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핸드폰에서 외할아버지가 재촉하는 소리가 들려왔다.“유진이에게 빨리 경찰서에 가서 사건을 철회하라고 해. 첫째와 사람들이 다 나올 수 있도록 해야지.”“풀어주라고요? 뭘 풀어줘요? 그들이 죄를 지었으니, 가둘 수 있을 만큼 가둬야 해요!”“당신 아들딸인데, 다른 성을 딴 애 때문에 꼭 그래야겠어?”“뭐가 다른 성을 딴 애예요?, 유진이도 내 외손녀예요! 애가 엄마도 없는데, 나라도 힘이 돼줘야 해요!”“당신 이러다가 나중에 다 당신을 외면할 거야. 아님 혹시 감옥살이를 한 외손녀가 나중에 당신의 시중을 들고 임종까지 지키게 하고 싶은 거야?”두 노인은 휴대전화가 아직 통화 상태라는 것을 잊은 듯 다투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외할머니가 통화 중이라는 것을 떠올리고 물었다.“유진아, 들려?”“네, 들려.”임유진이 말했다.“외할머니는 네가 아무 일이 없다는 것을 알면 됐어. 너의 큰 외삼촌, 둘째 외삼촌, 셋째 이모, 그리고 너의 사촌오빠, 사촌 언니 그들은 돈에 눈이 멀어 미친 짓을 했어. 너는 그 사건을 철회할 필요가 없다. 죄를 지었으면 죗값을 치러야지.”외할머니는 강경한 어투로 말하고 나서 전화를 끊었다.임유진은 핸드폰을 안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녀는 외할머니가 자신에게 전화한 이유가 이 일을 그만두게 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했다. 전화를 해서 자신한테 경찰서 쪽에 큰 외삼촌, 둘째 외삼촌, 셋째 이모를 풀어달라고 말해주길 바랄 줄 알았다.그런데 뜻밖에도 외할머니는 오히려 그녀의 손을 들어줬다.어릴 때 아버지로 인해 외할머니에게 버려졌고, 그녀는 작은 마을에서 다른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했었다. 그럴 때마다 할머니는 울먹이는 유진이의 손을 잡고 괴롭힌 아이들을 찾아갔다.그리고 매번 외할머니가 말했다.“유진이 울지 마. 할머니가 있잖아. 할머니는 유진이 편이야. 유진이는 다른 사람을 괴롭히지 않으니 다른 사람의 괴롭힘을 당해서도 안 돼!”외할머니는 그녀를 위해 다른 사람을 찾아 따지고, 그래도 말이 안 통한다면 그녀는 물불 안 가리
그녀의 눈물은 항상 그를 당황하게 만든다. 그녀의 눈물을 멈출 수만 있다면 그는 그녀를 위해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갑자기 임유진이 강지혁의 품에 안겨 목 놓아 울기 시작했다.그녀는 이런 상황에서 왜 자신이 이런 행동을 하는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가 그를 안고, 자신의 얼굴을 그의 가슴에 기대었을 때, 그녀는 억누르고 있던 마음속의 그 고통을 그에게 마음껏 털어놓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강지혁은 고개를 숙이고 품속에서 목 놓아 우는 그녀를 보면서 그녀를 가볍게 껴안고 마음껏 울게 내버려 뒀다.임유진은 자신이 지금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는지 알지는 못했지만, 하도 울어서 나중에는 눈물이 안 나오는 거 아닌가 하는 쓸데없는 생각이 들었다.강지혁은 휴지를 들고 그녀의 얼굴에 묻은 눈물을 부드럽게 닦았다.“누나 도대체 무슨 일인지 나한테 말해 줄래?”“외할머니야.”그녀는 코를 훌쩍거렸다.“외할머니가 뭐라하셨어?”그는 어두운 눈빛으로 물었다.“아니, 외할머니는 무슨 일이 있냐고, 큰삼촌한테 신경 쓰지 말라고 하셨어. 갇혀야 할 만큼 갇혀 있다고 하시면서 말이야.”임유진은 콧소리를 냈다.강지혁은 조금 의외라 생각했다.“이 외할머니, 그래도 괜찮은 분이시네.”“외할머니는 나에게 잘해 주셨어.”임유진이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녀는 외할머니가 이 정도까지 잘해 주실 줄은 몰랐다. 외할머니는 본인의 행동으로 온 가족이 자신에게 등 돌리고 적이 되더라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그럼 누나는? 친척들을 봐줄 거야?”강지혁이 물었다.임유진은 눈을 들어 눈앞의 사람을 쳐다보았다.강지혁이 말을 이었다.“누나가 풀어주라고 하면 경찰국에 전화해 사람을 풀어주라고 할 수 있지만, 만약 누나가 그들을 용서하지 못하겠다면 변호사를 찾아 그들이 평생 감옥에서 나오지 못하게 할 수 있어.”그는 이 일이 자신한테는 별것 아니라는 듯 시큰둥하게 말했다. 임유진은 조금 당황스러웠다. 게다가 그녀 역시 법학을 전공했다. 같은 일이라도 사건의 흐름에
임유진은 조용히 바라보기만 했다. 그녀가 손바닥에 있는 그 흉측한 상처를 보았더라도 그녀의 표정은 아무런 변화도 없었을 것이다.간호사가 임유진의 오른손에 다시 거즈를 감아 주었다. 임유진은 따끔함에 자기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려졌지만, 신음 한 번 내지 않았다.“내가 할게요, 나가요.”강지혁이 간호사에게 말했다.간호사는 공손하게 방에서 물러났고, 강지혁은 거즈를 능숙하게 임유진의 오른손에 감았다. 그녀가 오른손에 통증을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로 그의 동작은 가볍고 부드러웠다.상처를 다 싸맨 후, 그는 거즈를 내려놓으며 말했다.“며칠 동안 가능한 한 오른손을 사용하지 말고, 아까처럼 주먹을 꽉 쥐지 마. 피를 얼마나 더 흘려야 그만둘 거야?”그녀는 그가 거즈를 감고 나서 마무리로 예쁘게 매듭 묶는 걸 보았다.“너 능숙하게 잘 묶는구나.”순간 그의 두 눈에 우울함이 스쳤다.“어렸을 때 좀 배웠어.”“그때 아버지는 여기저기 어머니를 찾아다녔어. 가끔 길에서 뒷모습이 비슷한 사람을 보면 달려가서 무작정 잡아당기곤 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아버지가 맞은 적이 많아.”그리고 그는 항상 아버지를 위해 상처를 싸맸고, 시간이 지나 자연스레 그의 솜씨도 능숙해졌다.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 그는 한번도 다른 누군가를 위해 상처를 싸맨 적이 없었는데 오직 그녀만은 예외였다.“앞으로 거울 조각 같은 걸 손으로 막 잡지 마. 이번에는 네가 운이 좋아서 손 근육을 다치지 않았지만 자칫하면 앞으로 손을 못 쓸뻔했어.”강지혁이 말했다.임유진은 입술을 깨물었다.“하지만 어젯밤에 내가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의식을 잃었을지도 몰라. 그러면…… 상대방은 마음껏 하고 싶은 걸 했겠지.”“아파?”그가 물었다. 어젯밤 그가 뛰어들었을 때 그녀가 손에 거울 조각을 쥔 채 피를 흘리고 있던 그 장면을 잊을 수 없었다.그는 본인의 의지만으로 이런 상황을 버티고 있는 여자를 한평생 본 적이 없었다. 정신은 혼미한 상황에서도 그녀는 의지로 꿋꿋이 버티고 있었다.“괜찮아.”
강지혁은 목이 메었다. 임유진은 그가 지혁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분명 지혁은 이미 유진에게 자신의 신분을 말했는데도 말이다.방안의 불빛 아래, 유진의 긴 머리카락은 어깨에 흩어져 있고, 얼굴은 창백하게 물들어 있으며 살구 같은 눈동자는 아주 긴장한 채로 지혁을 바라보고 있다. 마치 무엇을 걱정하고 있는 듯했고 운명을 인정하는 것 같았다.마치 이미 고된 생활로 인해 너무 힘들어 이미 불공평함을 운명으로 받아들인 듯했다.“누나, 병원에서 잘 치료하고 있어. 다른 건 생각할 필요 없어. 퇴원하면 그때 내가 도대체 누구인지 알려줄게.”지혁이 말하자 유진은 지혁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했던 일을 다 말한 것인지 유진은 하품을 하더니 눈꺼풀이 축 처졌다.“누나 피곤하면 먼저 좀 자. 의사가 방금 최근 며칠 동안 졸릴 거라고 했어.”지혁은 말을 하며 유진을 부축하여 눕게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유진은 잠이 들었다.지혁은 유진의 잠든 얼굴을 보고 얇은 입술을 오므리고 손가락으로 가볍게 유진의 볼을 어루만지더니 마지막으로 유진의 입술을 만졌다.“누나, 내가 어떻게 설명해 줘야 할까?”지혁에게 대답하는 것은 단지 고요함일 뿐이다.유진이 깨어났을 때 지혁은 유진의 병실 침대 옆에 앉아있었고 여전히 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배고프지? 음식을 가져오라고 할까?”지혁이 말했다.지혁이 말하자 유진은 그제야 자신이 정말 배가 고픈 것 같다는 것을 알았다.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일단 내가 누나를 안고 화장실에 가서 세수하는 걸 도울게. 조금 있다 밥 먹자.”지혁은 말하면서 유진을 번쩍 안았다.“나 혼자…….”유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지혁이 유진을 번쩍 안아 유진은 자기도 모르게 지혁의 목을 안았다.지혁은 유진을 안고 화장실로 들어가 조심스럽게 유진을 한쪽 세면대에 앉힌 다음 부드러운 털 슬리퍼를 신겨준 뒤에야 다시 유진을 바닥에 내려놓았다.“똑바로 설 수 있어?”지혁이 물었다.“응.”유진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지혁은 유진의
강지혁은 임유진에게 칫솔을 쥐어주고 치약을 짜서 따뜻한 물이 담긴 컵을 유진에게 건네주었다.유진은 얼굴이 빨갛게 상기된 채 이를 어떻게 닦았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았고 유진의 몸을 둘러싼 지혁의 숨결에 취해있었다.그때 지혁은 수건을 꺼내 따뜻한 물에 수건을 적셨다.“나 혼자 할 수 있는데…….”유진이 입술을 깨물었다.“내가 하는 게 더 편하잖아?”지혁이 말했다.‘문제는 너무…… 가깝잖아!’지혁은 유진을 백허그한 채로 수건을 적시더니 물기를 짰다…….유진은 자기도 모르게 머리를 들어 거울을 바라보았다.유진은 줄곧 혁이가 예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혁이는 두꺼운 앞머리로 이마를 가리지 않았으며 정교한 정장까지 입고 있어 온몸에 귀티가 배어 있었다. 마치 아주 높은 곳에 있어 넘볼 수 없는 존재와 같았다.유진은 이전에 왜 눈치채지 못했을까? 생각해 보면 지영조차도 지혁이 노숙자일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유진은 왜 지혁이 유진과 같은 부류의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지혁을 자기 곁에 남겨 두려고 한 것일까.너무…… 외로웠던 것일까?현실은 지혁이 노숙자도 아닌 보통 신분이 아니다.지혁의 옷차림에서 아주 값 비싸다는 것을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의사와 간호사가 지혁을 대할 때도 매우 공손한 태도였다.“누나,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지혁의 목소리로 인해 유진은 하던 생각을 접었다.유진은 갑자기 정신을 차리고 거울을 보자 혁이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두 사람이 눈을 마주치자 유진은 순간 흠칫 놀랐으며 마치 이 순간 지혁의 시선에 납치당한 것 같았다.“누나, 얼굴이 아주 빨개.”지혁은 말을 하며 몸을 살짝 기울이더니 유진에게 다가갔다. 지혁의 입술, 촉촉한 숨결이 유진의 볼과 목에 닿자 아주 간질거렸다.순간 유진의 얼굴이 더욱 빨개졌다.“너는 왜…… 아직도 날 누나라고 부르는 거야?”유진은 시선을 피한 채 더 이상 거울을 보지 않았다.“내가 누나라고 부르는 게 싫어?”지혁이 낮게 반문했다.“넌 분명히 노숙자가 아닌
임유진이 세수를 마친 후 강지혁은 다시 유진을 안아 병실 침대로 향했다. 이미 음식이 준비되었다.죽과 반찬 몇 가지였다. 비록 아주 간단한 음식들이지만 아주 먹음직스러워 순간 유진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의사가 지금은 소화가 잘되는 것만 먹는 게 좋다고 했어.”지혁이 말했다.지혁은 유진의 침대 위의 작은 탁자 위에 음식을 가지런히 차려 놓았다.만약 다른 사람이 이 장면을 보았다면 눈알이 튀어나올 것이다. S시에서 말 한마디로 한 집안을 멸망시킬 수 있는 그 대단한 강 대표님이 이렇게 한 여자를 보살펴 주고 있다.유진은 젓가락을 들고 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긴 머리 때문에 머리를 숙이고 먹을 때 머리카락이 자꾸 거슬렸다.유진이 머리끈을 찾아 머리를 묶으려 하던 순간 지혁이 말했다.“내가 해줄게.”지혁은 말을 하며 옆에서 머리 끈과 빗이 담긴 박스를 꺼냈다.유진은 그 머리 끈의 로고를 보자 명품 머리 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유진은 감옥에 들어가기 전에 이 브랜드의 머리 끈을 산 적이 있다. 그때 유진의 수입은 이 브랜드의 작은 물건들을 살 수 있었다.지혁이 이렇게 세심할 줄 유진은 몰랐다. 이런 작은 물건까지 준비했다니.“할 줄 알아?”유진이 자신도 모르게 물었다.“매일 누나가 머리 빗는 걸 보면서 배웠어.”지혁이 말했다.지혁은 빗을 들고 유진의 머리를 빗겨준 후에 머리 끈으로 유진의 머리를 묶었다. 비록 숙련된 솜씨는 아니지만 꽤 그럴 듯하다.바로 이때 갑자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들어와.”지혁이 말했다.병실의 문이 열리자 고이준이 병실로 들어왔다. 이준은 그 장면을 보더니 자기도 모르게 넋이 나갔다.‘강 대표님이…… 여자의 머리를 빗겨주고 있다?’평소에 강 대표님은 여자가 주동적으로 품에 안겨도 거들떠보지 않는데 여자에게 이런 일을 해줄 리가 없다.하지만 유진이니 불가능한 것이 없다.유진은 원래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지만 이준의 이런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보고는 지혁이 자신의 머리를 빗겨주고 있
“그 기자는 임유진 씨가 감옥에 들어갔던 일을 모르는 것 같았어요. 단지 임유진 씨의 이름만 알고 강 대표님의 열애 기사를 쓰려는 것 같았어요.”고이준이 말했다.그러자 강지혁이 말문을 열었다.“계속해서 물어봐. 모든 걸 다 알아낸 뒤에 사람을 풀어줘. 그리고 인터넷에서 다른 사람이 올린 글을 봤다면서. 누가 올렸는지, 뭘 봤는지도!”“알겠습니다.”이준이 대답했다.지혁이 병실 문을 열면서 병실 침대에 앉아 죽을 먹고 있는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 기자의 말은 단지 우연의 일치일까?그냥 어젯밤에 공교롭게 본 것일까? 아니면…… 또 뭐가 있을까?유진이 고개를 들자 지혁은 어두운 표정으로 온몸으로 차가운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유진은 깜짝 놀라 멍하니 지혁을 바라보았다.하지만 그 차가운 기운은 한순간에 사라졌고 준수한 얼굴에 웃음기 가득한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왔다.“누나, 왜 그런 표정으로 날 보는 거야?”지혁이 묻자 유진은 고개를 저었다.“아무것도 아니야.”방금 그 순간 유진은 지혁이 낯설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것이…… 진정한 지혁의 모습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또 천사 같은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방금은 유진이 잘못 본 것일까?…….소민영은 유진의 배경에 지혁이 있다는 걸 알자 순간 머리가 복잡해졌다.자신의 다리가 다친 걸 따질 수가 없다!민영의 다리가 부러져 입원한 일은 이미 영애들 사이에서 웃음거리가 되었으며 만약 다리가 치료되지 않으면 영원히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모두 유진 때문이다. 그 여자가 아니라면 자신이 왜 이렇게 되었을까?그리고 유진은 지혁과 만나면서 언질도 주지 않았다! 소민영은 유진이 일부러 말하지 않았고 연약한 척 연기한 뒤에 자신이 유진을 괴롭히면 지혁을 내세워 복수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소민영은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오늘 친구가 특별히 이곳에서 룸을 하나 예약해 민영의 답답함을 풀어 준다고 했는데 지팡이를 짚고는 도저히 기분을 낼 수 없었다.그리고 방금 민영이 지팡이를 짚고 룸에서 나올 때
소민영은 싱긋 웃더니 소장의 뒤에 서 있던 한 무리의 사람 중 한 명을 힐끗 보았다. 민영은 그날 임유진과 같이 쇼핑을 하던 여자를 기억하고 있다. 아마도 유진의 친구일 것이다. 이 화풀이를 유진에게 내지 못한다면 유진의 친구에게 하면 된다.한편 한지영은 민영과 눈을 마주치자 순간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니나 다를까 함께 식사하던 도중 민영은 여러 사람에게 술을 권하며 건배하려 했고 민영의 다리가 불편해 사람들이 민영에게 가서 술잔을 부딪쳤다.그러나 지영과 술잔을 부딪칠 때 민영은 일부러 손을 움직여 술잔이 바닥에 떨어졌고 술이 다치지 않은 그 발의 신발에 가득 튀었다.그때 민영이 입을 뗐다.“나한테 술을 권하기 싫어도 고의로 날 밀 필요는 없잖아요. 나랑 밥 먹기 싫으면 그냥 말하면 되잖아요. 지금 당장 나갈게요.”지영은 차가운 눈으로 상대방을 바라보았고 소장은 자연히 다급하게 민영을 막았다. 누가 옳고 누가 그른가를 막론하고 지영이 잘못을 인정해야 했다.“지영 씨, 빨리 소민영 씨에게 사과해요!”“맞아요. 지영 씨, 빨리 사과해요!”옆에 있던 동료들도 분분히 말했다.사실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모두 민영이 일부러 그런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누가 감히 민영에게 미움을 사겠는가! 민영은 소씨 가문의 사람이다! 소씨 가문을 건드리는 날에는 일자리를 잃을 것이다.한편 지영은 그 자리에 서서 한마디도 하지 않고 민영을 쳐다보았다.“지영아, 모두를 해치려는 작정이야? 곧 있으면 설인데 직장을 잃을 작정이야?”소장이 지영을 잡고는 낮은 소리로 말했다.지영은 이를 악물고 천천히 다가가 눈을 내리깔고 말했다.“소민영 씨, 미안합니다. 방금은 제 실수였어요.”민영이 활짝 웃었다.“당신의 잘못이라는 걸 인정했으니 보상을 해야죠. 이렇게 해요. 내 신발이 더러워졌으니 신발을 깨끗이 닦아요. 그럼 이 일을 더 이상 따지지 않을게요.”지영이 민영을 노려보고 있다.그때 민영이 말했다.“다리를 다친 사람에게 신발을 닦게 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