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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화

“하지만…… 너 옷차림이…….”

강지혁은 그제야 반응했다. 지금 지혁이 입고 있는 이 옷차림은 어젯밤 할아버지를 모시고 밥을 먹을 때의 옷차림이다.

만약 혁이라면 당연히 이런 옷을 입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어젯밤의 일을 겪은 후, 지혁은 오히려 이제는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조만간 임유진에게 지혁의 진정한 신분을 밝혀야 했으니 말이다. 다만 지금 그 순간이 생각보다 일찍 다가왔다.

그리고 유진이 지혁의 신분을 알게 되면 당당하게 유진을 보호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옷차림이 달라도 나는 여전히 혁이야, 그렇지?”

지혁이 미소를 지은 채 유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유진이 아무리 바보라도 이상한 점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현실이 유진이 생각했던 것과 조금 다르다는 것을 말이다.

“너 노숙자가 아니었어?”

“아니야.”

지혁이 인정했다.

“그럼 넌…… 왜 노숙자 행세를 하고 있었어?”

속았다는 생각이 자기도 모르게 피어났다. 유진은 눈을 부릅뜨고 지혁을 바라보며 두 손으로 몸을 덮은 이불을 꼭 잡고 있었는데 손가락이 떨려왔다.

유진이 알고 있던, 순수하고 의지할 곳이 없는 동생이, 사실 유진이 알고 있는 그 사람이 아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유진의 일방적인 느낌일 뿐이다.

한지영의 말대로 유진은 지혁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면서 경솔하게 지혁을 집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지혁은, 분명 노숙자가 아니라면서, 왜 유진과 함께 그 좁은 오피스텔에서 살았던 걸까? 함께 동거했던 그날들은 또 지혁에게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내가 사칭한 것이 아니라 누나가 그렇게 생각했어. 나는 바로잡지 않았을 뿐이야.”

지혁이 말했다.

유진은 숨이 막혀 한동안 어떻게 반박해야 할지 몰랐다.

“그…… 그럼 왜 나랑 같이 살아? 너 분명히 집이 있는데!”

유진이 지혁을 노려보았다.

“누나랑 함께 사는 게 좋았어, 그리고…….”

지혁은 말하면서 손을 들어 유진의 부스스한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누나가 날 ‘원해서’ 내가 남은 거야, 안 그래?”

입술을 깨물고 있는 유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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