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하시 마모치가 당황해하는 모습을 본 형사는 급히 물었다. "누구에게 미움을 산 건지 곰곰이 생각해 보시죠. 정말 이렇게 깊은 원한이 있지 않으면 회장님을 이 정도로 저격할 이유가 있겠어요? 누가 자금까지 당신을 죽이려 했는지, 아니면 혹시 회장님이 죽이고 싶었던 사람이 있습니까?”마모치가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바로 은시후였다. 그러나 곧 그는 속으로 이 생각을 부인했다. 덴바야시 아오타가 이유 없이 사라진 후, 덴바야시 마사테츠는 은시후가 머무는 객실을 도청했다고 했다. 하지만, 아오타를 죽인 건 은시후가 아니라 다른 닌자 그룹일 것이라는 연락을 마사테츠로부터 받았기 때문이다. 당시, 마사테츠는 이토 그룹에 충성하고 있는 고카 가문의 닌자들일 것이라고 추측된다고 메시지를 보냈었다. 그러나 마모치는 이 사실을 경찰청 사람들에게는 알리지 않았다. 왜냐하면 자신이 경찰청에 말해봤자 눈에 보이는 증거물도 없이 그저 마사테츠의 추측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이므로, 이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분명 이 일은 이토 그룹이 배후에서 농간을 부리고 있는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 하지만, 경찰의 눈에는 상대방이 고카 닌자인지 아니면 다른 가문의 닌자인지 쉽게 구분이 안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일본 닌자들은 역사가 오래 되었고 문파도 많기 때문에, 유명한 대문파들이 산재해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의 문파 중에서는 강덕, 무덕, 송무, 청도, 한무 등등이 있으며 중국 영화에서 자주 나오는 소림파와 같이 이름 모를 중소 문파들도 셀 수 없이 많다. 그러니, 일본 역시 마찬가지인데, 닌자 가문에는 유명한 4대 가문 외에 셀 수 없이 많은 작은 가문과 종파들이 있었다. 그래서 그는 도쿄 경찰청을 개입시키지 않고, 자신이 직접 이토 유키히코에게 복수할 생각이었던 것이다.조금 뒤, 검시관이 현장에 도착했다. 경찰청 사람들은 법의학 부서로 얼음이 된 시신 4구를 옮겼는데, 이 시신들은 최소한 해동된 뒤 부검이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그 때, 덴바야시 마사테
시후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걱정 마세요. 개인적으로 일이 좀 있어서요. 일이 끝나면 돌아오겠다.""그럼 도련님께서 오사카에 계실 생각이십니까? 아니면 사람들을 좀 파견해드릴까요?”"아니요, 그럴 필요 없어요." 시후는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 말하지 않았고, 말하고 싶지도 않았다. 시후는 왜 자꾸 이토 나나코를 머릿속으로 계속 그리워하는지 몰랐지만, 그녀에 대한 동정심 때문인지, 감탄이나 아니면 다른 어떤 감정 때문인지 시후는 쉽게 납득이 되지도 않고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리고 지금 그는 그저 교토에 가서 나나코를 직접 보고 그녀의 부상을 확인하고 싶을 뿐이었다. 어쨌든, 그녀의 상처를 치료하면, 자신도 안심하고 귀국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안세진은 시후가 자신의 행방을 밝히기 싫어하자, 계속 캐묻지 않고 운전을 조심하고 눈이 많이 오면 눈이 그친 후에 운전하라고 당부한 뒤 입을 닫았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혼자 차를 몰고 출발했다. 오사카는 교토에서 가깝기 때문에 차를 타면 한 시간 정도밖에 안 걸렸다. 하지만, 시후가 교토에 도착했을 때, 날은 이미 어두워졌다. 눈은 점점 더 많이 내렸고, 마치 거위털과 같은 크기의 함박눈으로 바뀌어 있었다. 시후는 이토 그룹의 저택이 어딘지 몰라 일식당을 찾아 스시 한 그릇을 먹고 계산을 하면서 주인에게 물었다. "사장님, 혹시 이토 그룹의 저택이 어디 있는지 아세요?""하하.. 이토 그룹의 저택은 저기 니조 성 바로 옆에 있어요. 부지가 넓어서 찾기 쉬운데다 정문에 한자로 이토라고 현판이 적혀 있어서 찾기 쉬울 겁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고맙다는 인사를 한 뒤 계산을 하고 식당을 나왔다. 니조 성은 교토의 명소이기 때문에, 지도에서 바로 찾을 수 있을 것이고, 시후가 있는 곳에서 불과 2킬로미터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아마 몇 분 정도 뒤면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차 안에 앉아 있던 시후는 잠시 머뭇대며 주저했다. 왜냐하면 시후는 나나코를 어떻게 만날
이토 나나코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마음속으로 시후를 그리워하고 있을 때, 담장 위에 몸을 숨기고 숨어있던 시후도 마침내 아래 뜰에 서 움직이는 인물의 모습을 보았다. 그는 저택의 보안 담당자들의 눈을 피해 담장을 반 바퀴 돌았고, 그제야 오랫동안 걱정하던 이토 나나코를 볼 수 있었다..! 기모노를 입고 머리를 틀어 올린 나나코의 모습에 시후는 속으로 감탄했다. ‘하아.. 이토 나나코 양은 정말 내가 본 일본인 중에 가장 예쁘고 완벽한 것 같아..’ 하지만 그는 나나코가 휠체어를 타고 있는 것을 보고 다소 당황했다. 사실, 그녀가 설아와의 결승전에 출전하지 않고 일찌감치 패배를 인정하고 경기를 끝낼 수도 있었는데, 굳이 끝까지 결승전에 나가겠다고 하는 바람에 이렇게 몸에 큰 상처를 입었기 때문이다.시후는 담장 너머로 뛰어들어 그녀 곁으로 가고 싶었지만, 자신이 이런 방식으로 갑자기 그녀 앞에 나타난다면, 둘 사이에 어색한 기류가 흐를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만약 그녀가 자신 때문에 놀라기라도 한다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시후는 지금 이 순간 망설이기 시작했다.한편, 도쿄.어둠 속에 몸을 숨기고 있는 마츠모토 요시토는 잔혹한 게임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는 소지빈, 소민지 남매를 납치한 부하들로 하여금 살인죄를 뒤집어씌우게 만들 계획을 세우면서, 또 다른 그룹을 파견하여 도쿄에서 새로운 작당을 하게 만들었다. 그는 마치 ‘다크나이트'에서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조커와 같이, 사람들을 손아귀에 넣고 놀다가 점차 분열시켜 하나씩 죽이려 했다.이번에 요시토의 목표는 바로 다카하시 히데요시였다..! 그가 생각할 때 소지빈과 소민지를 납치할 때, 그들 두 집안에 약간의 골칫거리를 남겼을 뿐, 이 정도로는 두 집안이 서로를 의심하고 싸움을 일으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는 이 두 집안이 서로 깊은 원한을 사기를 바랐다. 그래서 그의 생각에는 붉은 피 만이 그들이 이성을 잃고 극도로 미쳐버리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 했다. 그
그는 고급 클럽에서 일년 내내 고정된 VIP 룸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곳은 호화롭고 은폐된 공간으로 프라이버시를 지킬 수 있도록 은밀하게 인테리어 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는 일년 내내 여자 스타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곳이었다..! 세 대의 롤스로이스로 구성된 호송 차량 행렬은 다카하시 히데요시를 태우고 시부야로 향했고, 차 안의 다카하시 히데요시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기대하고 있었다..!차량 행렬이 지하 통로를 통과할 때, 화물차 한 대가 갑자기 급정거하며 방향을 급히 돌려 길을 막아 버렸다..! 그 뒤로 곧바로 검은색 승합차 여러 대가 달려와 다카하시 그룹의 롤스로이스 세 대를 가로막았다.선두와 후미에 타고 있던 경호원들은 뭔가 상황이 심상치 않은 것을 깨닫고 총을 꺼내 다카하시 히데요시를 경호하기 위해 나섰다. 그런데, 뒤따라오던 몇 대의 검은색 밴에서, 갑자기 검은 옷 입은 사내들이 튀어나왔다..! 이들의 손에 들린 총기들은 모두 자동소총과 소형 기관단총으로, 화력은 다카하시 그룹의 경호원보다 훨씬 강력했다..! 다카하시 그룹의 경호원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모두 처리 당했다..!이때 중간 롤스로이스의 다카하시 히데요시는 이미 경악하고 있었다..! 그의 차에는 운전사와 비서 한 명만 타고 있었는데, 둘 다 일반인이어서 전투력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대는 인원도 많을 뿐만 아니라, 무기도 매우 강하여 자신은 완전히 박살 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히데요시는 깜짝 놀라 급히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겁에 질려 소리쳤다. "아버지!! 아버지 저 좀 살려주세요!! 킬러한테 포위됐어요. 어서요!!”다카하시 마모치는 "너 지금 집에 있지 않았니?! 웬 킬러야?!"라며 소리쳤다.히데요시는 "아버지, 저 밖에 있어요.. 시부야로 가는 길이었는데, 갑자기 포위당해 경호원들이 다 죽었고 이미 나한테 달려들었어요. 아버지, 날 살려주세요, 죽고 싶지 않아요..!"라며 울음을 터뜨렸다.마모치는 잠시 머리가 핑 도는 것을 느끼
그 후로 5분이 흐르는 동안, 이 5분은 다카하시 마모치가 살아오면서 가장 고통스럽고 괴로운 시간이었다. 그는 휴대폰 너머 들리는 소리가 이 세상에 남아 있는 아들의 마지막 목소리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감히 전화를 끊지도 못했다..! 마모치는 상대방이 자신의 아들을 고문해 죽게 하고, 그가 죽을 때도 고통스럽게 죽일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아버지인 자신이 이제 아들의 마지막 비명을 들으면서,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전혀 없다는 말인가..??뒤이어, 다카하시 히데요시가 탄 롤스로이스에 휘발유를 부은 사내들 중 리더는 히데요시가 차 안에서 히스테리를 부리며 욕을 해댔지만, 전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리고 휘발유를 모두 부은 후 리더는 제일 먼저 담배 한 갑과 라이터를 꺼내서 차가운 표정으로 담배에 불을 붙이고 힘껏 한 모금 빨아 당겼다. 그리고 나서 불붙은 라이터를 창문을 통해 던져 버렸다..!롤스로이스는 순식간에 소각로로 변했고, 안에서 번진 불길은 창문 밖을 통해 활활 타올랐다..! 차 안에 있는 히데요시, 그리고 그의 비서, 기사의 비명은 그야말로 생지옥에서 벌을 받고 있는 사람들과 같았다.다카하시 마모치는 이 비명을 들으며 가슴이 천 갈래 만 갈래로 찢기는 듯하였고, 그는 땅을 치며 울분을 토했다.비명은 1분 정도 계속된 후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마모치는 이제 아들이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시체도 찾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 때, 복수를 위한 다카하시 마모치의 분노는 그가 이성을 잃게 만들었다..! "이토 유키히코! 네가 내 아들을 죽였지?!!! 내가 너희 집안 놈들을 다 죽여 버릴 것이다아아!!!!"마모치는 즉시 덴바야시 가의 임시 가주에게 전화를 걸어 차가운 목소리로 소리쳤다. "이토 그룹에서 내 아들을 죽였고, 덴바야시 마사테츠를 포함한 네 명의 덴바야시 가문의 닌자들을 모두 죽였습니다.. 그러니 나는 당신들이 먼저 이토 유키히코의 딸을 죽이고, 그 다음에 이토 유키히코 그 늙은 개
시후는 그들이 좋은 일로 숨어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즉시 숨을 죽이고 은밀하게 관찰한 결과 그들이 빠른 속도로 담을 넘어 사방에서 이토 나나코를 향해 매우 빠른 속도로 달려가는 것을 보았다. 나나코는 심각한 부상을 입고 회복되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무술의 대가이고 촉이 매우 좋았기 때문에, 여섯 사람들이 그녀에게 다가오기 전에 이미 눈치를 챘다. 순간, 나나코는 소리를 지르며 다른 곳에 있는 가정부와 비서를 불러 도움을 청하고 싶었지만, 그녀가 도움을 청하려고 할 때 갑자기 그 생각을 포기했다..! 왜냐하면 그녀는 이미 이 여섯 사람이 예외 없이 모두 닌자라는 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이토 그룹에도 닌자가 있지만, 그들은 지금 모두 교토가 아니라 도쿄에 있었다.사실 닌자들은 실력이 매우 좋고, 실전 능력은 더 강하기 때문에 자신이 다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일반 닌자들을 쉽게 이길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6명이 함께 몰려 오다니..! 그리고 적어도 중급 이상의 실력을 모두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나나코는 이 저택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모아도 이 여섯 사람의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굳이 큰 소리로 도움을 청해 다른 사람이 자신 때문에 목숨을 잃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딱 봐도 자신을 상대하려고 온 것 같은데.. 6명의 닌자들이 나나코에게 달려들려고 할 때, 그녀는 겸손하지도 거만하지도 않은 자세로 침착하게 입을 뗐다. "저.. 혹시 제 목숨을 구하러 오신 거라면 협조할 수 있지만, 여기에 있는 다른 사람들의 목숨은 살려주세요. 그들은 대부분 이토 그룹의 사람이 아니라 단지 여기에서 일하는 직원들일 뿐입니다."그러자 리더는 비웃으며 말했다. "예전부터 이토 그룹의 딸이 예사롭지 않다는 말을 들었는데.. 오늘 보니 역시 그 말이 맞군!!” 그는 칼을 꺼내며 차갑게 말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오늘 우리는 널 죽이러 왔다..! 네 아버지가 한 짓거리에 대한 복수를 하러 말이다! 네 아버지는 몰래 우리
사실 리더가 칼을 들어올리는 순간, 나머지 다섯 명은 몇 걸음 뒤로 물러나 있었다. 피가 뿜어져 나올 때 몸에 튀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의 두 눈은 이토 나나코를 주시하며 그 피비린내 나는 장면을 기다리고 있었다.나나코 자신도 죽음을 각오하고 있었는데, 순간 시간이 멈춘 듯했다. 높이 쳐든 닌자 칼이 허공에 계속 떠 있었고, 다른 사람들은 왜 그가 칼을 내리치지 않았는지 알지 못했다. 그런데, 잠시 뒤 살펴보니 칼을 휘두르던 사형 집행자가 지금 이미 죽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의 미간에는 몇 센티미터 길이의 짧은 칼자루가 꽂혀 있었고, 아주 적은 양의 피가 상처부위에서 스며 나와 새하얗고 소복이 쌓인 눈밭에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그의 주변에 있던 눈은 삽시간에 새빨갛게 물들었다.나머지 닌자들이 어안이 벙벙하여 대체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르고 있을 때, 그들은 리더의 미간에 박혀 있는 수리검이 눈에 익은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러자 휴대전화를 들고 동영상을 찍던 사람이 놀라며 소리쳤다. "아니?! 이..이건..!! 아오타의 수리검이야..!” 그것은 아오타의 수리검이 맞았다. 시후가 그를 죽인 후, 그의 수리검을 정리하여 모두 보관해 두었는데, 쓸모가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그러자 남은 다섯 명의 닌자들은 갑자기 겁에 질렸다..! 마사테츠, 아오타를 포함한 4명의 닌자들의 비극적 죽음은 그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고, 이제 덴바야시 아오타의 수리검을 가진 자가 그들의 또 다른 가족을 죽였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찍던 사내는 휴대폰을 어디론가 휙 던지며 다른 4명에게 소리쳤다. "정렬!! 정렬해!!!”그러자 나머지 4명은 잠시 정신을 차리고 닌자 검을 꺼낸 뒤, 5명은 등을 맞대고 작은 원을 그리며 각자 다른 방향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닌자들이 수비할 때 가장 많이 쓰는 포메이션이다.이토 나나코는 이때 인기척을 듣고 눈을 떴는데, 문득 자신을 베려고 하던 남자가
눈앞의 이 미소를 띠고 있는 사내는 분명 자신이 오랫동안 그리워하고 그리워하던 시후가 맞았다..! 순간 나나코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수많은 질문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어떻게 시후 군이 여기에 있지? 왜??? 왜 여기에 나타났지?! 혹시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걸까?! 아니면.. 내가 이미 죽었고, 이 모든 것은 내가 죽은 뒤에 보고 있는 환각일까..? 조금 전에 시후 쿤을 한 번이라도 볼 수 있다면 죽어도 한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시후 군이 갑자기 나를 구하러 왔다고..?’ 나나코의 머릿속에 수많은 생각들이 모여들었고, 그녀는 놀라움과 흥분 때문에 온몸이 떨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이때 시후가 먼저 침묵을 깼고, 그는 이토 나나코를 보며 빙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토 나나코 씨, 오랜만이네요? 잘 지냈어요?”시후의 목소리를 들은 나나코는 마침내 자신의 눈앞의 모든 것이 환각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했다! 자신이 오랫동안 사랑에 빠져 영원히 다시 만날 기회가 없다고 생각하던 시후가, 그것도 자신이 가장 위급할 때 자신을 구하러 오다니..?! 나나코는 자신이 마치 성에 갇혀 있다가 백마 탄 왕자가 구하러 온 행복한 결말을 맞이한 공주가 된 것 같다고 느꼈다. 그녀는 이번 생에 지금 1분 1초를 이길 수 있을 만한 순간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심지어 지금 죽더라도 더 이상 후회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그녀는 더 이상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눈물 흘리며 큰 소리로 소리쳤다. "시후 군! 한국에서 이곳으로 돌아온 뒤 밤낮으로 당신과 재회하기만을 기다렸어요..! 그런데 선생님이 정말 올 줄은..."그러자 네 명의 닌자들은 마치 보스를 만난 것 같았고, 그 중 한 명은 이를 악물고 "이 자식, 아오타를 네가 죽였지?"라고 호통쳤다.시후는 잔혹하게 웃었다. "그렇지? 내가 죽였는데.. 어쩌라고?”그러자 닌자는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 "아 나쁜 자식!!! 내 덴바야시 가족 여섯 명을 죽여??! 우리는 네 목숨을 원한다!!"시후는 닌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습니다. 저도 제임스가 계속해서 페이셔스 그룹에 숨어있는 게 아닐까 의심이 들거든요.”이중열은 말했다. “이미 이 닌자들에게 배호영을 납치하라고 하셨으니, 닌자들을 통제하여 페이셔스 그룹에게 거액의 몸값을 요구하게 해보면 어떻습니까? 그리고 나서 그들을 사라지게 만들면, 페이셔스 그룹은 자연스레 납치극이 닌자들이 저지른 일로 여길 겁니다. 그렇게 되면 페이셔스 그룹은 일본으로 가서 이 닌자들의 정체를 추적하게 될 것이고, 닌자들의 친인척을 통해 제임스가 이들을 고용한 사실을 알아내겠지요. 이렇게 하면 페이셔스 그룹은 제임스가 이 닌자들을 고용해 배호영을 납치하게 했다고 생각할 겁니다. 결국 제임스가 진짜 배후라고 여기게 될 텐데, 그는 결국 어떻게 해도 해명할 길이 없겠지요. 저는 페이셔스 그룹이 일본 닌자들과의 연결점을 찾아내는 순간, 제임스가 당황할 수밖에 없다는 걸 확신합니다. 그때 그는 두 가지 선택을 해야 할 겁니다. 하나는 페이셔스 그룹에 모든 것을 자백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이 모든 짐을 짊어지고 도망치는 것이지요. 어느 쪽을 선택하든 페이셔스 그룹은 그를 가만히 두지는 않을 겁니다!”시후는 잠시 고민하다 물었다. “삼촌, 만약 제임스가 페이셔스 그룹에 자백을 한다면, 페이셔스 그룹은 그를 어떻게 처리할까요?”이중열은 주저하지 않고 답했다. “제가 페이셔스 그룹의 수장이었다면, 제임스가 와서 이런 일을 자백할 때 가장 먼저 그를 즉시 죽일 겁니다. 소문이 퍼지는 걸 막아야 하니까요! 왜냐하면 이 사건이 외부에 공개되면 페이셔스 그룹은 엄청난 타격을 받을 겁니다! 설령 배호영을 다시 찾지 못하더라도, 그의 아버지는 다른 자식들이 있지요. 하지만 그룹의 명성이 무너지면, 그 피해는 단순히 자손 하나의 문제가 아니게 될 겁니다. 따라서 배호영의 아버지조차도 그의 행동으로 인해 집안이 위태로워지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겁니다. 이렇게 큰 재벌가가 오늘날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도 필요한 순간엔 과감히 손실을
시후는 실수를 막기 위해 성도민이 보내온 배호영의 자료를 열어 배호영의 사진을 핫토리 카즈오 일행에게 보여주고는 주의를 주었다. "이 사람을 잘 기억해두도록. 잠시 후 그가 부하들을 데리고 함께 온다면, 그가 들어온 후 그의 부하들을 모두 처치해. 만약 그가 혼자 온다면, 바로 그를 묶어서 나에게 데리고 오면 된다. 알겠나?"핫토리 카즈오는 지체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은 선생님, 명심하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말했다. "만약 그가 다른 사람을 보내 상황을 살피라고 하면, 그냥 들어오게 두면 되고.""알겠습니다!" 핫토리 카즈오는 신중하게 대답하며 사진을 다시 한번 살피고는 이렇게 말했다. "은 선생님, 이제 배호영의 얼굴을 확실히 기억했습니다!"시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손짓했다. "이미 기억했으면 이제 너희 할 일은 다 끝났다. 나가도록 해."핫토리 카즈오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은 선생님, 그럼 물러가겠습니다.."라고 말하고, 일행과 함께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그들이 나가자마자, 고은서는 참을 수 없는 듯 물었다. "시후 오빠, 그 배호영이라는 사람은 왜 나를 납치하려고 한 거야?"시후는 냉정하게 말했다. "내가 캐나다에 있을 때 제임스라는 사람의 행방을 추적하고 있었는데, 이 녀석이 뉴욕에 온 뒤로 자취를 감췄어. 조금 전 나도 알게 된 사실인데, 그 배호영이 바로 제임스의 윗선이라고 하더라고. 그들은 젊은 여성들을 해치는 것을 즐기며, 그 수법이 매우 잔인해.. 아마도 넌 그들의 다음 목표였을 거야."고은서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이 자식 정말 악마네?! 나를 속이려고 이런 큰 연극을 꾸며?! 정말 용서할 수 없어!"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걱정 마, 내가 그에게 반드시 뼈아픈 대가를 치르게 할 테니까."고은서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시후 오빠, 이제 어떻게 할 거야? 그 배호영을 잡아두려는 거야?"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확고히 말했다. "당연히 그들을 그냥 두지는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솔직히 말해주면, 오늘 이 일을 배후에서 주도한 사람 중 한 명은 바로 페이셔스 그룹의 배호영이라는 자다. 그가 지금 이곳에 있으니, 네가 그를 잡도록. 아까 네가 말한 계획대로 그를 밖으로 운반해. 단, 그를 제임스에게 넘기지 말고 내가 사람을 보내 너와 접선해서 데려갈 거야. 일이 끝난 뒤, 너희 8명은 내 사람과 함께 떠나면 되고, 그들이 너희들의 안전을 지켜줄 것이다.”핫토리 카즈오는 배호영을 만난 적은 없었지만, 뉴욕에서의 페이셔스 그룹의 명성과 그들의 능력은 잘 알고 있었다. 페이셔스 그룹의 영향력은 일본의 이토 그룹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한 것으로 보였는데, 시후가 그에게 페이셔스 그룹의 장남을 잡으라고 하니 그는 공포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 핫토리 카즈오는 겁에 질려 울먹이며 애원했다. “은 선생님.. 저희 이가 닌자들은 항상 위태로운 상황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쓰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니 저희들이 만약 페이셔스 그룹과 얽히게 되면 가문의 사람들이 전멸할 수도 있습니다..”시후는 냉소를 지으며 차갑게 말했다. “핫토리 카즈오! 너희 이가 닌자들이 페이셔스 그룹과 얽히면 전멸할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나와 얽히게 되면 전멸은 확정이다!” 그는 몸을 일으키며 핫토리 카즈오를 내려다보았고, 냉정하게 말했다. “예전에 그저 그런 엘에이치 그룹도 마츠모토 그룹을 절멸 시켜, 개명하고 이름을 바꾼 아들마저 살아남지 못했다. 내가 그런 자들보다 약할 것 같나?! 만약 너희 이가 닌자들이 나와 대립하려고 한다면, 나는 이가 닌자들뿐 아니라 너희와 혈연 관계가 있는 모든 이들을 세상에서 사라지게 만들어 버릴 것이다!”핫토리 카즈오는 시후의 말을 듣고 마치 벼락을 맞은 듯 몸이 얼어붙었다. 그는 시후의 능력을 잘 알고 있었다. 시후는 자신을 가뿐히 처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블랙 드래곤을 통솔하며 수백 명의 최정예 군인들을 거느리고 있었다. 만약 시후가 이가 닌자를 멸족 시키기로 결심한다면, 그들이 시후
이중열과 고은서는 어안이 벙벙했다. 고은서는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알지 못했고, 이중열은 이들이 살기를 내뿜으며 들어왔다가 시후를 보자마자 그들이 무릎을 꿇은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두 사람이 몰랐던 사실은, 바로 핫토리 카즈오가 현재 굉장히 두려움에 떨고 있다는 점이었다.핫토리 카즈오는 심장이 터질 듯 빠르게 뛰며 극심한 공포와 통증을 느꼈다. 그는 구름산에서 시후가 돌멩이 하나로 블랙 드래곤의 단원을 죽였던 장면을 떠올리며, 시후가 조금이라도 기분이 나빠지게 되면 8명 모두를 저 세상으로 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계속해서 용서를 구하며 시후가 자신들을 살려줄 것을 기도했다.이때 시후는 흥미롭다는 듯 미소 지으며 말했다. “핫토리 카즈오, 가서 먼저 문을 닫아.” 핫토리 카즈오는 쭈뼛쭈뼛 떨리는 다리로 일어나 문을 닫은 후,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무릎을 꿇고 시후를 바라보며 간절히 애원했다. “은 선생님..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시후는 손을 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다들 성인인데, 아직도 어린아이처럼 공상을 하면 재미가 없잖아.”핫토리 카즈오는 절망에 휩싸여 필사적으로 용서를 구했다. “은 선생님.. 저희에겐 선생님의 명성이 이미 전설적으로 내려오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실력은 저희가 볼 때는 신과 같은 존재입니다. 저희는 정말 의도적으로 선생님께 적대감을 품은 것이 아닙니다.. 이 모든 건 누군가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습니다..”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누가 너희를 고용했지?” 핫토리 카즈오는 서둘러 대답했다. “제임스라는 사람입니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고, 그냥 제임스라고만 들었습니다.” 시후는 제임스의 자료를 꺼내 사진을 보여주며 물었다. “이 사람인가?” 핫토리 카즈오는 무릎을 꿇은 채 앞으로 기어가 사진을 확인한 후, 다시 뒤로 물러나며 머리를 조아리며 답했다. “예 은 선생님, 맞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물었다. “그가 얼마를 줬지?” 핫
오직 시후만이 예리한 감각으로 문 밖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과거 일본에서 덴바야시 가문의 닌자들과 맞섰던 경험을 떠올리며, 바깥에서 사용하는 무기가 덴바야시 가문의 닌자 덴바야시 아오타가 사용했던 수리검이라는 것을 감지했다.그러자 시후는 미간을 찌푸리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아.. 일본 닌자라니!” 이렇게 한 마디를 한 시후는 이미 손에 천혼인을 슬쩍 쥐고 있었다. 고은서가 이를 듣고 놀라서 물었다. “시후 오빠, 뭐라고? 일본 닌자..”고은서의 입에서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문이 발길질로 쾅 열렸다..! 이어서 핫토리 카즈오와 7명의 이가 닌자들이 빠르게 방 안으로 들어왔다. 두 소녀는 놀라서 비명을 질렀고, 핫토리 카즈오는 차갑게 동료들에게 명령했다. “여자들은 놔두고 나머지는 전부 처리해, 한 놈도 살려..!”고은서와 마찬가지로 핫토리 카즈오 역시 마지막 말을 끝내기도 전에 고개를 들었는데, 시후가 자신의 쪽을 바라보고 앉아있는 것이 보였다. 그 순간 그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율이 일며 온몸이 얼어붙었다. 핫토리 카즈오는 존경과 공포가 뒤섞인 목소리로 떨면서 말했다. “은.. 은 선생님?! 여.. 여기에 어떻게..?”다른 7명의 닌자들도 핫토리 카즈오의 시선을 따라 시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한순간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이며 절을 했다! 이들은 모두 시후가 지휘하는 전투에서 그의 엄청난 실력을 직접 목격했던 인물들이었다. 특히, 시후가 손짓 하나로 블랙 드래곤의 핵심 멤버들 중 2명을 손쉽게 처치하는 모습을 봤기 때문에, 그들은 시후를 신과 같은 존재로 여겼다. 그렇기에 시후를 보자 그들은 자연스럽게 혼이 빠진 듯 무릎을 꿇었다. 핫토리 카즈오는 주변 부하들이 모두 무릎을 꿇는 것을 보고 정신을 차리며 그제야 자신도 무릎을 꿇고 공포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은.. 은 선생님.. 죄..죄송합니다.. 저는 핫토리 카즈오라고 합니다.. 이토 그룹 밑에서 일하는 이가 닌자입니다.
이중열은 자신이 사건의 위험성을 남김없이 시후에게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시후가 전혀 동요하지 않는 모습을 보며 의아해했다. 그래서 그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생각했다. ‘하아.. 도련님이 정말 이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그리고 그는 또 다른 생각이 들었다. ‘은서준 상무님과 비교했을 때, 도련님은 용감하시기는 하지만, 전반적인 상황을 보는 시야는 부족한 것 같아.. 오늘 여기서 빠져나가지 못하면, 은서준 상무님이 혈통을 잇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이렇게 생각하자 이중열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그는 은서준에게 아들인 시후가 유일한 자식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오늘에서야 시후가 살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어도 은인의 유일한 자식을 이곳에서 죽게 놔둘 수는 없었다. 이중열은 자신이 20여 년을 겨우 연명하며 살아왔으니 죽어도 아쉽지는 않겠지만, 시후는 아직 젊었고 은서준과 안예선이라는 비범한 두 사람의 피를 물려받았기에 그를 이렇게 허무하게 죽게 두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중열은 급히 휴대폰을 꺼내어 911에 신고하려고 했다. 이제 그는 시후가 막든, 시후가 화를 내든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은 시후의 목숨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휴대폰을 꺼내서 잠금 해제를 하려는 순간, 휴대폰 화면 오른쪽 상단에 ‘서비스 없음’이라는 글자가 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속으로 놀라며 외쳤다. ‘이곳은 뉴욕의 중심지인데!? 어떻게 통신 신호가 없을 수 있지? 설마.. 설마.. 상대가 이미 신호를 차단한 건가?!’이중열의 추측은 맞았다.제임스는 닌자들이 행동을 개시할 때 만약의 상황에서 혜리가 신고할 기회를 주지 않으려 했다. 만약 작전 중에 혜리가 신고를 한다면 작전의 난이도가 굉장히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고를 하기라도 하면 모든 계획은 물거품이 될 것이다. 따라서 제임스는 혜리가 쉬고 있는 곳의 반경 20m 내에 여러 개의 신호 차단기를
시후는 메시지를 보고 나서 이 배호영이 바로 배유현의 조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시후는 곧바로 고은서에게 말했다. "우연히도, 내가 이 배호영의 이모를 알고 있어.""정말?" 고은서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그의 이모를 어떻게 알게 된 거야?"시후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야기하자면 길어."그때 시후의 휴대폰에 또 다른 메시지가 도착했다. ‘젠장!’ 시후는 속으로 욕을 퍼부었다. 하지만 이 메시지를 본 순간 머리는 맑아졌고 시후는 이렇게 생각했다. ‘이렇게 여기저기 제임스를 찾으려 해도 못 찾았던 이유가, 뉴욕으로 와서 배호영에게 의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군..! 페이셔스 그룹은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고, 뉴욕은 그들의 텃밭과도 같을 거야. 이곳에서 그들이 가진 힘과 자원은 블랙 드래곤과는 비교가 되지 않아. 만약 제임스가 페이셔스 그룹에 계속 숨어 있었다면, 블랙 드래곤이 한 달을 더 찾아도 그의 행방을 찾기 어려웠을 거다..!’ 이렇게 생각하며 시후는 확신했다. 오늘의 자선 만찬은 바로 배호영이 고은서를 함정에 빠뜨리기 위해 준비한 것이고, 그 뒤에는 제임스가 뭔가 계획을 세웠을 가능성이 매우 컸다.이때 시후의 표정은 이미 굳어져 있었다. 그는 정말로 예상하지 못했다. 페이셔스 그룹의 도련님이라는 인간이 감히 은서에게 손을 대려할 줄은!그 때 이중열은 시후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눈치채고는 급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도련님, 만약 상대가 정말로 나쁜 의도를 가지고 있다면, 바깥에 있는 몇 명의 경호원으로는 상대하기 어려울 겁니다. 제 예상으로는 상대는 자선 만찬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때를 노릴 테니, 이제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겨우 5분밖에 없습니다." 그는 곧 덧붙였다. "제가 하나의 지연책을 생각해냈습니다. 지금 당장 911에 전화해서, 이
시후는 다소 놀라며 이중열을 바라보고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중열 삼촌,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자신의 능력이 계속 향상되면서 시후는 이미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대응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므로 그는 위급 상황에 직면해도 쉽게 대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늘 긴장할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이중열은 달랐다. 미국에 온 이후로 이중열은 늘 신중하게 행동해왔다. 그는 한편으로 자신의 불법 체류 신분을 알아차릴까 걱정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홍콩에서 자신을 찾아올 가능성이 있는 조폭들을 경계해야 했다. 그래서 주변에 있는 모든 것에 대한 경계심이 강했고, 위험을 감지하는 감각도 자연스레 예민할 수밖에 없었다.이중열은 매우 진지한 표정으로 작게 말했다. "도련님, 이곳의 많은 세부 사항들이 뭔가 어긋나는 것 같은 기분입니다." 그는 자신이 느끼는 모든 의문점을 시후에게 털어놓았다. 시후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점점 표정이 차가워졌다. 이중열의 분석은 충분히 타당해 보였다. 한 두 가지 정도가 이상한 것이라면 우연일 수 있겠지만, 여러 요소들이 충돌하는 것은 더 이상 우연으로 설명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시후는 잠시 생각하다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중열 삼촌, 혹시 배호영이 은서에게 나쁜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네." 이중열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배호영은 페이셔스 그룹의 도련님이고, 이 자선 만찬에 참석한 최고위층 인물입니다. 그래서 그가 남을 돕기 위한다는 건 불가능 해요. 그가 분명히 주인공이겠죠." 이어 이중열은 "그는 페이셔스 그룹의 도련님이니, 뭔가 결정했다면 철저하게 계획을 세웠을 것이고, 위험을 남기지 않도록 했을 겁니다. 우리를 이런 퇴로가 없는 방에 가둔 건 그 의도를 명확히 보여주죠. 분명한 살의가 느껴져요, 도련님!"이라고 덧붙였다.시후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불현듯 실종 상태인 제임스가 떠올랐다. 그래서 시후의 마음속에 의문이 피어났다. 제임스와 배호영이 뭔가
VIP실은 비록 매우 고급스럽게 꾸며져 있고 가구도 세련되었지만, 이중열은 이곳이 전혀 안전하지 않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이 VIP실은 외부와 오직 한 개의 큰 문 만으로 연결되어 있었고, 그 외에는 완전히 밀폐된 공간이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이러한 방은 사생활 보호에는 최적이겠지만,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탈출의 기회가 전혀 없을 것이다. 이중열은 불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고, 이 자선 만찬과 이 밀폐된 방이 뭔가 숨겨진 비밀을 품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는 고은서에게 물었다. "은서 아가씨, 어떻게 이 자선 만찬에 초대받게 되셨죠?"고은서가 답했다. "저희 아빠의 지인이신 부회장님께서 부탁하셨어요. 이번 북미 공연 전 뉴욕 한인회와 여러 가지 협력을 했었는데, 며칠 전에 아저씨가 배호영 씨가 자선 만찬을 준비한다고 해서 참석해 주길 부탁하셨고요. 그리고 저는 만찬 주제가 의미 있다고 생각해서 오게 되었어요."이중열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오늘 자선 만찬의 주제가 동양인 고아들을 위한 것이죠?""맞아요." 고은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슬쩍 시후를 바라보며 말했다. "시후 오빠도 어렸을 때 보육원에서 고생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저는 고아들을 위해 자선을 많이 하고 있고, 저도 고아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기도 하고요."옆에서 조용히 시후를 지켜보던 김지우는 시후가 이 이야기를 듣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하며 조용히 시후를 바라보고 있었다. 둔감한 시후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이중열은 더 큰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그는 이 자선 만찬이 마치 고은서를 위해 기획된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다면 상대방은 도대체 무슨 목적을 가지고 이런 일을 꾸민 걸까? 배호영이 고은서에게 호감을 가지고 그녀를 기쁘게 하려는 걸까,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는 걸까? 이 방이 밀폐되어 있지만 않았다면, 그는 아마 배호영이 고은서의 관심을 끌고 싶어하는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방이 완전히 밀폐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