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무 갔나?’곽동현은 바삐 움직이는 임유진을 보자 이내 고개를 저으며 자기 생각을 부정했다.“유진 씨, 그…… 그러면 저는 먼저 가볼게요. 일 보세요.”홀연히 사라지는 동현의 뒷모습을 본 강지혁은 갑자기 유진의 턱을 잡으며 반강제로 유진의 얼굴을 자기 쪽으로 돌렸다.“누나가 다른 남자를 그렇게 보는 게 싫어.”그 말에 유진은 웃음이 나왔다.“너 무슨 생각 하는 거야? 나 동현 씨한테 그런 마음 없어.”“그러면 상대도 그렇대?”하지만 지혁의 물음에 유진은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저 사람 동료는 맞지만 누나 좋아하는 동료 아니야?”“맞아. 나 이미 미옥 언니를 통해 거절 의사를 밝혔어. 그런데도 오늘 이렇게 먼저 찾아올 줄은 몰랐지만.”“저 사람 누나랑 어울리지 않아. 누나도 그래,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직접 거절 의사를 밝혀야지.”“그건 네가 나를 너무 좋게 생각해서 그래. 솔직히 내가 오히려 동현 씨한테 어울리지 않아. 동현 씨 집도 있고 차도 있고 안정된 직장도 있어, 우리 환경위생과 여자들 중 동현 씨 마음에 둔 여자도 꽤 많고.”“누나는 더 좋은 사람 만날 자격 있어.”지혁은 바로 유진의 말을 부정했다. 하지만 그 말투에는 그조차도 알아채지 못한 소유욕이 묻어있었다.유진이 청소를 마치고 도구를 환경위생과 사무실로 돌려주러 갔을 때, 민화영이 갑자기 유진에게 또 달려들었다.“유진아, 나 용서해주면 안 돼? 나 정말 그 직장 잃으면 안 된단 말이야. 그 직업 나한테는 정말 중요한 거야. 그러니까 제발, 네가 우리 국장님한테 나를 용서했다고 말 좀 전해줘. 국장한테 해고 명령 철회하라고 해줘. 응?”화영은 아무리 생각해도 자기가 건드린 사람은 유진뿐이라는 결론을 얻어 이럴 수 밖에 없었다.하지만 화영을 바라보는 유진의 눈빛은 차갑기만 했다.“너 잘못된 사람한테 부탁하고 있는 거야. 너희 국장이 너 해고한 거 나랑 아무런 상관없어. 나 너희 국장 만나본 적도 없다고.”“그럴 리가 없어! 내가 잘못한 짓을 한 사람은
집으로 가는 길, 임유진은 갑자기 뭔가가 생각난 듯 강지혁에게 물었다.“혁아, 너 혹시 소민준이라고 알아?”“SY 그룹 대표 말하는 거야?”“너도 아는구나. 맞아, 뉴스에 진세령의 약혼 상대로 보도되던 그 남자. 그 사람이…….”유진은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잠시 머뭇거리더니 끝내 다시 입을 열었다.“내 전 남자친구야.”지혁도 갑자기 가던 걸음을 멈추고 유진의 곁에 가만히 서서 유진을 바라봤다.어쩌면 너무 오래 가슴속에 누르고 있던 감정이라 그런지 그 순간 유진은 저도 모르게 지난 일들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놀랍지 않아? 나 같은 사람이 예전에 그런 사람의 여자친구였다는 게?”제가 생각해도 웃음이 나왔다.“나 그때 대학 졸업하자마자 변호사 됐었거든. 그리고 그 사람이랑 결혼도 할 거라고 믿고 있었어. 그런데 생각지 못한 교통 사고로 내가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죽였다는 죄명을 쓰게 됐는데 그때 소민준은 기다렸다는 듯 나를 차버리더라. 심지어…….”잠시 뜸을 들이던 유진은 감옥에서 있었던 일만큼은 끝내 입에 담지 못했다.그때 생각을 하니 손끝에서 다시 고통이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 물론 지금은 새로운 손톱이 자랐고 부러졌던 손가락도 다시 나았다곤 하지만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아니야. 아무것도 아니야. 이제 다 지난 일이야.”유진의 목소리에는 씁쓸함이 담겨 있었다.그걸 듣고 있던 지혁은 입을 꾹 다물었다. 유진이 계속 말하지 않아도 지혁은 이미 알고 있었다. 고이준이 그에게 줬던 자료 속에 유진이 그간 겪었던 일들이 상세하게 적혀 있었으니.그 자료를 볼 때만 해도 지혁은 솔직히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 유진의 입으로 직접 들으니 가슴 한구석이 자꾸만 쿡쿡 찔려왔다.지금껏 여자를 위해 마음 아파한 적 없는 지혁에게 있어 유진의 과거를 마음 아파하는 이 감정이 너무나 생소했다.그때 유진이 깊은숨을 들이쉬며 말을 이었다.“그때부터 난 사랑을, 특히 남녀 간의 사랑을 쉽게 믿지 않아. 오늘 사랑을 속삭이던 사람이 내
임유진은 강지혁이 농담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이건 소 씨 가문과 진 씨 가문, 두 재벌 집안이 서로 사돈 관계를 맺기 위해 특별히 준비한 거야. 그런데 누가 감히 광고를 내리라 마라 해?’그때, 유진의 눈앞을 가리던 지혁의 손은 갑자기 따뜻한 온기를 느끼게 돼었다. 잠시 후, 유진은 지혁의 손을 자신의 눈에서 떼며 그를 바라봤다. “고마워, 혁아.” 유진은 지혁이 자신을 위로하려는 것임을 알아챘다. “이제 우리 집에 갈까? 집에 가서 우리 같이 밥이나 먹자!” 유진은 지혁의 손을 잡고 집으로 향했다.지혁은 커다란 옥외 전광판 광고를 힐끗 쳐다보고는 이내 유진과 함께 그곳을 떠났다.……유진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경비실에 들러 택배를 찾았다. 유진이 산 니트 스웨터가 도착한 것이었다.유진은 얼른 택배상자를 열어 스웨터를 꺼냈다. 괜찮은 소재에 이만하면 가성비도 좋은 편이었다. “혁아, 이거 너한테 맞는지 한번 입어 볼래.”유진이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잠시 후, 청록색 계열의 체크무늬 스웨터를 걸친 지혁을 보고, 유진은 만족스러운 듯 웃음을 지어 보였다.‘음, 역시 잘 맞는군. 이 스웨터를 입으니까 더 멋있는데?’유진은 갑자기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혁아, 허리 좀 굽혀봐.”지혁은 유진의 말 대로 허리를 굽혔다. 유진은 빗으로 지혁의 앞머리를 뒤로 넘겼다. 그러자 얼굴 윤곽이 환하게 드러났다. 유진은 전부터 지혁이 예쁜 얼굴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혁은 늘 앞머리로 눈을 가리고 있었다. 유진은 오늘 완전히 드러낸 지혁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 “우리 동생 정말 예쁜데?”유진은 감탄을 멈추지 못했다. “만약 네가 이렇게 앞머리를 뒤로 넘기고 길에서 전단지를 나누어 준다면, 여자들이 너도나도 전단지를 받으려고 몰려들 걸?”지혁은 ‘우리’라는 말에 기분이 좋은 듯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럼, 우리 시간 있을 때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좀 다듬을까? 우리 동생 예쁜 눈이 머리카락에 가려져 있어서 너무 안타까워!”
강지혁은 조용히 임유진을 바라보았다.“누나는 내가 돈이 너무 없어 보여??”“아니, 아니야!”유진은 고개를 저었다.“나는 단지 네가 더 편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거야.” 아마도 유진은 평생 이런 삶을 벗어나지 못할 테지만, 지혁은 더 나은 삶을 살기를 바랐다. “걱정 마. 그렇게 될 거니까. 그때가 되면 난 누나가 어떤 삶을 원하든 다 들어줄 수 있을 거야.”지혁은 진지한 얼굴로 유진을 바라보았다.지혁은 단지 게임일 뿐일지라도 이 순간만큼은 진심으로 유진의 삶을 바꾸어 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 일은 지혁에게는 전혀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유진은 지혁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유진은 지혁이 정말 그렇게 해줄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유진은 지혁의 자존심을 건드리고 싶지 않아 웃으며 말했다. “그래, 좋아! 그럼 나는 이제 우리 동생만 믿는다? 그럼 난 아무 일도 안하고 편하게 앉아서 돈만 펑펑 써야지! 백수처럼!”“그래, 그렇게 해.”지혁의 깊고 까만 눈동자가 반짝였다. ‘누나가 원하기만 한다면, 평생 돈만 쓰는 백수로 살 수 있게 해 줄게.’다음날, 고이준은 휴게실에서 직원들이 나누는 대화를 듣게 되었다.[오늘 우리 강 대표님 입은 니트 스웨터 봤어?][아니, 왜?][지금 인터넷 상에서 가장 핫한 스웨터인 것 같아서 말이야.][그럴 리가 있겠어? 강 대표님이 그런 옷을 입는다는 게 말이 돼?][나도 그렇게 생각하긴 해. 혹시 유명 브랜드 옷을 짝퉁으로 제작되어서 유행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긴, 대표님이 입고 계신 옷은 느낌이 다르기는 해. 나도 우리 남편에게 사주고 싶을 정도라니까.][그 정도야? 그럼, 나도 그 옷 살 수 있는 링크 좀 보내줘.]이준은 조용히 휴게실을 빠져나왔다. 이준은 창피해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사실, 오늘 보스가 입고 있는 옷은 지금 인터넷에서 유행하고 있는 그 니트 스웨터가 맞았다. 심지어 보스가 입은 것과 똑같은 옷을 입고 출근한 직원도 보았다. 정작 보스
“아마도 99개쯤 되는 것 같습니다.”고이준은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이준은 신문에 나왔던 소민준의 인터뷰를 기억하고 있었다. 민준은 당시 취재진에게 99개의 전광판 광고를 내준 의미는 99번의 생을 다시 살아도 당신만을 사랑하겠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이것은 한때 진세령의 팬들로부터 최고의 사랑 고백으로 추앙받으며 인기를 끌었다. 세령은 현재 연예계에서 인기 있는 여자 스타였고 세령을 아끼는 팬들도 많았다.“다 내려!” 강지혁이 단호히 말했다.“전부 다요?” 이준은 의아한 표정이었다.“전부 다.” 지혁은 다시 한번 확실하게 일렀다.“네, 바로 처리하겠습니다.” 이준은 대답은 했지만,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갑자기 소민준의 옥외 전광판 광고를 왜 내리라고 하시지, 설마 소 씨 가문이나 진 씨 가문이 우리 보스에게 미움을 산 건가? 하지만, 보스는 이미 그들에게서 약혼식 초대장도 받았잖아…….’이준은 여전히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곰곰이 생각하다가 문득 무언가 떠올랐다. ‘설마, 우리 보스가 광고를 내리라고 하는 이유가…… 혹시 임유진 씨 때문인가?’이준은 놀라며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우리 보스가 여자 하나 때문에 이렇게까지 한단 말이야? 고작 그 여자 한 사람을 위해 소 씨 가문과 진 씨 가문 반대편에 선다고? 하지만, 전에 아내가 될 뻔했던 여자인 진애령을 위해서는 이렇게까지 하지 않았잖아!’‘임유진이라는 여자는 우리 보스에게 대체 어떤 존재지?’이준은 아무리 생각해도 보스를 이해할 수 없었다.……임유라는 호텔 복도에 서서 멀끔한 정장에 고급 구두를 신고 신사다운 모습으로 서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형부…… 아니, 이제는 형부라고 부를 수 없지요. 소 대표님과 우리언니는 이제 아무 사이도 아니니까요.”유라는 민준이 이곳 호텔에서 식사할 예정이라는 정보를 알아내 민준을 만나기 위해 이 곳에 왔다. 유진이 오지 않을 것이 뻔했기 때문에 자기라도 올 수밖에 없었다.민준은 유라의 입에서 언니
“누가 형부라는 거죠?” 어디선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갈색 코트에 세련된 차림의 아름다운 여자가 두 사람을 향해 다가왔다. 여자는 임유라를 발견하고는 냉소를 지었다.“누군가 했더니, 살인자의 여동생이군요.’여자의 말에 유라의 순간 얼굴이 일그러졌다. 유라는 눈 앞의 여자가 진세령, 즉 소민준의 현재 약혼녀라는 것을 알아보았다.세령은 경멸하는 눈빛으로 유라를 쳐다보았다. “기억나요. 당신은 이름도 없는 배우잖아요. 왜 우리 민준 씨 앞에 나타나서 형부라고 부르는 거죠? 혹시 여주인공이라도 되고 싶어서 그러는 거예요? 너무 뻔뻔한 거 아닌가요?”유라는 아무런 반격도 못하고 당하고 있었다. 지나가던 사람들은 좋은 구경이라도 난 것처럼 세 사람이 서 있는 곳을 흘끔거리고 있었다. 유라는 속으로 세령을 욕하며 정작 입 밖으로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자신이 사람만 치지 않았어도, 이미 인기 스타가 되었을 테고 그랬다면 오늘 같은 모욕은 당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순간, 유라는 자신이 애초에 괜찮은 직업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 임유진 덕분이었다는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왜 안 가고 그러고 있죠?” 세령은 불쾌한 얼굴이었다.유라는 미소를 지으며 애처로운 눈빛으로 민준을 바라봤다. ‘그냥 이대로 돌아간다면, 애당초 내가 여기까지 올 이유가 없지.’“그만 돌아가. 나는 네 언니와 아무 사이도 아니야.” 민준이 냉정하게 말했다.“하지만…….” 유라는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어 머뭇거렸다.그러자 세령이 그녀를 향해 소리쳤다.“당신이 가지 않고 계속 버티고 있겠다면, 경비원을 부를 수밖에 없어요!”유라는 할 수 없이 입술을 깨물며 그곳을 떠났다. 나중에 다시 기회를 잡으려는 생각이었다.세령은 고개를 돌려 민준을 바라봤다.“당신 아직까지 임유진이 마음속에 남아 있는 건 아니죠? 방금 임유라가 당신에게 형부라고 부르던데, 당신은 강지혁이 두렵지도 않아요? 잊지 말아요. 우리 언니는 그 사람과 결혼하려고 했었어요.”이 말은 그에게 마치
진세령은 눈살을 찌푸리며 소민준을 바라보았다. 이번 광고는 소 씨 가문이 주관한 것이기 때문이었다.소민준은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내가 어떤 상황인지 알아볼게…….”민준의 말이 끝나자마자 휴대전화가 울렸다. 전화를 받은 민준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 “뭐? 내렸다고? 전부 다? 위약금은 어떻게 하고?”“그쪽에서 위약금을 전액 배상하더라도 광고를 내리겠다고 했어요.”담당 매니저가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그리고 대표님, 다른 회사에도 연락해 봤는데 광고를 받으려는 곳이 하나도 없어요.”이 말은, 소 씨 가문과 진 씨 가문은 자기 회사 말고는 다른 곳에 더는 광고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도대체 누가 감이 이런 짓을 한 거야?” 민준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소리를 질렸다.“GH 그룹이에요.”매니저가 대답했다.“이번 일은 GH 그룹의 비서 고이준이 직접 지시한 거예요.”민준은 일순간 멍한 표정으로 가만히 있었다. ‘고이준……. 그 사람은 강지혁의 개인 비서잖아! 설마 이 모든 일 강지혁의 뜻인가? 그가 정말 전광판 광고를 다 내리라고 했다는 거야?’‘이게 무얼 뜻하는 거지? 그는 소 씨, 진 씨 두 가문의 결합을 반대하는 건가?’민준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소 씨 가문이 도시전체에 내걸었던 99개의 전광판 광고는 하룻밤 사이에 전부 사라졌다. 이것은 S시의 제일 핫한 화제로 되었으며, 인터넷에서는 민준과 세령의 사랑이 변한 것이 아니냐는 찌라시까지 떠돌았다.그날 밤, 민준과 세령은 둘의 관계에는 이상이 없으며 옥외 전광판 광고가 내려간 건 계약 기간이 만료되었기 때문임을 밝혔다. 또한, 두 사람의 사랑은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알렸다. 두 사람의 입장 표명에 세령의 팬들은 세령을 더욱 추앙하게 됐다.유진은 월셋방에 앉아 뉴스를 보다가 어리둥절해졌다. ‘혁이에게 광고 이야기를 한 게 어제인데, 다음 날 바로 광고가 내려가다니!’“광고가 사라지니까 기분이 좋아?” 갑자기 지혁의 목소리가 들려
지혁은 몸이 뻣뻣하게 굳었지만 저항하지 않았고 유진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그녀의 숨결을 느꼈다.은은하고 향긋한 향기는 그에게 안도감을 주었다.마치 유진의 곁에 있으면 긴장했던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것 같았다.“혁아, 너는 나를 버리지 않을 거라고 했잖아? 나도 마찬가지야. 너를 버리지 않을 거야.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너의 곁에 있을 거야.”유진의 목소리가 천천히 그의 귓가에 울렸다.“정말 무슨 일이 있어도 내 곁에 있을 거야?”지혁이 중얼중얼 물었다.“그럼.”유진은 당연하게 대답했다.“날 무서워하지 않을 거지?”지혁이 말하자 그녀는 가볍게 웃었다.“내가 왜 너를 무서워하겠어, 우리 혁이는 이토록 착한데 널 이뻐할 시간도 부족해. ”우리 혁이.이런 호칭은 마치 자신의 것이라고 점찍은 것 같았다.하지만 지혁은 이런 호칭을 싫다고 여기지 않았고 오히려 기뻐했다.그가 고개를 들자 두 사람의 얼굴이 거의 붙어 코끝이 부딪힐 것 같았다.유진은 순간 얼굴이 빨개져서 무의식적으로 뒤로 피하려고 했지만 지혁이 그녀의 허리에 껴안으며 그녀가 뒤로 피하려는 것을 막았다.“누나, 내가 착해서 좋아하는 거야?”지혁이 나지막하게 물었다.지혁의 잘 생긴 얼굴이 보이자 유진은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살짝 깨물었고 볼이 더 뜨거워진 것 같았다.분명 평범한 말인데 왜 그의 입에서 나오자 그렇게 달콤한 것일까?“음.”한참이 지나서야 유진은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그럼 내가 더 착하면 누나가 저를 더 좋아할 거야?”그가 말했다.“…….”어린아이가 말하면 천진하고 귀엽게 느껴질 것이지만 지혁이 말하니 아주 매혹적이었다.“그럴 거야?”그는 그녀에게 조금 더 다가갔고 얇은 입술이 거의 유진의 입술에 붙을 뻔했다.“……그럴 거야.”유진은 자기도 모르게 이렇게 말했다.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유진은 분명히 지혁을 동생으로 여기는데 왜 그의 얼굴이 가까이 다가올 때 그녀는 마치 모든 피가 머리 위로 솟아나는 것처럼 온몸이 뻣뻣해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