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유진은 조용히 바라보기만 했다. 그녀가 손바닥에 있는 그 흉측한 상처를 보았더라도 그녀의 표정은 아무런 변화도 없었을 것이다.간호사가 임유진의 오른손에 다시 거즈를 감아 주었다. 임유진은 따끔함에 자기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려졌지만, 신음 한 번 내지 않았다.“내가 할게요, 나가요.”강지혁이 간호사에게 말했다.간호사는 공손하게 방에서 물러났고, 강지혁은 거즈를 능숙하게 임유진의 오른손에 감았다. 그녀가 오른손에 통증을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로 그의 동작은 가볍고 부드러웠다.상처를 다 싸맨 후, 그는 거즈를 내려놓으며 말했다.“며칠 동안 가능한 한 오른손을 사용하지 말고, 아까처럼 주먹을 꽉 쥐지 마. 피를 얼마나 더 흘려야 그만둘 거야?”그녀는 그가 거즈를 감고 나서 마무리로 예쁘게 매듭 묶는 걸 보았다.“너 능숙하게 잘 묶는구나.”순간 그의 두 눈에 우울함이 스쳤다.“어렸을 때 좀 배웠어.”“그때 아버지는 여기저기 어머니를 찾아다녔어. 가끔 길에서 뒷모습이 비슷한 사람을 보면 달려가서 무작정 잡아당기곤 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아버지가 맞은 적이 많아.”그리고 그는 항상 아버지를 위해 상처를 싸맸고, 시간이 지나 자연스레 그의 솜씨도 능숙해졌다.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 그는 한번도 다른 누군가를 위해 상처를 싸맨 적이 없었는데 오직 그녀만은 예외였다.“앞으로 거울 조각 같은 걸 손으로 막 잡지 마. 이번에는 네가 운이 좋아서 손 근육을 다치지 않았지만 자칫하면 앞으로 손을 못 쓸뻔했어.”강지혁이 말했다.임유진은 입술을 깨물었다.“하지만 어젯밤에 내가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의식을 잃었을지도 몰라. 그러면…… 상대방은 마음껏 하고 싶은 걸 했겠지.”“아파?”그가 물었다. 어젯밤 그가 뛰어들었을 때 그녀가 손에 거울 조각을 쥔 채 피를 흘리고 있던 그 장면을 잊을 수 없었다.그는 본인의 의지만으로 이런 상황을 버티고 있는 여자를 한평생 본 적이 없었다. 정신은 혼미한 상황에서도 그녀는 의지로 꿋꿋이 버티고 있었다.“괜찮아.”
강지혁은 목이 메었다. 임유진은 그가 지혁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분명 지혁은 이미 유진에게 자신의 신분을 말했는데도 말이다.방안의 불빛 아래, 유진의 긴 머리카락은 어깨에 흩어져 있고, 얼굴은 창백하게 물들어 있으며 살구 같은 눈동자는 아주 긴장한 채로 지혁을 바라보고 있다. 마치 무엇을 걱정하고 있는 듯했고 운명을 인정하는 것 같았다.마치 이미 고된 생활로 인해 너무 힘들어 이미 불공평함을 운명으로 받아들인 듯했다.“누나, 병원에서 잘 치료하고 있어. 다른 건 생각할 필요 없어. 퇴원하면 그때 내가 도대체 누구인지 알려줄게.”지혁이 말하자 유진은 지혁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했던 일을 다 말한 것인지 유진은 하품을 하더니 눈꺼풀이 축 처졌다.“누나 피곤하면 먼저 좀 자. 의사가 방금 최근 며칠 동안 졸릴 거라고 했어.”지혁은 말을 하며 유진을 부축하여 눕게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유진은 잠이 들었다.지혁은 유진의 잠든 얼굴을 보고 얇은 입술을 오므리고 손가락으로 가볍게 유진의 볼을 어루만지더니 마지막으로 유진의 입술을 만졌다.“누나, 내가 어떻게 설명해 줘야 할까?”지혁에게 대답하는 것은 단지 고요함일 뿐이다.유진이 깨어났을 때 지혁은 유진의 병실 침대 옆에 앉아있었고 여전히 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배고프지? 음식을 가져오라고 할까?”지혁이 말했다.지혁이 말하자 유진은 그제야 자신이 정말 배가 고픈 것 같다는 것을 알았다.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일단 내가 누나를 안고 화장실에 가서 세수하는 걸 도울게. 조금 있다 밥 먹자.”지혁은 말하면서 유진을 번쩍 안았다.“나 혼자…….”유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지혁이 유진을 번쩍 안아 유진은 자기도 모르게 지혁의 목을 안았다.지혁은 유진을 안고 화장실로 들어가 조심스럽게 유진을 한쪽 세면대에 앉힌 다음 부드러운 털 슬리퍼를 신겨준 뒤에야 다시 유진을 바닥에 내려놓았다.“똑바로 설 수 있어?”지혁이 물었다.“응.”유진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지혁은 유진의
강지혁은 임유진에게 칫솔을 쥐어주고 치약을 짜서 따뜻한 물이 담긴 컵을 유진에게 건네주었다.유진은 얼굴이 빨갛게 상기된 채 이를 어떻게 닦았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았고 유진의 몸을 둘러싼 지혁의 숨결에 취해있었다.그때 지혁은 수건을 꺼내 따뜻한 물에 수건을 적셨다.“나 혼자 할 수 있는데…….”유진이 입술을 깨물었다.“내가 하는 게 더 편하잖아?”지혁이 말했다.‘문제는 너무…… 가깝잖아!’지혁은 유진을 백허그한 채로 수건을 적시더니 물기를 짰다…….유진은 자기도 모르게 머리를 들어 거울을 바라보았다.유진은 줄곧 혁이가 예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혁이는 두꺼운 앞머리로 이마를 가리지 않았으며 정교한 정장까지 입고 있어 온몸에 귀티가 배어 있었다. 마치 아주 높은 곳에 있어 넘볼 수 없는 존재와 같았다.유진은 이전에 왜 눈치채지 못했을까? 생각해 보면 지영조차도 지혁이 노숙자일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유진은 왜 지혁이 유진과 같은 부류의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지혁을 자기 곁에 남겨 두려고 한 것일까.너무…… 외로웠던 것일까?현실은 지혁이 노숙자도 아닌 보통 신분이 아니다.지혁의 옷차림에서 아주 값 비싸다는 것을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의사와 간호사가 지혁을 대할 때도 매우 공손한 태도였다.“누나,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지혁의 목소리로 인해 유진은 하던 생각을 접었다.유진은 갑자기 정신을 차리고 거울을 보자 혁이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두 사람이 눈을 마주치자 유진은 순간 흠칫 놀랐으며 마치 이 순간 지혁의 시선에 납치당한 것 같았다.“누나, 얼굴이 아주 빨개.”지혁은 말을 하며 몸을 살짝 기울이더니 유진에게 다가갔다. 지혁의 입술, 촉촉한 숨결이 유진의 볼과 목에 닿자 아주 간질거렸다.순간 유진의 얼굴이 더욱 빨개졌다.“너는 왜…… 아직도 날 누나라고 부르는 거야?”유진은 시선을 피한 채 더 이상 거울을 보지 않았다.“내가 누나라고 부르는 게 싫어?”지혁이 낮게 반문했다.“넌 분명히 노숙자가 아닌
임유진이 세수를 마친 후 강지혁은 다시 유진을 안아 병실 침대로 향했다. 이미 음식이 준비되었다.죽과 반찬 몇 가지였다. 비록 아주 간단한 음식들이지만 아주 먹음직스러워 순간 유진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의사가 지금은 소화가 잘되는 것만 먹는 게 좋다고 했어.”지혁이 말했다.지혁은 유진의 침대 위의 작은 탁자 위에 음식을 가지런히 차려 놓았다.만약 다른 사람이 이 장면을 보았다면 눈알이 튀어나올 것이다. S시에서 말 한마디로 한 집안을 멸망시킬 수 있는 그 대단한 강 대표님이 이렇게 한 여자를 보살펴 주고 있다.유진은 젓가락을 들고 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긴 머리 때문에 머리를 숙이고 먹을 때 머리카락이 자꾸 거슬렸다.유진이 머리끈을 찾아 머리를 묶으려 하던 순간 지혁이 말했다.“내가 해줄게.”지혁은 말을 하며 옆에서 머리 끈과 빗이 담긴 박스를 꺼냈다.유진은 그 머리 끈의 로고를 보자 명품 머리 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유진은 감옥에 들어가기 전에 이 브랜드의 머리 끈을 산 적이 있다. 그때 유진의 수입은 이 브랜드의 작은 물건들을 살 수 있었다.지혁이 이렇게 세심할 줄 유진은 몰랐다. 이런 작은 물건까지 준비했다니.“할 줄 알아?”유진이 자신도 모르게 물었다.“매일 누나가 머리 빗는 걸 보면서 배웠어.”지혁이 말했다.지혁은 빗을 들고 유진의 머리를 빗겨준 후에 머리 끈으로 유진의 머리를 묶었다. 비록 숙련된 솜씨는 아니지만 꽤 그럴 듯하다.바로 이때 갑자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들어와.”지혁이 말했다.병실의 문이 열리자 고이준이 병실로 들어왔다. 이준은 그 장면을 보더니 자기도 모르게 넋이 나갔다.‘강 대표님이…… 여자의 머리를 빗겨주고 있다?’평소에 강 대표님은 여자가 주동적으로 품에 안겨도 거들떠보지 않는데 여자에게 이런 일을 해줄 리가 없다.하지만 유진이니 불가능한 것이 없다.유진은 원래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지만 이준의 이런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보고는 지혁이 자신의 머리를 빗겨주고 있
“그 기자는 임유진 씨가 감옥에 들어갔던 일을 모르는 것 같았어요. 단지 임유진 씨의 이름만 알고 강 대표님의 열애 기사를 쓰려는 것 같았어요.”고이준이 말했다.그러자 강지혁이 말문을 열었다.“계속해서 물어봐. 모든 걸 다 알아낸 뒤에 사람을 풀어줘. 그리고 인터넷에서 다른 사람이 올린 글을 봤다면서. 누가 올렸는지, 뭘 봤는지도!”“알겠습니다.”이준이 대답했다.지혁이 병실 문을 열면서 병실 침대에 앉아 죽을 먹고 있는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 기자의 말은 단지 우연의 일치일까?그냥 어젯밤에 공교롭게 본 것일까? 아니면…… 또 뭐가 있을까?유진이 고개를 들자 지혁은 어두운 표정으로 온몸으로 차가운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유진은 깜짝 놀라 멍하니 지혁을 바라보았다.하지만 그 차가운 기운은 한순간에 사라졌고 준수한 얼굴에 웃음기 가득한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왔다.“누나, 왜 그런 표정으로 날 보는 거야?”지혁이 묻자 유진은 고개를 저었다.“아무것도 아니야.”방금 그 순간 유진은 지혁이 낯설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것이…… 진정한 지혁의 모습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또 천사 같은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방금은 유진이 잘못 본 것일까?…….소민영은 유진의 배경에 지혁이 있다는 걸 알자 순간 머리가 복잡해졌다.자신의 다리가 다친 걸 따질 수가 없다!민영의 다리가 부러져 입원한 일은 이미 영애들 사이에서 웃음거리가 되었으며 만약 다리가 치료되지 않으면 영원히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모두 유진 때문이다. 그 여자가 아니라면 자신이 왜 이렇게 되었을까?그리고 유진은 지혁과 만나면서 언질도 주지 않았다! 소민영은 유진이 일부러 말하지 않았고 연약한 척 연기한 뒤에 자신이 유진을 괴롭히면 지혁을 내세워 복수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소민영은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오늘 친구가 특별히 이곳에서 룸을 하나 예약해 민영의 답답함을 풀어 준다고 했는데 지팡이를 짚고는 도저히 기분을 낼 수 없었다.그리고 방금 민영이 지팡이를 짚고 룸에서 나올 때
소민영은 싱긋 웃더니 소장의 뒤에 서 있던 한 무리의 사람 중 한 명을 힐끗 보았다. 민영은 그날 임유진과 같이 쇼핑을 하던 여자를 기억하고 있다. 아마도 유진의 친구일 것이다. 이 화풀이를 유진에게 내지 못한다면 유진의 친구에게 하면 된다.한편 한지영은 민영과 눈을 마주치자 순간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니나 다를까 함께 식사하던 도중 민영은 여러 사람에게 술을 권하며 건배하려 했고 민영의 다리가 불편해 사람들이 민영에게 가서 술잔을 부딪쳤다.그러나 지영과 술잔을 부딪칠 때 민영은 일부러 손을 움직여 술잔이 바닥에 떨어졌고 술이 다치지 않은 그 발의 신발에 가득 튀었다.그때 민영이 입을 뗐다.“나한테 술을 권하기 싫어도 고의로 날 밀 필요는 없잖아요. 나랑 밥 먹기 싫으면 그냥 말하면 되잖아요. 지금 당장 나갈게요.”지영은 차가운 눈으로 상대방을 바라보았고 소장은 자연히 다급하게 민영을 막았다. 누가 옳고 누가 그른가를 막론하고 지영이 잘못을 인정해야 했다.“지영 씨, 빨리 소민영 씨에게 사과해요!”“맞아요. 지영 씨, 빨리 사과해요!”옆에 있던 동료들도 분분히 말했다.사실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모두 민영이 일부러 그런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누가 감히 민영에게 미움을 사겠는가! 민영은 소씨 가문의 사람이다! 소씨 가문을 건드리는 날에는 일자리를 잃을 것이다.한편 지영은 그 자리에 서서 한마디도 하지 않고 민영을 쳐다보았다.“지영아, 모두를 해치려는 작정이야? 곧 있으면 설인데 직장을 잃을 작정이야?”소장이 지영을 잡고는 낮은 소리로 말했다.지영은 이를 악물고 천천히 다가가 눈을 내리깔고 말했다.“소민영 씨, 미안합니다. 방금은 제 실수였어요.”민영이 활짝 웃었다.“당신의 잘못이라는 걸 인정했으니 보상을 해야죠. 이렇게 해요. 내 신발이 더러워졌으니 신발을 깨끗이 닦아요. 그럼 이 일을 더 이상 따지지 않을게요.”지영이 민영을 노려보고 있다.그때 민영이 말했다.“다리를 다친 사람에게 신발을 닦게 할
한지영이 일어서니 자연히 손을 올렸고 소민영이 방심한 사이에 바닥에 넘어졌다. 그리고 앉아있던 의자에 깔렸으며 하필이면 회복기인 다친 다리에 깔렸다.삽시에 민영은 고통스러워 울부짖는 소리를 냈고 다른 사람들은 상황을 보고 재빨리 앞으로 나가 허둥지둥 민영을 부축했다.“한지영, 너 직장 잃고 싶지? 어떻게 소민영 씨에게 이럴 수 있어!”소장은 화가 나서 지영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지영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맞아요. 직장 잃고 싶어요. 지긋지긋해요. 단지 월급을 받는 거지, 목숨을 연구소에 파는 게 아니에요. 내가 왜 이런 고생을 해야 해요?”민영이 화를 내며 말했다.“사직만 하면 되는 게 아니야! 내가 널 고소할 거야! 상해죄로 고소할 거야!”“좋아! 나도 똑같이 널 고소할 거야! 지금 당장 병원에 가서 진단서를 받아와야겠어.”지영은 말을 하며 민영에게 다친 손을 들이댔다.민영이 당당하게 행동하자 지영은 더 당당하게 말했다.지영은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다. 자신의 친구를 상대할 수 없으니 자신을 괴롭힌다?“내가 말할게. 강지혁이 임유진을 보호하지만 너까지 보호해 줄 거 같아? 꿈 깨! 강지혁은 단지 임유진을 갖고 노는 거야. 임유진이 진애령을 죽인 걸 어쩌겠어? 설마 강지혁이 자신의 약혼녀를 죽인 여자를 진심으로 좋아하겠어?”민영의 말에 지영은 그 자리에서 멍해졌다.강지혁과…… 유진이?“무슨 말을 하는 거야? 강지혁이 왜 유진이를 보호해? 그리고 강지혁이 갖고 논다고…… 유진이를?”지영은 재빨리 앞으로 달려가더니 민영을 노려보았다.민영은 그제야 자신이 말실수를 한 것을 알아차렸다. 분명 오빠가 절대 누설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난…… 난 네가 무슨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어.”민영은 말을 하며 부랴부랴 일어나 지팡이를 짚고 도우미의 부축을 받으며 재빨리 떠났다.소장은 아부라도 더 하려고 다급하게 따라갔다.한편 남아 있는 동료들은 계속 지영을 탓하고 있다. 하지만 지영은 그 사람들을 신경 쓸 겨를이 없이 민영이 한 말만 생각
첫날처럼 힘이 하나도 없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어머니 쪽 친척에게서 몇 번이나 연락이 왔다.목적은 여러 가지가 있었다. 큰삼촌의 일로 사정하는 사람도 있고 고소를 취하하길 바라는 사람도 있으며 그날 박씨 저택에서 임유진을 데려간 사람이 누군지 묻는 사람도 있었다.수많은 경찰차가 박씨 저택을 가로막았으니 주변 이웃들도 모두 볼 수 있었다.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유진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말했다. 그렇게 대단한 인물과 알고 지내니 적지 않은 돈이 있을 것이기에 친척인 자신을 도와달라고 했다.유진은 어이가 없었다. 그들이 말하는 대단한 인물인 혁이를 유진조차도 어떤 신분인지 모른다.하지만 그 사람들의 입에서 그날 혁이가 말하지 않은 일들을 알 수 있었으며 그날 밤 자신이 어떻게 박씨 자택에서 구출 당했는지 알게 되였다.유진은 병실을 나와 복도를 천천히 걸으며 간병인에게 말했다.“날 따라다니지 말아요. 혼자 좀 걷고 싶어요.”다른 사람이 자신의 곁에 있으니 유진은 불편했다.간병인이 머리를 끄덕였다.그리고 원래 병실 입구를 지키던 경호원은 이 광경을 보고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늘 아침부터 유진이 복도에서 여러 번 걸어 다녔기 때문이다.한편 유진이 계단 입구의 안전 통로를 지나갈 때 마침 유리문을 통해 지혁이 계단 입구에 서서 전화를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지혁의 손에는 담배 한 대가 끼워져 있고 몸은 모퉁이에 비스듬히 기대어 있다. 유진은 지혁의 뒷모습밖에 볼 수 없었다. 라인이 아름다운 목, 넓은 어깨와 좁은 허리, 긴 다리, 몸에 맞는 정장이 그 체형을 더 돋보이게 한다. 아무렇게 서 있지만 화보를 찍는 모델 같다.유진은 이전에 돈을 모아 지혁에게 정장을 사주려고 생각했지만 정장을 입은 지혁의 모습이 이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바로 이때 유진이 갖고 있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유진이 재빨리 핸드폰을 열어 보자 한지영이었다.“지영아, 무슨 일이야?”유진이 물었다.“유진아, 너…… 혁이와 같이 있어?”지영은 혁이라는 두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