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점은 성신영은 LK주얼리를 홍보하고 LK주얼리의 지원으로 그녀 자신의 신분을 더욱 돋보이게 하려는 심보였다. 그러나 강유리는 자신의 브랜드를 홍보하고 자신의 신분으로 브랜드의 명성을 높여 브랜드를 더욱 가치 있게 만들었다...“우리 웨딩 주얼리 브랜드와 경쟁하러 왔다고 하던데?”성신영은 순진한 표정으로 물었다. 표정과 말투는 마치 이 호텔에서 그녀의 결혼식만 진행하는 듯했다. 구원 브랜드의 담당자조차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저희는 강 대표님 결혼식에 초대된 브랜드 업체에요. 호텔에 결혼식 현장 세팅하러 온 거고요.”성신영은 그녀를 위아래 훑어보고는 입을 가리며 웃었다. “언니가 데려온 지원군이에요? 미안하게 됐네요. 아버지가 다른 브랜드는 들이지 말라고 해서요. 아버지가 언니에게도 똑같은 걸로 준비했으니 당신들이 따로 준비할 필요 없어요. 돌아가 주세요.”구원 브랜드 담당자는 눈썹을 찡그리며 불쾌한 내색을 비췄다. ‘강 대표와 이미 협력하기로 약속했는데, 이제와서 LK주얼리를 쓴다면 뭐가 돼?“염치가 좀 있어야지 않아? 매일 기자들 매수해서 유리 언니가 너네 고성그룹 덕을 봤다고 뉴스 쓰더니, 고성그룹은 유리 언니를 위해 뭘 준비해 줬는데? 너희들 그 두꺼운 낯짝? 굳이 유리 언니와 같은 날에 결혼식 올리지 않나, 같은 호텔을 고르지 않나, 이제는 뭐 유리 언니를 위해 뭘 준비해? 진짜 사람 같은 짓은 조금도 하지 않는구나!”도희는 전부터 성신영을 많이 참아왔지만, 오늘 허세 부리는 모습을 보고 그만 뚜껑이 열려 마구 쏘아댔다. 구원 브랜드 담당자도 놀라서 입을 벌린 채 듣고만 있었다. ‘아까 귀여운 얼굴로 쑥스러운 듯 인사하던 여자애가 왜 이렇게 욕을 잘하지?’‘그런데 이런 대단한 협력 업체는 어디서 구했지? 강 대표가 나서기도 전에 먼저 해치우다니.”성신영도 도희의 갑작스러운 도발에 당황한 채 얼굴이 굳어졌다.“네까짓 게 어디서 미친개처럼. 경호원, 이 사람들을 내보내세요!”마침 그들을 쫓아낼 구실을 찾
임강준은 지금 매우 황송하다.그는 결혼식의 사소한 부분은 당연히 사장님이 나설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자기가 사모님과 동행하여서 해결하면 된다고 생각했다.그런데 도착해보니 작은 디테일 정도가 아니었다...프로페셔널함으로 다져진 그는 포커페이스를 하고 빠르게 사과했다."죄송합니다, 사모님. 이번 일은 그룹 측의 실수입니다. 이 일은 제가 엄중히 책임을 물어 사모님과 친구분께 설명하겠습니다."말을 끝내고 그는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회사에서 책임을 물을 때, 보통은 실수한 사람의 직속 상사에게 처리하도록 맡긴다.소식을 듣고 달려온 호텔 지배인은 황송히 사과했다. 그리고 그 지배인을 면전에서 해고하고 나서야 도희와 배상 문제를 상의했다.이 모든 일들은 거침없이 진행되어 호텔 지배인은 입을 쩍 벌리고 보고만 있었다.상황 파악이 끝났을 때는 이미 경비원이 그에게 나가라고 요청할 때였다.그는 안색이 변하고는 성신영을 보며 말했다. "아가씨, 말씀 좀 해주세요! 방금 제가 규정에 따라 일 처리한 것은 아가씨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였습니다!"성신영은 그의 말을 듣고 마침내 정신을 차렸다. "잠깐, 누가 당신에게 마음대로 직원을 해고해도 된다는 권리를 준 거지?"호텔 지배인은 그제야 그녀가 여기에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아가씨?""누군가 소란을 피워서 경비원을 불러 손님을 안전하게 지켜준 게 잘못입니까? 5성 호텔의 지배인이 겨우 이렇게 갑질이나 하는 수준입니까? 돌아가서 육 실장에게 물어보죠, 부인이 당신네 호텔에서 일반 소비자의 권리조차 없는지?""..."공기가 잠시 얼어붙었다.분위기가 왠지 묘해졌다.호텔 지배인은 성신영과 강유리를 번갈아 보며 난처해했다.이 일은 분명히 손님에게 말대꾸한 것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다.육 씨 사모님과 넷째 사모님의 대치다.어느 분에게 미움을 사도 그는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주변 직원들은 간혹 이쪽으로 눈을 흘기며 이 상황을 구경했다. 안내 데스크의 임포는 휴대폰을 슬쩍 집어 들고 화분 뒤에
그런데 지금 육 회장님께 여쭤보는 건 아가씨 체면이 말이 아니다. 그래서 그는 고개를 돌려 강유리에게 눈빛으로 의견을 물었다...강유리는 그의 뜻을 눈치챘다. 강유리는 성신영의 말에는 별 의견이 없었지만 육시준의 입장도 고려하여 임강준에게 물었다."이 호텔이 LK그룹 소속인가요?"임강준이 공손히 말했다. "그렇습니다.""육시준에게 절대 발언권이 있고요?"임강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그렇습니다.""좋아요, 그럼 성신영의 결혼식장을 철거하세요. 아가씨가 어떤 남자 때문에 넷째 동생과 결혼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고 말하세요.""!!!"말 한마디에 일이 커져 버렸다.사모님 이해력이 참 뛰어나십니다.하지만 따지고 보면 이게 사실이긴 하다.호텔 지배인 한 명 때문에 그녀가 경솔하게 파혼하려는게 아닌가?임강준은 몇 초 동안 멍해 있다가 곧 재빨리 반응하고는 예의 바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호텔 지배인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사모님 분부대로 처리하세요."호텔 지배인도 몇 초 동안 멍해 있다가 바로 상급자의 분부를 따르기로 했다.그는 재빨리 무전기를 꺼내 넷째 도련님의 혼례를 취소하라고 지시했다...성신영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성신영은 이 지시를 듣고서야 그들이 진심이라는 것을 깨닫고 비명을 지르며 강유리를 향해 소리쳤다. "미쳤어요? 어떻게 감히!""내가 못 할 건 뭐 있지?"강유리는 옅게 웃고는 차분한 모습을 유지했다.그녀의 험상궂은 표정을 감상한 후 몸을 곧게 펴고 두 걸음 앞으로 다가서며 말했다."원래는 너한테 결혼식의 들러리가 될 기회를 주려고 했는데 지금 갑자기 싫어졌어."애초에 합동결혼식을 반대하지 않았던 것은 자신이 가족이 없다는 것을 묵인하고 이모와 공작님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였다.하지만 이제는 일도 다 해결되었고, 마침 성신영도 떼를 쓰니 강유리도 더이상 참을 필요가 없다.강유리는 더 이상 성신영을 상관하지 않고 호텔 지배인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도희와 구원의 스태프들에게 말했다.
도희는 진지한 얼굴로 수다를 떠는 그를 보며 약간 의아해했다. "나는 최고급 브랜드의 책임자인 당신들은 모두 예의 바른 로봇이라고 생각했는데. 업무 이외의 일에는 관심이 없는 줄 알았어.""..."평소에 관심이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오늘은 내용이 흥미로우니까 말이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점은, 같은 브랜드 책임자로서 도희가 '고객'을 위한 정의로운 발언은 그녀에게 깊은 감동을 줬다.하지만 도희와 강유리가 단순한 동료 사이가 아니라는 것을 그녀는 몰랐다.그리고 도희도 그녀의 질문에 그저 몇 마디 말로 대충 얼버무렸다. "아마 오늘 기분이 별로 안 좋았던 것 같아, 마침 성신영의 심기를 건드렸겠지."담당자는 경악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제멋대로라고? 강유리가 호텔 주차장으로 걸어 들어가는데 누군가가 그를 불러세웠다.성신영이 화를 내며 말했다. "강유리, 거기 서! 당신 무슨 근거로 이렇게 하는 거야? 당신이 무슨 권리로 우리를 쫓아내!"강유리는 그녀를 곁눈질로 바라보며 여유로운 태도로 말했다. "네가 취소하겠다고 했잖아?"성신영은 할말이 없었다. 강유리의 우아하고 침착한 모습을 보며 그녀는 화가 나서 이가 근질근질했다.팔이 너무 간지러워 그녀를 더 짜증 나게 했다.성신영은 그를 노려봤다. 강유리의 담담한 웃는 얼굴을 찢어 버리고 싶었다."우쭐대지 마! 너의 그 대단한 작은 이모는 이제 예전과 달라. 남에게 버림받은 낡은 신발 한 켤레나 다름없다고! 그녀가 결혼식에 참석한다고 해서 이겼다고 생각하나 본데, 절대 불가능해! 당신은 영원히 나와는 비교도 할 수 없어! 고성그룹이 뒷배를 봐주지 않으면 당신은 육시준한테 들러붙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을걸!""..."강유리는 눈빛이 순식간에 차가워지고 살기로 가득해졌다. 이 여자는 영원히 말을 곱게 하는 법이 없다.성신영은 그녀의 안색이 변하는 것을 보고 그녀가 자기 주제를 알았다고 생각하여 더욱 득의양양해 했다.계속 말하려고 하는데 멀지 않은 곳에서
"이 자식이! 누가 너한테 윗사람한테 버릇없게 말해도 된다는 자격을 준거냐!"고정남은 호통을 쳤다. 낮게 깐 목소리에는 협박도 느껴졌다. "다시 또 허튼소리를 하면 말 잘 듣는 결혼 상대로 바꿔버릴 것이다."성신영의 안색이 갑자기 변했다. 눈에 서려 있던 불만은 공포로 변했다.그녀는 이 혼인으로 고정남을 오랫동안 이용하고 있었다. 이제는 결혼이 확정됐다고 생각해서 막무가내로 행동한 것인데 고정남의 말 한마디가 그녀를 원래 위치로 되돌려 보냈다. 본질적으로 그녀는 그다지 유리하지 않다.고성그룹은 정략결혼을 하기 위해 그녀를 선택했다. 육 씨 집안 또한 이 혼인을 위해서 그녀의 신분을 인정한 것이다.결국 그녀는 도구일 뿐이다.두 그룹의 관계를 맺어 주는 도구...강유리는 차에 기대어 이 둘이 서로 물어뜯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는 속으로 이들을 비웃었다. 성신영은 이럴 때나 자기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 알아차린다.자업자득인 셈이다.하지만 고정남의 뒤늦은 애틋함도 보기에 거슬린다.눈길을 돌리고 차에 타려는데고정남이 재빨리 따라왔다. "잠깐만 기다리거라!"그는 큰 손으로 그녀의 차 문을 눌렀다. 손끝이 흥분으로 인해 부들부들 떨렸다. 그는 차 안을 힐끗 보고는 급히 열지 않고 먼저 본론으로 들어갔다."고성그룹과 LK그룹의 협력은 꼭 필요한 일이다. 게다가 이 아이는 처음부터 LK그룹 사람이라고 인정했는데 지금에 와서 쫓아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강유리는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말했다. "그게 저랑 무슨 상관인데요?"그녀의 이해가 틀리지 않았다면 지금 그는 해명하고 있다. "나도 알고 있다. 일전에 내가 릴리에게 했던 말들이 그 아이에게 상처를 줬다는 것을. 하지만 방금 나한테 소식도 전해주고, 아버지 노릇을 할 기회를 다시 줬다는 건 아직 그 아이 마음속에 내 자리가 있다는 거 아닐가.""???"강유리는 더욱 이해가 가지 않았다.이 늙은 너구리가 갑자기 정신이 나갔나?고정남은 눈을 한번 감았다가 다시 떴다
공기가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강유리와 문기준은 호구를 보는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방금 우리 이모가 여기 계신 줄 알고 연기하신 겁니까? 솔직히 말해서, 당신 가식적인 모습이 평소에 이기심으로 가득 찬 모습보다 더 보기가 역겹습니다.""..."당황한 고정남을 무시하고 강유리는 곧장 차에 올라탔다.차가 천천히 호텔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강유리는 릴리에게 전화를 걸었다.릴리는 한참 뒤에야 전화를 받더니 목소리를 낮추어 물었다. "어때요? 고정남이 진짜로 갔나요?""네가 오라고 한 거야?"릴리가 웃음을 가까스로 참으며 말했다. "어머니를 보고 싶어 하셨잖아요. 볼 수 있는 기회를 준 거죠!"강유리가 외출하기 전에 받은 전화의 내용을 그녀도 들었다.LK그룹의 호텔에서 홀대받았다면 누구의 작품일지는 뻔하다.요즘 서울 전체가 고성그룹과 LK그룹의 정략결혼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성그룹 쇼핑몰의 대형 스크린에는 두 사람의 결혼식 뮤직비디오와 카운트다운이 반복 재생되고 있다.반면 강유리의 결혼식은 분명히 LK그룹 사장의 결혼식이고 심지어 LK그룹의 호텔에서 올리는데도 아무도 홍보를 하지 않았다. 그저 가끔 말을 꺼내면 성신영의 새언니 결혼식이라고 할 뿐이다.릴리는 고정남의 그 가식적인 애틋함이 어머니 앞에서는 어떻게 연기할지 보고 싶었을 뿐이다..."뻔뻔한 말을 어쩌면 그리도 술술 내뱉는지."강유리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무슨 말을 했는데요?"강유리는 고정남의 말투를 따라 하며 말했다. "고성그룹과 LK그룹의 협력은 꼭 필요한 일이다. 게다가 이 아이는 처음부터 LK그룹 사람이라고 인정했는데 지금에 와서 쫓아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나도 알고 있다. 일전에 내가 릴리에게 했던 말들이 그 아이에게 상처를 줬다는 것을. 하지만 방금 나한테 소식도 전해주고, 아버지 노릇을 할 기회를 다시 줬다는 건 아직 그 아이 마음속에 내 자리가 있다는 거 아닐까.""..."릴리는 이 말을 듣고 기가 찼다. "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죠
강유리가 그녀를 말렸다. "저 혼자 올라갈게요, 그 사람도 이제 곧 끝날 거예요."퇴근 시간이 다가왔다.LK그룹은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었다.강유리가 엘리베이터에 들어서자마자 옆에서 나지막한 말소리가 들려왔다. 직원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이분이 사모님이세요?""보기만으로도 카리스마가 대단하시네요.""육사장님이 그렇게 봐주시는데 당연히 콧대가 높으시겠죠! 그런데 너무 오만하시니 보기에는 그닥 안 좋네요!""???"강유리는 의문이 가득 찬 채로 엘리베이터 문이 천천히 닫히는 것을 봤다. 다시 버튼을 눌렀을 때는 이미 늦었다.사장실 층에 도착하여 나오자, 주변에서 바라보는 이상한 시선들에 그녀는 더욱 의문이 가득했다.여기서 내 이미지가 이렇게 나쁜가?저번에 왔을 때는 다들 친절했는데?생각하던 참에 사무실 앞에 도착했다. 문을 두드리려고 하는데, 안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까짓 일도 처리하지 못하면 무슨 일을 할 수 있지!"육시준의 목소리였다.물건이 책상 위에 떨어지는 소리도 들렸다.강유리는 멈칫했다.기억 속의 육시준은 늘 우아하고 차분한 모습이다. 그의 감정에 파란을 일으킬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특히 결혼한 후에는 그녀한테 더욱 다정해져서 그가 화내는 모습을 거의 잊을 정도다...그럼, 무슨 일 때문에 저렇게 화가 난거지?원래는 업무상 일이니 저녁에 그가 집에 돌아오면 물어보려 했지만, 엘리베이터의 직원들 반응도 그렇고, 주변의 이상한 시선도 그렇고, 왠지 자기와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반쯤 열린 문을 보며 그녀는 몇 초 동안 망설이다가 가볍게 문을 두드렸다.똑똑똑. 사무실이 숨 막힐 듯 조용해졌다. 임강준은 책상 앞에 서서 고개를 숙인 채 사장의 화를 견디고 있었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가뜩이나 고통받던 심장이 더욱 조여왔다.곧 퇴근 시간인데 어느 눈치 없는 사람이 죽으러 온 거지?그는 지금 제 코가 석 자라 지금 들어오는 사람을 도와줄 수는 없을 것 같았다.사장님이 화를 내실 때
강유리는 자연스레 그가 묵인했다고 이해했다.강유리는 문을 열고 천천히 들어갔다."지나가던 김에 당신이랑 같이 퇴근하려고 왔어요! 그리고 방금 당신 이름을 내걸고 누굴 좀 괴롭혔거든요. 그 일도 당신한테 말해야겠다 싶어서요!"이 사건을 말하자 임강준이 고개를 더 숙이는 것을 그녀는 언뜻 보았다.역시, 이 사건과 관련이 있다.그녀는 입술을 살짝 오므리고는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혹시 이번 일로 당신 상황이 곤란해졌나요?"LK그룹의 상황을 그녀는 알고 있다.어르신은 원래도 제어욕이 강하신 분이었다. 육시준이 자기 손아귀에서 벗어나면 여러 가지 일로 트집을 잡을 것이 분명하다.게다가 어르신이 눈여겨보고 있던 육경원과 고성그룹의 정략결혼 역시 그가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던 일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녀에게 이렇게 휘둘렸으니 육시준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강유리도 짐작은 했지만, 그들이 이렇게 빨리 손 쓸 줄은 몰랐다...그녀가 머리를 빠르게 굴리며 상황 파악을 하고 있을 때 귓가에임강준의 의아한 목소리가 들렸다."사장님의 골칫거리가 아니라 오히려 사모님의 골칫거리입니다! 인터넷에 뜬 소식 아직 못 보셨나요?""???"강유리는 의아해하며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임강준은 말을 꺼내자마자 입을 잘못 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책상 너머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를 느끼고 다시 고개를 숙였다.그의 탁월한 일 처리 능력이 오늘 일에 있어서는 왠지 엉망진창이다.이번 사건은 그의 일대 수모다."무슨 소식?"강유리는 뭔가 빠뜨린 게 있다는 걸 알아채고 휴대폰을 꺼냈다."별일 아니니 걱정하지 말아요. 저희가 최대한 빨리 입 다물게 할 거예요."육시준이 의자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왔다.임강준이 맞장구를 쳤다. "맞아요, 제가 빨리 처리하겠습니다."육시준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걸 알면서도 빨리 안 꺼져!""..."임강준은 허리를 굽혀 깍듯이 인사하고는 빠른 걸음으로 나갔다.사무실에서 나간 후 그는 이마의 식은땀을 닦으며
신주리는 고민하다가 말했다.“난 최근에 일이 많지 않아 괜찮지만 다음 달에 곧 새로운 촬영을 시작할 거야.”육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다음 달에 돌아가면 촬영 일정을 맞출 수 있어요.”육경서는 그들이 두어 마디 말로 일정안배를 끝내가 다급하게 입장을 밝혔다.“나도 있어! 주리가 돌아가지 않으면 나도 안 돌아갈래!”신주리는 흘겨보며 물었다.“넌 바쁘지 않아?”“마침 이 영화가 촬영을 마감할 예정이야. 기타 활동은 중요한 건 뒤로 미루고 중요하지 않은 건 매니저더러 거절하게 하면 돼.”육경서는 미처 깊게 생각하지도 않고 말했다.강유리는 반대하지 않고 귀띔했다.“강덕준 감독이 널 죽일 수도 있어.”육경서는 아랑곳하지 않았다.“괜찮아. 한 달뿐이잖아. 설마 날 따라 여기까지 오겠어?”강덕준이 그를 죽일지는 둘째치고, 어쨌든 지금 바론 공작은 그를 죽여버리고 싶었다.그는 그저 예의상 딸아이의 친구들을 초대해서 놀게 했을 뿐인데 결국 딸아이가 다음 달 귀국하는 일정을 안배하게 되다니?병원에서 육시준이 비아냥거리던 말을 그는 실행할 계획이었다. 단계마다 다른 이유로 딸을 만류하고 싶었고 시름 놓고 이곳에서 편히 안태하게 하고 싶었다.그러나 사위는...만약 자기 일을 다 처리했다면 남아있어도 괜찮았다. 부양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그러나 지금 덤으로 두 사람이 더 생겼고 또 이 두 사람은 시간 맞춰 돌아가야 했다. 돌아가지 않으면 재촉당할 것이 뻔하다.“두 분이 바쁘면 굳이 남지 않아도 돼. 유리는 지금 손님 접대하는 게 불편하거든.”그는 정색해서 다시 말했다.그러자 여러 가지 눈빛이 삽시에 바론 공작을 향했다......신주리와 강유리는 제작팀과 반나절만 휴가를 냈기 때문에 오후에 돌아가야 했다. 그러나 오전 시간만으로 두 친구가 얘기하기엔 터무니없이 부족해 강유리는 직접 감독에게 전화해 하루 연장했다.점심시간.신주리는 육시준의 자리에 앉아 강유리의 옆에 누워 계속 절친끼리 이야기를 했다.강유리는 이번에 단도직입적
저쪽에서 한참 동안 침묵이 흘렀다.상대방도 자신만큼 놀란 모습을 상상하며 육경서는 다음 이야기가 기대되었다.그러나 생각지도 못하게 송미연은 놀랐지만 기뻐하는 기색이 없었다.“유리 찾으러 갔어? 프로그램을 녹화한다며 왜 그들을 찾으러 갔어? 거기는 시간이 아직 이르지 않아? 이맘때면 유리는 잠을 잘 자지도 못했을 건데...”송미연은 육경서가 철이 없이 강유리가 잘 쉬지 못하게 방해한다고 한바탕 야단을 쳤다.그러나 그녀의 말은 한 가지 중요한 소식을 알렸다.“진작 알고 있었어요?”“물론이지!”송미연은 자랑스럽게 말했다.“며느리가 임신했는데 이렇게 큰 소식을 어떻게 바로 나에게 알려주지 않을 수 있겠어? 경고하는데 너무 떠들지 마. 네 형수님을 화나게 하면 안 돼! 그냥 녹화만 잘하면 되는 거 아니야? 주리가 널 용서했어? 왜 돌아다니며 다른 사람의 가십거리를 알아내려고 해! 이번에 돌아와서 주리의 용서를 받지 못한다면 넌 아예 돌아오지도 마!”...화제가 자신을 욕하는 방향으로 변해버리자 육경서의 열정은 순식간에 식어버렸고 목소리도 누그러들어 어쩔 수 없이 말했다.“알았어요. 알았어요. 제가 원한 줄 아세요? 이것도 어쩔 수 없었기 때문이잖아요...”“뭐가 어쩔 수 없다는 거야? 모두 네가 자초한 거잖아! 쌤통이야!”“...”“섬에서의 상황이 어떤지 모르니 넌 주리를 잘 돌봐야 해. 난 실시간으로 라이브 방송을 살펴보고 있을 테니 넌 주리 괴롭히지 마.”송미연이 또 당부했다.육경서는 머뭇거리다가 정색해서 대답했다.“알았어요. 걱정하지 마세요.”송미연은 또 몇 마디 더 당부한 후 전화를 끊었다.육경서는 어두워진 휴대폰 화면을 보며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잘됐어. 아빠 엄마가 다 주리를 좋아하니 나중에 언제든지 주리는 억울함 당하는 일이 없을 거야. 적어도 내가 있는 한 억울함 당하지 않을 거야...”...점심은 빌라의 셰프가 만든 영양식이다. 맛은 좋지만 오래 먹으면 질릴 수 있어 강유리는 이 음식을 보며 저도 모르게 한숨
그러나 앉은 자리가 아직 따뜻해지기도 전에 육경서는 흥분된 듯 바로 일어나 소리쳤다. “뭐? 임신했다고?” 바론 공작은 짜증 섞인 눈길로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목소리 좀 낮춰. 뭘 그렇게 놀라!” 그는 지금까지는 침착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사실 소식을 들었을 땐 당황하고 흥분했던 걸 그가 모를 리 없었다. 육경서는 입을 막으며 어색하게 다시 앉았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반짝이며 감출 수 없는 흥분이 드러났다. ‘나 이제 삼촌 된다! 삼촌 된다!’ “의사가 말하기를 첫 3개월은 불안정하니까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아버지도 이 소식을 공개하지 말고 태아가 안정될 때까지 기다리자고 하셨다.” 바론 공작은 드물게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했다. 그는 그 말을 끝내며 신주리를 한번 훑어봤다. “그래서 나는 유리를 위해 사람들을 안배해 가까이서 돌보게 한 거다.” 그의 시선을 느낀 신주리는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공작을 한 번 보고 다시 눈을 내리깔며 강유리의 아랫배를 바라봤다.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마치 한번 만져보고 싶은 듯했지만 참았다. 그녀의 눈은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고 육경서와 같이 흥분과 기쁨을 숨길 수가 없었다. 그녀는 강유리의 아랫배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래서 지금 이 안에 작은 생명이 자라고 있는 거야?” “맞아.” 강유리가 그녀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신주리는 표정은 진지했지만 눈 속에 담긴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럼 만져봐도 돼?” 육경서도 순간 정신을 차리며 손을 내밀었다. “나도...” “안 돼!” “안 돼!” 두 명의 목소리가 동시에 차갑게 외쳤다. 그들의 무리한 요구를 바로 거절했다. 강유리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돌려 옆에 있던 두 남자를 쳐다봤다. 그녀는 그들에게 체면을 차리지 않았고 대신 신주리에게만 속삭였다. “조금 있다가 방에 들어가면 만져도 돼.” 육시준과 바론 공작은 동시에 얼어붙었다. ‘우리가 안 들릴 거라고 생각하나?’ 육경서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강유리를
육경서는 얼굴에 기쁨이 가득한 채 입을 열려던 순간 정원에서 누군가가 다가왔다. 그 사람은 유창한 한국어로 두 사람에게 따뜻하게 인사했다. “이쪽이 둘째 도련님이랑 신주리 씨 맞으시죠? 강유리 아가씨께서 이미 기다리고 계십니다.” “안내 부탁드려요.” 신주리가 부드럽고 예의 있게 대답했다. 육경서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 사람, 왜 이렇게 때맞춰 나타나는 거지? 다른 때는 왜 안 오고, 바로 이때 오냐고!’ “잠깐만요. 저희 형수 말고 일단 먼저 빌라를 둘러보고 싶어요!” 그가 급하게 발걸음을 옮기며 안내하는 집사를 붙잡았다. 집사는 그의 눈을 한 번 쳐다본 뒤 다소 의아해하는 표정으로 멈췄다. 신주리는 미소를 띤 채 침착하게 말했다. “미안해요. 낯을 가려서 그래요.” 육경서는 혼란스러웠다. ‘이게 무슨 말이야? 내가 낯을 가린다고? 왜 그렇게 갑자기...’ 집사는 이해한 듯 웃으며 공작님도 그들의 방문을 매우 기쁘게 생각해 오늘 특별히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육경서는 그 한마디도 제대로 듣지 않았고 눈앞의 신주리를 원망스러운 눈길로 바라봤다. ‘주리는 도대체 이게 무슨 뜻이야? 너무 쉽게 대답해서 다시 부정하려는 건가?’ 그들이 정원으로 들어섰고 이곳은 여전히 고요하고 우아한 분위기였다. 뜨거운 태양 아래 한쪽에서 차와 다과가 준비된 작은 테이블이 보였다. 강유리는 햇볕을 가린 파라솔 아래에 앉아 있었고 그 앞에는 육시준이 전화를 끊고 있었다. 바론 공작이 불만을 표하며 입을 열었다. “하루 종일 그 전화기 들고 있으면 안 돼! 그렇게 바빠? 전자기기 방사선이 얼마나 해로운지 알지? 의사 선생님이 말했잖아. 첫 세 달은 불안정하다고, 푹 쉬어야 한다고!” 육시준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지난달에 돌아갔으면 이미 처리했을 일인데요.” 바론 공작은 얼굴에 불편한 기색이 스쳤다. “일이라는 게 끝날 수 있나? 돌아가면 내 딸과 시간을 제대로 보낼 수 있을까 몰라!” 육시준이 말하려던 순간 강유
감독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강하게 반박하지도 못하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규정에 따르면 녹화 중에는 제작진 팀을 이탈하면 안 됩니다.” 역시나 신주리는 가볍게 되물었다. “녹화 시작할 때 그런 규정은 없었잖아요? 갑자기 추가된 건가요?” “그건 아니지만 지금 상황이...” “그럼 우리를 일부러 견제하려는 건가요? 그럼 그냥 프로그램 안 하면 되죠?” 감독은 말문이 막혔다. 사실 첫 번째 시즌에서 육경서가 사고를 당한 이후로 그는 이미 이 두 사람에게 꼼짝 못 하고 있었다. 조건을 협상하든 규칙을 정하든 이 둘이 하겠다고 하면 다행이고 안 하겠다고 하면 모든 게 물거품이 될 판이었다. 결국 이를 악물고 그는 포기했다. “알겠어요, 알겠어! 두 분 다 제가 졌습니다! 하지만 어디 가든 꼭 행선지를 알려주시고 제작진 팀에서 두 분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합니다!” “걱정 마세요. 너무 오래 걸리진 않을 거예요. 점심 먹고 바로 돌아올게요!” 신주리가 대범하게 말했다. ‘점심도 먹고 온다고?’ 하지만 그가 불만을 표현하기도 전에 두 사람은 이미 유유히 그의 앞을 지나쳐 나가버렸다. 호텔 문을 나서자마자 감독은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전화기 너머로 나른한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강 대표님, 경서 씨랑 주리 씨가 지금 강 대표님을 만나러 갑니다! 그런데 프로그램 효과를 위해서 행선지에 대한 건 절대 발설하시면 안 됩니다!” 감독이 진지하게 말했다. 강유리가 태연하게 대답했다. “만약 제가 발설하면요?” 감독은 순간 당황했다. 그는 이런 대답을 예상하지 못했다. ‘아니, 이건 우리 회사의 프로그램 아니었나? 이렇게 마음대로 행동해도 되는 거야? 시청률이 안 오르면 강 대표님에게도 손해 아닌가?’ 감독은 빠르게 머리를 굴리며 어떻게든 이 대형 회사를 설득해야겠다고 결심했지만 강유리는 그의 말을 끊으며 다시 말했다. “농담이에요. 발설하지 않을 테니 걱정 마세요.” 감독은 긴 한숨을 내쉬며 안도했
비행기에 오를 때 각자 다른 생각을 품고 있었고 내릴 때도 마찬가지였다. 목적지에 도착했을 땐 이미 다음 날 새벽이었다. 제작진 팀은 미리 준비한 차를 타고 그들을 예약된 호텔로 보냈다. 해변가에 위치한 경치가 아름다운 5성급 호텔이었다. 모두들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에 제작진 팀 정말 큰돈 쓴 거네! 이게 진짜 여행 같아!” “그렇지. 갑작스러운 느낌도 있지만 일정은 꽤 합리적이네!” “응, 또 감사한 건 처음에 우리 주리랑 경서에게 그 사건이 터진 후로 대우가 점점 더 좋아졌다는 거야. 그들은 정말 목숨을 걸고 얻은 거라니까!” 모두가 웃으며 체크인 절차를 마쳤다. 그때 감독 팀에서 메시지가 왔다. “오늘 밤은 여기서 쉬고 내일은 섬으로 갑니다.” 모두들 당황했다. ‘그래서 목적지는 여기가 아닌가?’ “목적지는 반대편에 있는 작은 관광 섬입니다. 규모는 작지만 최근 몇 년 동안 관광업이 급성장했습니다. 얼마 전 이 섬의 소유자가 바뀌어서 다시 한번 큰 화제를 일으켰죠.” 감독이 그렇게 말하자 신주리는 점점 더 익숙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게 바론 공작이 유리에게 선물한 섬이죠?” 감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육경서는 감탄하며 물었다. “그럼 어떻게 우리 형수를 설득했어요?” 감독 팀은 미소를 지으며 답하지 않았다. 실시간 채팅창에서는 감탄이 이어졌다. [유리 언니가 이번 프로그램을 위해 진짜 대규모로 투자한 거네!] [하하하, 유리 언니가 투자한 건 아니야. 그냥 완전 부모님에게 의지하고 있는 거지! 그리고 그 덕분에 도련님과 미래의 동서가 혜택을 보는 거고!” “나도 섬 주인 언니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번에 유리 언니 우정 출연할지 궁금하다!” 아침 식사 후 모두 방으로 돌아가 시차를 맞추기 위해 잠을 청했다. 카메라는 잠시 쉬어갔다. 신주리는 비행기에서 잠깐 눈을 붙였기에 이제는 전혀 졸리지 않았다. 그녀는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은 후 모자와 선글라스를 쓰고 호텔 방을 몰래 빠져나
심지어 원피스까지 캐리어 하나에 다 준비해 놨다. “안 믿을지 몰라도 내가 쇼핑 리스트까지 작성했어. 엄마한테도 참고를 부탁했거든! 원피스는 엄마가 골랐어. 안심해, 눈썰미는 진짜 좋아!” 말을 하면서 그는 정말로 쇼핑 리스트를 꺼내서 신주리에게 보여줬다. 신주리는 그 리스트를 보지 않아도 이미 믿고 있었다. 심지어 조금 놀랐다. “너 그럼 네 짐은 어쩌고? 얼마나 챙겨왔어?” “짐 하나야. 나중에 필요하면 제작진 팀에 부탁할 거야!” 육경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말했다. 신주리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가 너무 오랫동안 육경서를 바라보고 있었던 탓인지 휴대폰을 들여다보지 않은 채 그를 쳐다보던 신주리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챈 육경서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봤다. “왜?” 신주리는 아무 말 없이 시선을 돌려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렇게 많아?” 육경서는 묘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렇게 많은 건 아니야. Y 국에 있는 우리 회사 지사에서 몇 가지 더 준비해 줬거든...” 그가 말을 하다 갑자기 멈칫했다. 불필요한 말을 했다는 걸 깨달은 듯했다. 신주리는 그 모습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 그녀의 머릿속에 갑자기 대담한 생각이 떠올랐다. “이번 목적지는 네가 제작진 팀에 요청한 거 아니야?” “무슨 말이야? 내가 그런 사람인 줄 알아?” 육경서는 당황한 듯 대답했다. “네가 그런 사람 아닌가?” 육경서는 잠시 생각에 잠긴 후 고백했다. “맞아, 그런 사람일 수도 있어.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 아니야! 사실 내가 쓴 목적지는 원래 해변이었어. 이런 건 결국 다 준비해야 할 것들이잖아.” 신주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이제는 아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다른 한편에서는 서진태와 소지석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서진태는 진지하게 소지석에게 도씨 가문의 그 양성 계획에 대해 물어보았다. 이 계획은 너무나도 비상식적이어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 없었다. 완전히 그들
[하하하, 이게 무슨 이상한 조합이야? 어쩐지 묘하게 어울리기도 하고 또 웃기기도 하네!] [처음부터 차 안에서 자리싸움만 아니었어도 이렇게 어색하지는 않았겠지.] [우리 지원 언니 한마디로 모든 흐름이 뒤집혔어!] [강미영은 도대체 무슨 속셈이지? 우리 지석이를 일부러 피하는 거야?] [다시 한번 말하지만 소지석 팬들 너무 이기적이지 마! 누구든 미영 언니에게 다가갈 수 있고 미영 언니는 모두를 거절할 권리가 있어!] 좌석이 정리되고 비행기가 이륙을 준비하자 라이브 방송은 일시적으로 종료되었다. 이런 24시간 라이브 촬영 프로그램에서도 이렇게 잠깐 동안만은 각자가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강미영은 라이브 방송이 종료된 뒤 의아한 표정으로 한지원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여전히 왜 한지원이 굳이 자신과 함께 앉으려고 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물론 지금 상황에서 누가 자신에게 같이 앉자고 했어도 마다하지는 않았겠지만... “미영 언니, 난 저 커플 팬이야.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얘기해. 그러니까 제발 내 최애 커플 깨지지 않게 도와줘!” 한지원은 진지한 얼굴로 이유를 털어놓았다. 강미영은 살짝 멍해지더니 결국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알겠어, 앞으로 네 최애 커플 잘 지켜주도록 할게.” 한지원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밝게 웃었다. “정말 고마워! 덕분에 내 최애 커플이 마음 편히 연애할 수 있게 됐어!” 강미영은 눈가를 약간 찡그리며 물었다. “근데 언제부터 걔네 둘의 팬이 된 거야? 그리고 지금 걔네 둘 관계 꽤 안정적이던데 내가 굳이 뭐 하러 그걸 망치겠어?” 한지원은 고개를 저으며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미영 언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중요한 건 이런 카메라 밖에서의 달달한 순간들이지.” 강미영은 순간 뭔가를 깨달은 듯 눈썹을 살짝 치켜세웠다. “혹시 영감이라도 떠오른 거야?” 한지원은 멍하니 있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언니의 작은 호의 하나가 한 명의 유명 만화가를 탄생시킬 수도 있어!” 강
그는 단지 이런 행동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강미영에게 그를 좀 더 이해할 기회를 주고 소지석에게는 그가 혼자서만 밀어붙이지 않도록 눈에 띄게 하려 했다. 그러나 이 행동을 알아본 사람들도 있지만 일부 팬들은 그를 오해하거나 비판하기도 했다. [솔직히 말해서 서진태는 너무 경계가 없지 않나요? 경쟁하고 싶다 해도 이렇게까지 급하게 해야 하나요? 왜 꼭 같이 앉아야만 하는 거죠?] [맞아요! 강미영 언니는 분명히 불편해 보였고 바로 피해서 조수석에 앉았잖아요!] [좋아한다고 해도 좀 경계를 두고 해야죠.] [근데 소지석 팬들 너무 이중잣대 아니에요? 오빠가 같이 앉고 싶으면 직설적으로 다가가도 ‘멋지다, 드디어 마음을 표현했다!’고 하는데 서진태가 다가가면 ‘경계가 없다’고 비판하잖아요?] [맞아요. 서진태는 사실 강미영 언니와 앉고 싶은 것보다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던 거죠.] 댓글창은 점점 떠들썩해졌다. 신주리와 육경서의 강미영에 대한 이해도는 완벽했다. 감정상에서 경쟁이 시작되면 그녀는 주저 없이 피할 것이다. 강미영은 감정을 물건처럼 경쟁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성격의 프로그램에서는 남성들끼리의 경쟁이나 여성들끼리의 경쟁이 감정을 더 순수하지 않게 만들 수 있고 로미오와 줄리엣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결국 그런 외적인 압박이 감정을 더 강화시키는 효과가 생기게 된다. 사실 그들이 정말 사랑하는 건 아닐 수도 있다. 단지 지는 걸 참지 못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그녀와 고정남의 관계도 그랬다. 주위에서 반대할수록 더 진지하게 여겨졌던 그 감정이었지만 결국 그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 엉망이 된 감정이었음을 깨달았다. “네가 졌으니까 내 선물 잊지 말고 사 와.” 신주리는 자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육경서는 그 결과를 보며 입술을 삐죽 내밀고는 돌아서서 그녀에게 엄지를 치켜들었다. “이번엔 네가 이겼어.” 신주리는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이번? 그럼 다음에도 나랑 내기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