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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Author: 유진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10-29 19:42:56
“나 계속 곁에 있어. 침대랑 바닥도 솔직히 거리가 얼마 되지도 않으니까, 고개만 돌리면 나 볼 수 있어.”

“같이 있어 줘. 응?”

강지혁은 낮은 소리로 또다시 중얼거렸다. 심지어 그마저도 이 순간 자기의 눈에 갈망이 담겨있다는 걸 알아채지 못했다.

임유진은 그런 그의 모습에 입술을 살짝 깨물더니 잠시 머뭇거리다가 끝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윽고 나지막한 말과 함께 베개와 이불을 들고 지혁의 옆에 누웠다.

그렇게 일련의 행동을 끝내고 난 유진은 그제야 자기가 남자랑 같은 침대에 누워 있다는 걸 자각했다. 정말 뭐에 홀린 게 틀림없다. 하기야, 방금 당장이라도 깨질 수 있는 도자기 인형처럼 약한 모습을 보이는 남자를 보고 있자니 문득 자기가 지혁을 보호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말이다.

침대에 누운 유진은 손을 뻗어 불을 껐다. 그 시각, 유진의 오른손은 이불 아래에서 남자의 손에 꼭 잡혀 있었다.

“만약 또 아프면 나 꼭 불러.”

“응.”

지혁은 나지막하게 대답했다. 약 때문인지 지혁은 죽도록 자기를 괴롭히던 고통이 사라진 것만 같았다. 지금껏 아프기 시작하면 이렇게 빨리 나은 적이 없는데 말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눈앞의 여자와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손에 전해지는 따뜻한 온기가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누나는 내 곁에 계속 있어 줄 거지?”

“당연하지. 우리 서로 힘이 되어주기로 했잖아. 네가 앞으로 결혼해서 가정을 꾸려도 계속 같이 있어 줄게.”

아마 그때까지 유진은 계속 누나의 신분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물론 피가 섞이지 않았지만, 유진은 이미 혁이를 가족으로 생각하고 있으니.

지혁은 그 말에 천천히 눈을 감았다. 유진의 목소리는 지혁을 안심시켜 줬고 아픔도 점점 사라지는 것만 같았다.

‘결혼이라…… 진애령이 죽은 뒤 결혼은 생각도 한 적 없는데.’

“그 약속 꼭 지킬 거지?”

“응.”

여자의 대답을 다시 한번 듣고 나서야 지혁은 한시름 놓은 듯 깊은 잠에 빠졌다.

그리고 지혁의 곁에 누워있던 유진도 조심스럽게 지혁에게 이불을 덮어준 뒤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유진이 깨어났을 때 지혁은 여전히 자고 있었다. 손을 뻗어 지혁의 이마와 얼굴에 갖다 대보니 땀도 없었고 잠자는 얼굴도 평온한 걸 봐서는 아픔이 가신 것 같았다.

하지만 유진이 손을 떼려고 하는 순간 지혁은 천천히 눈을 뜨더니 물기 촉촉한 예쁜 눈으로 유진을 바라봤다.

“누나…….”

“미안, 나 때문에 깼어? 아직 이른 아침이니까 좀 더 자 .”

이것저것 당부하면서 옷을 갈아입고 씻기까지 한 유진은 화장실에서 나와서도 여전히 말을 이어갔다.

“죽 해뒀으니까 일어나서 데워 먹어. 어제 위 때문에 고생했으니, 오늘은 심심하게 먹어야 해. 죽이 위에 좋다니까 꼭 먹고. 참, 위약도 잊지 말고 꼭 챙겨 먹어. 하루 세 번이야. 나갈 때도 잊지 말고 챙겨.”

모든 당부를 끝낸 유진은 그제야 헐레벌떡 집을 나섰다.

작은 방에는 또다시 지혁 혼자만 남게 되었다.

지혁은 상 위에 차려진 죽을 힐끗 보고는 어제 유진이 누웠던 자리에 얼굴을 파묻었다.

유진이 누웠던 자리와 이불에는 아직도 유진만의 냄새와 온기가 남아 있었다.

왠지 모르게 지혁은 점점 이러한 느낌을 탐하고 싶어졌다…….

--

고이준은 지혁이 저렴한 구형 핸드폰을 꺼내든 걸 보고 어안이 벙벙해졌다. 아무리 봐도 대표님 스타일이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하필이면 지혁은 이준에게 핸드폰을 건네주며 놀라운 말을 꺼냈다.

“유심카드 하나 만들어. 사용할 거니까.”

그 말에 놀라기도 잠시, 상사의 명령을 거역할 수 없었기에 신속하게 유심카드를 만들어 온 이준은 그 유심카드를 강지혁에게 건넸다.

그리고 핸드폰에 유심카드를 끼워 넣은 지혁이 어디론가 문자를 보낸 지 한참이 지나서 알람음이 울리는 순간 입가에 미소를 짓는 걸 그는 보고야 말았다. 얼음장 같던 이준의 상사가 글쎄 핸드폰을 보며 입꼬리를 올리는 모습을 하다니!

이준은 놀란 나머지 눈만 깜빡였다. 이준은 자기 눈을 의심했다.

‘대표님이…… 지금 웃은 건가? 방금 받은 문자 때문에?’

핸드폰을 힐끗 훔쳐본 이준은 더욱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액정에 뜬 상대방의 이름이 글쎄 누나로 저장되어 있다는 것을.

그 누나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머리를 쓰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보나 마나 유진이겠지.

‘대표님이 임유진 씨랑 문자를 주고받으며 웃고 있는 건가?’

이 사실에 이준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는 건 대표님 마음속에 유진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의미였으니.

그리고 그날은 이준에게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오후 GH 그룹 임원진 회의에서 모두가 한 직원의 프레젠테이션에 집중하고 있을 때 지혁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다.

그런데 지혁은 글쎄 아주 당당하게 사람들 앞에서 싸구려 핸드폰을 꺼내 수신 버튼을 누르며 전화를 받는 게 아니겠는가?

“그래, 알았어. 꼭 먹을게. 안 잊었어.”

회의 시간에 전화를 받는 것도 놀라운 일인데 이토록 부드러운 목소리로 상대방과 얘기한다는 사실에 옆에서 지켜보던 임원진들마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그때, 지혁은 통화가 끝났는지 핸드폰을 끄더니 이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급한 일이 생겨서 잠시 나갔다 올 테니 다들 회의 계속해요.”

이 한마디와 함께 그는 서로 멍하니 바라보는 임원진들을 뒤로한 채 회의실을 나섰다. 그리고 지혁의 그림자가 사라진 순간 임원진들의 눈빛은 모두 고이준한테 쏠렸다.

“고 비서,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강 대표가 아까 받은 전화는 대체…….”

이준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사실 아까 대표님이 전화를 받을 때 이준은 가까이에 앉은지라 대충 핸드폰 너머로 “약 먹어”라고 말하는 소리를 엿들었다.

그 말과 오늘 아침 사무실에서 본 위약을 연계시켜 보면 대표님이 뭐 하러 갔는지 짐작할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많은 임원진 앞에서 “대표님이 전화 받고 약 드시러 갔어요”라는 소리는 차마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유진의 전화 한 통에 약을 먹으러 간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지금껏 아프면 아팠지 약은 입에도 대지 않던 사람이었으니까.

“이건 대표님의 사적인 일이니, 의문은 접어두고 다들 회의 계속합시다.”

결국 이준은 프로페셔널한 미소를 유지한 채 회의를 계속 진행했다.

한편, 유진은 핸드폰을 호주머니 안에 넣고는 다시 서미옥과 함께 길가를 빗자루질했다.

그때 마침 미옥이 앞으로 다가오면서 넌지시 물었다.

“아까 누구한테 전화한 거야?”

“제 남동생이요.”

“유진 씨한테 남동생도 있었어? 예전에 그런 말 못 들었는데?”

미옥의 놀란 듯한 모습에 유진은 빙그레 웃으며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 동안 바닥을 쓸고 난 유진과 미옥은 도구를 반납하러 갔다가 소민준과 진세령의 약혼에 대해 떠드는 사람들의 얘기를 엿듣게 되었다. 두 사람의 약혼은 S 시에서 가장 핫한 뉴스거리다.

“혹시 그거 들었어? 소민준이 진세령한테 6캐럿짜리 다이아 반지를 선물했대. 그것도 핑크 다이아몬드를. 듣기로는 몇십억이 넘는대.”

“와, 진세령 정말 부럽네. 자기도 엄친딸인데 남편까지 잘생긴 부자잖아.”

“내 남자친구가 나한테 1캐럿짜리 다이아만 선물했어도 난 바로 결혼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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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민혜의 태도에 민화영은 화가 거꾸로 솟았다. 인사팀에 화영과 친분이 있던 동료가 화영에게 몰래 알려주길, 이번 해고는 화영이 권력을 남용하여 환경위생과 직원을 마음대로 지시한 것 때문이라고 했다.그 일이라면 생각나는 거라곤 유진더러 서류를 가져오라고 시킨 일뿐인데, 그 일을 계획한 주모자는 민혜다.“내가 너 협박이라도 했어? 너도 임유진이 당하는 꼴 보고 싶었으니까 한 거잖아. 난 그저 너한테 아이디어만 제공한 거야, 네가 그런 일 벌인 건 나랑 무관하다고.”민혜는 즉시 화영에게 선을 그었다.그리고 그 말을 내뱉는 순간 화영도 더 이상 가만히 있지 못 하고 싸움으로 번졌다.그렇게 민혜와 관계를 끊은 뒤, 화영은 부모님께 심한 꾸중을 들었지만 그래도 딸이라고 화영의 부모님은 여기저기 인맥을 찾아 일을 해결하려고 뇌물을 돌렸다.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건, 그 누구도 그 뇌물을 받으려 하지 않는 데다 받았다 할지라도 이틀도 안 돼서 다시 고스란히 돌려준다는 거였다.그렇게 의미 없는 행위가 지속되다가 결국 화영의 아버지와 오랫동안 알고 지내온 지인이 몰래 그들에게 언질을 주었다.“이봐, 자네 딸 대체 누구를 건드린 건가? 듣자하니 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람을 건드렸다던데. 도시정비국 국장의 말을 들어보니 자네 딸 앞으로 공무직은 더 이상 찾지 못할 것 같다더라고, 그것뿐인가? 일반 직장을 찾기도 어려울 것 같아.”그 말을 들은 화영의 부모님은 어안이 벙벙해 집으로 돌아오기 바쁘게 딸에게 대체 어떤 대단한 인물을 건드린 거냐고 따져 물었다.하지만 대단한 인물이라니? 화영은 오히려 멍해졌다. 평소 일하던 도시정비국에서도 높은 분들은 만날 기회도 없었는데 말이다.그러던 그때 화영은 갑자기 동창 모임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그 날 막바지에 유진을 도와줬던 사람은 다름 아닌 강지혁이었다.‘그렇다면…… 임유진의 배후가 강지혁이란 말인가?’하지만 화영은 곧바로 생각을 부정했다. 유진은 지혁의 약혼녀였던 진애령을 죽인 가해자이기에 절대 그럴 리 없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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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그런데 나 동창들 앞에서 너 망신 당하게 했잖아. 신정민한테 그런 꼴도 당하게 하고…….”“그건 걔네가 그런 거지 너랑 무슨 상관인데?”‘나랑 당연히 상관있지!’민화영은 속으로 소리쳤다. 생전 처음 죄를 뒤집어쓰려고 애쓰는 모습이었다.“됐어. 다른 일 없으면 가봐 나 일하러 가봐야 해.”말을 마친 임유진은 화영의 죽상이 된 얼굴을 보지 못한 것처럼 돌아서 건너편 바닥을 쓸기 시작했다.유진은 화영이 오늘 무슨 바람이 불어 이렇게 사정하는지는 몰랐지만 그날 일은 용서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하지만 유진이 바닥을 절반쯤 쓸었을 때 웬 인형 하나가 갑자기 유진 앞에 나타났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곽동현이었다.동현은 얼굴을 살짝 붉힌 모습으로 용기를 낸 듯 입을 열었다 .“유진 씨, 저 미옥 씨한테 들었는데 유진 씨는 지금 연애할 마음이 없다고 했다면서요? 그런데…… 그런데 저 정말 진심이에요. 기다릴게요. 유진 씨가 언젠가 다시 연애하고 싶어질 때 저 찾아와 줘요.”말을 마친 동현은 자기가 한 말이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했는지 얼른 말을 바꿨다.“아니, 저 찾아오는 게 아니라 저라는 사람이 유진 씨를 기다리고 있다는 거 기억해 줘요…….”유진은 멍하니 상대를 바라봤다. 솔직히 거절당하고도 동현이 이렇게 다가온다는 게 놀라웠다.“동현 씨 충분히 좋은 사람 만날 수 있어요. 저 환경미화원이라서 인맥도 없고 미래에 대한 보장도 없어요. 좋은 아내감은 더욱 아니고요.”“그래도 전 유진 씨가 좋아요.”이 말을 내뱉은 동현의 얼굴은 아까보다 더 붉어졌다.“서민옥 씨한테 들었는데 유진 씨 남자친구도 없다면서요. 저 기다릴게요.”“그래도…….”유진은 끝까지 거절하고 싶었지만 붉게 상기 채 잔뜩 긴장한 표정을 짓고 있는 동현을 보자 입을 다물었다. 적어도 눈앞의 남자는 지금 유진에게 진심인 건 확실했다. 미옥이 말했던 것처럼 성실한 사람인 것도 맞고.이런 남자는 좋은 남편, 좋은 아버지가 될 가능성이 크지만…… 유진이 감옥에 갔었다는 걸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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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363화

    강지혁은 촛불을 끄더니 다시 천천히 입을 열었다.“내가 빈 소원은...”소원이 뭐였는지 얘기하려던 찰나 임유진이 손으로 그의 입술을 막았다.“잠깐! 소원을 말하면 어떡해. 그러면 안 이뤄진단 말이야.”그러자 강지혁이 그녀의 손을 내리며 말했다.“나한테 소원권 준다며. 내가 속으로만 빌면 내 소원이 뭔지 네가 모르잖아.”“그건 이거랑 별개 소원이지. 그 세 개 소원은 내가 들어주기로 약속한 거고 지금 이 소원은 음... 그러니까 하느님만이 이뤄줄 수 있는 소원이야. 예를 들어 회사가 더 잘되게 해달라거나 백 세까지 건강하게 살게 해달라거나 하는 거.”“하지만 내 소원은 모두 다 너랑 연관이 있는 건데?”강지혁은 손을 뻗어 임유진의 손을 잡고 이내 그녀의 검지를 하나 폈다.“내 첫 번째 소원은 백발 할아버지가 되어 죽는 그 날까지 네가 평생 이렇게 나랑 같이 생일날 함께 있어 주는 거야.”그 말에 임유진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뭐라 대꾸할 새도 없이 강지혁의 소원은 계속됐다. 그는 또다시 그녀의 손가락을 펴더니 ‘2’를 만들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두 번째 소원은 네가 영원히 내 곁을 떠나지 않는 거야.”말을 마친 그는 잠시 침묵하며 시선을 내려 임유진의 손을 바라보았다.무슨 이유 때문인지 그는 세 번째 소원을 좀처럼 입에 내지 못했다.“세 번째 소원은 뭐야?”결국 궁금해진 임유진이 못 참고 물었다.“세 번째 소원은 아직 안 쓸래. 정말 필요할 때, 그때 다시 얘기할게.”강지혁이 낮은 목소리로 얘기했다.“대신 내가 세 번째 소원을 말했을 때 그게 뭐든 꼭 들어줘야 해. 그럴 수 있어?”“당연하지.”임유진이 호쾌하게 대답했다.그러자 강지혁이 그녀의 눈을 빤히 바라보았다.“약속한 거야. 꼭 들어줘야 해?”“대체 무슨 소원이길래 그래? 갑자기 궁금해지네.”임유진의 말에 강지혁은 아무 말도 없이 그저 미소를 지었다.하지만 그 미소 뒤에는 짙은 어둠이 보였다.강지혁은 속으로 소원을 빌었다.제발 이 세 번째 소원을 쓸 날이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362화

    둘만 있는 생일 파티이기는 하지만 임유진은 그래도 일부러 강지혁과 같은 색의 옷을 입었다.그러고는 아래로 내려가 같이 밥을 먹었다.사실 점심에 강지혁을 위해 직접 요리를 만들고 싶었지만 임신 중이라 안 된다며 강지혁에게 바로 거절당해버렸다.처음에는 괜찮다고 하던 그녀였지만 완강한 반대에 결국 그에게 손수 음식을 차려주는 건 아이를 다 낳은 뒤에 하기로 했다.그래도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 직접 요리하는 건 아니지만 대신 점심 메뉴 주문은 평소 강지혁이 좋아하는 음식들로 직접 했으며 생일 케이크도 직접 그림을 그려 케이크 가게 사장에게 보내주며 자신이 그린 대로 만들게 했다.케이크를 강지혁의 앞에 대령했을 때 강지혁의 얼굴에는 정말 기쁜듯한 표정이 어렸다.그 표정에 임유진은 벌써 배가 부른 듯한 느낌이었다.“너 이거...”강지혁이 임유진을 바라보며 물었다.“마음에 들어?”임유진이 묻자 강지혁이 천천히 입을 열며 웃었다.“응. 마음에 들어.”임유진이 준비한 케이크는 조금 많이 특별했다.케이크 위에는 마당이 딸린 작은 집이 있었고 마당에는 흰머리 노인 부부가 손을 잡고 서 있었다.그리고 그 노인 부부 주위에는 성인처럼 보이는 세 명의 사람들이 세워져 있었고 그 옆으로는 그보다 더 작은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었다.마지막으로 마당에는 초콜릿으로 된 문구도 적혀 있었다.[혁아, 생일 축하해. 우리 평생 함께하자!]이건 강지혁의 소원이기도 했고 임유진의 소원이기도 했다.먼 미래, 그와 그는 흰머리가 뒤덮인 노인이 될 것이고 두 사람의 아이들은 어느새 훌쩍 큰 어른이 되어 있을 것이며 그 세 명의 아이들에게는 저마다의 예쁜 아이들이 또 생기게 될 것이다.임유진은 초를 꽂고 강지혁에게 케이크를 내밀었다.“혁아, 28살 생일 축하해!”지난 1년을 돌이켜보면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로 인해 많은 것들이 변화했다.1년 전, 두 사람은 우연히 만나 1년 뒤인 지금 이렇게 부부의 연을 맺었다.강지혁은 임유진을 바라보며 말했다.“누나,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361화

    매일 보는 얼굴이지만 임유진은 볼 때마다 그의 외모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연예인 중에도 내로라하는 잘생긴 얼굴들이 많은데 왜 그 사람들에게는 이런 느낌이 들지 않는 걸까.팬들이 세상을 구한 얼굴이라고 자기 아이돌을 치켜세워도 잠깐 동조만 할 뿐이지 그 뒤로 다시 보고 싶은 생각은 한 번도 들지 않았다.하지만 강지혁의 얼굴은 아무리 많이 봐도 질리지 않는다.“좋은 아침. 생일 축하해, 혁아.”임유진의 아침 인사에 강지혁이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좋은 아침.”“오늘은 출근 안 하는 거지?”“응, 안 해.”강지혁이 옷장에서 옷을 꺼내며 입기 시작했다.임유진은 강지혁이 옷을 갈아입을 때마다 항상 저도 모르게 긴장하고야 만다.부부가 된 지도 이제 한 달이 다 되고 이제는 볼 것도 다 본 사이인데도 그녀는 여전히 강지혁이 옷을 갈아입을 때면 이불을 얼굴까지 끌어올리고 얼굴을 붉혔다.하지만 눈을 감거나 고개를 돌리지는 않았다.그리고 강지혁은 그녀가 그럴 때면 일부러 더 보라는 듯 옷을 느긋하게 갈아입고는 한다.“혁아, 우리 아이들 말이야. 누구를 더 닮게 될까? 아무래도 너를 더 닮게 되겠지?”임유진의 질문에 강지혁은 셔츠 단추를 하나하나 채우며 미소를 지었다.“왜? 나를 더 많이 닮았으면 좋겠어?”“응.”임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너 닮았으면 좋겠어. 만약 아들이 나오면 수많은 여자들을 울리는 아이가 될 테고 딸이 나오면 남자들이 우리 딸 차지하겠다고 엄청 많이 싸워댈 거야. 분명해.”“나는 반대로 아이들이 너 닮았으면 좋겠어. 아들이고 딸이고 다 너를 닮는 게 좋아.”“나?”임유진은 그 말에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나 닮으면 억울하지 않겠어? 네 예쁜 얼굴을 하나도 남기지 못하게 되는데?”“내가 예뻐?”강지혁이 침대 곁으로 다가와 두 손을 임유진의 곁에 두며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나한테는 네가 제일 예뻐.”펑.그 말에 임유진의 얼굴이 순식간에 빨갛게 달아올랐다.자기보다 예쁜 남자에게서 그런 말을 들으니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360화

    “다음 주 주말이요...?”탁유미가 멈칫하며 말끝을 흐렸다.“왜요? 그날 무슨 일 있어요?”임유진이 물었다.“다음 주 주말에 이경빈이랑 같이 윤이 데리고 놀이공원에 가기로 했어요.”토요일이 될지 일요일이 될지는 아직 모르지만 적어도 이경빈과 약속한 건 다음 주 주말이었다.탁유미의 말에 윤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엄마, 정말 아빠랑 같이 놀이공원으로 가요?”“응, 정말이야.”탁유미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윤이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무릎을 꿇은 것도, 자존심이 박살 난 것도 다 괜찮아진 것 같았다.한편 임유진은 탁유미의 말을 듣더니 집에서 나가기 전 작은 목소리로 탁유미에게 물었다.“셋이 함께 가는 거예요?”“네.”탁유미가 고개를 끄덕였다.“윤이가 유치원에서 소원 적는 놀이할 때 엄마 아빠랑 같이 놀이공원으로 가고 싶다고 적었어요. 그래서 그 소원 들어주려고요.”“하지만 언니는 지금 몸이...”“어차피 나는 옆에서 구경만 할 생각이에요. 노는 건 윤이가 할 거니까 괜찮아요.”임유진도 곧 엄마가 될 몸이기에 탁유미가 무슨 마음인지 이해가 됐다.“알겠어요. 대신 무슨 일 있으면 바로 나한테 전화해요.”“네, 그럴게요.”탁유미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임유진은 그녀의 웃는 얼굴을 바라보며 옅게 미소를 지었다.탁유미가 어떤 방법으로 이경빈을 설득했는지는 모르지만 절대 쉽지는 않았으리라는 것만은 확실해 보였다.집으로 돌아온 후, 임유진은 강지혁을 보자마자 그의 품에 와락 안겼다.“아이들이 태어나면 놀이공원에 자주 가는 게 어때?”이에 강지혁이 그녀를 안아주며 물었다.“무슨 일 있었어?”“오늘 유미 언니 보러 갔는데 윤이가 엄마랑 아빠랑 놀이공원 가는 게 소원이라고 했대. 태어나서 지금까지 엄마 아빠랑 같이 놀이공원으로 간 적이 없으니까... 언니가 사랑을 많이 주고 있어도 윤이한테는 이경빈이 필요해. 이경빈은 정말 구제 불능 인간이지만 그래도... 윤이한테는 필요한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359화

    3년 반이라는 형을 받았을 때도 탁유미는 여전히 자신을 무죄라고 주장했었다.그게 그녀가 지킬 수 있는 마지막 자존심이었다.하지만 오늘, 이경빈 때문에 그 자존심이 짓이겨져 버렸다.‘차라리 잘 됐어.’이로써 이경빈과 그녀 사이에는 더 이상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됐으니까.룸 안.공수진은 문이 닫히고 나서야 정신을 차린 듯 얼른 이경빈 쪽으로 다가갔다.“경빈 씨, 화내지 말아요. 애초에 탁유미 씨 사과 같은 건 나한테 중요하지 않았어요. 나는 경빈 씨만 있으면 돼요.”이경빈은 피곤한지 손을 들어 미간을 주무르며 말했다.“진작 받아야 할 사과였어.”“하지만 진심이 아닌 사과가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공수진은 말을 하며 이경빈의 품에 머리를 기댔다.“탁유미 씨가 여기까지 찾아온 건 아마 내가 경빈 씨랑 결혼하는 게 배가 아파서일 거예요. 한때 연인이었던 사람을 보내주는 게 쉽지 않은 거겠죠. 경빈 씨가 여지를 주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난 정말 더 이상은 탁유미 씨와 마주치고 싶지 않아요.”“여지를 주지 않는 건 당연한 거야. 걱정하지 마. 우리 결혼식은 예정일에 정상적으로 진행될 테니까. 나랑 결혼할 여자는 수진이 너야. 다른 사람은 있을 수 없어.”그 말에 공수진은 그제야 활짝 미소를 지어 보이며 이경빈에게 뽀뽀하려는 듯 발꿈치를 들었다.하지만 입술이 부딪히려는 순간 이경빈이 고개를 돌려 그녀의 입술을 피해버렸다.이에 공수진의 안색이 삽시간에 어두워졌다.“난 피곤해서 이만 들어갈게. 항공권은 예매해 뒀으니까 시간이 되면 김 비서가 공항까지 데려다줄 거야.”이경빈은 말을 마친 후 제 품에서 공수진을 떼어냈다.공수진은 조금 민망한 얼굴로 그의 품에서 나오더니 이경빈이 뒤돌았을 때 한마디 물었다.“경빈 씨, 아까 탁유미 씨가 마지막에 약속을 지키라고 했던 것 같은데... 무슨 약속을 한 거예요?”“별거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이경빈은 그녀의 질문에 짧게 대답하고는 그대로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아버렸다.이에 공수진은 이를 바득바득 갈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358화

    탁유미의 얼굴이 순식간에 확 굳어졌다.공수진에게 가서 사과하라고?진심으로 하는 소리인가?피해자가 보상을 받지는 못할망정 가해자에게 사과까지 해야 한다니, 이보다 더 우스운 일이 또 있을까?4년이나 빚을 진 건 그녀가 아니라 이경빈과 공수진이었다.“너한테는 네 아들 곁에 좀 있어 달라는 부탁이 그딴 조건 없이는 못 하겠는 일이야?”탁유미의 얼굴이 무섭게 일렁였다.이에 이경빈은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하지만 이내 다시 정신을 차리며 외쳤다.“내가 무슨 조건을 걸던 그건 내 자유야!”이경빈의 말에 탁유미는 숨을 한번 깊게 들이켜더니 평정심을 되찾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알았어.”...공수진은 이경빈의 방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이경빈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하지만 문이 열리고 제일 먼저 보이는 얼굴은 탁유미의 얼굴이었다.그리고 그 뒤로 이경빈도 들어왔다.“경빈 씨, 이게 지금 무슨...”공수진이 목소리를 떨며 물었다.이경빈은 아무 말이 없었고 그 대신 탁유미가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공수진을 향해 머리를 숙였다.“4년 전 일은 미안해요. 공수진 씨를 계단에서 밀어버린 것도 그래서 공수진 씨가 아이를 잃게 된 것도 전부 제 잘못이에요. 그간 제대로 된 사과를 못 했어요. 미안합니다. 용서해주세요.”공수진은 그 말에 무슨 상황인지 잘 모르겠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이경빈을 바라보았다.“경빈 씨,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이에요?”“너한테 사과하고 싶대. 용서해줄 거야?”이경빈의 말에 공수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경빈이 탁유미에게 뭐라고 얘기한 건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이경빈은 아무 말 없는 공수진을 한번 보더니 시선을 돌려 싸늘한 눈으로 탁유미를 바라보았다.“사과에 성의가 없잖아. 고작 그런 말로 4년 동안 묵은 체증이 내려갈 거라고 생각해?”그러자 탁유미가 고개를 들어 이경빈을 바라보더니 이내 공수진에게 무릎을 꿇었다.“용서해주세요.”그녀의 목소리에는 그 어떤 슬픔도 분노도 들어있지 않았다.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357화

    엘리베이터가 서서히 닫히기 시작했다.“경빈 씨!”공수진은 이경빈의 이름을 외치며 엘리베이터 열림 버튼 쪽으로 손을 가져갔다.이경빈은 시선을 내려 탁유미의 떨리는 손을 보더니 다시 고개를 돌려 공수진을 향해 말했다.“먼저 올라가. 금방 갈게.”“네?”공수진은 그 말에 깜짝 놀라 열림 버튼을 결국 누르지 못하고 그렇게 문이 닫힐 때까지 두 사람을 지켜보기만 했다.불안함과 초조함이 밀려왔다.그도 그럴 것이 문이 닫히기 전 이경빈이 그녀가 탁유미를 바라보았으니까.게다가 그 눈빛은 누가 봐도 망설이는 눈빛이었다.뭘 망설이는 거지?왜 탁유미의 손을 뿌리치지 않는 거지?4년이나 지났는데 왜 아직도 이경빈은 탁유미만 보면 흔들리는 듯한 눈빛을 하고 있는 거지?탁유미 그 여자가 뭐라고?공수진은 이를 꽉 깨물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어차피 죽을 거 그냥 지금 빨리 죽어버리지! 왜 또 경빈 씨 앞에서 알짱대는 건데!?’엘리베이터 앞.이경빈은 지금 자기 스스로도 놀라는 중이다.탁유미가 ‘잠깐만’이라고 외치며 팔을 잡았을 때 정말 발걸음이 멈춰선 채 움직이지 않았으니까.“할 말이 뭐야. 빨리 말해.”이경빈이 그녀에게 잡힌 팔을 우악스럽게 빼내며 말했다.더 이상 그녀로 인해 머리가 복잡해지는 건 싫었다.“나랑 윤이한테 시간 좀 내줘. 같이 놀이공원 가자. 윤이는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엄마랑 아빠랑 같이 놀이공원을 가본 적이 없어. 그래서 윤이한테 좋은 추억 만들어주고 싶어.”“좋은 추억?”이경빈이 차갑게 웃었다.“탁유미, 너랑 내가 윤이를 데리고 놀이공원을 가는 게 정말 좋은 추억이 될 거라고 생각해? 대체 무슨 꿍꿍이야? 아들을 포기하는 척 이렇게 다시 나한테 접근하는 게 목적이야? 새삼 이씨 가문 안주인 자리가 그립기라도 해?”탁유미는 떨리기도 하고 또 불안하기도 하기도 했지만 상처를 받았다던가 분노했다던가 하는 감정은 느껴지지 않았다.이경빈의 말은 더 이상 그녀에게 아무런 상처도 주지 못했으니까.탁유미는 그저 이경빈이 자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356화

    탁유미는 이경빈이 묵고 있는 호텔로 와 프런트 데스크 직원에게 물었다.“이경빈 씨를 만나고 싶은데 지금 호텔에 있나요?”“이경빈 고객님은 현재 외출 중이세요. 용건이 있으신 거면 직접 연락을 해보시거나 로비에서 기다려주세요.”직원이 예의 있게 답해주었다.탁유미는 그 말에 입술을 깨물며 결국 기다리기로 했다.연락하고 싶어도 이경빈의 연락처 같은 건 진작 삭제했으니까. 그녀가 이경빈과 연락할 수 있는 루트는 양육권 분쟁 준비 당시 연락을 취했었던 그의 변호사와 연락하는 방법뿐이었다.탁유미는 넓은 로비 한쪽에 가만히 앉아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시간이 정처 없이 흐르고 어느새 하늘은 어두워지기 시작했다.그때 문이 열리고 드디어 이경빈이 모습을 드러냈다.그의 옆에는 공수진도 함께 있었다.이경빈은 호텔에 들어서는 순간 바로 탁유미의 모습을 발견했다.로비에 사람이 적었던 것도 아닌데 그의 눈은 마치 자석처럼 단번에 탁유미 쪽으로 이끌렸다.“네가 왜 여기 있어?”이경빈이 자기 앞으로 걸어오는 탁유미를 향해 물었다.“할 말이 있어.”탁유미가 조금 쭈뼛거리며 말했다.“할 말?”이경빈이 코웃음 쳤다.“나한테는 3개월 동안 만큼은 찾아오지 말라고 그렇게 얘기하더니 네가 찾아오는 건 또 괜찮나 보지?”비아냥 섞인 그의 말에 탁유미가 입술을 깨물었다.그때 옆에 있던 공수진이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경빈 씨는 왜 찾아왔어요? 설마 이제 와서 양육권은 못 주겠다고 하려는 건 아니죠? 그렇게 말해도 안 돼요. 약속은 약속이니까!”말을 마친 후 공수진은 이경빈의 팔을 더 꽉 잡았다.“경빈 씨, 이만 가요.”“그래.”이경빈이 지나쳐 가려는 듯 발걸음을 옮기자 탁유미가 손을 뻗어 이경빈의 앞을 막아섰다.“나랑 잠깐 얘기 좀 해. 몇 분이면 돼!”그러자 이경빈이 싸늘하게 대꾸했다.“우리 사이에 할 말이 뭐가 더 남았나? 3개월 얘기를 꺼낸 건 너야. 나도 더는 너 안 찾아갈 테니까 너도 나 찾아오지 마. 그리고 결정을 번복할 생각이면 꿈 깨!”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355화

    한지영은 깨어났다고 해도 한두 시간가량 뒤면 또다시 잠이 들고는 했다.오늘도 새벽녘에 잠시 눈을 떴다가 몇 시간 뒤에야 다시 눈을 떴다.탁유미는 임유진보다 일찍 와 있었기에 투명 유리 너머로 한지영이 눈을 뜬 모습을 볼 수 있었다.그녀는 줄곧 한지영에게서 젊은 시절의 자신을 투영해서 보고 있었기에 누워있는 한지영을 보는 게 무척이나 가슴이 아팠다.탁유미는 자신은 얼마 안 가 생을 마감하게 되지만 한지영은 이번 고비를 무사히 넘기고 잘 살기를 바랐다.물론 지금껏 한지영에게는 그 어떤 도움도 주지 못했지만 말이다.병문안을 다 마친 후 탁유미와 임유진은 함께 병원을 나섰다.“언니, 몸은 좀 어때요? 실력 좋은 선생님들한테 한번 봐달라고 할까요?”임유진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괜찮아요. 약만 꾸준히 먹으면 통증도 가벼워지거든요. 그리고 지금 봐주는 선생님도 실력 있는 분이에요.”탁유미의 말은 사실이었다.임유진이 걱정되어 탁유미의 주치의에 대해 알아본 적이 있는데 확실히 그쪽으로는 유명한 의사였다.“그럼 금전적으로 도울 일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해줘요.”“알겠어요. 고마워요.”탁유미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인생이 평탄한 편은 아니었지만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임유진 같은 친구를 사귈 수 있어 그녀는 스스로가 무척이나 행운아처럼 느껴졌다.“참, 윤이는요? 윤이는 잘 지내고 있어요? 지난번에 사준 옷이랑 장난감은 마음에 든대요?”임유진이 물었다.“엄청 좋아했어요. 요 며칠은 유진 씨가 사준 장난감만 가지고 놀아요. 그리고 옷은 한번 입어 보더니 자기 마음에 쏙 들었는지 특별한 날 입을 거라며 옷장에 고이 모셔둔 거 있죠?”그 말에 임유진은 윤이와는 정반대였던 자신의 어린 시절이 떠올라 미소를 지었다.그녀는 새 옷을 사게 되면 근처 편의점을 가는데도 그 옷을 입으려 했고 다른 옷은 거의 쳐다보지도 않았다.“다음에 윤이 데리고 놀이공원이라도 가야겠어요. 윤이가 새 옷 입은 모습이 궁금해요.”“그래요.”탁유미는 그녀의 말에 뭔가 떠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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