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후는 매우 당황했다. 그는 왠지 이 노인이 한눈에 자신을 정확히 알아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하지만 이 노인이 지금의 어려운 상황을 해결해주었으니,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먼저 부모님의 묘지에 인사를 드리는 것이고 다른 일들은 나중에 처리해도 될 것이었다. 그러자 시후는 "어르신, 감사합니다."라고 허리 숙여 인사를 드렸다. 말을 마치자 시후는 고선우를 부축해 임지연, 은서와 함께 돌계단을 올라갔다.다른 사람들은 따라오지 않았고, 어르신도 밑에서 조용히 서서 시후의 뒷모습을 보며 흥분된 마음을 필사적으로 억눌렀다.LCS 그룹의 묘소는 모두 아홉 줄로 나뉘어 있었다. 맨 윗줄은 LCS 그룹에서 가장 먼저 세상을 떠난 조상의 것이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항렬이 낮아진다.시후의 부모님은 아래에서 두 번째 줄에 묻혀 계셨다. 같은 규격의 무덤이 20개 정도 있는데, 그 중 앞에 비석이 있는 묘소는 단 하나밖에 없었다.고선우는 이 줄에 멈춰 서서 이 줄의 유일한 묘비를 가리키며 "시후야, 이게 바로 네 부모님의 묘소다.."라고 말했다.시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LCS 그룹에서는 우리 부모님만 중간에 돌아가셨고 나머지는 다들 살아 계신 건가요?”"맞아, 다들 살아있지.. 40대~50대 정도 되었어. 이 나이 정도면 다들 전성기라고 하지.. 너희 부모님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당하지 않았다면, 지금 그룹의 기둥이 됐을 텐데..”시후는 한숨을 쉬며 묘소에 더 가까이 다가갔다. 경호원들과 어르신 모두 아래에 있어서, 이쪽의 상황을 볼 수 없었기에 시후는 더 이상 위장하지 않고 고선우를 따라 갔다. 부모님의 묘소 앞에 다가온 시후는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벗은 채 묘비에 새겨진 부모의 이름과, 그들의 사진을 보며 순간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그의 머릿속에는 마치 영화 한 편이 빠른 속도로 재생되는 것 같았다. 머릿속에 이 영화는 자신이 기억하는 순간부터 여덟 살이 되는 해 까지를 기록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서 그의 머릿속은 더
돌계단 아래에는 경비원 몇 명이 꼿꼿한 자세로 서 있었다. 어르신은 두 손으로 구렁이 지팡이를 짚고 약간의 경외심을 담은 눈빛으로 시후를 바라보았다.시후는 말 대신 어르신에게 다가가 공손하게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어르신은 급히 지팡이를 서둘러 놓고 마치 절을 하려는 듯한 태도와 떨리는 입으로 말했다. "어휴~ 아닙니다 아닙니다~!”몇몇 보안요원들은 의아해했다. LCS 그룹의 은 회장이 어르신에게 인사를 할 때도 어르신은 눈도 깜빡하지 않는데.. 왜 다른 회사의 운전 기사가 인사를 하는데, 이렇게 정중하게 대하는 것인가..?이때 어르신이 시후에게 물었다. "총각, 한 마디만 말할 수 있을까?”시후는 "예, 말씀하시죠."라며 고개를 끄덕였다.어르신은 몸을 돌려 경호원들에게 "아무도 따라오지 마라.”라고 말했다.사람들이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시후는 고선우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어르신과 함께 산허리 너머로 걸어갔다. 이곳에는 자연 대리석으로 포장된 곳이 있었는데, 바로 산 옆에 있었다.시후는 줄곧 구름산 전체가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를 가지고 있음을 느꼈고, 이 크고 평평한 판을 보고 문득 전체 풍수의 중앙이 바로 이곳이라는 것을 깨달았다..!어르신은 시후를 데리고 이 단의 중앙에 서서 "구름산 전체와 구름산의 전체 풍수진은 사실 당신을 위해 만든 것입니다.."라고 공손하게 말했다.시후는 의아해하며 "나를 위해서요? 어르신.. 대체 무슨 뜻인지 모르겠습니다.. 저를 아십니까?"어르신은 "4년 전.. 그룹에 큰 일이 생겨, LCS 그룹의 용이 진흙탕에 빠져 헤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때가 바로 당신이 결혼할 때입니다."라고 말했다."결혼이요..?!" 시후는 "제가 결혼할 때를 말하시는 겁니까?!"라고 소리쳤다."맞습니다.." 어르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용이 진흙탕에 갇혔으니, 이 용은 바로 당신을 말하는 것입니다."라고 답했다.시후는 얼굴을 찡그리며 "내가.. 얕은 천에 갇혔다는 말입니까?”라고 물었다."그
이번에 안성에 오면서, 시후는 회춘단을 몇 개 챙겨왔다. 회춘단 한 알이면 고선우를 치료할 수 있다고 확신했지만, 안전을 위해 두세 알을 더 가져와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인이 점쳐서 나온 괘 중에서 사국에서 유일한 생명줄은 바로 자신이 지니고 있는 회춘단 밖에 없을 것이다..! 동시에 시후는 방금 노인이 한 말을 다시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보아하니, 자신이 서울에서 유나와 결혼했을 때 용이 진흙탕에 빠지게 되는 형국에 이르게 된 것 같았다. 노인은 조금 전 자신이 진흙탕에 갇힌 이유가 바로 강가에서 가정을 꾸렸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서울은 한강이 지나가는 지역이니 이 말이 딱 맞아 떨어지는 내용으로 보인다. 시후의 삶은 계속해서 험난했는데, 작년 봄.. 박상철의 갑작스러운 등장이 바로 자신에게 전환점을 가져다 주었다. 하지만 인생에서 가장 큰 전환점은 LCS 그룹 가족들이 자신을 다시 찾게 된 것이 아니라, 우연히 『구현보감』을 읽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시기가 바로 작년 봄이었다.오늘 어르신을 통해 모든 일의 전말을 알 수 있었는데 우선, 그룹에서 용이라고 할 수 있는 자신이 진흙탕에 갇혔기에 LCS 그룹 전체도 불행한 일이 계속해서 일어나게 되었다. 그에 따라, 그룹은 풍수가 어르신을 찾아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노인은 점을 쳤고, 동쪽 방항에서 자신의 수명을 10년 정도 늘릴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LCS 그룹에서 자신을 찾아오자,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그에게 주어진 수명 연장의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구름산처럼 풍수가 뛰어난 곳의 위치를 찾는 데만 해도 4년이 걸렸고, 이곳을 찾았을 때는 풍수를 가장 최고로 만들어 줄 수 있는 배열을 설정하여 시후를 위기에서 구했다. 시후가 진흙탕에 갇힌 상황에서 벗어나자, 그룹은 큰 위기를 넘겼고 시후는 더 큰 이익을 얻었다. 그리고 어르신은 자신이 이곳 구름산에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왜냐하면, 자신이 바로 그의 점괘에 나온
시후는 진지하게 답했다. "어르신께서 힘써 저를 도와주셨으니, 저도 당연히 어르신을 도와드려야 마땅하겠지요. 어르신께서 이 약을 복용하면, 10년의 수명을 늘리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겁니다.”노인은 회춘단이 무엇인지 전혀 몰랐지만, 시후의 말을 듣고 감격에 겨워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그리고 그는 이내 지팡이를 땅에 놓고 몸을 떨면서 무릎을 꿇은 채 두 손을 머리 위로 들었다.시후는 회춘단을 그의 손에 넣어준 뒤 그를 부축하며 일으켜 세웠다. "그럼 어르신, 이 약을 지금 복용하세요. 사실 어르신 연세 정도 된다면 복용 후 겉으로 보기에는 별 효과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진정한 효능은 어르신처럼 지혜로운 사람만이 느낄 수 있을 겁니다."노인은 이 상황이 감격스럽기 짝이 없었다. "감사합니다! 도련님!!"말을 마친 그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회춘단을 입안에 넣었다. 그러자 노인은 꼼짝 않고 눈을 감고 약 1분 정도 시간을 보냈다. 1분 후.. 그는 눈을 뜨고 눈물을 글썽이며 시후를 바라보다가, 다시 무릎을 꿇고 울먹였다. "도련니임!! 이 약은 정말 신비로운 명약이군요! 제 목숨을 더 연장해주신 은혜에 감사드립니다..!”시후는 서둘러 말했다. "어르신, 어르신께서는 저보다 훨씬 더 연세가 많으신 어른이세요.. 이렇게까지 공손하게 예의 갖추실 필요 없습니다!”그러자 노인은 진지하게 말했다. "당신은 용과 같은 분이고 저는 이 비단 뱀과 같은 구렁이에 불과합니다.. 그러니 언제든지 구렁이는 용을 보면 머리를 숙여야 하지요.. 아무리 천년 동안 도를 닦은 구렁이라도, 갓 태어난 어린 용을 만나면 반드시 무릎을 꿇어야 하는 겁니다! 아까는 옆에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신분을 밝히게 될까 봐 먼저 큰절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그러자 시후는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그건 그냥 옛날부터 내려오는 말일 뿐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으십니다.”하지만 노인은 매우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럴 수 없어요! 운명을 믿는 사람일수록, 하
시후는 박청운이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가 천수를 누릴 것이라는 이야기를 그에게 악수를 청하며 웃음 지었다. "이렇게 된 이상, 어르신의 남은 생의 행복과 안녕을 기원하도록 하지요!"박청운은 서둘러 "도련님의 축복에 감사드립니다..”라며 답했다. 그리고 박청운은 잠시 망설이다가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저.. 도련님.. 제가 충고 하나 드려도 되겠습니까? 꼭 들어 주셨으면 합니다만..”그러자 시후는 선뜻 답했다. "네, 어르신.. 말씀하십시오~ 귀 기울여 듣고자 합니다!”박청운은 다시 한 번 운을 뗐다. "비록 제가 도련님의 액운을 깨뜨리기는 했으나, 도련님께서는 계속해서 진흙탕이나 여울에 가까이 계시면 안 됩니다.”"그럼.. 어르신께서는 제가 어디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박청운은 정중하게 말했다. "흐음.. 제 생각에는.. 안성으로 오시거나, 못해도 안성과 가까운 곳으로 오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이곳은 풍수상으로 보자면, 태백산맥이라는 뿌리에서 기운이 뻗어 나와 그 뿌리가 차령 산맥으로 뻗어 나가는 방향에 위치하기 때문입니다. 장차 이런 곳에서 생활하신다면, 큰 기운이 흘러 들어올 것이며 풍수지리적 관점에서 말씀드리자면, 전설상의 용이 바다에서 마음껏 헤엄치며 뛰어노는 것과 같은 형세가 될 것입니다!”시후는 "제안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진지하게 생각해 보겠습니다."라며 빙긋 웃었다.박청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마치 시후의 마음을 알아차린 듯 진지하게 표정으로 말했다. "도련님.. 입립신고(粒粒辛苦)라는 말이 있지요.. 곡식 한 알 한 알에 농부의 피땀이 어려 있는 것처럼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하여 고심하고 애쓴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지 않습니까..? 그러니 고심은 하되, 먼저 자신의 마음을 속이지는 마십시오.. 어떻게 하든 모든 결정은 자신의 초심에 충실히 귀 기울이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아들었습니다. 오늘 좋은 가르침을 들었습니다.”“아닙니다.
송 회장이 박청운을 만나 모셔왔을 때, LCS 그룹의 대저택에 머물게 했고, 평소에도 매우 정성껏 대접했다. 하지만 구름산의 묘소가 만들어진 후 박청운은 그룹의 대저택에서 나와 이곳에서 살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송 회장은 LCS 그룹의 묘소에 어르신을 모시게 하는 게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비록 구름산 주변에 시설이 잘 만들어져 있고, 직원들을 위한 사무실과 거주 구역이 따로 있다고 해도, 송 회장은 박청운과 같이 나이 많은 노인이 이곳에 머무르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그가 만류해도 박청운은 기어코 이곳으로 짐들을 옮겨왔다. 왜냐하면 그는 여기서 줄곧 자신의 인연을 기다리며 점괘에 나온 그 생명의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 시후가 나타나서 그에게 10년의 명을 더 연장시킬 수 있는 회춘단을 선물 받았고 이제 4년 동안 열심히 이곳을 지킨 보답을 받았으니, 이제는 떠나야 할 것이다. 그래서 어르신은 경호 팀장에게 말했다. "그럼 회장님에게 내가 약속한 건 다 했다고 전해주게. 그리고 내가 가족들의 곁을 너무 오래 떠나서 향수병에 걸렸기에 작별인사는 따로 하지 않겠다고, 인연이 되면 다시 만나자고 말했다고도 전해주고..!?” 마지막으로 어르신은 모두에게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고, 시후의 앞에선 뒤에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흥분 가득한 눈빛으로 시후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껄껄 웃으며 허공에다 소리쳤다. "하하하!! 드디어 만났구나 만났어! 그럼 나는 고향으로 돌아 가련다~~” 이 한 마디만을 남긴 채, 그는 이미 자리를 떠나버렸다.고선우는 "아니.. 100세 노인에게도 이런 기운이 있을 수 있다니.. 정말 보통이 아닌 모양이야..?”라며 감탄했다.시후는 옆에서 웃으며 LCS 그룹 경호원들이 박청운의 뒤를 따라가는 틈을 타 고선우에게 말했다. "그럼, 아저씨~ 돌아가실까요?”"그래! 그러자~!” 고선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에 또 오자고!”라고 말했다.시후는 기사 역할을 계속해야 했기
고선우의 말에 시후는 빙긋 웃으며 "아저씨, 제가 아직 처리할 일들이 많아서요..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고선우는 그 말을 듣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한숨을 쉬었다. "후우.. 그렇구나.. 그럼 앞으로 자주 안성으로 와.. 나와 우리 집사람은 네가 꼭 안성에 와서 더 발전하기를 바라고만 있으니까.. 알겠지?”시후는 짧게 대답만 했을 뿐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않았다.그러자 고선우는 시후에게 물었다. "그럼 시후야, 내일 친구 할머니 생신 잔치에 간다고 했는데.. 선물은 준비했니?”"음.. 아직이요! 이따가 상점을 좀 둘러볼 생각입니다~” 시후는 비록 노인들에게 굉장한 의미가 있는 회춘단을 가지고 있었지만, 권여빈의 할머니를 만난 적도 없었고 생신을 축하한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비싼 선물을 줄 수는 없기 때문에 거리에 나가 10만 원 정도 되는 선물을 사서 마음을 표시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고선우는 시후의 대답을 듣고 바로 웃으며 말했다. "우리 집에 부채가 하나 있는데.. 이 부채가 중국의 제백석이라는 화가가 그린 거야. 부채에는 복과 장수를 기원하는 그림이 그려져 있단다. 부채살도 중국의 장인이 한 땀 한 땀 수제로 만들었다고 하더라.. 그러니 아마 어르신에게 생신 선물로 드리기에 부끄럽지 않을 만큼의 수준일 거야.”"아니에요 아저씨, 제가 어떻게 그럴 수 있겠어요~ 어떻게 아저씨의 물건을 지인에게 선물로 드릴 수 있나요. 제가 직접 가서 선물을 사드리면 되니, 괜찮습니다.”"에이, 시후야 사양할 게 뭐가 뭐가 있니? 부채 하나라면 그렇게 큰 가치는 없지만, 소재가 장수이니.. 아마도 어르신들에게는 선물로 딱일 것 같다. 집에 장식으로 두어도 되고, 여름에 사용할 수도 있으니까 말이야. 그럼 선물은 이걸로 결정하고 절대 나에게 사양하지 말어라. 그리고 더더욱 나를 남처럼 대하지 말고~ 안 그럼 다음에는 내가 화를 낼지도 몰라!”시후는 고선우의 태도가 단호하자 더 이상 고집을 부리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
시후는 코를 글적이었다. "저기.. 저는 어쨌든 여빈 씨의 절친의 남편이라고요..!”여빈은 조금 형식적으로 말했다. 그래요 알고 있죠. 가짜 남편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는 거요. 그 가짜 결혼도 4년 차.. 하지만, 그 소꿉놀이가 언제 끝날지 모르겠네요?”두 사람이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마침 한정판 벤틀리 한 대가 다가와 두 사람 옆에 멈춰 섰고 뒷좌석의 창문이 내려졌다. 차 안에는 화려한 옷차림을 한 중년 여인이 여빈을 바라보며 "어머 여빈아, 너 왜 나와 있니?”라고 물었다.여빈은 이 여자를 보자 황급히 웃으며 "아앗, 둘째 고모! 안녕하세요? 고모부는요?"라고 물었다.차 안에 있던 중년 여인은 "아직 바쁘대, 점심에 하는 생일 잔치 전에 온다고 하더라~”라며 너스레를 떨었다.여빈은 "그럼 사촌 오빠는요?"하고 물었다.중년 여인은 마지못한 듯 말했다. "어제 밤에 못 봤는데..? 근데 말이야 내가 짜증이 나 죽겠어! 네 사촌 오빠가 말이야.. 기억력이 너무 안 좋아! 몸이 회복된 지 얼마나 됐다고 또 밤중에 쏘다니는 거야!! 나중에 네 사촌 오빠 보면 한 소리 좀 해라!”여빈은 쓴웃음을 지었다. "둘째 고모, 사촌 오빠 성격 안 좋은 거 잘 알고 계시잖아요~ 아마 제가 말하면 난리도 아닐 걸요?”중년 여인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어휴.. 대체 몇 살인데 점점 버릇이 없어지는 거야..?” 그러더니 그녀는 여빈 옆에 있던 시후를 보며 웃음지었다. "오모, 이 총각이 혹시 네 남자 친구니?”여빈은 시후를 한 번 보고 부끄러운 듯 웃음지었다. "헤헤.. 아직 아니에요.”"아.직..?!" 중년 여인은 그 '아직'이라는 단어를 강조하며 "그럼 언제 '아직'에서 ‘네'가 되려나? 호호호!”여빈은 수줍게 말했다. "아휴..! 둘째 고모, 너무 팔불출이잖아요~ 어서 들어가셔요. 할머니가 기다리세요.”중년 여인은 웃으며 "그럼 두 사람 태워다 줄까?"라고 말했다.여빈은 급히 손을 내저었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저희는
중소단이 제이크 한의 입안에 들어간 순간, 시후는 그의 몸이 짙은 영기로 감싸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곧이어 이 영기는 제이크 한의 몸을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제이크 한은 특수 냉동복을 입고 있어서 외부에서는 그의 신체 변화가 보이지 않았지만, 시후는 그의 만신창이가 된 몸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재구성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일단 가장 먼저 회복된 장기는 심장이었는데, 거의 산산조각 난 그 심장은 이미 완전히 건강한 상태로 복원되었으며, 바로 다시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혈관에는 이미 혈액이 없었고 대신 극저온 보호액이 채워져 있었다. 하지만 중소단의 효과로 그의 조혈 기관들은 하나씩 단계적으로 회복되었고, 곧 대량의 신선한 혈액이 끊임없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원래 그의 혈관을 채우고 있던 보호액들은 새로운 혈액의 압력으로 인해 자연히 체외로 밀려났다.이후 그의 체온은 점차 본래의 온도로 돌아왔고, 전신의 외부 상처들 또한 가장 빠른 속도로 치유되기 시작했다. 다른 이들은 제이크 한의 변화를 잘 느끼지 못하고 그저 그의 피부색이 창백함에서 약간 혈색을 띄기 시작했다는 정도만 인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후는 제이크 한의 모든 변화를 똑똑히 보고 있었고,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중소단은 역시 재구성하는 약효가 뛰어나다는 말이 맞군... 마치 높은 곳에서 떨어져 산산조각 난 유리컵을, 단순히 조각들을 다시 붙이는 게 아니라, 흠집 하나 없이 완벽히 복원하는 것과 같아... 부서진 부분은 고쳐주고, 잃어버린 부분은 새로 자라나게 하니, 이 약은 정말 무지막지한 효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이때 제이크 한의 신체 장기, 사지, 심지어 혈액까지... 그의 몸은 이미 완전히 건강했던 시절의 상태로 회복되었고, 혈액이 충분히 보충되며 그의 심장 박동도 점점 강해졌다. 동시에 그는 점차 자발적인 호흡 기능도 되찾기 시작했다. 이제 다른 사람들도 눈으로 그의 가슴이 들썩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배유현은
이들 작업자 중 그 누구도 지금 자신들이 이렇게 단순하고 거친 방식으로 제이크 한을 해동시켜야 할 것임을 예상하지 못했다.제이크 한은 섭씨 영하 200도의 거대한 얼음 덩어리나 마찬가지였기에, 온수에 들어간 그 순간 수조 안의 물 온도는 급격히 떨어졌다. 작업자들은 다급히 순환 펌프를 가동시켜 가열 장치를 통해 물을 계속 데우며 수조 안의 온도를 섭씨 40도로 유지하려 애썼다.하지만 이처럼 무리한 해동 방식은 곧바로 큰 문제점이 드러나고 말았다. 제이크 한의 피부가 해동되기 시작하자마자 피가 배어 나오기 시작했는데, 마치 갓 해동된 소고기 덩어리와 마찬가지로 세포 내 액체가 파열로 인해 흘러나오며 혈액과 체액, 세포액이 섞인 핏물이 밖으로 배어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책임자는 얼굴을 감싸며 놀라 외쳤다. “회장님... 이건... 이건 사실상 되돌릴 수 없는 손상입니다...”배유현 역시 그 끔찍한 광경에 놀라긴 했지만, 그래도 침착하게 말했다. “됐어요, 이제부터는 여러분이 할 일이 아닙니다. 다들 물러가 주세요.”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결국 책임자가 앞장서 마음을 다잡고 말했다. “회장님, 그럼 저희는 먼저 나가 있겠습니다. 혹시 필요하시면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하나둘씩 현장을 떠나는 작업자들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곧 시후를 부르러 가려 했지만, 뜻밖에도 시후는 이미 휴게실에서 나와 있었다. 배유현은 피 섞인 물속에 담긴 제이크 한을 바라보며 긴장한 듯 말했다. “은 선생님... 제이크 한 경감의 상태가 좀 안 좋아 보입니다...”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신경 쓰지 마요. 뇌만 멀쩡하면 되거든요.” 시후가 이렇게 무리한 방식으로 따뜻한 물에 바로 담가 제이크 한을 해동하라고 한 이유는 바로 중대한 비밀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 비밀은 바로 중소단의 무차별적인 회복 능력이었다. 중소단에 있어서 인체의 모든 장기와 조직 중에서 회복할 수 없는 것은 뇌와 뇌에 저장된 기억들 뿐이었다. 그러나 제이크
시후는 제이크 한의 성격과 업무 스타일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제이크 한이 만약 다시 깨어나고, 예전의 기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면, 반드시 자신이 혼수상태에 빠지기 전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 전후 사정을 끝까지 파헤치려 들 것이 분명하다. 예컨대, 도대체 누가 페이셔스 그룹의 악질 사이코 배호영을 죽였는지, 또 누가 Samson 그룹 일가를 몰살시키려 했는지, 이 모든 진상을 기어이 밝혀내려 할 것이다.그래서 시후는 오히려 이 기회를 이용해, 제이크 한과 진심으로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눌 생각을 했다. 자신이 누구인지, 또한 배호영을 죽인 사람은 바로 자신이며, 그는 물론 Samson 그룹 전체를 구한 사람도 자신임을 정확히 알릴 계획이었다. 그리고 만약 제이크 한이 이 은혜를 알고 처신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앞으로 시후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고, 반대로 이 은혜에 대해 감사할 줄 모르고, 물고 늘어지기만 한다면 제이크 한의 기억을 완전히 지워버리고, 그를 기절시켜 뉴욕 길바닥 어딘가에 버려버리면 그만일 것이었다. 그렇다면 적어도 그의 목숨은 살려준 셈이기 때문이다.이렇게 결정한 시후는 배유현에게 지시했다. “배유현 씨, 7번 냉동 캡슐에서 액체질소를 모두 빼고, 제이크 한을 따뜻한 물에 담가서 해동시키도록 하십시오. 그 다음은 내가 알아서 처리하도록 하죠.”“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배유현은 시후가 어떤 방법으로 그를 살리려고 하는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그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와 존경이 있었기에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은 선생님, 보안을 위해, 먼저 함께 온 분들과 옆방에서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해동 작업이 끝나는 대로 다시 모시러 가겠습니다.”시후도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자신이 제이크 한을 되살린다는 사실은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을 것이기 때문이다. 시후의 동행인들은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있지만, 작업에 투입되는 일반 직원들은 아무래도 보안상 신뢰성을 보장하기
시후는 배유현의 안내를 받아 엘리베이터를 타고 건물 1층으로 내려온 뒤, 1층의 센터를 지나 특수 엘리베이터로 갈아타고 지하 5층의 냉동센터로 향했다.이 냉동센터는 본래 배원중이 자신의 시신을 보존하기 위해 마련한 장소로, 사용 연한은 무려 300년으로 설계되었으며, 그 보안 수준은 마치 대통령이 세계 종말 대비 계획에 포함된 방어 시설에 버금갈 정도였다. 비록 지하 5층이라 하지만, 실제 깊이는 거의 지하 100미터에 달했고, 전략적 물자도 완비되어 있었기 때문에 설령 미국 본토가 핵공격을 받더라도 무사할 수 있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이 냉동센터는 설계상 최대 100구의 시신을 보관할 수 있었지만, 현재 이곳에 진짜로 냉동된 인물은 실험용 시신들을 제외하면 단 한 명, 바로 제이크 한 뿐이었다.시후는 냉동센터에 들어서자마자, 마치 SF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광경에 압도되고 말았다. 이 공간 전체는 곳곳에 각종 장비들이 자리 잡고 있었고, 공기·산소·액체질소 등을 전달하는 굵은 배관들이 거미줄처럼 가득히 얽혀 있었다.그 중에서도 가장 압도적인 시각적 충격은, 질서 정연하게 늘어서 있는 수십 개의 거대한 스테인리스 탱크들이라고 할 것이다. 이 탱크는 하나하나가 최소 4~5미터는 되어 보였고,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면 인간이 한없이 왜소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 거대한 탱크들은 바로 인간을 냉동 보존하기 위한 냉동 캡슐이었다.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배유현은 이미 이곳의 모든 연구원과 직원들을 철수시킨 상태였기에, 지금 이 공간에는 시후와 시후의 동행자들 외엔 아무도 없었다. 지극히 한적한 분위기와 더불어, 이곳이 본래 초저온 시체 보관소이기에 더욱 섬뜩한 느낌을 주는 것 같았다.이때, 배유현은 시후의 곁에서 설명했다. “은 선생님, 현재 인체 냉동 기술 기준으로는 사람이 사망한 뒤 약 50시간에 걸쳐 서서히 온도를 낮추며 냉각을 진행하고, 그 후에 냉동 캡슐에 넣어야 세포가 급속 냉각 중 얼음 결정이 생겨 손상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시후의 말을 들은 스미스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는 미국 FDA의 수장이며, 미국 사회에서도 명실상부한 상류층이자 최고 수준의 엘리트 집단에 속해 있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시후는 너무나도 가볍게 현재 직책을 버리고 어렵게 이룬 모든 것들을 내려놓으라고 말하고 있었다. 이건 스미스에게 있어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었다.그가 한동안 멍하니 넋을 놓고 있자, 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냥 내 개인적인 조언일 뿐입니다. 천천히 고민해 보세요. 저는 볼일이 있어서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 말을 마친 뒤 그는 곁에 있던 배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배유현 씨, 갑시다.”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손하게 손짓했다. “은 선생님, 그럼 이쪽으로 가시죠.”스미스는 눈앞에서 시후와 배유현이 엘리베이터에 타고, 문이 천천히 닫히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는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곁에 있던 동료가 다가와 스미스를 부축하려 했지만, 그는 손을 저으며 거절했다. 그러고는 무언가 결심한 듯, 휴대폰을 꺼내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 즉 자신의 직속 상관에게 전화를 걸었다.미국 행정부 구조상, FDA는 보건복지부의 산하 기관이며 FDA의 인사권은 보건복지부가 갖고 있었다.전화를 받자 보건복지부 장관이 말했다. “어이, 스미스? 무슨 일인가?”그러자 스미스는 진지하게 말했다. “장관님, 제가 정중하게 사직 의사를 전하려 연락 드렸습니다. 앞으로 저는 FDA의 어떤 업무도 맡지 않겠습니다.”장관은 매우 놀라며 되물었다. “스미스, 도대체 무슨 일이야? 내 기억이 맞다면, 대학 시절부터 자네는 FDA를 이끄는 게 꿈이라고 했잖아. 그런데 이제 막 2년 정도 일했는데 벌써 그만두겠다고?”스미스는 단호히 말했다. “그렇습니다. 이미 결심했습니다. FDA 직책을 내려놓고, 지미를 데리고 한국으로 갈 겁니다.”“한국으로?” 장관이 급히 물었다. “혹시 지미를 데리고 구현제약을 찾아가려는 건가?”스미스는 잠시 망설이
게다가 구현재조환은 이미 구현제약에 큰 명성을 가져다 주었다. 그렇기에 이런 상황에서 구현재조환의 임무는 성공적으로 완수된 셈이었다.스미스는 시후의 말을 듣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고, 울먹이며 말했다. “은 선생님... 제가 듣기로는 구현제약이 현재 한국 내에서 가정 형편이 어려운 말기 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무료 집중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제발 제 아들에게도 그 기회를 한 번만 주십시오... 제 아들 지미는 너무 불쌍한 아이입니다... 저는 그 아이가 더 이상 암의 고통을 견디는 모습을 볼 수가 없습니다...”그러자 시후는 엄정한 표정으로 말했다. “당신도 말했듯이, 구현제약의 무료 치료 프로그램은 가정 형편이 어려운 말기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합니다. 가장 중요한 조건이 바로 '경제적 어려움'이죠. 그런데 당신과 당신 아들은 그 기준에 전혀 부합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 활동은 엄밀히 말해 한국 내에 있는 국내 환자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요. 따라서 한국 내에도 이 혜택을 기다리는 환자들이 수없이 많습니다. 그런데 제가 어떻게 기준에 전혀 맞지 않는 외국인에게 이런 소중한 기회를 줄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미안하지만, 현재 저는 도와드릴 방법이 없습니다.”스미스는 울면서 말했다. “은 선생님... 하지만 도와주지 않으신다면, 제 아들은 곧 죽게 될 겁니다... 겨우 12살짜리 아이가 암에 목숨을 잃는 걸 그냥 지켜보실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말했다.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한 번 논하자면, 매일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병으로 세상을 떠납니다. 그 중에는 당신 아들과 비슷한 나이거나, 혹은 더 어린 아이들도 많죠. 하지만 우리는 세상의 모든 사람을 치료해줄 수도 없고, 그럴 능력도 없습니다. 그러니 스미스 씨, 이런 감성팔이식 압박은 저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호소를 하기 전에 한 번 생각해 보시죠, 왜 미국에 있는 화이자나 노바티스 같은 글로벌 제약사들에는 그런 질문을 하지 않는
예를 들어, J.K. 롤링이 쓴 해리포터라는 소설을 생각해보자. 이러한 소설이 아무리 돈을 잘 벌어들일 수 있다고 하더라도 미국이나 중국과 같은 강대국들에게는 전략적인 가치는 가져다 줄 수 없을 것이다. 이 때문에, 백악관이나 중국 정부는 이러한 책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것이고, 저작권을 침해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국가나 기업들이 전략적 가치가 있는 특허를 발견하게 된다면, 그들은 가장 먼저 그 기술을 손에 넣을 방법을 궁리하기 시작한다.구현재조환의 놀라운 점은, 환자가 어떤 종류의 암을 앓고 있든, 어떤 병에 걸려 있는지도 상관없이 심지어 온몸에 질병이 전이가 되어 장기 기능이 망가지고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암 말기 환자라 할지라도, 이 약을 먹기만 하면 즉각 눈에 띄는 호전을 보인다는 것이었다!그렇기 때문에 이 약을 단순히 돈벌이용으로 쓴다면, 전 세계에서 엄청난 돈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암에 걸리기만 하면 자신의 전 재산을 다 털어서라도 구현제약에 갖다 바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약을 전략 자산으로 본다면, 단지 돈을 벌 수 있는 차원을 넘어, 다른 나라를 상대로 협상 카드로 쓸 수도 있고, 더 많은 양보를 이끌어낼 수 있는 협박 수단이 될 수도 있다.그래서 백악관이 처음 한 생각은 바로 이렇게 좋은 것은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한다는 것이었다.스미스는 시후의 불쾌한 표정을 보고는, 울먹이며 말했다. “은 선생님... 이 일은 이미 제 능력 밖입니다... 저는 어디까지나 FDA 책임자로서, 약물 승인과 감독만을 맡고 있지 군이나 CIA가 요원을 파견하는 것의 여부까지는 제가 관여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요...” 그러면서 스미스는 애절한 눈빛으로 시후를 바라보며 간청했다. “은 선생님, 저는 지금 단지 암에 걸린 제 아들의 아버지로서 부탁드리는 겁니다. 제발... 제 아들이 살 수 있도록 구현재조환을 조금만 더 팔아 주십시오...”시후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당신에게
제임스 스미스는 시후를 보자 몹시 놀랐지만, 동시에 절망 속에서 생명의 끈을 붙잡은 사람처럼 기뻐하며 감격했다.시후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 “스미스 씨, 당신이 여기에 왜 있는 겁니까?”스미스는 무의식적으로 공손히 대답했다. “은 선생님, 저는 FDA에서 진행 중인 몇 가지 임상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그 프로젝트가 현재 페이셔스 그룹의 의료과학기술센터와 협력하고 있어서 오늘 일부 정기 업무 차 이곳을 방문했습니다...” 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스미스는 무릎을 꿇으며 바닥에 엎드렸고, 눈물을 멈추지 못한 채 말했다.“은 선생님... 지금까지 정말 당신을 간절하게 다시 뵙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기회가 없었어요. 한국에도 여러 번 찾아갔지만, 구현제약 쪽 사람들도, 저 뒤에 계신 이화룡 씨도 저를 은시후 씨와 연결해주지 않았거든요... 심지어 이화룡 씨는 몇 번이나 소개비를 받고도, 계속 차일피일 만남을 미루기만 하고 전혀 도와주지 않았습니다...”시후 뒤편에 서 있던 이화룡은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으며 말했다. “이 양키야, 네놈이 은 선생님을 만나고 싶어 한 건, 속셈이 뻔했잖아. 내가 모를 줄 아나? 네 놈들의 목적은 구현재조환을 사들여서 미국에 가져간 뒤 역설계 하려는 것이었잖아! 내가 분명히 말해두지만, 네놈들이 준 소개비? 난 한 푼도 안 돌려줄 거다! 할 수 있으면 고소해봐!”스미스는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라, 그제야 이화룡이 바로 시후의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그는 허둥지둥 시후에게 해명하기 시작했다. “은 선생님... 저는 절대 구현재조환을 역설계 하려는 게 아닙니다. 저는 FDA 책임자로서, 진심으로 구현재조환을 미국 시장에 도입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러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제 아들의 병도 있지 않습니까. 예전에 겨우 상자를 얻었기는 했지만, 그마저도 백악관의 임원들에게 거의 다 빼앗기다시피 했습니다. 결국 정말 제 아들을 위해 쓸 수 있었던 구현재조환은 극히 소량이었어요. 그
“네 알겠습니다.” 시후가 말했다. “그럼 이따 뵙죠.”“네, 은 선생님. 이따 뵙겠습니다.”15분 후, 배유현이 탄 헬리콥터가 버킹엄 호텔 옥상에 착륙했다. 시후는 소이연, 안세진, 이화룡과 함께 헬기에 올랐다.30분 후, 헬리콥터는 뉴욕 교외의 외진 지역에 위치한 한 건물 상공에 도착했다. 이곳은 바로 페이셔스 그룹의 의료과학 기술센터였다. 이 건물은 반경 2km 내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건물로, 25층 규모에 보안도 매우 철저했다.헬기에서 내리자, 배유현이 앞장서며 길을 안내했고, 걸어가며 시후에게 설명했다. “은 선생님, 이곳은 예전에 할아버지께서 자금을 투자해 만든 의료과학 기술센터입니다. 주요 목적은 고급 치료기술과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와 실험이에요. 현재는 암 분야에서 가장 선진적인 양성자 치료 시스템, 세포 면역요법 등을 포함한 치료 기술들이 모두 갖춰져 있으며, 전 세계에서도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문득 뭔가 떠오른 듯 말했다. “아, 참! 은 선생님, 혹시 메이오 클리닉에 대해 들어 보신 적 있나요? 세계 최고의 암 전문 병원으로 불리는 곳이죠.”시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들어봤죠. 메이오는 전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으니 모르는 사람이 드물 겁니다.”그러자 배유현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곳의 암 진료팀의 구성원 중 60% 이상이 메이오에서 온 인재들이에요. 메이오의 최고 전문가들이 이곳에서 함께 근무하고 있고, 심지어 일부 최첨단 연구 분야에서는 우리가 메이오보다 앞서 있는 부분도 있어요. 왜냐하면 메이오는 수익성을 고려해야 하지만, 우리는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요.”이어 배유현은 이렇게 덧붙였다. “게다가 이곳에는 미국 내 최고의 장기 이식 센터, 최고의 암 진단 및 치료팀, 최정상 급의 심뇌혈관 및 노화방지 분야의 연구팀도 있어요. 그리고 우리의 냉동센터는 지하 5층에 위치하고 있는데, 최대 300년 동안 운영 가능한 구조로 설계되었죠. 할아버지께서는 생전에, 세상을 떠나면 곧장 이곳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