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그란드 그룹과 WS 그룹의 합작이 결렬되었다는 소문은 업계에 빠르게 전해졌다. 업계 바닥에서는 WS 그룹이 이미 끝났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더불어, 신 회장이 급작스럽게 병원에 입원하여 응급처치를 받았다는 소식도 함께 돌고 있었다. 은시후의 장인 김상곤은 이 소식을 듣고도 신기하게 아무런 동요도 하지 않았다.그는 유나와 시후에게 “우리 어머니는 평생 남을 부리면서 살아 오셨어.. 그런데 이번 일로 큰 손해를 입고 남들에게도 웃음거리가 되니 참을 수가 없는 거지.. 그러니 별로 동정할 것도 없고 할 필요도 없어. 아마 어머니께서 반성하게 하는 게 옳아. 어쩌면 평생 살면서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돌이켜볼 좋은 기회가 될지도 모르지.”은시후는 장인이 줄곧 멍청이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오늘 보니 통찰력이 꽤 있는 사람이라고 느껴졌다.온 가족이 안도의 한숨을 돌리자 유나는 조용히 새로운 일자리 구하기 시작했다.저녁 무렵, 시후가 막 식사를 끝냈을 때 갑자기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몸을 돌리자, 김상곤이 얼굴에 기쁨이 가득한 표정으로 씩씩하게 집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은시후는 김상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지난 번 골동품 거리에서 쓸데없는 물건들을 비싼 값에 사온 일이 떠올랐다. “아버님? 혹시 어디 다녀오셨어요? 무슨 좋은 일이 있길래 그렇게 싱글벙글 하십니까?”라며 걱정스럽게 물었다.“하하하.. 오늘 운이 좋았어..” 김상곤은 싱글벙글하며 “자네가 준 환을 먹고 나니, 내가 온 몸의 통증도 없어졌을 뿐만 아니라 정신도 더욱 또렷해져서 판단도 아주 잘해! 그야 말로 만병통치약이야!! 고맙네~” 그리고는 “아니, 내가 조금 전에 또 심심해서 골동품 거리를 다녀왔거든? 그런데 내가 누구를 만났는지 한 번 맞춰보게~!” “또 누구를 만나셨는데요?” 시후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설마.. 장인어른이 또 가짜 골동품에 속아 돈을 쓴 건 아니겠지? 그는 황급히 김상곤을 위아래로 훑어보고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다행히도,
도대체 어떤 돈 많고 재수 없는 놈이 또 장 사장에게 정신을 팔려 속은 건지..은시후는 참지 못하고 “그 장 사장이 환을 어떤 멍청이에게 판 겁니까?”라고 물었다. “그건 나도 몰라! 장 사장이 고객에게는 비밀로 해야 한다면서 비밀을 지켜야 된다고 어찌나 난리를 치던지..” 김상곤은 이렇게 말하고 나서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 “그 장 사장이 이 오천을 내 계좌에 바로 쏴주는 게 아니겠어? 그래서 내가 수고비를 좀 나눠 준다고 하니까 펄쩍 뛰면서 싫대잖아~ 그 인간 그거 분명 장사꾼으로 살면 정말 잘 살 텐데.. 그래서 내가 장 사장에게 앞으로 회사에 출근해서 정직하게 돈을 좀 벌라고 권했지.”은시후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장 사장 같은 인간은 어려서부터 속임수를 써서 돈을 버는 것이 이미 일상이 되었으니, 출근해서 일을 하는 건 아마 그에게는 엄청난 고역일 것이다. 그러니 출근은 불가능한 일일 테니.. 평생 출근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하지만, 좋은 일은 장인이 자신의 환을 비싼 값에 팔았으니 한동안 가계비 걱정을 안 해도 된다는 것이었다.최근 WS 그룹에서 쫓겨나 유나도 한동안 집에서 지내야 하고, 장인어른은 이제 WS 그룹 회사에서 배당금을 받지 못할 것 이기 때문에 돈이 넉넉치 않았는데 마침 이 돈이 생겨 마음이 놓였다.김상곤은 5000만 원을 얻었어도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는데, 시후에게 이 이야기를 털어 놓고 나니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는 얼굴에 웃음꽃을 피우며 “내 나이가 어때서~~어 내~ 나이가 어때서~~ 돈 벌기! 딱! 좋은 나이이인~데~~”라며 노래를 흥얼거리고는 침실로 들어갔다. 시후는 침실로 돌아와 유나에게 이 이야기를 전했다. 유나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앉으며 긴장했다. “네?? 비싼 값에 약을 샀는데, 만약 문제가 생기면 우리에게도 나쁜 일이 생기는 거 아니에요?” “안심해요..” 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그 거풍환은 혈전을 녹이고 피를 맑게 해줄 뿐이에요.. 밥을 먹고 사람이 죽
송민정이 몸담고 있는 이룸 그룹은 서울에서 잘 나가는 재벌가다. 하지만 그래봤자 시후의 엠그란드 그룹과 LCS 그룹에는 비할 바가 못 되었다. 송민정은 아직 은시후의 정체를 알지 못했다. 이에 지금까지 그녀의 눈에 비친 은시후는 골동품에 대해 좀 지식이 있고, 도술에 조금 능한 젊은이일 뿐이었다. 지난 번 시후가 내려 친 벼락을 맞아 우은찬 대표가 죽은 일이 있었다. 이 일로 많은 사람들이 놀라 한국 도술계의 우두머리가 되어 달라고 시후를 설득했지만 사람들을 만류했다. 그리고 시후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송민정에게 천둥과 벼락을 부린 것이 그저 타이밍이 좋아서 생긴 사건일 뿐이라고 설명하며, 일반인이 어떻게 천둥을 칠 수 있겠느냐고 답했다.마지막으로 한 말은 송민정마저 얼떨떨하게 만들었는데, 그녀는 아무래도 시후가 확실히 운이 좀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그 후로 송민정은 은시후와 연락을 하지 않았다.시후는 그녀에게서 별소식이 없어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문제가 생긴 것 같았다.그래서 이화룡에게 “무슨 일이죠? 송 대표가 무슨 일을 당했나요?”라고 물었다.이화룡은 “송 대표님이 요즘 삼재인지.. 계속 문제가 생기지 말입니다...” 그러자 이화룡은 다시 “대표님께서 방방곡곡을 다니며 풍수와 관련된 거장이란 거장은 다 찾아서 원인을 물으러 다녔지만, 아직도 그 이유를 밝혀 내지를 못했지 뭡니까?! 그래서 제가 회장님께 이렇게 직접 연락을 드린 겁니다.. 회장님이라면 해결하실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지 뭡니까..?”은시후는 무덤덤하게 말했다.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간단하게라도 이야기를 해보시죠. 그래야 저도 대충 판단할 수 있어서요.” 이화룡은 “대표님께서 교통사고가 몇 번 나셨어요. 그리고 얼마 전에는 계단을 내려가다가 굴러 발을 삐었고.. 커피를 마시려고 물을 끓이다가 손등을 데지를 않나.. 어제는 키우던 개에게 물려 다치셨고, 이룸 그룹에게 상당히 중요한 협력 건에도 큰 차질이 생겨 계약이 파기되기도
은시후가 계단을 내려가자 이화룡은 차에 탄 채 그를 향해 손짓을 했다. 은시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 차 안으로 들어가자, 이화룡은 급히 차를 출발시켜 서울 외곽을 향했다.이화룡은 운전을 하던 중 “회장님, 오늘 사주와 관상을 굉장히 잘 보기로 유명하신 스님도 한 분 오신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회장님께서 질 수는 없지요?” 그러면서 “송 대표님은 곧 이룸 그룹을 인수할 예정입니다. 만약 이 일을 멋지게 처리한다면, 아마 대표님과 전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은시후는 “어허, 이 사람이?! 어제는 전화를 해서 은혜를 갚기 위해서라고 그렇게~ 그렇게 말씀하시더니.. 역시 송 대표에게 잘 보이려고 그렇게 기를 쓰신 겁니까?”이화룡은 머쓱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니, 그게 아니라.. 보은은 보은이고, 좋은 관계를 맺는 건 또 다른 일이지요.. 허허허.. 그리고 저는 회장님의 신통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사실 송 대표님과 친해지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 일 아닙니까? 허허.. 송 대표님은 배경도 좋고 능력 있으신 데다가 아름답기까지 하시니 서로 친분이 있으면 이후에 회장님께도 좋은 일이 아니겠습니까?” 은시후는 빙긋 웃으며 담담히 말했다. “그렇지만, 그 대사님이 정말 수준급의 실력을 가지고 계신다면 저도 어쩔 수 없죠.” 이화룡은 한숨을 내쉬며, “후우.. 일단 가보시죠. 왜냐하면 회장님께서는 실력자이시니까요. 그러니 적당한 기회를 찾을 수 있는지 확인해 보십시오! 분명 그 스님보다 훨씬 나을 거라 믿고 있습니다.”은시후는 아무 말없이 잠시 동안 생각에 빠졌다. 만약 그 대사가 사주와 관상에 능하다면.. 대원군 시절 백운학(白雲鶴)이라는 예명을 가졌던 박유붕이란 도사의 후손일지도 모른다.아무래도 그의 가족사가 어떻게 되는지 살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이룸 그룹의 별장은 남양주에서 가장 호화로운 별장 지역에 있었다. 이화룡은 은시후를 태우고 빠르게 달려 호화로운 별장 앞에 멈춰 섰
집사는 이화룡에게 경멸스러운 눈빛을 보냈지만, 그는 전혀 화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얼굴에 웃음을 지으며 공손히 말할 뿐이었다. “집사님, 아가씨의 문제가 이렇게 심각한데, 아마 많은 사람들이 걱정을 하고 있을 겁니다! 만일 스님이 아가씨의 문제를 잘못 짚어 해결을 못한다면 어떻게 할 겁니까?” 집사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에이.. 정말 자네가 사람을 찾는다고 해도 대학 대사에 비할 수 있겠는가? 혹시라도 스님을 방해라도 한다면 자네는 감당할 수 없을 텐데..”이화룡은 다급하게 머리를 긁적거렸다. 이렇게 집요하게 집사가 막을 것이라고 생각을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이화룡은 “집사님! 이 분은 우은찬 그 놈을 벼락을 콰광! 쳐서 죽여버린 그 분이라고요!” 집사는 그 말을 듣고 아연실색했다. 은시후의 눈빛을 보자 경외심도 더해졌다.우은찬의 일을 들은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우은찬을 누가 그렇게 만들었는지는 분명치 않았다.하지만 생각지도 못했는데, 바로 눈앞에 있는 젊은이가 그를 처리했다니!? 순간 그는 은시후의 앞에서 다소 숙연한 기색을 보였다.이에 그는 은시후를 향해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며 말했다. “아하.. 선생님께서도 어마어마한 능력을 가지고 계시군요..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는 “들어가 보십시오. 하지만 매사는 순서가 있으니 먼저 대학 대사가 오신 이상 방해는 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대학 대사께서 일을 다 마치면 선생님께서 들어가 주시고, 만약 대학 대사가 아가씨의 문제를 해결하셨으면 선생님께서는 돌아가주시길 바랍니다.” 은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괜찮다는 표정으로 “네, 알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집사는 그제서야 대문을 열어주며 이화룡에게 차를 몰고 들어가라고 했다. 이화룡은 급히 차를 몰고 별장으로 들어가면서 “회장님.. 제가 정말.. 이룸 그룹을 제외하고는 이렇게 체면치레를 하는 사람이 드물다는 것 알고 계시지요..?”라고 물었다. 은시후는 “허허.. 이룸 그룹의 집사에게 하는 걸
방 안에 들어서자 승려 복장을 한 깡마른 중년 남성이 나침반을 들고 이리저리 둘러보며 중얼대고 있었다. 송민정은 문을 등지고 서 있다가 세 사람이 들어오는 소리를 듣고 돌아서며 “집사님, 무슨 일이죠?”라고 물었다. 집사는 “아가씨, 이화룡이 은 회장님이라는 분을 데리고 와서요..”라고 급히 답했다. 송민정은 몸을 돌려 은시후를 보고는 “은 선생님, 여기는 어떻게 오셨어요?”라며 놀라워했다. 은시후는 송민정을 보자마자 얼마 전에 본 것보다 훨씬 초췌해지고, 안색도 어두워진 것을 알아차렸다. 『구현보감』에 따르면 양미간 사이가 어두워지면 좋은 기운이 빠져나간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녀의 얼굴에서 그런 기운이 느껴졌다.은시후는 빙긋이 웃으며 “이화룡 씨가 대표님이 요즘 좀 곤란하다며, 굳이 절 끌고 와서 이렇게 도와 달라고 하더군요.” 그러자 나침반을 든 중년은 사투리를 구수하게 내뱉으며 말했다. “송 대표님, 제가 쓰는 이 영풍법은 일반인은 손도 못 대요~ 좀만 잘못해도 풍수의 운행에 영향을 줘버린다 이 말입니다.” 송민정은 은시후가 골동품과 도술에 조금 능하지만 풍수 및 관상은 엄밀히 말하자면 시후가 잘 아는 분야와는 조금 달랐다. 은시후의 실력으로는 누가 강하고 약한 지 따지기에는 적합하지만, 풍수는 주역 팔괘와 관련된 학문에 더 가깝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도술과는 조금 거리가 멀다고 생각해 송민정은 과연 은시후가 이 스님보다 나은 실력일지 판단하기 어려웠다.“은 선생님.. 실례지만, 대학 대사께서 저를 도와주고 계십니다. 그러니 먼저 집사님과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가 계시면 제가 이따가 다시 오겠습니다. 죄송합니다!”라며 송민정은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은시후가 입을 열었다. “송 대표님, 아무래도 한 명이라도 더 많으면 좋은 기운도 더 많아집니다. 저도 대표님이 뭔가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들어오는 순간 확실히 알아차렸고요.. 그냥 교류가 있었던 친구로서 이 문제를 해결해주고 싶은데.. 이 대사께서 먼저 시작을 하셔서요.. 만
송민정은 대사님이 문제의 핵심을 찾자 “대사님, 그럼 제 운세는 저 창가의 녹색 식물을 빼면 나아지는 건가요?”라며 감격스러워했다. “아니요, 아니요!” 대사는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풍수라는 게 그래 쉬우면 다 부자 되지요. 식물을 옮겨도 저게 풍수에 이미 미친 영향은 못 옮깁니다.” 송민정은 “그럼 어쩌죠?”라며 다그쳤다. 대사는 “녹색 식물이 있던 자리에 제가 단련한 액막이 물건을 놓아야 됩니다. 이렇게 해야지, 아가씨가 받을 후환을 완전히 뿌리 뽑고 좋은 운을 지킬 수 있어요.”송민정은 “그럼 그 물건이 뭔가요?”라고 물었다. 대사는 즉시 주머니에서 달걀만 한 돌멩이를 꺼내어 진지하게 설명했다. “이거는 제가 해마다 지리산에 가서 단련하는 석수입니다. 이 돌 자체가 수천만 년을 거쳐 풍화가 되고 잠식한 뒤에 남은 정수라예.. 그 돌을 또 제가 좋은 기운으로 단련했으니 이건 악귀를 쫓는 물건입니다! 그러니 아가씨가 이 석수를 식물이 있던 자리에 놓으면 모든 살기가 즉시 풀릴 겁니다. 그러면 좋은 기운도 들어올 겁니다!” 송민정은 “스님, 그럼 이 석수는 얼마에 살 수 있죠?”이 말을 들은 대사의 눈에는 한 가닥 흥분된 기색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그러자 그는 진지한 얼굴로 “아가씨.. 이 석수는 적어도 10억은 나가는데.. 저와 이렇게 인연이 닿았으니, 내가 싸게 팔아 주께요. 그럼 우리 5억으로 합의합시다.” 송민정은 “돈은 별 문제가 아니에요.. 그냥 저에게 최근 일어나는 귀찮은 일들만 해결해 주신다면요..”대사는 망설임 없이 “아가씨는 안심해도 됩니다. 이 석수를 올려놓으면 내일은 운세가 확 바뀔 거라니까예!”라고 말했다. 송민정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주저하지 않고 수표를 가져오더니 5억짜리 수표를 끊어 대사에게 건넸다. “대학 대사님의 석수를 제가 샀으니 어서 해결을 부탁드려요~”지금의 송민정은 당장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그저 바랄 것이 없었다. 요즘 그녀는 자신의 불운 때문에 미칠 지경
그는 수표를 품에 넣고 곧장 석수를 들고 창가로 가서 식물을 떼어낸 뒤 돌을 올려놓으면서 끊임없이 주문을 외웠다. 은시후는 이 모든 것을 바라보며 은근히 비웃고 있었다. 이 대사라고 하는 양반은 개뿔도 모르면서 교묘하게 사람을 속이고 있었다. 사실 시후는 이미 『구현보감』에 기록되어 있던 풍수와 관련된 내용으로, 이 집에서 괴이한 점을 간파했다. 바로 그녀가 머물고 있는 방이 용상팔살(龍上八殺)을 범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풍수학에서 주택을 지을 때에 가장 무서운 재앙으로 여기는 것이 바로 이 용상팔살이다. 용이라 할지라도 모두 갇혀 죽게 될 판인데 하물며 일반인의 운세가 흔들리는 것은 얼마나 쉽겠는가?그래서 아무리 운세가 강한 사람일 지라도 이런 곳에 살게 되면 운세가 다 망하고 불운이 끊이지 않는 법이다. 그래서 자연히 불길한 일들이 계속 생겼던 것이다. 하지만, 시후가 판단하기에 불운이 시작된 것은 아직 초기 단계일 뿐이었지만, 만약 이를 잘못 건드려 사람의 사주가 갇히게 된다면 끊임없이 불길한 일들이 생길 것이다. 그때는 재수가 없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목숨까지 잃을 수 있었다. 공교롭게도, 이 팔살을 막고 있는 유일한 물건이 바로 그 초록색 식물이었다! 푸른 식목은 생명과 생기를 의미하기에, 그것이 있다는 것은 이 삭막한 곳에 단 한 줄기의 생명의 문을 열어준 것과 같았다. 하지만 조금 전 대학 대사가 공교롭게도 그 식물을 떼어내고 석수를 넣어버린 것이다.돌은 금(金)의 성질을 지녀 깨뜨릴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일단 그 돌멩이가 식물을 대신하면 팔살의 나쁜 기운은 거의 완성되기 직전의 상태로 변할 것이었다. 대학 대사는 이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해서 주문을 외우고는 한숨을 내쉬며 “휴우.. 아가씨, 이제 안심하셔도 됩니다!”라고 말했다.송민정은 “그럼 앞으로 제 운세가 회복될 수 있을까요?” “하모예!” 대학 대사는 “제가 이 풍수지리를 읽어 재벌, 정치인, 일반인 등 팔자를 고쳐준 사람이 한
배호영은 시후의 눈에 숨김없는 살의가 가득 찬 것을 보고,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극도의 공포를 느꼈다! 그는 퍽 소리를 내며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눈물을 흘리며 애원했다. “은 선생님... 저는 그저 젊은 혈기로 잠시 이성을 잃었을 뿐입니다... 저희 페이셔스 그룹이 그래도 미국에서 꽤나 잘 나가는 집안인데, 제발 이번 한 번만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필요하신 돈이 얼마든 말씀만 하시면, 저희 아버지께서 반드시 만족시켜 드릴 겁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 시후는 그의 연극이 지겨워 차갑게 말했다. “배호영, 정말 돈이면 모든 게 다 된다고 생각하나? 너희 증조할아버지께서도 돈이 그렇게 많았지만, 결국 그룹 내에서 자리를 지키지 못했지 않나? 내가 분명히 말해두는데, 너 하나의 목숨과 바꾼다고 해도, 나는 페이셔스 그룹의 모든 자산을 거부할 거다! 성인이라면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지. 너 뿐만 아니라 네 아버지와 할아버지까지도 너의 행동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 원래 자식의 잘못은 부모에게서 비롯된 것 아니겠어?”배호영은 본능적으로 반문했다. “넌 페이셔스 그룹의 복수가 두렵지도 않나?! 나의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내가 죽은 걸 알면, 페이셔스 그룹 전부를 동원해서라도 반드시 복수할 거다!” “네 아버지와 할아버지..?” 시후는 이를 듣고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사실을 말해주지. 너희 증조할아버지 배원중과 너희 사촌 배유현은 지금 내 사람들의 보호를 받고 있다. 그래서 나는 너 뿐만 아니라 네 아버지와 할아버지도 끝장을 낼 생각이야.. 만약 네 증조할아버지가 미국으로 돌아올 기회가 생긴다면, 그가 네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그냥 둘 것 같아? 그가 그들을 용서하겠다고 한다면, 난 그를 용서하지 않을 거다!” 배호영은 그 말을 듣고 극도의 공포에 휩싸였다. 그는 꿈에서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토록 찾으려 했던 증조할아버지와 사촌이 시후의 손아귀에 있을 줄이야! 그 순간, 그는 비로소 시후가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 깨달았다.
바닥 위에는 두 개의 피 묻은 귀가 뚜렷하게 보였고, 배호영은 온 힘을 다해 두 귀를 감싸며 고통스러워 소리쳤다. 그의 손가락 사이로 피가 끊임없이 흘러나와 참혹하기 그지없었다.이때 성도민은 손짓으로 신호를 보내며 말했다. “상처를 처리해 줘.” 부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지혈용 약병을 꺼내 배호영의 상처 부위에 소독약을 뿌렸다. 성도민은 핫토리 카즈오에게 다시 말했다. “바닥에 있는 걸 주워서 화장실로 가서 깨끗이 씻어. 아직 쓸 일이 있다.” 핫토리 카즈오는 거부하지 못하고 재빨리 바닥에 떨어진 두 귀를 주워 화장실로 가서 물로 씻어냈다. 이때, 한 대의 헬리콥터가 이곳 건물의 빈 공간에 착륙했다. 시후는 혼자 헬리콥터에서 내렸고, 곧 블랙 드래곤의 한 병사가 다가와 공손히 말했다. “은 선생님, 리더는 지하실에 있습니다. 함께 가시죠.”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병사의 안내를 따라 별장 지하실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성도민이 방 중앙에 서 있었고, 배호영은 두 귀를 잘린 채 고통에 몸을 떨고 있었다. 성도민은 시후가 온 것을 보고 즉시 공손하게 말했다. “은 선생님!”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배호영을 바라보고 냉소하며 말했다. “배호영 씨, 또 만났군요.” 배호영은 그제야 시후를 보고, 귀에서 밀려오는 고통을 잊은 채 경악하여 말했다. “당... 당신은 그 풍수사 아니야?!” 시후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왜? 날 보니 놀랍습니까?” 배호영은 혼란스러워하며 소리쳤다. “도대체 누구야?! 왜 블랙 드래곤에게 나를 여기로 끌고 오라고 했어?! 왜 내 귀를 잘라버렸지?! 대체 왜 그러는 거야?!” 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이유가 뭐 그리 많겠어? 네가 마음에 안 드니까. 그거면 되지 않나?” 배호영은 분노에 차서 외쳤다. “나랑 아무런 원한도 없잖아! 이런 짓을 하는 이유가 뭐야?! 우리 페이셔스 그룹이 복수할까 봐 두렵지도 않나?!” 시후는 그를 바라보며 점점 차가운 눈빛으로
핫토리 카즈오는 이 말을 듣고 몸이 벌벌 떨렸다. 그는 성도민이 한마디로 자신에게 배호영의 두 귀를 자르라고 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배호영 역시 충격에 휩싸였다. 그는 페이셔스 그룹의 도련님이기에 뉴욕에서 아무도 감히 자신을 건드릴 수 없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눈앞의 이 남자가 가차 없이 자신의 두 귀를 자르라고 하다니! 공포에 질린 배호영은 큰 소리로 외쳤다. "너희들 내가 누군지 알아? 나는 페이셔스 그룹의 도련님 배호영이다! 페이셔스 그룹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는 굳이 내가 말하지 않아도 잘 알지? 너희가 나를 건드리기라도 하면, 내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너희를 가만두지 않을 거다!" 그러자 성도민은 배호영을 바라보며 무심하게 말했다. "내가 누구인지 말해두지. 나는 성도민, 블랙 드래곤의 전주다. 네가 페이셔스 그룹 손자 정도야 아무것도 아니야. 네 아버지, 네 할아버지까지도 은 선생님의 명령이라면 다 없애 버릴 수 있다! 페이셔스 그룹을 송두리째 멸하는 것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처리할 자신도 있고." 배호영은 이 말을 듣고 감전된 듯한 충격을 느꼈다. "성도민?! 너... 네가 바로 성도민이라고?!" 그는 절망에 빠져 말했다. "성... 성도민 씨... 우리 페이셔스 그룹은 당신과 아무런 원한도 없고, 난 항상 당신을 존경했습니다. 그런데 왜 저에게 이런 잔혹한 짓을 하죠?!" 그러면서 그는 불안한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그리고 은 선생님이라는 사람은 또 누구십니까? 난 그런 사람을 단 한 번도 건드린 적이 없습니다!" 성도민은 시간을 확인하고 냉소하며 말했다. "곧 알게 될 거다." 그리고 그는 핫토리 카즈오를 바라보며 바닥에 있는 칼을 가리키며 차갑게 말했다. "핫토리 카즈오, 이 명령은 은 선생님께서 직접 내리신 거다. 나는 그저 명령을 전달할 뿐이야. 은 선생님이 곧 이곳에 오실 거니까, 그가 오시기 전에 이 일을 끝내는 게 좋을 거다. 안 그러면 네 귀도 같이 잘릴 테니!" 핫토리 카즈오는 얼굴이 창백해졌
성도민은 남아 있는 두 명의 부하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이 쓰레기차를 몰고 가서 처리해." 그 중 금발의 백인 부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걱정 마십시오. 이미 폐차장을 찾아 뒀습니다. 한 시간 후면 차를 완전히 분해하여, 부품을 수십 대의 차량과 함께 쇳덩이로 압축할 것입니다. 그럼 아무도 차량의 행방을 찾을 수 없을 겁니다." "좋아!" 성도민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서둘러 처리하고, 시내에서 다시 만나자." "예 알겠습니다!" ....한편 경찰과 페이셔스 그룹은 쓰레기차에 대한 단서를 파악했다. 비록 핫토리 카즈오 일행이 호텔 내에서는 CCTV 기록을 남기지 않았지만, 밖의 시내 감시카메라까지는 제어할 수 없었다. 그래서 호텔에서 나오는 모든 사람과 차량은 시내 감시카메라에 포착될 수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쓰레기차가 경찰과 페이셔스 그룹 모두에게 동시에 발견되었다. 그들은 이 차량의 행적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경찰과 페이셔스 그룹뿐만 아니라, 뉴욕의 모든 조직원, 직업 킬러, 사설 탐정들이 상금을 위해 전부 나섰고, 뉴욕 거리는 순식간에 혼란의 장이 되었다. 하지만 아무도 성도민이 뉴욕 롱아일랜드에 있는 롱비치에 하루 렌트비만 무려 8만 달러에 달하는 럭셔리 빌라를 빌렸을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이 럭셔리 빌라는 롱비치에서 최고의 고급 주택 중 하나로, 주로 부호들이 뉴욕에 왔을 때 휴가를 즐기거나 영화 촬영을 위해 대여되곤 했다. 성도민은 시후의 명령을 받고 해외에서 온 영화 촬영팀을 가장해 이 빌라를 빌렸으며, 가난한 주인공이 뉴욕에서 성공하는 이야기를 담은 전기 영화의 촬영 준비를 한다고 사람들을 속였다. 게다가 가장 의외인 점은 성도민이 빌린 이 빌라가 페이셔스 그룹의 저택과 불과 500미터도 되지 않는 거리에 있다는 점이었다. 성도민의 부하들은 뉴욕 시내를 돌고 돌아 핫토리 카즈오를 포함한 닌자들과 의식을 잃은 배호영을 이 빌라로 데려왔다. 이때 뉴욕 전역에서 찾고 있는
이중열은 조금 전까지만 해도 시후가 닌자 몇 명을 시켜 배호영을 납치한 것이 자칫 시후 자신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서야 그는 깨달았다. 시후의 눈에 페이셔스 그룹은 결코 대단한 존재가 아니었던 것이다. 오히려 그의 눈에 페이셔스 그룹은 그저 접시 위의 요리에 불과했다. 이제 그들을 어떻게 할지는 전적으로 시후의 기분에 달려 있었다. 배한빈이든 배해산이든, 시후에게는 어떠한 위협도 될 수 없었다. 시후에게는 블랙 드래곤이라는 강력한 세력이 있었고, 페이셔스 그룹과 정면 대결을 벌인다 해도 그들은 결코 상대가 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시후는 페이셔스 그룹의 실질적 영향력을 지닌 배원중이라는 비장의 카드를 쥐고 있었다. 만약 시후가 배원중을 미국으로 데리고 온 뒤 블랙 드래곤의 힘으로 그의 안전을 보장한다면, 배산해는 그가 차지한 자리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배산해가 기회를 틈타 아버지의 권력을 탈취하고 미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막았다는 사실이 전국적으로 알려지게 될 테니, 그야말로 모든 사람에게 비난 받는 존재가 될 것이다. 더 나아가 법적 조사까지 받을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시후가 이 비장의 카드를 내놓기만 하면 배해산과 그의 아들에게는 커다란 타격이 될 것이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시후가 배호영을 그들 앞에서 죽인다 해도 그들은 감히 큰 소리 한 번 지르지 못할 터였다.그러자 이중열은 시후에게 물었다. "도련님, 이 일을 다음엔 어떻게 진행하실 생각이십니까?" 시후는 냉랭하게 말했다. "제임스가 모습을 드러내면 그와 배호영을 한곳에 모아 두고, 이 인간 말종들을 제거해야겠죠?!" 이중열이 다시 물었다. "그들의 비열한 행각을 외부에 폭로하실 계획이십니까?" 시후는 말했다. "물론이죠! 배호영을 바로 처리하지 않은 이유는 그의 행동과 제임스의 소행을 모두 파헤쳐서 공개하고, 가능하다면 이 무리의 소행을 한 번에 폭로하면 좋을 것 같아서입니다." 이중열은 고개를 끄덕이며 갑자기 좋은
이중열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일이 있고 나서야 전해 들었는데, LCS 그룹이 블랙 드래곤에 자산 절반을 넘긴 뒤 화를 피할 수 있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오늘 도련님을 만나고도 그 얘기는 꺼내지 않았습니다.” 시후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 “그건 제가 일부러 흘린 소문일 뿐입니다. 실제 상황은 정반대예요. LCS 그룹은 블랙 드래곤에 자산을 넘긴 적이 없고, 오히려 블랙 드래곤 전체가 제게 충성을 맹세했죠. 다만 LCS 그룹이 너무 주목받지 않게 하기 위해 그런 소문을 낸 겁니다.” 이중열은 이 말을 듣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시후가 이전에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그야말로 믿기 힘든 충격을 받았다. 명성이 자자한 블랙 드래곤이 이제 시후의 휘하에 있다니, 이는 LCS 그룹의 힘에 엄청난 보탬이 될 일이었다. 아무리 페이셔스 그룹의 자산이 많다고 해도 블랙 드래곤 같은 세력을 가진 용병 조직을 가질 수는 없었다.시후가 덧붙였다. “오늘 그 일본 닌자들은 제 일본 친구 집안의 세력입니다. 구름산에서 저를 본 적이 있어서 두려워했던 거예요.” 이중열은 한참 동안 시후의 말을 곱씹은 뒤 감탄했다. “도련님, 지금 당신의 힘으로 LCS 그룹은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서도 1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겁니다!” 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단지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의 1위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사우디 왕가는 글로벌 강자로 로스차일드 가문 다음 가는 수준이죠. LCS 그룹이 아시아에서 최고가 되려면 사우디 왕가를 넘어야 하고, 세계 1위가 되려면 로스차일드 가문을 넘어서야 합니다. 아직 갈 길이 멀어요..” 이중열은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했다. “도련님의 실력이라면.. 아마도 LCS 그룹이 세계 정상에 서는 것은 단지 시간 문제일 뿐일 것 같네요.” 시후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가능한 빨리 그 시간이 오면 좋겠군요.” 이중열은 시후를 새롭게 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시후가 LCS 그룹을 세계 정상에 세우
제이크 한은 감시 기록이 조작된 부분이 호텔 내부에만 해당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크리스와 일본 닌자들이 호텔 외부에서 접촉한 것은 시내 감시망을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크리스가 호텔 외부에서 닌자들과 만났던 시간과 장소를 제공하기만 하면, 제이크 한은 그들의 영상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제이크 한이 경찰력을 모아 크리스의 진술을 바탕으로 영상 자료를 찾는 동안, 시후는 고은서, 김지우, 이중열과 함께 WF 호텔을 떠났다. 자선 행사가 망쳐지면서 저녁 식사가 무산되자 시후는 모두와 함께 식사할 장소를 찾기로 했다. 그는 이중열이 할 말이 더 있을 거라 생각했고, 이중열이 어떤 제안을 할지도 들어보고 싶었다.이중열 역시도 시후에게 묻고 싶은 질문들이 많았다. 특히 오늘 시후가 일본 닌자들에게 페이셔스 그룹의 아들을 납치하도록 한 일은 장난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에, 자칫 잘못되면 큰 문제가 생길까 봐 염려했다. 그래서 그는 제안했다. "제 집으로 가는 건 어떻습니까? 음식은 화려하지 않지만, 대화하기엔 편할 텐데요." 시후는 흔쾌히 동의했고, 고은서를 바라보자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아저씨 댁의 삼겹살 구이가 최고죠~ 질리지도 않고요!" 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손짓했다. "좋아, 한인타운으로 가자!" 네 사람은 보디가드의 호위를 받으며 한인타운에 도착했다. 이중열의 가게는 이미 문을 닫았고, 직원들도 모두 퇴근한 상태였다. 이중열은 시후 일행을 2층으로 안내하고 직접 요리를 준비하러 갔다.그때 시후는 성도민으로부터 받은 메시지를 확인했다. 핫토리 카즈오와 그의 일행, 그리고 페이셔스 그룹의 배호영 모두 성도민의 통제 하에 있다는 내용이었다. 시후는 그들에게 절대 외부와 연락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통제하라고 당부했다. 또한 시후는 성도민에게 페이셔스 그룹의 사업체 근처에 인력을 더 배치하라고 지시했다. 제임스가 지금 페이셔스 그룹에 숨어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다만 페이셔스 그룹은 넓고
크리스는 이 상황을 경찰이나 배한빈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을 용기가 없었다. 왜냐하면 일본인들이 자신의 아내와 자식들의 생명을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죽는 것은 상관없지만, 가족들을 구할 수 없다면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그가 불안에 떨고 있을 때, 한 경찰이 그의 앞에 다가와 말했다. "크리스 씨 입니까?" 크리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당황한 듯 대답했다. "네... 네, 맞습니다..." 경찰은 그에게 손짓하며 차갑게 말했다. "함께 가시죠." 크리스는 더욱 불안해졌지만, 별다른 방도가 없어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 경찰을 따라 제이크 한의 임시 사무실로 향했다. 문을 들어서자마자 크리스는 온몸이 덜덜 떨렸다. 그는 제이크 한의 명성을 오래전부터 들어왔기 때문에 그에게서 자신의 의도를 들킬까 봐 겁이 났다. 크리스는 몸을 한껏 움츠린 채로 제이크 한 앞에 다가가서 더듬거리며 말했다. "경.. 경.. 경감님... 안녕하십니까..." 제이크 한은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갑자기 냉랭하게 몰아붙였다. "크리스! 하나 묻지, 왜 일본인 닌자들과 결탁해서 페이셔스 그룹의 도련님을 납치했지?" 제이크 한의 갑작스러운 질책에 크리스는 크게 놀라며 황급히 변명했다. "저... 저는... 저는 그런 적 없습니다... 정말입니다...!" 제이크 한은 차갑게 말했다. "어디서 거짓말을 해?! 그 일본인 닌자들은 당신이 데려왔잖아! 당신이 그저 그들을 고용하기만 한 것이라면 실수라고 믿어주겠지만, 그들을 사건 현장에 배치한 것은 명백한 계획적 행동이야! 그러니 당신은 그들의 내부 협력자라고!" 크리스는 계속해서 손사래 치며 말했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저는 일본 닌자 같은 건 전혀 모릅니다..." 제이크 한은 그의 이마와 뺨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을 보며 냉소를 지었다. "크리스.. 당신이 나에게 변명하는 건 상관없지만, 경고하나 할 까? 당신이 협조하지 않는다면 지금까지 내가 알아낸 정보를 배한빈에게 전달할 거야. 오늘
제이크 한은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어, 곧바로 기리시 카나드를 보며 물었다. "일본인들이라니, 무슨 이야기죠?" 기리시 카나드는 지체하지 않고 서둘러 말했다. "저는 호텔에서 임시직으로 고용된 것이고, 같은 날 고용된 임시직이 열 몇 명이었는데, 그 중에 일본인이 여러 명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진에는 그들이 전혀 없는 것 같아요!" 제이크 한은 물었다. "당신이 말한 그 일본인들은 어떻게 생겼죠? 특별한 특징이 있습니까?" 기리시 카나드는 질문을 듣고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그냥 평범하게 생긴 얼굴들이었어요. 특징이라면, 전부 표정이 진지하고 웃지도 않았죠. 말은 하지 않고 눈빛으로만 서로 의사소통을 했고, 뭔가 은밀한 느낌이 들어서 좋은 사람들 같지는 않았습니다." 제이크 한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그들이 말을 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일본인인 걸 알았죠?" 기리시 카나드는 대답했다. "오가면서 우연히 그들 중 한 명의 휴대폰 화면을 봤는데, 일본어로 설정되어 있더라고요." 제이크 한은 다시 물었다. "호텔에 도착하고 나서 그들과 교류가 더 있었나요?" "없었습니다." 기리시 카나드가 답했다. "호텔에 도착하자 주방에서 일을 하도록 배정받았는데, 그들은 곧 다른 업무로 배치되더니 주방에서 나갔습니다." 제이크 한은 계속해서 물었다. "좋아. 그럼 당신이 고용된 담당자는 누구였죠? 업무를 배정해 준 사람은? 특히 그 일본인들에게 업무를 배정한 사람이 누구였습니까?" 기리시 카나드는 서둘러 대답했다. "우리를 고용한 사람은 크리스 씨인데, 구체적인 이름은 잘 모릅니다.. 주방에서 일하도록 지시한 것도 그였고, 중간에 그 일본인들에게 다른 업무를 배정한 것도 그였습니다." 제이크 한은 호텔 직원 명단을 꺼내 크리스의 이름이 적힌 페이지를 찾아 기리시 카나드 앞에 내밀며 물었다. "이 사람이 맞나요?" 기리시 카나드는 명단의 사진을 보자마자 단호하게 말했다. "네, 맞아요. 이 사람입니다!" 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