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은 마음속 불안한 감정을 억누르며 물었다.“세윤 오빠, 지금 우리 어디 가는 거예요?”“프라이빗 파티. 여자 파트너가 필요하다고 해서 네가 좀 대신해 줘야겠어.”“뭐라고요?”강연은 불만인 듯 입을 삐죽거렸다.“오빠가 알고 지내는 예쁜 여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내가 모를 줄 알고요? 그런 자리에 내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잖아요.”“아니야. 네가 찰떡인 자리야.”세윤이 강연을 달래듯 말했다.“그리고 너랑 전서안의 사업을 위해서라고도 할 수 있지.”“네?”강연은 바로 호기심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그게 무슨 뜻이에요?”“나도 신분을 밝히지 않았으니 사람들은 우리가 강씨 가사람이라는 걸 모를 거야.”세윤이 말을 이었다.“연예계 생활이 꽤 마음에 들어 보여서 내가 너한테 투자를 해볼까 해. 드라마 제작에 투자를 한다면 내가 앞으로 너와 전서안을 더 잘 돌볼 수 있지 않겠어?”전서안이라는 이름을 말할 때 세윤은 조금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세윤의 실험실 연구를 알아냈다는 건 세윤의 가장 큰 비밀을 알아낸 것과 다름이 없었다.하지만 강씨 가문 둘째 도련님인 세윤이 이대로 물러설 사람인가?그래서 세윤은 최근 며칠 동안 연예계 큰 손을 불러 모아 투자를 준비하고 있었다.다른 건 몰라도 강연과 연관이 있는 일이라면 서안이 반드시 개입할 게 뻔했다.그러면 앞으로 서안을 손에 쥐고 흔드는 건 식은 죽 먹기가 될 것이다.세윤은 이런 생각을 하며 자꾸 히죽히죽 웃어댔다.“오빠 그만 좀 웃어요.”강연이 어이없다는 듯 세윤을 바라보며 말했다.“보기 너무 흉해요.”그 말에 세윤이 바로 입꼬리를 내렸다.‘많이 흉한가? 영화에서 악역들이 제 뜻대로 되었을 땐 다 이렇게 웃지 않았던가?’마세라티가 거리를 질주했다. 둘은 드레스숍에 들러 옷을 갈아입은 후 어느 호텔로 향했다.연회장 안은 사람들로 북적였다.고급 샹들리에 아래 화려한 옷차림의 사람들이 오갔다.힐긋 보아도 여러 유명 인사들이 보였으며 일면식이 없는 사람들의 옷차림도 범상
사람들이 경악했던 건 수많은 화려한 옷차림의 사람 중 강연의 옷차림이 가장 수수하고 간단했기 때문이었다.그러나 간단한 옷차림과는 달리 강연의 미모는 숨길 수가 없었다. 강연의 옆에 세윤이 서있는다고 해도 절대 가려지는 미모가 아니었다.연예계 선배들은 강연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정말 하느님이 배우 하라고 만든 얼굴이네. 태어나길 배우 하려고 태어났어.”세윤은 사람들의 반응이 퍽 마음에 들었다.‘내 동생 강연은 등장부터 사람들을 놀라게 할 미모라고.’사실 세윤은 강연을 위해 Queen 브랜드의 최신 한정판을 미리 준비해 뒀었다.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디자인이 퍽 어울릴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강연은 그 옷을 입지 않겠다고 했다. 아주 간단하고 평범해 보이는 원피스를 고르자 세윤은 조금 화가 나기도 했다.하지만 현재, 세윤은 입꼬리를 한껏 올리고 강연과 나란히 사람들 무리로 걸어갔다. 그러자 수많은 사람이 기다렸다는 듯 비즈니스 제안을 해왔다.강연이 이런 자리를 싫어한다고 해서 비즈니스를 어설프게 한다는 뜻은 아니었다.강씨 가문 아이들에게 있어 연회장 비즈니스는 거의 식은 죽 먹기였다.옅은 미소의 강연은 세윤의 뒤로 착 붙어 다녔고, 세윤의 기를 팍팍 살려주었다.“강 대표는 정말 나이가 어리지만 안목이 대단하세요.”투자자가 세윤에게 샴페인을 권하다가 저도 모르게 강연을 바라보며 말했다.“혹시 이번에 키우고 있는 배우인가요? 어떻게 호칭을 하면 좋을까요? 지금 저한테 아주 좋은 배역이 있는데 추천해 줄 수 있어요.”세윤은 샴페잔을 여유롭게 흔들며 그 무리를 향해 말했다.“호칭이라... 우리집 보물인데 어떻게 호칭하는 게 좋을까요?”그 말에 투자자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이 업계 사람들중 눈치가 무딘 사람이 어디 있으며 이게 세윤의 경고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눈치챌 수 있었다.“하하하. 그렇군요! 앞으로 좋은 배역이 있으면 가장 먼저 연락드리겠습니다. 대표님이 직접 선택해 주세요.”투자자는 빠르게 강연에게서 시선을 돌리고 세윤과의
“요즘 인기 검색어 주인공인 그 신인 배우 맞죠?”예쁘장한 얼굴이지만 짙은 메이크업을 한 여배우가 걸어왔다.와인잔을 든 여배우는 주스를 들고 있는 강연을 비웃듯 말했다.“아마 이런 자리는 처음이라 잘 모르나 본데 겨우 주스는 도련님 체면을 깎는다는 걸 모르나요?”“네?”강연이 어리둥절하다는 얼굴로 되물었다.‘왜 오빠가 이미 경고를 해뒀는데도 이렇게 눈치가 없는 사람들이 꼬이는 거야?’강연은 옅은 미소를 지은 채로 주스를 한 모금 마셨고 덤덤하게 여배우를 무시했다.강연이 저를 무시하자 체면이 구겨졌다고 생각한 여배우가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벙어리야 뭐야? 연예계 군기 몰라? 선배를 존중하는 건 기본인거 모르냐고?”강연이 편안하게 소파에 등을 기대며 말했다.“선배요? 선배님이 저한테 무슨 볼일이 있으신 건지?”그 말에 조금 마음이 풀린 여배우는 목을 가다듬으며 말했다.“너랑 전서안 씨 사이가 꽤 가깝다며? 심지어 촬영장에서 질투도 하고 그랬다던데. 넌 그냥 전서안 씨를 물주로 보는 거 아니야?”“물주요?”강연은 웃음이 터졌다.“그래서요?”“강세윤 씨 연락처 좀 줘. 아니면 강세윤 씨 소개해 줘.”여배우는 아주 당당하게 말했다.“아니면 너랑 전서안 씨 일 다 떠벌리고 다닐 거야. 네가 강세윤 씨 몰래 무슨 일을 하고 다니는지 다 까발릴 거라고!”연예계는 스폰서 관계가 있었고, 일반적으로 연예인은 스폰서를 한 명만 받을 수 있었다.그러나 오늘 이 자리는 강씨 가문 도련님인 세윤과 함께했고, 세윤은 전서안과의 일을 모르고 있을 것이라 짐작했다.강연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고민하다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그래요.”눈꼬리를 예쁘게 접은 강연이 말을 이었다.“제가 소개해 드리긴 어렵고요, 연락처를 드릴 테니 직접 연락해 보시는 게 어때요?”그 말에 여배우의 얼굴이 환해지더니 기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핸드폰을 척 내민 여배우는 강연이 세윤의 연락처를 입력하기를 기다렸다.강연은 자연스레 핸드폰을 뒤적거리다가 갑자기 머리를 감싸
‘저건... 도하경이랑 원정희?’‘드라마 “그 시절, 우리는”의 배우였던 두 사람이 나란히 연회장에 나타났다.두 사람이 연회장에 있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었으나, 다정하게 무언가 상의하고 있는 모습이 퍽 수상쩍었다.강연은 다른 사람의 기분을 잘 읽는 편이었고 두 사람의 주변으로 원한과 불만이 가득한게 느껴졌다.두 사람의 어두운 표정과 언뜻 보이는 매서운 모습에 강연은 과거의 기억이 떠오르고 점점 불안해졌다.그래서 핸드폰을 꺼내 들고 전서안에게 전화를 걸었다.저 두 사람과 서안도 웬만한 악연이 아니었다.세윤이 옆에 있으니 강연 본인은 걱정할 필요가 없었으나 서안에게 문제가 생길까 걱정이 되었다.핸드폰은 한참이나 울렸으나 받는 사람이 없었다.강연은 더 초조해진 마음으로 김성재에게 전화를 걸었고 다행히 전화가 통했다.“강연 씨, 저희는 지금 호텔 연회장으로 가고 있어요. 아마 20분 정도 걸릴 것 같아요. 도련님은 지금 다른 업무를 보고 계셔서 통화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20분 뒤에 이곳으로 온다고요?”강연은 조금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왜 갑자기 이곳으로 온다는 거예요?”강연이 세윤과 파티에 참석하게 되자 서안에게 미리 메시지를 보냈었다. 그때의 서안은 즐거운 시간을 보내라며 자신은 다른 볼일이 있어 참석은 힘들 것 같다고 했었다.‘그런데 왜 갑자기 마음이 바뀐 거지?’김성재는 별다른 해석 대신 간단하게 말했다.“별일 아니에요. 도련님이 강연 씨와 함께 있고 싶다고 하셔서요. 안전에 조심하시고 세윤 도련님 옆에 꼭 붙어계세요.”“네, 그럼 기다릴게요.”강연은 통화를 종료하고 왠지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다른 한편, 김성재는 핸드폰을 내려놓으며 뒷좌석의 서안을 향해 말했다.“도련님, 강연 씨에게 말을 전했고 저희가 보낸 사람들도 이미 호텔에 도착해 있을 겁니다. 그러니 안전을 보장할 수 있을 거예요.”“보장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게 아니라 보장해야죠.”서안은 차갑게 한마디를 했다.서안의 시선은 노트북을 한시도 떠나지 않았
“그 사람”은 전서안과 전서훈의 부모를 죽였을 뿐만 아니라 서안을 지금까지 지옥에서 지내게 했다.서안의 병은 그 사건에서 받은 충격과 큰 영향이 있었다.그래서 전서훈은 빠르게 서안을 되돌려보내라고 명령했다.그러나 서안이 이런 명령에 따를 위인인가?김성재가 대답하기도 전에 전서훈이 먼저 입을 열었다.“전화 넘기세요. 제가 직접 말할게요.”그러자 김성재와 운전기사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이는 둘이 할 수 있는 일의 범주를 벗어난 것이었고 다행히 전 대표가 직접 말을 꺼내겠다고 했다.“도련님, 전 대표님이 하실 말씀이 있다고 하십니다.”김성재가 공손히 핸드폰을 건네며 말했다.“내 몸은 내가 알아서 지켜요. 이 일은 상관하지 말라고 전하세요.”서안은 고개도 들지 않고 차갑게 말했다.차 안의 어두운 조명이 서안의 얼굴을 비추고 눈가는 불빛에 불그스레해졌다.“전서안!”전서훈은 그 말을 듣고 화를 내며 말했다.“당장 돌아가! 내 말 들어!”서안은 인상을 찌푸리며 드디어 고개를 들었다.그러나 입을 열기도 전에 차량이 크게 휘청였다.김성재 손에 쥐어있던 핸드폰은 뒷좌석으로 날아가 통화가 그만 종료되었다.서안 무릎 위의 노트북도 하마터면 날아갈 뻔했다.“도련님, 저희 포위된 것 같습니다.”기사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총 다섯 대의 차량입니다.”“속도를 높여서 따돌리세요.”서안이 차갑게 명령하자 기사는 빠르게 속도를 높였고 검은색 메르세데스가 거리를 질주하기 시작했다.뒤를 바짝 쫓는 차 한 대, 좌우 양켠으로 두 대, 그리고 앞길을 막아서는 차량 두 대가 있었다.메르세데스는 앞뒤 재지 않고 앞쪽 두 대의 차량을 들이박았다.그와 동시에 서안과 김성재는 좌석 아래에서 총을 꺼내 들었다.왼쪽 차량에도 총을 소지한 사람이 공격하고 있었는데 서안은 빠르게 몸을 숨기고 창문을 내려 총알을 발사했다.그러자 창밖으로 공격하던 사람이 바로 차 안으로 몸을 숨겼다.김성재는 오른쪽 차량의 기사를 공격했는데 기사가 몸을 숨기자, 차량은 빠르
“너...”전서훈이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전서안이 말을 잘랐다.“내가 직접 그 사람을 잡을 거예요. 그리고...”“피와 살을 분리할 겁니다.”아주 평온한 표정으로 가장 섬뜩한 말을 하는 서안이었다.서훈은 잠시 침묵하더니 마침내 서안을 설득하는 것을 포기했다.“네가 그렇게 하고 싶다면 마음 놓고 실컷 해봐. 하늘이 무너져도 내가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네.”서안은 밖으로 시선을 돌리며 짤막하게 대답했다.통화가 종료되고, 차량은 빠르게 호텔로 향했다.다른 한편, 호텔 연회장에서.서안과의 통화를 마친 강연이 고개를 들자, 방금까지 서있던 원정희와 도하경이 눈에 보이지 않았다.강연은 어두워진 표정으로 손에 쥔 주스를 내려두고 둘을 찾으러 그곳으로 향했다.그곳에는 작은 문이 있었다. 만약 두 사람이 정문으로 나갔다면 방금 강연이 있었던 곳을 지나쳐야 했는데 그곳에 종적이 없다는 건 이 작은 문으로 나갔다는 것을 의미했다.‘각자 이익을 위해 만나는 장소인 이곳에서 두 사람은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왜 작은 문으로 향했을까?’강연은 입술을 깨물며 고민했다. 이어 작은 문으로 들어가려는데 누군가 강연을 막아섰다.“예쁜이, 어디 가요?”잘생긴 외모는 아니었으나 날티가 나는 행색을 보아하니 배우보다는 투자자거나 촬영팀 사람 같아 보였다.어딘가 정신이 흐리멍덩해 보였는데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함부로 말을 붙이지 못하는 강연에게 대시를 하는 것 같았다.강연은 인상을 찌푸리다가 갑자기 좋은 생각이라도 난 듯 미소를 지었다.“저기 제 두 친구가 술에 취해서 여기로 들어간 것 같은데 혹시 저 대신 들어가서 확인해 주실 수 있을까요?”아주 가볍고 부드러운 강연의 말투는 애교 같기도 했다.그 남자는 바로 어깨가 으쓱해졌고 간이고 쓸개고 모두 떼어줄 표정을 지었다.“당연하죠! 제가 바로 확인해 드릴게요!”술잔을 들고 몸을 휘청이는 모습에 강연은 행여나 넘어지진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저를 부축하실 필요 없어요. 이 정도 일은 쉽게 할 수 있다고
강연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의 안위를 모른척하는 사람이 아니었다.세윤에게 긴급 메시지를 보낸 강연은 계속해서 그곳의 상황을 지켜보았다.행여나 그 어떤 일이 벌어진다면 바로 큰소리로 도움을 요청할 생각이었다. 정원과의 거리가 꽤 있었으므로 강연은 자신 역시 충분히 도망쳐 나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연예계 큰손들이 모인 이곳에서 누가 감히 만천하에 드러날 나쁜 짓을 하지 못할 거야.’강연의 예상대로 술에 취한 남자는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돌아왔다.경호원 한 사람이 남자를 부축해 연회장으로 되돌려 보내고 있었다.강연은 잠시 고민하다가 치맛자락을 들고 난간을 손쉽게 뛰어넘었다.그리고 큼지막한 나무 뒤로 몸을 숨겼다.경호원은 술취한 남자를 부축해 점점 강연이 몸을 숨긴 곳으로 걸어왔다.“그 여자가... 나더러 친구를 찾아달라고...”“엄청 예쁘던데... 천사 같았어.”경호원의 낮은 중저음 목소리가 흐릿하게 들려왔다.“그 여자를 데리고 오세요. 그러면 저희 대표님이 선물로 그 여자애를 드릴게요.”“헤헤헤, 좋아.”술취한 남자는 헤벌쭉 웃으며 말했다.“데리고 와서 자는 거야.”몸을 숨기고 있던 강연은 다급하게 입을 틀어막았다.남자를 돌려보낸 이유는 자신을 찾아내기 위해서였다.그렇다면 강연은 되돌아가는 것도, 이곳에 계속 머무는 것도 모두 너무 위험해졌다. 세윤이 빨리 자신을 찾아내기만을 기도할 뿐이었다.강연은 자신의 충동적인 행동에 후회가 되었다. 고작 옅은 수로 이곳까지 들어왔는데 심지어 저기 있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 수도 없었다.강연이 어두운 곳에 몸을 숨긴 채로 정자를 훔쳐보는데 원정희와 도하경 외에 또 한 사람이 있는 게 보였다.실루엣을 보아하니 남자인 것 같았다.강연은 입술을 깨물며 고민하다가 결국 큰마음을 먹었다.‘여기까지 온 이상 대체 누가 우리를 왜 노리는지 알아야겠어.’강연은 핸드폰 카메라를 켜고 화면을 계속 확대했다.흐릿하던 실루엣이 점점 선명해졌다.정자 안에는 확실히 세 사람이 서있었다.
바보가 아닌 이상 이름을 부른다고 바로 나올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혹시 떠보는 것일 수도 있으니 강연은 잠자코 그 자리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강연이 있는 정확한 위치를 알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어둠 속에 몸을 숨길 공간은 넉넉했다.그리고 그 사이 구조 시간을 벌 수도 있었다.전서안은 거의 와가고 있고 세윤은 무슨 상황인지 알 수는 없었으나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되었다.강연은 옅은 한숨을 내쉬며 마음을 굳게 먹었다.설사 두 사람이 제때 자신을 구하러 오지 못한다고 해도, 자신의 신분과 두뇌로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저 사람은 내가 강씨 가문 막내 아가씨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함부로 손을 대지 못할 거야. 아무리 대단한 혈통의 사람이라고 해도 그럴 수는 없어.’그리고 방금 얼굴을 확인하고 나서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저 사람은 내가 아닌 전서안을 노리고 온 거야.’며칠 전 세윤과 수아를 통해 전씨 가문에 큰 사고가 일어나 둘째 아들이 가문에서 쫓겨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리고 눈앞의 사람이 그 둘째 아들이 아니라더라도 전씨 가문과 필시 연관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옆선이 서안과 거의 80% 일치했다.“아가씨의 위치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직접 나오지 않으신다면 저희가 내려갈 수밖에 없어요.”경호원이 말했다.강연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세를 유지해 거의 나무와 혼연일체를 했다.이런 말로 강연을 떠볼 수 없다는 걸 알아차린 경호원은 정자 근처의 경호원을 향해 신호를 보냈다.그러자 경호원들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난간을 넘어선 경호원들은 구역을 나누어 수색했다.강연은 너무 긴장한 나머지 호흡이 가빠지고 땀으로 드레스를 적셨다.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도 강연은 침착하고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자신을 진정시켰다.정원은 큰 편이 아니었고 강연이 몸을 숨긴 곳은 정자와 멀리 떨어진 곳이 아니었으며, 전문 교육을 받은 경호원들이 강연의 은신처를 찾아내는 건 시간문제였다.분노에 차
온라인 댓글 창에도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네티즌들이 댓글을 쏟아냈다.빠르게 정신을 차린 진행자가 술렁이는 사람들의 반응에 말을 보탰다.“다들 잊으셨나요? 강연 님께서 또 좋은 소식도 전하겠다고 하셨습니다.”그 말에 사람들이 다시 집중했다.이어 사람들은 숨소리를 가다듬었고 강연의 목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저와 전서안 씨는 멀지 않아 곧 결혼할 예정입니다!”“!!!”[와아아아! 이날만을 기다렸다고!][엉엉 우리 강전 커플이 드디어 결혼하는구나! 정말 눈물이 앞을 가려. 두 사람이 걸어온 길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고.][행복하세요! 두 사람 꼭 평생 행복해야 해요!]무대 아래 환호 소리가 이어지고 어느새 시상식 전체가 떠들썩하게 들려왔다.강연은 이 광경에 고개를 돌려 무대 뒤의 서안과 시선을 마주했다.드디어 결혼....9월 8일, 결혼에 적합한 어느 날.사회부, 경제부 기자는 물론 연예 기자까지 총출동했다.각종 포털에서 수아와 안택, 그리고 강연과 서안의 성대한 결혼식에 대한 기사를 앞다투어 보도했다.최고 재벌가인 강씨 가문의 두 공주님이 결혼하는 날, 더구나 결혼 상대 역시 만만치 않은 대단한 청년. 한국에 있어 수백 년 가도 한번 볼까 말까 한 성대한 구경거리였다.커다란 식장에 손님들로 붐비고 컬러 풍선이 이곳저곳에 날아다녔다. 꽃으로 뒤덮인 예식장과 레드카펫은 식장 처음부터 끝까지 펼쳐졌다.강씨 가문, 전씨 가문, 그리고 안택의 가족 모두 유명한 가문이었으므로 상업게, 정치계의 유명 인사들이 대거 출동했다.그렇다 보니 경찰 인력도 많이 투입되어 치안을 유지했다.이번 결혼식에는 그 어떤 매체도 초대하지 않았고, 다만 직접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했다. 그리고 주요 매체들과 협력해 다들 생중계를 퍼 나를 수 있도록 했다.그렇게 만인의 주목 아래 결혼식은 성대하게 치러졌다.수아와 강연의 드레스는 F 국왕실 전용 재단사가 시간과 심혈을 기울여 한땀 한땀 수놓은 것이었다.두 사람이 개인 헬기에서 내리고 결혼식장에 모습을
강씨 가문은 또 한 번 침묵에 빠졌다.세 언니 중 나이란은 이미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청아와 예은은 애써 눈물을 참고 있었다.그러자 감동에 젖어있던 강씨 세 형제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지금 다른 남자 때문에 우는 거야? 날 앞에 두고?’그러나 세 형제가 화를 낼 차례는 주어지지 않았다. 강현석이 몸을 일으켰기 때문이었다.강현석은 앞으로 다가가 훌륭한 두 청년의 어깨를 두드렸다. 몇 년 사이 조금 늙어버린 강현석은 어느새 상권을 주름잡던 그 모습이 사라졌다.“앞으로, 내 보배 딸을 잘 부탁하네.”안택과 서안의 얼굴에 기쁨이 번졌다.두 사람이 반응하기도 전에 강현석은 이미 자리를 벗어났고, 어느새 도예나가 강현석의 옆자리를 지켰다.도예나는 고개를 돌려 어느새 다 큰 자식들과, 대단한 두 사위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축하하네.”그리고 도예나는 강현석의 손을 잡고 거실을 벗어나 자리를 비켜줬다.거실은 잠시 침묵하다가 격동의 비명이 들려왔다.“아아아 드디어 성공했어!”“축하해! 드디어 결혼하네.”“두 공주님이 왕자님을 찾아가는 것 같아 너무 보기 좋아.”강씨 가문에는 웃음소리가 이어졌다.2층 베란다에서.강현석은 집 밖의 풍경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도예나와 시선을 마주했다. 서로를 바라보는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우리 아이들이 이제 다 컸네요.”...그리고 시상식은 예정대로 거행되었다.강연의 “아기” 사건으로 대부분의 매체가 시상식 앞을 채웠다. 게다가 인원을 계속 보충해 이 파격 소식을 맞을 준비를 했다.무대 위 강연이 트로피를 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그리고, 아주 중요한 좋은 소식을 전해드리려고 합니다.”그 말이 들리고 인터넷은 아예 서버가 막혀버렸다.무대 아래 모든 배우와 매체, 그리고 팬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 소식을 들으려고 했다.“강연 님! 드디어 전서안 씨와의 결혼 사식을 밝히려는 겁니까?”무대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의 기자가 앞으로 달려가지 못해 안달인 듯 외쳤다.“다들 급해
“아버님, 안녕하세요!”안택과 전서안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나이가 많은 안택이 먼저 한 발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아버님, 이건 제가 3년 전부터 준비해 온 겁니다. 제 명하의 모든 재산, 가족 기업 주식, 부동산, 땅, 주식 등 모든 걸 수아의 이름으로 전환했습니다. 과거, 현재, 미래에서 제가 가진 모든 것, 제 목숨을 포함한 모든 것은 수아의 소유입니다.”그 말을 들은 수아가 깜짝 놀라 입을 딱 벌렸다.모든 재산을 본인의 이름으로 돌리다니. 안택은 수아에게 단 한 번도 이 사실을 밝힌 적이 없었다. 다만 묵묵히 행동으로 움직였다.“아버지...”수아가 강현석을 바라보는 눈빛은 어느새 촉촉해졌고 어쩔 줄 몰라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가족을 제외하고 수아를 위해 이렇게 모든 걸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오직 안택일 것이다.묵묵히, 그리고 뜨겁게. 겉이 아닌 깊숙이까지 수아를 사랑했다.세훈은 안택이 건넨 문서를 읽더니 다시 강현석에게 넘겼다.강현석은 몇 장 넘기다가 깊은 고민에 잠겼다.그리고 아무 말없이 수아를 다독이다가 안택을 향해 말했다.“물어보고 싶은 게 세 가지가 있다네.”안택이 바로 대답했다.“편하게 말씀하세요.”“선택의 갈림길에 섰을 때, 자네의 사업과 내 딸을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질문을 들은 안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고민하지도 않고 답했다.“제 사업이 아니라, 제 목숨으로 수아의 목숨을 구한다고 해도 수아를 선택할 겁니다.”“그렇다면 자네 가문과 내 딸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강현석이 계속해서 물었다.“그래도 수아를 선택하겠습니다. 제 가문은 이미 수백 년의 역사가 있습니다. 충분히 많은 우수한 자녀가 가문을 이어받을 수 있고 제가 굳이 나설 일은 없습니다.”안택이 대답했다.“그렇다면, 자네 부모님과 가족은?”강현석이 안택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천천히 물었다.“자네 부모, 가족들과 수아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그 물음에 안택이 잠시 침묵했다.진
동시에 제훈도 수아에게 문자를 보냈다.[아버지와 어머니가 계신 건 바로 옆 동네야. 2시간도 안 되는 거리에 계셨던거야.]...‘역시!’차가운 인상의 수아가 살기를 드러냈다.‘그래요, 아버지. 이번에는 어디로 숨을 수 있을지 두고 보자고요!’스타일링을 마친 강연이 시간을 확인하자 시상식과 2 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다.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30분 정도 남겼다.그리고 수아는 몰래 서안과 안택을 불러 아버지 강현석이 들어오기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그 옆에는 흥미진진해 보이는 얼굴을 하는 세훈 부부, 세윤 부부, 그리고 제훈 부부가 있었다.강씨 두 자매의 노력 아래 세 언니는 이미 제 편으로 만들었고 두 사람의 결혼을 응원했다.이어 세 언니를 편에 끌어들이고 나니 세 오빠도 한 편으로 되었다.강씨 자매는 정말 아버지가 돌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그러자 강현석과 도예나가 대문을 넘어서는 즉시 “포위” 당해버렸다.세 언니는 도예나를 이끌고 거실로 들어갔고, 강현석은 두 딸에 의해 양팔이 포위당한 채로 소파에 앉았다.세 아들은 각각 다른 퇴로를 맡고 강현석이 도망갈 수 없게 했다.이어지는 건 두 자매의 맹공격!“아버지! 우리 이제 다 컸으니 제발 각자의 행복을 찾을 수 있게 해주세요!”“그래요. 아버지! 우리가 보아 같은 귀여운 아이를 낳아 아이들이 외할아버지라고 부르는 걸 듣고 싶지 않으세요?”“아버지, 계속 미루다가는 보배 딸들 다 늙어요!”두 딸의 이어지는 애교 세례에 강현석은 정신이 혼미해졌다.“잠, 잠깐만!”아직 상황 파악이 되지 않은 강현석이 물었다.“송이가 임신해 아기가 있다는 말은 대체 뭐냐?”수아와 강연이 눈을 마주했고 강연이 머리를 쳐들며 말했다.“지금은 없지만, 원하면 언제든지 생길 거예요!”강현석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말을 꺼낸 강현석이 기침을 연신 해댔다.“아버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수아는 미소를 지으며 위로했다.“이건 시작일뿐이에요. 동생에게 생길 거면 나도
직원의 목소리는 생방송을 타고 큰 파동을 일으켰다.[강연 여신님에게 아기가?][전서안이 아버지가 되는 거야?][거봐, 내 말이 맞잖아. 두 사람이 몰래 결혼했다니까?][두 사람의 결혼을 왜 생방송으로 틀지 않은 거야!!!]생방송 댓글이 뒤집어지고 있는 걸 강연은 전혀 알지 못했다.“우리 집 보배 아기니까 잘 부탁드려요.”댓글은 더 난리가 벌어졌다.[????][!!!!]각종 의문 기호가 화면을 가득 채우고 강연과의 통화가 끝난 뒤에도 댓글은 끝나지 않았다.네티즌들은 감동에 북받쳐했다.시상식 관계자가 이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늦어버렸다. 이미 실시간 검색어가 초고속도로 상승 중이었다.클릭하면 팬들이 꺅 꺅-하며 환호하는 댓글이 넘쳤다.두 사람이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좋은 감정을 이어가자, 처음에는 받아들이지 못했던 팬들도 서서히 인정했다.그사이 강연의 성장은 아주 놀라웠다. “그 시절, 우리는” 드라마를 통해 여자 신인상을 받더니 “스파이”를 통해 여우주연상까지 차지했다.그 이후로 찍었던 영화도 모두 훌륭한 성적을 받아냈다.오늘 밤 시상식에서도 그중 한 영화로 상을 받기로 되어있었다.서안과 강연은 이제 신분이면 신분, 외모면 외모, 인품이면 인품, 경력이면 경력, 모든 게 어울리는 한 쌍이 되었다.두 사람의 성장을 지켜보고 과거 이야기까지 전해 들은 후로는 두 커플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과반수를 이뤘다.그러니 오늘 이 깜짝 뉴스에 다들 격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것이었다.유독 전서안 본인과 강씨 가문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심정이었다.수아 때문에 도피 중이었던 강현석이 가장 먼저 가족 톡방에 모습을 드러내며 질문을 쏟아냈다. 강현석도 적지 않게 놀란 모습이었다.[그 자식이 내 보배 딸을 임신시켜?][정말 하늘이 두 쪽 나도 불가능한 일이지!]스타일링을 받던 강연은 미처 소식을 전해 받지 못했고 수아가 답장했다.[아빠, 휴가 중 아니었어요? 신호가 나빠서 연락
강현석은 여자는 안정된 직장이 있거나, 든든한 가족이 있다면 한평생 행복할 것이다, 라는 말을 자주 했다.더구나 강현석은 절대 자신의 아이디가 아닌 아내 도예나의 핸드폰으로 그러한 글을 남겼다.그래서 초반에는 강씨 형제들이 어머니마저 결혼을 반대하는 게 아닐까 싶어 두려움에 떨었었다.하지만 제훈이 아버지의 계정을 해킹해 글을 어머니의 아이디에 옮겨 전송한 것임을 알아냈다. 그제야 강씨 형제는 안심했다.장인어른이 사위를 어려워하는 건 당연했다. 그건 시어머니와 며느리와 같은 이치였다.하지만, 이 집안에서는 아버지와 딸들의 투쟁으로 조금 바뀌었다.두 사람의 투쟁은 어느새 3년 가까이 이어졌다.눈 깜짝할 사이에 18살 소녀 강연은 21살 아리따운 여인이 되었다.아버지와의 오랜 투쟁 끝에 강연과 서안은 약혼식을 마쳤고 연예계 공식 커플이 되었다.그리고 세훈, 세윤, 제훈은 모두 결혼을 마쳤고 단란한 가정을 차렸다.세훈에게는 두 살배기 귀여운 아기도 생겼다.나이란도 임신했다. 어느새 막달에 진입한 나이란은 동그랗게 나온 배를 안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좋아했고 세윤이 깜짝 놀라며 옆에 바짝 붙어 곁을 지켰다.제훈과 예은은 신혼여행을 떠났다. 예은은 아이보다는 사업에 더 비중을 둘 생각이었다. 제훈도 아기 욕심이 급하지 않았으므로 두 사람은 다행히 의견 차이 없이 합의를 보았다.이제 수아만 남겨졌는데, 매일 오빠들과 동생을 보는 눈빛에 큰 원망이 담겨있었다.세 오빠는 결혼하고 동생도 약혼식을 올렸는데, 안택과 저만 덩그러니 남겨져 버렸다. 가장 빨리 청혼하고 모든 사람들이 두 사람의 관계를 알았으나 결혼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수아도 강연처럼 투쟁을 거쳐 약혼하려고 했으나 한번 당한 강현석이 또 당할 리가 없었다. 어머니와 함께 다시 세계 여행을 떠난 뒤로 종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그래서 매번 오늘 같은 순간이 찾아오면 연주회 준비 때문에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 자신을 원망했다.“괜찮아요. 전 늘 여기 있을 거예요.”안택이 수아를 다독였다. 수
이연수의 미소는 진심을 담았다.강연을 돕기로 마음먹었던 건, 강연이 실제로 좋은 사람이었던 이유가 있었고, 오디션 현장에서 자신의 실력으로 배역을 따내겠다는 그 모습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었다.자신이 건넨 도움이 기회가 되어 돌아와 이연수는 기쁘기도 놀랍기도 했다.이연수의 말을 들은 강연도 마음이 따뜻해졌다.다들 연예계는 신경전이라 모두 힘들게 살아간다고 생각할 것이다.하지만 이곳에는 꿈을 좇는 이를 응원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결국 모든 건 사람이 하기 나름이며 사람이 있는 곳에는 따뜻함과 진심이 있기 마련이었다.강연은 차근차근 촬영을 해나갔다.강씨 형제들의 연애도 순항 중이었다.세훈은 입이 귀에 걸린 채로 결혼을 준비하고 있었고 송청아 역시 적극적으로 자기 뜻을 보이며 함께 상의하며 결정했다.둘의 공통된 의견은 결혼식은 성대할 필요가 없으며 따뜻하고 오래 기억에 남아야 한다는 것이었다.둘째 세윤은 아직 결혼할 “자격”이 없었으므로 조급해할 필요가 없었다.그래서 요즘 새로운 취미인 맛집 탐방을 시작했다.나이란 역시 먹짱이었는데 세윤이 앞서 맛집을 개발하면 나이란과 함께 찾아 음식을 먹었다. 그러다 보니 짧은 보름 안에 살이 3킬로나 쪄버리고 말았다.그러자 강연과 통화를 하거나 만날 때면 나이란은 항상 30분 동안 찡찡거렸다.“강연아!! 나 3킬로가 쪘다고! 다이어트 할 거야. 다시 안 먹어! 엉엉!”강연은 나이란의 다부진 몸매를 보며 웃음을 참았다.“아니야 어디 뺄 데가 있다고 그래? 우리 세윤 오빠는 딱 너 같은 여자를 좋아한다고.”“정말?”나이란이 의심 가득한 눈초리를 드러냈고 잠시 고민에 잠겼다.그렇게 강연은 드디어 조용한 대기실을 되찾을 수 있었고 대본을 읽으며 다음 촬영을 준비할 수 있었다.셋째 제훈은 열애 중이었다. 하루가 멀다고 송예은을 찾아 데이트했다.송예은이 촬영이 있는 날이면 촬영 장소를 찾아갔고, 선남선녀가 나란히 있는 모습은 시선을 끌었다.그러자 평소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한 제
안티 팬들의 예상과는 달리 신인 배우 강연의 연기는 정말 그 캐릭터 본연의 매력을 연출했다. 자본을 쏟아부어 배역을 따내는 연기가 아닌 캐릭터 스스로가 된 듯한 연기였다.초반에는 학생들과 두루 어울리는 부드럽지만 강인한 소녀였지만, 적군에게 잡혀 처형장으로 나갈 때의 강렬한 정신과 격앙된 태도는 반전을 자아냈다. 백연주의 경험과 강연의 연기는 수많은 애국열사를 대표했다.강연은 선인들의 정신을 캐릭터에 쏟아부어 어리지만 용감하게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 연기를 녹여냈다.처형장으로 가는 길에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옅게 지어내는 미소... 그리고 총소리가 들리고 누군가 쓰러져도 여전히 높은 위치에서 자리를 지키는 태양.그 장면 속 강연의 미소는 많은 사람들의 감동을 자아냈다.예고편을 모두 보고 나서야 사람들은 이 대단한 “백연주” 역을 강씨 가문 “공주님”인 강연이 맡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처음에는 경악하다가 이어 찬사가 이어졌다.강연은 정말 실력이 있는 배우였다. 이연수를 비롯한 배우들의 글도 모두 사실이었다.그들은 그제야 안티팬들의 선동에 넘어갔던 걸 깨달았다.진실이 드러나고 사람들은 강연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고 호감도 생겼다.[언니 연기는 정말 대단해요. 영원히 함께할게요!][언니 힘내세요! 차세대 연기 대상은 언니꺼에요!]...강연을 향한 찬사 목소리가 높아지고 송 감독은 때를 놓치지 않고 마지막 한 발을 발사했다.“스파이” 공식 홈페이지에 오디션에서 “이가을” 연기한 강연의 촬영분이 공개되었다.이 오디션 영상의 공개는 온라인을 또 한 번 들끓게 했다.“백연주”를 통해 강연의 연기 재능을 미리 맛볼 수 있었는데 “이가을”처럼 복잡한 캐릭터에 대한 연기도 완벽하게 소화를 하자 네티즌들은 두손 두발을 모두 들게 되었다.[정말 무서운 연기 괴물이야!][역시 연기의 신 전서안이 마음에 둔 여자는 달라도 달라.]그렇게 온라인 소동은 막을 내렸다. 강연은 사람들의 호감도 사고 차세대 연기의 신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강연은 빠르게 “스파
“뭔데? 무슨 반전?”송 감독이 재빠르게 물었다.“우리에게 편이 생겼어요!”“무슨 편? 지금이 언젠데 아직도 네 편 내 편을 나눌 여유가 있는 거야?”송 감독이 눈을 부라리며 물었다.“아니요! 이걸 좀 보세요! 사람들이 직접 나서서 강연 씨를 위해 해명하고 있어요! 우리가 섭외한 것도 아닌데 먼저 나선 거라고요!”“뭐라고?”송 감독이 바로 몸을 일으켰다.“줘 봐.”그러자 스태프가 빠르게 핸드폰을 건넸고 홈페이지의 댓글이 순식간에 늘어나고 있었다.[배우 이연수: 저는 강연 씨와 함께 촬영했었습니다. 강연 씨는 정말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에요. 절대 갑질한 적도 없으며 연기를 묵묵히 소화해 내는 천생 배우였어요. 이런 재능을 저희는 아주 부러워했는걸요.]그리고 이연수는 짧은 동영상을 함께 게재했는데 “그 시절, 우리는” 작품에서 강연의 촬영분이었다.“감독님, 이 여배우는 ‘그 시절, 우리는’ 작품의 배우인데요, 강연 씨와 사이가 좋은가 봐요. 이분이 직접 나서자 적지 않은 배우들이 함께 참여했어요. 조연 배우들이라 주연 배우들만큼 임팩트가 큰 건 아니지만 오히려 더 진실성 있게 다가간 것 같아요.”그건 사실이었다.요즘 사람들은 여론에 빨라 어느 유명한 배우가 이런 글을 남겼다면, 오히려 소속사에서 지시한 것이겠니 하고 생각했다.하지만 조연 배우, 스태프, 그리고 촬영 알바생들과 같은 사람들이 남긴 글은 진정성이 넘쳤다.더 중요한 건 그들이 던진 작은 돌멩이는 잔잔한 파도에 티 나지 않는 파울을 남겼고, 이는 사람들의 반감을 사지 않았다.배우가 네티즌들의 호감을 어느 정도 산 다음, 이제 주연 배우와 촬영팀이 나서야 할 때가 되었다.모든 건 걸쳐야 할 과정이 있는 법이었다.빠르게 읽어 내려간 송 감독의 표정이 밝아졌다.“휴, 드디어 목숨은 유지할 수 있게 되었어. 전서안 그 자식이 두려워서 어디 살 수 있겠나, 참.”“송 감독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이해가 되지 않은 스태프가 되물었으나 송 감독은 수염을 내리쓰며 덤덤하게 말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