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수표를 품에 넣고 곧장 석수를 들고 창가로 가서 식물을 떼어낸 뒤 돌을 올려놓으면서 끊임없이 주문을 외웠다. 은시후는 이 모든 것을 바라보며 은근히 비웃고 있었다. 이 대사라고 하는 양반은 개뿔도 모르면서 교묘하게 사람을 속이고 있었다. 사실 시후는 이미 『구현보감』에 기록되어 있던 풍수와 관련된 내용으로, 이 집에서 괴이한 점을 간파했다. 바로 그녀가 머물고 있는 방이 용상팔살(龍上八殺)을 범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풍수학에서 주택을 지을 때에 가장 무서운 재앙으로 여기는 것이 바로 이 용상팔살이다. 용이라 할지라도 모두 갇혀 죽게 될 판인데 하물며 일반인의 운세가 흔들리는 것은 얼마나 쉽겠는가?그래서 아무리 운세가 강한 사람일 지라도 이런 곳에 살게 되면 운세가 다 망하고 불운이 끊이지 않는 법이다. 그래서 자연히 불길한 일들이 계속 생겼던 것이다. 하지만, 시후가 판단하기에 불운이 시작된 것은 아직 초기 단계일 뿐이었지만, 만약 이를 잘못 건드려 사람의 사주가 갇히게 된다면 끊임없이 불길한 일들이 생길 것이다. 그때는 재수가 없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목숨까지 잃을 수 있었다. 공교롭게도, 이 팔살을 막고 있는 유일한 물건이 바로 그 초록색 식물이었다! 푸른 식목은 생명과 생기를 의미하기에, 그것이 있다는 것은 이 삭막한 곳에 단 한 줄기의 생명의 문을 열어준 것과 같았다. 하지만 조금 전 대학 대사가 공교롭게도 그 식물을 떼어내고 석수를 넣어버린 것이다.돌은 금(金)의 성질을 지녀 깨뜨릴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일단 그 돌멩이가 식물을 대신하면 팔살의 나쁜 기운은 거의 완성되기 직전의 상태로 변할 것이었다. 대학 대사는 이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해서 주문을 외우고는 한숨을 내쉬며 “휴우.. 아가씨, 이제 안심하셔도 됩니다!”라고 말했다.송민정은 “그럼 앞으로 제 운세가 회복될 수 있을까요?” “하모예!” 대학 대사는 “제가 이 풍수지리를 읽어 재벌, 정치인, 일반인 등 팔자를 고쳐준 사람이 한
송민정은 왜 대학 대사가 자신의 운세를 좋게 만들자 이렇게 큰 문제가 생기는지 알 수 없었다. “어쩔 수 없네요 대표님, 지금 상대 측에서 계속 물러서지 않고 배상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어요!” 송민정은 “혹시 잘못 알고 있는 것 아니에요? 다시 한 번 확인해보라고 했어요?!” 직원은 “이미 말해봤죠, 모니터링을 두 번이나 했다고 하는데.. 불합격이래요.”라고 말했다. 송민정은 “즉각 수출 기록을 찾아보고 생산자는 누군지, 언제 생산된 것인지 누가 책임인지 알아봐 주세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미국 쪽에서 시간을 끌 수 있는 만큼 끌어봐요. 저도 사람들을 파견해서 현지 검사를 해볼 테니까요.”라고 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송민정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는 대학 대사를 보며 “대사님, 제가 또 나쁜 일을 당했는데.. 이걸 해결하지 못하면 10억은 무슨.. 더 많은 돈이 필요하게 될 수도 있어요.. 조금 전 대사님께서 절 도와주신 게 아닌가요..?”대학 대사는 송민정의 눈빛을 피하며 “그게.. 운세가 다시 돌아오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지예.. 어째 하루아침에 됩니까...?” 송민정은 “차츰 나아진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바로 또 문제가 생기는 건 이상하지 않나요..?”라며 물었다. 이때 송민정의 전화가 다시 걸려왔다. 이번에는 화한 그룹의 둘째 아들이었다.그녀는 급히 전화를 연결하고 웃으며 말했다. “부장님 안녕하십니까?” “대표님...” 상대방은 “죄송합니다만.. 오랜 고민 끝에 이룸 그룹은 우리가 보기에 최적의 파트너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일방적으로 협력을 끊기로 결정 내렸습니다.”라고 말했다. “네? 협력을 끊으신다고요?!” 송민정은 갑자기 다급해져서, “부장님! 저희가 상대 회사들과 비교하면, 여러 방면에서 분명히 우위에 있다는 걸 알고 계시잖아요?! 화한 그룹은 우리 이룸 그룹과 호흡을 맞추는 게 가장 이득을 보는 겁니다.” 화한 그룹 이 부장은 “솔직히 말씀드리면.. 오늘
60인치 남짓한 TV가 그녀의 발 밑을 향해 내리 꽂히자 은시후는 빠르게 달려가 송민정의 손을 잡아당겨 단숨에 그녀를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 ‘우당탕탕’ 하는 소리와 함께 TV가 땅에 내리 꽂혔다. 스크린이 ‘빠각’하고 깨지며 깨진 조각이 튀어나와 송민정의 길고 뽀얀 종아리를 스치며 날아갔다. “아악!!” 송민정은 종아리가 너무 아파 고개를 숙여보니 2~3㎝ 정도의 상처에서 피가 쏟아졌다. 시후는 급히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쭈그리고 앉아 상처를 감싸며 “대표님, 혹시 집에 소독용품이 있나요?”라고 물었다. 송민정은 은시후가 종아리를 만지자 화가 났지만, 자신을 구해줬다는 생각에 화를 억누르며 말했다.“대사님, 오늘 저에게 제대로 설명을 해주지 않으면 아무 데도 갈 수 없어요!”라며 그녀는 분통을 터뜨렸다.그러자 이화룡은 “이 새끼야, 어서 말해!! 우리 아가씨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대학 대사는 울상을 지으며 “나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 그냥 나는 운세를 바꿔준 것 밖에 없어예....” “구라치고 앉았네!” 이화룡은 “너 임마, 분명 운세를 더 나쁘게 바꿨지?”라고 분노하며 그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그리고 분이 풀리지 않은 듯 이화룡은 이를 갈며 “어디서 돈 받고 일부러 우리 아가씨를 해치려는 거 아니야?”라며 소리쳤다.대학 대사는 몸을 부르르 떨며 “형님, 저는 그런 사람 아닙니다. 누가 지시를 내리겠습니까....” 이화룡은 “솔직히 말 안 하지? 그럼 내가 널 잘게 다져서 저기 물고기 밥으로 만들어 버린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그는 즉시 송민정에게 “아가씨, 이 새끼 그냥 넘기십시오. 내가 조져버릴 테니까!”라고 말했다. 송민정도 화가 나서 “대사님, 저에게 설명하지 않는다면 당신을 처리하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냉담하게 말했다. 대학 대사는 황급히 무릎을 꿇고 “아가씨, 그냥 저는 돈 좀 벌어 보려고 그런 겁니다. 해치지 않았다니까예!”라고 울먹였다. 송민정은 냉담한
대학 대사는 이 말을 듣자 자신이 큰 사고를 쳤다는 것을 깨닫고 급히 “저.. 아가씨.. 이거는 진짜 내가 의도한 게 아니라서예.. 거기 서 계시는 선생님 혹시 돌을 좀 가져가시면 안 되겠습니까?”은시후는 “그 돌 가져가도 소용없습니다.”며 “이미 용상팔살을 범해버려서 이미 진행되고 있어요.”라며 고개를 저었다. 송민정은 은시후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그를 더 신뢰하게 되었다. “선생님.. 수고스럽지만 나서서 해결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아무리 돈을 많이 써도 전 아깝지 않아요..”이화룡은 은시후의 말에 얼른 “선생님.. 제발 우리 아가씨 좀 도와주십시오....”라고 말했다. 은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송 대표님 원래 이 방의 풍수는 원래 용상팔살을 범하지는 않았지만, 올해는 당신이 삼재에 해당하는 해라서.. 이 방 풍수와 당신의 사주팔자가 대척점을 이루게 되어 이렇게 용상팔살이 된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시후는 “제가 지금 이 방의 풍수를 고쳐드리겠습니다. 혹시라도 방이 망가질 수도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개의치 않으셨으면 좋겠네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송민정은 “선생님 마음대로 하십시오.”라고 신경 쓰지 않았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집사에게 “집사님, 수고스럽지만 지렛대를 좀 구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잠시 후 집사는 금속 지렛대를 들고 들어오며 “이것이면 되겠습니까?”라고 물었다. “네 적당합니다.” 은시후는 주위를 찬찬히 둘러보다가 방 안에서 몇 발자국을 측량한 뒤 발 밑의 나무 바닥을 가리켰다. “이화룡 씨, 이 마루바닥을 좀 비틀어서 열어주시죠.”라고 말했다. 이화룡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바로 시후를 돕지 않고 대학 대사의 앞으로 가 그의 복부를 후려갈겼다. 그의 주먹에 대학 대사는 갑자기 속에서 피를 한 모금 토하며 엎드려 울부짖기 시작했다. 이화룡은 이런 놈들이 남을 속이고 도망치는 것을 본 것이 한 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를 막기 위해 미리 손을 써 두었던 것이다.그제서
“정말 신 같은데..!?” 이화룡은 어안이 벙벙해 그 자리에서 멍을 때리며 서있었을 뿐 아니라 송민정과 집사도 모두 놀라 멍하게 시후를 쳐다보았다.손가락을 넣어보니 시멘트에 숨겨진 수도관을 찾아낼 수 있는 게 굉장히 신기했다. 은시후는 또 “수도관을 부수고 물을 흘려보내요. 이 물이 흘러 나가면 이제 송 대표님은 문제에서 벗어나실 겁니다.” 송민정은 “이화룡 씨, 어서 이 수도관을 깨주세요!”라고 급히 말했다. 이화룡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몇 번이고 내리친 후 수도관에 구멍을 냈다. 구멍 난 수도관에서 순식간에 물이 쏟아져 나오자, 은시후, 송민정, 집사는 모두 빠르게 뒤로 물러나 물을 피했다. 하지만 이화룡은 제때 피하지 못해 온몸에 물을 뒤집어썼다. 물이 쏟아져 나올 때, 은시후는 팔살이 말끔히 사라진 것을 느꼈다. 그러자 시후는 집사에게 “그럼 수도관을 잠가주세요. 제가 보니 팔살이 사라진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해서 벌써 해결되었다고?” 모두가 믿을 수 없는 얼굴로 시후를 쳐다보았다. 은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이제 다 되었습니다. 곧 송 대표님의 막힌 운세가 다시 트일 겁니다. 하핫..” 시후의 말이 끝나자마자 송민정의 휴대폰이 울렸다. “송 대표님.. 미국 쪽에서 전화를 걸어왔는데, 샘플을 그쪽에서 잘못 봤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희 측에서 보낸 물건들 모두가 합격이라고 합니다.” “아.. 정말요? 정말 다행입니다!” 송민정은 매우 탄복했다. 은 선생님이 문제를 해결했다고 하자마자, 이렇게 바로 운이 트였기 때문이다. 전화를 끊자마자 그녀는 고맙다는 표정으로 은시후 씨에게 “선생님..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선생님께서는 저의 생명의 은인이세요! 정말 감사해요!” 시후는 빙긋 웃으며 “천만에요, 저도 이화룡 씨의 부탁을 받아 이렇게 온 것입니다.”라고 답했다.이화룡은 시후의 말을 듣고 감동하여 곧 눈물을 흘릴 것만 같았다. 정말 은시후가 자신이 했던 말 까지 기억하고 있을 줄이야.
이 부장의 태도가 갑자기 180도 달라져 송민정은 너무나 놀라 턱이 땅에 떨어질 지경이었다! 비록 속으로는 조금 전 이 부장의 처사에 화가 나긴 했지만, 지금은 기쁨의 환호를 지를 지경이었다.하지만 그녀는 휴대폰을 붙잡고 “그렇다면.. 이왕 이렇게 된 이상, 약속 장소와 시간을 픽스해서 협약식을 가지시죠..?” 그러자 이 부장은 “좋습니다! 계약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법이니까요?! 그러면 송 대표를 직접 만나러 가겠습니다.”송민정은 전화를 끊고 은시후에 대해 거의 숭배에 가까운 눈빛을 보냈다.조금 전 받은 전화 두 통을 통한다면 은시후의 능력을 알 수 있었다. 조금 전 그 사기꾼 대학 대사가 자신의 방에 있던 유일한 식물을 버리고 돌을 올려두자, 화한 그룹에서는 즉시 전화를 걸어 협력을 거절했다. 하지만 은 선생이 나쁜 풍수를 바로잡자마자 바로 전화를 걸어 이룸 그룹의 재물운이 하늘을 찌를 듯하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송민정이 은시후의 실력에 감탄하는 사이 또 다른 낯선 전화가 걸려왔다. “안녕하십니까? 혹시 이룸 그룹 송 대표님이신지요..?” “네.. 맞습니다. 혹시, 누구세요?” 상대방은 “송 대표님, 저는 압구정 에르메스 점장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지난 주에 저희 가게에 들르셔서 옷과 액세서리들을 착용 해보셨는데 혹시 기억나세요?” “아.. 네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로..?”“그게.. 저희가 조금 전 의상실 한 구석에서 목걸이를 하나 발견했는데, 대표님 이름이 새겨져 있어서요.. 혹시 대표님께서 가게에 두고 가신 게 아닌가 해서 확인 차 연락 드렸습니다!” 송민정은 혹시 “팔찌가 지금 어디 있어요? 점장님이 가지고 계신가요?” “네, 저희 가게에 있습니다!” “그럼 곧 찾으러 갈게요!” 전화를 끊고, 송민정은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흘리며 은시후를 바라보며 감격스러워했다. “선생님.. 저희 어머니가 남겨 주신 유일한 유품인 목걸이를 찾았다고 해요!! 정말 정말 정말 고마워서 이를
은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내가 당신 말을 기억하고 있겠어. 나중에 내가 당신에게 맡길 일이 있을지도 몰라요?!”라며 웃었다. 이화룡은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때 대학 대사는 시후의 앞에서 엎드려 울면서 용서를 빌었다. “형님.. 제가 앞으로는 절대 이런 짓을 안 하겠습니다.. 살려 주이소..” 이화룡은 그를 차갑게 비웃었다. “이 사기꾼아, 조만간 내 아우들이 올 건데... 아마 네 놈에게 잘 해줄 거야! 하하하!”은시후는 “어떻게 처치할 생각이죠?”라고 속삭였다. 이화룡은 “다져서 그냥 물고기 밥을 만들어 버릴 거예요! 제 친한 동생 중에 양식하는 놈이 있는데..”대학 대사는 이 말을 듣자, 혼비백산하여 눈물 콧물을 다 흘리며 용서를 빌었다. “형님, 제가 부양할 가족들이 많아서.. 제발 살려만 주신다면.. 이 은혜는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은시후는 아무런 동정도 없는 눈길로 그를 쳐다보았다. 이런 허세를 부리는 사기꾼은, 돌팔이 의사나 다름없다. 돌팔이 의사가 만약 환자를 고치지 못했을 때 잘못하면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다. 그러니 이런 돌팔이가 풍수를 읊는다면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는 것이다.솔직히 말해서 돌팔이 의사나 이런 가짜 풍수가 모두 사람들의 목숨을 위태롭게 만드는 나쁜 놈들이니 죽어도 별 탈은 없을 것이다.게다가 대학 대사는 오늘 돈을 얻기 위해 송민정이 용상팔살을 범하게 만들었다. 만약 자신이 없었더라면 송민정은 얼마 못 가 명이 다했을 것이다.그녀와 같은 사람은 큰 규모의 자산을 가지고 있어 만약 그녀가 목숨이 위태로워지면 그녀를 따르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함께 위태로워질 것인가?! 그러니 이런 쓰레기는 세상에 남아 있을 필요가 없긴 해 보였다. 이때 이화룡의 부하들이 와서 교활한 대학 대사를 잡아 끌고 갔다.대학 대사는 떠날 때 울부짖으며 자신이 얼마나 비참하고 무고한지에 대해 한탄하며 눈물을 흘렸다. 아무리 후회한다고 외쳤지만, 아무도 그를 동정하지 않았다. 은시
다음 날 점심. 시후는 아내를 태우고 차를 몰아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을 찾았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은 5성급 호텔로 강남에서도 고급 호텔로 통했는데, 이를 보면 김도훈이 이번 식사 대접에 얼마나 정성을 쏟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김도훈은 출혈이 꽤 심했지만 그래도 그랜드 인터컨티넨탈에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을 하나 잡았다.해당 객실은 10명 정도까지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넓고, 세련된 인테리어로 호텔 내에서 하나 밖에 없는 객실로 하루 숙박에만 해도 1500만 원이 드는 고급 객실이었다. 얼마 전 BTS가 그래미 상을 받고 나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해 화제가 된 곳이기도 했다.은시후와 유나 두 사람이 도착했을 때, 객실에는 이미 김도훈과 권여빈 외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있었다. 최근 권여빈은 계속 잘 지내지 못했다. 그녀는 해외에서 유학하다 서울로 온 지도 꽤 오래되었는데, 여전히 엠그란드 그룹의 회장을 만날 기회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사내에서 경영 본부장을 하고 있었기에 그나마 회사에 오랫동안 남아있었는데, 갑자기 마케팅 본부장으로 직책이 바뀌면서 매일 밖에서 뛰어다니며 일을 처리하다 보니, 그나마 있던 회장을 만날 기회조차 더욱 없어졌다. 더욱이 그녀를 고민스럽게 만든 것은 지난 번 그 미스테리의 남성에게 구출된 이후부터, 그녀가 그 남자를 잊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이전보다 엠그란드 그룹 회장을 만나고 싶다는 열망이 크지 않았다. 그녀의 생명의 은인인 그 남자에게 첫눈에 반해 마음이 떠난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는 아무리 생각해도, 사실 엠그란드 그룹의 회장과 그 미스터리의 생명의 은인 모두가 한 사람인 것 같았다. 바로.. 은시후였다.은시후와 유나가 처음 룸에 들어서자 김도훈은 황급히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시후야, 유나 씨 어서 앉아요!” 도훈은 시후와 유나에게 매우 존경한다는 태도로 대했다. 권여빈은 두 사람을 보았지만 그녀는 약간 초췌한 얼굴
시후 은 웃으며 말했다. “형님, 월급을 받지 않겠다고 하면, 미국에 있는 아내와 자식들은 어떻게 하시려고요?”“괜찮습니다...” 나훈구는 매우 단호하게 말했다. “사람은 은혜를 알면 반드시 갚아야지. 만약 은 선생님이 아니었다면, 아내와 자식들은 제가 실종된 줄 알고 평생 불안에 떨며 여기저기 정보를 찾아 헤맸을 겁니다. 결국 제가 살해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경찰로부터 자세한 내막까지 듣게 될 테고, 그땐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럽고 비통해 했겠죠...” 이 말을 하며, 나훈구는 시후를 바라보다가 목이 메어 말했다. “제 목숨을 구해주신 건 물론이고, 제 아내와 자식들이 그런 극도의 슬픔을 겪지 않게 해주셨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선생님은 저뿐만 아니라 제 가족들도 구하신 겁니다. 제가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게는 최선의 결과가 될 테니까요. 생활고야 어찌 되든, 저는 가족들이 충분히 견뎌낼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다만 조금 힘들게 살 뿐이죠.”시후는 나훈구의 단단한 표정과 흔들림 없는 눈빛을 보고는, 마음속 깊이 감동을 느꼈다.잠시 후, 그는 성도민을 불러 곁으로 오게 하더니 말했다. “성도민 씨, 이 분은 IT 분야의 전문가, 나훈구 씨입니다. 나는 블랙 드래곤에 반드시 이런 인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니, 그를 데리고 중동으로 돌아가도록 하세요.”성도민은 기쁘게 말했다. “그거 정말 잘 됐습니다! 지금 블랙 드래곤에서는 IT 분야 하드웨어 구축을 강화하려는 참이었는데, 바로 이런 인재가 필요했습니다. IT 인프라와 미래 로드맵을 같이 설계해줄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했거든요!”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습니다! 내가 보기엔, 앞으로 블랙 드래곤은 IT 기업들과 협력해서 자체 위성을 제작하고, 상업 위성 발사 기업을 통해 발사하여 자체 위성 통신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블랙 드래곤 내부의 통신은 보안 수준이 매우 높아야 하기 때문에, 외부 통신망이나 서비스 업체에 의존하면 100% 보안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시후의 질문을 들은 나훈구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씁쓸하게 웃었다. “지금 이런 상황에서, 무슨 계획이 있겠습니까. 간신히 은 선생님의 은혜로 살아남았으니, 일단은 미국으로 돌아가서 다른 방법을 생각해봐야죠...”시후는 그를 바라보며 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형님, 이미 멕시코까지 와서 선원 일을 하려 하셨던 걸 보면, 미국으로 돌아가도 마땅한 일을 찾기는 힘들지 않을까요?”시후의 이 말을 들은 나훈구의 표정엔 다소 민망함과 무력감이 함께 떠올랐다. 그는 한숨을 깊게 내쉬며 말했다. “괜찮은 일을 못 찾으면, 그냥 허드렛일이라도 해야지 뭐... 우리 어머니도 식당에서 일하셨는데, 저라고 못할 이유는 없지 않겠습니까.”시후는 그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형님, 제 생각엔 차라리 이렇게 하시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이제 밖으로 나오셨으니 굳이 그렇게 서둘러 돌아가실 필요는 없잖아요? 형님은 IT 쪽 일을 하셨다면서요. 그렇다면 이후엔 블랙 드래곤에서 일해보시는 건 어떻습니까? 블랙 드래곤은 현재 중동을 거점으로 해서 해상과 항공 양쪽으로 전 세계에 영향을 뻗어 나가고 있습니다. 분명 IT 분야의 수요는 앞으로 점점 더 많아지게 될 것이고, 수준도 높아질 겁니다. 형님 같은 인재가 절실히 필요해요.”시후가 이 말을 할 때, 그의 마음속에는 이미 두 가지 시나리오가 있었다. 만약 나훈구가 이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최상의 결과일 것이었다. 그는 성도민에게 충분한 보상을 준비시키고, 곧바로 중동으로 데려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나훈구가 거절한다면, 여기서 벌어진 비밀들을 알고 있는 그를 미국으로 그냥 돌려보낼 순 없었다. 그렇기에 다른 구출된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오늘 일에 대한 기억을 완전히 지워야 할 것이다.다만 시후는 가능하면 그 두 번째 방법은 쓰고 싶지 않았다. 적어도 자신과 인연이 닿은 사람이고, 이렇게 큰 사건을 겪은 이상 그에 걸맞은 기회도 줘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기억을 지워버리면, 그에겐 이 피비린
때로는, 평생을 바쳐도 이성 무인에서 삼성 무인으로의 도약조차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성 무인이란, 사실 대부분의 무인들이 평생 머무는 한계점과도 같았다. 하물며, 삼성에서 사성, 사성에서 오성, 오성에서 육성으로의 도약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그런데 이번에 시후가 건넨 이 한 잔의 술이, 백 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단숨에 수련 경계를 뛰어넘게 해주었다는 건, 그들에겐 말 그대로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블랙 드래곤에서 가장 강한 실력을 가진 성도민은 자신과 함께한 대원들을 돌아보았다. 그들 대부분이 수련 능력이 상승한 것을 발견하고는, 성도민은 가슴 속 깊은 감격을 억누르지 못했다. 그러자 그는 시후를 다시 바라보며, 감격과 동시에 경외심 가득한 눈빛으로 무릎을 꿇은 뒤 공손히 말했다. “저 성도민은 은 선생님의 하늘과 같은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저는 은 선생님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겠습니다!”다른 블랙 드래곤의 구성원들도 즉시 정신을 차리고, 성도민을 따라 시후 앞에 모두 한쪽 무릎을 꿇고 소리 높여 외쳤다. “저희들은, 은 선생님의 하늘과 같은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저희들 역시도 은 선생님을 위해서라면, 그 모든 것들을 하겠습니다!”시후는 눈앞에 있는 100여 명의 블랙 드래곤 대원들을 바라보았다. 시후는 그들의 눈에 맺힌 눈물과 결연한 표정을 보고는 이들이 자신의 확고한 동료가 되어줄 것임을 느꼈다. 만족스러운 마음에 그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힘찬 목소리로 말했다. “나 은시후는, 앞으로 결코 여러분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겠습니다! 블랙 드래곤이든 여러분 각자든, 앞으로 반드시 날개를 펼쳐, 저 넓은 하늘을 훨훨 날게 될 겁니다!”이 말을 들은 대원들은 곧바로 가슴이 뜨거워지며 피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이때, 지하 수술실을 불태우고 있던 화염은 이미 지상까지 뜨겁게 달궈 놓았고, 불꽃은 땅 위의 건물까지 번지고 있었다. 이에 시후는 성도민에게 말했다. “성도민 씨, 이제 시간이 됐습니다다. 모두 질서 있게 철수하도
시후의 구호가 떨어지자, 그와 함께 모든 대원들이 술잔을 들어 잔 속의 소주를 단숨에 들이켰다.시후에게 있어 이 술에 담긴 영기는 이미 아주 미미한 수준이었기에, 몸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그러나 블랙 드래곤 대원들이 느끼는 기운은 완전히 달랐다! 그들은 애초에 이 술에 이토록 강력한 에너지가 담겨 있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대원들이 술을 한 번에 들이켰을 때 온몸에 강렬한 온기가 복부에서 시작해 단전으로 몰려들었고, 곧이어 기운은 마치 산을 무너뜨리고 바위를 쪼개는 듯한 맹렬한 기세로 팔맥을 향해 폭발적으로 밀려들었다!무술가들에게 있어 자신의 실력 향상은 두 가지 핵심 요소와 밀접하게 연결된다. 첫 번째는, 기경팔맥 중 몇 개의 경맥이 열려 있는가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무술가들의 경지와 실력을 판단하는 가장 근본적인 기준이다. 경맥을 많이 열수록, 무술가의 등급과 전투력도 함께 높아지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이미 열린 경맥이 얼마나 잘 순환되고 있느냐이다. 대부분의 무술가들은 몇 개의 경맥 만을 겨우 열 수 있을 뿐, 모든 경맥을 완전히 순환시킬 수는 없다. 이것은 마치 사람의 코에 있는 양쪽 콧구멍과도 같아서, 누가 더 뚫려 있느냐에 따라 들숨의 양이 달라지듯 경맥도 얼마나 원활히 순환되느냐에 따라, 에너지 흡수량이 달라지게 된다. 지금 이 소주 안에 담긴 영기는 그들에게 단순히 경맥을 몇 개 더 열게 해준 것이 아니라, 기존에 뚫려 있던 경맥까지 더 넓고 강하게 만들어 주었다. 즉, 두 가지 방향에서 동시에 무술가들의 실력을 향상시킨 것이다.그래서 이 순간 블랙 드래곤 대원들은 하나같이 깜짝 놀라며 자신의 몸속에서 터져 나오는 그 엄청난 기운이 자신이 오랫동안 뚫지 못했던 다음 단계의 경맥까지 열도록 밀어붙이고 있다는 사실에 크나큰 충격과 감동을 받았다.잠시 후 누군가 감격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나... 나 네 번째 경맥을 뚫었어! 진짜야! 네 번째 경맥이 열렸어!!”곧이어 또 다른 사람이 외쳤다. “나도!
조금 전 까지만 해도 꽤 오랜 시간 동안 시후는 지하 수술실에 있었고, 소이연은 다른 블랙 드래곤 대원들과 함께 들어오긴 했지만, 지상에 남아 있었기 때문에 두 사람은 서로 마주칠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시후는 이제서야 소이연도 멕시코에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었다.이 순간, 소이연은 사랑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시후를 바라보며, 수줍게 말문을 열었다. “은 선생님... 리더가 선생님께서 업무가 있다고 삼성 이상 무인들만 참여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제가 딱 맞는 위치라... 바로 한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왔어요.”시후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웃으며 물었다. “이번엔 본래 신분을 사용하진 않았겠죠?”“아니에요.” 소이연은 다른 블랙 드래곤 대원들에게 등을 돌린 채, 시후를 향해 장난스럽게 혀를 살짝 내밀고는 말했다. “이번엔 완전히 새 신분으로 왔어요~”“좋습니다.” 시후는 미소 지으며 손에 든 소주를 그녀에게 건넸고, 조금 전 다른 대원들에게 했던 것처럼 공손히 말했다. “오늘 수고 많았어요.”소이연은 급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에요, 전혀 힘들지 않았어요... 은 선생님께 충성을 다할 수 있는 건, 제게는 큰 영광이에요!”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됐어, 자리에 돌아가요. 돌아가는 길에 이야기 더 하는 걸로 하고. 오늘 밤엔 나랑 같이 미국으로 돌아가죠. 좀 도와줘야 할 일이 있어서요.”소이연은 약간 불안한 표정으로 물었다. “은 선생님, 탐정... 아직도 절 추적하고 있잖아요. 제가 미국에 가면 혹시 폐를 끼치게 되지 않을까요...?”시후는 고개를 저으며, 감회 어린 어조로 말했다. “제이크 한은 이제 이연 씨를 추적하지 못해요. 얼마 전 그 친구한테 사고가 있었거든. 그 이후로 그가 맡았던 사건들도 대부분 흐지부지 종결됐죠. 게다가 이연 씨는 이미 새로운 신분으로 바꿨잖아. 문제없을 겁니다.”“그럼 정말 다행이에요! 은 선생님께 폐만 안 된다면 저는 뭐든지 다 좋아요! 은 선생님 말씀만 따를게요!”그제야 소이연은
미래에 일어날 일들에 대해, 시후는 희망으로 가득 차 있는 동시에, 경계심과 신중함 또한 한껏 갖추고 있었다. 블랙 드래곤의 전체 전력은 분명 강력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현재 알려진 세상 안에서만 통하는 이야기였다. 세상 어딘가, 어둠 속에 숨어 있는 더 강대한 존재들은 어쩌면 블랙 드래곤보다 훨씬 더 막강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그래서 시후는 생각했다. 앞으로는 자신 개인의 실력 향상은 물론, 블랙 드래곤 전체의 실력도 체계적으로, 꾸준히 끌어올려야 한다고... 만일 훗날, 그 미지의 강적들과 정면으로 맞설 날이 온다면 그때는 적어도, 승산을 조금이라도 더 만들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성도민은 시후의 성격을 잘 알기에, 즉시 몸을 낮춰 공손하게 다짐했다. “은 선생님, 안심하십시오! 저는 절대 개인적인 실력이나, 블랙 드래곤의 전력이 강해졌다고 자만하지 않을 겁니다! 또한 그로 인해 방심하거나 적을 얕보는 일도 없을 것입니다!”시후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담담히 말했다. “그런 마음가짐이라면 나도 블랙 드래곤의 미래에 대해, 한층 더 기대하게 되는군.” 말을 마치고는 손을 크게 휘두르며 외쳤다. “자, 대원들이 줄을 서서 술을 받도록 하죠!”“예!” 성도민은 감정을 숨기지 못한 채 흥분된 목소리로 대답하고는, 곧장 밖으로 나가 마당에 모인 100여 명의 정예 부대원들에게 큰 소리로 외쳤다.“대원들! 은 선생님께서 특별히 준비하신 이 세상에 둘도 없는 귀중한 술이 있다! 이번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친 대원들을 위해, 축하와 보상의 의미로 준비하신 것이다! 자 이 술은 천금의 가치가 있고, 너희 인생의 전환점이 될 기회다!” 그러면서 다시 힘주어 말했다. “전원 주목! 첫 번째 줄부터, 왼쪽에서 오른쪽 순서로 줄지어 입장해 술을 받아라! 단, 절대로 술을 흘리거나 쏟는 일은 없어야 한다! 단 한 방울이라도 흘리면, 평생 후회할 거다!”하지만 듣고 있던 대원들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어떤 술이길래 천금의 가치가 있다는 건지,
시후가 막 첫 잔을 따르려던 순간, 지하실 쪽에서 갑자기 폭발음이 들려왔다.엄청난 충격과 함께, 땅 전체가 흔들렸다! 지하 수술실 입구가 숨겨진 방에서는 거대한 불길이 뿜어져 나왔는데, 폭발의 위력을 짐작케 하는 장면이었다.시후는 알고 있었다. 김미희를 포함한 악마들이 이 불꽃 속에서 재로 변해, 그 죄악의 생을 완전히 끝냈음을.그리고 그 순간, 시후는 손에 쥐고 있던 동작을 멈췄다. 잠시 침묵을 지키던 그는, 방금 막 따른 술잔을 들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이곳에서 얼마나 많은 무고한 이들이 억울하게 죽어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한 잔의 술을 그분들께 바칩니다. 부디 구천에서도 이 원한이 풀렸음을 알아주시길...”그 말과 함께, 그는 두 손으로 잔을 들어, 그 안의 술을 천천히 땅에 부었다. 이 한 잔의 술을 만약 정말 필요한 이에게 팔았다면, 아마 수천만 달러, 아니 그 이상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후에게 있어, 이 술은 무고한 희생자들을 위한 경의라고 할 수 있었다. 그들의 영혼이 편히 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그것이 이 술을 땅에 쏟는 이유였고, 결코 낭비라 할 수 없는 행위였다.이후, 시후는 한숨을 내쉬고, 다른 잔들에도 술을 따르기 시작했다. 곧, 100여 개의 술잔이 모두 채워졌고, 두 병의 소주도 정확히 사람 수에 맞춰 딱 떨어졌다.그때, 10분이 흘러 성도민이 공손히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은 선생님, 모두 마당에 모였습니다.”시후는 가볍게 답하며 말했다. “안으로 들어오세요.”“예.” 성도민은 대답한 후 문을 열고 들어왔다.문이 열리자마자, 그는 강렬한 술 향기를 느꼈다. 소주는 본래 향이 강하지는 않았지만, 지금 코를 찌르는 이 향은 평소에 느끼던 그 이상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 성도민은 놀랍게도 술 향 속에서 몸과 마음이 개운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이것은 마치 선선한 가을날, 아무 걱정 없이 꿀잠을 자고 난 후 온몸이 개운하고 상쾌해지는 듯한 형언할 수 없는 편안함이었다. 그
몇 분 전.지하 수술실에서 악행으로 가득한 살인범들이 쉴 새 없이 떠들고 있을 때, 시후는 구출된 피해자들을 진정시킨 후, 성도민에게 물었다. “성도민 씨, 내가 미리 준비해달라고 했던 것들, 준비해 놨습니까?”성도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손히 대답했다. “은 선생님, 말씀하신 물건들은 모두 제 차량 트렁크에 준비해 두었습니다. 지금 필요하시면 바로 옮기겠습니다.”“좋아요.” 시후가 말했다. “그럼 가져와요.” 그러고는 가까운 빈 방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 안으로 옮겨 놓도록 하죠.”“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성도민은 고개를 숙이고 돌아섰다. 곧이어 차 트렁크에서 커다란 종이박스 하나를 꺼내 안고 돌아왔다. 성도민은 두 손으로 종이박스를 안고 오면서, 한 손엔 묵직한 쇼핑백도 들고 있었다.박스에는 소주의 로고가 선명히 찍혀 있었고, 이는 시후가 특별히 부탁해 미리 준비하게 한 축하주였다.박스를 열어보니, 안에는 1.8리터짜리 소주가 두 병 들어 있었고, 또 다른 쇼핑백에는 소주잔이 가득 들어 있었다. 성도민이 시후에게 말했다. “은 선생님, 요청하신 물건이 여기 있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10분 후에 모두 마당에 집합시켜요. 다 함께 축하주를 나눌 거니까.”성도민은 궁금해하며 물었다. “은 선생님, 축하주를 마신다 하셨는데, 술이 좀 부족하지 않습니까? 백 명이 넘는데, 고작 이 소주를 나눠 마시면 1인당 양이 얼마 안 될 텐데요...” 그러고는 덧붙였다. “우리 블랙 드래곤은 주량도 셉니다. 이 정도 술은 그냥 목만 축이는 정도 아닐까요...”시후는 담담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잠시 후 모두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야 하니, 과음은 좋지 않죠. 이 술은 형식일 뿐이고, 진짜로 실컷 마시고 싶다면 미국에 돌아가서 마음껏 마시면 되지 않겠어요.”성도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시후는 말했다. “좋아요. 성도민 씨, 그럼 이젠 가서 할 일 보고, 10분 후에 나를 찾아오도록
김미희는 뒤에 산처럼 쌓인 시체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네 부하들이 다 죽었는데, 누가 널 구하러 온다는 거야?”후아레스는 반사적으로 외쳤다. “내 여자친구! 내가 계속 돌아가지 않으면 분명 나를 찾으러 올 거야! 그녀가 올 때까지 살아만 있다면, 구출될 수 있어!”김미희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정말 이해가 안 가네. 그런 머리로 어떻게 지금까지 보스를 해먹었는지.” 그러고는 위를 가리키며 냉정하게 말했다. “잊지 마. 밖에는 블랙 드래곤의 대원 백 명이 넘게 포진해 있어. 우리가 죽지 않는 이상, 그 자들은 절대 떠나지 않아. 네 여자친구가 오면, 그저 죽으러 오는 거라고!”후아레스는 한순간 절망에 빠졌다. 하지만 곧 정신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그래도, 우리가 살아 있는 한 희망은 있어! 불만 붙이지 않으면 시간을 벌 수 있을 거야! 하루만 더 버텨도 살 가능성이 생기는 거야! 기적은 절망 속에서 일어나는 거잖아? 어쩌면 은시후가 마음을 바꿀 수도 있고, 아니면 멕시코 경찰이 여길 찾아낼 수도 있고, 혹시 그 은시후에게 다른 원수가 있어서, 그 원수가 찾아와 그들을 처치해줄 수도 있잖아? 그러면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어!”그는 말을 하면 할수록 점점 흥분해서, 모두를 설득하려 들었다. “원래 백만 분의 일 확률이라 해도, 살아 있는 한 희망은 있어! 슈퍼 로또처럼 말이야. 백만 분의 일이어도 당첨자는 반드시 나오잖아? 그게 바로 우리가 될 수도 있어. 단 조건은 뭐다? 일단 로또를 사야 되는 거지! 살아 있어야 그 가능성이 생기는 거야!”그의 말에 김미희를 비롯한 이들이 조금씩 설득되는 듯했다. 살아 있는 한 기적은 있을 수 있다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니었다. 기회가 희박해도, 아예 끝내 버리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한 것이다.김미희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좋아, 그렇다면 기다려 보자고. 하늘이 우리를 버리지 않았다면, 어쩌면 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어!”옆에 있던 민영건도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기다리자! 나도 기다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