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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9화

“네 일이잖아.”

강지혁은 아주 당연하게 대답했다.

“찾아온 건 맞지만 딱히 별말은 안 했어.”

임유진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강지혁은 마치 그녀의 모든 꿰고 있는 듯했다.

여전히 강지혁의 감시 아래 있는 건가?

“그래?”

강지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임유진의 앞으로 다가갔다.

“솔직히 궁금해. 왜 강현수한테 네가 그때 그 여자아이라고 얘기해주지 않은 거야?”

임유진의 몸은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강지혁은 손끝으로 그녀의 입술을 매만지며 다시 한번 물었다.

“대답해줘. 왜 말 안 했어?”

임유진은 갑자기 코가 시큰거렸다.

왜 말 안 했냐니.

어떻게 이런 걸 질문이라고 할 수 있지?

기억을 되찾은 뒤에도 강현수에게 얘기하지 않은 건 강지혁을 너무 사랑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배여진이 그녀의 행세를 하며 강현수를 속여도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

강지혁이 그 일로 불안해하는 걸 원치 않았으니까. 그래서 강현수와의 모든 걸 끊기도 마음먹은 것이다.

임유진은 그에게 충분한 안정감을 주었다고 생각했지만 돌이켜보면 그에게 자신이라는 존재는 그렇게 중요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흥미를 잃으면 언제든지 버릴 수 있는 장기 말 같은 거였다.

“왜 내가 얘기 안 했을 거라고 생각해?”

강지혁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

“그걸 말했으면 아까 너 혼자 오지 않았을 테니까.”

임유진이 진실을 말했다면 강현수는 절대 그녀를 혼자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임유진은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말했다.

“말할 필요를 못 느낀 것뿐이야. 이미 지난 일이기도 하고.”

“그 사촌 언니라는 여자가 네 행세를 하며 그딴 태도를 보이는 데 정말 괜찮아? 만약 네가 원한다면 더 이상 사칭하지 못하게 내가 해결해 줄게. 강현수가 그 여자를 감싸고 돈다고 해도 말이야.”

“필요 없어.”

임유진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가족 간의 정, 뭐 그런 거야?”

“그런 거 아니야.”

임유진은 배여진에게 가족 간의 정 같은 것을 느껴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그녀의 행동을 가만히 지켜보는 건 배여진도 결국 외할머니 손녀이고 어릴 때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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