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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작가: 노혜아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한편, 회사로 들어선 육경서는 바로 미간을 찌푸렸다.

‘회사 꼴이 이게 뭐야. 그리고 이 코딱지만한 사무실은 또 뭐고...;

“육시준.”

주위를 둘러보던 그의 고개를 돌리게 만든 건 바로 강유리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평소와 다른 강유리의 모습에 대외적으로 항상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이 익숙한 육경서마저 어벙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깔끔한 셔츠에 하이웨스트 스커트, 하얀 다리 라인을 잘 살려주는 하이힐, 만화에서 나올 법한 직장룩의 정석에 꼭 들어맞는 분위기까지.

그리고 가장 마음에 드는 건 갑작스러운 그의 등장에도 놀란 기색 하나 없는 침착한 표정이었다.

‘유강엔터... 어쩌면 형수님 덕분에 다시 일어설 수도 있겠어.’

“아, 강유리 대표님. 육경서라고 합니다.”

선글라스를 벗은 육경서가 먼저 악수를 청했다.

“...”

눈앞에서 톱 연예인을 보면 신기해서라도 무의식적으로 손을 내밀만 한데...

한참을 팔짱을 낀 채 그를 훑어보던 강유리는 먼저 내민 육경서의 손이 불쌍하게 느껴질 때쯤에야 자리에서 일어섰다.

“제 사무실로 가서 얘기하시죠.”

“네.”

두 사람이 자리를 뜨자 방금 전까지 조용하던 사무실 분위기가 들끓기 시작했다.

“뭐야! 정말 육경서잖아. 정말 우리가 육경서 전속 계약 따내는 거야?”

“강유리 대표라고 했나? 보기보다 대단하잖아.”

“와, 육경서 매니저로 일하고 싶다...”

한편, 워낙 건물 방음이 별로인 탓에 직원들이 떠드는 소리가 그대로 들려오고 육경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엔터회사면 연예인들 얼굴 실컷 봤을 텐데 왜 저렇게 호들갑이지? 우리 형수님... 창피하겠다.’

하지만 여전히 침착한 표정의 강유리가 싱긋 웃어 보였다.

“귀한 분께서 누추한 곳에 오셨네요.”

상대를 띄워주는 형식적인 인사였지만 모든 걸 꿰뚫어 보는 듯한 눈빛에 육경서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살짝 떨구었다.

“아, 아닙니다. 강유리 대표님이 새 대표로 부임하셨다는 말씀을 듣고 찾아왔습니다.”

‘목이 타네...’

말을 마친 육경서가 테이블에 놓인 물을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글쎄요. 대외적인 제 이미지가 그 정도로 좋진 않을 텐데요.

“풉!”

강유리의 무덤덤한 셀프 디스에 육경서는 입에 머금고 있던 물을 전부 내뿜고 만다.

한참을 콜록대다 겨우 진정한 육경서가 대답했다.

“연예인으로 일하면서 배운 게 소문만으로 직접 만나보지 않은 사람에 대해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 거예요. 그런데... 이렇게까지 솔직한 분이실 줄은 몰랐네요.”

주도권을 빼앗은 강유리가 소파에 살짝 기댔다.

“물론이죠. 무릇 사업이란 성실, 신뢰가 가장 중요하니까요. 여기까지 찾아오셨다는 건 아마 저희 회사와 전속 계약을 맺고 싶다는 뜻이겠죠? 저희 유강엔터에게 있어 이건 분명 절호의 기회입니다. 계약을 체결하면 앞으로 회사의 모든 업무는 육경서 씨를 위주로 돌아가게 되겠죠. 하지만 그전에 육경서 씨의 목적이 뭔지는 알아야겠네요.”

이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최고의 주가를 달리고 있는 데다 국내 최고의 대형 기획사 소속이던 연예인이 곧 파산 직전인 소형 기획사와 전속 계약을 맺으려 한다라...

육경서가 정말 바보가 아니라면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게 분명했으니까.

단도직입적인 그녀의 말에 육경서 역시 눈을 반짝였다.

“대표님의 진솔한 모습에 감동받았습니다. 그러니 저도 숨기는 것 없이 솔직하게 말씀드리죠.”

이에 강유리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제가 곧 로열 엔터와 계약이 끝나거든요? 그래서 제가 스스로 기획사를 차리려고 했는데...”

육경서는 미리 준비한 시나리오를 줄줄 읊기 시작했다.

대충 형제처럼 아끼던 매니저에게 배신을 당하고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었다는 내용.

꽤 진부하고도 긴 이야기에 강유리는 하품이라도 하고 싶은 생각이었다.

“아, 정말 안타깝네요. 그래서요? 저희 회사와 계약하는 게 육경서 씨 연예계 생활에 무슨 도움이 될까요?”

“가장 친한 사람에게 배신을 당하고 누굴 믿어야 할지 회의감이 든 건 사실입니다. 그래서 아예 새로운 파트너와 협력해 보려고요. 아, 그전에 제 조건을 말씀드리면 계약금 대신 유강엔터의 지분 20%를 주시죠. 앞으로 제 스케줄은 물론 회사 실무에도 제가 일정 결정권을 가질 수 있게요.”

유강엔터는 간판만 달아놓은 빈 껍데기에 가까운 회사, 이쪽에서는 육경서의 존재가 간절하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이렇게 대담한 제안을 할 수 있었다.

“10%, 그 이상은 안 됩니다. 10%라도 대주주니 회사 중요 사안에 대해선 충분히 결정권이 있어요. 그리고 앞으로 육경서 씨의 실적에 따라 지분율은 더 늘어날 겁니다.”

어차피 유강엔터 지분을 목적으로 온 것도 아니겠다 육경서는 시원하게 대답했다.

“좋습니다. 예감이 좋네요. 앞으로 하는 일마다 잘 풀릴 것만 같아요.”

육경서라는 톱 연예인의 가입을 맞이해 회사는 성대한 환영파티를 열었다.

파티 장소는 실크썬.

솔직히 회식이니 파티니 그런 건 질색이었지만 직접 섭외한 연예인 환영파티엔 무조건 참석해야 하지 않겠냐는 직원들의 말에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

[안 와도 되겠다.]

[뭐야? 차 막혀서 잠깐 늦은 건데 그새 다른 사람 섭외한 거야? 자기야, 이럼 나 너무 불안해. 누구야. 내 자치를 차지한 애가.]

[육경서.]

[하, 그래. 나쁘지 않네. 그런데 육경서랑은 어떻게 아는 사이야?]

상대의 질문에 강유리는 무시를 선택했다.

육경서, 유일한 접점이라면 얼렁뚱땅 찾은 남편의 성도 육씨라는 것.

회식장소로 향하는 길.

하석훈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육경서 씨가 하는 말을 믿으십니까?”

“아니. 솔직히 매니저한테 배신 한번 당했다고 우리처럼 구멍가게 같은 회사로 들어온다는 게 말이 돼?”

“그런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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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강준의 말에 강유리가 피식 웃었다.“우리 회사에 필요한 건 간판 연예인이잖아요? 저쪽에서 먼저 찾아온 이상 저희 쪽에서 거절할 이유가 없죠.”한편, 성신영 역시 친구 생일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실크썬에 도착했다. 오늘은 특별히 남자친구인 임천강도 함께였다.강유리 때문에 그 동안 비밀연애를 할 수밖에 없었던 두 사람.이제 관계도 밝혔겠다 그 동안 참았던 자랑을 실컷 뽐낼 생각이었다.하지만 예약한 룸 앞에 도착한 성신영이 익숙한 실루엣을 발견하고 멈춰선다.“왜 그래?”임천강의 질문에 성신영이 미간을 찌푸린 채 대답했다.“언니를 본 것 같아서.”“하, 잘못 본 거겠지. 지금 유강엔터 그 난장판을 수습하느라 정신없을 텐데 이런 데 놀러올 새가 있겠어?”‘하긴...’임천강의 말에 설득당한 성신영이 고개를 끄덕이곤 임천강에게 기대 애교를 부렸다.“오빠, 정말 언니 도와 안 줄 거야? 그날은... 언니가 많이 흥분해서 그런 거니까 이만 화 풀어.”그녀의 애교에 사르르 녹은 임천강 역시 그녀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으이그, 우리 신영이 이렇게 착해서 이 험한 세상 어떻게 살아가려고 그래. 강유리 걔가 너한테 그렇게까지 했는데 아직도 걔 편이야?”“그래도 언니잖아. 언니 힘든 거 어떻게 두고 보고만 있어.”“걱정하지 마. 걔가 우리 사진 찍어간 거 까먹었어? 궁지에 몰리면 그 사진으로 딜 들어올 거야.”임천강의 말에 성신영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날 밤 강유리가 찍어간 나체 사진이 가시처럼 목구멍에 걸린 게 벌써 며칠째. 이제 겨우 데뷔하여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데 그런 사진이 유출되면 연예계 생활은 물론이고 더 이상 얼굴 들고 거리를 다닐 수나 있을까 싶었다.그래서 오피스텔로 찾아갔었지만... 비밀번호도 바꿔버린 탓에 허탕을 친 것도 모자라 경비원에게 쫓겨나기까지 했었다.아빠한테 부탁을 해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임천강이 먼저 이렇게 말해 주니 사랑하는 남자친구가 오늘따라 더 멋지게 보였다.“오빠, 고마워. 역시 나 생각해 보는 건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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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퍽!”게다가 빈 손도 아니고 술병까지 들고 나타난 육경서는 다짜고짜 임천강의 머리를 내리쳤다.유리병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임천강의 머리에서 피가 흘러내렸다.그 모습에 성신영은 물론 강유리마저 벙찌고 말았다.저 멍청한 남녀가 서로 물어뜯는 꼴을 보려 했는데 육경서가 갑자기 끼어든 바람에 상황은 그야말로 혼돈의 카오스 그 자체.그때, 손님들 중 한 명이 신고를 한 건지 경찰들이 도착하고...오늘 오후 강유리와 가장 크게 부딪혔던 여한영 이사가 육경서를 보물이라도 되는 듯 꽁꽁 싸맨 뒤 뒤로 잡아당겼다.“다른 사람 연애에 왜 끼어드십니까?”그리곤 신고를 받고 다가온 경찰을 향해 바로 고자질을 시작했다.“저기 저분들 저희가 아무리 말려도 도저히 듣질 않으시네요. 바 영업에도 방해될 것 같고 일단 서로 연행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하, 저 자식이 정말... 소속 연예인을 챙기겠다고 대표를 버려?’한편, 뒤로 물러선 채 멍하니 서 있던 육경서가 다시 다가가려 했지만...“저기...”“경서 씨 마음은 이해해요. 좋은 마음에서, 진심으로 도와주고 싶어서 그런다는 것도 알고요. 하지만 남녀사이 갈등은 당사자들이 해결하는 게 맞아요. 제3자인 우리는 빠집시다.”하지만 그의 말을 잘라버린 여한영이 끊임없이 육경서를 향해 눈치를 주었다.한편, 생각지도 못하게 얻어맞아 여전히 혼이 반쯤 나간 얼굴로 서로를 꼭 끌어안고 있는 임천강, 성신영 커플과 달리 강유리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화장을 고치고 있는 모습이다.“네, 제가 때린 거 맞습니다. 경찰서로 가시죠.”세 사람이 경찰에 연행된 뒤에야 여한영 이사는 육경서를 풀어주었다.아직도 상황파악 중인 듯 멍한 표정을 짓던 육경서가 짜증스런 얼굴로 술병을 차버렸다.“지금 이게 뭐 하는 짓입니까? 그럼 두 사람이서 저희 대표님 괴롭히는 걸 보고만 있어요?”“경서 씨. 경서 씨는 공인이에요. 경찰과 엮인 걸 기자들이 눈치라도 채봐요. 연예인들은 이미지가 생명인 거 몰라요?”하지만 여한영의 해명에도 육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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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갓길에 차를 세우고 톡을 확인해 보니 역시나 육경서에게서 메시지가 잔뜩 도착해 있었다.[와, 파티에 형수님 전 남자친구랑 그 전 남자친구의 현 여자친구까지 왔어. 대박, 나 너무 재밌어, 어떡하지?][하, 저 자식 우리 형수님한테 아직 미련 남은 것 같은데? 그런데 자기 여친이 여기 온 건 몰랐나 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미지]전 남자친구와 전 남자친구의 현 여자친구? 육시준이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이미지를 클릭한다.소파에 요염하게 기대어 있는 강유리, 하얀 손으로 술잔을 만지작거리며 미소를 짓는 그녀의 모습은 사진으로 봐도 너무나 매력적이었다.그리고 장미꽃다발을 든 채 멍하니 강유리를 바라보고 있는 남자와 그런 남자를 이글거리는 눈으로 노려보고 있는 여자...대충 상황 파악을 끝낸 육시준이 말했다.“어느 경찰서인데?”통화를 마치고 주소를 확인한 육시준은 바로 그곳으로 향하기 시작했다.여전히 조용하지만 방금 전보다 훨씬 더 무거워진 분위기에 기사는 물론 임강준 역시 숨소리를 내는 것마저 조심스러워졌다.조수석에 앉은 임강준이 몰래 포털 사이트에 접속해 보니 역시나...[얼마전 귀국한 재벌 2세, 이복동생과 삼각관계로 엮여?]자극적인 타이틀의 기사가 우후죽순 올라오기 시작했다.‘아이쿠, 대표님이 아시면 큰일나겠네.’임강준은 바로 화면을 캡처하여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냈다.‘당장 기사 내려요. 무슨 수를 써서라도!’한편, 경찰서.강유리에게 다가온 건 경찰이 아니라 임천강이었다.어느새 옷매무새를 다시 깔끔하게 정리한 임천강이 강유리를 내려다보며 말했다.“신영이는 검사 받으러 병원에 갔어. 난 뭐 대충 합의하기로 했고...”‘그래서 뭐 어쩌라고?’그를 흘겨보던 강유리가 고개를 돌렸다.“아버님, 어머님 두 분 모두 신영이한테로 가셨어. 보호자가 한 명이라도 와야 풀려날 텐데.”“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한참을 침묵하던 임천강이 의자를 끌어와 그녀의 맞은 편에 털썩 주저앉았다.“너랑 육경서 무슨 사이야? 그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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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09화

    강유리가 잠깐 멍하더니 살짝 고개를 쳐들며 물었다.“왜?”그러자 육시준은 강유리의 얼굴을 지그시 바라보며 말했다. “자기가 힘들어하는 것 같아서. 그리고 남은 일정은 별로 끌리지 않아.”강유리의 눈까풀이 파르르 떨리더니 다시 고개를 숙였다.솔직히 요 며칠은 주로 집에서 바론 공작과 함께 시간을 보냈고 남은 일정에 대해 강유리도 별로 흥미가 없었다.그리고 예측하는 것이 있기에 그 일정을 소화하기에 무리가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강유리는 육시준이 눈치챘는지를 모르기에 머리로 그의 가슴팍을 가볍게 비비더니 온화하게 물었다.“여보, 내가 요 며칠 라이브에 정신이 팔려서 당신한테 신경 못 썼어.”“맞아. 그래서 어떻게 보상할 거야?”육시준이 대수롭지 않게 묻자 강유리는 고개를 들고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보통 때라면 착한 육시준이 그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이해한다고 했을 텐데 보상을 요구했다.“부부 사이에 보상을 얘기하면 서운하지.”강유리는 작은 손을 내저으며 생글생글 웃었다.육시준은 그런 강유리한테 속지 않고 강경하게 말했다. “저번에 내가 긴급회의를 했다고 나한테 보상을 요구하지 않았어? 그때는 왜 내가 서운해할 거란 생각을 안 했어?”‘이득 앞에서 못 본 체하는 건 바보가 아닌가?’하지만 강유리는 절대 육시준이 쉽게 이득을 보게 하지 않을 것이다.“좋아. 보상해 줄게. 내가 그렇게 억지 부리는 사람이 아니야. 방금 전의 제의 들어줄게.”그 말에 육시준은 미묘한 눈빛으로 강유리를 바라봤다.‘방금 제기한 요구라면 혹시 앞당겨서 귀국하는 것을 말하는 것일까?’육시준은 이내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웃었고 항상 다른 사람을 계략에 빠뜨리던 그지만 강유리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앞당겨 귀국하자고 한 건 사실 진짜로 귀국하자는 것이 아니고 강유리가 요즘 회사 일과 다른 일에 너무 정신이 팔려 자기한테 소홀한 것 같아 귀띔해 주려 했던 것인데 그녀가 바보인 척하며 그의 제의에 찬성했다. 강유리는 육시준의 놀란 표정을 보고 신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08화

    육경서는 화를 참지 못하고 자기도 모르게 욕이라도 할까 봐 아예 전화를 끊어버렸다. 형수를 욕하기라도 하는 날이면 강유리의 뒤끝이 걱정되기도 했지만 더욱 두려운 건 육시준이었다. 화를 못 이겨 육경서는 핸드폰을 소파에 집어 던지고 미친 듯이 머리카락을 헤집더니 바닥에 있는 쿠션과 인형을 발로 차버리고는 다시 풀썩 주저앉았다. 그러고는 발길에 채워 저 먼 곳에 불쌍하게 누워있는 인형을 한참이나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이내 주워서는 원래 자리에 예쁘게 놓아줬다. 이건 주리가 선물한 것이기에 절대 이 아이한테 화풀이를 해서는 안 된다. 육경서는 조금 진정이 되었는지 형수가 한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했다. 그가 먼저 헤어지자고 했기에 강유리가 주리를 설득해 화해하지 못하게 한 것이고 두 사람이 절친이기에 그녀를 위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이렇게 좋은 절친이 있으니 주리는 절대 피해를 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육경서가 남도 아니고, 아아아아악!강유리가 빨리 도망치라고 했기에 주리가 육경서를 냉랭하게 대한 것이고 전혀 기회를 줄 뜻이 없었으며 오해를 풀고 나서도 화해하려 하지 않는 것이다.그렇다고 이대로 포기하고 이 사실을 받아들인단 말인가?육경서는 털썩 주저앉아 오랫동안 생각하더니 갑자기 벌떡 일어섰다.‘절대 이대로 포기할 수 없어! 철없고 진지하지 못한 게 생리적 결함도 아닌데 고치면 되잖아.’육경서는 반드시 주리에게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고 그녀가 다시 자기를 신임할 수 있게끔 하리라고 결심했다.다른 한편 강유리는 전화를 끊고 나서 가볍게 미소를 짓더니 발가락으로 생각해도 육경서가 절대 이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걸 잘 알고 있었기에 그의 모든 심리 변화와 최종 결정을 훤히 꿰뚫고 있었다.강유리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무의식 간에 고개를 돌리는 순간 깜짝 놀라 흠칫했다. 언제 들어왔는지 육시준이 팔짱을 끼고 베란다 옆 수납장에 기대어 웃을 듯 말 듯한 표정으로 그녀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언제 왔어? 부르지 그랬어. 깜짝 놀랐잖아.”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07화

    강유리는 육경서의 목적을 잘 알고 있었고 아마 여론 뒤에 또 모순이 생긴 모양이다. 솔직히 강유리는 두 사람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있긴 하지만 육경서가 아직 철들지 못했고 반평생을 도련님으로 살아왔기에 자기가 원하는 것은 당연히 자기 앞에 놓여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조금만 모순이 생기거나 좌절을 겪으면 의심하고 심지어 포기해 버리기에 이대로 지속된다면 두 사람 모두 힘들어질 것이고 많은 시련을 겪어야 할 것이다.강유리는 뭔가 골똘히 생각하더니 먼저 입을 열었다.“도련님한테 비밀을 알려드릴게요.”육경서는 전혀 감흥이 없는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비밀이요?”육경서는 주리와 연관된 것이 아니라면 모든 것에 흥미가 없었지만 형수 말을 거절할 수도 없었다.“주리가 처음 육씨 가문에 왔을 때 어머님이 사실 두 사람을 좋게 보지 않았어요.”강유리가 진지하게 말하자 육경서는 몇 초 동안 침묵하더니 이내 터져버렸다.“이게 다 형수님 탓이잖아요. 엄마. 아빠 앞에서 제가 남자를 좋아한다고 이상한 소리를 해서 남의 집 귀한 딸을 제가 해칠까 봐 그러신 거잖아요.”그러자 강유리는 담담하게 말했다.“이게 왜 이상한 소리예요? 도련님이 저한테 직접 말했잖아요.”“형수님, 미안해요. 지나간 일은 지나가게 해줘요.”“도련님이 얘기를 먼저 꺼냈어요.”강유리가 느릿느릿 말하더니 이내 덧붙여 말했다.“제가 이 말을 하려는 건 어머님 태도 때문에 주리가 그날 기분이 상당히 잡쳐있었어요.”육경서는 이해가 안 가는지 되물었다.“왜요?”강유리는 어이가 없어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도련님 생각에는요?”“주리가 승벽심이 강하고 어디를 가든 항상 주목받던 사람인데 어르신들의 사랑을 못 받으니 서운해서 그러지 않았을까요?”육경서 말에 강유리는 조용히 눈을 흘겼다.‘여태까지 솔로인 데는 다 이유가 있어. 미련 곰탱이 같으니라고.’오랜 침묵 끝에 육경서가 눈치를 챈 것인지 아니면 자신감이 붙은 건지 담대하게 예측했다.“혹시 저를 위해 좋은 인상을 남기려고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06화

    바론 공작이 하도 재촉하는 바람에 의료진은 불같이 달려왔고 한바탕 검사를 마친 뒤 아무 문제도 없다는 아주 난처한 결론을 내렸다.“당신들 뭐 하는 사람이야? 아무 문제도 없는데 왜 갑자기 헛구역질이 나?”“아빠가 너무 흥분하셨어요. 단순하게 위장이 불편했을 뿐이에요. 음식 습관이 안 맞을 수도 있잖아요.”강유리는 어이가 없다는 듯 바론 공작을 위안했고 지금은 또 괜찮아진 것 같기도 했다.의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강유리의 말에 찬성했다.“맞아요. 그럴 수도...”바론 공작은 그때 비수처럼 날카로운 눈초리로 그를 쏘아보며 뒷말을 제지했다.‘네 자식이 감히 음식 습관이 안 맞다고 말을 하기만 해 봐. 내 딸이 어떻게 자기 집에서 음식 습관이 안 맞을 수 있어?’얼토당토않은 이유이고 이건 강제로 귀국시키려는 것과 마찬가지이다.의사는 그제야 바론 공작의 말뜻을 이해하고 이내 덧붙여 말했다.“아가씨가 이곳에 오신 지 한참 되셨는데 음식 습관 때문에 위장이 불편할 건 같지 않고요. 제가 보기에는 내일 병원에 가셔서 전면 검사를 받아보시는 게 좋겠어요.”자택에서 검사받는 것은 어디까지나 환경 제한이 있었다. 의사가 다행히 마지막 말을 하지 않은 덕분에 바론 공작이 비록 불만이 잔뜩 했지만 이내 손을 저으며 가보라고 했다. 강유리는 헛구역질 한번 한 것으로 아빠가 난리법석하는 모습이 우스웠지만 그래도 마음속은 따뜻했다. 사실 강유리는 생리가 일주일이나 미뤄졌기에 무슨 일인지 대충 짐작이 갔지만 전에 한번 해프닝을 겪었던 기억이 있기에 확정된 다음에 말하려고 아무 내색을 내지 않았다.저녁을 먹고 나서 강유리는 도우미를 불러 심부름을 다녀오라고 하자 그녀는 흠칫하더니 이내 두 눈을 반짝이며 믿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러자 강유리는 식지로 입을 막으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비밀이야. 바론 공작과 육시준이 알게 하면 안 돼.”도우미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빠른 걸음으로 밖을 향해 걸어 나갔다. 어둠이 내리자 강유리는 베란다 소파에 앉아 절반 넘게 진행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05화

    어떤 커플이 툭하면 사귀고 툭하면 헤어지고 그런단 말인가? 만일 이번에 톡톡히 혼내주지 않으면 다음에도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으니 반드시 이번 기회에 나쁜 버릇을 고치고 진심을 보여주게 해야 한다.그리고 아직 예능 프로그램이 남았으니 함께 출연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육경서에게 기회를 준 것으로 생각했다.솔직히 절친이 있으면 이런 점이 너무 좋았다. 무슨 일이든 무조건 자기편을 들어주고 자기 뜻대로 따라주며 쓸데없는 생각으로 스스로 괴롭히는 것을 자제하게 해준다.전에 신주리도 마찬가지로 릴리와 신하균이 사귄다고 했을 때 가족애를 버리고 그녀의 손을 들어줬다.여기까지 생각한 신주리는 갑자기 뭐가 생각났는지 물었다.“그날 밤 네가 그랬잖아. 신하균과 사귀는 것이 단지 그의 목소리와 얼굴에 반한 것이 아니라 그의 직업 도덕에 반했고 고독한 영혼을 달래주기 위해서라고.”이건 릴리가 신하균과 연애한 뒤 신주리에게 속내를 털어놓으면서 한 말이다.이 말을 듣고 나서부터 신주리는 두 사람의 연애를 더는 반대하지 않았다.릴리는 말문이 턱 하니 막히더니 부자연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내가 그런 말을 했어?”그러자 신주리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분명히 했어.”릴리는 생각하는 척하더니 반박하지 않고 말했다.“맞는 말이잖아. 내가 그때 마음이 약해지는 바람에 지금 운수가 안 좋아.”신주리는 릴리 말에 일리가 있는 것 같았다.융통성이 전혀 없고 일밖에 모르는 신하균은 예쁜 말로 여자를 달랠 줄도 모르고 낭만도 모르며 외모 빼면 자랑할 것이라곤 전혀 없으니 운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다른 한편, 강유리는 단체방에서 수다를 떨다 결과를 마저 듣지도 못하고 릴리가 오프해버리는 바람에 심심한 나머지 인터넷에 접속해 실시간 검색어에 관한 기사를 찾아보며 무료함을 달랬다. 그러는 동시에 머리 한쪽 구석으로 이젠 귀국할 시간이 되었다는 생각을 줄곧 하고 있었다.도우미들이 주방에서 저녁 준비를 하고 있었고 요리하는 냄새가 어렴풋이 전해오자 강유리는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04화

    그 기분이 신씨 가문에 도착할 때까지 잘 유지되었고 비록 두근거리고 긴장됐지만 그래도 더없이 기뻤다. 하지만 신주리의 이 한마디 말이 마치 얼음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온몸이 얼어들었다.‘연기라고 했어...’육경서는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그녀의 몸에 구멍이라도 뚫을 듯이 한참 동안 노려보자 불편함을 느낀 신주리는 두 사람의 운명을 책임진 운전대를 직접 잡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빨간불 앞에 차가 멈추자 신주리는 두 손으로 팔을 쓸어내리며 고개를 돌리더니 투덜거렸다.“왜 쏘아보고 그래? 그러다 물기라도 할 것 같아.”육경서는 슬픔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주리야. 나는 우리 두 사람이 오해가 생긴 게 유미나 때문인 줄 알았어.”이 말은 진심이었고 그는 유미나만 해결하면 두 사람이 화해할 줄 알았지만 신주리의 태도로 봐서는 전혀 장난 같지 않았다. 그를 혼내려는 것도 아닌 것 같아 순간 어찌할 바를 몰랐다. 신주리는 빨간 입술을 살짝 깨물더니 낮은 소리로 말했다.“네 생각이 틀렸어. 우리 사이의 문제는 다른 사람과 아무 상관이 없어.”솔직히 신주리도 유미나를 미워하기는 했지만 절대 두 사람 사이의 걸림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고 한 번도 육경서와 그녀 사이를 의심해 본 적이 없었다. 두 사람의 문제는 어떻게 상대를 대하는지의 문제였다. ...여론이 지속적으로 확산되면서 오늘 밤 어떤 사람은 상심에 빠졌고 어떤 사람은 수심이 가득했다. 유미나와 매니저는 서로 원망하기에 바빴고 게다가 거액의 배상금까지 떠안게 되어 죽고 싶은 마음마저 들었다. 육경서와 신주리도 아직 화해하지 못했기에 똑같이 수심에 빠져있었다. 신주리는 절대 나 혼자 죽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물귀신 작전을 펼치러 월계만으로 달려가 눈에 띄는 커플만 있으면 헤집어놓을 심산이었다. 릴리 집에 도착해보니 뻔뻔한 친오빠는 그곳에 없었고 릴리 혼자만 절친 단체방에서 수다를 떠느라 여념이 없었다. 화젯거리는 당연히 신주리였다.“핸드폰이 그렇게도 좋아? 여기에 사람이 이렇게 떡하니 서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03화

    현재 신주리 실력과 지위는 모든 사람이 다 아는 사실이다 보니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지하 주차장에 신씨 가문 차량이 오래전부터 대기하고 있었고 경호원이 기자들이 다가오지 못하게 서슬이 퍼레서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신주리는 매니저와 작별 인사를 나눈 뒤 차를 향해 걸어가자 경호원이 깍듯이 차 문을 열어줬고 허리를 숙여 차에 오르니 불청객 한 명이 앉아 있었다.“넌 왜 여기에 있어?”신주리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조수석에 앉아있는 육경서에게 묻자 그는 고개를 돌려 활짝 웃으며 말했다.“기자한테 포위돼 못 빠져나가는 것을 어머님, 아버님이 구해주셨어.”신명진은 고개를 돌려 짜증 섞인 신주리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말했다.“다 가족인데 모순이 있으면 집에 가서 문 닫아걸고 얘기해.”그러자 한영숙도 한마디 곁들었다.“그래. 이 자식이 평소에는 믿음이 별로 안 갔는데 오늘 결정적인 순간에 너를 위해 서슴없이 나서는 것을 보니 그나마 책임감은 있는 것 같아.”신씨 부모님은 신주리의 열혈 팬이기에 두 사람의 관계를 모를 수 없었다.하지만 두 사람은 단지 팬에 그쳤고 딸이 실제 상황을 말해주지 않았기에 두 사람이 아직까지 사귀고 있는 줄로 알고 있었다...신주리가 입을 열고 뭐라고 설명하려다가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그대로 입을 다물었고 차는 서서히 신씨 가문 별장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전에도 육경서가 신씨 가문을 방문한 적이 있지만 사위 신분으로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고 하필이면 또 이런 특별한 사건이 생긴 시점이라 덜컥 겁이 났다.바로 이때 신주리가 입을 열고 말했다.“두 분은 먼저 들어가서 쉬세요. 저희는 아직 할 일이 있어 나갔다 와야겠어요.”그러자 한영숙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저녁 먹을 시간인데 뭐가 그렇게 바빠?”“회사 여부장님이 좀 만나자고 해서요.”신주리는 대충 아무 핑계를 대면서 두 사람을 차 밖으로 밀어냈다. 합리적인 이유라 부모님이 두 사람을 의심하지 않았지만 한영숙은 차에서 내리면서 낮은 소리로 중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02화

    유미나 소속사는 반나절이 지나도 일언반구도 없었다. 그들은 애당초 육경서의 인기를 훔칠 생각도, 신주리를 모함할 생각도 없었으며 중요한 건 하라고 시켜도 감히 못 했을 것이다. 소속사 사장은 무수히 쌓인 계약 해지 및 배상 건에 관한 서류와 인터넷에 빈번하게 나타나는 스캔들에 화가 나 책상을 치며 물었다.“당사자는 아직도 연락이 안 돼? 난장판을 만들어놓고 대체 누굴 보고 수습하라는 거야?”“연락됐는데 지금 병원에 입원해 있답니다...”“병원에서 확 죽어버리라고 해.”사장은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주무르며 정신없이 울어대는 핸드폰을 보더니 지친 듯 눈을 감으며 말했다.“더는 못 기다리겠어. 성명 발표해.”유강 엔터와 신씨 가문 중 어느 한 곳도 그가 대적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고 중요한 건 육씨 가문에서 아직 입을 열지도 않았다. 현재 상황에서 회사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유미나와 멍청이 매니저와 관계를 청산하고 사건의 경위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모르쇠를 놓는 것밖에 없었다.반 시간도 안 돼 유미나 소속사에서 회사와는 무관하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소속사의 과감하고 신속한 대응에 대중뿐만 아니라 유미나 매니저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회사를 위해 몇십 년 동안 소처럼 성실하게 일해 온 결과가 바로 오늘의 토사구팽이란 말인가?매니저는 기자들의 질문을 피하고자 꺼놓았던 핸드폰을 켜더니 연속 걸려 온 두 건의 광고 업체 전화를 끊어버리고 사장에게 연락을 하니 전화기가 꺼진 상태였다. 매니저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몇 년 동안 소속사 연예인을 스타로 만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긴 했지만 그때마다 회사는 눈을 감아주고 말없이 지지해주더니 결정적인 순간에 어떻게 이렇게 내동댕이칠 수 있단 말인가?“언니, 어떻게 됐어요? 회사에서 어떻게 처리하래요?”이제 막 정신을 차린 유미나는 모든 희망을 매니저에게 걸고 초조한 목소리로 물었다.그러자 매니저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힐끗 쳐다보더니 싸늘한 눈빛에 온통 혐오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01화

    현장 분위기의 열기가 하도 뜨거워 기자들은 발표회가 끝나고 보도하기로 한 내용을 상사와 연락을 취한 뒤 바로 현장에서 라이브로 보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최 측에서도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기에 이 일은 날개라도 달린 듯이 일파만파 퍼져나갔다.“#신주리 신안 그룹 회장 딸#”“#신주리와 육경서야 말로 진정한 소꿉친구#”“#유미나 사기꾼#”“#짝퉁 아가씨와 리얼 아가씨와의 만남#”“#이건 사기와 다른 점이 있을까#”이러한 검색어가 재빠르게 실시간 검색어 랭킹에 진입하더니 검색어 옆에 이내 빨간 상승 화살표가 붙어버렸다. 유미나는 생전 처음 이렇게 큰 상황을 겪었고 처음 이렇게 많은 실시간 검색어를 소유했다. 하지만 그녀는 부정적인 기사로도 신주리를 초월하지 못했고 시종일관 신주리 검색어 하단에 위치했다.“세상에. 그러면 유미나가 여태까지 자작극을 벌였던 거야? 이건 사기와 다를 바와 없잖아. 하마터면 믿을 뻔했어.”“재벌 집 딸 컨셉으로 진짜 재벌 집 딸을 제압하려 했으니 자기 무덤을 스스로 판 거나 다름없지, 뭐.”“영상을 보고 나니 10년 묵은 체증이 확 내려갔어. 우리 주리가 드디어 성장했어. 참다가 더는 못 참겠으니 반격하는 법도 배웠어.”“신안 그룹 회장님 너무 멋있어요. 딸을 위해 서슴없이 마이크를 잡았어.”“제가 앞에서 육경서 씨를 쓰레기라고 욕해서 미안해요. 사과할게요. 오늘 영상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어요.”“맞아요. 제가 경서 오빠 팬인데 저도 오빠가 양다리 걸친 줄로 오해했어요.”“유미나 여우 같은 것이 경서 오빠가 신사란 걸 알고 폭로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런 짓을 벌였어.”“아무리 신사라고 해도 이걸 어떻게 참아요? 현장에서 주먹을 휘두르지 않은 것만 해도 충분히 신사예요.”“여기서 포인트는 경서 오빠가 해명하고 나서야 신주리가 해명했다는 것.”“유미나 팬들 다 어디 갔어? 나와서 계속 떠들어보지 그래?”“...”강력한 증언 앞에서 유미나 팬들은 감히 머리도 내밀지 못했고 혹시라도 연루될까 봐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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