니 이번에 그는 제이크 한을 이용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 것일 분이었다. 대중들의 분노가 폭발적으로 커지는 상황에서 제이크 한을 희생시켜 여론을 돌리려는 전략을 쓴 것이다. 제이크 한에게는 매우 치욕적인 일이지만, 현재로서는 다른 선택지가 없을 것이었다.이를 알아차린 제이크 한은 결국 무전기를 들고 특전사 팀에게 마지막 명령을 내렸다. 즉시 특전사 팀을 페이셔스 그룹의 본사 건물에서 대피시키는 것이었다. 특전사 팀의 철수는 이번 체포 작전의 실패를 공식적으로 선언하는 것이었다. 기자들은 경찰 대변인이 나와서 이 상황을 설명할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10년은 더 늙어버린 듯한 제이크 한은 기자들 앞에 섰다. 그러자 기자들은 수많은 카메라와 마이크를 들고, 제이크 한에게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 제
국장은 진지하게 말했다. "제이크, 해결할 수 없는 큰 일이 생기면, 결국 누군가는 대신 뒤집어써야 해. 자네가 뉴욕 경찰로 이렇게 오랫동안 일했으니, 이 점을 모를 리가 없지 않나. 나는 자네가 이 일의 책임을 지게 만들고 싶지 않지만, 만약 자네가 계속해서 고집을 부리면, 미리 사과할 수밖에 없을 거야!"제이크 한은 이를 악물고 상대를 바라보았다. 마음속으로 분노가 치솟았지만, 국장이 말한 것처럼 현실적으로 볼 때, 그의 말이 맞았다. 사실, 뉴욕 경찰은 대부분의 경우 내부 사람들을 보호하지만, 모든 일에 대해서 그렇게 할 수 있는 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뉴욕 경찰은 다른 인종들에 대한 폭력적인 법집행으로 인해 거센 분노를 샀는데, 처음에는 내부 경찰들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시민들의 반발이 너무 커져서 어쩔 수 없이 희생을 해야 했다. 이번 배호영과 관련된 일련의 사건들 역시도 큰 악영향을 미쳤지만, 사건이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바람에 경찰은 대응 방법을 아직 찾지 못했다. 그러나 상황을 봤을 때, 이 사건은 아마 해결되지 않을 확률이 크며, 결국 뉴욕 경찰은 누군가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었다. 그러니 지금 이렇게 물러나는 것이 오히려 지혜로운 선택일 수도 있었다. 게다가 제이크 한은 이제 선택지가 별로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자진해서 퇴직하거나, 강제로 퇴직하거나, 퇴직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장단점을 비교한 후, 결국 좌절하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받아들이겠습니다."국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안도한 듯 말했다. "곧 언론과 간단한 만남을 가지도록 하게. 경찰은 정보를 입수해 이 건물에서 용의자가 활동 중인 것을 확인했지만, 수색 결과 용의자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할 거네. 이번 작전은 잘못된 정보였을 가능성이 크다고만 이야기해. 그 외의 이야기는 하지 말고."제이크 한은 할 수 없이 말했다. "알겠습니다. 곧 가겠습니다."국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말했다. "내일 아침에 내부 회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