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각. 엘에이치 그룹 대저택.소이연의 실종은 소성봉과 소수도를 걱정하게 만들고 있었지만, 소민지와 소지빈에게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소이연의 정체를 모르고 있었고, 그저 그룹에서 일하는 부하 직원으로 여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소이연은 늘 소수도의 개인 경호원으로 일하고 있었기에 두 남매와 접촉이 거의 없었다. 남매는 자연스럽게 그녀의 일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지금 남매는 소민지의 서재에서 각각 노트북을 켜 놓고 수집한 CCTV의 영상들을 확인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 영상들은 젊은 남성들의 얼굴로 가득 차 있었다. 그들은 모두 엘에이치 그룹의 직원이었다. 이 영상은 바로 소민지의 요청에 따라 얼마 전 일본 주요 공항의 CCTV 영상을 복사한 것이었다.남매가 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영상들을 계속 넘기면서 시후의 모습을 찾는 것이었다. 하지만, 감시 영상이 너무 길고 많은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며칠 동안 여러 주요 공항의 승객 수를 합치면 수백 만 명을 넘어선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 수백 만 명의 사람들 사이에서 시후를 찾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다. 두 사람은 며칠 동안 이 영상을 뒤졌지만 여전히 시후를 찾을 수 없었다.소민지는 며칠 연속 밤낮으로 컴퓨터 앞에 앉아 영상을 확인하느라, 이미 눈이 충혈되고 건조해졌지만 안약을 뚝뚝 떨어뜨리며 계속해서 영상을 확인했다. 소지빈은 여동생의 은인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미리 약속했기 때문에, 감히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밤낮으로 계속 영상을 확인했다. 거의 100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CCTV 영상이 찍혀 있었고 영상을 확인한 두 사람은 시후를 여전히 찾을 수 없는 것을 보고 소지빈은 조금 피곤한 얼굴로 소민지에게 말했다. “하아.. 민지야.. 이렇게 찾아서, 언제 찾겠냐?”영상을 보면서 소민지는 진지하게 말했다. “총 300만 명이 넘는 신원을 파악해야 하는데, 거의 100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을 파악했어! 그러니 영상을 다 뒤지다 보면,
그리고 소민지는 상당히 피곤한 표정으로 답했다. “관건은 그 사람을 만난 사람이 우리 둘 뿐이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오빠와 나 밖에 없다는 거야.. 그리고 도움을 청하는 것도 애초에 불가능해..”소지빈도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말이 맞아.. 어쩔 수 없지 뭐 얼른 가능한 빨리 그 분의 단서를 찾아 보자고..!” 이렇게 말하면서 소지빈은 무언가를 생각하고 다시 말했다. "그런데 민지야, 이틀 뒤에 서울에 가려고 하는데 너도 갈래?”소민지는 궁금해하며 물었다. "서울은 왜?”소지빈은 약간 난감해하며 말했다. “아.. 그게 은서 씨가 이번에 혜리 콘서트를 열기로 했잖아.. 협찬도 하기로 했고.. 자선 단체에 기부를 하는 것 뿐만 아니라 주요 복지 시설, 고아원 및 기타 자선 기관 등을 방문해야 하니까.. 필요하다고 하면 추가 기부금을 제공 해야 하기도 하고..” 소지빈은 정의로운 표정을 지으면서 말을 이어갔다. “자선이니까 당연히 더 제대로 체크해야지!”소민지는 깔깔 댔다. "하하하!! 왜 서울에 가나 했네~ 결국 고은서를 보러 가는 거야? 그러니 그렇게 오빠가 먼저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구나?”소지빈은 급히 부인했다. “아니야~ 야!! 놀리지 마라?! 나는 그냥 선의를 실현하기 위해서 그러는 거야! 게다가 은서 씨는 함께 가지도 않는다고~ 나 혼자 가는 건데 갑자기 은서 씨가 왜 나오는 거야?”소민지는 혀를 내밀고 메롱을 하며 말했다. “피~ 아직도 시치미 떼기는~ 내가 아직 오빠를 모를 줄 알아? 그 때 약속한 금액만 기부하더라도, 계약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그저 오빠는 조금 더 기부를 하고 분명 오빠가 사회적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조금 더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거잖아~ 맞지?”소지빈은 수줍게 말했다. "어휴~! 그래 그래! 네가 세상에서 가장 똑똑하다 소민지!! 진짜 네 눈은 못 속이겠어!”“훗 그래 그 말 인정하지.”소지빈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민지야, 예전에 할아버지가 하신 말이 있는데.. 기억나냐?”
사실 소지빈이 말을 하지 않았어도, 총명한 소민지는 최근 집안 분위기에서 이미 이상함을 발견한 지 오래였다. 일본 뉴스에서는 계속해서 소이연을 쫓고 있다는 방송을 하고 있었고, 엘에이치 그룹이 소이연을 구하기 위해 일본에서 큰 소란을 피웠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다만, 소민지가 이해할 수 없는 사실은 바로 그녀의 아버지가 소이연이라는 경호원 한 명을 위해 그렇게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었다. 소이연이 엘에이치 그룹의 부하 직원이라는 것은 사실이지만, 부하 직원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엘에이치 그룹은 합의한 대로 가족에게 넉넉한 돈을 주고, 매월 정산을 하여 계약한 금액을 지불하기만 하면 된다. 따라서 지금 아버지가 하고 있는 일은 완전히 불필요한 일이었고, 부하 직원을 위해 일본 경찰청의 손에서 그녀를 빼내는 데는 굉장히 많은 비용이 들 것이었다. 사실 멍청이가 아니라면, 약간만 머리를 쓴다면 직원에게 무슨 일이 생길 경우 유족들에게 전달하는 정착 수당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었다.소민지가 잠시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소지빈이 먼저 입을 열었다. "민지야,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소이연이라는 직원을 구하기 위해 이렇게 큰 노력을 들이고 있는데, 넌 무슨 일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거야?”소민지는 고개를 저었다. "나도 세부적인 내용은 모르지만, 아무래도 나름의 배려라고 생각해.”"그런데, 생각해보면 비용으로 따지면 너무 비효율적이지 않아? 소이연이 엘에이치 그룹의 경영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데 말이야.. 그저 경호원 하나일 뿐인데.. 왜 이렇게 큰 돈을 들여서 구하려고 하는 거야? 이해가 안 된단 말이지..?”소민지는 어깨를 으쓱하며 피식 웃었다. "큭.. 나도 그렇게 생각하다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서 생각하는 걸 그만뒀어.”소지빈은 잠시 생각하고 말했다. “아니면.. 경호원들에 대해서 엘에이치 그룹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려고 하는 걸까..?”소민지는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그럴 리가.. 50
일본 국가안전보장국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국가안전보장국이 국가안보를 위협한다는 이유로 자위대의 대원들을 체포해 심문하면, 아무리 자위대 최고사령관이라도 그들을 제지하거나 개입할 권리가 없었다. 그리고 모든 자위대원들도 일단 국가안전보장국을 건드리면 좋은 일이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따라서 자위대 대원들은 국가안전보장국에 대한 두려움이 당연히 컸다.이와 같은 상황을 잘 알고 있다 보니, 기습 연행된 자위대 대원들 중 일부는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있었고, 이내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바로 국토안전보장국의 어마무시한 소문 때문이었다. 국가안전보장국 사람들은 거의 모두 일본에서 가장 엘리트들이 모여 있는 집단으로, 매우 유능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비밀 임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마치 겉으로는 평화로워 보이는 시기에도 그들은 실전에서 검증된 전사와 다름없었다. 그들 앞에 서면, 실전 경험이 거의 없는 자위대 대원들은 마치 초등학생처럼 순수하고 나약했다. 이에, 국가안전보장국은 자신들에게 맹렬한 공격을 퍼부을 만큼 심리적으로 강하지 못한 소수의 자위대원들을 붙잡아 이 혼란스러운 문제의 돌파구를 열고자 했다. 몇 시간 뒤, 전체 사건의 맥락은 국가안전보장국에 의해 정리되기 시작했다.스즈키 토모히사가 흥분하기 시작한 것은 바로 이토 나나코의 말이 옳다는 것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자위대는 실제로 엘에이치 그룹과 결탁했다는 정황이 드러났고, 소이연을 수송하는 과정에서 탈출을 도왔다는 사실도 확인되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고의적으로 도쿄 경찰청을 상대로 음모를 꾸몄고 모든 책임을 모두 도쿄 경찰청으로 전가하려는 속셈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도 드러났다. 자위대 대원들은 한국의 회사와 협력하여 일본에서 중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를 지원했다. 그리고 그 동기는 바로 자신들이 사회적 관심과 신용을 얻기 위해서였다.이것은 스즈키 토모히사를 굉장히 분노하게 만들었다..! 그는 자위대의 이 작전은 바로 도둑들과 손을 잡고 자신의 집을 불 태운 뒤에
늦은 밤.소수도는 낙담을 감추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현재 그의 기분은 굉장히 복잡했다.오늘 저녁, 소이연의 생모인 하영수가 그를 만나기 위해 특별히 이룸 그룹을 방문했던 것이다. 두 사람이 만나자마자 하영수는 딸 이연의 행방에 대해 걱정스럽게 물었다.그러나 소수도는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몰랐다. 왜냐하면 그 역시도 소이연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딸 이연은 현재 흔적도 없이 세상에서 증발해 버린 것 같았다.한 쪽 팔이 없는 하영수는, 소수도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소이연을 소수도의 딸로 생각하며 그녀의 행방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해 달라며 간절히 애원했다.소수도 역시도 하영수의 말에 동의했다. 소이연은 DNA 결과로 뒷받침되는 그의 생물학적 딸이며, 하영수는 당시 그의 생명을 구한 적이 있었다. 하영수가 팔을 잃은 이유는 전적으로 그를 구하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따라서 소수도는 자신의 딸을 위해서도, 자신을 구한 하영수를 위해서라도 그녀의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의 마음은 너무나도 답답했다. 왜냐하면, 소수도에게 이런 일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정말 처음으로 자신이 찾는 인물의 행방에 대한 단서가 하나도 없었다.엘에이치 그룹은 늘 많은 정보원들을 보유하고 있었기에, 그들이 조사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찾을 수 없는 단서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엘에이치 그룹의 많은 정보원을 통해서 아무리 찾았지만, 소이연에 대한 단서를 하나도 찾지 못했다.따라서 소수도도 소이연의 현재 상황에 대해 매우 걱정하고 있었다. 그가 두려워한 것은 소이연을 찾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소이연이 목숨을 잃었을 지도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그는 집에 돌아온 뒤에 계속해서 마음이 무거웠다.집으로 돌아온 소수도가 침실 문을 열자마자, 아름다운 중년 여성이 침실 욕실에서 걸어 나왔다. 이 여성은 화장만 지우고 샤워를 하고 나온 모습이었고, 긴 머리를 마른 수건으로 감싸고 있었다. 화장을 지웠지만, 그녀의 피부는 매
박혜정은 소수도와 결혼 한 이후로, 딱히 소수도의 일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자신은 남편의 일에 개입할 필요가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녀는 소수도에게 자세한 내용에 대해 묻지 않았다.그녀는 소수도가 매우 피곤해 보이는 것을 보고 말했다. "그럼 먼저 가서 옷을 갈아입어요. 제가 물을 좀 받아 둘게요. 목욕을 하고 밤에 잠자리에 들 때 휴대폰을 꺼 놓아요. 내일까지 푹 잠에 들지 않으면 아침에 일어나지 못할 거예요.”소수도는 감동을 받아 재빨리 답했다. “여보, 내 걱정은 안 해도 돼요. 내가 직접 물을 받으면 되니 괜찮아요.”"아니에요, 조금 전에 욕조의 물을 사용해서 물을 가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릴 거예요. 그러니 옷을 갈아 입고 잠시 쉬어요.”소수도는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당신이 씻은 물에 잠시 몸을 담그면 되니까~”박혜정은 약간 수줍게 말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겠어요~! 내가 몸을 적신 물은 깨끗하지 않다고요. 잠시만 기다려요~ 물을 갈아줄 테니까요~”"괜찮아요 괜찮아~" 소수도는 웃으며 급히 욕실로 들어갔다. 그는 옷을 벗으면서 소리쳤다. "대체 왜 내 아내가 몸을 적신 목욕물이 더럽겠어! 걱정 말아요~ 난 잠시 몸만 담그면 되니까~”그가 옷을 모두 벗은 것을 보고 박혜정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어휴.. 알겠어요~ 그럼 몸을 담그고 물이 식었으면 따뜻한 물을 좀 틀어요~ 그럼 난 침대에서 책을 좀 읽을게요.”소수도는 급히 웃으며 말했다. "알겠어요! 그럼 어서 가서 쉬고 있어요!"박혜정은 욕실을 나와 문을 닫고, 편안하고 고급스러운 침대에 누웠고 머리맡에서 《안나 카레리나》라는 책을 꺼냈다. 이 책은 바로 러시아 작가 톨스토이의 걸작으로, 안나 카레니나의 사랑과 관련된 비극을 다룬 작품이었다. 박혜정은 이 책을 수없이 읽었기 때문에 많은 구절을 그대로 외우기도 했지만, 여전히 이따금씩 집어 들고 이 책을 읽는 것을 좋아했다. 가끔 그녀는 자신이 이 책의
박혜정은 은서준을 깊이 사랑했다.은서준과 시후의 어머니는 유학 중에 만났고, 시후의 어머니와 달리 박혜정은 은서준의 어린 시절을 함께한 친구였다. 박혜정과 은서준은 둘 다 재벌가의 자녀였으며, 어릴 때부터 같은 학교에서 공부를 했었다. 그들은 최고의 유치원, 최고의 사립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녔다. 그래서 은서준과 박혜정은 늘 같은 졸업 사진에 얼굴이 있었다.은서준은 어렸을 때부터 뛰어난 재능으로 사람들에게 유명했고, 박혜정은 초등학교 때부터 그와 어울리는 것을 좋아했다. 중학교 때 박혜정은 이미 자신이 은서준에게 사랑에 빠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이후로도 그녀는 은서준에 대한 생각은 변함이 없었고, 은서준에 대한 사랑을 한 번도 숨기지 않았다.은서준이 농구 코트에서 뛰고 있을 때, 그녀는 늘 옆에서 그를 응원했고, 은서준이 동아리에서 기타를 연주하고 무대에서 노래를 부를 때도 그녀는 늘 무대 아래에서 그를 향해 박수를 보냈다. 그래서 머지않아 많은 재벌가들 모두가 박혜정이 은서준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공교롭게도 그녀의 가족과 LCS 그룹은 항상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녀의 가족의 어른들과 LCS 그룹의 은 회장은 친한 친구 사이였다..! 당시 두 회장은 박혜정이 은서준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 굉장히 기뻐했다. 따라서 두 가족의 부모들은 두 사람이 결혼을 할 수 있도록 이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박혜정은 자신이 은서준과 결혼하고 그의 아내가 되기를 바랐다.그러나, 은서준은 박혜정의 바람을 거부한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는 항상 박혜정을 마치 자신의 여동생처럼 여겼는데, 어떻게 그녀를 사랑할 수 있느냐고 사람들에게 물었다. 은 회장은 아들을 설득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그래서 뺨을 때리고 아들을 나쁜 놈이라고 욕하기까지 했다. 은서준은 이 때문에 아버지와 크게 다투고는, 해외로 나가버렸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박혜정은 한 치의 고민 없이 가방을 싸서 미국으로 은서준을 쫓아갔다.하지
소수도와 박혜정은 이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어떤 가수가 우승을 할 것 같은 지 예상하며 누가 더 노래를 잘하고 감동을 주는 목소리를 가졌는지 이야기를 나누었고, 두 사람은 즐겁게 시청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어느 날, 유명한 여가수 박정현이 2000년 대에 소냐라는 여성 가수가 부른 를 선곡하여 커버해서 불렀다.박혜정은 이 노래를 듣고, 다시 감정이 격해져 혼자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TV 앞에서 통곡하며 울었다.노래의 가사는 지금도 소수도의 기억 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박정현의 목소리는 원곡의 분위기를 잘 살리고 있었고, 노래는 클라이맥스 부분에 이르자 듣는 사람의 가슴이 쓰라리며 아프게 만들었다.당시 소수도는 박혜정이 통제 불능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었기에, 손을 뻗어 그녀를 안아 주려고 했으나 박혜정이 그의 포옹을 거부할 줄은 몰랐다. 박혜정은 혼자 계속해서 눈물을 흘리며 노래를 끝까지 듣고는, 침실에 틀어 박혀 한 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소수도는 이 일을 겪을 당시 기분이 굉장히 언짢았다. 박혜정이 이 노래 때문에 그렇게 우는 이유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건 바로 죽은 지 십 년이 넘은 은서준 때문일 것이었다.이 노래의 가사는 은서준에 대한 박혜정의 감정과 너무나도 비슷했다. 박혜정에게는 은서준이 그녀의 삶에서 가장 소중했던 사람이었고, 세상에서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은서준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늘 사진첩을 열어
중소단이 제이크 한의 입안에 들어간 순간, 시후는 그의 몸이 짙은 영기로 감싸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곧이어 이 영기는 제이크 한의 몸을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제이크 한은 특수 냉동복을 입고 있어서 외부에서는 그의 신체 변화가 보이지 않았지만, 시후는 그의 만신창이가 된 몸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재구성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일단 가장 먼저 회복된 장기는 심장이었는데, 거의 산산조각 난 그 심장은 이미 완전히 건강한 상태로 복원되었으며, 바로 다시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혈관에는 이미 혈액이 없었고 대신 극저온 보호액이 채워져 있었다. 하지만 중소단의 효과로 그의 조혈 기관들은 하나씩 단계적으로 회복되었고, 곧 대량의 신선한 혈액이 끊임없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원래 그의 혈관을 채우고 있던 보호액들은 새로운 혈액의 압력으로 인해 자연히 체외로 밀려났다.이후 그의 체온은 점차 본래의 온도로 돌아왔고, 전신의 외부 상처들 또한 가장 빠른 속도로 치유되기 시작했다. 다른 이들은 제이크 한의 변화를 잘 느끼지 못하고 그저 그의 피부색이 창백함에서 약간 혈색을 띄기 시작했다는 정도만 인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후는 제이크 한의 모든 변화를 똑똑히 보고 있었고,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중소단은 역시 재구성하는 약효가 뛰어나다는 말이 맞군... 마치 높은 곳에서 떨어져 산산조각 난 유리컵을, 단순히 조각들을 다시 붙이는 게 아니라, 흠집 하나 없이 완벽히 복원하는 것과 같아... 부서진 부분은 고쳐주고, 잃어버린 부분은 새로 자라나게 하니, 이 약은 정말 무지막지한 효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이때 제이크 한의 신체 장기, 사지, 심지어 혈액까지... 그의 몸은 이미 완전히 건강했던 시절의 상태로 회복되었고, 혈액이 충분히 보충되며 그의 심장 박동도 점점 강해졌다. 동시에 그는 점차 자발적인 호흡 기능도 되찾기 시작했다. 이제 다른 사람들도 눈으로 그의 가슴이 들썩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배유현은
이들 작업자 중 그 누구도 지금 자신들이 이렇게 단순하고 거친 방식으로 제이크 한을 해동시켜야 할 것임을 예상하지 못했다.제이크 한은 섭씨 영하 200도의 거대한 얼음 덩어리나 마찬가지였기에, 온수에 들어간 그 순간 수조 안의 물 온도는 급격히 떨어졌다. 작업자들은 다급히 순환 펌프를 가동시켜 가열 장치를 통해 물을 계속 데우며 수조 안의 온도를 섭씨 40도로 유지하려 애썼다.하지만 이처럼 무리한 해동 방식은 곧바로 큰 문제점이 드러나고 말았다. 제이크 한의 피부가 해동되기 시작하자마자 피가 배어 나오기 시작했는데, 마치 갓 해동된 소고기 덩어리와 마찬가지로 세포 내 액체가 파열로 인해 흘러나오며 혈액과 체액, 세포액이 섞인 핏물이 밖으로 배어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책임자는 얼굴을 감싸며 놀라 외쳤다. “회장님... 이건... 이건 사실상 되돌릴 수 없는 손상입니다...”배유현 역시 그 끔찍한 광경에 놀라긴 했지만, 그래도 침착하게 말했다. “됐어요, 이제부터는 여러분이 할 일이 아닙니다. 다들 물러가 주세요.”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결국 책임자가 앞장서 마음을 다잡고 말했다. “회장님, 그럼 저희는 먼저 나가 있겠습니다. 혹시 필요하시면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하나둘씩 현장을 떠나는 작업자들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곧 시후를 부르러 가려 했지만, 뜻밖에도 시후는 이미 휴게실에서 나와 있었다. 배유현은 피 섞인 물속에 담긴 제이크 한을 바라보며 긴장한 듯 말했다. “은 선생님... 제이크 한 경감의 상태가 좀 안 좋아 보입니다...”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신경 쓰지 마요. 뇌만 멀쩡하면 되거든요.” 시후가 이렇게 무리한 방식으로 따뜻한 물에 바로 담가 제이크 한을 해동하라고 한 이유는 바로 중대한 비밀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 비밀은 바로 중소단의 무차별적인 회복 능력이었다. 중소단에 있어서 인체의 모든 장기와 조직 중에서 회복할 수 없는 것은 뇌와 뇌에 저장된 기억들 뿐이었다. 그러나 제이크
시후는 제이크 한의 성격과 업무 스타일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제이크 한이 만약 다시 깨어나고, 예전의 기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면, 반드시 자신이 혼수상태에 빠지기 전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 전후 사정을 끝까지 파헤치려 들 것이 분명하다. 예컨대, 도대체 누가 페이셔스 그룹의 악질 사이코 배호영을 죽였는지, 또 누가 Samson 그룹 일가를 몰살시키려 했는지, 이 모든 진상을 기어이 밝혀내려 할 것이다.그래서 시후는 오히려 이 기회를 이용해, 제이크 한과 진심으로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눌 생각을 했다. 자신이 누구인지, 또한 배호영을 죽인 사람은 바로 자신이며, 그는 물론 Samson 그룹 전체를 구한 사람도 자신임을 정확히 알릴 계획이었다. 그리고 만약 제이크 한이 이 은혜를 알고 처신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앞으로 시후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고, 반대로 이 은혜에 대해 감사할 줄 모르고, 물고 늘어지기만 한다면 제이크 한의 기억을 완전히 지워버리고, 그를 기절시켜 뉴욕 길바닥 어딘가에 버려버리면 그만일 것이었다. 그렇다면 적어도 그의 목숨은 살려준 셈이기 때문이다.이렇게 결정한 시후는 배유현에게 지시했다. “배유현 씨, 7번 냉동 캡슐에서 액체질소를 모두 빼고, 제이크 한을 따뜻한 물에 담가서 해동시키도록 하십시오. 그 다음은 내가 알아서 처리하도록 하죠.”“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배유현은 시후가 어떤 방법으로 그를 살리려고 하는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그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와 존경이 있었기에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은 선생님, 보안을 위해, 먼저 함께 온 분들과 옆방에서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해동 작업이 끝나는 대로 다시 모시러 가겠습니다.”시후도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자신이 제이크 한을 되살린다는 사실은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을 것이기 때문이다. 시후의 동행인들은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있지만, 작업에 투입되는 일반 직원들은 아무래도 보안상 신뢰성을 보장하기
시후는 배유현의 안내를 받아 엘리베이터를 타고 건물 1층으로 내려온 뒤, 1층의 센터를 지나 특수 엘리베이터로 갈아타고 지하 5층의 냉동센터로 향했다.이 냉동센터는 본래 배원중이 자신의 시신을 보존하기 위해 마련한 장소로, 사용 연한은 무려 300년으로 설계되었으며, 그 보안 수준은 마치 대통령이 세계 종말 대비 계획에 포함된 방어 시설에 버금갈 정도였다. 비록 지하 5층이라 하지만, 실제 깊이는 거의 지하 100미터에 달했고, 전략적 물자도 완비되어 있었기 때문에 설령 미국 본토가 핵공격을 받더라도 무사할 수 있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이 냉동센터는 설계상 최대 100구의 시신을 보관할 수 있었지만, 현재 이곳에 진짜로 냉동된 인물은 실험용 시신들을 제외하면 단 한 명, 바로 제이크 한 뿐이었다.시후는 냉동센터에 들어서자마자, 마치 SF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광경에 압도되고 말았다. 이 공간 전체는 곳곳에 각종 장비들이 자리 잡고 있었고, 공기·산소·액체질소 등을 전달하는 굵은 배관들이 거미줄처럼 가득히 얽혀 있었다.그 중에서도 가장 압도적인 시각적 충격은, 질서 정연하게 늘어서 있는 수십 개의 거대한 스테인리스 탱크들이라고 할 것이다. 이 탱크는 하나하나가 최소 4~5미터는 되어 보였고,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면 인간이 한없이 왜소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 거대한 탱크들은 바로 인간을 냉동 보존하기 위한 냉동 캡슐이었다.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배유현은 이미 이곳의 모든 연구원과 직원들을 철수시킨 상태였기에, 지금 이 공간에는 시후와 시후의 동행자들 외엔 아무도 없었다. 지극히 한적한 분위기와 더불어, 이곳이 본래 초저온 시체 보관소이기에 더욱 섬뜩한 느낌을 주는 것 같았다.이때, 배유현은 시후의 곁에서 설명했다. “은 선생님, 현재 인체 냉동 기술 기준으로는 사람이 사망한 뒤 약 50시간에 걸쳐 서서히 온도를 낮추며 냉각을 진행하고, 그 후에 냉동 캡슐에 넣어야 세포가 급속 냉각 중 얼음 결정이 생겨 손상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시후의 말을 들은 스미스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는 미국 FDA의 수장이며, 미국 사회에서도 명실상부한 상류층이자 최고 수준의 엘리트 집단에 속해 있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시후는 너무나도 가볍게 현재 직책을 버리고 어렵게 이룬 모든 것들을 내려놓으라고 말하고 있었다. 이건 스미스에게 있어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었다.그가 한동안 멍하니 넋을 놓고 있자, 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냥 내 개인적인 조언일 뿐입니다. 천천히 고민해 보세요. 저는 볼일이 있어서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 말을 마친 뒤 그는 곁에 있던 배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배유현 씨, 갑시다.”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손하게 손짓했다. “은 선생님, 그럼 이쪽으로 가시죠.”스미스는 눈앞에서 시후와 배유현이 엘리베이터에 타고, 문이 천천히 닫히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는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곁에 있던 동료가 다가와 스미스를 부축하려 했지만, 그는 손을 저으며 거절했다. 그러고는 무언가 결심한 듯, 휴대폰을 꺼내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 즉 자신의 직속 상관에게 전화를 걸었다.미국 행정부 구조상, FDA는 보건복지부의 산하 기관이며 FDA의 인사권은 보건복지부가 갖고 있었다.전화를 받자 보건복지부 장관이 말했다. “어이, 스미스? 무슨 일인가?”그러자 스미스는 진지하게 말했다. “장관님, 제가 정중하게 사직 의사를 전하려 연락 드렸습니다. 앞으로 저는 FDA의 어떤 업무도 맡지 않겠습니다.”장관은 매우 놀라며 되물었다. “스미스, 도대체 무슨 일이야? 내 기억이 맞다면, 대학 시절부터 자네는 FDA를 이끄는 게 꿈이라고 했잖아. 그런데 이제 막 2년 정도 일했는데 벌써 그만두겠다고?”스미스는 단호히 말했다. “그렇습니다. 이미 결심했습니다. FDA 직책을 내려놓고, 지미를 데리고 한국으로 갈 겁니다.”“한국으로?” 장관이 급히 물었다. “혹시 지미를 데리고 구현제약을 찾아가려는 건가?”스미스는 잠시 망설이
게다가 구현재조환은 이미 구현제약에 큰 명성을 가져다 주었다. 그렇기에 이런 상황에서 구현재조환의 임무는 성공적으로 완수된 셈이었다.스미스는 시후의 말을 듣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고, 울먹이며 말했다. “은 선생님... 제가 듣기로는 구현제약이 현재 한국 내에서 가정 형편이 어려운 말기 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무료 집중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제발 제 아들에게도 그 기회를 한 번만 주십시오... 제 아들 지미는 너무 불쌍한 아이입니다... 저는 그 아이가 더 이상 암의 고통을 견디는 모습을 볼 수가 없습니다...”그러자 시후는 엄정한 표정으로 말했다. “당신도 말했듯이, 구현제약의 무료 치료 프로그램은 가정 형편이 어려운 말기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합니다. 가장 중요한 조건이 바로 '경제적 어려움'이죠. 그런데 당신과 당신 아들은 그 기준에 전혀 부합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 활동은 엄밀히 말해 한국 내에 있는 국내 환자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요. 따라서 한국 내에도 이 혜택을 기다리는 환자들이 수없이 많습니다. 그런데 제가 어떻게 기준에 전혀 맞지 않는 외국인에게 이런 소중한 기회를 줄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미안하지만, 현재 저는 도와드릴 방법이 없습니다.”스미스는 울면서 말했다. “은 선생님... 하지만 도와주지 않으신다면, 제 아들은 곧 죽게 될 겁니다... 겨우 12살짜리 아이가 암에 목숨을 잃는 걸 그냥 지켜보실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말했다.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한 번 논하자면, 매일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병으로 세상을 떠납니다. 그 중에는 당신 아들과 비슷한 나이거나, 혹은 더 어린 아이들도 많죠. 하지만 우리는 세상의 모든 사람을 치료해줄 수도 없고, 그럴 능력도 없습니다. 그러니 스미스 씨, 이런 감성팔이식 압박은 저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호소를 하기 전에 한 번 생각해 보시죠, 왜 미국에 있는 화이자나 노바티스 같은 글로벌 제약사들에는 그런 질문을 하지 않는
예를 들어, J.K. 롤링이 쓴 해리포터라는 소설을 생각해보자. 이러한 소설이 아무리 돈을 잘 벌어들일 수 있다고 하더라도 미국이나 중국과 같은 강대국들에게는 전략적인 가치는 가져다 줄 수 없을 것이다. 이 때문에, 백악관이나 중국 정부는 이러한 책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것이고, 저작권을 침해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국가나 기업들이 전략적 가치가 있는 특허를 발견하게 된다면, 그들은 가장 먼저 그 기술을 손에 넣을 방법을 궁리하기 시작한다.구현재조환의 놀라운 점은, 환자가 어떤 종류의 암을 앓고 있든, 어떤 병에 걸려 있는지도 상관없이 심지어 온몸에 질병이 전이가 되어 장기 기능이 망가지고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암 말기 환자라 할지라도, 이 약을 먹기만 하면 즉각 눈에 띄는 호전을 보인다는 것이었다!그렇기 때문에 이 약을 단순히 돈벌이용으로 쓴다면, 전 세계에서 엄청난 돈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암에 걸리기만 하면 자신의 전 재산을 다 털어서라도 구현제약에 갖다 바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약을 전략 자산으로 본다면, 단지 돈을 벌 수 있는 차원을 넘어, 다른 나라를 상대로 협상 카드로 쓸 수도 있고, 더 많은 양보를 이끌어낼 수 있는 협박 수단이 될 수도 있다.그래서 백악관이 처음 한 생각은 바로 이렇게 좋은 것은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한다는 것이었다.스미스는 시후의 불쾌한 표정을 보고는, 울먹이며 말했다. “은 선생님... 이 일은 이미 제 능력 밖입니다... 저는 어디까지나 FDA 책임자로서, 약물 승인과 감독만을 맡고 있지 군이나 CIA가 요원을 파견하는 것의 여부까지는 제가 관여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요...” 그러면서 스미스는 애절한 눈빛으로 시후를 바라보며 간청했다. “은 선생님, 저는 지금 단지 암에 걸린 제 아들의 아버지로서 부탁드리는 겁니다. 제발... 제 아들이 살 수 있도록 구현재조환을 조금만 더 팔아 주십시오...”시후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당신에게
제임스 스미스는 시후를 보자 몹시 놀랐지만, 동시에 절망 속에서 생명의 끈을 붙잡은 사람처럼 기뻐하며 감격했다.시후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 “스미스 씨, 당신이 여기에 왜 있는 겁니까?”스미스는 무의식적으로 공손히 대답했다. “은 선생님, 저는 FDA에서 진행 중인 몇 가지 임상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그 프로젝트가 현재 페이셔스 그룹의 의료과학기술센터와 협력하고 있어서 오늘 일부 정기 업무 차 이곳을 방문했습니다...” 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스미스는 무릎을 꿇으며 바닥에 엎드렸고, 눈물을 멈추지 못한 채 말했다.“은 선생님... 지금까지 정말 당신을 간절하게 다시 뵙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기회가 없었어요. 한국에도 여러 번 찾아갔지만, 구현제약 쪽 사람들도, 저 뒤에 계신 이화룡 씨도 저를 은시후 씨와 연결해주지 않았거든요... 심지어 이화룡 씨는 몇 번이나 소개비를 받고도, 계속 차일피일 만남을 미루기만 하고 전혀 도와주지 않았습니다...”시후 뒤편에 서 있던 이화룡은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으며 말했다. “이 양키야, 네놈이 은 선생님을 만나고 싶어 한 건, 속셈이 뻔했잖아. 내가 모를 줄 아나? 네 놈들의 목적은 구현재조환을 사들여서 미국에 가져간 뒤 역설계 하려는 것이었잖아! 내가 분명히 말해두지만, 네놈들이 준 소개비? 난 한 푼도 안 돌려줄 거다! 할 수 있으면 고소해봐!”스미스는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라, 그제야 이화룡이 바로 시후의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그는 허둥지둥 시후에게 해명하기 시작했다. “은 선생님... 저는 절대 구현재조환을 역설계 하려는 게 아닙니다. 저는 FDA 책임자로서, 진심으로 구현재조환을 미국 시장에 도입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러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제 아들의 병도 있지 않습니까. 예전에 겨우 상자를 얻었기는 했지만, 그마저도 백악관의 임원들에게 거의 다 빼앗기다시피 했습니다. 결국 정말 제 아들을 위해 쓸 수 있었던 구현재조환은 극히 소량이었어요. 그
“네 알겠습니다.” 시후가 말했다. “그럼 이따 뵙죠.”“네, 은 선생님. 이따 뵙겠습니다.”15분 후, 배유현이 탄 헬리콥터가 버킹엄 호텔 옥상에 착륙했다. 시후는 소이연, 안세진, 이화룡과 함께 헬기에 올랐다.30분 후, 헬리콥터는 뉴욕 교외의 외진 지역에 위치한 한 건물 상공에 도착했다. 이곳은 바로 페이셔스 그룹의 의료과학 기술센터였다. 이 건물은 반경 2km 내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건물로, 25층 규모에 보안도 매우 철저했다.헬기에서 내리자, 배유현이 앞장서며 길을 안내했고, 걸어가며 시후에게 설명했다. “은 선생님, 이곳은 예전에 할아버지께서 자금을 투자해 만든 의료과학 기술센터입니다. 주요 목적은 고급 치료기술과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와 실험이에요. 현재는 암 분야에서 가장 선진적인 양성자 치료 시스템, 세포 면역요법 등을 포함한 치료 기술들이 모두 갖춰져 있으며, 전 세계에서도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문득 뭔가 떠오른 듯 말했다. “아, 참! 은 선생님, 혹시 메이오 클리닉에 대해 들어 보신 적 있나요? 세계 최고의 암 전문 병원으로 불리는 곳이죠.”시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들어봤죠. 메이오는 전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으니 모르는 사람이 드물 겁니다.”그러자 배유현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곳의 암 진료팀의 구성원 중 60% 이상이 메이오에서 온 인재들이에요. 메이오의 최고 전문가들이 이곳에서 함께 근무하고 있고, 심지어 일부 최첨단 연구 분야에서는 우리가 메이오보다 앞서 있는 부분도 있어요. 왜냐하면 메이오는 수익성을 고려해야 하지만, 우리는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요.”이어 배유현은 이렇게 덧붙였다. “게다가 이곳에는 미국 내 최고의 장기 이식 센터, 최고의 암 진단 및 치료팀, 최정상 급의 심뇌혈관 및 노화방지 분야의 연구팀도 있어요. 그리고 우리의 냉동센터는 지하 5층에 위치하고 있는데, 최대 300년 동안 운영 가능한 구조로 설계되었죠. 할아버지께서는 생전에, 세상을 떠나면 곧장 이곳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