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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화

신유리는 입구에서 잠시 서서, 방안에 대화 소리가 없어질 때까지 기다리다가 문을 밀고 들어갔다.

찻잔 테두리에 쏟아진 물 자국이 한눈에 안겨 왔는데 서창범이 방금 화를 낼 때 그랬을 것이다.

그녀는 잠시 걸음을 멈추다가 눈을 내리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회장님, 최근 석 달간 화인 그룹 시장 데이터입니다. "

서창범은 그녀를 한 번 쳐다보더니 무표정으로 차분하게 물었다.

"이번에 시한에 가보니까 어떠냐?”

신유리는 표정을 유지하면서 대답했다.

"괜찮던데요?"

"시한 쪽에 사람이 부족하다며?"

서창범이 말을 하는 동안 시선은 쭉 신유리한테 있었다.

신유리는 당황한 나머지 눈썹마저 떨렸다.

그녀는 줄곧 서창범이 하정숙보다 친화력이 더 좋다고 생각해 왔다.

처음에도 서준혁이 그녀를 집에 데려온 것에 대해 말로만 크게 반대하고 그 후 모든 일에서 늘 침묵을 지켰다.

그때 서준혁이 신유리를 기어코 회사에 들여보내겠다고 했을 때도 하정숙의 격한 반대에도 서창범은 그냥 경쟁 계약만 체결시키게 하고는 다른 말은 없었다.

당시 신유리는 20대 초반이어서, 서창범이 둘 관계를 인정한 줄 알고 기뻐하면서 계약서를 체결했었다.

지금 다시 보니, 처음부터 서창범은 신유리가 집안에 못 들이게끔 일찌감치 계획을 세웠던 것 같았다.

장사꾼이 이익을 제일 순위로 둔다고 하는데, 서창범이 그 전형적인 예가 아닐까?

신유리는 서준혁이 키워 온 사람이다. 하여 서창범은 그녀가 떠날 때 서씨 가문의 그 어떤 물건을 못 가져가게끔 퇴로를 다 막아버리려고 했다.

서창범의 태도가 이러하니 서준혁은 말할 것도 없다.

신유리는 가슴이 저려 통증이 밀려왔다.

그녀는 눈을 들어 옆에 앉아 있는 서준혁을 바라보았다. 서준혁도 그녀의 시선을 느꼈는데도 무시하고 시선을 피했다.

서준혁은 서창범의 말을 가로채며 물었다.

"아버지, 성안과 원정의 땅 싸움에서 이길 자신 있어요? "

"네가 어쩌다 성안 걱정을 다 하네?"

서준혁은 여전히 무표정으로 차분하게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서창범도 차를 마시려고 찻잔을 들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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