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리는 방 문 앞에 서있었고 바라만 봐도 모든 것을 알아차릴 수 있을 것만 같은 예쁜 두 눈으로 서준혁을 쳐다봤다.그도 그녀의 눈빛이 조금만 흔들리기라도 하면 증거라도 잡아서 따지려는 듯 뚫어져라 신유리를 바라만 보았다.하지만 신유리는 그에게 기회조차 주지 않으려고 그의 시선을 피해 서준혁 뒤에 있는 화분을 쳐다보며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제가 방금 부 선생님 일을 말한 이유는 조심해라고 알려주기 위해서예요, 저 혼자만 다치게 하려고 그런 짓을 벌인 것은 아닐 거니까.”부선생은 버닝스타와 이신의 말을 꺼내며 경계심을 풀어버렸고 실제로 그들에게 도움을 많이 주었었다. 게다가 이신도 부선생이 자기가 존중하는 선생님이라고 몇 번이나 귀띔을 했기에 뭐라 할 방법도 없었다.그래서 신유리는 제일 먼저 부선생이 자기에 대한 감정은 없으리라 확신했다.하지만 그녀가 아직까지도 모르겠는 한 가지 일은 부선생이 도대체 왜 자신의 실험실에까지 영향을 끼치면서 그런 행동을 하는 지였다.그렇지만 또 이런 일들은 이미 그녀가 걱정해야 할 일은 아닌 것 같아 고개를 들어 망부석이 돼버린 서준혁을 쳐다보며 냉정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저 할 말 다했어요, 이만 가보셔도 돼요.”그녀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방문을 닫으려고 하였지만 순간 서준혁이 손을 뻗어 문을 잡으며 힘을 썼다.서준혁의 손은 힘을 쓴 탓인지 핏줄들이 선명하게 튀어나왔고 신유리는 그런 그를 보며 말했다.“손 놓으세요.”그는 신유리를 쳐다보며 까만 눈동자가 조금씩 흔들리고 변해가더니 천천히 아주 천천히 입을 열었다.“신유리 씨.”서준혁은 한자 한자 신유리의 이름을 불렀고 그 순간, 복도 끝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는 바람에 그의 목소리는 묻혀버렸다.“유리 씨.”서준혁과 신유리는 동시에 고개를 돌렸고 주언은 자신의 캐리어를 끌고 이쪽으로 다가오며 신유리 방문을 잡고 있는 서준혁의 손을 힐끔 바라보더니 말했다.“저 방금 호텔 다 잡았습니다, 이제 저희는 저녁 먹으러 갈까요?”주언은 잠
주언의 말을 들은 서준혁의 표정은 얼음장처럼 차가웠고 주언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서는 이미 그의 기분이 매우 언짢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가 있었다.주언은 그를 신경도 쓰지 않으며 계속 말했다.“선을 잘 지키는 것 또한 요즘 성인들이 지켜야 할 기본적은 사교예의죠.”서준혁의 안색이 점점 어두워지는 것을 본 이석민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신유리 씨, 저 분은 누구입니까?”이석민은 신유리에게 눈빛으로 주언의 입을 막으라는 신호를 급히 보내줬다.하지만 이석민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신유리는 그의 시그널을 무시하고는 주언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입을 열었다.“가요.”주언은 신유리의 말에 서준혁을 힐끔 쳐다보고는 말했다.“데려다 줄게요, 걱정되네요.”“뭐가 걱정인데요?”“당신이랑 아이요.”자연스럽게 말을 하는 주언과는 달리 신유리는 그의 입에서 아이라는 단어를 들으니 기분이 뭔가 이상했고 주언은 데려다 준다는 말이 빈말이 아니었는지 정말로 신유리를 회의실 앞까지 배웅해줬다.입구 앞에서 신유리는 오혁을 마주쳤고 피할 새도 없이 그가 막 다가와 질문폭탄을 던져버렸다.점심이 되기도 전, 신유리가 아직 대학도 졸업하지 못한 어린 남자랑 연애한다는 소문이 금세 다 퍼졌고 장수영은 제일 먼저 신유리에게 찾아와 말을 걸었다.“언니 진짜 너무 대단하다, 대학생이라니. 정말 능력이 좋으시네요.”아침 댓바람부터 여러명이서 다가와 주언의 말을 꺼내는 바람에 신유리는 머리가 터질 것처럼 아파왔고 장수영의 말에 대충 응해줬다.“대학교 앞에 가서 서있으면 찾을 수 있어요, 대학생 남자친구.”장수영은 신유리의 옆에 다가와 앉으며 얼른 말을 이어갔다.“이 말도 맞는 것 같아요. 저 전남자친구도 대학생인데 정말 강아지같이 귀여웠다니까요.”대화를 나누고 있는 두 사람 뒤로 회의실 입구에 부선생과 그를 데리러 갔던 오혁이 나란히 들어섰고 오늘의 회의는 부선생과 곽선생이 같이 하는 일정이었다.신유리는 부선생의 온화하고 마냥 친절해 보이는 얼굴을 보고 인상을 찌푸렸고 왜
이른 시간이 아니었기에 회의실안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위층으로 올라갈 때, 복도는 쥐죽은 듯 조용했고 그들의 발걸음소리만 울려 퍼졌다.주언은 신유리의 옆에 가만히 서서 걷다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정말 냉정하신 것 같습니다.”신유리는 그를 힐끔 쳐다보고는 물었다.“무슨 뜻이죠?”“아까 그 서 대표님 말입니다. 신유리 씨 때문에 일부로 여기까지 오신 것 같던데.”주언은 긴 다리로 성큼성큼 올라갔고 얼굴 표정에는 여전히 아무런 감정이 없어보였다.“잘 못 보셨어요.”신유리의 대답에 주언은 약간 아쉬워하며 대답했다.“그렇군요, 보아하니 임아중 씨가 또 실망하겠습니다. 어제 저녁에 저한테 비방하나를 알려줬는데 제가 말해주기 전까지 목이 빠져라 기다릴 겁니다.”임아중의 성격을 잘 아는 신유리는 그녀가 어떤 비결을 가르쳐준다고 해도 그러려니 하고 있었다.그들이 올라간 다음 얼마 지나지 않아 이석민은 몇 명의 경찰들과 함께 들어섰고 서준혁은 제일 뒤에서 따라오고 있었다.신유리는 주언은 같이 서있다가 무표정한 얼굴로 서준혁을 슥 보고는 고개를 돌려 컴퓨터를 확인하러 갔다.그들이 있는 이곳은 옥상에 있는 cctv실이었고 전체 회의실에 설치되어있는 카메라들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가 있었다.직원은 유일하게 꺼져있지 않았던 그 cctv화면을 틀어주며 사건이 발생한 오후 시간쯤으로 배속해줬다.시작은 늘 그렇듯 별 다를게 없었지만 얼마 안 돼 계단 입구 쪽에 작업복을 입은 몇 명의 남자들의 모습이 눈에 띠였다.그중 한 남자의 손에는 그날 봤던 그 길고 묵직한 나무판자가 들려있었다.익숙한 남자를 본 신유리의 안색은 순식간에 굳었고 그 남자의 옆에는 찻잔을 손에든 “범인”도 보였다.신유리의 시선은 그 남자의 얼굴로 향했고 그 순간, 서준혁의 목소리가 들렸다.“잠깐 멈추세요.”그의 목소리에 뒤를 돌아본 신유리는 서준혁의 시선이 찻잔을 든 남자의 몸에 고정되어있는 것을 발견했고 그녀의 시선이 느껴졌는지 서준혁은 고개를 들었다.“입구에 cctv도 볼 수
이석민은 불편한 마음을 애써 억누르며 서준혁에게 물었다.“서 대표님, 송 비서님쪽은 어떻게 처리할까요?”‘그는 서준혁이 왜 이렇게 오랜시간 송지음을 건드리지 않는 것에 대한 이유를 알고 있었다.용화그룹은 전에 송지음에게 손을 대 화인의 기밀을 털어갔기에 화인그룹은 엄청난 손실을 크게 안았었다.하지만 본부 쪽에서는 서준혁이 저지른 실수에 대해서 불만이 많은듯했고 원래 서준혁을 본부로 불러들이려는 계획도 이 일 때문에 무산되었다.게다가 용화 그룹에 뒷통수를 맞은 서준혁도 이 일을 쉽게 내려놓지 못했다.그렇지만-이석민은 화면속 송지음을 보며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고 그 순간, 서준혁이 화가 잔뜩 난 목소리가 들려왔다.“내가 이런 것 까지 알려줘야 됩니까?”이석민은 그의 눈빛에 담겨있는 짜증과 냉기를 알아차리고는 곧 반응을 해 똑바로 서며 대답했다.“알겠습니다 대표님, 제가 당장 처리 하겠습니다.”“시간이 이렇게 늦었는데 어디서 어떻게 처리할겁니까?”이석민이 발걸음을 옮기기도 전에 서준혁이 그의 말에 반박했고 이석민은 그 자리 그대로 서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서준혁이 성큼성큼 자신의 옆을 지나가고서야 이석민은 반응 했지만 그는 차마 서준혁의 뒤를 따라갈수가 없었다.왜냐하면 지금 그의 기분과 태도는 그 누가와도 차마 다스릴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신유리는 주언과 호텔로 돌아왔고 주언은 호텔 입구에서 누군가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느라 신유리 혼자 먼저 올라가 버렸다.저녁에 입맛이 별로 없었던 신유리는 호텔 식당에서 대충 먹고는 방으로 돌아갔다.방안으로 들어서서야 신유리는 자신의 핸드폰에 부재중 전화 몇 통을 발견했고 발신인은 신기철이었다.신유리는 신기철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바로 전원을 꺼버리고 간단한 세안을 마치고는 잠에 들 준비를 했다.하지만 그녀가 아무리 누워서 가만히 있어봐도 도통 잠에 들지 못했고 어쩔 수 없이 몸을 일으켜 홍란의 계획안을 연구 하려고 하였다.너무 집중한 탓인지 시간이 어느덧 새벽이 되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신유리는 파티가 끝난 후 바로 서준혁을 데리러 갔다.그녀는 룸 문을 열었고, 열자마자 어린 여자와 마주치게 되었다.여자는 깔끔한 얼굴에 빛나는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사람의 호감을 사는 얼굴이었다.신유리는 그녀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 여자는 바로 비서팀에 새로 온 인턴 송지음이었다.송지음은 고개를 들어 신유리를 쳐다보았고, 그녀의 얼굴에는 당혹감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신유리에게 말했다. “유리 언니.”방금 밖에서 들어와서인지 신유리의 몸에는 차가운 공기가 조금 남아있었다. 그녀는 빼어난 용모를 가지고 있었지만, 자주 웃지 않는 탓에 사람들에게 왠지 모를 거리감을 주곤 했다.신유리는 담담하게 송지음의 말에 대답했다. 그녀는 룸 안을 한 바퀴 둘러본 후에야 시선을 송지음에게 멈추었다. “준혁이는?” 그녀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차가웠다.서준혁의 이름을 듣자 송지음은 당황하며 안절부절못하기 시작했다.그녀는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들더니 신유리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룸 안의 스피커 소리에 거의 묻힐 정도로 작고 부드러웠다.“서 대표님, 제 음료수 사러 가셨어요.”그녀의 말에 신유리는 눈썹을 찌푸렸다. 송지음을 쳐다보는 그녀의 눈빛에 이상한 감정이 조금 더 많아졌다.그녀도 서준혁을 오랫동안 따라다녔지만, 그동안 뭘 해달라고 번거롭게 만든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지난달, 신유리의 차는 누군가에게 미행을 당했고 그로 인해 왼쪽 손목이 다쳤었다. 모든 거동이 불편했지만 서준혁은 그녀에게 물 한 잔 따라 준 적이 없었다.위아래로 자신을 훑어보는 눈빛에 송지음은 마음이 더 불안해졌다. 그녀는 옷자락을 만지작대며 어색한 말투로 말했다. “서 대표님, 금방 오실 거예요.”하지만 신유리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저번 주에 급히 합정에 회의를 참석하러 갔었다. 오늘 서둘러 서씨 집안의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돌아온 것이다.서준혁은 집안사람들과 사이가 안 좋았다. 그래서 이런 가족 모임은 항상 신유리보고 대신 참
신유리가 다음 날 다시 회사에서 송지음을 보게 되었을 때 누군가 그녀를 곤란하게 만들고 있었다.송지음도 신유리를 보게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빠르게 시선을 거두었다. 피하는 느낌이 조금 있었다.신유리는 발걸음이 조금 멈칫했다. 하지만 이내 바로 대표 사무실로 들어갔다.단지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을 뿐이었다. 점심시간, 비서팀의 리사가 잘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리사가 바로 아침에 송지음을 곤란하게 만든 그 장본인이었다.오후가 되었을 때, 신유리는 대표 사무실에서 송지음을 만나게 되었다.그녀는 쭈뼛거리며 사무실 안에 서 있었고, 풋풋함이 가득한 앳된 얼굴과 낮은 목소리로 자신을 소개했다. “유리 언니, 성 대표님이 대표 사무실로 오라고 하셨어요.”서준혁의 말이 맞다. 송지음은 확실히 착한 사람이었다.신유리는 손으로 서류를 뒤적거렸고 눈꼬리를 치켜올렸다. 비록 앉아 있긴 했지만 그럼에도 그녀의 압박감은 엄청났다.그녀의 말투에는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서준혁이 너 보고 뭐 하라고 했어?”송지음은 더더욱 떨리기 시작했다. “옆에 따라다니면서 많이 배우라고 하셨어요.”신유리는 서류를 덮더니 담담한 목소리로 그녀의 말에 대꾸했다. 곧이어 그녀는 자리 하나를 그녀에게 가리켰다. “저기로 가.”대표 사무실 비서는 다른 비서들과 달랐다. 신유리까지 합쳐도 세 명밖에 되지 않았다.이렇게 송지음이 많아졌으니, 지금 상황에서는 제일 구석진 자리를 그녀에게 남겨줄수 밖에 없었다.송지음의 얼굴은 대놓고 굳어졌다. 하지만 그녀는 이내 빠르게 자신의 감정을 조절했다.머뭇대는 송지음의 모습에 신유리가 물었다. “더 할 말 있어?”송지음은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요. 고맙습니다, 유리 언니.”신유리는 뭔가 생각에 잠긴 듯 잠시 송지음을 관찰하더니 갑자기 입을 열었다. “서준혁이랑 어디까지 갔어?”송지음은 꼬리가 잡힌 듯 서서히 눈을 동그랗게 뜨며 황송한 얼굴로 신유리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불안한 모습으로 신유리에게 해명했다.“저와
신유리는 조용히 그들을 쳐다보고 있었다.서준혁이 말 한 그 일이, 송지음이랑 같이 야근하는 거였구나.그녀는 감정을 가다듬더니 아무 일 없는 척하며 핸드폰을 챙기러 안으로 들어갔다.두 사람은 그제야 그녀의 존재를 발견했다.송지음은 바로 긴장하기 시작했다. “유리 언니, 오늘 내로 꼭 보고서 완성할게요.”“그래.” 신유리는 그녀의 말에 대답하고는 책상에서 핸드폰을 챙겼다. “서 대표님이 도와주시는데, 당연히 다 완성해야지.”그녀의 말이 맞았다. 서준혁 같은 BOSS가 일을 도와주는데, 수월한 게 당연하지.단지 뭐라 대답해야 할지 몰랐던 송지음의 얼굴이 창백해질 뿐이었다.서준혁은 아무런 생각 없이 고개를 들어 신유리를 쳐다보았다. “왜 아직도 안 갔어?”신유리는 핸드폰을 흔들며 그의 말에 대답했다. “까먹어서. 지금 갈 거야.”호연의 파티는 금주 호텔에서 진행됐다. 모두 전부터 잘 알고 있던 사람들이었다.혼자 파티에 찾아온 신유리의 모습에 그녀에게 다가와 서준혁은 언제쯤 도착하는지 물어보는 사람도 있었다.신유리는 가뿐하게 상황을 처리했다. “저녁에 도저히 미룰 수 없는 회의가 있어서요. 최대한 빨리 오실 거예요.”다들 무슨 상황인지 대충 마음속으로 눈치채고 있었다.근데, 서준혁이 진짜로 왔다.파티가 절반 정도 진행되었을 때, 그가 송지음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왔다.남자의 고결한 분위기는 사람을 압도했고, 옆에 서 있던 아가씨도 귀엽고 발랄했다. 아주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신유리와 얘기를 나누던 사모님이 고개를 까닥이며 뒤를 가리켰다. “서 대표 옆에 있는 아가씨는 누구야?”송지음의 모습을 확인한 순간, 와인잔을 들고 있던 그녀의 손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서준혁도 그녀를 보게 되었다. 오가는 시선 사이로, 그녀는 바로 그의 뜻을 알아차렸다.신유리는 사모님에게 말 몇 마디를 건네고는 그에게로 발걸음을 돌렸다.“안 온다며?” 그녀는 와인잔을 든 채로 나른하게 물었다.“얘한테 좀 보여주려고.” 서준혁의 시선은 옆에 있는 송지음에
그럼 나는.나랑 서준혁이 함께한 8년은 뭔데?신유리는 인내심 넘치게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숨소리도 좀 더 가벼워진 듯했다.서준혁의 말투는 방금 송지음보고 착하다고 했을 때랑 별반 다름이 없었다. 단호하고 담담했다. “너도 알잖아. 너 내 스타일 아닌 거.”그건 맞지.처음에 잠깐동안 서준혁 옆에 여자가 없었던 것을 제외하고는 나중에 그가 만난 여자들은 모두 신유리와 큰 차이가 있었다.그녀는 착하고 말 잘 듣는 여자를 좋아했다. 하지만 신유리처럼 그의 말을 듣는 여자는 좋아하지 않았다.신유리의 눈동자에는 어둠이 숨어져 있었고, 그 속에서는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목소리만 여전히 물처럼 차가웠다. “오늘 밤 여기 있을 거야?”서준혁은 몸을 일으키더니 옆에 있던 외투를 챙겼다. “됐어.”신유리는 서준혁의 됐다는 말이 두 사람 사이를 가리키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단지 다음날 회사에 도착했을 때, 송지음의 자리가 그녀의 옆자리로 바뀌었을 뿐이었다.이 자리는 마침 대표 사무실과 마주 볼 수 있었다. 고개를 들면 바로 안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송지음은 그녀와 인사를 했다. “유리 언니, 좋은 아침이에요.”신유리는 가방을 챙기더니, 그녀의 눈동자에 담긴 숨길 수 없는 기쁨을 보며 담담한 말투로 대답했다. “내가 배정해 준 자리가 마음에 안 들어? 어제 말하지 그랬어?”그 말에 송지음은 멍해지고 말았다. 그녀는 허둥지둥 해명했다. “마음에 안 든 게 아니에요. 일하는 거 지켜보시겠다면서 서 대표님이 오라고 하셨어요.”말을 하던 그녀의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그녀는 이내 신유리의 존재를 인식했고, 서서히 눈빛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신유리는 본인이 백설 공주 계모가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일부러 사람을 괴롭히고 있는 것 같았다.“일해.”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송지음의 자리가 바뀌었다는 말은 빠르게 회사에 전해졌다. 신유리가 인수인계하러 아래층에 갔을 때, 그녀는 이러쿵저러쿵한 소문을 듣게 되었다.그들은 신유리의 모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