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과 윤우선이 다시 말다툼을 하는 것을 보고 유나는 서둘러 두 사람을 부드럽게 말렸다. “엄마 아빠, 어떻게 두 분은 대화를 하실 때마다 서로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시는 거예요~ 시후 씨도 조금 전에 돌아왔고 여빈이도 여기 있잖아요~ 이런 모습을 보여주실 거예요???”김상곤은 윤우선을 바라보며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 "내가 딸을 보서 오늘은 여기까지 한다! 알아 들었어?!”윤우선은 경멸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말하는 꼬라지 하고는? 나도 오늘 유나 때문에 여기까지 하는 거야!” 말을 마친 윤우선은 고개를 휙 돌리고는 다시 김상곤을 바라보지 않았다.이때 여빈은 약간 당황한 표정으로 유나에게 물었다. "아 참!! 유나야, 다음 달에 혜리가 콘서트를 연다고 하던데..?! 너 완전 찐팬이잖아? 같이 보러 갈래?”유나는 웃으며 답했다. "시후 씨가 나랑 같이 가주겠다고 했어. 시후 씨가 혜리와 지인이라, VIP석 티켓을 구할 수 있었거든~”여빈은 놀란 표정으로 시후를 바라보며 물었다. "시후 씨, 혜리를 어떻게 알아요?”“아, 제 고객 중 한 명이며 이전에 그녀가 풍수와 사주를 좀 봐 달라고 한 적이 있었거든요..”여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어머 세상에.. 진짜예요?! 너무 좋겠다~ 그럼 혜리와 꽤 친할 것 같은데. 저도 티켓을 좀 얻을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어요? 그러면 제가 티켓 값은 두 배로 지불할게요..!" 여빈은 혹시라도 시후가 동의하지 않을까 두려워 두 손을 모으고 간청했다. “제발요~ 저도 유나처럼 예전부터 혜리의 찐팬이었는데.. 흐잉.. 이번에 콘서트를 연다고 해서 얼마나 기다렸는데요~~ 저도 VIP 석 티켓을 얻고 싶어요.." 여빈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하지만, 혜리의 콘서트 1열 티켓은 정말 얻기 힘들어요.. 콘서트를 개최한다는 소문이 돌면 전국에서 해외 팬들까지 티켓을 사려고 하니까요.. 그러니 제발 이렇게 부탁할게요..”시후는 이 말을 듣고 머리가 아팠다. 사실 자신은 콘서트에 꼭 가겠다고 은서와 약속을
그때 여빈이 자신의 옆에 앉겠다고 고집한다면 자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러므로, 시후는 그녀의 요청에 동의하지 않고 그녀가 직접 표를 구하는 방법이 가장 좋을 것이었다. 가장 좋은 상황은 여빈이 자신과 함께 같은 줄에 앉을 수 없고, 다른 좌석 표를 얻는 것이다. 만약 조금 양보한다고 치면, 자신의 옆에 여빈이 앉는다고 하지만 않는다면 걱정할 것이 없었다.그러자 여빈은 유나에게 다시 말했다. "유나야, 오늘 오후에 함께 쇼핑하러 갈래?"유나는 시후를 바라보며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여빈아, 오늘 난 쇼핑하고 싶지 않아.. 이틀 뒤에 출근해야 하는데, 시후 씨가 며칠 밖에 있다가 돌아왔잖아.. 그래서 난 시후 씨와 좀 시간을 보내고 싶어..”여빈은 친구 유나의 말을 듣고 겁이 났다. 그녀는 유나가 이렇게 말하자, 그것이 온전하게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임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여빈은 늘 시후에게 별로 느낌이 없었던 유나가, 이제는 정말 시후와 사랑에 빠졌을 수도 있음을 깨달았다. 이 사실은 여빈을 매우 슬프게 만들었다. 그녀는 유나가 할아버지의 압력에 의해서만 시후와 결혼했다고 생각했고, 시후를 사랑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는 마음 편하게 시후를 좋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가 시후와 정말 사랑에 빠졌다면.. 두 사람은 정말 서로를 사랑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여빈이 두 사람의 사이에 끼어들게 될 것이다. 그러자 이 때 여빈은 시후를 포기해야 할 지의 여부를 생각하기 시작했다.만약 시후를 포기하면 그녀는 더 이상 서울에 머물면서 고생할 필요가 없었다. 게다가 지금까지 엠그란드 그룹의 회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여빈의 가족들은 이미 그녀가 엠그란드 그룹 회장과 만나는 것을 포기한 지 오래였다. 이번에 여빈은 설 연휴를 보내기 위해 고향으로 갔고, 가족들은 그녀가 엠그란드 그룹에서 일하는 것을 그만두고 돌아와 네오플램 그룹에서 경력을 쌓을 것을 권했다. 그러나 여빈은 시후를 포기하
그 시각. 엘에이치 그룹 대저택.소이연의 실종은 소성봉과 소수도를 걱정하게 만들고 있었지만, 소민지와 소지빈에게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소이연의 정체를 모르고 있었고, 그저 그룹에서 일하는 부하 직원으로 여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소이연은 늘 소수도의 개인 경호원으로 일하고 있었기에 두 남매와 접촉이 거의 없었다. 남매는 자연스럽게 그녀의 일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지금 남매는 소민지의 서재에서 각각 노트북을 켜 놓고 수집한 CCTV의 영상들을 확인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 영상들은 젊은 남성들의 얼굴로 가득 차 있었다. 그들은 모두 엘에이치 그룹의 직원이었다. 이 영상은 바로 소민지의 요청에 따라 얼마 전 일본 주요 공항의 CCTV 영상을 복사한 것이었다.남매가 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영상들을 계속 넘기면서 시후의 모습을 찾는 것이었다. 하지만, 감시 영상이 너무 길고 많은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며칠 동안 여러 주요 공항의 승객 수를 합치면 수백 만 명을 넘어선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 수백 만 명의 사람들 사이에서 시후를 찾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다. 두 사람은 며칠 동안 이 영상을 뒤졌지만 여전히 시후를 찾을 수 없었다.소민지는 며칠 연속 밤낮으로 컴퓨터 앞에 앉아 영상을 확인하느라, 이미 눈이 충혈되고 건조해졌지만 안약을 뚝뚝 떨어뜨리며 계속해서 영상을 확인했다. 소지빈은 여동생의 은인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미리 약속했기 때문에, 감히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밤낮으로 계속 영상을 확인했다. 거의 100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CCTV 영상이 찍혀 있었고 영상을 확인한 두 사람은 시후를 여전히 찾을 수 없는 것을 보고 소지빈은 조금 피곤한 얼굴로 소민지에게 말했다. “하아.. 민지야.. 이렇게 찾아서, 언제 찾겠냐?”영상을 보면서 소민지는 진지하게 말했다. “총 300만 명이 넘는 신원을 파악해야 하는데, 거의 100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을 파악했어! 그러니 영상을 다 뒤지다 보면,
그리고 소민지는 상당히 피곤한 표정으로 답했다. “관건은 그 사람을 만난 사람이 우리 둘 뿐이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오빠와 나 밖에 없다는 거야.. 그리고 도움을 청하는 것도 애초에 불가능해..”소지빈도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말이 맞아.. 어쩔 수 없지 뭐 얼른 가능한 빨리 그 분의 단서를 찾아 보자고..!” 이렇게 말하면서 소지빈은 무언가를 생각하고 다시 말했다. "그런데 민지야, 이틀 뒤에 서울에 가려고 하는데 너도 갈래?”소민지는 궁금해하며 물었다. "서울은 왜?”소지빈은 약간 난감해하며 말했다. “아.. 그게 은서 씨가 이번에 혜리 콘서트를 열기로 했잖아.. 협찬도 하기로 했고.. 자선 단체에 기부를 하는 것 뿐만 아니라 주요 복지 시설, 고아원 및 기타 자선 기관 등을 방문해야 하니까.. 필요하다고 하면 추가 기부금을 제공 해야 하기도 하고..” 소지빈은 정의로운 표정을 지으면서 말을 이어갔다. “자선이니까 당연히 더 제대로 체크해야지!”소민지는 깔깔 댔다. "하하하!! 왜 서울에 가나 했네~ 결국 고은서를 보러 가는 거야? 그러니 그렇게 오빠가 먼저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구나?”소지빈은 급히 부인했다. “아니야~ 야!! 놀리지 마라?! 나는 그냥 선의를 실현하기 위해서 그러는 거야! 게다가 은서 씨는 함께 가지도 않는다고~ 나 혼자 가는 건데 갑자기 은서 씨가 왜 나오는 거야?”소민지는 혀를 내밀고 메롱을 하며 말했다. “피~ 아직도 시치미 떼기는~ 내가 아직 오빠를 모를 줄 알아? 그 때 약속한 금액만 기부하더라도, 계약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그저 오빠는 조금 더 기부를 하고 분명 오빠가 사회적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조금 더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거잖아~ 맞지?”소지빈은 수줍게 말했다. "어휴~! 그래 그래! 네가 세상에서 가장 똑똑하다 소민지!! 진짜 네 눈은 못 속이겠어!”“훗 그래 그 말 인정하지.”소지빈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민지야, 예전에 할아버지가 하신 말이 있는데.. 기억나냐?”
사실 소지빈이 말을 하지 않았어도, 총명한 소민지는 최근 집안 분위기에서 이미 이상함을 발견한 지 오래였다. 일본 뉴스에서는 계속해서 소이연을 쫓고 있다는 방송을 하고 있었고, 엘에이치 그룹이 소이연을 구하기 위해 일본에서 큰 소란을 피웠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다만, 소민지가 이해할 수 없는 사실은 바로 그녀의 아버지가 소이연이라는 경호원 한 명을 위해 그렇게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었다. 소이연이 엘에이치 그룹의 부하 직원이라는 것은 사실이지만, 부하 직원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엘에이치 그룹은 합의한 대로 가족에게 넉넉한 돈을 주고, 매월 정산을 하여 계약한 금액을 지불하기만 하면 된다. 따라서 지금 아버지가 하고 있는 일은 완전히 불필요한 일이었고, 부하 직원을 위해 일본 경찰청의 손에서 그녀를 빼내는 데는 굉장히 많은 비용이 들 것이었다. 사실 멍청이가 아니라면, 약간만 머리를 쓴다면 직원에게 무슨 일이 생길 경우 유족들에게 전달하는 정착 수당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었다.소민지가 잠시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소지빈이 먼저 입을 열었다. "민지야,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소이연이라는 직원을 구하기 위해 이렇게 큰 노력을 들이고 있는데, 넌 무슨 일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거야?”소민지는 고개를 저었다. "나도 세부적인 내용은 모르지만, 아무래도 나름의 배려라고 생각해.”"그런데, 생각해보면 비용으로 따지면 너무 비효율적이지 않아? 소이연이 엘에이치 그룹의 경영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데 말이야.. 그저 경호원 하나일 뿐인데.. 왜 이렇게 큰 돈을 들여서 구하려고 하는 거야? 이해가 안 된단 말이지..?”소민지는 어깨를 으쓱하며 피식 웃었다. "큭.. 나도 그렇게 생각하다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서 생각하는 걸 그만뒀어.”소지빈은 잠시 생각하고 말했다. “아니면.. 경호원들에 대해서 엘에이치 그룹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려고 하는 걸까..?”소민지는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그럴 리가.. 50
일본 국가안전보장국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국가안전보장국이 국가안보를 위협한다는 이유로 자위대의 대원들을 체포해 심문하면, 아무리 자위대 최고사령관이라도 그들을 제지하거나 개입할 권리가 없었다. 그리고 모든 자위대원들도 일단 국가안전보장국을 건드리면 좋은 일이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따라서 자위대 대원들은 국가안전보장국에 대한 두려움이 당연히 컸다.이와 같은 상황을 잘 알고 있다 보니, 기습 연행된 자위대 대원들 중 일부는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있었고, 이내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바로 국토안전보장국의 어마무시한 소문 때문이었다. 국가안전보장국 사람들은 거의 모두 일본에서 가장 엘리트들이 모여 있는 집단으로, 매우 유능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비밀 임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마치 겉으로는 평화로워 보이는 시기에도 그들은 실전에서 검증된 전사와 다름없었다. 그들 앞에 서면, 실전 경험이 거의 없는 자위대 대원들은 마치 초등학생처럼 순수하고 나약했다. 이에, 국가안전보장국은 자신들에게 맹렬한 공격을 퍼부을 만큼 심리적으로 강하지 못한 소수의 자위대원들을 붙잡아 이 혼란스러운 문제의 돌파구를 열고자 했다. 몇 시간 뒤, 전체 사건의 맥락은 국가안전보장국에 의해 정리되기 시작했다.스즈키 토모히사가 흥분하기 시작한 것은 바로 이토 나나코의 말이 옳다는 것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자위대는 실제로 엘에이치 그룹과 결탁했다는 정황이 드러났고, 소이연을 수송하는 과정에서 탈출을 도왔다는 사실도 확인되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고의적으로 도쿄 경찰청을 상대로 음모를 꾸몄고 모든 책임을 모두 도쿄 경찰청으로 전가하려는 속셈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도 드러났다. 자위대 대원들은 한국의 회사와 협력하여 일본에서 중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를 지원했다. 그리고 그 동기는 바로 자신들이 사회적 관심과 신용을 얻기 위해서였다.이것은 스즈키 토모히사를 굉장히 분노하게 만들었다..! 그는 자위대의 이 작전은 바로 도둑들과 손을 잡고 자신의 집을 불 태운 뒤에
늦은 밤.소수도는 낙담을 감추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현재 그의 기분은 굉장히 복잡했다.오늘 저녁, 소이연의 생모인 하영수가 그를 만나기 위해 특별히 이룸 그룹을 방문했던 것이다. 두 사람이 만나자마자 하영수는 딸 이연의 행방에 대해 걱정스럽게 물었다.그러나 소수도는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몰랐다. 왜냐하면 그 역시도 소이연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딸 이연은 현재 흔적도 없이 세상에서 증발해 버린 것 같았다.한 쪽 팔이 없는 하영수는, 소수도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소이연을 소수도의 딸로 생각하며 그녀의 행방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해 달라며 간절히 애원했다.소수도 역시도 하영수의 말에 동의했다. 소이연은 DNA 결과로 뒷받침되는 그의 생물학적 딸이며, 하영수는 당시 그의 생명을 구한 적이 있었다. 하영수가 팔을 잃은 이유는 전적으로 그를 구하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따라서 소수도는 자신의 딸을 위해서도, 자신을 구한 하영수를 위해서라도 그녀의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의 마음은 너무나도 답답했다. 왜냐하면, 소수도에게 이런 일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정말 처음으로 자신이 찾는 인물의 행방에 대한 단서가 하나도 없었다.엘에이치 그룹은 늘 많은 정보원들을 보유하고 있었기에, 그들이 조사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찾을 수 없는 단서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엘에이치 그룹의 많은 정보원을 통해서 아무리 찾았지만, 소이연에 대한 단서를 하나도 찾지 못했다.따라서 소수도도 소이연의 현재 상황에 대해 매우 걱정하고 있었다. 그가 두려워한 것은 소이연을 찾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소이연이 목숨을 잃었을 지도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그는 집에 돌아온 뒤에 계속해서 마음이 무거웠다.집으로 돌아온 소수도가 침실 문을 열자마자, 아름다운 중년 여성이 침실 욕실에서 걸어 나왔다. 이 여성은 화장만 지우고 샤워를 하고 나온 모습이었고, 긴 머리를 마른 수건으로 감싸고 있었다. 화장을 지웠지만, 그녀의 피부는 매
박혜정은 소수도와 결혼 한 이후로, 딱히 소수도의 일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자신은 남편의 일에 개입할 필요가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녀는 소수도에게 자세한 내용에 대해 묻지 않았다.그녀는 소수도가 매우 피곤해 보이는 것을 보고 말했다. "그럼 먼저 가서 옷을 갈아입어요. 제가 물을 좀 받아 둘게요. 목욕을 하고 밤에 잠자리에 들 때 휴대폰을 꺼 놓아요. 내일까지 푹 잠에 들지 않으면 아침에 일어나지 못할 거예요.”소수도는 감동을 받아 재빨리 답했다. “여보, 내 걱정은 안 해도 돼요. 내가 직접 물을 받으면 되니 괜찮아요.”"아니에요, 조금 전에 욕조의 물을 사용해서 물을 가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릴 거예요. 그러니 옷을 갈아 입고 잠시 쉬어요.”소수도는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당신이 씻은 물에 잠시 몸을 담그면 되니까~”박혜정은 약간 수줍게 말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겠어요~! 내가 몸을 적신 물은 깨끗하지 않다고요. 잠시만 기다려요~ 물을 갈아줄 테니까요~”"괜찮아요 괜찮아~" 소수도는 웃으며 급히 욕실로 들어갔다. 그는 옷을 벗으면서 소리쳤다. "대체 왜 내 아내가 몸을 적신 목욕물이 더럽겠어! 걱정 말아요~ 난 잠시 몸만 담그면 되니까~”그가 옷을 모두 벗은 것을 보고 박혜정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어휴.. 알겠어요~ 그럼 몸을 담그고 물이 식었으면 따뜻한 물을 좀 틀어요~ 그럼 난 침대에서 책을 좀 읽을게요.”소수도는 급히 웃으며 말했다. "알겠어요! 그럼 어서 가서 쉬고 있어요!"박혜정은 욕실을 나와 문을 닫고, 편안하고 고급스러운 침대에 누웠고 머리맡에서 《안나 카레리나》라는 책을 꺼냈다. 이 책은 바로 러시아 작가 톨스토이의 걸작으로, 안나 카레니나의 사랑과 관련된 비극을 다룬 작품이었다. 박혜정은 이 책을 수없이 읽었기 때문에 많은 구절을 그대로 외우기도 했지만, 여전히 이따금씩 집어 들고 이 책을 읽는 것을 좋아했다. 가끔 그녀는 자신이 이 책의
침사추이는 홍콩에서 가장 번화한 상업 중심지 중 하나로, 홍콩의 쇼핑 천국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유미경의 설명에 따르면, 그녀와 친구들은 최근 며칠 동안 침사추이 상업가의 중심에서 자선 바자회를 열고 있었다. 원래 일정에 따르면 유미경은 내일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점심에 유가휘가 학교에서 그녀를 불러냈고 오후에는 시후를 데리고 홍콩을 구경시켜 주라고 했기에 그녀는 바자회 물품을 가져와 전달하기로 했다.게다가 유미경은 지금 시후를 어디로 데려가야 할지 몰랐다. 그녀는 대부분의 시간을 집과 학교를 오가는 데만 쓰고, 평소에는 자선 활동 외에 특별히 여가 활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후의 가이드 역할을 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다. 그래서 우선 자신의 일을 처리하면서 시후를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기로 했다.시후는 어린 시절 부모님과 함께 홍콩에 몇 차례 온 적이 있었다. 홍콩은 면적이 작아서 사람과 차가 많고, 대부분의 도로가 좁고 답답하다는 인상을 받았기에, 시후는 딱히 큰 흥미가 없었다. 그래서 유미경과 함께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다.유미경은 차를 침사추이의 한 쇼핑몰 주차장에 주차하고 시후와 함께 차에서 내렸다. 시후는 신사적으로 차 뒤로 가서 트렁크를 열고 유미경의 물품을 꺼내 주었다.그때, 검은색 롤스로이스 컬리넌 한 대가 유미경의 테슬라 앞에 멈춰 섰다. 운전석 창문이 내려가고, 정장을 깔끔히 차려 입고 머리를 단정히 정리한 한 청년이 반가운 듯 말했다. "미경아, 내일 올 줄 알았는데, 오늘 왔네?"유미경은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여긴 왜 왔어?"청년은 웃으며 말했다. "너희 홍콩대학교에서 자선 바자회를 연다고 해서, 나도 와서 한 몫 하려고 왔지. 네가 내일 온다고 해서 너무 티 나게 보이고 싶진 않아서, 오늘 먼저 왔는데. 이렇게 마주치다니 정말 인연이다!"유미경은 다시 물었다. "내일 온다는 건 어떻게 알았어?"장소운이라고 불리는 이 청년은 웃으며 말했다. "오늘 점심에 우연히 여기 지나가다가
시후는 상자를 받아 들고 유미경과 함께 별장을 나섰다. 마당에 도착하자 유미경은 곧장 테슬라 모델 3 기본 차량 쪽으로 걸어갔다. 이 차량은 테슬라 중에서도 가장 저렴한 입문형 전기차로, 롤스로이스와 마이바흐가 가득한 이 마당 사이에서 상당히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시후는 유미경이 이 정도 금액대의 전기차를 탈 줄은 몰랐기에 조금 놀랐다. 이를 눈치챈 유미경은 시후의 눈에서 놀라움을 알아차리고는 말했다. "은 비서님, 제 차가 좀 초라하지만 양해 부탁드려요."“아니요.” 시후는 손을 내저으며 웃음지었다. "괜찮습니다. 저는 차에 대해 별로 신경을 안 쓰는 편이라서요. 바퀴 4개인 전기차는 물론이고, 바퀴 2개인 전기차라도 상관없습니다."유미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약간은 냉랭한 어조로 말했다.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번거로우시겠지만, 상자를 트렁크에 넣어주시겠어요?""네 그러죠." 시후는 흔쾌히 대답하며 상자를 트렁크에 넣은 뒤 조수석 문을 열고 탑승했다.유미경은 이미 운전석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고, 시후가 타자마자 곧바로 테슬라를 몰고 별장을 나섰다. 그녀는 시훈도를 따라 산을 내려가며 시후에게 물었다. "은 비서님, 따로 가고 싶은 곳이 있으신가요?""저는 다 괜찮습니다." 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손님이 따라가야죠. 미경 아가씨가 편하신 곳으로 정해 주세요."유미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시후를 흘깃 보더니 말했다. "은 비서님, 사실 한 가지 여쭤보고 싶은 게 있었는데, 괜찮을까요?"시후는 웃으며 물었다. "혹시 제가 지금 솔로인지 묻고 싶으신 건가요?""아니요." 유미경은 약간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저는 단지 은 비서님이 조금 전 식사 자리에서 계속 ‘삼겹살’을 언급하시길래, 혹시 그 단어의 의미를 아시는 건지 궁금해서요."시후는 유미경이 무언가 눈치챈 듯한 느낌에,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한 말입니다. 그 단어에 무슨 의미가 담겼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설명해 주시겠습니까?"유미경
유가휘는 시후가 딸에게 이미 호감을 느끼고 있는 듯한 모습에 한결 마음이 놓였다. 이제 물고기가 입을 벌렸으니, 언제 낚싯바늘을 물지만 기다리기면 되는 상황이 되었다. 식사를 마치고 유가휘는 입을 열었다. "은 비서님, 저는 오후에 그룹에서 처리할 일이 있어서 동행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미경이가 홍콩을 잘 구경시켜 드릴 겁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태연히 말했다. "회장님께서 바쁘시다면 안심하고 가십시오. 미경 아가씨와 함께면 충분합니다."유가휘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딸에게 당부했다. "미경아, 은 비서님을 잘 모셔야 한다."그러자 유미경은 거리낌 없이 물었다. "아빠, 저에게 약속하신 5천만 홍콩달러의 기부금은 언제 보내 주실 거예요?"유가휘는 태연히 대답했다. "네가 내 말을 잘 듣기만 하면, 3일 안에 재단 계좌로 송금하도록 재무팀에 지시하겠다."유미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은 비서님이 증인이시니까, 꼭 약속 지키세요."유가휘는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네 아빠가 언제 약속을 어긴 적 있냐?"시후는 이 말을 듣고 순간적으로 마음에 불쾌감이 스쳤다. 유가휘가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약속을 어겼는지 시후는 잘 모르지만, 그가 자신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아버지와의 약속을 어겼다는 사실만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유미경은 이 사실을 알지 못했기에, 아버지의 말을 믿고 안심한 듯했다. "그럼 됐어요!" 그녀는 이렇게 말하며 안도했다.시후는 유가휘를 바라보며 아직 은서준 상무를 기억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와 한 약속도 기억하고 있는지 묻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지금 이 순간에 이런 질문을 던지면 유가휘가 자신이 홍콩에 온 이유가 이중열 때문이라는 사실을 눈치챌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게다가, 그는 유가휘가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리고, 자신의 성이 '은'이라는 점과 아버지와 닮은 외모를 통해 자신의 정체를 추측해 낼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생각한 시후는 충동을 억누르기로 했다. 이렇게 멀
이 순간, 유가휘는 더 이상 이 문제로 시후와 논쟁을 벌이는 것을 피하기로 했다. 결국 그는 아직 TS Shipping이라는 큰 물고기를 낚아야 하기 때문에, 시후와의 관계를 망치지 않으려 애썼다. 따라서 시후가 대놓고 자신을 조롱하지 않는 한, 자신도 모르는 척 넘어가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그는 곧 표정을 바꾸며 미소를 지었다. "아, 그렇군요. 은 비서님, 제가 오해했나 봅니다. 제가 술 한 잔 들고 사과하지요!" 그는 곧바로 술잔을 들어 고량주를 단숨에 비웠다.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정말 몰랐습니다. 고작 삼겹살이 회장님을 이렇게 불쾌하게 만들 줄은요. 그렇다면 오늘 저녁 식사에서 삼겹살은 빼도록 하죠."유가휘는 시후가 여전히 "삼겹살"라는 말을 입에 올리는 것을 보며 억지로 웃음을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 "좋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오늘 저녁엔 양식으로 준비하겠습니다."시후는 손을 내저으며 유미경을 바라보며 말했다. "미경 아가씨, 오후에 홍콩 시내를 구경시켜 주신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괜찮으시다면 저녁엔 밖에서 간단히 식사하는 게 어떨까요?"시후의 말에 유미경은 순간 당황했다. 그녀는 시후가 분명 삼겹살에 얽힌 사연을 알고 있으며 일부러 아버지가 인정하게 만들고 싶었던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후는 아버지를 한바탕 조롱한 뒤 교묘하게 상황을 수습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바로 그 순간, 유미경은 눈앞의 은시후라는 청년이 결코 평범한 사람이 아닐 것 같다고 느꼈다. 심지어 그녀는 그는 시후가 홍콩에 온 진짜 목적까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만약 그가 정말 협상을 위해 온 것이라면, 왜 아버지의 약점을 이렇게 집요하게 건드리겠는가? 마치 아버지를 일부러 불편하게 만들려는 듯 말이다. 이런 생각이 든 그녀는 시후의 진짜 의도를 알고 싶어 졌고, 그래서 즉각 밝은 태도로 대답했다. "은 비서님이 원하신다면, 제가 저녁에 홍콩 현지 맛집을 알려 드리겠습니다.""좋습니다!" 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약속하신 겁
시후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자, 유가휘와 방가흔은 충격과 동시에 분노를 느꼈다. 그제야 두 사람은 시후가 삼겹살과 관련된 이야기를 계속 꺼낸 이유가, 단순히 그 맛이 그리워서가 아니라, 처음부터 자신들을 조롱하기 위해 일부러 그랬다는 것을 알아차렸다!하지만 유미경은 전혀 놀라지 않았고, 오히려 시후의 갑작스러운 전환에 더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마주 앉아 있던 두 사람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두 사람의 웃음소리에 유가휘의 표정이 점점 더 굳어져 갔다. 잠시 후, 그는 탁자를 세게 내리치며 시후를 향해 소리쳤다. "은 비서! 우리가 처음 만난 순간부터 나는 당신을 예우하며 손님으로 모셨는데, 왜 이렇게까지 날 일부러 모욕하는 겁니까?!"시후는 전혀 긴장하지 않고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모욕이라뇨? 회장님,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군요. 여기가 당신 집이라 해도, 제가 웃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유가휘는 얼굴이 붉어지며 말했다. "내가 당신을 집으로 초대한 건, 협력을 논의하기 위해서지, 당신이 나를 조롱하라고 한 게 아닙니다! 이건 너무 무례한 행동 아닙니까?"시후는 무척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회장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제가 웃은 건 아가씨가 계속 나를 웃기려고 하셔서 그런 겁니다. 원래 사람들이 있으면, 맞은 편 사람이 웃으면 함께 웃고 싶어 지는 게 자연스러운 일 아닙니까?”유가휘는 화를 내며 말했다. "하지만 당신은 분명히 삼겹살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었잖아요! 그리고 당신이 조금 전 한 말로 봐서는, 일부러 그러지 않았다고 말할 수 없을 텐데요?"시후는 순진한 얼굴로 대답했다. "삼겹살은 그냥 삼겹살일 뿐인데.. 먹는 것 외에 다른 의미가 있습니까? 그리고 방금 제가 한 말은, 미경 아가씨가 저를 일부러 웃기려고 해서, 제가 웃음을 참을 수 있는지 없는지 시험하려고 그런 줄 알고 장난처럼 받아들인 겁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서로를 더 잘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나요?"
유가휘는 시후의 말을 듣고, 당장 자신을 때려 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속으로 스스로를 욕하며 생각했다. ‘젠장, 이놈의 입이 문제야! 괜히 가게 이름을 물어봐서 스스로 화를 자초하다니....’방가흔의 표정은 당혹감으로 가득 차 있었고 약간의 불안함까지 엿보였다. 시후가 삼겹살을 언급한 것만으로도 난감했는데, 하필 진기 삼겹살까지 언급하다니, 이건 마치 그와 유가휘의 뺨을 직접 내리 치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 아닌가?두 사람의 표정이 굳어 있는 모습을 본 유미경은 그 순간 도저히 참지 못하고 푸훗 웃음을 터뜨렸다. 유가휘는 즉시 고개를 돌려 유미경을 노려보며 화난 목소리로 물었다. "뭐가 그렇게 웃긴 거냐?!"유미경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원래는 안 웃겼는데, 두 분 반응이 너무 웃겨서요. 다른 것도 아니고 그냥 삼겹살을 먹고 싶다는 얘기를 하시는 건데, 왜 이렇게 과민반응을 하세요?"유가휘는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 "은 비서님은 사정을 모르지만, 너는 알잖아?" "몰라요." 유미경은 태연하게 말했다. "저는 매일 밤 잠만 자러 집에 들어오는 정도라, 두 분과 얘기할 일도 없는데 삼겹살과 무슨 일이 있는지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유가휘는 너무 화가 나서 말문이 막혔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딸이 일부러 모르는 척한다는 걸 알았지만, 자신 역시 이 주제를 분명하게 말할 수 없었기 때문에 시후 쪽으로 화제를 돌리며 물었다. "아 참, 은 비서님. 다른 음식들은 입에 맞으셨습니까?""아주 좋습니다."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젓가락을 내려놓고, 약간 아쉬운 듯 말했다. "삼겹살만 있었으면 완벽했을 텐데 말이죠."유미경은 이 말을 듣고 결국 웃음을 참지 못하고 또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의 차가운 미모에 떠오른 웃음은 그녀의 얼굴에 두 개의 얕은 보조개를 남겼고, 그녀의 고전적인 미모와 어우러져, 그녀는 그야말로 절세미인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아름다웠다. 유가휘는 더 이상 어찌할 도리가 없어져 얼굴이 붉어졌고,
시후가 삼겹살을 언급하자, 유가휘와 방가흔의 표정이 갑자기 굳어졌다. 유가휘는 홍콩 태생이지만, 삼겹살을 굉장히 좋아했다. 하지만 사업계의 인재로 유명했던 이중열이 미국 한인 타운에서 20년 동안 삼겹살을 팔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그는 삼겹살을 극도로 증오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삼겹살을 생각할 때마다 이중열을 떠오르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중열을 떠올릴 때마다 방가흔이 그와 함께 도망쳐 홍콩 전역에 스캔들을 일으킨 일이 함께 떠올랐다. 그리고 유가휘를 더욱 우울하게 만든 것은 방가흔처럼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았던 여자가 기꺼이 이중열을 따라가 한인 타운에서 몇 년 동안 삼겹살을 팔며 고생을 자처했다는 점은 유가휘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겉으로 아무리 강해 보여도 상처를 받은 사람은 마음속에 취약한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유가휘는 홍콩에서 막강한 능력과 재력을 자랑하며 높은 지위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런 그일수록 바람을 피우는 문제에 대해서 더욱 의식하게 될 수밖에 없었다. 방가흔 또한 난감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방가흔은 오랫동안 유가휘에게 상당히 많은 사랑을 받았으며, 아들을 낳은 후로는 그에게 더욱 귀한 존재가 되었다. 하지만 과거의 이중열과 관련된 사건만큼은 여전히 그녀에게 불안감을 남길 수밖에 없었다. 방가흔은 그 사건이 늘 유가휘에게 시한 폭탄이나 다름없고, 유가휘가 가지고 있는 재산과 자신을 철저히 분리한 이유 또한 그 일 때문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그 사건이 없었더라면, 방가흔은 이미 유가휘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사람이자 가장 신뢰받는 사람이 되었을 것이고, 그의 재산 중 절반이 당연히 자신의 몫이 되었을 것이다. 결국 그녀가 저지른 단 한 번의 실수가 모든 것을 그르치고 말았다.시후는 두 사람의 미묘한 표정을 보고 속으로 웃음을 삼켰지만, 겉으로는 의아한 듯 물었다. “두 분 왜 그러시는 겁니까? 혹시 삼겹살에 무슨 문제가 있나요?”유가휘는 당황하며 대답했다. “아니요,
유미경이 평생 가장 증오한 사람은 바로 방가흔이었다. 그녀가 기억하는 어린 시절은 어머니가 매일 집에서 눈물로 하루를 보내는 모습이었고, 아버지는 거의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당시 어머니는 유미경에게 아버지가 여우 같은 여자에게 홀려서 자신들을 무시하고 있다고 이야기해주곤 했다. 어머니가 말한 그 여우 같은 여자는 바로 유가휘의 저택의 숨은 여주인 방가흔이었다.그 시절, 유미경의 어머니는 유미경의 동생을 임신 중이었고, 임신 기간 내내 정기 검진을 소홀히 하다 보니 암 초기 단계를 발견하지 못했고, 그로 인해 치료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 열 달 동안 동생을 품고 난 뒤 어머니는 반 년 동안 모유를 먹였는데, 모유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위해 감기에 걸려도 약 한 알조차 먹지 않았다. 이로 인해 증상은 더욱 악화되고 말았다. 유미경의 어머니가 몸에 이상을 느껴 병원을 찾았을 때, 이미 그녀는 암 말기라는 진단을 받게 되었다. 의사는 병이 이렇게까지 급속도로 진행된 데에는 마음의 스트레스와 큰 우울함이 관련된 것이라고 말했다.이로 인해 유미경은 자신의 아버지인 유가휘를 절대 용서할 수 없었고, 눈앞에 있는 방가흔은 더더욱 용서할 수 없었다.방가흔은 자신의 잘못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유미경과 정면으로 부딪칠 생각이 없었다. 방가흔은 오히려 아들을 낳은 후, 아들의 지위를 통해 유가휘에게 입지를 넓히고자 했고, 그 지위를 이용하여 유미경을 집에서 내쫓으려는 방법을 찾았다. 하지만 여러 차례 시도 끝에, 그녀는 유가휘가 겉으로는 유미경에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속으로는 늘 딸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유가휘는 유미경에게 늘 관대한 태도를 유지했고 늘 그녀를 용서했다. 이 때문에 방가흔은 유미경을 내쫓을 적절한 기회를 끝내 찾지 못했다.결국, 각자의 속셈을 가진 세 사람은 묘한 교착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이때 시후가 분위기를 풀기 위해 말했다. "회장님, 저는 외부인이니 가정사에 제가 끼어들
시후가 처음으로 유미경을 보았을 때, 시후는 그녀가 사진에서 본 것보다 훨씬 더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시후가 자료에서 본 유미경의 모습은 모두 증명 사진에서였는데, 사진에서의 유미경은 안경을 쓰고 무표정한 얼굴이었고 단정하고 예쁘다는 인상을 주긴 했지만 놀랄 만큼 아름답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금 눈앞에 있는 유미경은 몸매가 좋고 키도 크며, 피부는 하얗고 혈색이 좋아 보였다. 화장을 하지 않은 이목구비는 전형적인 동양의 고전미를 지니고 있었고, 길게 묶어 올린 포니테일은 마치 천사가 옆집에 내려온 듯한 느낌을 주었다. 그녀는 마치 완벽한 이웃집 소녀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유미경의 옷차림은 매우 소박했다. 평범한 원피스, 심플한 검은 단화, 그리고 브랜드가 전혀 드러나지 않는 숄더백 하나를 매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소박한 차림새는 오히려 그녀의 뛰어난 기품을 한층 더 돋보이게 했다.시후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비대하고 둥글 넙적한 얼굴의 유가휘가 이렇게 신비로운 기운을 가진 딸을 낳을 줄은. 유미경의 이목구비만 보아도 유가휘의 유전자는 그녀에게 거의 영향을 주지 않은 것 같았다.이때 유미경은 다소 차가운 태도로 시후를 힐끔 보더니 무심하게 말했다. "은 비서님 맞으시죠? 안녕하세요." 그렇게 말한 뒤 그녀는 시후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바로 유가휘에게 말했다. "아까 밥 먹으러 오라고 하셨죠? 서둘러 주세요. 오후에 일이 있어서 집에 오래 머물 수 없어서요."유가휘는 유미경의 태도에 화가 나서 버럭 소리쳤다. "이게 무슨 버릇없는 태도야? 은 비서님은 우리 집안의 귀한 손님이다. 홍콩에 처음 오셨고, 내가 너에게 손님을 잘 모시라고 했잖아! 오후에 비서님을 데리고 여기저기 구경 좀 시켜드려!" 유미경은 주저하지 않고 단호하게 거절했다. "안 돼요. 오후에 일이 있다고 했잖아요! 그리고 아버지 손님인데 왜 직접 모시지 않으시려는 거예요?"유가휘는 화를 내며 말했다. "너랑 은 비서님은 나이대도 비슷하고 또래니까 네가 모시는 게 더 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