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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품에 안기 조차 힘든 장미 꽃다발을 바라보던 강유리의 입가에 살짝 비릿한 미소가 실렸다.

‘역시 실망시키지 않네.’

이 모든 걸 예견하고 있었던 듯 담담한 강유리와 달리 성신영의 눈은 어느새 더 커다래지고 말았다.

살짝 어두운 룸의 조명과 가슴이 터질 듯한 음악소리에 강유리는 정말 이게 꿈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붕 뜨는 기분이었다.

‘천강 오빠... 회사 갔다면서... 어떻게 여기에...’

한편 임천강의 눈에는 오직 강유리 한 사람만 보일 뿐이었다.

임천강 본인도 눈은 달려있으니 강유리가 예쁘다는 건 충분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빛나는 여자였던가?

이 공간의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그녀에게 쏠린 것 같은 기분이었으니까.

게다가 이렇게 예쁜 여자가 똑똑하기까지 하다니...

“시간도 늦었는데 내가 집까지 데려다줄까? 마침 너한테 할 말도 있고.”

며칠 전 다시는 안 볼 사람처럼 강유리를 모욕하던 모습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 사귈 때도 이렇게 다정한 눈빛으로 바라봐준 적이 있었던가?

잔뜩 일그러진 성신영을 힐끗 바라보던 강유리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든가. 그런데 네 여자친구 두고 가도 괜찮겠어?”

강유리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리던 임천강이 그제야 성신영을 발견하고 당황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네가 어떻게 여기에...?”

“어떻게... 어떻게 자기 여동생 남자친구한테 꼬리를 칠 수 있어!”

테이블을 쾅 하고 내리치던 성신영이 앞에 놓인 술을 강유리를 향해 퍼부었다.

한편,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 이 상황을 육시준에게 일일이 보고하고 있던 육경서가 벌떡 일어섰다.

“조심해!”

하지만 먼저 움직인 건 바로 임천강, 빨간 와인이 강유리 앞에 막아선 임천강의 셔츠를 물들이며 핏빛 꽃무늬를 만들기 시작했다.

“성신영! 너 미쳤어? 어쨌든 유리는 네 언니야. 언니한테 어떻게 그런 말을...”

“지금 나한테 소리친 거야? 저딴 여자 때문에 나한테 화낸 거냐고. 저번엔 분명...”

“그만!”

눈시울을 붉히는 성신영의 모습에도 임천강은 흔들리지 않았다.

“너야말로 네 언니한테서 일 좀 배워. 대표로 취임하자마자 바로 육경서부터 스카우트해왔잖아. 요즘은 예쁘고 능력도 있는 여자가 트렌드야.”

“능력? 추잡하게 잠자리로 얻은 인맥이 능력이야? 3년 동안 해외에서 누구랑 굴렀을지 알게 뭐야!”

한편, 여유롭게 소파에 앉아있던 강유리가 피식 웃었다.

“그럼. 그러니까 네 지금 남자친구도 내가 쿨하게 버린 거지.”

그녀의 도발에 고개를 홱 돌린 성신영이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강유리! 이게 다 너 때문이야! 내가 너 죽여버릴 거야!”

‘분명 다 내가 원하는대로 흘러가고 있었는데... 강유리 너 때문에 모든 게 망가지기 시작했어. 죽어! 죽어버려!’

하지만 강유리는 우아한 몸짓으로 미친 듯이 달려드는 성신영을 피하곤 높은 하이힐 굽으로 성신영의 무릎을 내리찍었다.

“악!”

그리고 바로 그녀의 머리채를 낚아챈 강유리가 속삭였다.

“엄마는 이건 안 가르쳐줬나봐? 상간녀는 숨소리도 내지 말고 조용히 살아아 한다는 거 말이야.”

성신영이 미처 대답을 하기도 전에 강유리는 또 따귀 두 번을 날렸다.

한편, 어떻게든 강유리한테서 콩고물이라도 얻어먹어려 보려던 임천강이었지만 사랑하는 여자친구가 이렇게까지 맞는 걸 그저 두고 볼 순 없었기에 바로 강유리의 손목을 잡았다.

“강유리, 적당히 해.”

이때 옆 테이블에서 누군가 휙 다가오더니 강유리의 옆에 섰다.

‘저것들이 어디서 1대 2로 우리 형수님을 괴롭히려고!’

행여나 강유리가 밀리기라도 할까 봐 걱정된 육경서의 등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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