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지의 일에 외할아버지의 일, 그리고 회사 일과 서준혁, 그리고 송지음까지 너무 많은 일들이 그녀를 짓누르고 있다.하지만 지금 그녀는 무너질 권리도 없었다.원래부터 혼자인데 만약 무너지면 그녀를 일으켜줄 사람이 어디 있을까?없을것이다.정말 아무도 없으니 그녀 자신밖에 없을 것이다.신유리는 가녀린 손가락으로 운전대를 잡으며 수화기 너머의 무뚝뚝하고 담담한 남자의 목소리를 듣고 있었다.“신유리, 넌 네가 웃기지도 않아?”마치 바닷물을 들이마신 것처럼 가슴이 몹시 아팠다.하지만 바로, 수화기 너머에서 그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5분 줄 테니까 당장 올라와.”그는 말하고는 곧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신유리는 고개를 돌려 옆에 놓인 상자를 바라보았는데, 외할아버지가 주신 부적이 맨 위에 놓여 있었고, 외할아버지 글씨체로 ‘유리’라고 쓰여 있었다. 신유리라는 이름도 외할아버지가 지어준 것이였다. 유리처럼 투명한 아이가 되라고 그렇게 지으셨다고 하셨다.그러나 당시 외할머니는 유리라는 이름이 마음에 안 든다고 반대했다.신유리가 위층으로 올라갈 때 마침 퇴근 시간이라 우르르 내려오는 사람들과 마주쳤다. 그렇게 여러 사람과 인사를 나눴는데, 그 중에 송지음도 있었다. 신유리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다가 멈칫하는 것을 보았다.하지만 못 본척하고 바로 서준혁의 사무실로 향했다.그녀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릴 때 송지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회사 보안이 더 강화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왜 아무나 다 들어올 수 있게 하죠?”신유리는 걸음을 잠시 멈추었다.그녀는 대표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이석민이 서류를 안고 나오는 것을 보았는데, 이석민도 그녀를 보고는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떠났다.신유리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문을 열었다. 서준혁은 창문 앞에 서서 차가운 얼굴로 통화를 하고 있었다.신유리의 문을 여는 소리에 잠시 힐끗하고는 바로 다시 시선을 돌렸다.신유리는 그 자리에 서있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냥 고개를 떨구
신유리는 급히 병원에 도착하였고, 왕 선생과 몇몇 다른 의사들이 모두 사무실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오셨어요.”왕 선생이 먼저 입을 열었다.“외할아버지 수술 상황에 대해 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요.”신유리는 그의 굳은 표정을 바라보며, 비록 오는 길에 여러 가지 마음의 준비를 했지만, 걱정되는 마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하실 말씀 있으시면 하세요.”"사실 저희 병원에 연구 및 학습에 관한 계획이 있어요. 이전에는 환자분이 이 계획에 참여할 수 없었지만, 병원에서 자료를 검토한 결과 외할아버지의 병도 이 연구 계획에 부합된다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가족분 의견을 묻고 싶어요.”신유리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연구 학습이요?”"환자분이 수술하실 때 저희가 학습 자료로 사용할 동영상을 제작하는 거요."왕 선생이 이어서 설명했다.“물론 수술 부위만 촬영할 뿐, 환자분의 얼굴이나 다른 부위는 촬영하지 않아요. 하지만 이 역시 환자분과 가족분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죠.”사무실 안에 있는 모든 의사가 신유리를 쳐다보며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다시 대화의 흐름을 잡았다.“그럼, 저희 할아버지가 수술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요?”왕 선생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이건 가족분과 환자분의 뜻에 달려있습니다.”많은 가족들은 환자의 수술 영상 녹화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이 제안을 거부한다.전에 병원에서 잘 소통을 끝냈던 환자도 이 이유로 선택을 번복했었다.신유리는 그의 제안에 눈이 반짝였지만 이내 억제하며 말했다.“그럼, 제가 집도의에게 수술할 때 더 협조할 일이 있는지 물어봐도 될까요?”“집도의는 하 선생입니다. 원래 이번에 성남에 온 것도 연구 학습 때문이에요. 환자분이 따로 협조할 건 없습니다. 수술 과정은 일반 수술과 다들게 없으니 수술 중 녹화만 하면 됩니다.”신유리는 사무실에서 나온 후 곧바로 화장실로 갔다.그녀는 아직 좀 믿기지가 않았다. 전에 하성을 여러 번 찾아갔을 때는 거절하더니 지금 갑자기
우서진은 그의 전화가 울리는 것을 보고는 더 말하지 않고 인사만 하고 돌아갔다.서준혁은 그제서야 수신 버튼을 눌렀다.수화기 너머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다가 조금 지나서 신유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 지금 어디야?”그러자 서준혁이 코웃음치며 말했다.“그게 너랑 무슨 상관인데?”신유리는 아직도 병원에 있었다. 그녀는 방금 외할아버지에게 수술 얘기를 했고 외할아버지도 허락하셨다.그리고 나와서 그에게 전화를 건 것이다.신유리는 우연의 일치를 믿지 않는다. 그래서 이 모든 것이 운이 좋아서 됐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그건 바로 하성은 제일 병원의 의사가 아니기 때문에 녹화를 한다고 해도 그를 따로 모실 수 없다는 것이다!제일 병원도 성남시에서 가장 유명한 병원이니 학습 자료를 녹화할 의사 한 명 내세우지 못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그러니 지금 그녀가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서준혁뿐이였다.그녀는 오후에 그를 찾아갔는데 저녁에 바로 수술할 수 있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너랑 얘기하고 싶어. 우리 할아버지 수술에 대해서.”그러자 서준혁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나랑 얘기할 게 대체 뭐가 있어?”“내가 전에 말했잖아. 네가 도와주기만 한다면 난 무엇이든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고.”신유리는 서준혁에게 신세 지고 싶지 않았기에 그녀는 눈꺼풀을 드리운 채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수화기 너머에서도 서준혁의 목소리는 차가웠다.“그래.”신유리는 빨리 도착했다. 불과 30분 만에 서준혁의 앞에 차를 세웠다.서준혁은 그녀를 쳐다보며 말했다.“나 집에 데려다 줘.”그는 방금 우선진과 얘기를 나누면서 술을 많이 마셔서 운전할 수가 없었다.신유리는 아무 말도 없이 자신의 차를 세워 놓고, 서준혁의 차 열쇠를 받아 그의 차를 운전했다.그는 전에 신유리의 차가 작아서 불편하다고 싫어했다.두 사람은 돌아가는 내내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차에서 내린 뒤 신유리는 차 열쇠를 그에게 돌려
그 후 이틀 동안 신유리는 매일 병원, 성북, 그리고 별장 이 세 곳만 다녔다.이신 쪽도 모두 일 때문에 바빴다. 신유리는 허경천이 그들과 드리머 측의 소통이 유쾌하지 않다고 말하는 걸 들었다. 특히 드리머 측 기업도 끊임없이 부서를 찾고 있었다.신유리는 그들을 도와주고 싶었지만, 그들은 신유리가 요즘 외할아버지의 일 때문에 바쁘다는 것을 알고 동의하지 않았다.곡연은 그녀를 안심시키며 말했다.“유리 언니, 걱정하지 마요. 이건 작은 일이니 형님이 틀림없이 잘 처리할 거예요.”신유리도 자신의 현재 상태가 결코 많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요새 서준혁과 연락하지 않았다. 하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왕 선생이 그녀에게 전화해 병원으로 오라고 했을 때, 신유리는 사람을 불러 성북의 집 수도관을 수리했다.이쪽은 오래된 동네여서 안의 기반 시설이 모두 열악한 데다가 지금은 거주자가 적기 때문에 관리자도 없었다.낮에 나갈 때는 괜찮다. 적어도 밝으니 말이다. 하지만 밤에 돌아오면 아주 번거롭다. 단지 건물 입구의 가로등이 마침 고장났기 때문에 아주 어두웠다.신유리는 동사무소에 가서 아파트 관리자의 전화번호를 받은 뒤, 운전을 하고 병원으로 갔다.외할아버지의 수술에 대해 상세하게 상의하기 위해 병원에 갔다. 그들이 수술에 동의하자 왕 선생은 하성에게 연락했고, 두 사람은 시간을 금요일로 정하기로 의견을 모았다.신유리가 갔을 때, 하성은 이미 사무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안에는 많은 의사들이 있었다. 그중에 두 명은 일부러 다른 도시에서 온 하성의 제자였다.그녀는 표정을 가다듬고 빠른 걸음으로 들어갔다.“죄송합니다. 길이 막혀서 늦었어요.”하성은 냉엄하고 엄한 눈빛으로 신유리의 얼굴을 한 번 훑어보았다. 조금 불쾌했지만, 얼굴에는 드러내지 않았다.그리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환자의 검사 보고서가 모두 나왔습니다. 나이가 많아서 뇌내 혈전의 그림자가 흐
이연지는 미친 듯이 달려와 미미를 품에 안았고, 주국병은 발로 그녀의 팔을 세게 걷어찼다!이연지는 살짝 잠긴 목소리로 비명을 질렀지만 주국병은 거세게 욕을 퍼부었다. “쓸데없는 것, 네가 돌아올 낯짝이라도 있냐? 네 그 잘난 자식한테 가서 돈 몇 푼 받아오라는 게 그렇게 어려워? 네 입으로 말해 봐! 정말 남편이 그 사람들 손에 죽기를 바라는 거야?”그는 욕을 퍼붓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띠를 풀더니 이연지의 등을 마구 때렸다. 찰싹!크게 울려 퍼진 목소리에는 남자의 계속되는 저주와 모욕이 담겨있었다."내가 똑바로 말하는데, 남편 인생 힘들게 만들면 네 인생도 좋지는 않을 거야. 내가 이 돈벌이를 외국에 시집보내서 팔아넘길 거니까! 알아들어?!"이연지는 대답하지 않고 미미를 껴안고 울기만 했다. 주국병은 힘에 부쳐 의자에 주저앉아 짜증스럽다는 듯 마른 세수를 하였다.그는 이연지를 발로 걷어차며 낮고 무서운 목소리로 말했다. "나 지금 농담하는 거 아니야. 사실 밖에서 돈을 빌렸어. 안 갚으면 우리 식구 셋 다 죽는다고!"이연지는 잠시 멈칫 하더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게 대체 무슨 말이야?”“무슨 말이긴 뭐가 무슨 말이야? 남편이 밖에서 돈 좀 빌렸다고!"주국병은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말했다. "네 그 배은망덕한 딸은 아버지한테는 관심도 없으니, 내가알아서 방법을 찾는 수밖에 없지.”이연지는 그의 말을 듣고 한동안 멍하니 미미를 껴안고 있다가 갑자기 주체할 수 없이 울기 시작했다.신유리는 합정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르고 있었기에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이신을 따라 여정원을 보러 갔다.시내 중심가에 있는 한 카페에서 여정원과 약속을 잡았고, 그는 리사를 데리고 왔다.리사는 신유리를 보고도 별로 놀라지 않고, 오히려 웃으며 인사했다.여정원은 겉으로는 자상한 척 신유리에게 손을 내밀었지만, 끈적한 눈빛으로 그녀의 몸을 훑어보았다. "유리 씨, 저희가 다시 협력할 수 있게 되어 정말 기쁩니
외할아버지의 수술은 금요일 오전에 예정되어 있었다.신유리는 한밤중에 병원에 도착했는데,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해 외할아버지 곁에 있고자 바로 병원으로 향했다.하성은 외할아버지의 기본적인 컨디션이 너무 좋지 않아 보여 일반인에 비해 위험도가 높다며 수술에 대해 많은 기대를 갖지 말라고 그녀에게 여러 번 상기시켰다.사실 신유리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외할아버지가 남은 여생을 허송세월로 보낼 수는 없다는 생각에 결국 수술을 선택하게 되었다.병실에 도착했을 때 외할아버지는 아직 쉬고 있었고, 신유리는 그를 방해하지 않고 병실 밖에서 기다렸다.아침 6시, 외할아버지가 잠에서 깨어났다. 그의 수술은 첫 번째 순서로 예정되어 있었다.그는 마취 때문에 어젯밤부터 금식을 했다. 신유리는 평소와 같은 표정으로 면봉을 물에 담가 그의입술에 발라 수분을 공급해주었다.외할아버지는 흐릿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고, 신유리는 미소를 지으며 속삭였다. "걱정하지 마세요, 하 선생님은 능력 있는 분이시니까요. 한숨 주무시고 일어나면 모든 것이 괜찮아져 있을 거예요."외할아버지는 입을 열고 천천히, 한 글자 한 글자 말했다. "걱정…마라."신유리는 잠시 멈칫 하더니 고개를 푹 숙여 표정을 숨겼다.그녀는 외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가볍게 주무른 뒤 주머니에서 작은 부적을 꺼냈다."보세요, 제가 부적을 가져왔어요." 신유리는 부적을 외할아버지 앞에 놓았다. 그녀의 눈시울은 붉어졌지만, 꾹 참고 말하며 감정을 숨겼다.외할아버지가 그녀의 마음을 알아차렸는지 모르지만, 손가락으로 열심히 부적을 쓰다듬었고, 입술을 살짝 움직이며 무언가 중얼거렸다.이신이 전화를 걸어왔을 때, 외할아버지는 막 수술실로 들어간 상태였다.수술은 대략 5~6시간 정도 걸렸고, 신유리는 그를 따라 수술실 밖 대기실에 도착했다.그녀는 전화를 받았고, 시선은 여전히 불이 켜진 수술실 문을 향해 있었다.그때 이신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외할아버지는 수술실에 들어가셨어?"이신은 신유리가 한밤
신유리는 대기실에 도착했을 때 연우진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그는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유리야, 나 지금 출장 와 있는데 방금 너네 외할아버지께서 수술을 받으신다는 소식을 들었어. 지금 상황은 괜찮아?"신유리는 요즘 너무 바빠서 연우진과 연락을 하지 못했다. "괜찮아. 그리고 너무 걱정하지 마. 외할아버지께서는 덕을 많이 쌓으신 분이라 분명 괜찮으실 거야."신유리는 고맙다고 말하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잠시 침묵을 지킨 연우진은 먼저 한숨을 내쉬며 자책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 유리야, 왜 네가 힘들 때마다 나는 네 옆에 없는 걸까?"신유리는 휴대폰을 들고 말했다. "어쨌든 다 내 일인 걸.""난 정말 무능한 친구인 것 같아." 연우진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최근 집안 일을 많이 맡아서 처리하느라 대부분의 시간을 출장으로 보내고 있었기에 신유리는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라 그저 “걱정하지 마.” 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내가 가기 전에 이신에게 좀 더 잘 챙겨달라고 했어. 어려운 일 있으면 바로 걔한테 찾아가 봐." 연우진은 몇 마디 더 한 뒤 전화를 끊었다. 그는 정말 바쁜 듯해 보였다.그런데 전화를 끊기 전, 신유리는 전화기 너머에서 한 소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신유리는 잘못 들었다는 생각에 고개를 저으며 더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그런데 전화를 끊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휴대폰 화면이 켜졌고, 이번에는 이연지였다.신유리는 망설임 없이 전화를 끊었다.이연지가 그녀를 찾는 경우는 돈 문제 이외에는 없었다. 신유리는 오전 내내 대기실에 앉아 있었고, 오후 1시가 되자 수술실 문이 열렸다 하성이 지친 표정으로 나왔고, 신유리는 일어설 힘조차 없어 멍하니 하성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가까이에 있는 사람이라면 다 알 수 있을 정도로 그녀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의자 가장자리를 쥐고 있는 손에는 힘이 들어갔고, 그 탓에 손이 하얗게 변해있 었다.신유리는 두려워졌다. 수술이 끝날
중환자실의 면회시간은 모두 오후였으며, 외할아버지는 막 수술을 마쳤기 때문에 감염 예방을 위해 당분간 면회가 불가능했다.신유리는 이곳에서 필요한 모든 절차를 완료한 뒤였기에 더 이상 할 일이 없었다.그녀는 원래 오늘 밤까지 병원에서 잘 생각이었지만, 저녁에 뜻밖에도 임아중이 찾아왔다.임아중은 병원에 오는 것 임에도 여전히 하이힐을 신었다. 그녀는 자신이 몸집이 작아 이렇게 해야 포스 있어 보인다고 했다.임아중은 오자마자 눈살을 찌푸린 채 신유리를 살펴보았다. "몰골이 왜 이래? 이신이 나한테 너 데리고 저녁 먹으러 가라고 한 게 드디어 이해가 간다."신유리는 몰골이 보기 흉하다는 말을 여러 사람에게 들었음에도 크게 개의치 않고 턱을 매만지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난 괜찮아.""괜찮긴 무슨, 너 지금 너무 초췌해." 임아중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 저녁 안 먹었지?"신유리는 저녁뿐만 아니라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외할아버지의 수술을 걱정하느라 전혀 식욕이 없었다."두 사람 정말 대단하다." 임아중은 몇 마디 중얼거리더니 덥석 신유리의 손을 잡았다. "나랑 밥 먹으러 가자, 외할아버지가 방금 수술을 마치셨으니 지금은 못 뵙겠네. 먼저 푹 쉬어둬. 네 몸이 상해 있으면 외할아버지가 회복하셨을 때 걱정하실 거 아니야!"신유리는 그녀가 자신을 끌고 가도록 내버려 두었다. 그녀도 임아중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었다.다만 임아중은 곱게 자란 탓에 병원 근처의 작은 식당은 마음에 들지 않아하며 신유리를 끌고 도심의 번화가로 차를 몰고 갔다.임아중은 그녀를 태국 음식점으로 데려가며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여긴 친구가 오픈한 가게야. 어제 막 오픈했어."신유리는 음식에 별로 관심이 없어 주문의 모든 것을 임아중의 선택에 맡겼다.주문을 마친 뒤, 테이블 위에 놓인 임아중의 휴대폰이 울렸다. 임아중은 눈을 고개를 숙이고 부드럽게 말했다. "우서진은 머리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걸까? 요즘 들어 나를 왜 이렇게 귀찮게 하지?”신유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