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형부라는 거죠?” 어디선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갈색 코트에 세련된 차림의 아름다운 여자가 두 사람을 향해 다가왔다. 여자는 임유라를 발견하고는 냉소를 지었다.“누군가 했더니, 살인자의 여동생이군요.’여자의 말에 유라의 순간 얼굴이 일그러졌다. 유라는 눈 앞의 여자가 진세령, 즉 소민준의 현재 약혼녀라는 것을 알아보았다.세령은 경멸하는 눈빛으로 유라를 쳐다보았다. “기억나요. 당신은 이름도 없는 배우잖아요. 왜 우리 민준 씨 앞에 나타나서 형부라고 부르는 거죠? 혹시 여주인공이라도 되고 싶어서 그러는 거예요? 너무 뻔뻔한 거 아닌가요?”유라는 아무런 반격도 못하고 당하고 있었다. 지나가던 사람들은 좋은 구경이라도 난 것처럼 세 사람이 서 있는 곳을 흘끔거리고 있었다. 유라는 속으로 세령을 욕하며 정작 입 밖으로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자신이 사람만 치지 않았어도, 이미 인기 스타가 되었을 테고 그랬다면 오늘 같은 모욕은 당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순간, 유라는 자신이 애초에 괜찮은 직업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 임유진 덕분이었다는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왜 안 가고 그러고 있죠?” 세령은 불쾌한 얼굴이었다.유라는 미소를 지으며 애처로운 눈빛으로 민준을 바라봤다. ‘그냥 이대로 돌아간다면, 애당초 내가 여기까지 올 이유가 없지.’“그만 돌아가. 나는 네 언니와 아무 사이도 아니야.” 민준이 냉정하게 말했다.“하지만…….” 유라는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어 머뭇거렸다.그러자 세령이 그녀를 향해 소리쳤다.“당신이 가지 않고 계속 버티고 있겠다면, 경비원을 부를 수밖에 없어요!”유라는 할 수 없이 입술을 깨물며 그곳을 떠났다. 나중에 다시 기회를 잡으려는 생각이었다.세령은 고개를 돌려 민준을 바라봤다.“당신 아직까지 임유진이 마음속에 남아 있는 건 아니죠? 방금 임유라가 당신에게 형부라고 부르던데, 당신은 강지혁이 두렵지도 않아요? 잊지 말아요. 우리 언니는 그 사람과 결혼하려고 했었어요.”이 말은 그에게 마치
진세령은 눈살을 찌푸리며 소민준을 바라보았다. 이번 광고는 소 씨 가문이 주관한 것이기 때문이었다.소민준은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내가 어떤 상황인지 알아볼게…….”민준의 말이 끝나자마자 휴대전화가 울렸다. 전화를 받은 민준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 “뭐? 내렸다고? 전부 다? 위약금은 어떻게 하고?”“그쪽에서 위약금을 전액 배상하더라도 광고를 내리겠다고 했어요.”담당 매니저가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그리고 대표님, 다른 회사에도 연락해 봤는데 광고를 받으려는 곳이 하나도 없어요.”이 말은, 소 씨 가문과 진 씨 가문은 자기 회사 말고는 다른 곳에 더는 광고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도대체 누가 감이 이런 짓을 한 거야?” 민준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소리를 질렸다.“GH 그룹이에요.”매니저가 대답했다.“이번 일은 GH 그룹의 비서 고이준이 직접 지시한 거예요.”민준은 일순간 멍한 표정으로 가만히 있었다. ‘고이준……. 그 사람은 강지혁의 개인 비서잖아! 설마 이 모든 일 강지혁의 뜻인가? 그가 정말 전광판 광고를 다 내리라고 했다는 거야?’‘이게 무얼 뜻하는 거지? 그는 소 씨, 진 씨 두 가문의 결합을 반대하는 건가?’민준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소 씨 가문이 도시전체에 내걸었던 99개의 전광판 광고는 하룻밤 사이에 전부 사라졌다. 이것은 S시의 제일 핫한 화제로 되었으며, 인터넷에서는 민준과 세령의 사랑이 변한 것이 아니냐는 찌라시까지 떠돌았다.그날 밤, 민준과 세령은 둘의 관계에는 이상이 없으며 옥외 전광판 광고가 내려간 건 계약 기간이 만료되었기 때문임을 밝혔다. 또한, 두 사람의 사랑은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알렸다. 두 사람의 입장 표명에 세령의 팬들은 세령을 더욱 추앙하게 됐다.유진은 월셋방에 앉아 뉴스를 보다가 어리둥절해졌다. ‘혁이에게 광고 이야기를 한 게 어제인데, 다음 날 바로 광고가 내려가다니!’“광고가 사라지니까 기분이 좋아?” 갑자기 지혁의 목소리가 들려
지혁은 몸이 뻣뻣하게 굳었지만 저항하지 않았고 유진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그녀의 숨결을 느꼈다.은은하고 향긋한 향기는 그에게 안도감을 주었다.마치 유진의 곁에 있으면 긴장했던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것 같았다.“혁아, 너는 나를 버리지 않을 거라고 했잖아? 나도 마찬가지야. 너를 버리지 않을 거야.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너의 곁에 있을 거야.”유진의 목소리가 천천히 그의 귓가에 울렸다.“정말 무슨 일이 있어도 내 곁에 있을 거야?”지혁이 중얼중얼 물었다.“그럼.”유진은 당연하게 대답했다.“날 무서워하지 않을 거지?”지혁이 말하자 그녀는 가볍게 웃었다.“내가 왜 너를 무서워하겠어, 우리 혁이는 이토록 착한데 널 이뻐할 시간도 부족해. ”우리 혁이.이런 호칭은 마치 자신의 것이라고 점찍은 것 같았다.하지만 지혁은 이런 호칭을 싫다고 여기지 않았고 오히려 기뻐했다.그가 고개를 들자 두 사람의 얼굴이 거의 붙어 코끝이 부딪힐 것 같았다.유진은 순간 얼굴이 빨개져서 무의식적으로 뒤로 피하려고 했지만 지혁이 그녀의 허리에 껴안으며 그녀가 뒤로 피하려는 것을 막았다.“누나, 내가 착해서 좋아하는 거야?”지혁이 나지막하게 물었다.지혁의 잘 생긴 얼굴이 보이자 유진은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살짝 깨물었고 볼이 더 뜨거워진 것 같았다.분명 평범한 말인데 왜 그의 입에서 나오자 그렇게 달콤한 것일까?“음.”한참이 지나서야 유진은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그럼 내가 더 착하면 누나가 저를 더 좋아할 거야?”그가 말했다.“…….”어린아이가 말하면 천진하고 귀엽게 느껴질 것이지만 지혁이 말하니 아주 매혹적이었다.“그럴 거야?”그는 그녀에게 조금 더 다가갔고 얇은 입술이 거의 유진의 입술에 붙을 뻔했다.“……그럴 거야.”유진은 자기도 모르게 이렇게 말했다.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유진은 분명히 지혁을 동생으로 여기는데 왜 그의 얼굴이 가까이 다가올 때 그녀는 마치 모든 피가 머리 위로 솟아나는 것처럼 온몸이 뻣뻣해지는
유진은 이렇게 빨리 세령을 다시 만날 줄은 몰랐다.세령은 여전히 당시 유진이 처음 보았을 때의 모습과 같다. 아름다운 생김새, 정교한 메이크업 그리고 화려한 옷차림. 마치 연예계의 톱스타 같다.당시 감옥에서 손톱을 뽑으라고 했을 때도 세령은 여전히 정교하고 예쁜 명품 옷을 입었고 음침한 감옥과는 어울리지 않았다.그렇다, 아주 화려했다.그러나 이런 신분이 고귀한 영애라 해도 악한 목소리로 손톱을 뽑으라는 명령을 내리면서 잔혹한 행동을 한다.하여 그녀가 다시 생각도 하기 싫은 악몽이 되었다!한편 세령의 곁에 있던 인애는 유진을 보자 곧바로 비웃었다.“누구인가 했네. 세령아, 네 언니를 해친 가해자잖아! 진짜 보복을 당했네. 여기에서 환경미화원일을 하다니.”유진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바닥에 널브러진 쓰레기를 쓸었다. “정말 얼굴이 뜨거워. 나라면 남의 언니를 죽였으면 동생을 보자마자 눈물을 흘리며 무릎 꿇고 빌겠는데 정말 아무 일도 없는 척 하네.”인애는 계속 비꼬았다.그러자 유진은 한숨을 쉬더니 천천히 고개를 들어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난 이미 대가를 치렀어.”터무니없는 죄명 때문에 그녀는 3년 동안 감옥살이를 했고 변호사 면허가 취소되었으며 게다가 감옥에서 온갖 고생을 했다. 그리고 출소 후 환경미화원으로 일 하고 있다.그녀의 인생은 모든 것이 바뀌었고 너무나 큰 대가를 치렀다.“대가? 감옥살이 3년 밖에 안 했는데 대가라고 생각해?”세령이 차갑게 말했다.“임유진, 우리 언니는 목숨이 없어졌어.”“그럼 더 이상 어떻게 하고 싶은데?”유진은 차분하게 되물었다. 어차피 그녀는 최악의 인생을 겪고 있다. 그녀는 지금 가진 것이 하나도 없고 잃을 것도 없다.세령은 형광색 환경미화원 작업복을 입은 그녀를 쳐다보고 있다.3년이란 시간, 그녀의 까만 머리는 누렇게 변했고 비록 얼굴은 여전히 청순하지만 영혼은 뺏긴 듯한 눈빛, 그리고 빗자루를 잡고 있는 두 손은 이미 힘든 일에 적응이 된 것 같
유진은 그 말이 너무 역겨웠다.“그럼 그냥 내 동생에게 말하면 되잖아. 나랑 상관없는 일인데, 일해야 되니까 길 좀 비켜줘.”인애가 화를 내며 말했다.“네가 아니라면 소민준이 세령이에게 프로포즈하려고 올린 광고가 왜 내리게 되겠어? 네가 강지혁의 약혼녀를 죽였으니 강지혁이 소 씨 가문에게 칼을 겨누는 거잖아. 하지만 넌 팔자 좋게 여기에서 마음 편하게 청소를 하고 있잖아.”유진은 흠칫 놀랐다. 그녀는 지혁이 한 일이라는 걸 생각지도 못했다.강지혁……지난번 그녀가 신정민에게서 도망칠 수 있었던 것도 강지혁 때문이다.강지혁은 S시의 신과도 같다. 그는 거대한 GH그룹을 장악하고 있으며 아무도 감히 그를 건드릴 수 없고 그의 한마디는 마치 S시의 성지와 같다.그리고 그녀와 강지혁은 정말 많은 연관이 있는 것 같다.애초에 민준이 급히 유진이와 헤어졌을 때 S시에서 감히 그녀의 변호사가 되줄 사람이 없었고, 온갖 고통을 겪은 그녀에 대한 감옥 교도관의 내혹한 태도마저, 모두가 강지혁 때문인가?유진이가 교통사고에서 죽인 사람이 바로 강지혁의 약혼녀였기 때문이다.심지어 한번은 감옥에서 유진이는 차가운 물에 머리를 눌려 질식해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그녀가 감옥에서 이와 같은 괴롭힘을 당한 것도 강 씨 가문의 지시 때문이다. 그리하여 강 씨 가문에게 잘 보이고 싶은 사람들은 그녀를 더 열심히 밟고 괴롭혔다.유진은 인애의 욕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바닥을 쓸었다.인애가 너무 화 나 유진이의 뺨을 때리고 싶었지만 세령이 인애를 막았다.“세령아, 임유진은 너무 뻔뻔해. 내가 제대로 혼내 주야겠어.”인애가 말했다.“그럴 필요 없어.”세령이 입꼬리를 씩 올렸다.“내 반지 하나가 없어졌어. 이곳에 떨어졌는데 누가 쓰레기인 줄 알고 버렸나봐. 환경미화원더러 좀 찾아줘라고 해야겠어.”인애는 흠칫 놀라더니 재빨리 알아듣고 웃으며 말했다.“맞아. 잘 찾아줘야지. 네 반지는 엄청 비싸잖아. 이곳 쓰레기를 하나하나 다 뒤져봐야겠어.”인애는 말을 하며 임유진
“네? 차에 간다고요?”팀장은 깜짝 놀랐다. 2천만 원이 넘는 반지를 잃어버렸는데 그녀는 같이 찾을 생각조차 안 했다.“세령이는 잘나가는 연예인인데 당신들이 반지를 찾는 걸 서서 기다리겠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팬들에게 둘러싸일 거예요.”박인애가 말하자 팀장도 그제야 이해가 갔다.세령의 차는 멀지 않은 곳에 있어 차에 앉아 있다해도 쉬이 쓰레기통을 뒤지는 유진이의 초라한 모습을 볼 수 있다.“쟤는 쓰레기를 뒤지는 거랑 어울려.”인애는 악독하게 웃었다.“방금 그렇게 잘난 척해도 지금 쓰레기 더미에 있잖아.”세령이 담담하게 말했다.“조금만 더 있다가 돌아가자.”지금 유진의 모습은 아무런 위협도 없는 것 같았다.비록 민준이 그녀를 사랑했지만 결국 민준한테서 버리게 되었다.유진은 감옥에 있을 때 열 손가락이 끊임없이 피가 흘렀고, 손가락의 뼈가 부러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억울한 누명을 썼고 자신은 무죄라고 주장했다!하여 세령은 그녀가 너무 미웠다.왜 그녀는 이런 고통을 겪고도 이와 같이 버티는 것일까!정말 무죄라고 견지한다면 무죄로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법에는 증거 뿐이다!“맞다! 기념이라도 남겨야지.”인애는 말을 하더니 핸드폰을 꺼내 유진이가 쓰레기통을 뒤지는 모습을 찍었다.이 일이 언제 끝날지는 모르지만 정상 퇴근은 불가능이었다. 게다가 미옥조차도 그 있지는도 모르는 반지를 찾아야 했다.유진은 고무장갑을 벗고 핸드폰을 꺼내서 전화를 걸었다.“혁아, 나야. 오늘 일이 좀 있어 늦게 끝날 거 같아. 저녁은 자기절로 먹고. 날 기다릴 필요는 없어.”전화 저쪽에서 청아한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이야?”“그냥……음, 회사 일 때문에. 아무튼 날 안 기다려도 돼.”유진은 말하면서 팀장이 그녀를 노려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자 재빨리 전화를 끝고 장갑을 껴서 쓰레기 더미를 뒤적였다.GH그룹 대표 사무실.지혁이 이준에게 분부했다.“임유진 회사에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아봐.”이준은 대답하고서 곧바로 대표실을
세령과 인애는 차안에서 유진이가 쓰레기를 뒤지는 모습을 실컷 보았으니 이만 운전을 하고 떠나려 했다.그때 박인애가 말했다.“언제까지 찾게 할 생각이야?”진세령은 무심코 말했다.“내가 자기 전까지 찾게 하지. 때가 되면 소장에게 연락해 반지를 못 찾았으면 그만두라고 하면 돼. 그냥 내가 재수 없었다고 말하면 돼.”“하하, 정말 봐준 셈이야.”인애가 말했다.“소민준이 지금의 임유진을 보았다면 역겨워 토할 거야. 임유진이 어떻게 소민준과 어울리겠어. 너 같은 영애야말로 어울리지.”빨간색 마세라티가 막 시동을 걸자 갑자기 경찰차 몇 대가 오더니 마세라티는 순간 경찰차에 의해 둘러싸게 되었다.바로 그때 경찰이 차에서 내려 마세라티의 창문을 두드렸다.세령이 창문을 내리자 경찰이 말했다.“이곳에 2천만 원짜리 반지를 잃어버렸다는 신고를 받았어요. 입건하여 수사를 해야 해요. 반지를 잃어버린 거예요, 도둑맞은 거예요?”“입건이라고요?”세령과 인애는 어리둥절했다.“우리는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어요!”인애가 소리쳤다.하지만 상대는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2천만 원 이상의 가치는 이미 중대한 사건에 속해요. 두 분은 적극적으로 협조하세요. 저희도 두 분이 한시라도 빨리 반지를 되찾는 것을 돕는 거예요.”하지만……애초에 반지를 잃어버리지 않았다.그때 두 사람이 눈을 마주치더니 세령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더 이상 반지를 찾을 생각 없어요. 못 찾아도 괜찮아요.”“만약 절도 사건이라면 입건 수사에 충족한 금액이니 입건하여 수사해야 합니다. 두 분은 차에서 내려 반지를 잃어버린 구체적인 장소가 어디인지 확인해 주세요.”사건 담당자가 진지하게 말했다.하여 세령과 인애는 따뜻한 차에서 내려 찬바람을 맞으며 이전에 그들과 유진이 대화하던 곳에 왔다. 다만 지금 이곳은 이미 쓰레기로 가득 차 있다.원래 쓰레기통에 있던 쓰레기들이 반지를 찾기 편하게 모두 바닥에 널브러졌다. 쓰레기의 비린 내가 끊임없이 풍겨왔다. 화려한 모습의 세령과 인애가 쓰레기
세령은 비록 마음속으로 그녀가 확실히 남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지만 주위에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모이니 이 말을 내뱉을 수 없었다.특히 주변 사람들이 휴대폰을 꺼내 촬영하는 것을 보자 세령은 더욱 화가 났지만 겉으로는 매너를 유지해야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환경위생과에서 파견한 사람들이 오자 경찰이 파견한 사람들과 함께 반지를 찾고 있었다.그리하여 추운 날, 세령과 인애는 이렇게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구경당하면서 경찰의 검문을 받고 그 쓰레기 무더기의 옆에 서서 이따금 악취를 맡았다.반지는 당연히 찾지 못했다. 경찰이 드디어 세령과 인애를 풀어주었을 때 두 사람은 하마터면 이 쓰레기 냄새 때문에 토할 뻔했다.“세령아, 어떻게 해. 이 일이 커져서 형사사건으로 됐어.”차 안으로 돌아오자 인애가 불안해하며 말했다.“도대체 누가 신고한 거야, 경찰까지 왔어.”“나중에 지인에게 말해서 사건을 흐지부지하게 만들면 돼.”진세령은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사건보다 자신의 이미지에 더 신경을 썼다. 자신은 인기 스타라 평소 셀카조차 고급 장소에서 찍는데 지금은 쓰레기 더미 옆에 있다.그리고 옆에 많은 사람들이 현장 사진을 찍고 있었기에 얼마 지나지 않아 핫이슈가 될 것 같았다. 세령은 얼른 매니저에게 전화를 걸어 관련 뉴스를 내려달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한편 유진의 몸에는 온통 쓰레기 냄새일 뿐이다. 손을 몇 번이나 씻어도 쓰레기 냄새가 지워지지 않았고 작업복을 벗고 자신의 외투를 입었지만 그 고약한 냄새가 났다.“부자들은 정말 너무해. 자기 실수로 반지가 잃어버렸는대 왜 우리를 시켜. 그렇게 비싼 반지르는 잘 간수하지도 않고.”미옥이가 불평해 했다.유진이 그녀를 몇 마디 위로하고서 자신의 가방을 들고 회사를 떠났다.진세령 때문에 평소보다 집에 더 늦게 돌아갔다. 길가의 가로등은 이미 켜져있고 찬바람이 그녀의 얼굴에 불어와 한기와 따끔한 아픔이 느껴졌다.오늘 유진은 다시 한 번 그전과의 차이를 느꼈다. 세령이 반지를 찾으라고 요구했을 때 그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