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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화

신유리는 말하다가 조금 씁쓸했다.

서준혁은 잠시 침묵하다가 무심코 되물었다.

"왜? 엄마 대신 돈 빌리게?"

말투마다 풍자의 의미가 담겼으나 다행히 이연지에게 돈을 안 빌려준 것 같아 시름이 놓였다.

그녀는 고개를 떨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돈, 빌려주지 마!"

서준혁은 약간 멈칫하다가 이내 코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그 위대한 효심은 어디 갔어? "

신유리는 천천히 한숨을 내쉬며 아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튼, 엄마한테 돈 빌려주지 않았으면 좋겠어. "

사실 신유리는 더 이상 이연지에게 다시 전화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의 그녀는 이연지의 소리만 들어도 등골이 오싹할 정도였다.

하여 서준혁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서준혁은 분명히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

가볍게 흥얼거리는 듯한 태도에 아무런 뜻도 읽을 수가 없었다.

신유리가 막 전화를 끊으려 할 때 서준혁은 그제야 입을 열었다.

"잊었어? 좀 있으면 주국병이 나올 때 됐는데? "

신유리는 눈살을 찌푸렸다.

요 며칠간 일들이 한꺼번에 꼬인 바람에 주국병의 일까지 챙길 여유가 없었다.

만약 주국병이 나온다면… 그날 병원 입구에서 주국병이 주먹다짐을 하던 무뢰한 모습이 떠올리며 신유리는 애써 침착하게 말했다.

"그들이 알아서 신고할 거야. "

"너의 엄마가 경찰에 신고할 것 같아? "

이건 생각할 필요도 없이 신유리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연지가 주국병을 그렇게 아끼는데, 경찰에 신고할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처음엔 신유리는 미미를 낳았으니 다시 엄마로 된 이연지가 어느 정도 주국병을 단속시킬 줄 알았다.

하지만 어제서야 그녀는 자신이 줄곧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느꼈다.

서준혁은 아직 일이 남아 있는 듯 말끝을 흐리며 냉담하게 말했다.

"끊을게. "

휴대전화를 들던 신유리는 제 자리에 서있더니 미간은 천천히 찡그러졌다.

서준혁은 전화를 끊자마자 강희성의 카톡이 날려왔다.

[다 준비됐어.]

서준혁은 한 번 훑어보고는 채팅방을 나갔고 이에 송지음의 메시지가 와 있었다.

송지음의 채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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