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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화 속도 없는 여자

송재이는 자신과 설영준의 사이가 점점 더 돌이킬 수 없는 수렁으로 들어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깔끔하게 그를 포기하고 내려놓으라고 매번 세뇌하듯 되뇌어 보지만 그와 잠자리를 함께 하고 나면 또다시 그가 주는 달콤함에 젖어 되도 않는 행복 회로를 돌리곤 했다.

그녀는 남녀 사이 관계에 있어 아직 설영준처럼 어른스럽고 여유로운 태도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상대방은 고작 하룻밤을 원하는 것뿐인데 그녀는 언제나 ‘혹시’라는 기대를 품고야 말고 잠자리가 끝난 다음에는 항상 그렇듯 홀로 마음의 상처를 받곤 한다.

...

저녁.

송재이는 수업을 위해 민효연의 별장으로 향했다.

집으로 들어가 보니 민효연은 일 때문에 자리를 비웠고 거실에는 막 출장을 다녀온 도정원이 연우와 놀아주고 있었다.

수업 중, 송재이는 좀처럼 집중하지 못했고 넋 놓기 일쑤였다.

그 모습을 전부 다 지켜본 도정원은 수업이 끝난 뒤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닌지 물었다.

이에 송재이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아무 일도 없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도정원은 대충 짐작이 갔다. 그녀의 기분을 좌지우지하는 건 언제나 그 남자뿐이었으니까.

도정원은 처음부터 설영준과 송재이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설영준이라는 남자는 여자들이 환장할 외모를 가지고 있어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역시 여자 문제가 끊이지 않을 남자다.

남자는 남자가 봐야 정확하다는 말이 괜히 있는 말이 아니었다.

설영준은 연애하면 좋은 남자일지는 몰라도 결혼한 뒤 좋은 남편이 될 사람은 아니다.

만약 송재이가 이제 막 20살이 된 여자고 남녀 사이의 감정을 가볍게 여기는 타입이라면 도정원도 이런 걱정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송재이는 그런 여자가 아니고 그렇기에 설영준이라는 남자를 감당해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도정원은 어렵게 찾은 동생이니만큼 그녀에게 더욱더 신경을 써주고 싶었다.

“연우랑 같이 식사하러 가요, 우리.”

도정원은 소파 위에 놓인 겉옷을 걸치며 자연스럽게 말했다.

송재이는 지난번 설영준이 화를 냈던 것을 떠올리고 처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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