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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화 나는 눈 딱 감고 넘어가는 거 못 해

저녁 8시.

차량은 유럽풍 건축물 앞에서 드디어 멈춰 섰다.

송재이는 안젤벨트를 풀고 차에서 내렸다. 그러자 조금은 쌀쌀한 공기가 불어왔다.

건축물 앞에는 돌로 된 담장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

설영준은 담장 옆 출입문으로 들어가려는 듯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 안쪽에 라벤더 꽃밭이 있어. 거기는 여기처럼 춥지 않을 거야.”

송재이는 그가 내민 손을 잡고 출입문을 향해 걸었다.

사람들의 출입이 많지 않았던 탓인지 입구 쪽 바닥은 온통 넝쿨로 덮여 있었다.

‘이래서 손을 잡으라고 한 거구나.’

두 사람은 조심스럽게 넝쿨을 피해 안으로 들어갔다.

평평한 바닥까지 왔음에도 설영준은 손잡은 걸 잊은 것인지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그리고 송재이도 굳이 그 사실을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그의 뒤를 따라 5분 정도 걸어가니 탁 트인 라벤더 꽃밭이 눈에 들어왔다.

은은한 달빛 아래 꽃들은 바람에 몸을 맡긴 채 이리저리 흔들렸다.

주위는 무척이나 조용해 마치 현실 세계와는 동떨어진 또 다른 세상에 온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송재이는 코끝을 간지럽히는 라벤더 향기에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렸다.

그러고는 대자연 한가운데서 지금 이 순간을 마음껏 만끽했다.

설영준은 고개를 돌려 그런 그녀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내 생일이 언제인지는 알아봤어?”

갑자기 들려온 그의 목소리에 송재이는 그제야 두 눈을 떴다.

“누구한테 물었는데?”

‘누구한테 물었냐니, 정말 몰라서 하는 소리인가? 주현아가 메시지에서 다 얘기했을 텐데?’

송재이는 고개를 돌려 할 말 가득한 눈길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그가 또다시 말을 하려고 하기 전에 먼저 입을 열었다.

“내가 정말 네 생일을 모른다고 생각해? 7월 17일이잖아! 너야말로 나에 대해서 아는 게 하나도 없지?”

그녀의 말투에는 원망과 속상함이 묻어있었다.

설영준은 그녀의 눈이 촉촉하게 젖어 드는 것을 보고 물었다.

“예를 들면?”

“셀 수도 없이 많아.”

송재이는 기분이 확 나빠져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일을 입에 올렸다.

“나는 몇 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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