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진은 이 모든 대화를 주의 깊게 듣고 마음속에 깊이 새겼다.바의 어두운 구석에서 소연아와 문예슬의 음모를 목격한 여진은 사건의 심각성을 깨닫고 즉시 행동에 나섰다.여진은 즉시 바를 떠나 차를 몰아 설영준의 집으로 향했다. 도착하자마자 설영준과의 면담을 요청하고 바에서 들은 모든 내용을 자세히 보고했다.설영준은 여진의 보고를 들으며 미간을 찌푸리고 눈에 차가운 한기를 담았다.설영준은 분노를 느꼈지만, 소연아와 문예슬의 배신에 깊은 실망감을 느꼈다.설영준은 이 음모가 송재이의 명예뿐만 아니라 설한 그룹의 미래와도 직결되어 있음을 잘 알고 있었다.“여 비서, 수고 많았어요.”설영준은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그 안에는 단호한 결의가 담겨 있었다.“이제 우리는 소연아 씨와 문예슬 씨의 본모습을 철저히 드러낼 수 있는 계획이 필요합니다.”두 사람은 서재에서 오랫동안 논의하며 세부적인 반격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설영준은 소연아와 문예슬을 즉시 폭로하지 않고 그들이 더 많은 실수를 저지르도록 유도하기로 했다.설영준은 송재이의 안전을 보장하면서 소연아와 문예슬의 계획이 완전히 무너지도록 할 작정이었다.며칠 후, 설영준은 일련의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설영준은 송재이 팀의 구성원을 은밀히 조정하고 소연아와 문예슬의 영향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인물들을 교체하여 충성스러운 직원들을 송재이 팀에 배치했다.또한, 송재이에게 모든 서류를 철저히 검토하라고 특별히 지시하고 위조된 문서가 송재이의 시야에 들어가도록 했다.소연아와 문예슬이 세심하게 준비한 덫은 예상대로 하나씩 작동되고 있었다.그들은 설한 그룹 내부의 내통자를 통해 위조된 서류를 송재이의 일상 업무에 교묘히 삽입했다.이 문서들은 겉보기에는 완벽해 보였으며 송재이가 담당할 국제 프로젝트의 핵심 데이터와 분석이 담겨 있어 송재이가 잘못된 결정을 내리도록 유도할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내통자는 평소 눈에 띄지 않는 중년 남성으로 그의 이름은 서하준이었다.서하준은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문
그와 동시에 설영준은 이미 서하준에 대한 반격을 개시했다.설영준은 먼저 그룹의 보안팀에 연락해 서하준의 배경을 철저히 조사했다.또한 전문 IT팀을 구성해 서하준의 전자 장비를 감시해 언제든지 수상한 통신 활동을 포착할 수 있도록 준비해 놓았다.며칠 후, 서하준은 다시 슬슬 움직이기 시작했고 송재이에게 더 많은 위조 문서를 전달하려는 시도를 보였다.하지만 이번엔 서하준의 모든 행동이 보안팀에게 전면적으로 감시되고 있었다.송재이의 사무실을 막 떠난 서하준은 이내 보안팀에게 붙잡혀 곧바로 설영준의 사무실로 끌려갔다.넓은 사무실 안에서 서하준은 불안하게 손을 맞잡고 설영준의 앞에 서 있었고 초조하고 긴장하는 눈빛을 숨기지 못한 채 설영준의 날카로운 시선을 마주하지 못했다.사무실의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더 무거웠고 벽에 걸린 시계만이 재깍거리며 서하준의 침묵을 세어주는 것 같았다.커다란 테이블 뒤에 앉아 있는 설영준은 아무런 감정 변화도 없는 얼굴로 서하준을 바라보았지만 눈에는 뭔가를 당장 심문할 것 같은 섬뜩한 빛이 번뜩였다.설영준은 서하준의 마음을 뚫고 들어올 강렬한 중저음으로 입을 열었다.“서하준, 우리 설한 그룹을 배신하면 어떤 결과가 따르는지 알기나 해?”서하준은 목이 타들어 가듯 바짝 말랐고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대표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 어리석은 행동에 대해 깊이 후회하고 있습니다.”설영준은 코웃음을 치며 자리에서 일어나 서하준에게 다가가 거만한 자태로 내려다보며 물었다.“후회한다고? 소연아랑 문예슬이랑 함께 비밀리에 배신하기로 작정할 때 오늘 같은 결과를 맞이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어?”서하준의 얼굴은 점점 더 창백해졌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그는 더 이상 도망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어쩔 수 없이 간절한 목소리로 설영준에게 빌었다.“대표님, 그 두 사람이 저를 이용한 겁니다. 저... 저 모든 걸 다 털어놓을게요. 제발 한 번만 기회를 주세요.”설영준의 눈빛
송재이의 눈길이 문예슬과 소연아의 얼굴을 번갈아 가며 훑었고 그녀의 눈에는 두려움은 전혀 없었고 오히려 차분한 굳건함이 엿보였다.송재이는 침묵을 지키며 뭐든지 다 도전할 수 있는 확고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너희들이 어떤 수를 쓰든 난 이미 준비가 되어 있어.’ 송재이의 눈빛이 그렇게 말하는 듯했다.문예슬과 소연아는 송재이의 이런 반응을 예상하지 못한 듯 얼굴에서 흘러넘치던 자신만만한 미소가 얼어붙었고 순간적으로 당황한 기색이 스쳤다.복도의 공기가 갑자기 팽팽해졌다. 세 사람 사이에 말 한마디 오가지 않았지만 이미 불꽃이 튀는 듯 분위기가 긴장했다.송재이는 그 자리에 우뚝 서서 물러날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그녀의 침묵은 그 어떤 말보다도 강력했다.문예슬과 소연아는 송재이의 모습을 보고 서로 말없이 눈빛을 교환했다.두 사람의 계획은 아무래도 예상대로 진행되지 않는 듯했고 그로 인해 불안감이 밀려왔다.결국 문예슬이 참지 못하고 먼저 침묵을 깼다. 그녀는 억지로 예의를 갖춘 목소리로 말했다.“재이야, 오늘 굉장히 기운이 넘치는 것 같네. 우린 더는 방해하지 않을게. 오늘 회의 잘 봐.”소연아도 문예슬을 따라 한마디 덧붙였지만 그녀의 말투에는 약간의 억지와 불만이 섞여 있었다.“맞아요, 재이 씨. 오늘은 재이 씨 소중한 시간 뺏지 않을게요.”송재이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여전히 굳건한 눈빛을 보이며 대응했다.“고마워요. 나도 진짜 오늘 회의가 기대되긴 해요.”말을 마치고 송재이는 더 이상 두 사람에게 신경 쓰지 않고 다시 발걸음을 돌려 설영준의 사무실로 향했다.송재이가 설영준의 사무실에 들어서자 설영준은 테이블 뒤에서 몸을 일으켰다.설영준의 시선은 무언가를 확인하려는 듯 잠시 송재이의 몸에 머물렀다.“재이야, 왔구나.” 설영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고 표정에는 미세하게나마 안도감이 스쳤다.“기운이 넘치는 걸 보니 준비가 잘된 것 같네.”송재이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자신감이 담긴 목소리로 대답했다.“영준아, 난
소연아는 설영준이 결정을 발표한 후, 전례 없이 압도적인 위기감을 느꼈다.그녀는 자기가 뭔가 이 상황을 뒤집을 만한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모든 것을 잃을 거라는 걸 확신하고 있었다.회의가 끝난 후, 소연아는 주동적으로 송재이에게 다가가 결연한 목소리로 말했다.“재이 씨, 따로 할 얘기가 있는데 시간 좀 내줄래요?”송재이는 소연아를 힐끗 쳐다봤고 그녀의 눈에는 두려움 대신 확고함만이 가득했다.“그러죠, 연아 씨, 대화가 꼭 필요하다면 기꺼이 상대해 드릴게요.”두 사람은 함께 회의실을 나와 근처의 카페로 향했다.설영준은 회의실 문가에 서서 송재이와 소연아의 뒷모습을 끝까지 지켜봤다.설영준의 마음속에는 걱정이 앞섰지만 동시에 호기심도 슬슬 올라왔다.그래서 그는 송재이의 안전을 위해 몰래 따라가기로 했다.카페에서 소연아와 송재이는 한적한 구석에 앉았다.소연아는 커피를 시키며 교활한 눈빛을 보이며 선수를 치기 시작했다.“재이 씨 집안이 뛰어나지 않다는 건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죠. 그런데도 재이 씨 실력으로 여기까지 오다니 참 감탄할 만한 일이에요.”송재이는 차갑게 소연아를 바라보았고 눈빛은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연아 씨, 제 집안이 어떻든 제 능력과는 상관없어요. 설한 그룹이 중요하게 여기는 건 제 업무 성과이지 제 출신이 아니니까요.”소연아의 입꼬리가 비웃듯 올라갔고 도발을 이어갔다.“맞아요, 능력은 출중하시겠죠. 하지만 재이 씨에게 가장 중요한 한 가지가 빠졌다는 건 인정해야 하지 않나요?”송재이는 소연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곧바로 알아채 가슴이 철렁했다.순간 송재이의 얼굴이 약간 굳어졌지만 이내 다시 냉정을 되찾았다.“연아 씨, 모든 사람은 각자의 가치를 지니고 있어요. 출산 능력만이 사람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아니죠.”소연아는 여전히 송재이를 놓아주지 않으려는 듯 쌀쌀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재이 씨는 그럴지 몰라도 설영준은요? 영준 씨는 설씨 가문 외아들인데 과연 재이 씨 말대로 하나도 신경 쓰지 않을까요?”송재
송재이의 목소리는 점점 낮아졌고 그녀의 눈빛에는 설영준에 대한 깊은 애정이 묻어났다.“내가 가장 놓치기 싫은 건 네가 나에게 보여준 이해와 지지야. 영준아, 넌 나에게 수없이 많은 용기를 줬어. 그 덕분에 난 모든 어려움과 도전에 당당하게 맞설 수 있었어.”송재이의 허심탄회한 말은 설영준의 마음에 큰 감명을 줬다. 그는 송재이를 꼭 끌어안고 귀에 대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재이야, 나도 그래.”하지만 두 사람의 감정이 점점 무르익어가고 있을 때, 설영준은 해외 프로젝트에 문제가 생겨 긴급하게 한 달 동안 출장을 떠나야 했다.송재이는 설영준과 갈라지기 싫었지만 어쩔 수 없이 그를 보내야 했다.공항에서의 이별은 유난히 쓸쓸했다. 송재이는 설영준을 꼭 껴안고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영준아, 네가 많이 그리울 거야. 꼭 무사히 돌아와.”설영준은 송재이의 볼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약속했다.“재이야, 한 달 뒤면 돌아올 거야. 어디에 있든 내 마음은 항상 너와 함께야.”설영준이 떠난 후 송재이는 전에 없던 공허함을 느꼈다.그래서 생활의 초점을 딴 곳에 맞추려는 목적으로 송재이는 일에 몰두하려고 애썼지만 그 공허함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공허한 하루하루가 흘러가고 있을 때, 송재이의 친구 유은정이 송재이의 정서 변화를 알아차리고 그녀를 식사에 초대해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말로 위로하려 했다.송재이는 유은정의 초대를 받아들였고 두 사람은 아늑한 분위기의 작은 식당에서 만났다.유은정의 따뜻한 배려와 이해는 송재이에게 약간의 위로가 되었고 친구와의 대화를 통해 송재이의 꿀꿀하던 마음도 조금씩 누그러졌다.“재이야, 너도 알다시피 설영준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거야. 그래야 너에게 더 좋은 사람으로 돌아올 수 있지, 안 그래?” 유은정이 송재이의 손을 잡고 따스한 말로 격려했다.송재이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친구의 따스한 배려가 그저 고맙기만 할 따름이었다.“은정아, 고마워. 나도 영준이 우리의 미래를
송재이는 설영준과의 관계에 대해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비록 설영준의 갑작스러운 출장 때문에 의도치 않은 외로움을 느끼긴 했지만 송재이는 두 사람의 감정이 시간과 거리가 주는 시련을 이겨낼 수 있다고 굳게 믿었다.바쁜 업무 속에서 설영준을 그리는 애타는 시간이 흘러 한 달이 지나자 마침내 설영준이 돌아오는 날이 다가왔다.설영준의 비행기가 공항에 착륙하자마자 송재이는 그의 전화를 받았다.설영준은 많이 피곤한 듯한 목소리였지만 집으로 돌아온 기쁨을 숨기지 못한 채 말했다.“재이야, 나 돌아왔어. 근데 회사에 긴급하게 처리해야 할 프로젝트가 있어서 먼저 가봐야 해. 저녁에 같이 밥 먹자.”그 말에 송재이는 부드럽게 대답했다.“알았어, 영준아. 먼저 볼일 봐. 저녁에 보자.”전화를 끊은 후 송재이는 설렘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설영준을 놀래주기로 결심하고 일찍 일을 마치고 회사로 향했다.송재이는 일부러 설영준에게 알리지 않고 꽃다발을 들고 기쁘고 들뜬 마음으로 설한 그룹의 사무실로 차를 몰았다.도착했을 때는 이미 저녁 무렵이었다. 사무실 빌딩은 직원들이 대부분 퇴근한 상태였고 복도는 유난히 조용했다.송재이는 익숙한 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겨 설영준의 사무실 문 앞에 도착했다. 그리고 문을 두드리려는 순간, 안에서 들리는 대화 소리에 자연스럽게 움직임이 멈췄다.무심코 들린 대화 내용은 송재이의 마음을 순식간에 무겁게 만들었다.“대표님, 정말 송재이와 결혼할 생각인 건가요? 송재이의 출신이 명문대가인 대표님 집안에 어울린다고 생각해요?”이는 다름 아닌 문예슬의 목소리였다. 문예슬의 말 속에는 송재이에 대한 경멸과 도발이 담겨 있었다.문예슬은 설영준의 테이블 앞에 서 있었고 얼굴에는 얄미운 미소가 가득했다. 그녀의 눈에는 오래전부터 꾸며왔던 계획이 끝내 성공한 듯한 교활한 빛이 반짝이고 있었다.그리고 문예슬의 손에는 송재이의 과거에 대한 정보를 담은 서류가 들려 있었다. 이 서류들을 얻기 위해 문예슬은 피타는 노력을 들였다.문예슬은
남자들은 28살이 넘으면 다들 그쪽으로 욕구가 강렬한 걸까?오늘 밤만 해도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른다. 송재이는 더 이상 감당이 안 됐다.하지만 그녀는 누구보다 설영준을 잘 알기에 가느다란 손으로 그의 척추를 천천히 쓸어내렸다. 서툰 솜씨로 더듬거리며 끝내 그의 성감대를 찾았고 설영준의 무거운 신음과 함께 뜨거웠던 섹스도 마침내 끝났다.“나 다음 달이면 25살이야.”송재이는 이불을 걷고 침대에서 일어나 바닥에 널브러진 속옷과 원피스를 주워서 하나씩 챙겨입기 시작했다. 뒤에 달린 지퍼가 손이 닿지 않아 고개 돌려 침대 머리맡에 기댄 설영준을 힐긋 쳐다봤는데 그는 한창 담배에 불을 지피고 뽀얀 연기를 내뿜으며 그녀와 시선을 마주쳤다.송재이는 우아한 자태로 자리에 앉아 긴 머리를 쓸어넘기고 새하얀 등을 훤히 드러냈다.설영준의 눈빛이 그녀의 몸에서 맴돌았다.잠시 후 그나마 신사답게 담배를 지그시 물고 몸을 일으키며 제법 자연스럽게 그녀의 지퍼를 올려주었다.“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데?”공기 속에 고요한 정적이 흘렀다.“나도 이젠 어린 나이가 아니야. 나만의 가정을 차리고 싶어.”그녀가 답했다.설영준은 담뱃재를 톡톡 털었다.“우리가 처음 섹스할 때 내가 했던 말을 까맣게 잊었나 봐?”“안 잊었어. 나랑 결혼 안 한다고 했잖아.”송재이는 치맛자락을 꽉 잡고는 애써 담담한 척 웃어 보였다.“사실 이 3년 동안 너에게 무척 고마웠어. 내가 가장 힘들 때 나 대신 중병에 걸린 우리 엄마를 위해 신장을 찾아주고 병원비도 대줬잖아. 비록 살려내진 못했지만...”여기까지 말한 그녀는 목소리가 슬픔에 잠겼다.6개월 전, 그녀는 엄마의 장례식을 마치면서 설영준과 이별할 결심을 했지만 마음속에 줄곧 일말의 미련이 남아 있었다. 그러다가 어제 그가 조건이 비슷한 집안의 주현아 씨와 함께 반지를 고르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완전히 단념했다.애초에 송재이가 설영준과의 이런 관계를 시작하기로 했을 때 두 사람 다 솔로였다. 설영준은 의젓했고 그녀는 돈이 시급했기에
미행은 절대 아니다. 송재이는 자신이 그럴만한 매력이 없다는 걸 잘 아니까.설영준을 본 순간 그녀는 왜 가슴이 찔리는지 이해되지 않았다.일정한 거리를 사이에 두고 그녀는 설영준의 눈에 담긴 웃을 듯 말 듯한 기운을 바로 알아챘고 왠지 모르게 등골이 오싹해났다.“아는 사이에요?”맞은편에 앉은 지민건도 그녀의 시선을 따라 뒤쪽을 바라봤다.하지만 그는 근시이고 오늘 급하게 나오느라 깜빡하고 렌즈를 착용하지 못해서 눈앞이 희미할 뿐 아무것도 안 보였다.송재이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전화를 끊었다.“아니요, 몰라요.”곧이어 저번에 쥬얼리샵에서 본 주현아 씨가 나타났다.이제 막 화장실을 다녀온 모양인지 하이힐을 신고 새하얀 롱 원피스를 하늘거리며 설영준의 옆으로 걸어갔다.설영준도 송재이한테서 시선을 거두고는 맞은편에 앉은 주현아만 쳐다볼 뿐 더는 곁눈질하지 않았다.방금 마신 커피가 입맛에 안 맞았던지 혹은 또 설영준을 마주쳐서 너무 긴장했던 탓인지 별안간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지민건은 그녀의 안색이 안 좋은 걸 보더니 집으로 바래다주겠다고 했다.마침 그녀도 같은 생각인지라 가방을 챙기고 그와 함께 자리를 떠났다.가게 문 앞까지 가려면 설영준과 주현아를 스쳐 지나야 하니 그녀는 무심코 두 사람을 힐긋 쳐다봤는데 주현아가 한창 수줍은 표정으로 테이블 위에 놓인 설영준의 손가락을 매만졌다.설영준도 거침없이 바로 주현아의 손을 꼭 잡았다....돌아가는 길에서 송재이는 유은정의 전화를 받았다. 그녀는 싱글벙글 웃으며 소개팅을 잘했냐고 물었다.“어때 재이야? 마음에 들어?”지민건은 옆에서 운전에만 집중했다.송재이는 그를 힐긋 쳐다보다가 입을 막고 솔직하게 대답했다.“괜찮은 분 같아. 성실하고 착해 보여.”적어도 처음 봤을 때 도망치고 싶은 마음은 없었으니까. 어차피 그녀도 결혼할 생각이 있었던지라 인연이 닿으면 지민건과 더 가깝게 지내볼 의향도 있었다.여기서 제일 뿌듯한 건 당연히 유은정이다. 그녀는 먼저 설영준의 험담을 잔뜩 늘려놓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