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안에 들어서자 승려 복장을 한 깡마른 중년 남성이 나침반을 들고 이리저리 둘러보며 중얼대고 있었다. 송민정은 문을 등지고 서 있다가 세 사람이 들어오는 소리를 듣고 돌아서며 “집사님, 무슨 일이죠?”라고 물었다. 집사는 “아가씨, 이화룡이 은 회장님이라는 분을 데리고 와서요..”라고 급히 답했다. 송민정은 몸을 돌려 은시후를 보고는 “은 선생님, 여기는 어떻게 오셨어요?”라며 놀라워했다. 은시후는 송민정을 보자마자 얼마 전에 본 것보다 훨씬 초췌해지고, 안색도 어두워진 것을 알아차렸다. 『구현보감』에 따르면 양미간 사이가 어두워지면 좋은 기운이 빠져나간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녀의 얼굴에서 그런 기운이 느껴졌다.은시후는 빙긋이 웃으며 “이화룡 씨가 대표님이 요즘 좀 곤란하다며, 굳이 절 끌고 와서 이렇게 도와 달라고 하더군요.” 그러자 나침반을 든 중년은 사투리를 구수하게 내뱉으며 말했다. “송 대표님, 제가 쓰는 이 영풍법은 일반인은 손도 못 대요~ 좀만 잘못해도 풍수의 운행에 영향을 줘버린다 이 말입니다.” 송민정은 은시후가 골동품과 도술에 조금 능하지만 풍수 및 관상은 엄밀히 말하자면 시후가 잘 아는 분야와는 조금 달랐다. 은시후의 실력으로는 누가 강하고 약한 지 따지기에는 적합하지만, 풍수는 주역 팔괘와 관련된 학문에 더 가깝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도술과는 조금 거리가 멀다고 생각해 송민정은 과연 은시후가 이 스님보다 나은 실력일지 판단하기 어려웠다.“은 선생님.. 실례지만, 대학 대사께서 저를 도와주고 계십니다. 그러니 먼저 집사님과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가 계시면 제가 이따가 다시 오겠습니다. 죄송합니다!”라며 송민정은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은시후가 입을 열었다. “송 대표님, 아무래도 한 명이라도 더 많으면 좋은 기운도 더 많아집니다. 저도 대표님이 뭔가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들어오는 순간 확실히 알아차렸고요.. 그냥 교류가 있었던 친구로서 이 문제를 해결해주고 싶은데.. 이 대사께서 먼저 시작을 하셔서요.. 만
송민정은 대사님이 문제의 핵심을 찾자 “대사님, 그럼 제 운세는 저 창가의 녹색 식물을 빼면 나아지는 건가요?”라며 감격스러워했다. “아니요, 아니요!” 대사는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풍수라는 게 그래 쉬우면 다 부자 되지요. 식물을 옮겨도 저게 풍수에 이미 미친 영향은 못 옮깁니다.” 송민정은 “그럼 어쩌죠?”라며 다그쳤다. 대사는 “녹색 식물이 있던 자리에 제가 단련한 액막이 물건을 놓아야 됩니다. 이렇게 해야지, 아가씨가 받을 후환을 완전히 뿌리 뽑고 좋은 운을 지킬 수 있어요.”송민정은 “그럼 그 물건이 뭔가요?”라고 물었다. 대사는 즉시 주머니에서 달걀만 한 돌멩이를 꺼내어 진지하게 설명했다. “이거는 제가 해마다 지리산에 가서 단련하는 석수입니다. 이 돌 자체가 수천만 년을 거쳐 풍화가 되고 잠식한 뒤에 남은 정수라예.. 그 돌을 또 제가 좋은 기운으로 단련했으니 이건 악귀를 쫓는 물건입니다! 그러니 아가씨가 이 석수를 식물이 있던 자리에 놓으면 모든 살기가 즉시 풀릴 겁니다. 그러면 좋은 기운도 들어올 겁니다!” 송민정은 “스님, 그럼 이 석수는 얼마에 살 수 있죠?”이 말을 들은 대사의 눈에는 한 가닥 흥분된 기색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그러자 그는 진지한 얼굴로 “아가씨.. 이 석수는 적어도 10억은 나가는데.. 저와 이렇게 인연이 닿았으니, 내가 싸게 팔아 주께요. 그럼 우리 5억으로 합의합시다.” 송민정은 “돈은 별 문제가 아니에요.. 그냥 저에게 최근 일어나는 귀찮은 일들만 해결해 주신다면요..”대사는 망설임 없이 “아가씨는 안심해도 됩니다. 이 석수를 올려놓으면 내일은 운세가 확 바뀔 거라니까예!”라고 말했다. 송민정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주저하지 않고 수표를 가져오더니 5억짜리 수표를 끊어 대사에게 건넸다. “대학 대사님의 석수를 제가 샀으니 어서 해결을 부탁드려요~”지금의 송민정은 당장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그저 바랄 것이 없었다. 요즘 그녀는 자신의 불운 때문에 미칠 지경
그는 수표를 품에 넣고 곧장 석수를 들고 창가로 가서 식물을 떼어낸 뒤 돌을 올려놓으면서 끊임없이 주문을 외웠다. 은시후는 이 모든 것을 바라보며 은근히 비웃고 있었다. 이 대사라고 하는 양반은 개뿔도 모르면서 교묘하게 사람을 속이고 있었다. 사실 시후는 이미 『구현보감』에 기록되어 있던 풍수와 관련된 내용으로, 이 집에서 괴이한 점을 간파했다. 바로 그녀가 머물고 있는 방이 용상팔살(龍上八殺)을 범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풍수학에서 주택을 지을 때에 가장 무서운 재앙으로 여기는 것이 바로 이 용상팔살이다. 용이라 할지라도 모두 갇혀 죽게 될 판인데 하물며 일반인의 운세가 흔들리는 것은 얼마나 쉽겠는가?그래서 아무리 운세가 강한 사람일 지라도 이런 곳에 살게 되면 운세가 다 망하고 불운이 끊이지 않는 법이다. 그래서 자연히 불길한 일들이 계속 생겼던 것이다. 하지만, 시후가 판단하기에 불운이 시작된 것은 아직 초기 단계일 뿐이었지만, 만약 이를 잘못 건드려 사람의 사주가 갇히게 된다면 끊임없이 불길한 일들이 생길 것이다. 그때는 재수가 없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목숨까지 잃을 수 있었다. 공교롭게도, 이 팔살을 막고 있는 유일한 물건이 바로 그 초록색 식물이었다! 푸른 식목은 생명과 생기를 의미하기에, 그것이 있다는 것은 이 삭막한 곳에 단 한 줄기의 생명의 문을 열어준 것과 같았다. 하지만 조금 전 대학 대사가 공교롭게도 그 식물을 떼어내고 석수를 넣어버린 것이다.돌은 금(金)의 성질을 지녀 깨뜨릴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일단 그 돌멩이가 식물을 대신하면 팔살의 나쁜 기운은 거의 완성되기 직전의 상태로 변할 것이었다. 대학 대사는 이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해서 주문을 외우고는 한숨을 내쉬며 “휴우.. 아가씨, 이제 안심하셔도 됩니다!”라고 말했다.송민정은 “그럼 앞으로 제 운세가 회복될 수 있을까요?” “하모예!” 대학 대사는 “제가 이 풍수지리를 읽어 재벌, 정치인, 일반인 등 팔자를 고쳐준 사람이 한
송민정은 왜 대학 대사가 자신의 운세를 좋게 만들자 이렇게 큰 문제가 생기는지 알 수 없었다. “어쩔 수 없네요 대표님, 지금 상대 측에서 계속 물러서지 않고 배상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어요!” 송민정은 “혹시 잘못 알고 있는 것 아니에요? 다시 한 번 확인해보라고 했어요?!” 직원은 “이미 말해봤죠, 모니터링을 두 번이나 했다고 하는데.. 불합격이래요.”라고 말했다. 송민정은 “즉각 수출 기록을 찾아보고 생산자는 누군지, 언제 생산된 것인지 누가 책임인지 알아봐 주세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미국 쪽에서 시간을 끌 수 있는 만큼 끌어봐요. 저도 사람들을 파견해서 현지 검사를 해볼 테니까요.”라고 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송민정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는 대학 대사를 보며 “대사님, 제가 또 나쁜 일을 당했는데.. 이걸 해결하지 못하면 10억은 무슨.. 더 많은 돈이 필요하게 될 수도 있어요.. 조금 전 대사님께서 절 도와주신 게 아닌가요..?”대학 대사는 송민정의 눈빛을 피하며 “그게.. 운세가 다시 돌아오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지예.. 어째 하루아침에 됩니까...?” 송민정은 “차츰 나아진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바로 또 문제가 생기는 건 이상하지 않나요..?”라며 물었다. 이때 송민정의 전화가 다시 걸려왔다. 이번에는 화한 그룹의 둘째 아들이었다.그녀는 급히 전화를 연결하고 웃으며 말했다. “부장님 안녕하십니까?” “대표님...” 상대방은 “죄송합니다만.. 오랜 고민 끝에 이룸 그룹은 우리가 보기에 최적의 파트너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일방적으로 협력을 끊기로 결정 내렸습니다.”라고 말했다. “네? 협력을 끊으신다고요?!” 송민정은 갑자기 다급해져서, “부장님! 저희가 상대 회사들과 비교하면, 여러 방면에서 분명히 우위에 있다는 걸 알고 계시잖아요?! 화한 그룹은 우리 이룸 그룹과 호흡을 맞추는 게 가장 이득을 보는 겁니다.” 화한 그룹 이 부장은 “솔직히 말씀드리면.. 오늘
60인치 남짓한 TV가 그녀의 발 밑을 향해 내리 꽂히자 은시후는 빠르게 달려가 송민정의 손을 잡아당겨 단숨에 그녀를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 ‘우당탕탕’ 하는 소리와 함께 TV가 땅에 내리 꽂혔다. 스크린이 ‘빠각’하고 깨지며 깨진 조각이 튀어나와 송민정의 길고 뽀얀 종아리를 스치며 날아갔다. “아악!!” 송민정은 종아리가 너무 아파 고개를 숙여보니 2~3㎝ 정도의 상처에서 피가 쏟아졌다. 시후는 급히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쭈그리고 앉아 상처를 감싸며 “대표님, 혹시 집에 소독용품이 있나요?”라고 물었다. 송민정은 은시후가 종아리를 만지자 화가 났지만, 자신을 구해줬다는 생각에 화를 억누르며 말했다.“대사님, 오늘 저에게 제대로 설명을 해주지 않으면 아무 데도 갈 수 없어요!”라며 그녀는 분통을 터뜨렸다.그러자 이화룡은 “이 새끼야, 어서 말해!! 우리 아가씨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대학 대사는 울상을 지으며 “나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 그냥 나는 운세를 바꿔준 것 밖에 없어예....” “구라치고 앉았네!” 이화룡은 “너 임마, 분명 운세를 더 나쁘게 바꿨지?”라고 분노하며 그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그리고 분이 풀리지 않은 듯 이화룡은 이를 갈며 “어디서 돈 받고 일부러 우리 아가씨를 해치려는 거 아니야?”라며 소리쳤다.대학 대사는 몸을 부르르 떨며 “형님, 저는 그런 사람 아닙니다. 누가 지시를 내리겠습니까....” 이화룡은 “솔직히 말 안 하지? 그럼 내가 널 잘게 다져서 저기 물고기 밥으로 만들어 버린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그는 즉시 송민정에게 “아가씨, 이 새끼 그냥 넘기십시오. 내가 조져버릴 테니까!”라고 말했다. 송민정도 화가 나서 “대사님, 저에게 설명하지 않는다면 당신을 처리하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냉담하게 말했다. 대학 대사는 황급히 무릎을 꿇고 “아가씨, 그냥 저는 돈 좀 벌어 보려고 그런 겁니다. 해치지 않았다니까예!”라고 울먹였다. 송민정은 냉담한
대학 대사는 이 말을 듣자 자신이 큰 사고를 쳤다는 것을 깨닫고 급히 “저.. 아가씨.. 이거는 진짜 내가 의도한 게 아니라서예.. 거기 서 계시는 선생님 혹시 돌을 좀 가져가시면 안 되겠습니까?”은시후는 “그 돌 가져가도 소용없습니다.”며 “이미 용상팔살을 범해버려서 이미 진행되고 있어요.”라며 고개를 저었다. 송민정은 은시후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그를 더 신뢰하게 되었다. “선생님.. 수고스럽지만 나서서 해결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아무리 돈을 많이 써도 전 아깝지 않아요..”이화룡은 은시후의 말에 얼른 “선생님.. 제발 우리 아가씨 좀 도와주십시오....”라고 말했다. 은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송 대표님 원래 이 방의 풍수는 원래 용상팔살을 범하지는 않았지만, 올해는 당신이 삼재에 해당하는 해라서.. 이 방 풍수와 당신의 사주팔자가 대척점을 이루게 되어 이렇게 용상팔살이 된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시후는 “제가 지금 이 방의 풍수를 고쳐드리겠습니다. 혹시라도 방이 망가질 수도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개의치 않으셨으면 좋겠네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송민정은 “선생님 마음대로 하십시오.”라고 신경 쓰지 않았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집사에게 “집사님, 수고스럽지만 지렛대를 좀 구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잠시 후 집사는 금속 지렛대를 들고 들어오며 “이것이면 되겠습니까?”라고 물었다. “네 적당합니다.” 은시후는 주위를 찬찬히 둘러보다가 방 안에서 몇 발자국을 측량한 뒤 발 밑의 나무 바닥을 가리켰다. “이화룡 씨, 이 마루바닥을 좀 비틀어서 열어주시죠.”라고 말했다. 이화룡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바로 시후를 돕지 않고 대학 대사의 앞으로 가 그의 복부를 후려갈겼다. 그의 주먹에 대학 대사는 갑자기 속에서 피를 한 모금 토하며 엎드려 울부짖기 시작했다. 이화룡은 이런 놈들이 남을 속이고 도망치는 것을 본 것이 한 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를 막기 위해 미리 손을 써 두었던 것이다.그제서
“정말 신 같은데..!?” 이화룡은 어안이 벙벙해 그 자리에서 멍을 때리며 서있었을 뿐 아니라 송민정과 집사도 모두 놀라 멍하게 시후를 쳐다보았다.손가락을 넣어보니 시멘트에 숨겨진 수도관을 찾아낼 수 있는 게 굉장히 신기했다. 은시후는 또 “수도관을 부수고 물을 흘려보내요. 이 물이 흘러 나가면 이제 송 대표님은 문제에서 벗어나실 겁니다.” 송민정은 “이화룡 씨, 어서 이 수도관을 깨주세요!”라고 급히 말했다. 이화룡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몇 번이고 내리친 후 수도관에 구멍을 냈다. 구멍 난 수도관에서 순식간에 물이 쏟아져 나오자, 은시후, 송민정, 집사는 모두 빠르게 뒤로 물러나 물을 피했다. 하지만 이화룡은 제때 피하지 못해 온몸에 물을 뒤집어썼다. 물이 쏟아져 나올 때, 은시후는 팔살이 말끔히 사라진 것을 느꼈다. 그러자 시후는 집사에게 “그럼 수도관을 잠가주세요. 제가 보니 팔살이 사라진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해서 벌써 해결되었다고?” 모두가 믿을 수 없는 얼굴로 시후를 쳐다보았다. 은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이제 다 되었습니다. 곧 송 대표님의 막힌 운세가 다시 트일 겁니다. 하핫..” 시후의 말이 끝나자마자 송민정의 휴대폰이 울렸다. “송 대표님.. 미국 쪽에서 전화를 걸어왔는데, 샘플을 그쪽에서 잘못 봤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희 측에서 보낸 물건들 모두가 합격이라고 합니다.” “아.. 정말요? 정말 다행입니다!” 송민정은 매우 탄복했다. 은 선생님이 문제를 해결했다고 하자마자, 이렇게 바로 운이 트였기 때문이다. 전화를 끊자마자 그녀는 고맙다는 표정으로 은시후 씨에게 “선생님..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선생님께서는 저의 생명의 은인이세요! 정말 감사해요!” 시후는 빙긋 웃으며 “천만에요, 저도 이화룡 씨의 부탁을 받아 이렇게 온 것입니다.”라고 답했다.이화룡은 시후의 말을 듣고 감동하여 곧 눈물을 흘릴 것만 같았다. 정말 은시후가 자신이 했던 말 까지 기억하고 있을 줄이야.
이 부장의 태도가 갑자기 180도 달라져 송민정은 너무나 놀라 턱이 땅에 떨어질 지경이었다! 비록 속으로는 조금 전 이 부장의 처사에 화가 나긴 했지만, 지금은 기쁨의 환호를 지를 지경이었다.하지만 그녀는 휴대폰을 붙잡고 “그렇다면.. 이왕 이렇게 된 이상, 약속 장소와 시간을 픽스해서 협약식을 가지시죠..?” 그러자 이 부장은 “좋습니다! 계약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법이니까요?! 그러면 송 대표를 직접 만나러 가겠습니다.”송민정은 전화를 끊고 은시후에 대해 거의 숭배에 가까운 눈빛을 보냈다.조금 전 받은 전화 두 통을 통한다면 은시후의 능력을 알 수 있었다. 조금 전 그 사기꾼 대학 대사가 자신의 방에 있던 유일한 식물을 버리고 돌을 올려두자, 화한 그룹에서는 즉시 전화를 걸어 협력을 거절했다. 하지만 은 선생이 나쁜 풍수를 바로잡자마자 바로 전화를 걸어 이룸 그룹의 재물운이 하늘을 찌를 듯하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송민정이 은시후의 실력에 감탄하는 사이 또 다른 낯선 전화가 걸려왔다. “안녕하십니까? 혹시 이룸 그룹 송 대표님이신지요..?” “네.. 맞습니다. 혹시, 누구세요?” 상대방은 “송 대표님, 저는 압구정 에르메스 점장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지난 주에 저희 가게에 들르셔서 옷과 액세서리들을 착용 해보셨는데 혹시 기억나세요?” “아.. 네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로..?”“그게.. 저희가 조금 전 의상실 한 구석에서 목걸이를 하나 발견했는데, 대표님 이름이 새겨져 있어서요.. 혹시 대표님께서 가게에 두고 가신 게 아닌가 해서 확인 차 연락 드렸습니다!” 송민정은 혹시 “팔찌가 지금 어디 있어요? 점장님이 가지고 계신가요?” “네, 저희 가게에 있습니다!” “그럼 곧 찾으러 갈게요!” 전화를 끊고, 송민정은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흘리며 은시후를 바라보며 감격스러워했다. “선생님.. 저희 어머니가 남겨 주신 유일한 유품인 목걸이를 찾았다고 해요!! 정말 정말 정말 고마워서 이를
배호영은 시후의 눈에 숨김없는 살의가 가득 찬 것을 보고,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극도의 공포를 느꼈다! 그는 퍽 소리를 내며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눈물을 흘리며 애원했다. “은 선생님... 저는 그저 젊은 혈기로 잠시 이성을 잃었을 뿐입니다... 저희 페이셔스 그룹이 그래도 미국에서 꽤나 잘 나가는 집안인데, 제발 이번 한 번만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필요하신 돈이 얼마든 말씀만 하시면, 저희 아버지께서 반드시 만족시켜 드릴 겁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 시후는 그의 연극이 지겨워 차갑게 말했다. “배호영, 정말 돈이면 모든 게 다 된다고 생각하나? 너희 증조할아버지께서도 돈이 그렇게 많았지만, 결국 그룹 내에서 자리를 지키지 못했지 않나? 내가 분명히 말해두는데, 너 하나의 목숨과 바꾼다고 해도, 나는 페이셔스 그룹의 모든 자산을 거부할 거다! 성인이라면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지. 너 뿐만 아니라 네 아버지와 할아버지까지도 너의 행동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 원래 자식의 잘못은 부모에게서 비롯된 것 아니겠어?”배호영은 본능적으로 반문했다. “넌 페이셔스 그룹의 복수가 두렵지도 않나?! 나의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내가 죽은 걸 알면, 페이셔스 그룹 전부를 동원해서라도 반드시 복수할 거다!” “네 아버지와 할아버지..?” 시후는 이를 듣고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사실을 말해주지. 너희 증조할아버지 배원중과 너희 사촌 배유현은 지금 내 사람들의 보호를 받고 있다. 그래서 나는 너 뿐만 아니라 네 아버지와 할아버지도 끝장을 낼 생각이야.. 만약 네 증조할아버지가 미국으로 돌아올 기회가 생긴다면, 그가 네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그냥 둘 것 같아? 그가 그들을 용서하겠다고 한다면, 난 그를 용서하지 않을 거다!” 배호영은 그 말을 듣고 극도의 공포에 휩싸였다. 그는 꿈에서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토록 찾으려 했던 증조할아버지와 사촌이 시후의 손아귀에 있을 줄이야! 그 순간, 그는 비로소 시후가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 깨달았다.
바닥 위에는 두 개의 피 묻은 귀가 뚜렷하게 보였고, 배호영은 온 힘을 다해 두 귀를 감싸며 고통스러워 소리쳤다. 그의 손가락 사이로 피가 끊임없이 흘러나와 참혹하기 그지없었다.이때 성도민은 손짓으로 신호를 보내며 말했다. “상처를 처리해 줘.” 부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지혈용 약병을 꺼내 배호영의 상처 부위에 소독약을 뿌렸다. 성도민은 핫토리 카즈오에게 다시 말했다. “바닥에 있는 걸 주워서 화장실로 가서 깨끗이 씻어. 아직 쓸 일이 있다.” 핫토리 카즈오는 거부하지 못하고 재빨리 바닥에 떨어진 두 귀를 주워 화장실로 가서 물로 씻어냈다. 이때, 한 대의 헬리콥터가 이곳 건물의 빈 공간에 착륙했다. 시후는 혼자 헬리콥터에서 내렸고, 곧 블랙 드래곤의 한 병사가 다가와 공손히 말했다. “은 선생님, 리더는 지하실에 있습니다. 함께 가시죠.”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병사의 안내를 따라 별장 지하실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성도민이 방 중앙에 서 있었고, 배호영은 두 귀를 잘린 채 고통에 몸을 떨고 있었다. 성도민은 시후가 온 것을 보고 즉시 공손하게 말했다. “은 선생님!”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배호영을 바라보고 냉소하며 말했다. “배호영 씨, 또 만났군요.” 배호영은 그제야 시후를 보고, 귀에서 밀려오는 고통을 잊은 채 경악하여 말했다. “당... 당신은 그 풍수사 아니야?!” 시후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왜? 날 보니 놀랍습니까?” 배호영은 혼란스러워하며 소리쳤다. “도대체 누구야?! 왜 블랙 드래곤에게 나를 여기로 끌고 오라고 했어?! 왜 내 귀를 잘라버렸지?! 대체 왜 그러는 거야?!” 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이유가 뭐 그리 많겠어? 네가 마음에 안 드니까. 그거면 되지 않나?” 배호영은 분노에 차서 외쳤다. “나랑 아무런 원한도 없잖아! 이런 짓을 하는 이유가 뭐야?! 우리 페이셔스 그룹이 복수할까 봐 두렵지도 않나?!” 시후는 그를 바라보며 점점 차가운 눈빛으로
핫토리 카즈오는 이 말을 듣고 몸이 벌벌 떨렸다. 그는 성도민이 한마디로 자신에게 배호영의 두 귀를 자르라고 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배호영 역시 충격에 휩싸였다. 그는 페이셔스 그룹의 도련님이기에 뉴욕에서 아무도 감히 자신을 건드릴 수 없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눈앞의 이 남자가 가차 없이 자신의 두 귀를 자르라고 하다니! 공포에 질린 배호영은 큰 소리로 외쳤다. "너희들 내가 누군지 알아? 나는 페이셔스 그룹의 도련님 배호영이다! 페이셔스 그룹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는 굳이 내가 말하지 않아도 잘 알지? 너희가 나를 건드리기라도 하면, 내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너희를 가만두지 않을 거다!" 그러자 성도민은 배호영을 바라보며 무심하게 말했다. "내가 누구인지 말해두지. 나는 성도민, 블랙 드래곤의 전주다. 네가 페이셔스 그룹 손자 정도야 아무것도 아니야. 네 아버지, 네 할아버지까지도 은 선생님의 명령이라면 다 없애 버릴 수 있다! 페이셔스 그룹을 송두리째 멸하는 것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처리할 자신도 있고." 배호영은 이 말을 듣고 감전된 듯한 충격을 느꼈다. "성도민?! 너... 네가 바로 성도민이라고?!" 그는 절망에 빠져 말했다. "성... 성도민 씨... 우리 페이셔스 그룹은 당신과 아무런 원한도 없고, 난 항상 당신을 존경했습니다. 그런데 왜 저에게 이런 잔혹한 짓을 하죠?!" 그러면서 그는 불안한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그리고 은 선생님이라는 사람은 또 누구십니까? 난 그런 사람을 단 한 번도 건드린 적이 없습니다!" 성도민은 시간을 확인하고 냉소하며 말했다. "곧 알게 될 거다." 그리고 그는 핫토리 카즈오를 바라보며 바닥에 있는 칼을 가리키며 차갑게 말했다. "핫토리 카즈오, 이 명령은 은 선생님께서 직접 내리신 거다. 나는 그저 명령을 전달할 뿐이야. 은 선생님이 곧 이곳에 오실 거니까, 그가 오시기 전에 이 일을 끝내는 게 좋을 거다. 안 그러면 네 귀도 같이 잘릴 테니!" 핫토리 카즈오는 얼굴이 창백해졌
성도민은 남아 있는 두 명의 부하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이 쓰레기차를 몰고 가서 처리해." 그 중 금발의 백인 부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걱정 마십시오. 이미 폐차장을 찾아 뒀습니다. 한 시간 후면 차를 완전히 분해하여, 부품을 수십 대의 차량과 함께 쇳덩이로 압축할 것입니다. 그럼 아무도 차량의 행방을 찾을 수 없을 겁니다." "좋아!" 성도민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서둘러 처리하고, 시내에서 다시 만나자." "예 알겠습니다!" ....한편 경찰과 페이셔스 그룹은 쓰레기차에 대한 단서를 파악했다. 비록 핫토리 카즈오 일행이 호텔 내에서는 CCTV 기록을 남기지 않았지만, 밖의 시내 감시카메라까지는 제어할 수 없었다. 그래서 호텔에서 나오는 모든 사람과 차량은 시내 감시카메라에 포착될 수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쓰레기차가 경찰과 페이셔스 그룹 모두에게 동시에 발견되었다. 그들은 이 차량의 행적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경찰과 페이셔스 그룹뿐만 아니라, 뉴욕의 모든 조직원, 직업 킬러, 사설 탐정들이 상금을 위해 전부 나섰고, 뉴욕 거리는 순식간에 혼란의 장이 되었다. 하지만 아무도 성도민이 뉴욕 롱아일랜드에 있는 롱비치에 하루 렌트비만 무려 8만 달러에 달하는 럭셔리 빌라를 빌렸을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이 럭셔리 빌라는 롱비치에서 최고의 고급 주택 중 하나로, 주로 부호들이 뉴욕에 왔을 때 휴가를 즐기거나 영화 촬영을 위해 대여되곤 했다. 성도민은 시후의 명령을 받고 해외에서 온 영화 촬영팀을 가장해 이 빌라를 빌렸으며, 가난한 주인공이 뉴욕에서 성공하는 이야기를 담은 전기 영화의 촬영 준비를 한다고 사람들을 속였다. 게다가 가장 의외인 점은 성도민이 빌린 이 빌라가 페이셔스 그룹의 저택과 불과 500미터도 되지 않는 거리에 있다는 점이었다. 성도민의 부하들은 뉴욕 시내를 돌고 돌아 핫토리 카즈오를 포함한 닌자들과 의식을 잃은 배호영을 이 빌라로 데려왔다. 이때 뉴욕 전역에서 찾고 있는
이중열은 조금 전까지만 해도 시후가 닌자 몇 명을 시켜 배호영을 납치한 것이 자칫 시후 자신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서야 그는 깨달았다. 시후의 눈에 페이셔스 그룹은 결코 대단한 존재가 아니었던 것이다. 오히려 그의 눈에 페이셔스 그룹은 그저 접시 위의 요리에 불과했다. 이제 그들을 어떻게 할지는 전적으로 시후의 기분에 달려 있었다. 배한빈이든 배해산이든, 시후에게는 어떠한 위협도 될 수 없었다. 시후에게는 블랙 드래곤이라는 강력한 세력이 있었고, 페이셔스 그룹과 정면 대결을 벌인다 해도 그들은 결코 상대가 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시후는 페이셔스 그룹의 실질적 영향력을 지닌 배원중이라는 비장의 카드를 쥐고 있었다. 만약 시후가 배원중을 미국으로 데리고 온 뒤 블랙 드래곤의 힘으로 그의 안전을 보장한다면, 배산해는 그가 차지한 자리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배산해가 기회를 틈타 아버지의 권력을 탈취하고 미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막았다는 사실이 전국적으로 알려지게 될 테니, 그야말로 모든 사람에게 비난 받는 존재가 될 것이다. 더 나아가 법적 조사까지 받을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시후가 이 비장의 카드를 내놓기만 하면 배해산과 그의 아들에게는 커다란 타격이 될 것이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시후가 배호영을 그들 앞에서 죽인다 해도 그들은 감히 큰 소리 한 번 지르지 못할 터였다.그러자 이중열은 시후에게 물었다. "도련님, 이 일을 다음엔 어떻게 진행하실 생각이십니까?" 시후는 냉랭하게 말했다. "제임스가 모습을 드러내면 그와 배호영을 한곳에 모아 두고, 이 인간 말종들을 제거해야겠죠?!" 이중열이 다시 물었다. "그들의 비열한 행각을 외부에 폭로하실 계획이십니까?" 시후는 말했다. "물론이죠! 배호영을 바로 처리하지 않은 이유는 그의 행동과 제임스의 소행을 모두 파헤쳐서 공개하고, 가능하다면 이 무리의 소행을 한 번에 폭로하면 좋을 것 같아서입니다." 이중열은 고개를 끄덕이며 갑자기 좋은
이중열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일이 있고 나서야 전해 들었는데, LCS 그룹이 블랙 드래곤에 자산 절반을 넘긴 뒤 화를 피할 수 있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오늘 도련님을 만나고도 그 얘기는 꺼내지 않았습니다.” 시후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 “그건 제가 일부러 흘린 소문일 뿐입니다. 실제 상황은 정반대예요. LCS 그룹은 블랙 드래곤에 자산을 넘긴 적이 없고, 오히려 블랙 드래곤 전체가 제게 충성을 맹세했죠. 다만 LCS 그룹이 너무 주목받지 않게 하기 위해 그런 소문을 낸 겁니다.” 이중열은 이 말을 듣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시후가 이전에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그야말로 믿기 힘든 충격을 받았다. 명성이 자자한 블랙 드래곤이 이제 시후의 휘하에 있다니, 이는 LCS 그룹의 힘에 엄청난 보탬이 될 일이었다. 아무리 페이셔스 그룹의 자산이 많다고 해도 블랙 드래곤 같은 세력을 가진 용병 조직을 가질 수는 없었다.시후가 덧붙였다. “오늘 그 일본 닌자들은 제 일본 친구 집안의 세력입니다. 구름산에서 저를 본 적이 있어서 두려워했던 거예요.” 이중열은 한참 동안 시후의 말을 곱씹은 뒤 감탄했다. “도련님, 지금 당신의 힘으로 LCS 그룹은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서도 1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겁니다!” 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단지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의 1위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사우디 왕가는 글로벌 강자로 로스차일드 가문 다음 가는 수준이죠. LCS 그룹이 아시아에서 최고가 되려면 사우디 왕가를 넘어야 하고, 세계 1위가 되려면 로스차일드 가문을 넘어서야 합니다. 아직 갈 길이 멀어요..” 이중열은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했다. “도련님의 실력이라면.. 아마도 LCS 그룹이 세계 정상에 서는 것은 단지 시간 문제일 뿐일 것 같네요.” 시후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가능한 빨리 그 시간이 오면 좋겠군요.” 이중열은 시후를 새롭게 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시후가 LCS 그룹을 세계 정상에 세우
제이크 한은 감시 기록이 조작된 부분이 호텔 내부에만 해당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크리스와 일본 닌자들이 호텔 외부에서 접촉한 것은 시내 감시망을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크리스가 호텔 외부에서 닌자들과 만났던 시간과 장소를 제공하기만 하면, 제이크 한은 그들의 영상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제이크 한이 경찰력을 모아 크리스의 진술을 바탕으로 영상 자료를 찾는 동안, 시후는 고은서, 김지우, 이중열과 함께 WF 호텔을 떠났다. 자선 행사가 망쳐지면서 저녁 식사가 무산되자 시후는 모두와 함께 식사할 장소를 찾기로 했다. 그는 이중열이 할 말이 더 있을 거라 생각했고, 이중열이 어떤 제안을 할지도 들어보고 싶었다.이중열 역시도 시후에게 묻고 싶은 질문들이 많았다. 특히 오늘 시후가 일본 닌자들에게 페이셔스 그룹의 아들을 납치하도록 한 일은 장난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에, 자칫 잘못되면 큰 문제가 생길까 봐 염려했다. 그래서 그는 제안했다. "제 집으로 가는 건 어떻습니까? 음식은 화려하지 않지만, 대화하기엔 편할 텐데요." 시후는 흔쾌히 동의했고, 고은서를 바라보자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아저씨 댁의 삼겹살 구이가 최고죠~ 질리지도 않고요!" 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손짓했다. "좋아, 한인타운으로 가자!" 네 사람은 보디가드의 호위를 받으며 한인타운에 도착했다. 이중열의 가게는 이미 문을 닫았고, 직원들도 모두 퇴근한 상태였다. 이중열은 시후 일행을 2층으로 안내하고 직접 요리를 준비하러 갔다.그때 시후는 성도민으로부터 받은 메시지를 확인했다. 핫토리 카즈오와 그의 일행, 그리고 페이셔스 그룹의 배호영 모두 성도민의 통제 하에 있다는 내용이었다. 시후는 그들에게 절대 외부와 연락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통제하라고 당부했다. 또한 시후는 성도민에게 페이셔스 그룹의 사업체 근처에 인력을 더 배치하라고 지시했다. 제임스가 지금 페이셔스 그룹에 숨어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다만 페이셔스 그룹은 넓고
크리스는 이 상황을 경찰이나 배한빈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을 용기가 없었다. 왜냐하면 일본인들이 자신의 아내와 자식들의 생명을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죽는 것은 상관없지만, 가족들을 구할 수 없다면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그가 불안에 떨고 있을 때, 한 경찰이 그의 앞에 다가와 말했다. "크리스 씨 입니까?" 크리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당황한 듯 대답했다. "네... 네, 맞습니다..." 경찰은 그에게 손짓하며 차갑게 말했다. "함께 가시죠." 크리스는 더욱 불안해졌지만, 별다른 방도가 없어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 경찰을 따라 제이크 한의 임시 사무실로 향했다. 문을 들어서자마자 크리스는 온몸이 덜덜 떨렸다. 그는 제이크 한의 명성을 오래전부터 들어왔기 때문에 그에게서 자신의 의도를 들킬까 봐 겁이 났다. 크리스는 몸을 한껏 움츠린 채로 제이크 한 앞에 다가가서 더듬거리며 말했다. "경.. 경.. 경감님... 안녕하십니까..." 제이크 한은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갑자기 냉랭하게 몰아붙였다. "크리스! 하나 묻지, 왜 일본인 닌자들과 결탁해서 페이셔스 그룹의 도련님을 납치했지?" 제이크 한의 갑작스러운 질책에 크리스는 크게 놀라며 황급히 변명했다. "저... 저는... 저는 그런 적 없습니다... 정말입니다...!" 제이크 한은 차갑게 말했다. "어디서 거짓말을 해?! 그 일본인 닌자들은 당신이 데려왔잖아! 당신이 그저 그들을 고용하기만 한 것이라면 실수라고 믿어주겠지만, 그들을 사건 현장에 배치한 것은 명백한 계획적 행동이야! 그러니 당신은 그들의 내부 협력자라고!" 크리스는 계속해서 손사래 치며 말했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저는 일본 닌자 같은 건 전혀 모릅니다..." 제이크 한은 그의 이마와 뺨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을 보며 냉소를 지었다. "크리스.. 당신이 나에게 변명하는 건 상관없지만, 경고하나 할 까? 당신이 협조하지 않는다면 지금까지 내가 알아낸 정보를 배한빈에게 전달할 거야. 오늘
제이크 한은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어, 곧바로 기리시 카나드를 보며 물었다. "일본인들이라니, 무슨 이야기죠?" 기리시 카나드는 지체하지 않고 서둘러 말했다. "저는 호텔에서 임시직으로 고용된 것이고, 같은 날 고용된 임시직이 열 몇 명이었는데, 그 중에 일본인이 여러 명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진에는 그들이 전혀 없는 것 같아요!" 제이크 한은 물었다. "당신이 말한 그 일본인들은 어떻게 생겼죠? 특별한 특징이 있습니까?" 기리시 카나드는 질문을 듣고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그냥 평범하게 생긴 얼굴들이었어요. 특징이라면, 전부 표정이 진지하고 웃지도 않았죠. 말은 하지 않고 눈빛으로만 서로 의사소통을 했고, 뭔가 은밀한 느낌이 들어서 좋은 사람들 같지는 않았습니다." 제이크 한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그들이 말을 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일본인인 걸 알았죠?" 기리시 카나드는 대답했다. "오가면서 우연히 그들 중 한 명의 휴대폰 화면을 봤는데, 일본어로 설정되어 있더라고요." 제이크 한은 다시 물었다. "호텔에 도착하고 나서 그들과 교류가 더 있었나요?" "없었습니다." 기리시 카나드가 답했다. "호텔에 도착하자 주방에서 일을 하도록 배정받았는데, 그들은 곧 다른 업무로 배치되더니 주방에서 나갔습니다." 제이크 한은 계속해서 물었다. "좋아. 그럼 당신이 고용된 담당자는 누구였죠? 업무를 배정해 준 사람은? 특히 그 일본인들에게 업무를 배정한 사람이 누구였습니까?" 기리시 카나드는 서둘러 대답했다. "우리를 고용한 사람은 크리스 씨인데, 구체적인 이름은 잘 모릅니다.. 주방에서 일하도록 지시한 것도 그였고, 중간에 그 일본인들에게 다른 업무를 배정한 것도 그였습니다." 제이크 한은 호텔 직원 명단을 꺼내 크리스의 이름이 적힌 페이지를 찾아 기리시 카나드 앞에 내밀며 물었다. "이 사람이 맞나요?" 기리시 카나드는 명단의 사진을 보자마자 단호하게 말했다. "네, 맞아요. 이 사람입니다!" 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