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나 무시하면 다리 위로 올라가 앉을 거예요.”강연이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자기야.”키보드 소리가 뚝 멈춰 섰고, 전서안의 손도 허공에 멈춰 섰다.애써 침착한 모습을 하는 서안을 보며 강연은 눈꼬리를 예쁘게 접었다. 그리고 아랑곳하지 않고 서안의 품 안을 파고들었다.이에 서안의 몸에 힘이 빠짝 들어갔다.강연은 손을 뻗어 서안의 목에 팔을 걸었고 지그시 쳐다보며 물었다.“정말 계속 나 무시할 거예요? 말 안 하면 이번에는 뽀뽀할 거예요.”서안은 입술을 앙다물었고 침을 꿀꺽 넘겼다.눈치 빠른 강연은 이를 발견하고 눈을 반짝였다.“하!”그리고 대단한 비밀이라도 알아차린 듯 눈을 가늘게 떴다.“지금 일부러 나 무시하는 거죠? 내가 품에 안겨 뽀뽀해 주길 기다리는 거 아니에요? 그렇다면 소원대로 해줄 수는 없는데!”강연이 말하며 몸을 일으켜 세우려는 시늉을 했다.그러자 서안은 참지 못하고 강연의 허리를 잡고 도망가지 못하게 했다.떠보듯 해본 말에 걸려든 서안을 보며 강연은 함박웃음을 지었다.“그러면 그렇지. 일부러 그런 게 맞았네요!”서안은 드디어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밤하늘의 별을 닮은 강연의 눈을 바라보았다. 서안의 얼굴에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이 드러났다.화가 났었던 건 사실이었다.하지만 어떻게 감히 강연 앞에서 화를 낼 수 있겠는가? 미소를 머금은 강연의 얼굴과 애교 섞인 목소리만 듣는다면 아무리 화가 나도 눈 녹듯 화를 삼킬 수 있었다.강연을 제 품에 꼭 가둔 서안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뽀뽀해 줘.”제 보물을 다른 사람이 탐내고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서안은 기분이 상하고 감정을 제어할 수 없었다.하지만 다행히도 멀지 않은 곳에 서안의 감정 제어가 가능한 강연이 있었다.“예쁘다.”강연이 서안의 얼굴을 받쳐 들고 빠르게 입술에 도장을 찍었다.“이제 화 풀면 안 돼요?”“안돼.”서안이 바로 말을 덧붙였다.“부족해.”강연이 다시 입술에 도장을 찍었다.“그래도 부족해.”“...”“더.”“...”부
서안의 말에 강연은 코를 찡그렸다.“누군지 알아내면 나도 알려줘요.”“왜?”서안이 눈을 가늘게 뜨고 강연을 쳐다보았다.“당신의 수호신이라는 사람 만나보게?”“허! 그럴 리가요!”강연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터뜨렸다.“한 대 치고 싶어서 그래요.”‘이러게 오버하는건 오히려 나를 해친다는 걸 어떻게 몰라?’“아 그리고 자기야.”강연이 말을 이었다.“인터넷 여론도 잘 살펴봐 줘요. 우리 가족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안 돼요.”서안이 고개를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다가 멈칫하면서 눈을 가늘게 떴다.강연은 서안의 미세한 변화를 바로 알아차리며 물었다.“왜 그래요?”“조금 이상해서. 너랑 연관된 기사들은 모두 검색창에 검색이 안 돼. 절대 인기 검색어에 오르지 않을 거야.”“그게 왜요? 더 좋은 일 아니에요?”강연이 눈을 깜빡이며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그러면 일단 당분간은 안전한 거죠?”“아니 너무 불안해.”서안이 대답했다.“어쩌면 강연이 네 둘째 오빠가 벌인 일일지도 모르겠어. 아마 내 존재를 이미 알고 계신 것 같아.”강연의 얼굴이 바로 굳어졌고 저도 모르게 서안의 소매를 잡아당겼다.“그러면 어떡해요?”강연이 연예계 일을 처음 시작할 때도 세윤은 크게 간섭을 하지 않았다.하지만 검색창을 막는다는 건 세윤이 무언가 행동을 취하고 있다는 걸 의미했다. 강씨 가문 사람들이 알면 안 되는 무언가를 세윤이 알아낸 것 같았다.그건 바로 서안의 존재이자, 서안과 강연의 관계였다.“괜찮아.”서안은 도리어 편안한 얼굴에 미소를 지어 보였다.“나도 마침 형님을 직접 만나 뵙고 싶었어.”강씨 가문 세 형제는 모두 각자의 업계에서 유명한 능력자였다.둘째 세윤은 그 어떤 곳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이었고, 인공지능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 외에는 자유로운 일상을 보냈다.또한 소문난 인싸에, 강씨 형제 중에서도 가장 활동적인 사람이었다.“꽃 선물한 사람을 한 대 칠 기회는 없을 것 같아.”서안이 알 듯 모를 듯 묘한 미
세윤이 문을 열자 크고 작은 카메라가 세윤을 향해 플래시를 터뜨렸다. 수많은 언론사 기자들이 쉴 새 없이 촬영하고 있었다.“당신이 바로 소문으로만 전해 듣던 강씨 가문의 둘째 아드님이 맞으신가요?”“둘째 도련님은 지금 이곳에서 데이트하고 계신 건가요? 혹시 데이트 상대에 대해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밖을 이렇게 많은 장미로 장식했는데, 혹시 데이트 상대를 위해 준비하신 건가요?”“재벌가 도련님이 대시하는 여자는 어떤 분인가요?”소란스러운 소리에 세윤은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세윤은 이런 소란에 쉽게 놀랄 위인이 아니었다. 바로 얼굴을 살짝 굳히고 눈을 내리깔았다.이어 자신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카메라를 손으로 막으며 입을 열었다.“누가 당신들을 이곳으로 보낸 겁니까? 당장 나가주세요!”범상치 않은 기세에 기자들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소란스럽던 복도에 드디어 정적이 찾아왔다.하지만 어느 용감한 기자가 입을 열었다.“도련님, 저희는 취재 차원에서 이렇게 찾아온 겁니다. 혹시 장미꽃의 선물 상대가 누구인지 인터뷰 가능하실까요?”세윤이 눈썹을 찡그렸다.“무슨 장미꽃이요?”기자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바로 뒤로 물러섰다.그러자 장관이 눈앞에 펼쳐졌다. 방문부터 호텔 입구까지 핑크 빛 장미로 된 꽃길이 수놓아진 것이었다.사람들은 처음에는 충격을 받았고, 두 번째는 남다른 재력에 감탄했다.어느 기자가 말을 보탰다.“여기 보이는 게 다가 아니에요. 호텔 로비, 엘리베이터, 입구까지 모두 장미꽃이에요. 호텔 입구에는 도련님 이름으로 된 장미 장식도 있는걸요.”그 말에 세윤의 입꼬리가 굳었다.얼굴을 굳힌 세윤이 바로 창밖을 내다보았다.높은 층수에서 호텔 입구를 내려다보니 정말 커다랗게 수놓은 장미꽃이 보였다. 행여나 기자들이 눈치채지 못할까 강씨 가문 둘째 아들의 신분까지 디테일하게 밝혔다.세윤은 너무 화가 나서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어느 미모의 여인이 준비한 서프라이즈였다면 기꺼이 받았을 테지만, 이건 분명히 전서
핸드폰이 한참 울리는데도 세윤은 감히 받지 못했다.하지만 반복되는 벨소리에 세윤은 두 눈을 꼭 감고 울며 겨자 먹기로 버튼을 눌렀다.“형... 형이 무슨 일로?”상대는 조금 당황한 듯 침묵하다가 바로 청아한 웃음소리를 터뜨렸다.“둘째 오빠 왜 그래요?”익숙한 목소리에 세윤이 눈을 뜨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송이야? 어떻게 너야?”‘세훈이 전화가 아니면 당황할 게 뭐 있어.’“당연히 나죠. 수신자도 확인하지 않고 받은 거예요?”강연의 애교섞인 목소리가 들려오자, 세윤은 빠르게 얼굴을 붉혔다.그리고 주위를 둘러싼 많은 기자를 향해 손을 휘휘 저었다.“다들 이만 돌아가세요!”이어 호텔 직원에게도 말했다.“이 꽃들도 모두 치워주세요. 정말 창피해서.”방안으로 돌아간 세윤은 바로 문을 닫아걸었다.이에 문밖에 남겨진 기자들만 어리둥절한 얼굴이었다.“설마 강씨 그룹 아가씨 아니에요? 넷째 아가씨인지 막내 아가씨인지는 몰라도 목소리 너무 좋은 거 아니에요?”“넷째 아가씨는 냉미녀로 유명한 사람이에요. 해외 음악회에서 가장 핫한 사람인데, 동영상으로 들어봤던 목소리와는 좀 다른 것 같아요.”“그렇다면 강씨 가문에서 가장 꼭꼭 숨기고 있는 막내 아가씨겠죠?”“조금 익숙한 것 같은데 어디에서 들어봤더라?”“지금부터 막내 아가씨만 파보는 거예요! 막내 아가씨 기사는 둘째 도련님보다 더 화젯거리일 거예요.”기자들은 다음 목표를 정하고 빠르게 자리를 떠나기 시작했다.제 동생이 다음 타깃이 된 것도 모르고 방안의 세윤은 핸드폰을 손에 쥐고 울상을 짓고 있었다.“아이고 내 동생! 정말 심장이 철렁했다고! 난 또 형이 내 귀국 소식을 알아낸 줄 알았다고!”“아이 뭘 그렇게 놀라요!”강연이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큰 오빠는 지금 비밀회의에 참석 중이라 아직 네다섯 시간 동안은 절대 소식을 모를 거예요.”“뭐라고?”세윤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그 뜻을 알아차리고 말했다.“송이 너 이 녀석! 이거 전부 전서안 그 녀석이랑 같이 한 거지
“흥, 조언 따위 필요 없어.”세윤이 오만한 목소리로 말했다.“하지만 무슨 소리를 하는지 한번 들어봐서 나쁠 건 없지. 내가 오히려 가르칠 수도 있고.”살짝 머금은 미소와 반짝거리는 두 눈, 강연은 서안을 바라보며 눈썹을 찡그리며 서안의 의견을 물어보고 있었다.서안은 고개를 끄덕이고 핸드폰을 건네받았다.“안녕하세요, 둘째 형님.”“누가 당신 형이야? 선 지켜. 강씨 가문 사람과 당신은 편하게 말을 주고받을 사이가 아니잖아!”세윤은 강씨 가문 사람이라는 단어를 말할 때 일부러 강조를 해서 말했다.이에 강연은 웃지도 울지도 못했지만 서안은 전혀 개의치 않은 듯 여전히 무뚝뚝한 얼굴로 침착하게 말했다.“안녕하세요, 강세윤 씨.”서안은 대수롭지 않게 호칭을 바꾸고 말을 이었다.“현재 나미 의료 기계 과제를 연구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마침 저한테 연구 자료가...”강연은 맞은편 테이블에 앉아 턱을 괴고 통화 중인 서안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따사로운 햇살이 서안의 어깨 위로 떨어져 하얀 피부가 더 돋보였으며 은은한 광택이 보이기까지 했다.드디어 서안은 예전의 그늘에서 벗어나 햇살 아래에서 살아가는 것 같았다.강연은 이런 서안이 마음에 들었다. 비록 서안의 컨디션이 눈에 보이는 대로 완벽한 건 아니지만 천천히 이상적인 상태로 될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다.서안과 세윤은 한참이나 대화를 주고받았고 세윤은 여운이 긴 것 같았다.통화를 종료할 때는 조금 아쉬워하는 것 같기도 했다. 호칭도 어느새 “그 녀석”에서 “동생”이라고 바뀌었다.옆에 앉은 강연은 입꼬리를 올리며 이를 지켜보았고, 통화 종료 후 서안을 향해 엄지척을 날렸다.“정말 대단해요.”서안은 여전히 침착하고 차가운 얼굴이었지만, 눈가와 입가에 미소가 새어 나왔다.“우리 강연이가 가르쳐준 방법대로 했을 뿐이야.”그 말에 강연은 기분이 하늘을 나는 기분이 들었고, 함박웃음을 짓더니 서안의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서안은 강연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하더니 창문 밖 먼 곳을 주시했다.“둘째
“아이 농담이에요. 그렇게 진지한 표정 하지 마요.”강연이 전서안의 볼을 쭉 잡아당기며 말했다.“웃어봐요.”서안은 마지못해 강연의 얼굴을 쳐다봤고, 두 눈에는 사랑이 가득했다.“앞으로 계획은 따로 있어?”“계획이라...”강연이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솔직히 말한다면 아직 계획은 없어요. 연기를 시작한 건 오빠랑 가까워지기 위해서였고 그 목표는 달성했거든요. 그래서 앞으로 뭘 하면 좋을지 막막해요. 어쩌면 은퇴할지 고민하고 있어요.”“그래 알겠어.”서안은 한참 고민하다가 말했다.“아직 여유 있으니까 좀 더 고민해 봐. 네가 원하는 게 뭔지 천천히 고민하고 선택해.”강연이 고개를 끄덕였다.“네!”촬영을 마치고, 예전과는 달리 서안이 직접 운전을 해 강연과 번화가로 향했다.두 사람은 매번 외출할 때마다 비교적 은밀한 장소를 찾았으나 이번은 처음으로 북적이는 곳으로 향했다.서안은 마음의 준비를 마친 듯 아주 가벼운 옷차림이었다. 다만 평소 이미지와는 다른 옷차림을 택했다.멀리서 보면 훤칠한 키에 남다른 아우라를 제외하고, 배우 전서안임을 알아볼 수는 없었다.강연은 별다른 분장을 하지 않았다. 신인배우라 인지도가 낮을뿐더러 드라마 방영도 시작하지 않았으므로 알아보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그러니 강연은 안심하고 외출을 해도 무방했다.두 사람은 어느 번화가의 근사해 보이는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중심 지역의 레스토랑인 만큼 예약은 필수였고, 두 사람이 안으로 들어섰을 때 남은 룸은 없었다.서안은 인상을 찌푸렸으나 강연은 별다른 불만이 없었다. 강연은 늘 여유롭고 물 흐르는 대로 살아가는 사람이었다.그래서 강연은 서안을 이끌고 창가 자리로 향했다. 밝은빛이 비쳐 들고, 탁 트인 시야에 기분이 퍽 좋아졌다.레스토랑은 회전율이 좋은 편인지 서빙 속도도 아주 빨랐다.스파게티, 스튜와 스테이크, 군침 도는 한 상이 차려졌다.“식사 전 국을 먹으면 몸에 좋대요.”강연이 서안 쪽으로 스튜를 당기며 말했다.“우리 엄마가
서안은 눈썹을 살짝 추켜세우며 다정하게 물었다.“왜 그래?”“그게...”강연은 창밖을 힐긋 바라보다가 말했다.“여긴 너무 눈에 띄잖아요.”잠시 뜸을 들인 강연이 말을 더 보탰다.“오빠가 너무 눈에 띈다고요!”가벼운 마음으로 여느 커플들처럼 북적한 곳에서 맛있는 것도 먹고, 재밌는 구경도 하려고 했으나, 밥 한번 먹는데 질투심이 폭발해 버렸다.“누가 레이저 쏘고 있는 것 같은데? 혹시 자기가 지금 레이저 쏘고 있는 건가?”“아니거든요.”그 말에 강연은 쑥스러워하며 얼굴을 붉혔으나 여전히 당당한 태도로 말했다.“아 몰라요. 내 남자 친구는 나만 볼 거니까 우리 룸으로 옮겨요.”서안은 티슈로 손을 닦고 강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서안이 핸드폰을 꺼내 들고 어디론가 전화를 걸려는데, 가게 밖의 소년소녀들이 갑자기 우르르 안으로 들어오더니 둘을 에워쌌다.그들의 벅찬 표정을 읽은 강연의 얼굴이 조금 굳었다.“설마 오빠가 전서안이라는 걸 알아차린건 아니겠죠?”이곳에서 서안이 목격된다면 작지 않은 소동이 생길 것이다.조금 긴장해 보이는 강연을 보며 서안은 강연의 손을 잡았다.“걱정하지 마. 괜찮을 거야.”소년소녀 무리는 뒤에 서서 한참을 고민고민 하더니 용기를 낸 두 여고생이 조심스레 다가와 물었다.“혹시...강연 님 맞으신가요?”“네?”‘어라? 서안 오빠 찾으러 온 게 아닌가? 왜 내 이름을 묻는 거지?’강연은 의아한 표정으로 서안을 쳐다보았고, 서안은 온화한 미소를 지은 채로 아무 말 하지 않았다.여전히 어리둥절한 강연이 고개를 끄덕이자, 여고생들은 참지 못하고 낮게 탄성을 터뜨리더니 제자리에서 폴짝 뛰기까지 했다.강연은 정말 이유를 알 수 없었다.그때 여고생이 다시 물었다.“혹시 ‘그 시절, 우리는’에서 백연주 역을 맡으신 배우 맞으시죠?”강연은 더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어떻게 알았어요?”“아아! 정말 강연 님이 맞았어요!”둘은 한참이나 흥분에 겨워 서로를 부둥켜안다가 가방에서 포스터
강연이 해외에서 학교에 다닐 때 학교 내부에 팬클럽도 있었고 매해 인기투표 1위에 달했으나 그건 모두 강연의 외모로만 결정된 것이었다.사실 강연은 공부도 꽤 잘했는데, 디자인에 많은 재능을 갖고 있으며 굵직굵직한 큰 상을 수여받기도 했다.하지만 강씨 가문 형제들이 워낙 대단했던 탓에 강연은 스스로의 재능을 대단하다고 느끼지 못했으며 야심도 가지지 않았다.연예계에 발을 들일 생각은 전혀 없었으나, 어쩌다 보니 제 노력으로 팬이 생긴 날도 있었다.강연이 제 존재를 모르더라도 묵묵히 뒤에서 응원해 주고 있다는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에 강연은 가슴이 벅찼다. 가슴속에 뜨거운 피가 흐르고 있었다.예쁜 얼굴에 빨간 홍조가 드러나고, 강연은 두 눈을 반짝이며 존경하는 눈빛으로 서안을 바라보았다.“그래서 나한테 좀 더 고민해 보라고 했던 거예요?”서안은 강연이 미래에 대해 막막해하는 걸 알았고, 평소에 미처 자각하지 못했던 시야를 보여주면서 강연이 스스로 자신을 알아갈 수 있도록 도왔다.“그래.”서안은 강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정한 말투로 말했다.“인생에 수많은 고민과 선택이 있을 것이고, 이건 그중에서도 아주 작은 하나의 선택일뿐이야. 넌 많은 꿈을 안고 살아가도 돼. 내가 옆에서 응원하고 이룰 수 있도록 도울 테니까.”“그러니까 막막해하지 말고, 자신의 마음이 시키는 대로 살았으면 좋겠어. 언제 어디에서나 내가 늘 네 뒤에 있을 테니까.”강연은 미소를 활짝 지었지만, 눈가에는 눈물이 맺혔다.가족들은 강연이 아무 고민 없이 살 수 있도록 해줬으나, 앞으로 뭘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서는 말해주지 않았다.서안은 이런 강연에게 있어 어두운 밤하늘의 별 같은 존재였다.강연은 서안의 팔을 꼭 껴안고 고개를 들어 반짝이는 두 눈으로 바라보았다.“우리 서안 선배님 진짜 멋있어.”서안의 얼굴이 조금 굳더니 몸까지 딱딱하게 굳어버렸다.배우의 길에서 수많은 사람이 서안을 선배님이라고 호칭했었다.너무 익숙하던 호칭이었지만 이 세 글자가 오늘처럼 매력적으로
온라인 댓글 창에도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네티즌들이 댓글을 쏟아냈다.빠르게 정신을 차린 진행자가 술렁이는 사람들의 반응에 말을 보탰다.“다들 잊으셨나요? 강연 님께서 또 좋은 소식도 전하겠다고 하셨습니다.”그 말에 사람들이 다시 집중했다.이어 사람들은 숨소리를 가다듬었고 강연의 목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저와 전서안 씨는 멀지 않아 곧 결혼할 예정입니다!”“!!!”[와아아아! 이날만을 기다렸다고!][엉엉 우리 강전 커플이 드디어 결혼하는구나! 정말 눈물이 앞을 가려. 두 사람이 걸어온 길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고.][행복하세요! 두 사람 꼭 평생 행복해야 해요!]무대 아래 환호 소리가 이어지고 어느새 시상식 전체가 떠들썩하게 들려왔다.강연은 이 광경에 고개를 돌려 무대 뒤의 서안과 시선을 마주했다.드디어 결혼....9월 8일, 결혼에 적합한 어느 날.사회부, 경제부 기자는 물론 연예 기자까지 총출동했다.각종 포털에서 수아와 안택, 그리고 강연과 서안의 성대한 결혼식에 대한 기사를 앞다투어 보도했다.최고 재벌가인 강씨 가문의 두 공주님이 결혼하는 날, 더구나 결혼 상대 역시 만만치 않은 대단한 청년. 한국에 있어 수백 년 가도 한번 볼까 말까 한 성대한 구경거리였다.커다란 식장에 손님들로 붐비고 컬러 풍선이 이곳저곳에 날아다녔다. 꽃으로 뒤덮인 예식장과 레드카펫은 식장 처음부터 끝까지 펼쳐졌다.강씨 가문, 전씨 가문, 그리고 안택의 가족 모두 유명한 가문이었으므로 상업게, 정치계의 유명 인사들이 대거 출동했다.그렇다 보니 경찰 인력도 많이 투입되어 치안을 유지했다.이번 결혼식에는 그 어떤 매체도 초대하지 않았고, 다만 직접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했다. 그리고 주요 매체들과 협력해 다들 생중계를 퍼 나를 수 있도록 했다.그렇게 만인의 주목 아래 결혼식은 성대하게 치러졌다.수아와 강연의 드레스는 F 국왕실 전용 재단사가 시간과 심혈을 기울여 한땀 한땀 수놓은 것이었다.두 사람이 개인 헬기에서 내리고 결혼식장에 모습을
강씨 가문은 또 한 번 침묵에 빠졌다.세 언니 중 나이란은 이미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청아와 예은은 애써 눈물을 참고 있었다.그러자 감동에 젖어있던 강씨 세 형제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지금 다른 남자 때문에 우는 거야? 날 앞에 두고?’그러나 세 형제가 화를 낼 차례는 주어지지 않았다. 강현석이 몸을 일으켰기 때문이었다.강현석은 앞으로 다가가 훌륭한 두 청년의 어깨를 두드렸다. 몇 년 사이 조금 늙어버린 강현석은 어느새 상권을 주름잡던 그 모습이 사라졌다.“앞으로, 내 보배 딸을 잘 부탁하네.”안택과 서안의 얼굴에 기쁨이 번졌다.두 사람이 반응하기도 전에 강현석은 이미 자리를 벗어났고, 어느새 도예나가 강현석의 옆자리를 지켰다.도예나는 고개를 돌려 어느새 다 큰 자식들과, 대단한 두 사위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축하하네.”그리고 도예나는 강현석의 손을 잡고 거실을 벗어나 자리를 비켜줬다.거실은 잠시 침묵하다가 격동의 비명이 들려왔다.“아아아 드디어 성공했어!”“축하해! 드디어 결혼하네.”“두 공주님이 왕자님을 찾아가는 것 같아 너무 보기 좋아.”강씨 가문에는 웃음소리가 이어졌다.2층 베란다에서.강현석은 집 밖의 풍경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도예나와 시선을 마주했다. 서로를 바라보는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우리 아이들이 이제 다 컸네요.”...그리고 시상식은 예정대로 거행되었다.강연의 “아기” 사건으로 대부분의 매체가 시상식 앞을 채웠다. 게다가 인원을 계속 보충해 이 파격 소식을 맞을 준비를 했다.무대 위 강연이 트로피를 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그리고, 아주 중요한 좋은 소식을 전해드리려고 합니다.”그 말이 들리고 인터넷은 아예 서버가 막혀버렸다.무대 아래 모든 배우와 매체, 그리고 팬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 소식을 들으려고 했다.“강연 님! 드디어 전서안 씨와의 결혼 사식을 밝히려는 겁니까?”무대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의 기자가 앞으로 달려가지 못해 안달인 듯 외쳤다.“다들 급해
“아버님, 안녕하세요!”안택과 전서안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나이가 많은 안택이 먼저 한 발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아버님, 이건 제가 3년 전부터 준비해 온 겁니다. 제 명하의 모든 재산, 가족 기업 주식, 부동산, 땅, 주식 등 모든 걸 수아의 이름으로 전환했습니다. 과거, 현재, 미래에서 제가 가진 모든 것, 제 목숨을 포함한 모든 것은 수아의 소유입니다.”그 말을 들은 수아가 깜짝 놀라 입을 딱 벌렸다.모든 재산을 본인의 이름으로 돌리다니. 안택은 수아에게 단 한 번도 이 사실을 밝힌 적이 없었다. 다만 묵묵히 행동으로 움직였다.“아버지...”수아가 강현석을 바라보는 눈빛은 어느새 촉촉해졌고 어쩔 줄 몰라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가족을 제외하고 수아를 위해 이렇게 모든 걸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오직 안택일 것이다.묵묵히, 그리고 뜨겁게. 겉이 아닌 깊숙이까지 수아를 사랑했다.세훈은 안택이 건넨 문서를 읽더니 다시 강현석에게 넘겼다.강현석은 몇 장 넘기다가 깊은 고민에 잠겼다.그리고 아무 말없이 수아를 다독이다가 안택을 향해 말했다.“물어보고 싶은 게 세 가지가 있다네.”안택이 바로 대답했다.“편하게 말씀하세요.”“선택의 갈림길에 섰을 때, 자네의 사업과 내 딸을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질문을 들은 안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고민하지도 않고 답했다.“제 사업이 아니라, 제 목숨으로 수아의 목숨을 구한다고 해도 수아를 선택할 겁니다.”“그렇다면 자네 가문과 내 딸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강현석이 계속해서 물었다.“그래도 수아를 선택하겠습니다. 제 가문은 이미 수백 년의 역사가 있습니다. 충분히 많은 우수한 자녀가 가문을 이어받을 수 있고 제가 굳이 나설 일은 없습니다.”안택이 대답했다.“그렇다면, 자네 부모님과 가족은?”강현석이 안택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천천히 물었다.“자네 부모, 가족들과 수아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그 물음에 안택이 잠시 침묵했다.진
동시에 제훈도 수아에게 문자를 보냈다.[아버지와 어머니가 계신 건 바로 옆 동네야. 2시간도 안 되는 거리에 계셨던거야.]...‘역시!’차가운 인상의 수아가 살기를 드러냈다.‘그래요, 아버지. 이번에는 어디로 숨을 수 있을지 두고 보자고요!’스타일링을 마친 강연이 시간을 확인하자 시상식과 2 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다.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30분 정도 남겼다.그리고 수아는 몰래 서안과 안택을 불러 아버지 강현석이 들어오기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그 옆에는 흥미진진해 보이는 얼굴을 하는 세훈 부부, 세윤 부부, 그리고 제훈 부부가 있었다.강씨 두 자매의 노력 아래 세 언니는 이미 제 편으로 만들었고 두 사람의 결혼을 응원했다.이어 세 언니를 편에 끌어들이고 나니 세 오빠도 한 편으로 되었다.강씨 자매는 정말 아버지가 돌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그러자 강현석과 도예나가 대문을 넘어서는 즉시 “포위” 당해버렸다.세 언니는 도예나를 이끌고 거실로 들어갔고, 강현석은 두 딸에 의해 양팔이 포위당한 채로 소파에 앉았다.세 아들은 각각 다른 퇴로를 맡고 강현석이 도망갈 수 없게 했다.이어지는 건 두 자매의 맹공격!“아버지! 우리 이제 다 컸으니 제발 각자의 행복을 찾을 수 있게 해주세요!”“그래요. 아버지! 우리가 보아 같은 귀여운 아이를 낳아 아이들이 외할아버지라고 부르는 걸 듣고 싶지 않으세요?”“아버지, 계속 미루다가는 보배 딸들 다 늙어요!”두 딸의 이어지는 애교 세례에 강현석은 정신이 혼미해졌다.“잠, 잠깐만!”아직 상황 파악이 되지 않은 강현석이 물었다.“송이가 임신해 아기가 있다는 말은 대체 뭐냐?”수아와 강연이 눈을 마주했고 강연이 머리를 쳐들며 말했다.“지금은 없지만, 원하면 언제든지 생길 거예요!”강현석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말을 꺼낸 강현석이 기침을 연신 해댔다.“아버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수아는 미소를 지으며 위로했다.“이건 시작일뿐이에요. 동생에게 생길 거면 나도
직원의 목소리는 생방송을 타고 큰 파동을 일으켰다.[강연 여신님에게 아기가?][전서안이 아버지가 되는 거야?][거봐, 내 말이 맞잖아. 두 사람이 몰래 결혼했다니까?][두 사람의 결혼을 왜 생방송으로 틀지 않은 거야!!!]생방송 댓글이 뒤집어지고 있는 걸 강연은 전혀 알지 못했다.“우리 집 보배 아기니까 잘 부탁드려요.”댓글은 더 난리가 벌어졌다.[????][!!!!]각종 의문 기호가 화면을 가득 채우고 강연과의 통화가 끝난 뒤에도 댓글은 끝나지 않았다.네티즌들은 감동에 북받쳐했다.시상식 관계자가 이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늦어버렸다. 이미 실시간 검색어가 초고속도로 상승 중이었다.클릭하면 팬들이 꺅 꺅-하며 환호하는 댓글이 넘쳤다.두 사람이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좋은 감정을 이어가자, 처음에는 받아들이지 못했던 팬들도 서서히 인정했다.그사이 강연의 성장은 아주 놀라웠다. “그 시절, 우리는” 드라마를 통해 여자 신인상을 받더니 “스파이”를 통해 여우주연상까지 차지했다.그 이후로 찍었던 영화도 모두 훌륭한 성적을 받아냈다.오늘 밤 시상식에서도 그중 한 영화로 상을 받기로 되어있었다.서안과 강연은 이제 신분이면 신분, 외모면 외모, 인품이면 인품, 경력이면 경력, 모든 게 어울리는 한 쌍이 되었다.두 사람의 성장을 지켜보고 과거 이야기까지 전해 들은 후로는 두 커플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과반수를 이뤘다.그러니 오늘 이 깜짝 뉴스에 다들 격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것이었다.유독 전서안 본인과 강씨 가문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심정이었다.수아 때문에 도피 중이었던 강현석이 가장 먼저 가족 톡방에 모습을 드러내며 질문을 쏟아냈다. 강현석도 적지 않게 놀란 모습이었다.[그 자식이 내 보배 딸을 임신시켜?][정말 하늘이 두 쪽 나도 불가능한 일이지!]스타일링을 받던 강연은 미처 소식을 전해 받지 못했고 수아가 답장했다.[아빠, 휴가 중 아니었어요? 신호가 나빠서 연락
강현석은 여자는 안정된 직장이 있거나, 든든한 가족이 있다면 한평생 행복할 것이다, 라는 말을 자주 했다.더구나 강현석은 절대 자신의 아이디가 아닌 아내 도예나의 핸드폰으로 그러한 글을 남겼다.그래서 초반에는 강씨 형제들이 어머니마저 결혼을 반대하는 게 아닐까 싶어 두려움에 떨었었다.하지만 제훈이 아버지의 계정을 해킹해 글을 어머니의 아이디에 옮겨 전송한 것임을 알아냈다. 그제야 강씨 형제는 안심했다.장인어른이 사위를 어려워하는 건 당연했다. 그건 시어머니와 며느리와 같은 이치였다.하지만, 이 집안에서는 아버지와 딸들의 투쟁으로 조금 바뀌었다.두 사람의 투쟁은 어느새 3년 가까이 이어졌다.눈 깜짝할 사이에 18살 소녀 강연은 21살 아리따운 여인이 되었다.아버지와의 오랜 투쟁 끝에 강연과 서안은 약혼식을 마쳤고 연예계 공식 커플이 되었다.그리고 세훈, 세윤, 제훈은 모두 결혼을 마쳤고 단란한 가정을 차렸다.세훈에게는 두 살배기 귀여운 아기도 생겼다.나이란도 임신했다. 어느새 막달에 진입한 나이란은 동그랗게 나온 배를 안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좋아했고 세윤이 깜짝 놀라며 옆에 바짝 붙어 곁을 지켰다.제훈과 예은은 신혼여행을 떠났다. 예은은 아이보다는 사업에 더 비중을 둘 생각이었다. 제훈도 아기 욕심이 급하지 않았으므로 두 사람은 다행히 의견 차이 없이 합의를 보았다.이제 수아만 남겨졌는데, 매일 오빠들과 동생을 보는 눈빛에 큰 원망이 담겨있었다.세 오빠는 결혼하고 동생도 약혼식을 올렸는데, 안택과 저만 덩그러니 남겨져 버렸다. 가장 빨리 청혼하고 모든 사람들이 두 사람의 관계를 알았으나 결혼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수아도 강연처럼 투쟁을 거쳐 약혼하려고 했으나 한번 당한 강현석이 또 당할 리가 없었다. 어머니와 함께 다시 세계 여행을 떠난 뒤로 종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그래서 매번 오늘 같은 순간이 찾아오면 연주회 준비 때문에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 자신을 원망했다.“괜찮아요. 전 늘 여기 있을 거예요.”안택이 수아를 다독였다. 수
이연수의 미소는 진심을 담았다.강연을 돕기로 마음먹었던 건, 강연이 실제로 좋은 사람이었던 이유가 있었고, 오디션 현장에서 자신의 실력으로 배역을 따내겠다는 그 모습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었다.자신이 건넨 도움이 기회가 되어 돌아와 이연수는 기쁘기도 놀랍기도 했다.이연수의 말을 들은 강연도 마음이 따뜻해졌다.다들 연예계는 신경전이라 모두 힘들게 살아간다고 생각할 것이다.하지만 이곳에는 꿈을 좇는 이를 응원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결국 모든 건 사람이 하기 나름이며 사람이 있는 곳에는 따뜻함과 진심이 있기 마련이었다.강연은 차근차근 촬영을 해나갔다.강씨 형제들의 연애도 순항 중이었다.세훈은 입이 귀에 걸린 채로 결혼을 준비하고 있었고 송청아 역시 적극적으로 자기 뜻을 보이며 함께 상의하며 결정했다.둘의 공통된 의견은 결혼식은 성대할 필요가 없으며 따뜻하고 오래 기억에 남아야 한다는 것이었다.둘째 세윤은 아직 결혼할 “자격”이 없었으므로 조급해할 필요가 없었다.그래서 요즘 새로운 취미인 맛집 탐방을 시작했다.나이란 역시 먹짱이었는데 세윤이 앞서 맛집을 개발하면 나이란과 함께 찾아 음식을 먹었다. 그러다 보니 짧은 보름 안에 살이 3킬로나 쪄버리고 말았다.그러자 강연과 통화를 하거나 만날 때면 나이란은 항상 30분 동안 찡찡거렸다.“강연아!! 나 3킬로가 쪘다고! 다이어트 할 거야. 다시 안 먹어! 엉엉!”강연은 나이란의 다부진 몸매를 보며 웃음을 참았다.“아니야 어디 뺄 데가 있다고 그래? 우리 세윤 오빠는 딱 너 같은 여자를 좋아한다고.”“정말?”나이란이 의심 가득한 눈초리를 드러냈고 잠시 고민에 잠겼다.그렇게 강연은 드디어 조용한 대기실을 되찾을 수 있었고 대본을 읽으며 다음 촬영을 준비할 수 있었다.셋째 제훈은 열애 중이었다. 하루가 멀다고 송예은을 찾아 데이트했다.송예은이 촬영이 있는 날이면 촬영 장소를 찾아갔고, 선남선녀가 나란히 있는 모습은 시선을 끌었다.그러자 평소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한 제
안티 팬들의 예상과는 달리 신인 배우 강연의 연기는 정말 그 캐릭터 본연의 매력을 연출했다. 자본을 쏟아부어 배역을 따내는 연기가 아닌 캐릭터 스스로가 된 듯한 연기였다.초반에는 학생들과 두루 어울리는 부드럽지만 강인한 소녀였지만, 적군에게 잡혀 처형장으로 나갈 때의 강렬한 정신과 격앙된 태도는 반전을 자아냈다. 백연주의 경험과 강연의 연기는 수많은 애국열사를 대표했다.강연은 선인들의 정신을 캐릭터에 쏟아부어 어리지만 용감하게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 연기를 녹여냈다.처형장으로 가는 길에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옅게 지어내는 미소... 그리고 총소리가 들리고 누군가 쓰러져도 여전히 높은 위치에서 자리를 지키는 태양.그 장면 속 강연의 미소는 많은 사람들의 감동을 자아냈다.예고편을 모두 보고 나서야 사람들은 이 대단한 “백연주” 역을 강씨 가문 “공주님”인 강연이 맡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처음에는 경악하다가 이어 찬사가 이어졌다.강연은 정말 실력이 있는 배우였다. 이연수를 비롯한 배우들의 글도 모두 사실이었다.그들은 그제야 안티팬들의 선동에 넘어갔던 걸 깨달았다.진실이 드러나고 사람들은 강연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고 호감도 생겼다.[언니 연기는 정말 대단해요. 영원히 함께할게요!][언니 힘내세요! 차세대 연기 대상은 언니꺼에요!]...강연을 향한 찬사 목소리가 높아지고 송 감독은 때를 놓치지 않고 마지막 한 발을 발사했다.“스파이” 공식 홈페이지에 오디션에서 “이가을” 연기한 강연의 촬영분이 공개되었다.이 오디션 영상의 공개는 온라인을 또 한 번 들끓게 했다.“백연주”를 통해 강연의 연기 재능을 미리 맛볼 수 있었는데 “이가을”처럼 복잡한 캐릭터에 대한 연기도 완벽하게 소화를 하자 네티즌들은 두손 두발을 모두 들게 되었다.[정말 무서운 연기 괴물이야!][역시 연기의 신 전서안이 마음에 둔 여자는 달라도 달라.]그렇게 온라인 소동은 막을 내렸다. 강연은 사람들의 호감도 사고 차세대 연기의 신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강연은 빠르게 “스파
“뭔데? 무슨 반전?”송 감독이 재빠르게 물었다.“우리에게 편이 생겼어요!”“무슨 편? 지금이 언젠데 아직도 네 편 내 편을 나눌 여유가 있는 거야?”송 감독이 눈을 부라리며 물었다.“아니요! 이걸 좀 보세요! 사람들이 직접 나서서 강연 씨를 위해 해명하고 있어요! 우리가 섭외한 것도 아닌데 먼저 나선 거라고요!”“뭐라고?”송 감독이 바로 몸을 일으켰다.“줘 봐.”그러자 스태프가 빠르게 핸드폰을 건넸고 홈페이지의 댓글이 순식간에 늘어나고 있었다.[배우 이연수: 저는 강연 씨와 함께 촬영했었습니다. 강연 씨는 정말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에요. 절대 갑질한 적도 없으며 연기를 묵묵히 소화해 내는 천생 배우였어요. 이런 재능을 저희는 아주 부러워했는걸요.]그리고 이연수는 짧은 동영상을 함께 게재했는데 “그 시절, 우리는” 작품에서 강연의 촬영분이었다.“감독님, 이 여배우는 ‘그 시절, 우리는’ 작품의 배우인데요, 강연 씨와 사이가 좋은가 봐요. 이분이 직접 나서자 적지 않은 배우들이 함께 참여했어요. 조연 배우들이라 주연 배우들만큼 임팩트가 큰 건 아니지만 오히려 더 진실성 있게 다가간 것 같아요.”그건 사실이었다.요즘 사람들은 여론에 빨라 어느 유명한 배우가 이런 글을 남겼다면, 오히려 소속사에서 지시한 것이겠니 하고 생각했다.하지만 조연 배우, 스태프, 그리고 촬영 알바생들과 같은 사람들이 남긴 글은 진정성이 넘쳤다.더 중요한 건 그들이 던진 작은 돌멩이는 잔잔한 파도에 티 나지 않는 파울을 남겼고, 이는 사람들의 반감을 사지 않았다.배우가 네티즌들의 호감을 어느 정도 산 다음, 이제 주연 배우와 촬영팀이 나서야 할 때가 되었다.모든 건 걸쳐야 할 과정이 있는 법이었다.빠르게 읽어 내려간 송 감독의 표정이 밝아졌다.“휴, 드디어 목숨은 유지할 수 있게 되었어. 전서안 그 자식이 두려워서 어디 살 수 있겠나, 참.”“송 감독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이해가 되지 않은 스태프가 되물었으나 송 감독은 수염을 내리쓰며 덤덤하게 말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