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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화

신유리는 도착했다고 일깨웠다.

"도착했어.”

서준혁은 움직이지 않았다. 술을 마셔서 그런지 그는 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토록 연우진이 보고 싶었어?"

그의 말투는 매우 담담하여 거의 아무런 기복도 없었다.

신유리는 멈칫하더니,

"우서진이 알려준 거야? "

우서진 말고는 할 일 없이 이 소식을 서준혁에게 알려줄 사람이 없다.

"연우진이 많이 신경 쓰이나 봐?"

지하 주차장의 불빛은 어두웠다. 차 안은 더더욱 그렇다.

신유리는 야맹증을 앓고 있어 서준혁의 앉은 위치는 흐릿하게 보이고 그의 표정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서준혁은 가볍게 '쯧쯧' 하며 무심코 입을 열었다.

"신유리, 연우진 집안을 봐서는 깨끗하지 못한 여자는 인정 안 할 거야. "

신유리는 한참 동안 어리둥절하다가 그가 말한 뜻을 알아챘다.

그녀는 눈을 감으면서 가슴에 맺힌 화가 한 차례 통증이 밀려왔다.

신유리는 천천히 정신을 가다듬고 목소리를 되찾으며 말했다.

"내가 그 깨끗하지 못한 여자야?"

서준혁의 말투는 여전히 담담했다.

"그건 모르지, 그냥 그렇다고. "

서준혁은 말하고 나서 차에서 내렸다.

그의 뒷모습이 천천히 모퉁이로 사라지자, 쭉 지켜보던 신유리는 핸들을 잡은 손을 천천히 조였다.

서준혁이 방금 한 말이 그녀의 마음에 깊숙이 박혔다.

'내가 깨끗하지 못한 여자였구나!'

'처음부터 그렇게 생각해 온 거야?'

'그러면 여태껏 날 갖고 논 거야?'

신유리는 차에서 한참 진정하다가 차가워진 손발을 녹였다.

서준혁은 늘 어떻게 하면 그녀를 고통스럽게 하는지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정말 잘 알고 있었다.

집에 돌아왔을 때, 신유리의 몸은 여전히 힘이 없어 나른했다.

옷도 갈아입지 않고 하이힐을 걷어차 바로 욕실로 들어갔다.

따뜻한 물이 머리 위로 흘러내리자, 그녀는 얼굴을 위로 내밀며 물줄기에 맞으면서 서있는 것이 마치 무언가를 씻어내려는 듯했다.

그녀의 피부는 원래 하얗기 때문에 뜨거운 물에 맞으면 금방 분홍색이 떠오른다.

분홍색이 달아오른 팔을 보면서 서준혁이 말한 깨끗하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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