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영은 육명호가 자기를 어떻게 평가하던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말했다.“계좌 번호 알려줘요.”“정말 갚겠다는 거야?”“당연하죠.”고은영은 정말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육명호는 코를 만졌다. 순간 지난 세월 동안 많은 일을 겪었다고 생각했지만 역시나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혹은 그가 열심히 살아가는 한 여자를 하찮게 생각했을 수도 있었다.고은영의 성격은 얌전하지도 않고 울기 좋아했지만 부드러워 보이는 겉모습 속에 단단한 내면이 숨겨져 있었다.“그래 그럼.”고은영이 단호한 것을 보고 육명호는 자신의 계좌 번호를 고은영에게 넘겼다.고은영은 그 자리에서 2천만 원을 그에게 보냈다.이건 안지영이 그녀에게 보내준 돈이라는 것을 그녀도 알고 있다.하지만 육명호에게 빚지는 것보다는 안지영에게 빚지는 것일 나을 것 같았다.예전에 배준우의 옆에 있을 때 육명호라는 사람에 대한 소문을 그녀는 많이 들었었다.이런 사람과는 최대한 안 엮이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을 내렸다.육명호는 2천만 원이 들어 온 자신의 계좌를 보고 참지 못하고 물었다.“그럼 이제 어떻게 하려고?”시작부터 그에게 선을 명확하게 긋는데 다음 달에는 분명 지금 있는 곳에서 지내지 않을 것이다.항상 정해진 눈빛과 태도로 여자를 바라보던 육명호는 이제 고은영 때문에 이상함을 느꼈다.이제 보니 전에 동영 그룹에 보냈던 선물을 보고도 무관심했던 것이 당연했다.고은영 같은 성격을 지닌 사람은 안정을 추구하며 낭만 같은 건 뜬구름 잡는 것에 불과했다.고은영이 말했다.“어제 이 거리의 관리자가 나한테 찾아와서 30평 정도 되는 가게가 있다고 했어요.”육명호가 물었다.“어? 그냥 주는 거라고?”“네, 공짜로 쓸 수 있대요.”“설마? 너 사기 당한 거 아니야? 너한테 쓰게 해서 뭐해?”’육명호는 놀란 표정으로 고은영을 바라보았다.이 거리는 모두 상가라 작은 가게라도 연간 4천만 원 정도 할 텐데 30평 정도 면적이라면 적어도 연간 1억 4천만 원 정도는 할 것이다.그런데 관리사
관리사무소에서 그녀에게 명승지의 가게를 주고 싶어 한 것도 당연했다. 이것은 하나의 문화적 특성이 있었기 때문이다.“그럼 계속 여기서 만하고성에서 지내려고?”고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네.”“그럼 너 지금 몇 명이 널 찾고 있는지 알고 있어?”배준우가 아이를 뺏어가려는 것만으로 그녀는 두려워하고 있었다.문제는 지금 그녀를 찾고 있는 사람이 배준우뿐만이 아니라는 것이었다.고은영을 찾고 있는 사람들은 육명호도 겨우 상대할 수 있었다.그리고 육명호는 고은영이 정말로 배준우에게 발견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그녀가 이곳 만하고성에 오래 머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은영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나를 찾는다고요?”“그래 지금 널 찾고 있는 건 배준우뿐만이 아니야.”“그럼 또 누가 있는데요?”고은영은 깜짝 놀랐다. 배준우뿐만이 아니라니. 그럼 또 누가 있을까?“나씨 가문에서도 장씨 가문에서도 널 찾고 있어. 너 그 사람들한테 뭐 잘못이라도 했어?”육명호가 말했다.이에 대해 고은영이 그들을 자극했다는 것 외에는 다른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다.육명호는 북성의 사람이었다.그래서 강성의 사람들에 대해 잘 모른다. 배준우와 장씨 가문 그리고 나씨 가문이 어떤 사이인지 그는 잘 모르고 있었다.하지만 지금 이렇게 많은 사람이 고은영을 찾고 있다는 것은 그녀에게 큰 골칫거리였다.고은영은 장씨와 나씨 가문에서 자기를 찾는다는 말에 순간 당황스러웠다.“그 사람들이 날 왜 찾아요?”“아마도...”“난 그 사람들한테 아무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어요.”고은영은 답답해서 미칠 것 같았다.장씨 가문에서 그녀를 찾는 것은 아마도 안지영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나씨 가문에서는 왜 그녀를 찾는 것일까?육명호가 말했다.“이유야 어찌 됐든 지금 많은 사람이 널 찾고 있어. 너 만하고성에서 오래 지낼 수 없을 거야.”그 말에 고은영은 눈물이 떨어질 것 같았다.배준우는 왜 그녀를 찾는 것일까?그가 자기 입으로 이번 생에는 다시 그녀를 만나지 않겠다고 말
반드시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곳에서 안착해야 한다.“정말 혼자서 다 할 수 있겠어요?”육명호는 그녀의 말에 믿음이 가지 않았다.결국 그는 고은영의 성격이 얼마나 나약한지 이미 파악했기 때문이다.물론 단단한 내면을 갖고 있긴 했지만 나약한 작은 여자였다.육명호는 그녀가 남은 인생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지 않았다.고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물론이죠. 할 수 있어요.”그녀는 아주 큰 목소리로 말했다.그 순간 육명호는 엄마는 강하다는 말이 뭔지 조금 알 것 같았다.아침 식사를 미친 뒤 육명호는 서둘러 클라이언트를 만나러 떠났다.고은영은 물건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배준우의 부하들이 금방 이곳 만하고성으로 올 것이라는 걸 그녀도 알고 있었기에 빨리 떠나려고 했다.그녀는 무슨 일이 있어도 배준우가 이 아이를 뺏어가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아무것도 모르고 한동안 여유롭게 지내다 다시 긴장하게 된 고은영이었지만 안지영도 이 순간 다시 예민하게 신경을 곤두세웠다.특히 은행 계좌에서 2천만 원이 빠져나간 것을 봤을 때 정말 충격이었다.“설마 무슨 일 생긴 건 아니겠지?”안지영은 큰 금액을 보고 경악했다. 그녀는 미간을 찌푸린 채 고은영을 걱정하고 있었다. 며칠 전 그녀는 하루에 고작 2, 3만 원을 식비로 썼다.이것은 그녀의 삶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음을 보여줬었다.그런데 오늘 아침에 갑자기 2천만 원을 썼다. 정말 무슨 큰일이 있는 건 아닐까?처음에는 안도감을 느꼈던 안지영은 이제 다시 불안해졌다.그녀는 고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지만 고은영은 전화를 받지 않았고 핸드폰이 꺼져 있다는 안내음만이 드려왔다. 안지영은 다시 종료 버튼을 눌렀다.이제 어떻게 하지?그녀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고은영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내야 할지 고민하고 있ㅇ르 때였다.또 다른 카드 메시지가 도착했다.이번에는 정상적으로 돌아와 3천 원 정도를 밀크티 가게에서 지출한 명세서였다.“후.”안지영은 긴 한숨을 쉬었다.3천 원으로 밀크티를
‘생 생명의 위험? 그럼 그 바보가 죽을 수도 있다는 건가?’“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예요? 그건 불가능해요.”안지영은 그 순간 바로 화를 냈다.장선명이 그녀에게 소리를 질렀다.“안지영.”“은영이 지금 밀크티도 사서 마시고 있는데 사고 같은 게 났을 리가 없어요.”그녀의 말이 떨어지자 사무실 안의 공기가 순간적으로 조용해졌다.장선명은 안지영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안지영은 자기가 말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았다.이 순간 안지영은 자기의 입을 때려주고 싶었다.장선명이 물었다.“뭐 은영 씨가 지금 밀크티를 마시고 있어? 어디서 마시는데?”“아니요. 그냥 아무 말이니 한 거예요.”“지영아 준우하고 은영 씨 사이에 일은 네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라...”배준우가 암에 걸렸었던 일에 대해 말하려니 그도 미칠 것 같았다.어느 병원에서 검사했냐고 물으면 자기 병원에서 했다는 말을 어떻게 꺼낼 수 있을까. 하지만 그는 지금 이런 문제를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조금 있으면 자기 병원에 큰 문제가 생길지도 모른다.그 보고서 한 장 때문에 한 가족이 찢어졌는데 그가 당연히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보상해 줘야 했다.장선명은 방금 한지영의 말에서 고은영이 어디에 있는지 한지영은 알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준우는 병에 걸리지 않았어.”장선명은 고민하다가 결국 솔직하게 도대체 어떻게 된 사실인지 말하기로 결심했다.하지만 안지영은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무슨 뜻이에요? 뭐가 병에 안 걸려요? 그리고 지금 병에 걸린 걸 왜 이 일과 연결하는 거죠?”원래도 복잡했던 장선명의 머릿속은 안지영의 말에 더 혼란스러워졌다.장선명은 마음이 조급했다.그는 지금 고은영이 밖에서 사고라도 나면 자기 병원을 정말 지킬 수 없게 될까 봐 걱정이 태산이었다.고민하던 장선명은 배준우가 왜 고은영에게 이혼을 요구했는지 진실을 얘기했다.안지영은 마지막까지 듣고 충격을 받아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잠시 후 그녀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량천옥 때문이
장선명이 말했다.“네가? 네가 그렇게 능력이 좋으면 왜 전에는 나한테 부탁했어?”안지영은 할 말을 잃었다.배준우 한 명 만으로도 그녀가 이렇게 놀라는데 만약 배준우가 없다면 고은영이 상대해야 할 사람이 너무 많았다.배항준이라던지 배준우의 친엄마라든지.“그 량천옥도 있잖아.”량천옥은 정말 좋아할 수가 없는 여자였다.그녀가 고은영의 친엄마가 아니었다면 아무도 고은영을 힘들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장선명이 말했다.“잊었어? 은영 씨 손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는걸? 배씨 가문에서는 은영 씨를 놓아주지 않을 거야.”한지영은 긴 한숨을 쉬었다.천부적인 재능.전에 배준우와 량천옥이 죽기 살기로 싸운 장면이 떠올라 한지영은 너무나 고민이 되었다.그녀가 말하기도 전에 장선명이 다급하게 말했다.“더 고민하지 마. 나한테 빨리 알려줘. 은영 씨 도대체 무슨 일이야?”장선명은 이 순간 질문을 하며 마음속으로 제발 고은영에게 아무 일도 없게 해달라고 기도했다.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배준우는 분명 그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안지영이 말했다.“나도 은영이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건지 잘 몰라요.”그 질문에 안지영도 답답했다. 고은영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지 그녀도 모르기 때문이다.“그럼 넌 왜 그렇게 은영 씨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고민한 거야? 이유가 있을 거 아니야?”장선명은 계속 물었다.그녀가 계속 말을 하지 않는 건 자기의 직감을 믿는 것일까?장선명이 말했다.“지영아, 지금 시간이 별로 없어. 만약 은영 씨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우린 다 끝장이야.”안지영은 마음이 복잡했다.‘다 끝장이라니.’그 말에 그녀는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그녀는 전에 있었던 일 때문에 배준우가 얼마나 무서운 놈인지 아주 알 알고 있었다.‘겨우 끝났는데 또다시 안 돼...’고민하던 안지영은 갑자기 오늘 아침 고은영이 2천만 원을 쓴 일이 떠올라 장선명에게 말했다.장산명은 고은영이 갑자기 2천만 원을 썼다는 말에 많이 놀랐다.평범한 사람이 일반적으로
배준우는 병원에서 돌아온 후 온몸으로 심각한 분노를 뿜어내고 있었다.진청아는 안절부절못하며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사무실에 도착할 때까지 그의 뒤를 따라갔다.배준우는 위험한 분위기를 풍기며 눈을 감았다.“은영명이 은행 카드 아직도 움직임이 없어?”“네, 없습니다.”진청아가 고개를 저었다.고은영명이 강성을 떠난 뒤로 그들은 그녀의 핸드폰과 은행카드를 모두 감시하고 있었다.이 두 가지가 움직임이 있었다면 그들은 바로 그녀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다.하지만 그 누구도 고은영명의 핸드폰과 은행카드가 지금까지 아무런 움직임도 없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배준우의 얼굴이 한층 더 어두워졌다. 지금은 뿜어져 나오는 싸늘함이 사람을 오싹하게 만들 지경이었다.진청아는 그에게서 점점 위험한 분위기가 풍기자 불안하게 앞으로 다가갔다.“전에 사모님께서 육명호 도련님과와 아무런 관계도 없으셨나요?”그녀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배준우는 차가운 눈빛으로 예리하게 진청아를 바라보았다.이 순간 진청아는 심장이 목구멍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지금 대표님의 기분이 너무 안 좋아 그녀가 말을 잘못하거나 틀리게 해도 아주 곤란해질 수 있었다.하지만 진청아는 전에 육명호가 고은영명에게 꽃 선물을 했다는 걸 들었었다.그래서 지금...“무슨 뜻이야?”배준우가 싸늘하게 물었다.진청아의 업무능력으로 봤을 때 이런 타이밍에 하는 질문이 절대로 우연일 리가 없었다.아니나 다를까역시 배준우의 질문에 진청아가 대답했다.“전에 사모님께서 강성을 떠나시던 날에 육명호 도련님도 공항에 계셨습니다.”배준우가 물었다.“육명호도 공항에 있었다고?”“네 제가 알아본 바로는 육명호 도련님도 위치 정보를 모두 지웠습니다.”이것이 진청아가 의심하기 시작한 중요한 포인트였다.육명호는은 어디를 가도 문제가 없는데 왜 그는 행적을 지운 것일까?배준우는 육명호의 위치 정보가 지워졌다는 말에 순식간에 얼굴이 어두워졌다.“행적을 지웠다고?”진청아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북성에서 와서 한동안의
그녀는 여기서 매일 밀크티 한 잔으로는 부족했다.비록 육명호은 아직 여자 친구가 없었고 여자들이 임신했을 때 뭘 조심해야 하는지 몰랐지만 직감적으로 밖에 음식을 많이 먹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은영명이 말했다.“이거 마실 시간도 얼마 없어요. 출산 후에는 오랫동안 먹고 마시는 걸 조심해야 해서요.”지금 먹을 수 있을 때 맛있는 것을 많이 먹어두려는 것이었다.육명호이 결제하려는데 또 고은영명이 막았다.“내가 낼게요.”육명호는 정말 바보 같은 여자라고 생각했다.남자의 돈도 쓰지 않는 바보가 자기 눈앞에 있을 줄은 몰랐다.고은영명은 오늘 따뜻한 오렌지 맛 밀크티를 사느라 3천 원을 썼다.한 손에는 찹쌀떡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밀크티를 든 모습에 육명호가 자연스럽게 그녀의 짐을 들어줬다.“얼른 먹어.”“고마워요.”고은영명도 거절하지 않고 이쑤시개로 찰떡을 하니 짚어 입에 넣었다.그녀가 정말 맛있게 먹는 것을 보고 육명호는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다.“뭐로 만든 거야?”이 옛 거리에는 먹거리가 엄청나게 많았다.하지만 결벽증이 있는 육명호는 여기서 지내는 며칠 동안 쉽게 시도해 보지 않았다.단 한 번 고은영명과 함께 카페에서 먹은 디저트가 전부였다.고은영명은 손에든 먹거리를 바라보며 고민하다가 말했다.“찹쌀이요. 먹어 볼래요? 진짜 맛있어요.”육명호는 이때 배준우의 의심이 자기에게 향했는지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그가 고은영명이 먹여주는 찹쌀떡을 입에 넣으려는 순간 주머니의 핸드폰이 울렸다.그는 바로 핸드폰을 꺼내 확인하더니 화면에 찍힌 번호를 보고 순간 얼어붙었다.무의식적으로 고은영명을 바라보자 그녀는 그를 약간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왜 그렇게 봐요?”육명호가 말했다.“배준우한테서 전화가 왔어.”고은영명의 작은 얼굴이 순간 돌처럼 굳어졌다.잠시 후 그녀는 재빨리 육명호의 핸드폰을 가져와 번호를 확인했고 너무나 익숙한 번호가 화면에 떠 있었다.정말 배준우였다.그런데 그는 왜 육명호에게 전
이 순간 고은영은 그 자리에 얼어붙어 가슴을 졸이며 전화를 받는 육명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조금 전까지 식욕이 가득했지만 지금은 손에 들린 음식을 봐도 먹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육명호는 차분한 목소리로 한차의 흔들림도 없이 전화를 받았다.“배 대표님, 어쩐 일로 저한테 다 전화를 주셨어요?”배준우는 육명호의 가벼운 말투에 눈살을 찌푸렸다.그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육 대표님 지금 어디 계세요”“배 대표님 무슨 일이죠?”“어디 있냐고?”배준우의 목소리가 사뭇 심각했다.육명호는 그의 공격적인 말투에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배 대표님 지금 이게 무슨 뜻이죠? 왜 그렇게 신문하듯 물어보세요?”“육명호 지금 은명이 당신하고 있지?”배준우는 드디어 불이 화르르 타오르듯 분노했다.이제 그는 돌려 말하지 않고 바로 물었다.육명호는 앙갚음을 꼭 한다는 것은 북성에 모든 사람이 알고 있었다.두 사람이 전에 협력이 물거품이 되었으니 다른 사람이 보기에 지금 육명호의 행동도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육명호는 정말 제대로 복수를 한 것이다.그래서 진청아가 고은영이 떠난 그날 밤 육명호도 공항에 간 것이었다.배준우는 이미 육명호가 고은영을 데려가기로 계획했다고 확신했다.그가 이 정도로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데도 육명호는 웃으며 말했다.“배 대표님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좀 혼란스럽네요. 무슨 뜻이죠? 못 알아듣겠는데요?”“그럼 내 방식대로 해서 알아듣게 해줘?”배준우의 목소리는 충분히 위협적이었다.전에 협력에 대해 논의할 때도 육명호는 배준우의 이런 성질을 다 참아주었다.하지만 지금은...!어차피 협력도 할 수 없게 되었는데 육명호는 더 이상 배준우의 성질을 받아주고 싶지 않았다.그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당신이 하늘의 방식을 쓴다고 해도 난 지금 당신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못 알아듣겠어.”배준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핸드폰의 반대편은 갑자기 조용해졌다.그들 사이의 숨 막히는 대결이 시작되었다.잠시 후 육명호는 아무렇
“어머니가 나한테 남긴 건 그대로 넘겨주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고은영은 진성택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의 말을 끊었다.싸늘한 고은영의 시선에 진성택의 안색은 순간 창백해졌다.진성택이 무언가를 덧붙이기 전에 고은영이 차갑게 말을 이어갔다.“그렇지 않으면 뭐요? 아시다시피 저는 지금 배준우의 아내예요. 진유경에게 손대는 건 쉬운 일이죠.”“유경이한테 손대지 마. 은영이, 너...”“됐어요! 더 이상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아요!”진유경을 그렇게까지 감싸는 진성택을 바라보며 고은영은 실망감을 넘어 차마 형용할 수 없는 무력감을 느꼈다.‘도대체 사람이 어떻게 이래? 어떤 생각을 하는 사람이길래 이런 일까지 한단 말이야! 아내랑 아이를 도대체 뭐로 보는 거지? 어떻게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나한테 이런 요구를 할 수 있어... 엄마가 남긴 소중한 유품을 진유경 같은 년에게 넘기겠다고? 하...’진유경이 단순히 진씨 가문의 양녀였다면 고은영은 아마 이렇게까지 분노하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진실을 아는 고은영은 지금 상황이 너무 역겹게 느껴졌다.설령 눈앞의 남자가 그녀의 혈육이고 아버지라 할지라도 고은영은 그를 혐오스러워할 수밖에 없었다.진성택은 그녀의 분노에 애처롭게 그녀를 불렀다.“은영아...”고은영이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진성택이 말을 이었다.“나한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그게 아니었다면 나도 너한테 와서 이런 부탁 하지 않았을 거야.”“같잖은 호소는 그만 하세요. 저희 사이에 애정이라 칭할 만한 감정도 별로 없잖아요.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아내였던 사람에게 너무하네요. 엄마가 불쌍해요.”그녀는 더욱 화가 났다.비록 한 번도 본 적 없는 어머니와 특별한 애정이라 할 감정은 없었지만 진성택이 그녀를 대하는 모습을 보며 고은영은 걷잡을 수 없는 분노와 슬픔이 밀려왔다.고은영은 어머니를 만난 적이 없었지만 그럼에도 어머니의 깊은 사랑은 느낄 수 있었다.하지만 진성택은 어떠한가.고은영은 더 이상 그를 보고 싶지 않
고은영이 이렇게나 직설적으로 얘기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 “저는 이제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해요.” 진성택에게 돌려 말하지 말고 직설적으로 얘기하라는 뜻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감정적으로 접근을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생각했다. 이미 일어난 일은 일어난 거고 지금 와서 그것을 지울 수는 없었다. 진성택은 고은영의 말에 상처를 받은 듯 보였다. 그녀의 불만 섞인 태도에 그의 마음이 조금은 아팠지만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다는 걸 알았다. “너희 둘째 오빠가 병원에 왔었어.” 고은영은 아무 말 없이 그를 쏘아보았고 그는 그녀의 생각을 전혀 알지 못했다.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네가 받을 모든 주식들 있잖아. 할머니와 진호영, 그리고 유경이의 지분까지 너에게 줬다던데, 맞지?” 고은영은 차갑게 한 마디로 대답했다. “맞아요.” 드디어 그의 목적을 직접적으로 말했다. 그러나 그 목적은 더욱 차가운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진성택은 고은영의 차가운 시선에 조금 떨린 듯 말을 이어갔다. “그 주식들은 사실 네 어머니가 너에게 남긴 거니까 너에게 돌아가야 맞아.” “그래서 저에게 돌려주기 위해서 이곳에 부른 거죠?” 고은영은 아무렇지 않게 물었다. 그가 주고자 한다면 왜 이제서야 이리 말하고 있는지 다시 묻고 싶었다. 진성택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고 그의 눈빛에는 죄책감이 떠올랐다. “미안하지만 그 주식은 네게 돌려줄 수 없을 것 같아.” “돌려줄 수 없다고요? 왜요?” 그의 말은 너무도 간단했다. ‘할 수 없다'라는 말이 또다시 진유경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거 같았다. 진유경, 정말 독특한 존재다. 역시나 양딸이 모든 것보다 우선이라는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그녀는 진짜로 진씨 가문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였다. 두 사람의 양부모는 하나같이 그녀를 애지중지하며 키웠다. “너희 둘째 오빠가 그 주식들을 되찾고 나서 진씨 가문의 모든 재정적 지원을 끊어버렸어. 지금 그들은 전부 저축해두었던 돈을 쓰고 있어.” 모든 지원을
하지만 진성택은 다르다. 결국 그녀와 혈연관계가 있기 때문에 배준우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반 시간 후, 배준우는 고은영을 밀크티 가게에 데려다주었다. “내가 같이 들어갈까?” 배준우가 물었다. “준우 씨는 그냥 기다려요. 당신을 보면 아마 바로 저세상으로 갈지도 몰라요.” ‘이 녀석 입이 참!’ 하지만 고은영이 말이 맞았다. 예전에 진성택과 량천옥 사이의 관계를 생각하면 진성택은 항상 배준우에게 진유경을 미래의 아내로 삼으라고 했었고 그때 배준우는 모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굳이 고은영과 결혼했다. 지금 두 사람이 함께 있으면 진성택이 무슨 말을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는 운명의 미묘함을 탄식할 것인가? 아니면 진유경 때문에 속상해할 것인가? 고은영은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한눈에 보였다. 작은 원탁 옆에 앉아 있는 진성택이. 그는 손에 밀크티를 들고 있었다. 고은영이 두 걸음 내딛자마자 진성택도 그녀를 보았다. “왔니?” 그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오랜만에 본 그의 얼굴은 확실히 더 노화되어 보였고 얼굴색도 그다지 좋지 않았다. 특히나 얼굴이 누렇게 변했고 예전만큼 눈빛도 밝지 않았다. 고은영은 이제 막 기운이 다 빠진 사람을 본 적이 있었다. 진성택은 확실히 지금 당장이라도 세상을 떠날 듯한 느낌이었다. 그가 말한 대로 아마 이번이 마지막 만남일 수도 있을 것이다. 고은영은 깊게 숨을 들이쉬며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 자리에 앉자마자 물었다. “이거 마실 수 있어요?” 진성택은 손에 들고 있던 밀크티를 문득 깨닫고 곧바로 그녀에게 건넸다. “너를 위해 샀어. 여자애들은 다 밀크티 좋아하잖아. 너도 좋아하지?” 그녀는 잠시 멈칫했다. 밀크티는 그녀의 가장 좋아하는 음료였다. 그런데 배준우와 결혼한 이후로 배준우는 그녀가 밀크티가 몸에 안 좋다며 못 마시게 했다. 진성택은 그녀가 음료를 마시지 않자 눈시울이 붉어졌다. “생각해 보면 나는 사실 유경이에게 이런 걸 사준 적이 없었어. 진씨 가문의
전화 너머의 진성택은 고은영의 말을 듣고 당황해서 말문이 막힌 듯했다. “정말 미안해. 미안하다. 전에는 네 감정을 고려하지 못했어.” 그 순간, 진성택은 자신이 고은영에게 대했던 태도가 문제였음을 인정했다. 고은영이 말하기도 전에 그는 다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은영아, 내가 너를 사랑하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니야. 큰일이 생기면 사람들은 반응이 무뎌지는 법이잖아. 나는 그동안 계속 너를 찾고 있었어. 그런데 네 소식을 듣고 나서 어떻게 너를 마주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네가 이런 감정을 이해하지 못할 거란 건 알지만 나도 그런 감정이 싫다.” 감정과 이해라. 처음에는 자신의 존재를 알게 되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고 쳐도 그럼 그 후에는?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이런 말을 꺼내는 게 진짜 아이러니했다. 진성택은 고은영의 답을 기다리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오늘 내가 너를 찾은 건 정말 중요한 일이 있어.” “그게 진유경의 일 때문인가요?” 고은영은 본능적으로 날카롭게 반문했다. 무슨 일이든 그가 지금까지의 태도를 어떻게 설명하든 고은영은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 그저 지금 그가 자신을 찾은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 싶었을 뿐이었다. “아니, 네 어머니 때문이야.” 이 말은 그가 어쩔 수 없이 털어놓은 듯한 느낌이었다. 전화상에서도 고은영은 그의 얼굴에서 느껴지는 죄책감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렇게 될수록 그녀는 더 비웃었다. “내가 이 시간 동안 살 수 있는 건 모두 하늘이 준 기회야. 빼앗은 기회라고 해도 될 정도로. 내가 너를 만날 기회도 얼마 안 남았지.” 그는 매우 허약해 보였다. 고은영은 눈썹을 찌푸렸고 이 느낌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녀는 진성택이 마치 도덕적으로 자신을 억지로 끌어들여서 그가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자신이 그를 만나지 않으면 너무 냉정한 사람처럼 보일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디예요?” “병원 맞은편의 밀크티 가게에 있어.” 그는 지금 병원에 입원 중이었고 의사들이
고은영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배준우를 바라보며 물었다. “나태현 씨는 량천옥이 언니의 생모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요?” “당연히 알고 있지.” 이 일은 병원에서도 크게 떠들썩하게 된 사건이라 나태현 쪽에서는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배준우는 고은영을 쳐다보며 이어서 말했다. “네가 말한 대로 나태현과 고은지의 거래가 량천옥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거지?” “맞아요. 언니가 천락 그룹으로 돌아간다고 말할 때 량천옥이 아직도 밖에서 돌아다니고 있는 것에 불만을 토로했었는데 그 말투에 분노가 가득했어요.” 고은영은 고은지의 분노에 대해 말을 꺼내면서 마음속이 더욱더 쥐어짜이는 것 같았다. 나태현이 그 사실을 알고 있다면 지금 상황이 도대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고은영은 머릿속이 완전히 엉켜버렸다. 그녀가 이렇게 혼란스러워하는 것처럼 배준우도 지금은 완전히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준우 씨가 나태현 씨에게 언니와 한 거래가 무엇인지 물어봐 줄 수 있어요? 그리고 희주가 본인 딸인 걸 알고 지신혜 씨와 약혼도 할 건데 왜 언니를 천락 그룹으로 돌아가게 하려고 하는지도 물어봐 줘요.”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고은영은 공포감을 느꼈다. 그녀는 고은지에게 얘기를 해야 할 것 같았다. 적어도 이 시점에서 그녀가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비록 지금은 량천옥에 대해 강한 증오를 느끼고 있더라도 말이다. “내가 나태현 형에게 물어볼게. 너는 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말고 기다려.” “언니에게 말하고 싶어요.” “지금은 안 돼. 내가 먼저 나태현이랑 얘기하고 나서 말해.” 배준우는 잠시 생각한 후 대답했다. 고은영이 말한 대로 지금은 최소한 나태현이 고은지를 천락 그룹으로 돌아가게 만든 계기가 무엇인지 알아야 했다. “그럼 빨리 물어봐요.” “응, 알았어.” 배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은영은 여전히 마음이 불안했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사람으로서 지금 그녀는 거대한 음모가 고은지를 둘러싸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진윤은 밖에서 시간을 확인했고 배준우가 10분 내로 나오지 않으면 떠날 생각이었다. 그런데 담배를 반쯤 피웠을 때 문득 고은영이 대문 쪽에서 들어오는 모습을 봤다. 급하게 뛰어오는 모습에 거리가 꽤 있었음에도 진윤은 그녀의 이마에 맺힌 땀을 보고 그녀가 얼마나 급하게 뛰어왔는지 알 수 있었다. 고은영이 가까워졌고 그녀는 진윤을 발견하고 잠시 멈칫했다. “큰오빠.” ‘큰오빠’라는 단 한 마디에 진윤의 마음은 순식간에 부드러워졌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준우 찾으러 온 거야?” 고은영은 너무 오랫동안 뛰어왔는지 호흡이 가빠졌고 깊은숨을 내쉬며 말했다. “네, 안에 있어요?” “응, 안에 있어. 지금은 들어가지 마.” “왜요?” 고은영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진윤은 조용히 말했다. “지금 나태웅이랑 얘기 중이야.” “네? 나태웅이요?” 그 이름이 나오자 고은영의 말투도 달라졌다. 그녀는 전에 나태웅과의 영상에서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며 그에게 상당히 불만을 품고 있었다. 그가 최근 동안 안지영을 괴롭힌 일이 떠올랐다. 고은영과 안지영의 관계를 고려할 때 당연히 말할 필요도 없이 안지영이 화가 나면 고은영도 같이 화를 내주었다. 진윤은 그녀가 나태웅을 언급할 때의 그 표정을 보고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왜? 나태웅을 싫어해?” “싫어해요!” 고은영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어떻게 좋아할 수 있겠어?’ 전에 그녀가 배준우와의 일에 그렇게 괴로워했던 건 대부분 나태웅 탓이었다. 정말 그땐 너무 힘들었다. 지금 다시 떠올리기만 해도 고은영은 그 당시 어떻게 버텼는지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 두 사람이 이야기하는 사이 배준우는 이미 안에서 나왔다. 고은영을 보고 잠시 멈칫한 뒤 그녀에게 다가가 물었다. “왜 바로 왔어?” “준우 씨 찾으려고요. 급한 일이 있는데 전화도 안 받았잖아요.” 고은영은 불만을 섞어 말했다. 배준우는 그녀의 부드러운 머리를 쓰다듬으며 진윤을 한번 쳐다보았다. 그것을 본
나태웅이 혼자 남았을 때 그의 세계는 조용해졌다. 하지만 지금의 그에게 고요함은 더 큰 괴로움이 되었다. 그는 전화를 꺼내어 안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상대로 전화는 바로 차단되었다. 그는 다시 안열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시각, 사무실에서 안열은 겨우 안지영을 달래놓은 상태였다. 전화의 진동에 안열은 황급히 휴대폰을 꺼내 확인했다. 그리고 안지영도 전화를 확인하고 또다시 통제불능이 되었다. 안열은 안지영이 또 움직일 것 같아 황급히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너무 흥분하지 마요. 바로 차단할게요.” “받아요. 이 미친놈이 뭐라는지 봐야겠어요.” 안지영은 이를 갈며 말했다. 안열은 입꼬리를 떨구며 말했다. “그냥 받지 말죠?” 안지영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받아요!” ‘이 사람은 진짜 자신이 무슨 말을 들을지 걱정하지 않는 건가?’ 하지만 안지영의 말에 그녀는 전화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안열은 안지영을 한 번 쳐다보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안지영 지금 옆에 있나요?” “없어요!” ‘없어요’라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안지영은 나태웅의 차가운 목소리를 듣고 전화를 뺏으려 했다. 그녀는 그를 욕하고 나씨 가문이 망하길 저주했다. 하지만 손을 뻗자마자 안열이 그녀의 손목을 꽉 붙잡았다. “한 마디만 전해줘요.” “말하세요.” “안지영은 두 가지 선택이 있어요. 첫 번째는 오늘 밤 킹덤 타운을 떠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오늘 밤 하주원에게 사과를 하는 겁니다.” “이틀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안열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 “마음을 바뀌었어요.” 안열은 더 이상 말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안지영은 분노에 가득 찼고 자신의 입을 막고 있던 안열의 손을 떼며 전화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나태웅, 너 이 미친놈! 꿈도 꾸지 마!” “그래, 그럼 하늘 그룹이 네 손에서 얼마나 있을지 지켜보자고!” “너 이 자식, 내가 너의 조상을 건드렸나 보다! 그래서 나한테 복수하는 거네!” 안열은 안지영의 욕설을 듣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지? 하주원에게 손을 대지 말았어야 했다고?’ 배준우는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아니, 너 지금 이 상황이 도대체 뭐냐고?” 항상 사고가 명확하던 배준우가 지금은 나태웅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그와 오랫동안 함께한 나태웅인데 지금 그를 보니 마치 처음 보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지금 이 순간, 안지영이 하주원에게 손을 댄 문제를 신경 써야 하는 걸까? 그와 안지영은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여러 가지 일들을 아직 명확히 풀리지 않은 것 같았다. 나태웅은 대답하지 않고 담배를 달라고만 말했다. 배준우는 담배 한 개비를 던져주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나태웅은 자신도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했다. 그는 아직까지 안지영과 어떻게 이렇게까지 사이가 틀어졌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 어리석은 여자...!’ 만약 그때, 그녀가 자신에게 도와달라고 말을 했다면 그는 결코 그녀가 배준우 앞에서 창피를 당하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럴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배준우의 사람들에게 의지하려 했었다. 배준우는 잠시 생각한 뒤 물었다. “너는 안지영과 장선명이 결혼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지만 하주원 문제에서는 하주원을 도와주고 있잖아?” 그가 잠시 고심한 끝에 결국 핵심을 짚어냈다. “그건 전혀 다른 얘기지!”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목소리에는 날카로운 기운이 맴돌았다. 배준우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다르다고?’ 원래는 명확하게 사고하는 배준우였지만 나태웅의 말에 혼란스러워졌다. 나태웅은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우리가 어떤 관계인지는 중요하지 않아. 하주원 문제에서 안지영이 반드시 사과해야 해.” 이 말을 듣고 배준우는 머리가 아팠다. 나태웅은 이 상황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결국, 배준우는 담배를 다 피운 후 천천히 말했다. “너는 이걸 두 가지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여자들 세계에서는 이것은 분명히 한 가지 문제야.” “안지영은 도
방금 안열이 장선명더러 처리하라고 했을 때의 그 걱정은 이제 안지영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더 이상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았다. 문제가 생기든 말든 지금은 나태웅을 찾아서 해결하지 않으면 진짜 미칠 것 같았다. 한편, 캘리포니아 반도의 한 장소에서는 배준우와 나태웅이 함께 있었고 진윤과 육범수도 그 자리에 있었다. 몇 달 만에 다시 모인 이들이 장선명이 아닌 나태웅을 부른 이유는 사실 그들 모두 나태웅이 미친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태웅을 불러내 대화를 나누어 보기로 했다. 육범수가 패를 내자 나태웅은 손에 들고 있던 패를 툭 치며 말했다. “난 끝났어.” 배준우는 그의 얼굴을 보고 찡그리며 물었다. “방금 그 전화, 안지영이었지?” 방금 나태웅은 나가서 전화를 했다. 그리고 들어오자마자 다시 전화가 걸려온 것은 안지영이었다. 배준우는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다. “응.” “너 또 안지영 건드린 거야?” 사실 오늘 배준우가 여기 온 이유는 장선명의 부탁 때문이었다. 생각해 보니 장선명은 나태웅과 장씨 가문과의 관계가 더 나빠지는 걸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태웅이 이렇게 계속 안지영을 괴롭힌다면 일이 커질 것이다. 장선명은 본래 도리를 따지지 않는 사람이다. 그렇지만 나태웅의 이 일에 대해서는 배준우를 생각해서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게 맞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지금 하주원의 문제도 있고 나태웅의 행동이 점점 더 미쳐 가는 상황이라 걱정이 컸다. 나태웅은 아무 대답을 하지 않고 육범수에게 말했다. “너 나한테 만 이천 원 줘야 돼.” 배준우는 말문이 막혔다. 육범수도 나태웅이 안지영에 대해선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는 걸 눈치챘다. 진윤은 본래 남의 일을 지나치게 간섭하지 않는 성격이다. 본인의 가문 일도 충분히 골치 아팠기에 그동안 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둘째 형이 얘기하잖아. 말 좀 해봐. 대체 안지영에 대해 어떻게 할 생각이야?” 하지만 육범수는 달랐다. 그는 직설적인 성격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