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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마치 다른 사람 결혼을 축하하는 듯한 말이었지만 따뜻한 조명과 은은한 디퓨저 향 때문일까 강유리는 기분이 왠지 좋아졌다.

“그쪽도 결혼 축하해.”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오늘 안 좋은 일이 너무 많이 일어났던 것도 사실이었기에 강유리는 와인을 포도주스처럼 들이키기 시작했다.

식사 도중 육시준이 잠깐 전화 통화를 위해 자리를 비운 사이 강유리는 와인 한 병을 전부 비워버렸으니까.

취기가 오르는 느낌에 강유리는 의자에 살짝 기대어 보았다.

하늘하늘한 치맛자락이 감싸는 여리여리한 몸매 허리까지 내려오는 찰랑거리는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정교한 얼굴, 누가 봐도 감탄이 나올만한 외모였다.

이때, 다가오는 육시준을 발견한 강유리가 그를 향해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가까이 와봐.”

테이블 가까이 다가간 육시준이 텅 빈 와인병을 발견하고 미간을 찌푸렸다.

“취했네.”

“나 강유리야, 클럽 죽순이 강유리. 내가 그렇게 쉽게 취할 것 같아?”

하지만 개미 소리만큼한 목소리 때문에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아듣지 못한 육시준이 허리를 숙였다.

“뭐라고?”

육시준의 목소리에 살짝 고개를 든 강유리의 눈에 옷깃 사이로 살짝살짝 보이는 복근이 들어오고...

취기 때문일까 그녀의 하얀 손이 육시준의 옷 안으로 향한다.

이에 육시준이 벌떡 일어서며 그녀와 거리를 벌렸다.

“강유리!”

“왜? 우리 결혼한 사이잖아. 부부끼리 이 정도도 못 만져?”

불만 섞인 표정으로 입을 삐죽거리던 강유리가 막무가내로 육시준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 사이에 원피스 나시 끈이 스르륵 내려오며 강유리의 아찔한 쇄골 라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로맨틱한 조명 아래에서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육시준을 향해 손을 뻗는 강유리, 이 세상에 정말 요정이라는 게 있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은 육시준이었다.

하지만 이토록 매력적인 모습에도 육시준은 고집스럽게 고개를 돌렸다.

“우리 오늘 처음 안 사이야. 스킨십은... 강요하지 않을게.”

이때 강유리가 벌떡 일어서고 당황한 채 뒤로 물러서던 육시준이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럼 어떡하지? 난 억지로라도 하고 싶은데... 딱 봐도 몸도 좋아 보이는구만... 히히...”

그의 귓가에 이렇게 속삭이는 동시에 강유리의 손은 빠르게 움직이며 육시준의 셔츠 단추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탄탄한 가슴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고...

강유리의 모습을 빤히 바라보던 육시준이 뭔가 결심한 듯 물었다.

“후회 안 할 수 있겠어?”

“지금 여기서 아무것도 안 하면 더 후회할 것 같은데? 우리 이제 부부야! 신혼 첫날 밤 아무것도 안 했다고 소문이라도 나봐! 사람들이 날 뭐라고 하겠어!”

잔뜩 술 취한 목소리로 헛소리를 해대는 강유리를 바라보며 육시준은 헛웃음을 터트렸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유난히 당돌하던 여자, 게다가 스킨십까지 이렇게 적극적이라니.

이 여잔 정말 내숭이라는 게 전혀 없는 걸까?

‘의도가 뭔진 모르겠지만 난 입 안까지 들어온 먹잇감을 뱉을 정도로 바보는 아니야.’

강유리를 번쩍 안아 성큼성큼 안방으로 들어간 육시준이 그녀를 조심스럽게 침대에 내려놓았다.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천천히 옷을 벗는 육시준의 어두운 눈동자에서 묘한 분위기의 불꽃이 튀기기 시작했다.

“그쪽 말도 맞는 것 같아. 신혼 첫날 밤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게 말이 돼?”

한편, 머리카락을 늘어트린 채 침대에 누운 강유리는 눈 하나 깜박하지 않은 채 육시준을 바라보고 있다.

육시준이 중얼거린 말을 들은 건지 만 건지.... 강유리는 그저 그의 얼굴과 몸매를 보며 감탄을 날릴 뿐이었다.

“와... 진짜 잘생겼다. 임천강보다 훨씬 더 낫네.”

이때 옷을 벗던 육시준의 손이 살짝 멈칫하고...

허리를 숙인 그가 긴 손가락으로 강유리의 턱을 들어올렸다.

“임천강이 누구야?”

“쓰레기 같은 자식...”

아무런 감정 없이 공허하던 그녀의 눈동자가 살짝 어두워진다.

“그 자식... 다른 여자랑 자버렸어. 그리곤 나더러 걸레래. 큭, 내가 얼마나 잘해줬는데. 사업하는 데 인맥 대줘. 돈까지 대줘. 내가 도대체 뭐가 부족했던 건데.”

나지막한 그녀의 목소리에는 억울함만이 가득했다.

“애초에 걔는 나 사랑한 적 없었어. 걔가 사랑하는 건 돈뿐이었어.”

결국 강유리는 훌쩍이기 시작한다.

그녀의 뜨거운 눈물이 육시준의 손등을 덥히고 육시준은 불꽃에라도 닿은 듯 휙 뒤로 물러섰다.

육시준의 표정이 점점 더 어두워지고 있는 것도 모르고 흐느끼고 있던 강유리가 코를 잔뜩 들이마셨다.

“뭐야? 갑자기 으슬으슬한데.”

그리고 다음 순간, 육시준과 강유리의 얼굴이 점점 더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코끝이 닿을 정도로 가가운 거리, 살짝 거칠어진 육시준의 숨결에 겁을 먹은 강유리가 무의식적으로 그를 밀어냈다.

“너, 너무 무겁잖아.”

“강유리, 진짜 취한 건지 그냥 취한 척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넌 지금부터 이 육시준의 와이프야. 전에 누굴 만났든 상관없어. 앞으론 절대 엮이지 마.”

워낙 가까운 거리 때문에 강유리의 들숨 날숨엔 온통 육시준의 시원한 향수 내음뿐이었다.

호스트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고급스러운 외모와 분위기.

“엮이지 마”라고 말하던 나지막한 그의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울리고 또 울렸다.

“나... 걔랑은 한 번도 해본 적 없어.”

술에 취한 상태였음에도 말을 내뱉은 순간 혀를 깨물고 싶을 정도로 창피한 말이었다.

하지만 강유리는 아무렇지 않은 척 육시준의 목을 꼭 끌어안은 채 그의 목덜미에 입을 맞추었다.

“그래도 괜찮아. 앞으론 그딴 자식 같은 건 다시 생각도 나지 않을 테니까.”

매혹적인 그녀의 목소리에 누르고 또 누르던 육시준의 욕망이 활화산처럼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그래, 그렇게 될 거야.”

이 말을 마지막으로 두 사람은 기나긴 키스를 나누기 시작했다.

...

다음 날 아침.

집요하게 울리는 벨소리에 강유리는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눈을 떴다.

“아, 왜!”

“야, 너 유강그룹 엔터회사 물려받았다며? 아빠 어떻게 설득한 거야? 아, 그리고. 이한이가 어제 연락왔는데 넌 기가 너무 세서 결혼은 못하겠다더라.”

“뭔 소리야. 기는 그쪽이 더 세더구만.”

다음 순간 벌떡 일어난 강유리가 불평을 이어갔다.

“뭐야? 그 호스트 자식이 내가 싫대? 나랑 이혼하고 싶대?”

“아니, 이혼이 아니라... 너랑 결혼 자체를 하고 싶지 않대.”

소안영의 친절한 해명에 강유리는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었다.

‘결혼 자체를 하고 싶지 않다고? 혼인신고까지 다 해놓고 그게 무슨 소리래?’

상황 파악을 위해 강유리가 빠르게 머리를 굴리던 그때, 허리맡에서 뜨거운 손길이 느껴졌다.

“쿠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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