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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작가: 유진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아니.”

아무렇지 않은 듯 대답했지만 강지혁의 뇌리에는 어제의 일이 갑자기 들이닥쳤다. 임유진을 침대에 눕힐 때, 유진이 갑자기 자기를 깔아 눕히던 기억.

그 순간만 떠올리면 놀랍기만 하다. 자기가 방심했다는 것에 대한 놀라움. 만약 상대가 지혁의 목숨을 노렸다면 아마 반항도 못 하고 바로 죽었을 거다.

언제나 경계심이 많던 지혁이었기에 자신의 경계가 허물어졌다는 걸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때, 그가 다시 몸을 일으키기도 전에 유진은 두 손으로 그의 얼굴에 손을 갖다 대고 눈을 덮고 있던 앞머리를 들어 올리고는 두 눈을 소중하다는 듯 어루만졌다.

“혁아, 너 눈 진짜 예뻐…… 마음에 들어…… 좋아…….”

나지막한 중얼거림이 잇따라 귓가에 들려왔다.

“좋다고?”

이 단어는 그가 살아오면서 수도 없이 들었던 단어라 낯설지 않았다. 여자들은 다 지혁에게 좋아한다 눈이 마음에 든다 등과 같은 말을 해왔었으니까.

지혁의 두 눈은 아마 유일하게 어머니를 닮은 부분일 거다.

그리고 지혁이 어렸을 때, 지혁의 아버지는 매번 지혁의 눈을 멍하니 바라보며 조용히 읊조리곤 했다.

“이런 눈은 다정해 보이지만 제일 매정해. 혁이 넌 앞으로 다정할지 매정할지 모르겠네.” 하고 말이다.

생각에 잠겨있던 그때, 유진의 대답이 들려왔다.

“응…… 왜냐하면…… 딸꾹…… 아주 맑고 깨끗해.”

‘깨끗하다고?’

지혁은 피식 웃었다. 지혁의 눈이 깨끗하다고 말해준 사람은 유진이 처음이다.

“마치…… 죄악에 물들지 않은 것처럼…… 엄청 깨끗해.”

유진은 술에 취한 모습으로 자기의 얼굴을 지혁의 얼굴에 바싹 붙인 채로 읊조렸다.

“혁아, 무서워하지 마…… 내가…… 너 보호해 줄게…….”

그리고 말을 채 끝마치지도 않고 지혁의 가슴에 엎드려 잠들어 버렸다.

‘날 보호한다고? 자기도 보호하지 못하면서 누가 누굴 보호한다고 그래? 진짜 바본가?’

“아무 짓도 안 했어. 그냥 고꾸라져 자던데?”

지혁은 어제의 기억을 접어두고 아무렇지 않은 듯 대답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유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던 그때, 지혁은 붉게 부어오른 유진의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얼굴 아직도 아파?”

“괜찮아.”

이 말은 사실이었다. 유진이 감옥에서 겪었던 일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으니까.

“어제 대체 무슨 일 있었던 거야? 왜 그렇게 술에 취한 채로 다쳐 있었는데?”

“아무것도 아니야. 그저 술주정뱅이한테 잘못 걸려 시비가 좀 붙었어.”

이에 아무렇지 않다는 듯 어물쩍 넘어갔다. 솔직히 어제의 더러운 일을 지혁에게 알려주고 싶지 않았다.

지혁이 아무리 노숙자라지만 너무 깨끗하고 맑아 신생아 같다는 생각에 그대로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래?”

유진의 말에 지혁의 속눈썹은 가늘게 떨렸다.

“내가 더 일찍 도착했으면 좋았을걸. 그러면 누나가 다칠 일은 없었을 텐데.”

사실 그 당시 지혁은 더 일찍 도착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하지만 기왕 이 게임을 시작하기로 한 거, 더욱 역할에 몰입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어찌 됐든 지루한 삶에 재미를 더해주기만 한다면 뭐든 좋았으니까. 심지어 그는 유진이 룸에 들어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 결과가 생각했던 것보다 기분이 더 안 좋다는 걸 깨닫게 되어 그제야 도움의 손길을 보낸 거다.

“그래도 클럽 문 앞까지 데리러 와준 게 어디야. 안 그랬으면 나 길바닥에서 잘 뻔했어.”

유진은 말하면서 지혁의 손을 꼭 잡았다.

“고마워. 네가 있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어. 게다가 나 정말 괜찮아. 뺨 한 대 맞은 건 나한테 아무 일도 아니야.”

이윽고 입꼬리를 살짝 끌어 올리며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 분명 당장이라도 사라질 것처럼 희미한 미소였지만 지혁의 눈에는 왠지 모르게 눈부셔 보였다.

……

“뭐? 임유라 그 계집애가 너를 불러내 감독 접대를 시켰다고? 진짜 뻔뻔하네! 안 되겠다, 지금 당장 그년을 찾아가야겠어!”

친구 만나러 찾아왔다가 유진의 얼굴이 부어오른 걸 보고 놀란 한지영은 그녀에게 물어보고 나서야 어제 충격적인 일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찾아가서 뭐 하게?”

하지만 펄쩍 날뛰는 지영을 유진은 극구 말렸다.

“내가 너무 방심했어. 난 고작해야 걔가 나한테서 돈을 뜯어내려고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일까지 꾸밀 줄은 몰랐어. 그런데 다행히 내가 취해서 나왔을 때 혁이가 나 데리러 와줬어.”

“혁이?”

“지금 나랑 같이 사는 사람인데, 그냥 아는 동생 정도야. 내가 누나라 부르라고 했거든.”

혁이에 관한 얘기를 할 때 지영의 얼굴에는 저도 모르게 미소가 흘러나왔다.

“동생? 그 사람 몇 살인데?”

“27. 나보다 몇 달 어려.”

다 큰 성인 남자랑 동거한다는 걸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친구의 행동에 지영은 하마터면 사레가 들릴 뻔했다.

“너 무슨 생각인 거야? 만약 그 사람 이상한 마음 품고 있으면 어쩌려고 그래? 위험하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 너 그러고도 법대 나온 애 맞아? 남녀가 합숙하다가 사건 터진 게 얼마나 많은데, 이건 합숙보다도 더 위험한 거라고!”

“네가 걱정한다는 거 알아. 그런데 누군가 나랑 같이 산다는 것만으로도 나 외롭지 않아서 좋아. 그리고 혁이 좋은 사람이고.”

“외롭다니? 너한테 나도 있잖아! 아니면 내가 나와서 너랑 같이 살까?”

“아니, 네가 집 나오면 너희 부모님 아마 날 더 미워할걸.”

유진은 얼른 대답했다.

몇 년 전 사고가 났을 때 유진은 분명 음주를 하지 않았지만 모든 증거는 유진이 음주 운전을 한 거로 나왔었다. 그 때문에 모든 사람이 유진을 믿지 않았는데, 그때 유일하게 그녀를 믿어준 사람이 바로 지영이다.

게다가 그녀가 감옥에 있는 3년 동안 지영은 재심청구 해보겠다는 일념 하나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유진의 사건을 파헤쳤고 심지어 해외 연수도 포기하는 바람에 지영의 부모님은 딸의 앞길을 방해한 유진을 미워하게 됐다.

앞길을 방해한 건 어찌 보면 사실이다. 유진만 아니었다면 지영은 작은 디자인 회사에서 회계로 있는 것보다 더 창창한 미래가 있었을 테니 말이다.

생각을 고이 접어둔 유진은 다시 입을 열었다.

“게다가 혁이는 나한테 남동생 같은 존재야. 너도 알잖아. 나 예전에 남동생 얼마나 갖고 싶어 했는지. 그런데 이제야 소원을 이루게 됐어.”

친구의 고집을 꺾을 수 없다는 걸 안 지영은 설득을 포기했다.

“그러면 나중에 한 번 자리 마련해 봐. 그 사람 어떤 사람인지 나도 한번 만나보게.”

하지만 그래도 사람은 만나봐야 안심이 될 것 같았다.

“알았어.”

“참, 이거 네 사건 자료들 복사한 거야. 그리고 내가 알아본 정보들도 있고.”

지영은 말하면서 자료 한 뭉치를 유진에게 건넸다.

“그런데 너 이미 나왔는데 재심청구 할 거야?”

“나도 모르겠어. 그때의 증인들도 어디 갔는지 모르겠고 그 증거들도 모두 나를 가리켰기도 했고. 내가 옥살이하는 3년 동안에도 재심청구가 계속 기각되었는데 앞으로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그건 모르지. 기회가 찾아올지도 모르잖아. 너 임유진이잖아. 내가 아는 임유진은 이렇게 쉽게 포기하는 사람 아니야.”

친구의 말에 유진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3년 전의 유진이었다면 아마 최선을 다해 재심청구를 할 테지만 이미 3년간 옥살이를 한 유진은 그때 그 열정과 패기가 남아있지 않다. 그저 모든 고통을 운명인 듯 받아들이고 감내하는 자아만 남았을 뿐.

유진이 두꺼운 서류뭉치를 가지고 집에 돌아왔을 때,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직도 전단지 나눠주고 있나 보네.’

요 며칠 동안 지혁은 낮에 전단지를 나눠주는 알바를 찾았다고 했었다.

이에 유진은 옥수수 두 개를 삶은 다음 간단한 반찬과 국물 요리를 하고 지혁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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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존심과 체면이 바닥에 처박히는 순간이었다.조민혜는 서둘러 자기를 창피하게 한 이곳을 떠났고 옆에서 보고 있던 민화영도 서둘러 민혜와 함께 떠나버렸다.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임유진은 어안이 벙벙했다. 백화점에서 나오자마자 사람들이 몰려들어 차를 부수는 장면을 본 것도 모자라 그 차가 민혜의 차라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뭐지? 쟤가 누구한테 원한 산 적 있어서 보복당하는 건가?”“그러게. 그건 모르지.”고개를 갸웃거리는 유진을 보며 강지혁의 눈은 반짝거렸다.“뭐 어찌 됐든 우리랑은 상관없는 일이야.”말을 마친 유진은 지혁을 끌고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하지만 그때, 지혁의 발이 순간 멈춰 섰다. 고개를 돌려 봤을 때 지혁의 얼굴은 이미 새하얗게 질려있었고 뭔가에 충격을 받은 듯 버스 정류장 쪽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왜 그래?”“아…… 아니야.”걱정스러운 유진의 말에 그는 아무렇지 않은 듯 대답했다.하지만…….‘방금…… 내가 잘못 봤나? 버스 안에 있는 사람을 그 여자로 보다니. 남편과 자식을 버린 그 여자가 여기 있을 리 없잖아.’--“혁아, 넌 절대 나처럼 되지 마. 누구를 사랑하더라도 네 모든 걸 바치면서까지 좋아하지는 마.”“사랑은 세상에서 가장 같잖은 거야. 상대가 너한테 마음이 떠나면 네가 무릎을 꿇어도 붙잡을 수 없어.”“혁아, 너도 언젠가는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이 세상에 누군가가 너의 감정을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고 너의 생사까지도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을 거야. 하지만 나는 네가 그런 감정은 영원히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어.”‘누구야? 누가 자꾸 말하는 거야? 그만 말해. 여기서 떠나! 추워…… 너무 추워…… 여기 있지 마…… 더 있으면…… 얼어 죽을 거야!’“혁아, 나 갈게. 네 아빠가 말로만 날 사랑한다고 하는 것도 이제는 지긋지긋해, 네 아빠와 함께라면 난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없어! 나도 이미 할 도리 다 했어!”‘이건 또 누구야? 누가 자꾸만 말하는 거야?’“가지……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5화

    “나 계속 곁에 있어. 침대랑 바닥도 솔직히 거리가 얼마 되지도 않으니까, 고개만 돌리면 나 볼 수 있어.”“같이 있어 줘. 응?”강지혁은 낮은 소리로 또다시 중얼거렸다. 심지어 그마저도 이 순간 자기의 눈에 갈망이 담겨있다는 걸 알아채지 못했다.임유진은 그런 그의 모습에 입술을 살짝 깨물더니 잠시 머뭇거리다가 끝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이윽고 나지막한 말과 함께 베개와 이불을 들고 지혁의 옆에 누웠다.그렇게 일련의 행동을 끝내고 난 유진은 그제야 자기가 남자랑 같은 침대에 누워 있다는 걸 자각했다. 정말 뭐에 홀린 게 틀림없다. 하기야, 방금 당장이라도 깨질 수 있는 도자기 인형처럼 약한 모습을 보이는 남자를 보고 있자니 문득 자기가 지혁을 보호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말이다.침대에 누운 유진은 손을 뻗어 불을 껐다. 그 시각, 유진의 오른손은 이불 아래에서 남자의 손에 꼭 잡혀 있었다.“만약 또 아프면 나 꼭 불러.”“응.”지혁은 나지막하게 대답했다. 약 때문인지 지혁은 죽도록 자기를 괴롭히던 고통이 사라진 것만 같았다. 지금껏 아프기 시작하면 이렇게 빨리 나은 적이 없는데 말이다.하지만 생각해 보니 눈앞의 여자와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손에 전해지는 따뜻한 온기가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누나는 내 곁에 계속 있어 줄 거지?”“당연하지. 우리 서로 힘이 되어주기로 했잖아. 네가 앞으로 결혼해서 가정을 꾸려도 계속 같이 있어 줄게.”아마 그때까지 유진은 계속 누나의 신분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물론 피가 섞이지 않았지만, 유진은 이미 혁이를 가족으로 생각하고 있으니.지혁은 그 말에 천천히 눈을 감았다. 유진의 목소리는 지혁을 안심시켜 줬고 아픔도 점점 사라지는 것만 같았다.‘결혼이라…… 진애령이 죽은 뒤 결혼은 생각도 한 적 없는데.’“그 약속 꼭 지킬 거지?”“응.”여자의 대답을 다시 한번 듣고 나서야 지혁은 한시름 놓은 듯 깊은 잠에 빠졌다.그리고 지혁의 곁에 누워있던 유진도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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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357화

    엘리베이터가 서서히 닫히기 시작했다.“경빈 씨!”공수진은 이경빈의 이름을 외치며 엘리베이터 열림 버튼 쪽으로 손을 가져갔다.이경빈은 시선을 내려 탁유미의 떨리는 손을 보더니 다시 고개를 돌려 공수진을 향해 말했다.“먼저 올라가. 금방 갈게.”“네?”공수진은 그 말에 깜짝 놀라 열림 버튼을 결국 누르지 못하고 그렇게 문이 닫힐 때까지 두 사람을 지켜보기만 했다.불안함과 초조함이 밀려왔다.그도 그럴 것이 문이 닫히기 전 이경빈이 그녀가 탁유미를 바라보았으니까.게다가 그 눈빛은 누가 봐도 망설이는 눈빛이었다.뭘 망설이는 거지?왜 탁유미의 손을 뿌리치지 않는 거지?4년이나 지났는데 왜 아직도 이경빈은 탁유미만 보면 흔들리는 듯한 눈빛을 하고 있는 거지?탁유미 그 여자가 뭐라고?공수진은 이를 꽉 깨물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어차피 죽을 거 그냥 지금 빨리 죽어버리지! 왜 또 경빈 씨 앞에서 알짱대는 건데!?’엘리베이터 앞.이경빈은 지금 자기 스스로도 놀라는 중이다.탁유미가 ‘잠깐만’이라고 외치며 팔을 잡았을 때 정말 발걸음이 멈춰선 채 움직이지 않았으니까.“할 말이 뭐야. 빨리 말해.”이경빈이 그녀에게 잡힌 팔을 우악스럽게 빼내며 말했다.더 이상 그녀로 인해 머리가 복잡해지는 건 싫었다.“나랑 윤이한테 시간 좀 내줘. 같이 놀이공원 가자. 윤이는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엄마랑 아빠랑 같이 놀이공원을 가본 적이 없어. 그래서 윤이한테 좋은 추억 만들어주고 싶어.”“좋은 추억?”이경빈이 차갑게 웃었다.“탁유미, 너랑 내가 윤이를 데리고 놀이공원을 가는 게 정말 좋은 추억이 될 거라고 생각해? 대체 무슨 꿍꿍이야? 아들을 포기하는 척 이렇게 다시 나한테 접근하는 게 목적이야? 새삼 이씨 가문 안주인 자리가 그립기라도 해?”탁유미는 떨리기도 하고 또 불안하기도 하기도 했지만 상처를 받았다던가 분노했다던가 하는 감정은 느껴지지 않았다.이경빈의 말은 더 이상 그녀에게 아무런 상처도 주지 못했으니까.탁유미는 그저 이경빈이 자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356화

    탁유미는 이경빈이 묵고 있는 호텔로 와 프런트 데스크 직원에게 물었다.“이경빈 씨를 만나고 싶은데 지금 호텔에 있나요?”“이경빈 고객님은 현재 외출 중이세요. 용건이 있으신 거면 직접 연락을 해보시거나 로비에서 기다려주세요.”직원이 예의 있게 답해주었다.탁유미는 그 말에 입술을 깨물며 결국 기다리기로 했다.연락하고 싶어도 이경빈의 연락처 같은 건 진작 삭제했으니까. 그녀가 이경빈과 연락할 수 있는 루트는 양육권 분쟁 준비 당시 연락을 취했었던 그의 변호사와 연락하는 방법뿐이었다.탁유미는 넓은 로비 한쪽에 가만히 앉아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시간이 정처 없이 흐르고 어느새 하늘은 어두워지기 시작했다.그때 문이 열리고 드디어 이경빈이 모습을 드러냈다.그의 옆에는 공수진도 함께 있었다.이경빈은 호텔에 들어서는 순간 바로 탁유미의 모습을 발견했다.로비에 사람이 적었던 것도 아닌데 그의 눈은 마치 자석처럼 단번에 탁유미 쪽으로 이끌렸다.“네가 왜 여기 있어?”이경빈이 자기 앞으로 걸어오는 탁유미를 향해 물었다.“할 말이 있어.”탁유미가 조금 쭈뼛거리며 말했다.“할 말?”이경빈이 코웃음 쳤다.“나한테는 3개월 동안 만큼은 찾아오지 말라고 그렇게 얘기하더니 네가 찾아오는 건 또 괜찮나 보지?”비아냥 섞인 그의 말에 탁유미가 입술을 깨물었다.그때 옆에 있던 공수진이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경빈 씨는 왜 찾아왔어요? 설마 이제 와서 양육권은 못 주겠다고 하려는 건 아니죠? 그렇게 말해도 안 돼요. 약속은 약속이니까!”말을 마친 후 공수진은 이경빈의 팔을 더 꽉 잡았다.“경빈 씨, 이만 가요.”“그래.”이경빈이 지나쳐 가려는 듯 발걸음을 옮기자 탁유미가 손을 뻗어 이경빈의 앞을 막아섰다.“나랑 잠깐 얘기 좀 해. 몇 분이면 돼!”그러자 이경빈이 싸늘하게 대꾸했다.“우리 사이에 할 말이 뭐가 더 남았나? 3개월 얘기를 꺼낸 건 너야. 나도 더는 너 안 찾아갈 테니까 너도 나 찾아오지 마. 그리고 결정을 번복할 생각이면 꿈 깨!”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355화

    한지영은 깨어났다고 해도 한두 시간가량 뒤면 또다시 잠이 들고는 했다.오늘도 새벽녘에 잠시 눈을 떴다가 몇 시간 뒤에야 다시 눈을 떴다.탁유미는 임유진보다 일찍 와 있었기에 투명 유리 너머로 한지영이 눈을 뜬 모습을 볼 수 있었다.그녀는 줄곧 한지영에게서 젊은 시절의 자신을 투영해서 보고 있었기에 누워있는 한지영을 보는 게 무척이나 가슴이 아팠다.탁유미는 자신은 얼마 안 가 생을 마감하게 되지만 한지영은 이번 고비를 무사히 넘기고 잘 살기를 바랐다.물론 지금껏 한지영에게는 그 어떤 도움도 주지 못했지만 말이다.병문안을 다 마친 후 탁유미와 임유진은 함께 병원을 나섰다.“언니, 몸은 좀 어때요? 실력 좋은 선생님들한테 한번 봐달라고 할까요?”임유진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괜찮아요. 약만 꾸준히 먹으면 통증도 가벼워지거든요. 그리고 지금 봐주는 선생님도 실력 있는 분이에요.”탁유미의 말은 사실이었다.임유진이 걱정되어 탁유미의 주치의에 대해 알아본 적이 있는데 확실히 그쪽으로는 유명한 의사였다.“그럼 금전적으로 도울 일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해줘요.”“알겠어요. 고마워요.”탁유미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인생이 평탄한 편은 아니었지만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임유진 같은 친구를 사귈 수 있어 그녀는 스스로가 무척이나 행운아처럼 느껴졌다.“참, 윤이는요? 윤이는 잘 지내고 있어요? 지난번에 사준 옷이랑 장난감은 마음에 든대요?”임유진이 물었다.“엄청 좋아했어요. 요 며칠은 유진 씨가 사준 장난감만 가지고 놀아요. 그리고 옷은 한번 입어 보더니 자기 마음에 쏙 들었는지 특별한 날 입을 거라며 옷장에 고이 모셔둔 거 있죠?”그 말에 임유진은 윤이와는 정반대였던 자신의 어린 시절이 떠올라 미소를 지었다.그녀는 새 옷을 사게 되면 근처 편의점을 가는데도 그 옷을 입으려 했고 다른 옷은 거의 쳐다보지도 않았다.“다음에 윤이 데리고 놀이공원이라도 가야겠어요. 윤이가 새 옷 입은 모습이 궁금해요.”“그래요.”탁유미는 그녀의 말에 뭔가 떠오른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354화

    그 말에 강지혁의 몸이 움찔했다.임유진의 목소리와 그녀의 따뜻한 품이 마치 끝이 없는 바다처럼 그의 모든 불안을 다 잠재워주고 있었다.아마 그녀가 있어 살아있는 게 이토록 감사하게 느껴질 것이다.만약 그녀가 없었다면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이 이렇게까지 다채롭고 즐겁게 느껴지지는 않았을 것이며 그저 매일매일 의미 없는 하루만 보낼 뿐 삶에 대한 더 큰 욕망은 없었을 것이다.“유진아, 너랑 있으면 꼭 달콤한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강지혁이 중얼거렸다.“꿈 아니야. 너랑 함께 하는 모든 순간이 내게 꿈이 아닌 듯 나도 너한테 꿈이 아니야. 우리가 결혼한 것도 아이를 가진 것도 이렇게 함께 사는 것도 전부 꿈이 아니야.”임유진이 진지하게 답했다.“그러니까 혁아, 나한테 조금만 더 기대줘. 우리한테는 앞으로 좋은 일밖에 없을 거야.”그 말에 강지혁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 임유진을 바라보았다.그러고는 얼굴을 가까이해 부드럽게 입술을 포개왔다.“응. 그럴게.”두 사람의 미래가 정말 그녀가 말한 것처럼 좋은 일밖에 없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다만 그는 지금 이 달콤함이 영원하기만은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만약 그녀가 곁에 있어 주는 지금이 그저 한낱 꿈에 불과하다고 하면 그는 기꺼이 눈을 가린 채 이 꿈속에 갇히고 싶었다....임유진은 한지영 부모님으로부터 한지영이 깨어났다는 전화를 받고 서둘러 병원으로 향했다.중환자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친구의 모습에 임유진은 눈가가 다 빨개졌다.깨어났다고는 하나 그저 눈만 뜨고 조금의 반응만 있을 뿐 여전히 목소리는 내지 못해 무슨 이유로 이런 꼴을 당했는지 물어보기는커녕 간단한 인사조차 건넬 수 없었다.게다가 임유진이 막 중환자실 도착하고 얼마 안 가 한지영은 또다시 눈을 감고 말았다.아직 회복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었다.“아주머니, 아저씨, 걱정하지 마세요. 조만간 몸이 차차 회복되면 말을 할 수 있게 될 거예요.”임유진이 한지영 부모님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러자 이해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훌쩍거렸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353화

    “그래?”강지혁이 피식 웃으며 임유진을 안아 자기 다리 위에 앉혔다.임유진은 그의 행동에 깜짝 놀라 저도 모르게 강지혁의 목을 와락 끌어안았다.“정말 나한테 소홀한 적 없어?”강지혁의 얼굴은 어느새 임유진의 바로 코앞까지 다가왔다.밤하늘처럼 예쁜 눈동자가 다정하고 또 부드럽게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강지혁이 이럴 때면 임유진은 꼭 여우에게 홀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곤 했다.“참, 너 생일 이제 정말 얼마 안 남았지?”임유진이 핑크색으로 물든 얼굴로 화제를 돌렸다.“생일 선물로 뭘 줄지는 이미 다 생각해뒀어. 대신 뭘 받든 싫어하면 안 돼.”그 말에 강지혁의 속눈썹이 살짝 떨렸다.“네가 뭘 주든 난 기쁘게 받을 거야. 그런데 내 생일날은...”강지혁이 잠깐 뜸을 들였다.“나는 그날 우리 둘이서만 있었으면 좋겠어. 다른 사람 말고.”그 말에 임유진이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우리 둘이서만?”“응. 내 생일이잖아. 나는 다른 사람이 오는 거 싫어.”강지혁의 목소리가 어쩐지 묘하게 가라앉았다.그리고 눈가에는 언뜻 쓸쓸함도 스쳐 지나갔다.“이유 물어봐도 돼?”강지혁의 기분 변화를 감지한 임유진이 물었다.그 질문에 강지혁은 입을 꾹 닫은 채 머리를 그녀의 어깨에 깊이 묻었다.그의 호흡이 어딘가 무거워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꼭 어두운 무언가가 강지혁을 누르고 있는 것 같았다.“혁아, 우리 이제 부부야. 부부끼리는 좋은 일은 물론이고 힘든 일도 다 공유하는 거야. 너한테 도움이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네 마음이 편해지게 들어줄 수는 있어.”임유진의 다정한 말에 강지혁은 더 세게 그녀를 끌어안았다.임유진은 이제 그가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그녀 앞에서는 자신의 나약한 부분을 마음껏 드러낼 수 있다.“내 생일 다음 날, 그 여자가 나랑 아버지를 떠났어.”임유진은 그 말에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강지혁이 말한 ‘그 여자’가 그의 어머니라는 것을 알아챘다.“그날은 모든 게 다 꿈만 같았어. 정말 모든 게 다 평화로웠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352화

    “못 들어주겠네, 정말. 이경빈 씨, 뚫린 입이라고 말 함부로 하지 마세요.”그때 옆에 있던 임유진이 참지 못하고 셋 사이에 끼어들었다.아직 당시 골수를 이식해준 실질적인 증거를 못 찾았기에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으면 그녀는 아마 바로 이경빈에게 골수 기증가자 탁유미라고 말했을 것이다.이경빈은 그 말에 시선을 돌려 임유진을 빤히 바라보았다.“임유진 씨, 당신이 아무리 강지혁 씨의 아내라고 해도 나한테 이렇다 저렇다 할 자격은 없습니다.”이에 임유진은 뒤로 물러서는 것이 아닌 이경빈의 눈빛을 똑바로 바라보며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이경빈 씨, 내 말 허투루 듣지 마세요. 당신이 얼마나 잘못된 선택을 하고 있는지 곧 알게 될 테니까.”탁유미는 임유진과 이경빈 사이에 트러블이라도 생길까 봐 서둘러 임유진의 팔을 끌어당겼다.임유진은 지금 뱃속에 한 명도 아니고 세 명이나 품고 있기에 이렇게 화를 내게 하면 안 된다.“유진 씨, 난 괜찮으니까 화내지 말아요.”탁유미는 말을 마치고 임유진을 자기 뒤쪽으로 보낸 후 다시 이경빈을 바라보았다.조금전과는 달리 그녀의 눈에는 더 이상 쓸쓸한 감정 따위 보이지 않았다.그 대신 자리 잡은 건 마치 낯선 타인을 보는 듯한 냉랭함이었다.“이경빈, 내가 바라는 건 네가 윤이한테 잘하는 거, 그거 하나야.”다른 건 이제 아무것도 바라는 게 없었다.이 남자 때문에 탁유미는 그간 너무 많은 감정을 써버렸다.그래서 이제는 더 이상 이 남자에게 쓸 여력의 감정 같은 건 남아 있지 않았다. 설사 감정이 남아 있다고 한들 이 남자에게 낭비하고 싶지는 않았다.탁유미는 말을 마친 후 고개를 돌려 임유진의 팔을 잡았다.“유진 씨, 이만 가요.”탁유미와 임유진이 매장을 완전히 떠나 에스컬레이터에 몸을 실을 때까지 이경빈은 그 자리에 선 채 탁유미의 뒷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왜 이렇게 마음이 불안해지고 또 초조해지는 걸까.꼭 줄곧 인정하고 싶지 않은 무언가를 잃어버리고 있는 느낌이 든다.하지만 대체 뭘...?뭘 잃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351화

    약 처방을 다 받은 다음 집으로 돌아가는 길, 임유진은 윤이에게 새로운 장난감을 사주고 싶다며 탁유미와 함께 근처 백화점에 들렀다.“장난감은 이미 많아요. 동현 씨가 준 것만 해도 한가득 이에요.”탁유미가 거절하려 하자 임유진이 웃으며 말했다.“언니, 장난감이 많아서 싫어할 애들은 없어요. 이왕 나온 김에 윤이 겨울옷도 좀 사줘야겠다. 슬슬 날씨가 쌀쌀해지니까요.”임유진은 장난감을 다 고른 후 탁유미를 데리고 키즈 코너 쪽으로 걸어갔다.예쁜 옷들을 가득 고른 다음 돈을 지급하고 매장을 떠나려는데 그때 익숙한 두 명이 매장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임유진은 그 두 사람을 보고는 바로 안색을 굳혔다.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하필이면 이 넓은 백화점 안에서 이경빈과 공수진을 마주쳐 버렸다.물론 상대방도 임유진과 탁유미를 보고는 이런 곳에서 만날 줄은 몰랐다는 듯 흠칫했다.이경빈은 탁유미 쪽을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탁유미는 오늘 안색이 무척이나 안 좋아 보였고 가뜩이나 가녀린 몸인데 옷도 얇은 것을 입고 있어 더욱더 왜소해 보였다.실내에서는 큰 문제가 될 게 없는 옷이지만 밖으로 나가게 되면 바람 하나 제대로 막아주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이 여자는 날씨 변화도 제대로 못 느끼나?“어머, 여기서 마주치게 될 줄은 몰랐는데.”공수진이 고개를 살짝 치켜들며 소유권을 주장하기라도 하듯 이경빈의 팔짱을 더 세게 꼈다.“지난번에는 썩 유쾌하지 못한 상황이었지만 이제는 서로서로 다 잊어버리는 거로 해요. 제가 그렇게 속이 좁은 사람은 아니거든요. 참, 안 그래도 윤이 옷 사러 온 건데 이렇게 된 거 예쁜 옷 고를 때까지 잠깐 기다려 줄래요? 지난번에 보니까 제대로 된 옷 하나 없더라고요. 윤이도 이제는 내 아들이나 마찬가지인데 허름한 옷을 입힐 수는 없잖아요.”퍽 아이를 위한 말인 것 같지만 말투는 전혀 그렇게 들리지 않았다.마치 불쌍한 사람들에게 적선해준다는 듯한 느낌이었다.“필요 없어.”아니나 다를까 탁유미가 차가운 목소리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350화

    임유진은 기사님이 운전해주는 차를 타고 탁유미와 함께 병원으로 왔다.줄을 서서 접수를 기다리는 동안 탁유미의 안색이 또다시 하얗게 질리기 시작했다.임유진은 그 모습에 어제 강지혁과 나눴던 대화가 생각이나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언니, 아주머니 말대로 당시 언니가 골수를 기증해준 사람을 찾으면 이렇게 고통스러워하지 않아도 될 거예요.”그러자 탁유미가 애써 미소를 지어보았다.“유진 씨도 엄마랑 같은 생각인 거예요?”“간이식만이 살길이잖아요.”임유진의 말에 탁유미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간 기증은 가망이 없어요. 엄마가 나 몰래 병원에 연락해서 당시 내가 골수를 기증해준 사람을 찾으려고 했는데 어제 병원 측에서 전화가 와 받아봤더니 기증받은 사람이 간 기증을 거부했대요.”“네? 그럴 리가요.”임유진이 깜짝 놀란 얼굴로 물었다.“당연한 일이죠.”탁유미가 웃으며 답했다.“나랑 일면식도 없는 사람인데 간을 떼어내 주는 리스크를 감당하려고 할 리가 없죠.”임유진은 그 말에 미간을 찌푸리더니 결국 삼켰던 말을 입밖에 내뱉고 말았다.“만약 그 사람이 이경빈이라면요? 언니한테서 골수를 이식받은 사람이 이경빈이라면요?”탁유미는 임유진의 말을 듣더니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한참 뒤에야 입을 열었다.“이경빈이라뇨? 유진 씨, 그게 대체 무슨 말이에요?”임유진은 탁유미에게 어제 강지혁이 알아낸 것들을 전부 다 얘기해주었다.“그래서 나는 언니 골수를 받은 사람이 이경빈이라고 생각해요. 공수진은 골수를 기증한 적 따위 없는 거죠.”탁유미는 임유진의 말에 입만 달싹일 뿐 뭐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세 사람의 혈액형이 다 똑같은 특수한 혈액형이라니, 이런 우연이 정말 가능할까?탁유미는 자신이 구한 사람이 이경빈이라는 말에 문득 그때 의사가 해줬던 말이 떠올랐다.의사는 당시 골수 이식을 받는 사람은 젊은 남자고 외동아들이라 집안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고 했었다.누군가를 특징짓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정보들이었고 이런 사람들은 거리에 수두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349화

    물론 이경빈이 탁유미에게 일말의 감정도 없다면 말이다.“만약 거부하면 기절이라도 시켜서 수술대 위에 올려놓을 거야!”임유진이 이를 꽉 깨문채 단호하게 말했다.이에 강지혁은 조금 의외라는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왜 그렇게 봐?”“네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왔다는 게 신기해서. 넌 이제껏 그 어떤 상황에서도 누군가를 통제한다거나 법망에서 벗어나는 일은 하려고 한 적 없잖아.”그 말에 임유진이 입술을 깨물며 시선을 내렸다.흥분한 나머지 변호사로서 해서는 안 되는 말을 내뱉고야 말았다.“언니한테 감정이입을 너무 많이 해서 그런가 봐. 만약 이대로 언니가 세상을 떠나면 공수진은 그때부터 아무런 죄책감 없이 자기 세상인 것처럼 굴 거니까. 애초에 죄책감 따위 없는 인간이겠지만.”임유진은 뭔가 생각하더니 고개를 들어 조심스럽게 물었다.“만약 이경빈이 정말 기증을 거부하면 혁이 너는 내가 하려는 일에 동의해줄 수 있어? 날... 도와줄 수 있어?”임유진의 표정은 무척이나 복잡했다.그도 그럴 것이 이건 그녀가 평소 지키던 선을 벗어나는 일이니까.하지만 그녀는 이대로 탁유미가 죽게 내버려 둘 수 없었다.윤이가 엄마를 잃는 걸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었다!강지혁은 그녀의 질문에 다정한 미소를 지었다.“내가 전에도 말했지. 네가 원하는 거라면 뭐든 해주겠다고. 그게 아무리 힘든 일이라고 해도 난 널 위해 해줄 거야.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강지혁은 지금 충동적으로 하는 말이 아니다.단지 그녀의 기분을 맞춰주기 위해 하는 말이 아니다.그는 정말 임유진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만약 네가 날 도운 거로 인해 너한테 불필요한 일이 생기면?”강지혁은 그 질문에 임유진의 손을 부드럽게 잡았다.“그게 뭐? 유진아, 나는 너를 위해 하는 일이라면 그 무엇 하나 달갑지 않았던 적이 없었어.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거고.”강지혁에게 잡힌 손이 뜨거워지는 것이 느껴졌다.임유진은 강지혁의 손을 꽉 맞잡더니 눈을 맞추고 자기 진심을 내보였다.“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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