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잠시 멈칫하고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래서 깼어요?"낮에 그가 별로 자지 않은 건 사실이다. 강유리의 말대로 지금 가까스로 우세일 때 먼저 수를 써야 했다. 외국 쪽 일은 작은이모께 맡겼지만 국내에 있는 고성그룹 사람들 역시 가만 둘 수는 없다. 그는 육경서더러 유강그룹에게 소식을 전하라고 시켰다. 여한영씨에게 트렌드와의 콜라보를 추진시키라고 말이다.그리고 LK그룹과의 중간 규모 사업들까지 고정철의 기업과 연관이 생겼다.고정남이 고정철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이제 고정남은 그를 낱낱이 조사하려 들것이다. 이제 갓 고정철의 개인사업을 발견했는데 육시준과 연관이 있다는 것까지 발견했으니 고정남이 더 이상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그가 손을 쓰기만 시작한다면 고정철은 한동안 쉴 틈이 없을 것이다... "깨지는 않았는데요, 당신 정말 내로남불인 건 아세요!"강유리가 소파에 기대며 압도하는 분위기로 육시준 쪽으로 몸을 기댔다. 육시준은 이번에는 피하지 않고 눈썹만 찡긋했다. "왜 그렇게 말하죠? ""저한테는 무슨 방법이 생각나면 제멋대로 하지 말고 당신과 상의하라고 해놓고 당신은 그러지 않았잖아요!"강유리가 고개를 홱 돌리고 그에게 따졌다. 굳이 묻지 않아도 육시준이 뭘 했는지 알 수 있다. 그가 릴리와 하려고 했던 계획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둘 사이를 더욱 이간질 하는 것이다. 육시준이 간곡히 말했다. "당신도 저와 같은 생각일 거라고 생각했어요."강유리는 불만의 기색이 역력했다. "그 둘은 다르죠! 제가 동의할 걸 알아도 저한테 말했어야죠."육시준은 더 이상 변명하지 않았다."응, 다은번엔 꼭 여보한테 미리 보고할게요.""... "사실 이런 대답을 바란 건 아니다. 그저 이 사람이 자기 일로 이렇게 수고하는 게 조금 마음 아팠을 뿐이다. "다음은 없어요. 오늘은 저녁밥 먹고 바로 자러 가요!"육시준은 잠시 생각하더니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그렇게 급해요? ""당연하죠!"원래는 하루를 꼬박 새웠는데
왠지 고정철이 계획에 초를 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괜히 계획이 틀어지고 피동적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오후에 깨자마자 강유리는 고성그룹의 두 형제에게 손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무슨 상황인지도 잘 모르겠고, 무얼 하든 어차피 영향도 없으니 하고 싶은 대로 하기로 했다. 고성그룹의 진흙탕 싸움에 강유리는 진작에 훼방을 놓고 싶었다.하지만 깨고 나서 보니 자기가 하고 싶어 한 일을 육시준이 이미 한발 앞서 했다는 걸 알았다. 왠지 모를 안도감이 넘쳐났다. 역시 육시준은 그녀를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녀가 신경 쓰고 있는 일들을 전부 기억하고 있다. 누군가에게 관심받고, 말하지 않아도 서로 통하는 기분은 연애보다도 사람을 중독시킨다... 그를 밀고 있던 손이 저도 모르게 육시준의 어깨를 감았다. 서재의 엘리베이터부터 이층의 드레스 룸까지 강유리의 잠옷은 이미 못 볼 정도로 벗겨졌다. 강유리는 몇 번이나 잠깐 멈추고 안방에 가서 계속하자고 말하려 했다. 하지만 이미 번진 불길이 어떻게 멈출 수가 있겠는가? 모든 것이 끝났을 때는 이미 야심한 밤중이었다. 강유리는 녹초가 되어 옆에 누워있는 남자를 바라봤다. 몽롱한 불빛 때문에 평소에는 뚜렷하던 윤곽이 조금은 흐릿하게 보였다. 강유리는 그의 품에 안겨 익숙한 냄새를 맡고, 힘찬 심장 박동 소리를 들으며 입꼬리가 저도 모르게 올라갔다. 잠들기 전, 강유리는 잊고 있던 게 생각났는지 핸드폰으로 메시지를 보냈다.... 유강엔터에서 새로 따낸 저작권이 하나 있는데, 이 일에 대해서 네티즌들의 반응이 두 갈래로 나뉘었다. 대부분 사람은 불만은 토로하고 있었고, 소수의 사람은 작가와 배우들에게 기대를 표하고 있다. 현장 분위기도 원래는 평화로웠지만 최근에는 들려온 소식 때문에 조금 시끄러워졌다. 트렌드가 투자를 하려고 한다는 소식이었다... 일단 트렌드가 업계에서 명성이 어떤지는 상관없다고 치자, 하지만 트렌드의 대주주가 고정철이라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일전에 트렌드는 성홍
추예진은 방금 추스른 화가 다시 강유리의 반응에 끓어올랐다. "그래도 고성그룹 사람이잖아! 나한테 넌 그저...""이모, 우리가 처음 같이 일했던 게 소씨 아저씨의 소개 덕분이었지?"강유리가 그의 말을 끊고 맑은 눈동자로 그를 주시했다. "그 후로도 투자자들을 꽤 소개해 줬지만 별로 관심이 없었다며. 사람들이 이모 눈이 너무 높다고 하는 건 맞는 말이야. 그때 당시 무명 배우였던 내 어디가 맘에 들었 던거야?""..."추예진이 멈칫하고 경멸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언제 적 일을 말하는 거야. 네가 지금 감정적으로 굴어도 소용없어. 그들과 협업하는 일은 절대 없을 거야!"그녀는 단호한 태도로 화제를 자연스럽게 일로 바꿨다. 하지만 강유리도 오늘만큼은 일 얘기를 하려고 추예진을 부른 게 아니다. "내 어머니가 이모 후배라서 날 이렇게 챙겨주는 거야? 할아버지도 그래. 분명 날 찾으셨으면서 나를 사부님께 맡기시고. 이것도 내 어머니가 할아버지 제자여서겠지. 촌수를 어지럽히면 안 되니까..."강유리는 조곤조곤 혼잣말로 분석하는 것처럼 말했다. 추예진의 우아하고 차분한 포커페이스에 금이 갔다. 하지만 그녀는 빨리 평정심을 되찾았다. 그리고 마음에 안 드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뭔 말이 하고 싶은 거야?"강유리는 어떤 미세한 표정도 놓치고 싶지 않은 듯 추예진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했다. "내 능력으로는 확실히 이런 정보들을 알아낼 수 없어. 하지만 육시준은 할 수 있지."추예진의 미간이 더 찌푸려졌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말했다. "그 자식은 정말 너한테 숨기는 게 없구나."강유리의 눈의 반짝였다. "인정하는 거야?"추예진은 더 이상 숨길 수 없어지자, 뒤로 기대앉고는 될 대로 되라는 듯 말했다. "육시준이 이미 다 알아냈는데 내가 인정하지 않는다고 뭐가 달라지니?"강유리가 말했다. "그 사람이 알아낸 건 내 어머니가 할아버지 제자라는 사실뿐인데."추예진은 넋이 나갔다. "???"그리고 몇 초 후에 웃으며 말
정보를 캐내고 있던 강유리는 이 정도로 만족하지 않고 계속해서 캐물었다. "설사숙님이 평범하다며?""..."추예진은 잠시 침묵하고 숨기던 사실을 모두 들켜버린 현실을 받아들인 듯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유리야, 윗사람들의 일에 굳이 말려들 필요가 있을까? 네 어머니의 한은 내가 꼭 풀어줄 거야. 그리고 이 사실들은 알맞은 시간에 누군가가 전부 너에게 말해줄 거고."강유리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혼잣말했다. "도씨가문과 상관이 없다면 고성그룹이겠네."제일 처음에 사람들은 다 내가 고정남의 사생아인 줄 알았잖아?그리고 강유리 자신도 이렇게 생각했다. 고정철이 성홍주와 협력하며 그녀를 방해하고 있는 것도 그녀가 고성그룹에 들어가 고한빈의 몫을 뺏지 못하게 하려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렇다면, 강유리한테 쓴 방법을 강민영에게도 썼을 가능성이 아주 크다. 고한빈은 도씨가문에 인맥이 있다. 몇 명을 설득해서 강민영을 해치는 것 정도는 식은 죽 먹기이다. 그러니까, 내 어머니는 작은이모 대신 죽었다는 거네...하지만 이것도 말이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할아버지와 사부님 모두 그 사람과 고한빈은 아무 관련이 없다고 하셨다. 게다가 그 사람이 정말 어머니를 해치려 한 거라면 성홍주가 체포될 때 고성그룹의 도움을 청했을 것이다. 왜 몰래 외국으로 도주하고 Y국 황실과 얽혔지? "고성그룹."추예진이 말에 뜸을 들였다. "내 입장은 변하지 않아. 고성그룹과의 콜라보 나는 절대 못 해."강유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추예진을 쳐다봤다.왠지 이모가 자꾸 화살을 고성그룹으로 돌리는 느낌이다. 이러면 이럴수록 이 일이 간단하지 않다는 걸 증명한다. "고정철과 협업할 생각 없어요. 그 사람이 이익을 얻고 싶다고 해도 그럴 능력이 있어야 얻죠."강유리는 덤덤하게 말했다. "..."강유리는 추예진과 헤어진 후 차를 몰고 또 다른 목적지로 갔다. 구원브랜드의 서울본부. 가게 내에는 정적이 흘렀
일전에 브랜드 측은 세마의 홍보 기획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그래서 결혼식에 공개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모든 사람이 강유리의 결혼식은 그저 들러리일 뿐이란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고성그룹 아가씨밀어 버렸다... 강유리는 담당자의 의도는 몰랐고 그저 단순히 드레스에 시선이 꽂혔다. "실물이 훨씬 예쁘네요. 개량한 스타일도 독특하고요.""사모님은 연예인 못지않게 예쁘셔서 이렇게 화려한 옷도 소화하실 수 있으실 거예요. 사모님이 가지신 아우라와의 들러리 말이다. 하지만 그는 육회장의 결혼식인데 들러리를 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상사들을 설득했다. 하지만 문자를 보낸 지 오랜 시간이 지나도 강유리의 답장은 오지 않았다. 그는 초조했다. 자신의 망설임이 육회장의 노여움을 샀는줄 알았다. 어떻게 만회할지 고민하던 참에 두 사람이 가게로 왔다. 그래서 오늘 직접 접대하려고 일전의 예약까지 전부 아주 찰떡이네요.""..."당당자가 말하며 강유리를 드레스룸으로 모셨다. 드레스룸은 2층이다. 2층은 옷이 개수가 훨씬 적었다. 몇 벌 밖에 눈에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그 몇 벌 들은 아래층에 있는 드레스들보다 훨씬 빛났다. 담당 직원의 말로는 전부 강유리를 위해 준비한 드레스라고 한다. 강유리는 의아했다. "이렇게 많이요?"담당자가 설명했다. "큰 사모님이 5벌 준비하셨고 저희 브랜드 측에서 5벌을 준비해서 총 10벌입니다.""모두들... 신경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많은 드레스를 오늘 다 갈아입는 건 힘들 것 같은데요."담당자가 성심을 다해 그저 소장해도 되니 브랜드 측의 성의를 거절하지 말아 달라고 제안했다. 강유리는 더 거절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를 따라 옷을 바꾸러 들어갔다. 개량했어도 여전히 입기가 번거로웠다. 담당자가 스타일리스트 두 명과 강유리를 도왔다. 그리고 최고의 효과를 내기 위해 머리도 올리고 액세서리도 착용했다. 강유리는 거울 속의 자신이
육시준이 고개를 숙여 그녀를 바라봤다. "그 사람들이 챙겨줬든 아니든 당신이 훌륭한 사람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요."강유리가 멈칫하고 발랄하게 웃으며 말했다. "당연히 알죠."육시준이 물었다. "그럼 뭐가 걱정이에요?"사실 가게에 도착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강유리는 쭉 정신이 딴 데 팔려있었다. 비록 감추려고 노력했지만 역시 육시준의 눈은 속이지 못했다. 강유리가 한숨을 쉬고는 걱정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들 저를 챙겨주시기는 하지만 아무도 저한테 진실을 알려주지 않아요. 도씨가문, 그리고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서도 당신이 어머니와 도가의 관계를 알아내지 않았더라면 그 사람들은 이 사실마저 저한테 숨겼을 거예요.""윗사람들의 원한 관계는 원래 복잡하니까요. 당신을 위해서 숨기는 것일 수도 있잖아요.""..."강유리는 그의 말이 왠지 수상했다. 알아보겠다는 것도 아니고, 추측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그들의 편을 들다니. 이건 예전에는 없었던 반응이다... 강유리는 추궁하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여보, 혹시 저한테 숨기는 게 있나요?"육시준이 태연하게 말했다. "제가 알아낸 건 전부 당신한테 알려줬어요."강유리가 눈썹을 찡긋했다. 이 말의 허점을 찾아낸 것이다. "그러니까, 알아낸 게 아니지만 알고 있었던 사실은 알려주지 않았다는 거네요."육시준이 대답했다. "그저 심증일 뿐이에요. 어떤 일은 당사자가 말해야 하는 거예요. 게다가 지금 저희한테 제일 중요한 건 기분 좋게 결혼식을 준비하는 게 아닐까요? 당신 생각에는요?"공작과 작은이모의 진정한 관계, 그리고 그와 강씨가문의 진정한 관계는 아무도 모른다.하지만 알아낼 수 없는 것도 아니다.단지 육시준은 지금이 적당한 타이밍이 아니라 그렇게 자세히 알아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뿐이다.강유리는 육시준의 그윽하고 차분한 눈동자와 시선을 맞췄다. 그의 걱정과 배려가 뭔지 알 것 같았다. "당신 말에도 일리가 있어요."어차피 알아야 할 일들은 언제든 밝혀지기 마
강유리는 메시지속의 '아버님' 세 글자를 보고 눈빛이 흔들렸다. 뭔가 생각난 것 같았다. 대화창을 닫고 웹페이지를 열려는데 비서가 황급히 뛰어 들어왔다. "사장님, 고 회장님이 잠시 뵙고 싶어 하십니다. 저희가 말려도 듣지를 않으세요."이 말과 함께 소란스러운 발걸음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다 비켜! 강유리, 너 당장 나와. 지금 이 상황에 감히 내 전화를 끊어!""???"내가 꼭 전화를 받아야 할 때도 있나? 별 희한한 일이네. 강유리는 손을 저어 그를 막으려는 경호원들을 내보냈다. 고정남은 겉모습이 왠지 초라했다. 평소의 세련된 사업가의 이미지는 온데간데없어지고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네 작은이모에 관한 보도 사실이냐?""..."일전에 작은이모가 뉴스에 파격적인 소식이 있을 테니 믿지 말라고 한 말이 생각났다. 그러니 그 소식이 뭐든 그건 가짜일 것이다. 하지만 고정남이 이토록 흥분한 모습을 보니 강유리는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궁금해났다. 강유리는 그를 무시하고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그러고는 핸드폰으로 슬그머니 국제뉴스 홈페이지를 열어봤다. #Y국 황실과 로열패밀리들 사이에서 원인 모를 병 돌아. 현재 제일 위독한 사람은 윌리엄 왕자, 그의 모친 왕비, 그리고 캐번디시 부인이다. 의사도 속수무책, 생명에 위협...#뉴스에는 그들의 초췌한 사진 몇 장이 있었다. 모자이크 처리를 해서 작은이모의 모습은 알아볼 수 없었지만, 윌리엄왕자는 달랐다. 그의 얼굴색은 창백했고 몸은 빼빼 말라있었다.마치 금방이라도 숨을 거둘 것만 같았다. 그의 모습만으로도 작은 이모의 상황을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 고정남은 강미연의 신분을 알고 난 이후로 쭉 캐번디시 가족에 관심을 보였다. 그런데 갑자기 이런 소식이 들려오다니 그에게는 청천벽력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지 않았다는 기쁨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생명이 위급하다는 소식이라니... "무슨 말이라도 해보거라!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흥분한 목소리에 강유리는 정
고정남이 따라가려는데 경호원들이 막아섰다. "회장님, 자중 하시죠."강유리가 가려는 걸 보고 고정남은 언성을 높였다. "네가 오늘 나한테 확답을 주지 않는다면 내가 직접 찾아가서 물어보마."그의 말투에서 협박이 느껴졌다. 강민영은 어쨌거나 캐번디시의 사람이어서 황실과의 관계가 애매하다. 이번에 몸이 아파 입원한 게 아니었다면 의심을 벗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고정남이 병문안을 간다면 계획은 틀어질 것이다. 최악의 상황으로는 황실의 의심을 사서 상황이 더 복잡해지는 수가 있다. 뉴스가 가짜고 내막이 있는 거라면 고정남의 개입은 일을 망칠 것이다. 그런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도 강유리는 그에게 정보를 조금 흘려줄 것이다.과연 강유리는 그 말을 듣자 엘리베이터로 향하던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그를 돌아보며 알 수 없는 눈빛과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이 병문안 간다면 작은이모가 정말 기뻐하시겠네요.”“...”고정남은 경악했다.이 말은 자기가 가도록 부추기는 건가?그가 반응하기도 전에 강유리는 고개를 돌리고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고정남의 도착으로 인해 강유리가 일찍 퇴근했다는 소식은 그룹 내에 빠르게 퍼져나갔고, 은밀하면서도 직설적으로 뉴스의 '진실성'을 확인해 줬다.집에 돌아오니 역시나 그녀의 예상대로 육 씨 집안과 송씨 집안 사람들이 와있었다. 그리고 외할아버님도 초조하게 앉아 있었다.육시준은 그녀에게 문을 열어주며 낮은 소리로 위로했다. "방금 작은이모랑 통화했는데 상태가 꽤 좋으시대요. 그리고 치료에도 적극적으로 협조할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어요.”"???"잠시 멍해 있던 그녀의 시선은 재빨리 집안의 어르신들을 훑었다. 그리고 그에게 눈짓으로 물었다.안 알려줄 거예요?육시준은 말없이 그녀를 향해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는 사람은 적을수록 좋아요.'강미영의 이번 조작은 알만한 사람은 다 짐작할 수 있다. 상대방이 한 짓 그대로 돌려준 것뿐이다. 단지 스케일이 조금 더 클 뿐이지.황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