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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3화

임유진은 지금, 이 상황이 제대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지금의 유승호는 그날 밤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유진 씨, 제발 받아주세요. 그날 일은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그런 식으로 무시하고 옆에 계속 세워두는 게 아닌데... 사실은 그 뒤로 줄곧 이렇게 제대로 사과드리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이 사죄의 마음을 표현해야 할지 몰라 오늘 이렇게 제 나름의 성의를 들고 온 겁니다. 그러니 제발 받아주세요.”

유승호는 거의 애원하며 말했다.

임유진은 상자 속 물건을 아직 보지 않았지만 딱 봐도 비싼 물건 같았다.

“이럴 필요 없어요. 그리고 지난번에 사과의 의미로 이미 장미를 보내지 않으셨어요?”

대체 왜 며칠이나 지난 지금 갑자기 또 노란 장미를 보내며 직접 사과까지 하려는 걸까.

“그, 그럼 이것 역시 사과의 의미로 받아주세요!”

유승호는 한사코 그녀에게 상자를 들이밀었다.

오늘 임유진이 이 물건을 받아야만 앞으로의 모든 게 평화로울 것 같았다. 제대로 사과하지 않으면 정말 남은 인생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될지도 모르는 노릇이니까.

임유진은 한숨을 내쉬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덜덜 떠는 그의 손을 보며 유승호가 뭔가를 무서워하고 있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니요. 정말 필요 없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단호하게 거절했다.

이에 유승호는 거의 울고 싶어졌다. 솔직히 이렇게 선물을 건네주는 것도 임유진이 처음이었다.

“제발요. 만약 받아주지 않으면 여기서 무릎까지 꿇을 겁니다!”

“유승호 씨 장난은 이쯤 하세요.”

장난이라니... 유승호는 절대 장난으로 하는 말이 아니었다.

그는 사과 한번 하는 것이 이렇게도 어려운 일일 줄은 몰랐다. 그날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아예 임유진과 엮이지 않을 것이다.

왜 하필 강지혁과 강현수가 동시에 좋아하는 여자를 건드렸을까.

둘 중 아무나 그날 일을 가지고 문제 삼는다면 유승호는 그날로 죽은 목숨일 것이다.

유씨 집안은 그를 지켜주려 하기도 전에 바로 흔적도 없이 사라질 테니까.

두 사람이 계속 상자를 받고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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