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후가 소이연의 완벽한 몸매와 곡선을 명확하게 볼 시간을 갖기 전에, 소이연은 이미 문을 닫은 지 오래였다. 소이연은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도 부끄러워서 재빨리 목욕 가운을 찾아 입고 얼굴이 붉어진 채로 달려가 문을 열었다. 시후를 다시 마주한 그녀의 얼굴은 두 개의 노을처럼 붉게 물들어 있었고 그녀는 수줍게 말했다. "죄송해요 도련님, 방금... 방금 너무 갑작스럽게 문을 열었어요..." 소이연은 무자비한 무술 고수이기는 하지만, 지금까지 이성에게 매력을 느낀 적이 없는 순진한 여성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시후를 마주했을 때, 그녀의 마음 속에서 솟아나는 수치심은 마치 그녀를 전혀 무술 고수처럼 보이지 않게 만들었다. 시후는 이 상황이 조금 당황스러웠다. 소이연은 진원호의 딸 진설아와 비슷한 부류의 여성이었다. 그녀 역시도 일년 내내 전문적인 무술 훈련을 받았기 때문에, 두 사람 모두 뛰어난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조금 전 문이 갑작스럽고 급하게 닫혔음에도 불구하고 시후는 잠시 동안 눈이 즐거웠다.진설아에게는 소이연의 타고난 매력적인 분위기는 없었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진설아를 알게 된다면 아마 그녀는 모든 남자가 좋아하는 옆집 여동생 같은 느낌이 있었던 것이다.하지만 소이연은 다른 분위기의 여성이었다. 시후 앞에서는 조금 허술한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그녀는 사실 다른 사람들 앞에선 늘 쉽게 장난을 칠 수 없는 차갑고 무거운 분위기의 여성이었다.마음을 조금 가다듬은 시후는 소이연에게 물었다. "이곳에서는 지낼 만합니까?”소이연은 서둘러 말했다. "네, 매우 만족합니다... 이곳은 서울에서 굉장히 고급 호텔이라고 들었어요. 그래서 은 도련님께서 이렇게 신경 써 주실 줄은 몰랐어요.. 죄송하네요..”시후는 손을 저었다. "결국 안세진 부장님께서 이 호텔의 모든 책임을 맡고 있기 때문에, 그저 방 몇 개를 마련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별 노력이 들지 않았어요.”그제서야 소이연은 시후가 아직 문 앞에 서 있다는 것을 깨닫
소이연은 약간 당황하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도련님, 제가 지금 방해하면 안 됐는데.. 계속하세요..."시후는 다시 말을 이어 나갔다. "그러나, 일본의 발표가 보도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국내 언론에서는 당신의 아버지 소수도 씨가 밤새 호주로 가 버렸다는 사실을 보도했어요. 그러니, 언론은 방향을 바꾸어 당신을 배신한 사람이 당신의 할아버지 소성봉 회장이 아니라, 당신의 아버지 소수도 씨라고 손가락질하고 있는 중이고요. 그는 당신을 침묵시키고, 당신이 그녀의 사생아라는 비밀을 영원히 묻기 위해 당신을 배신했다는 것이었어요.”소이연은 창백한 얼굴로 말했다. "그건... 불가능한 건 아니죠..”시후는 그녀에게 물었다. "당신은 어느 쪽을 더 믿나요?”소이연은 몇 분 동안 신중하게 생각한 후 말했다. "도련님, 저는 소성봉 회장이 저를 배신했다고 생각합니다.”시후는 그녀를 흥미롭게 바라보며 물었다. "응? 왜죠?"소이연은 진지하게 말했다. "나는 몇 년 동안 아버지 곁에 있었어요. 아버지께서는 행동은 매우 무자비하시기는 하지만, 혈족에 대한 애정이 깊으세요.. 아버지께서는 현처에게서 난 자녀인 소지빈과 소민지를 굉장히 신경 쓰시죠.. 그리고 저의 진짜 정체를 알고 나셨을 때도, 아버지는 저에 대해 많은 관심과 걱정을 하고 계셨어요.. 그러니 저를 침묵시키기 위해 저를 죽이실 분은 아니세요.. 정말로 침묵하게 만들고 싶으셨다면, 제가 아버지의 딸이라는 것을 알면서 엘에이치 그룹에서 일하게 두어서는 안 되는 거죠." 그녀는 분석하여 다시 말했다. "사실, 사람들에게 소성봉 회장은 매우 전설적인 성공한 비즈니스 맨으로 알려져 있죠.. 사람들은 늘 그가 친절한 미소와 좋은 말을 한다고 알고 있지만, 사실 그는 정말 잔인한 사람이에요.. 게다가 그는 굉장히 무자비한 사람이죠.. 그는 자신의 이익이 줄어든다면 절대 가만히 놓아두지 않을 겁니다! 그의 손자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그래서 소성봉 회장이 나를 배신할 가능성이 더 높은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소이연은 친아버지와 이복형제자매들에게는 해를 입히고 싶지 않았다. 시후는 소이연의 말에 기분이 나쁘지 않았고, 오히려 약간의 안도감을 느꼈다. 왜냐하면 사실, 어떤 사람이 정말로 자신의 형제, 자매, 심지어 자신의 아버지를 공격할 수 있다면 시후는 그런 사람에 대해서 강력하게 경계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사람이 아무리 악하다고 하더라도, 인성이 없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시후는 소이연이 정말 인성이 없는 안하무인의 자세를 가지고 있었다면 오늘 자신에게 말을 지켰더라도 내일은 자신에게 비수를 찔러 넣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그의 생각에 소이연이 마츠모토 가문 전체를 몰살시켰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아직 비인간적이지는 않다고 판단했다. 아마도 그들을 몰살시키는 행위를 한 이유는 명령을 집행하기 위함이었을 것이었다. 군인과 마찬가지로, 상관이 어떤 명령을 내리더라도 그녀는 마치 자격을 갖춘 군인처럼 윗사람의 말에 복종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제대로 자격을 갖춘 직원이 아닐 것이다.그래서 시후는 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말했다. "그래요. 우리 둘 다 엘에이치 그룹에 대해 깊은 증오를 갖고 있어요. 당신은 소성봉 회장을 증오하고 나는 소수도를 증오하죠.. 일단 당신의 일은 소성봉 회장이 필요하고, 나도 소수도 씨가 필요하니 그래서 우리 둘은 엘에이치 그룹을 상대할 때 최대한 협력해야 할 것 같아요.”소이연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저.. 도련님.. 혹시 반 LCS 그룹 연합 때문에 아버지를 미워하시나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때 소수도는 연합을 만들어 사람들을 이끌고는 온 힘을 다해 내 아버지를 표적으로 삼았어요. 물론 나는 아직 아버지의 죽음이 누구와, 반 LCS 그룹 연합과 얼마나 큰지는 잘 모르지만.. 이미 ‘반 LCS 그룹 연합'이라는 단어가 주는 힘은 무시할 수 없죠.. 그러니 소수도는 나의 원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소이연이 다시 물었다. "그럼 도련님, 당시 반 LCS 그
그러나 하진법은 국내에서 전해지는 여러 무술들이 섞인 장르의 무술 권법의 한 종류였다. 그들은 손과 상체를 많이 쓰는 편이었는데, 복싱 보다는 꽤 고급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권법이기는 했다. 그런데 소이연이 뒤에 덧붙인 말로는 하진법은 십팔기로 일컬어지는 조선 영조시대의 18반 무예를 만든 이에 의해 만들어진 다른 종류의 권법이라고 했다.보통 복싱은 사실 격투기라고 할 수 있는데, 한국의 태권도, 중국의 영춘권, 일본의 가라테를 배운 사람들은 격투기와 비슷한 종류의 기술을 쓸 수 있었다. 하지만 각 국의 사람들이 시각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생성된 전투 기술은 모두 달랐다.그러나, 18반 무예는 앞에서 언급한 여러 국가의 무예와는 다른 종류라고 할 수 있었다. 18반 무예의 주요 수행은 육체적 기술이 아니라 내면의 힘을 키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소위 단전 침몰이라고 하는 말은 내면의 힘을 실천하는 단련된 힘을 가리킨다. 이에 반해 18반 무예는 일반 무술들 보다 훨씬 더 발전되었으며 전체적인 힘도 더 강하다. 소이연의 기술이 대부분의 동료를 능가하고 그들 중 리더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일년 내내 18반 무예와 하진법을 단련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녀가 수련한 하진법 전체 세트는 시후가 구현 보감에서 본 내용 보다는 훨씬 뒤떨어진 수준이었다.시후는 그녀에게 조금 상기시키고 싶어서 말했다. "그럼.. 소이연 씨.. 내가 맥을 짚어 보고 싶은데.. 괜찮겠어요..?”소이연은 주저하지 않고 말했다. "물론이죠. 하셔도 돼요.” 말을 마친 그녀는 시후에게 오른손을 건넸다.그러자 시후는 손끝을 소이연의 동맥 위에 가볍게 얹었고, 시후의 영기는 소이연의 동맥을 통하여 몸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영기가 소이연의 몸을 통과한 후, 시후는 소이연의 몸에 있는 8개의 경락 중 2가지인 임맥과 독맥만 열려 있다는 것을 즉시 발견했다.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한의학 서적 『동의보감』에서는 기경팔맥과 십이경맥을 인체 내의 기혈이 흐르는 중요한 통로라고
소이연은 올해 21살에 불과했지만, 이미 임맥과 독맥이라는 두 맥을 열었다. 이것은 이미 주요 무술 가문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최고의 존재라고 할 수 있을 만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소이연은 이제 더 이상 세 번째 맥을 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은 감히 갖지 못했다. 그녀에게 가장 큰 소원은 그저 자신이 뚫은 임맥과 독맥 두 통로를 다시 닫히게 만들지 않는 것이었다.내부 단련을 확인하는 것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기경팔맥 중 얼마나 많은 맥이 열려 있는지는 그 중 하나일 뿐이었다. 두 번째 방법은 어떤 경락이 더 차단되지 않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있었다.소이연의 경우에는 15세에 임맥을 통하게 되었고, 20세에 독맥을 통하게 되었다. 즉, 이 맥을 열게 된 지가 얼마 되지 않았던 것이다.무술인의 판단 기준에 따르면 기경팔맥이 통하는 정도는 1부터 10까지 10개로 나눌 수 있었다.소이연이 먼저 임맥과 독맥을 열었다는 말은, 기경팔맥이 통하는 정도가 40%에 도달했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맥은 열리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맥이 순조롭게 뚫렸다고 할 수 없어 아직 자유롭게 통하는 수준이 20%를 넘지 못했다.소이연의 상태를 확인한 후 시후는 약간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만일 자신이 구현보감을 얻지 못했다면, 어렸을 때 배웠던 태권도나 국내 무술에만 의존해서 기경팔맥은 물론, 어떠한 맥도 통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소이연 앞에서는 병아리처럼 약하게 되었을 텐데.. 그러나 시후는 구현보감을 얻었고 영기의 사용법을 터득했으며, 많은 회춘약을 만들어 보충한 뒤 힘을 강화했다. 따라서 그의 힘은 임맥과 독맥의 양맥을 연 무술 고수들을 압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경팔맥을 모두 열어 놓은 무술 고수라도 그와 싸울 수 없었다.사실 내면의 힘에 비하면, 영기는 그야말로 압도적으로 축소해서 타격하는 것에 불과했다. 이것은 차가운 무기에 비해 불을 쓰는 무기의 절대적인 이점과 같았다.시후는 소이연을 조금 도와주고 싶었
이것은 그녀의 현재의 힘에 큰 진전을 시켰을 뿐만 아니라, 그녀가 미래에 무술을 훨씬 더 순조롭게 갈 수 있도록 도와 주었다..! 이제 이렇게 확실하게 통한 맥을 기반으로, 그녀의 앞으로 무술 여정은 절반의 노력으로도 두 배의 결과를 얻게 될 것이었다!소이연은 매우 흥분되는 동시에 마음 속으로 충격을 받았다! ‘이 사람은.. 절제된 힘으로 나에게 맥을 짚었는데.. 내 수련 기반에 이렇게 큰 발전을 가져올 수 있었어.. 그렇다면 그는 얼마나 강한 걸까...? 맥을 완전히 통하게 되는 성취는 무술의 기초를 극한까지 치는 것과 같아. 이것은 내가 평생 감히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일이고... 또한 모든 무술인이 이룩하기 매우 어려운 성취이기도 해.. 하지만, 이 사람의 손은.. 손가락만 움직이는 것처럼 간단한 일이야.. 이... 이건 돌을 금으로 바꾸는 일이라고도 할 수 있을 텐데... 그런데 이 사람에게 이런 초자연적인 힘이 있다는 건 정말.. 대체 이 사람.. 얼마나 강력해서 이렇게 믿을 수 없는 수준에 도달한 걸까..? 나는 정말 예전에는 이 사람에 대해 잘 몰랐던 것 같아.. 예전에는 그저 강하기만 하다고 생각 했을 뿐이지만.. 오늘 보니 힘이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이라는 걸 깨달았어..! 정말 상상 이상이야..’ 이렇게 생각하니, 그녀는 시후와의 친분에 더욱 고마움을 느꼈다..! 비록 전반부는 유쾌하지 않았지만, 시후가 자신을 구해준 이후 지금까지 이 남자는 행동으로 자신의 세계관을 전복시키고 있었다. 자신이 만약 이 사내를 몰랐다면 이런 행운은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즉시 그녀는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쿵 소리를 내며 목이 메여 말했다. "도련님!!! 저는 도련님의 큰 친절과 미덕을 결코 잊지 못할 것입니다. 제 감사함의 인사를 받아 주세요..!” 그녀는 말을 마친 뒤 바로 몸을 굽혀 절을 했다."조금만 노력하면 당신도 할 수 있었을 거예요. 그러니 이렇게 크게 인사할 필요 없어요.”그러자 소이연은 매우 엄숙하게 말했다. "아니에요.. 도련
소이연이 시후가 그녀에게 준 선물을 받고 매우 기뻐하는 동시에, 시후가 데릴 사위라는 사실에 놀라고 있을 때 시후는 침착하게 말했다. "그럼 필요한 것이 있으면 안세진 부장에게 직접 문의하세요. 그는 당신이 늘 당신을 도와줄 테니까요. 그럼 난 가봐야 해서..”“그럼 도련님 제가 배웅하겠습니다..!” 소이연은 시후를 문 밖까지 안내하려고 했다. “괜찮아요.”소이연은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고개를 숙이며 감사한 마음으로 말했다. “정말 감사합니다..!”“별 것 아니에요.” 그는 말을 마친 뒤 곧바로 자리를 떴다.소이연은 자신이 있던 행정 구역에서 시후의 뒷모습을 보고 마음에 상실감을 느꼈다. 문을 닫은 후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중얼거렸다. "은 선생님은 정말 대단한 신통력을 가진 분이야.. 어머니와 할아버지가 오랫동안 날 열심히 수행하도록 이끌어 주셨지만, 나에게 그런 행운을 주신 적은 한 번도 없었지.. 맥을 통하도록 하는 것에는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은 선생님 앞에서는 이 모든 것이 수월해 보였어.. 선생님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내 인생에서 이 수준에 도달할 수 없었을 거다..." 이렇게 중얼대면서, 소이연의 눈은 이미 눈물로 가득 차 있었다.전주 하씨의 집안은 모두 무술 바보라고 할 수 있었는데, 무술은 그들의 인생에서 가장 큰 목표였다.소이연의 할아버지의 가장 큰 소원은 언젠가 남은 맥을 모두 열어 가문의 영광을 되살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제 그의 나이 80세가 되었는데, 아직도 돌파할 방법을 찾지 못한 것이었다. 세월이 지나면서 나이가 들수록 그의 힘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쇠퇴해 더 이상 돌파할 희망이 없었다.원래 소이연의 어머니 하영수는 집안에서 가장 장래가 촉망되는 자녀였으며, 어린 나이에 이미 세 개의 맥을 돌파하여 아무도 따라잡을 수 없는 경지에 이르렀다. 당시 그녀의 할아버지는 하영수가 5년 안에 반드시 모든 맥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결론 내렸고, 지난 100년 동안 가문에서 서른 살이 되기
하영수는 이에 동의했으며, 앞으로 소이연의 남편은 쉽게 생길 것 같았기에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이러한 점에서 진주 하씨가 소이연을 매우 중시한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소이연이 진주 하씨를 무술 분야에서 다시 일으키려고 열망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특히 이번에 엘에이치 그룹이 곤경에 빠졌을 때, 소이연은 엘에이치 그룹에 대한 모든 신뢰와 사랑을 버렸다. 그녀는 이미 마음 속으로 계획을 세웠고, 이 사건의 혼란이 지나가고 외가로 돌아갈 수 있게 되면, 즉시 그녀의 성을 하로 바꾸고 가족들이 빛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었다..! 동시에 그녀는 할아버지를 설득하여 가족 전체가 시후에게 충성하도록 하여 이 큰 은혜에 보답할 뿐만 아니라 진주 하씨의 미래를 더 아름답게 만들 계획도 세웠다....바로 그 시각.시후는 호텔 관리 구역을 떠났고 안세진은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시후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그는 서둘러 앞으로 나아가 공손하게 말했다. "도련님, 소이연 씨와의 대화는 어떻습니까?"시후는 가볍게 말했다.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이 시간 동안 호텔에 머물게 될 것입니다. 부장님은 내가 그녀와 다른 사람들을 돌볼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하지만 여전히 제가 전에 말했듯이, 그들이 외부와는 소통하지 못하게 하세요. TV 시청, 서비스 직원의 전화 응답만 허용합니다.”안세진은 서둘러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도련님 제가 준비하겠습니다." 그는 말하면서 서둘러 시후에게 직사각형 포장 상자를 건네며 말했다. "도련님, 저에게 사달라고 하신 새 휴대폰입니다."시후는 소이연의 방에 들어가기 전에 안세진에게 새 휴대폰을 사달라고 말했고, 안세진은 최신형 휴대폰을 사 오라고 명령했다.시후가 안세진에게 휴대폰 구입을 도와달라고 요청한 이유는 바로 김혜빈이 일하는 편의점에 가서, 나중에 그녀가 집으로 돌아올 때 이 휴대폰을 그녀에게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 그녀의 카카오 페이나 삼성페이로 돈
"어떤 정의를 실현하냐고요?" 유미경의 질문에 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건 지금 당장은 말해줄 수 없어요. 약간의 신비감은 남겨두도록 하죠."유미경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럼 혹시 장소운이 당신을 겨냥하면 어쩌려고 그러는 거예요? 홍콩에서 주먹 두 개로 두 명이나 당해낼 수 있겠어요? 그런 사람이 홍문과 싸우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해요?"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너무 날 과소평가하는 거 아닌가요? 두 주먹으로 두 명도 못 이긴다고요? 거기다 숫자 하나 더 붙여서 40명이라 해도 별로 대수롭지 않아요."유미경은 시후가 또 헛소리를 하는 줄 알았다. 그래서 그녀는 그의 말에 정신이 혼란스러워졌다. 결국 어쩔 수 없이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정말이지, 당신에게 졌어요." 그녀는 시후와 함께 주차장을 나섰다. 주차장을 지나, 두 사람은 침사추이의 가장 붐비는 쇼핑몰 광장에 도착했다. 광장에는 많은 인파들 뿐만 아니라 판촉 활동을 하는 판매원들과 홍보와 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세일즈맨들도 많았으며 제품을 전시하는 공간도 많이 있었다. 광장의 중심부에는 여러 개의 깔끔하게 정렬된 부스가 있었고, 이 부스에는 홍콩대학교의 마크가 걸려 있었다. 그곳에는 과잠을 입은 학생들이 부스 앞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마음이 복잡한 유미경은 시후와 함께 부스로 향했다. 이곳이 바로 그녀와 동기들이 자선 바자회를 열고 있는 장소였다.유미경이 다가오자, 학생들은 깜짝 놀라며 그녀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안경을 쓴 한 남학생이 급히 다가와 물었다. "미경 누나, 오늘 오셨네요?"유미경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마침 오후에 근처에 볼 일이 있어서 잠깐 들렀어." 그러고는 물었다. "오늘 매출은 어때?"남학생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그다지 좋지 않아요.. 아침 8시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겨우 3만 홍콩달러 정도 팔았어요.. 원래는 5만 달러를 목표로 했었는데요."유미경은 그를 격려하며 말했다. "괜찮아, 3만 달러
시후가 물었다. "홍문이 그렇게 가난하면, 장운추가 평소에 좀 도와주지 않나요?""도와줍니다." 성도민이 대답했다. "만약 장운추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홍문은 벌써 감원을 했을 겁니다. 장운추가 사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 홍문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홍문은 이 점을 근거로 꾸준히 손을 벌렸죠. 장운추가 나중에 비즈니스로 크게 돈을 번 뒤에는 홍문과 어느 정도 선을 긋고 싶어 했고, 대신에 홍문이 사업을 전환하는 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현재 홍문의 주요 수입원은 네 가지입니다. 첫째는 전당포 운영, 둘째는 클럽과 바 운영, 셋째는 냉동육 밀수, 넷째는 불법 도박장입니다. 이 중 도박장을 제외한 앞의 세 가지 사업은 모두 장운추가 도와 시작한 겁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홍문이 운영하고 있는 가장 큰 클럽은 어딥니까?"성도민이 대답했다. "LP 클럽이라고 불리며, 란콰이펑이라는 지역에 있습니다.""LP......" 시후가 작게 중얼거리며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요. 알았습니다." 시후는 전화를 끊고 옆에 있는 유미경에게 말했다. "미경 아가씨, 이렇게 하는 게 어때요? 저녁 먹고 나서 당신이 저를 데리고 클럽 구경 좀 시켜줘요."유미경은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물었다. "은시후 씨, 조금 전 전화에서 홍문의 클럽을 물어본 게 혹시 거기를 가려는 거예요?!""맞아요." 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홍콩의 유명한 밤문화를 한번 느껴 보려고요."유미경은 재빨리 말했다. "그래도 홍문이 운영하는 클럽은 가면 안 돼요! 방금 장소운을 건드려 놓고, 그곳으로 가는 건 정말 위험하다고요!"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위험한 건 확실하죠. 하지만 누가 더 위험한지는 두고 보자고요."시후의 여유롭고 가벼운 태도를 본 유미경은 그의 정체에 대한 의문이 더욱 깊어졌다. 조금 전 통화를 통해 그녀는 시후가 단순히 무모한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확신했다. 그는 이미 홍콩의 각종 세력에 대해 철저히 조사한 것 같
이때 유미경은 거의 멘탈이 무너질 지경이었다. 지금 그녀는 시후가 손을 잡고 있는 것조차 신경 쓸 여유가 없었고, 자신이 불러온 문제를 빨리 해결하고 싶었다. 다른 남자를 방패로 삼는 이런 행동은 TV 드라마에서 많이 봤지만, 그녀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저 조금 전 시후가 농담을 건네자 순간 장난기 어린 생각이 들어 그런 이야기를 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유미경은 시후가 일을 이렇게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만들어버릴 줄은 정말 몰랐다. 그녀는 처음으로 농담 때문에 두려움을 느꼈고, 말을 할 때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은시후 씨, 내가 부탁할게요. 홍콩에서 빨리 떠나줘요. 나중에 다시 오면 되잖아요. 하지만 오늘 떠나지 않으면 정말 큰일 난다니까요?!"시후는 그녀의 눈가가 붉어지고, 거의 눈물이 떨어질 것 같은 걸 보며 걸음을 멈추고 그녀의 손을 놓아주었다. 그리고 시후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미경 아가씨, 나를 걱정하지 말아요.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이번에 홍콩에 온 건 일부러 문제를 만들려고 온 거니까요." 시후는 유미경의 놀란 눈빛을 무시한 채, 담담히 말했다. "내가 홍콩에 온 이상, 누군가 날 건드리면 내가 그 사람을 손봐줄 것이고, 아무도 날 건드리지 않아도 내가 일부러 사람을 찾아서 손봐야 합니다. 만약 그 장소운이 홍문이라는 집단과 관련이 없었다면, 나도 그와 엮이지 않았을 거예요. 하지만 그가 홍문과 깊은 관계가 있다면, 오늘 그가 날 건드리지 않았더라도 내일, 모레, 심지어 글피라도 찾아가서 홍문과 제대로 한 판 붙었을 거예요!""미쳤어요?!" 유미경은 충격을 받으며 눈이 휘둥그레졌다. "당신이 비즈니스를 잘하고 있는 와중에 왜 홍문을 건드리겠다는 거예요?! 홍문이 어떤 조직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예요? 홍콩에서는 아무리 돈 많은 재벌이라도 홍문에 맞서지 못해요. 그런 짓을 했다간 목숨을 잃는다고요!"시후는 유미경에게 자신이 비행기에서 내리기 전에 성도민에게 받은 자료를 이미 다 봤다는 사실을 말할 수 없었다.
유미경은 시후가 정말 겁먹은 것처럼 보이자 말을 꺼냈다. "하지만 네가 정말 무섭다면 솔직히 말해요. 내가 아빠에게 부탁해서 당신을 도망칠 수 있게 해줄 테니까요. 홍콩을 떠나면 당신을 어떻게 하진 않을 거예요."장소운은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차갑게 소리쳤다. "이 자식, 감히 나를 건드려 놓고 도망가겠다고? 내가 말해 두는데, 오늘 이 일이 끝나려면 네가 내 앞에 무릎 꿇고 머리를 조아리고, 네 뺨을 백 번 때리지 않는 한, 널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시후는 장소운을 쳐다보며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당신 지금 나랑 농담해?""농담?" 장소운은 시후가 겁을 먹은 줄 알고 더 화를 내며 말했다. "너 같은 놈에게 내가 농담이라도 할 것 같아? 네가 뭔데 감히 나, 장소운에게 그런 식으로 말해?!"유미경은 장소운의 위협적인 태도를 보며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걸 깨달았고, 더 이상 시후가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상황을 신경 쓰지 못하고 재빨리 시후를 끌어당겼다. 그리고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 장소운은 굉장히 위험한 사람이예요. 복수를 꼭 하는 성격인데, 얼른 그에게 사과하고 이 일을 그냥 여기서 끝내요. 그렇지 않으면 우리 아빠도 당신을 지켜줄 수 없을 거예요...."시후는 혀를 차며 장난스러운 표정을 거두고 말했다. "나 은시후가 벌레 한 마리에게 사과한다면, 나중에 내 지인들에게 뭐라고 말하겠어요? 우리 동네 입구의 강아지조차 나를 우습게 볼 걸요?" 그러고 나서 그는 차 안에 있는 장소운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이 자식아, 예전의 내 성격 같았으면 네가 조금 전 한 말 때문에 내가 부리는 전속 인간 서예가를 불러서 뺨을 꽤나 때리게 하고, 네 이마에 글씨라도 새겼을 거야! 하지만 운이 좋군. 이번에 내가 홍콩에 온 건 너 같은 하찮은 놈에게 시간을 낭비하려는 게 아니라서 말이야. 지금 당장 내 눈앞에서 사라져! 다시 널 보면, 내가 네 놈을 홍콩의 '4대 소룡'이 아니라 홍콩의 '4대 지렁이'로 만들어 버릴 테다!
유미경은 시후에게 손을 잡혔을 때, 처음 반응은 마치 감전된 듯했다. 그래서 그녀는 빠르게 손을 빼고 싶었지만, 시후가 손을 너무 꽉 잡고 있어 도저히 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지금 대놓고 강제로 손을 빼는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하면 장소운이 두 사람의 연기를 눈치챌 게 뻔했고, 그러면 오히려 상황이 더욱 난처해질 테니까 말이다. 결국 유미경은 속으로 짜증을 억누르며 시후에게 말했다. "당신이 한 말, 반드시 지켜야 돼요!" 그리고는 시후를 향해 말했다. "가요, 우리!"그러자 장소운은 얼굴이 시뻘개지며 소리쳤다. "미경아! 저 자식 대체 누구야?!"유미경은 여전히 시후에게 손을 잡힌 상태였고, 마음이 몹시 불편했지만 차갑게 대꾸했다. "내가 아까 말했잖아? 내 약혼자라고!""말도 안 돼!" 장소운은 마치 꼬리를 밟힌 고양이처럼 격렬하게 반응하며 말했다. "우리 아버지가 지난 주에 가휘 삼촌과 식사를 하셨는데, 가휘 삼촌이 분명 나랑 너의 관계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면서 더 열심히 노력해보라고 했어! 그런데 겨우 일주일 만에 넌 약혼자가 생겼다고?"유미경은 시후에게 잡힌 오른손을 가리키며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한 번도 연애를 안 해봤다는 걸 너도 알잖아. 이 사람이 내 약혼자가 아니라면 내가 왜 손을 잡고 있겠어? 벌써 뺨이라도 한 대 때렸겠지!"시후는 유미경이 일부러 자신에게 하는 말을 알아채고, 바로 장소운을 향해 강하게 말했다. "뭐야, 당신 지금 내 약혼자를 넘보는 거야? 다시 한 번만 더 내 약혼자를 괴롭혀 봐. 그러면 뺨 한 대로 끝내지 않을 거야!" 그리고 나서 시후는 유미경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물었다. "자기, 이 정도면 충분히 남자답지 않아요?"유미경은 속으로 화가 치밀었지만, 어쩔 수 없이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충분해, 충분해요.... 이렇게 갑자기 변하니까 적응이 안 될 정도라고요...."이때 장소운은 폭발할 듯한 분노로 시후를 손가락질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너 도대체 뭐 하는 놈이야
그래서 조금 전 유미경과 갑자기 마주쳤을 때, 장소운은 자신을 하늘이 돕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자연스럽게 과시할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유미경은 그의 호의를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짧은 대화로 오히려 그를 곤란한 상황에 몰아넣었다. 이제 장소운은 딜레마에 빠지게 되었다. 체면을 지키려면 어쩔 수 없이 1천만 홍콩달러를 기부해야 할 것이었고, 그것도 유미경의 말대로 익명으로 해야 했다.유미경은 그가 난처해하는 표정을 보며 태연하게 말했다. "장소운, 기부를 철회해도 괜찮으니 그냥 없던 일로 해도 돼."장소운은 이 말을 듣자마자 무의식적으로 답했다. "아니야! 절대 아니야! 나 장소운이야! 어떻게 한 말을 뒤집겠어? 1천만 홍콩 달러쯤이야! 지금 바로 송금하지 뭐!" 그는 그렇게 말하며 이미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유미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천천히 송금해. 나는 볼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 그녀는 말하면서 시후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차 뒤쪽을 돌아보며 물었다. "은 비서님?"이때 시후가 고개를 내밀며 웃음 섞인 말투로 농담했다. "아아, 제가 두 분을 방해하는 건 아니겠죠? 계속 대화 나누세요. 전 급하지 않으니까요."유미경은 시후가 자신을 놀리는 걸 알아차리고 약간 짜증 섞인 어조로 말했다. "은시후 씨, 당신은 아빠가 정해준 내 약혼자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차 뒤에 숨어 있는 건 뭐죠? 너무 남자답지 못한 거 아니에요?"시후는 이 말을 듣고 입가에 웃음을 띠었다. 그는 유미경의 기지를 보고 내심 감탄했다. 첫째, 순간적으로 상황을 반전시키는 빠른 두뇌 회전. 둘째, 원한은 그날 안에 풀어야 한다는 그녀의 직설적인 성격 때문이었다. 시후는 단순히 가볍게 농담을 던졌을 뿐인데, 그녀는 금세 이를 역이용해 자신을 방패로 삼고 한바탕 면박을 준 것이다.하지만 유미경은 시후를 과소평가했다. 유미경이 금방 복수를 해야 하는 성격이라면, 시후 역시도 마찬가지로 바로 대응하는 사람이었기
침사추이는 홍콩에서 가장 번화한 상업 중심지 중 하나로, 홍콩의 쇼핑 천국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유미경의 설명에 따르면, 그녀와 친구들은 최근 며칠 동안 침사추이 상업가의 중심에서 자선 바자회를 열고 있었다. 원래 일정에 따르면 유미경은 내일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점심에 유가휘가 학교에서 그녀를 불러냈고 오후에는 시후를 데리고 홍콩을 구경시켜 주라고 했기에 그녀는 바자회 물품을 가져와 전달하기로 했다.게다가 유미경은 지금 시후를 어디로 데려가야 할지 몰랐다. 그녀는 대부분의 시간을 집과 학교를 오가는 데만 쓰고, 평소에는 자선 활동 외에 특별히 여가 활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후의 가이드 역할을 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다. 그래서 우선 자신의 일을 처리하면서 시후를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기로 했다.시후는 어린 시절 부모님과 함께 홍콩에 몇 차례 온 적이 있었다. 홍콩은 면적이 작아서 사람과 차가 많고, 대부분의 도로가 좁고 답답하다는 인상을 받았기에, 시후는 딱히 큰 흥미가 없었다. 그래서 유미경과 함께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다.유미경은 차를 침사추이의 한 쇼핑몰 주차장에 주차하고 시후와 함께 차에서 내렸다. 시후는 신사적으로 차 뒤로 가서 트렁크를 열고 유미경의 물품을 꺼내 주었다.그때, 검은색 롤스로이스 컬리넌 한 대가 유미경의 테슬라 앞에 멈춰 섰다. 운전석 창문이 내려가고, 정장을 깔끔히 차려 입고 머리를 단정히 정리한 한 청년이 반가운 듯 말했다. "미경아, 내일 올 줄 알았는데, 오늘 왔네?"유미경은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여긴 왜 왔어?"청년은 웃으며 말했다. "너희 홍콩대학교에서 자선 바자회를 연다고 해서, 나도 와서 한 몫 하려고 왔지. 네가 내일 온다고 해서 너무 티 나게 보이고 싶진 않아서, 오늘 먼저 왔는데. 이렇게 마주치다니 정말 인연이다!"유미경은 다시 물었다. "내일 온다는 건 어떻게 알았어?"장소운이라고 불리는 이 청년은 웃으며 말했다. "오늘 점심에 우연히 여기 지나가다가
시후는 상자를 받아 들고 유미경과 함께 별장을 나섰다. 마당에 도착하자 유미경은 곧장 테슬라 모델 3 기본 차량 쪽으로 걸어갔다. 이 차량은 테슬라 중에서도 가장 저렴한 입문형 전기차로, 롤스로이스와 마이바흐가 가득한 이 마당 사이에서 상당히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시후는 유미경이 이 정도 금액대의 전기차를 탈 줄은 몰랐기에 조금 놀랐다. 이를 눈치챈 유미경은 시후의 눈에서 놀라움을 알아차리고는 말했다. "은 비서님, 제 차가 좀 초라하지만 양해 부탁드려요."“아니요.” 시후는 손을 내저으며 웃음지었다. "괜찮습니다. 저는 차에 대해 별로 신경을 안 쓰는 편이라서요. 바퀴 4개인 전기차는 물론이고, 바퀴 2개인 전기차라도 상관없습니다."유미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약간은 냉랭한 어조로 말했다.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번거로우시겠지만, 상자를 트렁크에 넣어주시겠어요?""네 그러죠." 시후는 흔쾌히 대답하며 상자를 트렁크에 넣은 뒤 조수석 문을 열고 탑승했다.유미경은 이미 운전석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고, 시후가 타자마자 곧바로 테슬라를 몰고 별장을 나섰다. 그녀는 시훈도를 따라 산을 내려가며 시후에게 물었다. "은 비서님, 따로 가고 싶은 곳이 있으신가요?""저는 다 괜찮습니다." 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손님이 따라가야죠. 미경 아가씨가 편하신 곳으로 정해 주세요."유미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시후를 흘깃 보더니 말했다. "은 비서님, 사실 한 가지 여쭤보고 싶은 게 있었는데, 괜찮을까요?"시후는 웃으며 물었다. "혹시 제가 지금 솔로인지 묻고 싶으신 건가요?""아니요." 유미경은 약간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저는 단지 은 비서님이 조금 전 식사 자리에서 계속 ‘삼겹살’을 언급하시길래, 혹시 그 단어의 의미를 아시는 건지 궁금해서요."시후는 유미경이 무언가 눈치챈 듯한 느낌에,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한 말입니다. 그 단어에 무슨 의미가 담겼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설명해 주시겠습니까?"유미경
유가휘는 시후가 딸에게 이미 호감을 느끼고 있는 듯한 모습에 한결 마음이 놓였다. 이제 물고기가 입을 벌렸으니, 언제 낚싯바늘을 물지만 기다리기면 되는 상황이 되었다. 식사를 마치고 유가휘는 입을 열었다. "은 비서님, 저는 오후에 그룹에서 처리할 일이 있어서 동행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미경이가 홍콩을 잘 구경시켜 드릴 겁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태연히 말했다. "회장님께서 바쁘시다면 안심하고 가십시오. 미경 아가씨와 함께면 충분합니다."유가휘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딸에게 당부했다. "미경아, 은 비서님을 잘 모셔야 한다."그러자 유미경은 거리낌 없이 물었다. "아빠, 저에게 약속하신 5천만 홍콩달러의 기부금은 언제 보내 주실 거예요?"유가휘는 태연히 대답했다. "네가 내 말을 잘 듣기만 하면, 3일 안에 재단 계좌로 송금하도록 재무팀에 지시하겠다."유미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은 비서님이 증인이시니까, 꼭 약속 지키세요."유가휘는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네 아빠가 언제 약속을 어긴 적 있냐?"시후는 이 말을 듣고 순간적으로 마음에 불쾌감이 스쳤다. 유가휘가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약속을 어겼는지 시후는 잘 모르지만, 그가 자신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아버지와의 약속을 어겼다는 사실만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유미경은 이 사실을 알지 못했기에, 아버지의 말을 믿고 안심한 듯했다. "그럼 됐어요!" 그녀는 이렇게 말하며 안도했다.시후는 유가휘를 바라보며 아직 은서준 상무를 기억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와 한 약속도 기억하고 있는지 묻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지금 이 순간에 이런 질문을 던지면 유가휘가 자신이 홍콩에 온 이유가 이중열 때문이라는 사실을 눈치챌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게다가, 그는 유가휘가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리고, 자신의 성이 '은'이라는 점과 아버지와 닮은 외모를 통해 자신의 정체를 추측해 낼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생각한 시후는 충동을 억누르기로 했다. 이렇게 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