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영이 일어서니 자연히 손을 올렸고 소민영이 방심한 사이에 바닥에 넘어졌다. 그리고 앉아있던 의자에 깔렸으며 하필이면 회복기인 다친 다리에 깔렸다.삽시에 민영은 고통스러워 울부짖는 소리를 냈고 다른 사람들은 상황을 보고 재빨리 앞으로 나가 허둥지둥 민영을 부축했다.“한지영, 너 직장 잃고 싶지? 어떻게 소민영 씨에게 이럴 수 있어!”소장은 화가 나서 지영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지영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맞아요. 직장 잃고 싶어요. 지긋지긋해요. 단지 월급을 받는 거지, 목숨을 연구소에 파는 게 아니에요. 내가 왜 이런 고생을 해야 해요?”민영이 화를 내며 말했다.“사직만 하면 되는 게 아니야! 내가 널 고소할 거야! 상해죄로 고소할 거야!”“좋아! 나도 똑같이 널 고소할 거야! 지금 당장 병원에 가서 진단서를 받아와야겠어.”지영은 말을 하며 민영에게 다친 손을 들이댔다.민영이 당당하게 행동하자 지영은 더 당당하게 말했다.지영은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다. 자신의 친구를 상대할 수 없으니 자신을 괴롭힌다?“내가 말할게. 강지혁이 임유진을 보호하지만 너까지 보호해 줄 거 같아? 꿈 깨! 강지혁은 단지 임유진을 갖고 노는 거야. 임유진이 진애령을 죽인 걸 어쩌겠어? 설마 강지혁이 자신의 약혼녀를 죽인 여자를 진심으로 좋아하겠어?”민영의 말에 지영은 그 자리에서 멍해졌다.강지혁과…… 유진이?“무슨 말을 하는 거야? 강지혁이 왜 유진이를 보호해? 그리고 강지혁이 갖고 논다고…… 유진이를?”지영은 재빨리 앞으로 달려가더니 민영을 노려보았다.민영은 그제야 자신이 말실수를 한 것을 알아차렸다. 분명 오빠가 절대 누설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난…… 난 네가 무슨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어.”민영은 말을 하며 부랴부랴 일어나 지팡이를 짚고 도우미의 부축을 받으며 재빨리 떠났다.소장은 아부라도 더 하려고 다급하게 따라갔다.한편 남아 있는 동료들은 계속 지영을 탓하고 있다. 하지만 지영은 그 사람들을 신경 쓸 겨를이 없이 민영이 한 말만 생각
첫날처럼 힘이 하나도 없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어머니 쪽 친척에게서 몇 번이나 연락이 왔다.목적은 여러 가지가 있었다. 큰삼촌의 일로 사정하는 사람도 있고 고소를 취하하길 바라는 사람도 있으며 그날 박씨 저택에서 임유진을 데려간 사람이 누군지 묻는 사람도 있었다.수많은 경찰차가 박씨 저택을 가로막았으니 주변 이웃들도 모두 볼 수 있었다.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유진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말했다. 그렇게 대단한 인물과 알고 지내니 적지 않은 돈이 있을 것이기에 친척인 자신을 도와달라고 했다.유진은 어이가 없었다. 그들이 말하는 대단한 인물인 혁이를 유진조차도 어떤 신분인지 모른다.하지만 그 사람들의 입에서 그날 혁이가 말하지 않은 일들을 알 수 있었으며 그날 밤 자신이 어떻게 박씨 자택에서 구출 당했는지 알게 되였다.유진은 병실을 나와 복도를 천천히 걸으며 간병인에게 말했다.“날 따라다니지 말아요. 혼자 좀 걷고 싶어요.”다른 사람이 자신의 곁에 있으니 유진은 불편했다.간병인이 머리를 끄덕였다.그리고 원래 병실 입구를 지키던 경호원은 이 광경을 보고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늘 아침부터 유진이 복도에서 여러 번 걸어 다녔기 때문이다.한편 유진이 계단 입구의 안전 통로를 지나갈 때 마침 유리문을 통해 지혁이 계단 입구에 서서 전화를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지혁의 손에는 담배 한 대가 끼워져 있고 몸은 모퉁이에 비스듬히 기대어 있다. 유진은 지혁의 뒷모습밖에 볼 수 없었다. 라인이 아름다운 목, 넓은 어깨와 좁은 허리, 긴 다리, 몸에 맞는 정장이 그 체형을 더 돋보이게 한다. 아무렇게 서 있지만 화보를 찍는 모델 같다.유진은 이전에 돈을 모아 지혁에게 정장을 사주려고 생각했지만 정장을 입은 지혁의 모습이 이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바로 이때 유진이 갖고 있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유진이 재빨리 핸드폰을 열어 보자 한지영이었다.“지영아, 무슨 일이야?”유진이 물었다.“유진아, 너…… 혁이와 같이 있어?”지영은 혁이라는 두 글
“사실 나도 확실하지는 않아.”한지영이 말했다.“오늘 소민영과 마주쳤는데 강지혁이 널 보호한다고 했어. 그리고 네가 지혁과 만난다고 했어. 하지만 네 옆에 있는 남자라고는 혁이밖에 없잖아. 혁이가 강지혁이 아닐까?”혁이의 모습은 정말 노숙자 같지 않다. 그리고 인터넷에서도 지혁에 대한 사진을 찾을 수가 없다. 임유진이 이전에 검색해 보았지만 아주 멀리에서 찍은 뒷모습밖에 없었으며 선명한 얼굴 사진은 전혀 없었다.유진은 지영의 목소리가 점점 희미해지는 것 같았다.유진은 혁이가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안다. 유진은 혁이와 자신이 같은 세계의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안다.하지만 혁이가 강지혁이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그래, 혁…… 두 사람 모두 혁이다. 왜 여태껏 생각하지 못했을까?’혁이…… 강지혁. 교통사고로 사망한 진애령보다 유진에게 더 큰 트라우마를 준 사람은 지혁이다.사람들은 항상 유진이 죽인 사람이 지혁의 여자이기에 이런 고통을 받는 게 마땅하다고 했다.다른 사람들은 지혁에게 아부하기 위해 유진을 더 괴롭히고 고생시켰다. 단지 지혁이 말한 한마디 때문이다.“그냥 감옥에서 잘 살게 해요.”잘…… 하여 다른 사람들은 유진을 그렇게 괴롭혔다.“유진아, 듣고 있어?”지영은 이상한 침묵을 눈치채고 물었다.지영은 혁이가 유진에게 어떤 존재인지 안다. 만약 혁이가 진짜 지혁이라면 유진은 아주 큰 상처를 받을 것이다.다만 지영은 친구가 정말 단단히 속기를 원하지 않아 유진에게 전화를 건 것이다.“듣…… 듣고 있어.”유진은 깊은숨을 들이쉬었다. 몸이 너무 떨려 핸드폰조차 제대로 잡지 못할 지경이다.“지영아…… 나…… 조금 있다 다시 전화 걸게.”유진은 거의 온몸의 힘을 다 써서 비로소 이 말을 했다.“그래. 알았어. 유진아, 너무…… 너무 슬퍼하지 마.”지금 지영이 할 수 있는 건 그 말 한마디뿐이다.전화를 끊은 뒤에 유진은 유리문을 통해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다.그렇다. 인터넷에서 지혁의 뒷모습 사진을 보았을 때 혁이의 뒷모
“…….”정말 심심했다.“언제 시간 되면 친구들에게 소개해 주는게 어때? 네 여자가 어떻게 생겼는지 아주 궁금하네.”이한이 말했다.그들 무리에서 강지혁이 평소 여자를 멀리하는 것이 소문이 났다. 그 당시 진애령과 혼담이 오갈 때도 지혁은 아주 차가운 모습이었는데 한 여자 때문에 그 먼 곳까지 가서 경찰로 민가를 포위한다?그래서 이한은 이 일을 들은 후 아연실색했고 곧바로 지혁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다만 이한의 호기심에 지혁은 아주 불쾌했다. 다른 남자가 유진에게 관심 두는 게 싫었고 그 사람들에게 유진을 보여주고 싶지도 않고 심지어 자신만 볼 수 있는 곳에 유진을 두고 싶었다.만약 이한과 그 무리의 사람에게 소개해 줬다가 그중 누군가에게…….지혁은 이한 그 무리의 사람이 여자에게 인기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특히 강현수. 강현수의 마음에 드는 여자는 결국 강현수의 여자친구가 된다. 비록 강현수의 여자친구는 쉽게 바뀌지만 끊긴 적이 없다.만약 강현수가 유진을 마음에 들어 한다면…… 여기까지 생각한 지혁의 마음은 알 수 없이 초조해졌다.아마도 다른 사람의 눈에는 강지혁이라는 이 세 글자만이라도 원하는 여자를 무조건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유진에게 이 세글자는 가장 큰 금기이다.“여자 하나일 뿐인데 볼 게 뭐 있어.”지혁이 담담하게 말했다.“하지만 그 여자는 다른 여자와 다르잖아. 넌 그 여자 때문에 어르신까지 버렸잖아.”이한이 말했다.“쯧쯧, 네가 여자를 그토록 신경 쓰는 것을 본 적이 없어. 너무 사랑해서 숨기려는 거지.”하지만 이한이 이렇게 말할수록 지혁은 더욱 초조해졌으며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것은 온통 그 청순한 얼굴뿐이다. 지혁은 순간 알 수 없는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지혁이 언제 자신의 여자가 다른 남자에게 반할까 봐 걱정한 적이 있는가? 설마 지혁이 진짜 유진을 사랑하게 된 것일까? 아니, 그럴 리가 없다. 지혁은 단지 유진과 함께 지내는 것을 좋아할 뿐이다.지혁은 평생 어떤 여자도 사랑하지 않겠다고
왜냐면 여태껏……. 그냥 게임. 부자와 가난한 자의 게임일 뿐이기 때문이다.그리고 강지혁은 임유진이 퇴원할 때 유진에게 정체를 말한 후에 이 게임의 막을 내릴 작정이었을까?다만 유진의 평온함은 지혁의 두려움을 더욱 강렬하게 만들고 있다. 분명히 유진이 지혁의 앞에 서 있었지만, 지혁은 두 사람이 마치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았다.“넌 강지혁이야?”유진이 다시 물었다. 여전히 담담하며 마치 단순한 답을 묻는 것 같았다.지혁이 얇은 입술은 오므리고 복숭아꽃을 닮은 눈동자로 맑은 유진의 눈을 마주하며 한참 지나서야 마침내 머리를 끄덕였다.유진은 아주 씁쓸했다. 이 남자는 진짜 강지혁이다. 사실 유진은 분명 확신할 수 있었지만…… 단념하지 않고 직접 듣고 싶었다.“그래. 알았어.”유진은 허리를 숙여 바닥에 떨어진 핸드폰을 주워 유리문을 열고 자리를 떠나려 했다.다만 그 순간 지혁이 유진의 팔을 잡았다.“뭘 알았는데?”지혁은 고개를 숙이고 유진을 쳐다보며 말했다.“네가 강지혁이라는 걸 알았고 게임일 뿐이라는 걸 알았어.”유진이 담담하게 말했다.“강지혁 씨, 걱정하지 마세요.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알아요. 만약 이게 당신의 복수라면 아마 당신도…… 나랑 같이 지낸 시간 동안 난 모든 것을 잃었다는 걸 알 수 있었을 거예요. 나한테는 당신이 복수할 가치가 있는 것이 없어요. 난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사람이에요.”지혁은 자기도 모르게 실눈을 떴다. 복수…… 설마 유진은 자신이 복수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진애령 때문에?진애령은 자신이 이런 일을 하게 만들 가치가 없는 사람이다.유진이 평온할수록 지혁은 더욱 화가 났다. 지혁은 왜 이토록 두려운 걸까? 왜 유진이 평온한 게 두려운 걸까? 유진이 자신을 떠날까 봐 두려운 걸까?지혁 자신조차도 지혁이 도대체 유진 때문에 화난 건지 자신 때문에 화난 건지 분간할 수 없다.“당신이 말한 것처럼 내가 당신에게 복수할 게 있어?”지혁이 차갑게 말했다.유진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
“맞지? 누나?”강지혁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으며 예전처럼 유진을 애틋함이 담긴 누나라고 불렀다.그러나 유진은 커다란 돌맹이가 가슴을 짓누르는 것처럼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유진은 지혁과 함께 병실로 돌아갔다. 병실에 들어서자 지혁은 곧바로 간병인을 내보냈고, 삽시에 병실에는 두 사람만 남았다.지혁은 의자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으며 유진은 지혁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수 없었다. 만약 유진이 출소한 뒤 고생한 것이 부족하여 지혁이 복수를 더 하는 것이라면 왜 지혁은 구정 전날에 유진을 구한 것일까?일이 진행되도록 내버려 두면 유진은 충분히 더 처참해질 것이다.그러나 지혁이 유진에게 무엇을 하려고 하든 유진은 반항할 힘이 없고 3년간의 지옥 같은 시간을 지낸 뒤에 운명의 무거움을 짊어지고 운명의 잔혹함과 자신이 얼마나 쓸모없는지 알게 되었다.그 높은 사람들의 눈에는 유진은 개미에 지나지 않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누나는 나한테 더 묻고 싶은 거 없어?”청아한 목소리가 방 안의 정적을 깨뜨렸다.유진은 순간 흠칫 놀랐다. 지혁의 목소리는 여전히 듣기 좋았으며 고요한 밤에 흩날리는 나뭇가지처럼 아주 듣기 좋았다.천천히 머리를 들자 예쁘면서 고귀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구름 같은 피부색, 곧은 콧날, 얇은 입술에 약간의 웃음기가 어려 있었다. 복숭아꽃을 닮은 눈동자가 아주 아련했다.지혁은 유진 앞에 서서 높은 곳에서 유진을 바라보았는데 마치 유진의 모든 것이 지혁에게 달린 것 같았다.유진은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으며 아주 세게 깨물었지만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오히려 지혁이 미간을 찌푸리더니 손을 뻗어 유진의 턱을 만지며 부드럽게 말했다.“입술 깨물지 마. 아파.”이런 부드러움은 마치 지혁이 여전히 유진의 혁이며, 유진을 두려워하게 하는 강지혁이 아닌 것 같았다.유진은 물끄러미 지혁을 바라보며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풀었다.지혁의 손가락이 유진의 입술을 가볍게 스쳤다.유진은 갑자기 머리를 들더니 뒤로
이것은 그들이 이전에 자주 했던 동작이다. 이전에는 지혁이 유진의 손을 따뜻하게 해주었고 유진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었다. 그러나 지금은…… 유진은 두려운 느낌밖에 없다.도대체 뭘 하려는 건지 모르기 때문이다.유진은 불편해 손을 빼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지혁은 유진의 손을 꼭 잡은 채 피하지 못하게 했다.“강지혁 씨…….”“그냥 혁이라고 불러. 줄곧 날 혁이라고 불렀잖아?”유진은 붉은 입술을 바짝 오므렸다.“내 명령이라고 생각하고 혁이라고 불러.”지혁이 나근나근하게 말했다. 지혁은 유진이 자신을 강지혁 씨라고 부르는 게 아주 거슬렸다.유진은 한참 침묵하다가 마침내 혁이라는 두 글자를 말했다.지혁의 입가에 갑자기 웃음이 번졌다.맑은 웃음이 유진을 한동안 황홀하게 했다. 이전에 유진은 줄곧 지혁의 웃음이 아주 맑다고 생각했다. 마치 이 세상에 오염되지 않은 것처럼 유진은 지혁의 이 깨끗함을 보호하고 싶었다.하지만…… 강지혁…….아마 S시에서 지혁을 맑다고 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모두 지혁의 손에 얼마나 많은 사람의 피와 눈물이 묻었는지 모를 것이라고 했다. 지혁은 아주 차갑고 음험한 사람이라 지혁을 건드리면 좋은 결말이 있을 수 없다.S시에서 제일 건드리면 안 되는 사람이 바로 지혁이다.유진은 예전에는 이런 사람을 보호하려고 생각을 했다. 정말 가소롭다.“처음에 누나를 만났을 때는 정말 단지 게임이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누나와 같이 있는 게 좋았어.”지혁은 여태껏 단 한 번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한 적이 없다. 하지만 지금 지혁은 유진에게 설명하고 있다. 아마 다른 사람이 들었다면 깜짝 놀랄 것이다.“앞으로도 내 곁에 있는 게 어때?”“곁에 있으라고요?”유진은 지혁이 이런 제안을 할 줄 생각지도 못해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지혁을 바라보았다.“만약 내 곁에 있는다고 하면 내가 예전과 같은 삶을 살 수 있게 해줄 거야. 아니, 예전보다 더 잘살게 할 거야. 과분한 요구가 아니라면 다 들어줄 거야. 누나
“단지 날 높은 곳까지 끌어올리고 다시 떨어지기를 원한다면 번거롭게 할 필요 없어요. 전 충분히 비참해요. 고작 환경미화원이고 돈도 없고 집에서 쫓겨났어요. 진애령의 묘지 앞에서 무릎 꿇고 사과하길 원해요? 아니면 내 목숨으로 갚기를 원해요…….”“그만해!”지혁이 갑자기 유진의 말을 끊었다. 유진은 지혁이 그런 짓을 하면서 진애령을 위해 복수하는 것이라고 믿을지언정 지혁이 유진과 함께 지내는 게 좋다고 한 말을 믿지 않는다.“내 말 들어. 고작 진애령 때문에 나는 그런 짓을 하지 않아. 누나가 해야 할 일은 내 곁에 있는 것뿐이야.”지혁은 고개를 숙이고 지혁이 잡고 있는 유진의 두 손을 바라보았다. 비록 지혁이 한참을 비볐지만 유진의 손은 여전히 매우 차가웠다.지혁은 방금 자신이 화를 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유진은 항상 쉽게 지혁의 감정을 건드려 지혁을 두려워하게 하고 지혁을 화나게 하는 것 같았다.유진에게 다가갈수록 지혁의 감정은 유진의 통제를 받게 되었지만 지혁은 여전히 참지 못하고 유진에게 다가가고 싶었다.“누나가 오늘 밤 제대로 못 쉬어서 자꾸 이런 바보 같은 말을 하는 것 같네.”지혁은 말을 마치고 곧장 병실을 떠났다.한편 커다란 병실에는 유진 한 사람만 남았다.유진은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두 손을 바라보았다. 유진의 손이 떨리고 있다. 두려워하는 것일까? 지혁을 두려워하고 자신이 어떻게 당할지 두려워한다.설마 진짜 지혁이 말한 대로 지혁의 곁에 있어야 할까? 하지만…… 유진이 할 수 있을까? 유진은 감옥에서 수많은 상처를 입었고 하마터면 감옥에서 죽을 뻔했다. 그 악몽 같은 3년은 모두 지혁 때문이었다.이런 과거 때문에 유진은 지혁을 바라볼 때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바로 방금처럼 지혁이 유진의 손을 비볐지만 손은 뜨거워지지 않았다. 지혁이 유진의 손을 만진 순간 유진은 얼음 창고에 들어간 것처럼 뼈가 시릴 정도로 추웠다.왜 혁이는 강지혁이고 왜 유진과 서로 의지하며, 심지어 유진이 자신의 구원자라고 생각하던 혁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