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서안은 강연을 바라보다가 입술을 매만졌다.“기억해.”하지만 3년 전의 일을 다시 떠올리고 싶지는 않았다.하마터면 강연에게 사고가 벌어질 뻔한 그 순간을 떠올리면 서안은 참지 못하고 살인을 저지를 것 같았다.그리고 서안의 발병으로 강연은 놀랐을 게 분명했다.그래서 서안은 바로 대화 주제를 돌렸다.“빨리 먹어, 식으면 맛없어져.”“그래요.”강연은 얌전히 대답하고 고개를 푹 숙인 채로 밥만 꾸역꾸역 삼켰다.마음에 꾹꾹 담아두었던 오빠가 자신을 구해주었던 기억을 떠올리고 싶지 않아 하는 건 강연에게 있어 실망스러운 일이었다.서안은 강연의 기분을 읽고 그녀를 향해 말했다.“연아, 작은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네?”강연이 고개를 들고 까만 눈동자로 그를 바라보았다. 서운한 마음은 어디로 갔는지 사라지고 반짝거리기만 했다.“뭔데요? 말만 해요.”“호칭에 거리감이 느껴져.”서안이 입술을 매만지며 조금 속상한 마음을 담아 말했다.“다른 커플들도 꼬박꼬박 이름을 붙여 부르지는 않을 거야, 그치?”강연은 조금 멍하니 바라보다가 웃음을 터뜨렸다.“우리 오빠 왜 이렇게 귀여운 거야!’“그럼 뭐라고 불러줄까요? 오빠? 귀요미? 자기야?”강연이 배시시 웃으며 서안을 보며 물었다.“아이 서안 오빠, 난 잘 모르니까 오빠가 알려줘요.”그녀의 애교에 서안은 마음이 금세 풀려 마른기침을 해댔다. 시선을 반대로 돌린 서안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마... 마지막이 좋아.”“마지막이요?”‘세상에 자기라니! 하하하! 너무 웃겨!’‘차갑고 무뚝뚝하기로 소문난 전서안이 얼굴을 붉히며 해달라는 호칭이 자기야라니!’강연은 배를 끌어안고 웃으며 눈물까지 찔끔 흘렸다.전서안은 바로 몸을 일으켜 그녀의 허리를 다독이며 이해하지 못한다는 표정을 지었다.‘이게 그렇게 웃겨?’‘다른 커플들은 다 그렇게 부르던데?’‘자기가 뭐 어때서? 내 자기잖아. 하나뿐인 자기.”“그만해, 사레들리겠어.”서안은 강연의 옆에 서서 눈을 지그시 감다가 말했다.“우리 자
“하... 하하...”“하하하하하...”오피스텔로 돌아온 강연은 소파에 앉아 바보같이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송예은과 나이란은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속닥속닥 말을 주고받았다.“쟤 왜 저래? 드디어 미친 거야?”“나도 몰라. 며칠 휴가 다녀온 사이 해외 한번 다녀오더니 정신에 문제가 생겨버렸어.”둘은 얼굴을 마주한 채로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송예은은 턱을 매만지면서 고민하다가 무언가 알아차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내 경험으로 보아 강연 지금 이 모습은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어. 사랑에 빠진 소녀.”!!!“강연아!”나이란이 갑자기 소리를 쳐 강연의 시선을 집중시켰다.강연은 고개를 휙 돌리더니 깜짝 놀라며 물었다.“왜? 무슨 일이야?”“너 솔직하게 말해봐. 이 며칠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나이란이 손을 허리에 척 올리고 어깨를 쫙 펴며 물었다.“왜 그렇게 불결하게 웃는 거야! 밖에 숨겨둔 강아지라도 있어?”강연은 한참 멈칫하다가 말했다.“그럴리가.”‘전서안은 강아지가 아니라 남신이야! 만화를 찢고 나온 남신!’나이란은 안도의 한숨을 쉬더니 갑자기 눈물을 닦는 연기를 했다.“엉엉 그럼 다행이고. 깜짝 놀랐잖아! 네가 외간 남자랑 어울리고 다니면 조혜영이 날 죽여버릴 거야!”“큼...”강연은 어설프게 표정을 숨기며 조심스레 손을 들었다.“스스로 연애 사실을 밝힌다면 죄가 좀 덜하지 않을까?”“당연하지, 사실을 밝히면... 뭐라고?”나이란이 급정거하더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지금 뭐라고 했어? 연애? 내가 드디어 귀가 잘못되었나 보다. 이렇게 무시무시한 말이 들리다니!”송예은이 나이란의 어깨를 꽉 잡으며 위로했다.“귀가 잘못된 게 아니야. 나도 들었어.”“...”나이란은 좀처럼 진정할 수 없었고 단숨에 칼을 뽑아둘 기세로 화를 냈다.“누군데! 감히 누가 우리 공주를 채간 거야? 베를린에 간 지 며칠이나 되었다고 연애를 해? 독일 남자니? 감히 우리 여신을 채가다니! 내 총 어디 있어? 그 사
한참 인기에 물이 오르고 있는 지금 강연의 연애 소식이 들린다면 그녀의 연기 생활에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하지만 연애 상대는 전서안, 그렇다면 방금 한 말은 취소해야 했다.상대가 무려 전서안이었기에.연예계의 탑, 믿고 보는 영화배우, 업계의 영향력을 놓고 봐도 전서안을 능가할 사람은 없었다.그와 조금의 관계성이 있더라도 인기는 급상승했다.그러니 열애설은 파급력이 더 어마어마할 것이다.회사와 조혜영은 강연을 차세대 탑 여자 배우로 성장시킬 계획이었고, 이 소식을 알게 되면 안티팬부터 활성시켜 인지도를 얻고 천천히 이미지 세탁을 할 것이다.그렇게 하면 다른 여배우보다도 더 빨리 인지도를 얻을 수 있었다.하지만.이 길에는 무수한 안티들이 동반할 것이고 결국은 전서안을 딛고 올라서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강연이 이런 길을 선택할 리가 없었다.그리고 이게 바로 송예은이 걱정하고 있는 점이었다.“괜찮아, 걱정하지 마.”강연은 예은의 걱정을 읽은 듯 배시시 웃으며 말했고 그녀의 얼굴은 교활한 아기 여우 같았다.“처음 회사와 계약할 때 이 조건을 제시했었어. 절대 전서안과 엮지 않는다. 혜영 언니도 내 뜻을 이해했을 테니 함부로 행동하지 않을 거야.”애초에 연예계 입성도 전서안 때문이었으니 전서안과의 교접은 당연했다. 강연은 처음부터 회사가 이런 조작을 할 것을 예상했고 미리 계약서에 이 내용을 적어두었다.그리고 그 한 줄은 지금 이 곤경을 해결해 주었다.회사와 조혜영이 정말 계약을 어기고 독행한다면 강연은 바로 계약 해지를 신청할 것이며 그렇게 된다면 회사는 아무 이득도 얻을 수 없었다. 또한 재능이 넘치는 배우를 놓치는 일도 손해가 클 것이다.이득보다 손해가 더 큰 일을 조혜영은 하지 않을 것이라 강연은 생각했다.역시 강연의 예상대로 통화를 마친 노이란의 표정은 방금보다 더 가벼워 보였다.“혜영 언니가 비밀을 지키겠다고 했어. 앞으로 우리더러 절대 들키지 않게 신경을 쓰래.”강연은 송예은과 두 눈을 마주치며 미소를 지었다.“보안은
촬영지에서 전서안은 가장 주목받는 존재였고, 거의 대부분 사람들이 그에게로 시선을 집중하고 있었다.그러니 그의 작은 행동도 바로 눈에 띄었다.사람들의 시선을 온몸으로 받으며 서안은 강연에게로 걸어갔다. 그의 거대한 몸집은 햇빛을 모조리 가려버렸고 후광처럼 보였다. 그의 체향이 물씬 느껴지자, 강연은 절로 호흡을 멈추었다.이렇게 당당하게 제 앞으로 걸어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다. 둘의 연애는 당연히 비밀이었고 이렇게 티가 나는 행동은 의심받을 수 있었다. 열애설은 서안의 연기 사업에도 적색등이 켜질 것이다.하지만 서안은 전혀 개의치 않아 했다.그는 손을 들어 강연의 리본 머리띠를 고쳐주며 말했다.“기다려줘, 점심 같이 먹자.”강연은 머리가 텅 비워지는 것 같았다.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사실 강연도 마찬가지였다.그녀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서안은 입꼬리를 올려 흡족하다는 듯 웃었다.“착하다.”이제 모든 사람의 시선은 공포에 가까웠다.전서안이 어떤 사람인가? 연예계에 소문난 까칠함 대마왕이 아니던가! 촬영 장소 1미터 안으로 낯선 사람이 들어오면 안 되었다. 몇 년 동안 함께한 스태프도 감히 그에게 다가갈 수 없는 존재였다!병적인 결벽증에 아무도 그에게 다가갈 수 없었다.하지만 서안이 직접 강연을 찾아가 손수 옷 정리를 해주고 점심 약속을 잡으며 미소를 지었다.서쪽으로 해가 떴거나 서안이 약을 잘못 먹은 게 틀림없었다!사람들은 멍하니 서서 서안이 떠나는 뒷모습을 지켜보았다.멀지 않은 곳에서 주연 여배우는 강연을 향해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했다.금방 들어온 여배우는 아직 강연과 인사를 주고받은 적도 없었지만, 서안과의 관계가 남다르다는 걸 눈치채고 바로 강연에게 호감을 샀다.다른 사람들은 각이 각색의 표정으로 강연을 쳐다보았다. 부러운 눈길, 질투나 경멸을 담은 눈길도 있었다.하지만 그중에서도 제일 눈에 띄는 건 도하경이였다.감격스러워 보
강연은 절대 개의치 않고 곧장 촬영장으로 향했다.며칠 동안의 휴가로 강연의 컨디션은 별로 좋지 않았는데 다행히 상대역인 도하경의 컨디션도 좋지 않아 몇 번의 촬영 끝에 휴식 시간을 가졌다. 조감독은 그들더러 잠시 휴식을 취하라고 당부하며 다른 씬을 먼저 촬영했다.조감독은 아주 젠틀했다. 별로 나무라지도 않았지만, 강연은 자꾸 신경이 쓰여 거울 앞에 자리를 잡고 반복 연습을 했다.“강연아.”그녀를 부르는 목소리에 강연이 고개를 돌렸고, 하경이 극본을 들고 피곤한 얼굴로 들어서는 게 보였다.“지금 시간 괜찮아? 대사 한번 맞춰보는 게 어때?”하경의 물음에 강연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나도 연습하고 싶었어.”두 사람은 짧게 대사를 맞춰보았고 드디어 호흡이 얼추 맞춰갔다. 인상을 찌푸렸던 강연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수고했어, 고마워.”강연이 하경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고 하경도 미소를 지어 보였지만 얼굴이 조금 굳어있었다.“강연아, 전서안 씨랑 친해? 전에 물었을 땐 잘 모른다고 했잖아.”강연이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했다.“그저 그런 사이야.”강연은 하경의 질문이 불편했다. 비록 전에 친구 사이였다고 해도 이런 사적인 일을 주고받을 정도로 친하지는 않았었다.그리고 강연은 하경의 시선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너 왜 그래?”하경이 낮은 소리로 물었다.“왠지 날 피하는 것 같은데?”강연이 입술을 매만지며 말했다.“아니야. 그냥 이런 질문받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그래.”“그래? 그럼 묻지 않을게.”하경이 바로 말을 이었다.“우리 예전처럼 편한 사이로 돌아가면 안 될까? 그게 촬영에도 더 좋을 것 같아서 그래.”강연은 이상한 눈길로 하경을 쳐다보았다.진지하게 이런 말을 한다니 이해가 잘되지 않았다. 하지만 일은 해야 했으니, 강연은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예의상 미소를 지었다.“그래.”하경은 드디어 미소를 되찾으며 예전의 상태로 돌아왔다.“오늘 저녁 시간 돼? 저녁 같이 먹으면서 대본 맞춰보고 싶은데.”강연
사진 속 강연은 아직 애티가 났다.파란색 계열의 교복을 입고 정면을 바라보는 강연의 얼굴에는 활기가 넘쳤다.이건 3년 전 사진이 아니었다. 솔직히 말한다면 강연 스스로조차 정확히 어느 해였던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더 분명한 건, 이 시절의 그녀는 전서안을 모른다는 것이었다.‘서안 오빠가 왜 내 옛날 사진을 갖고 있는 거지?’강연이 사진을 바라보며 멍하니 있는데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고개를 돌리자, 서안이 방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아직 드라마 속 교복 차림에 메이크업도 지우지 않은 상태라 텔레비전에서 막 뛰쳐나온 것 같았다.“나 젊은 동학들, 풍채와 재질이 한창 피어나고, 서생의 기개 줄기차게 떨칠 때라.”강연은 더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눈꼬리를 예쁘게 접었다.“내 남자 친구 너무 멋있다!”서안은 살짝 득의양양해진 모습으로 강연에게 걸어갔다. 그러나 강연의 손에 들린 사진을 확인하고 조금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너...”“왜 이 사진을 갖고 있냐고 묻고 싶은 거죠?”강연이 손을 휘휘 저으며 물었다.“솔직하게 말해요. 이 사진 어디서 난 거예요?”서안은 아무 말없이 침을 꿀꺽 넘겼다.그는 더 이상 앞으로 다가가지 못하고 제자리에 멈춰 조용히 주먹을 꼭 쥐었다.“왜 그래요? 왜 그렇게까지 긴장하는 거예요?”강연이 조금 놀란 듯 물었다.“설마 훨씬 전부터 날 좋아했던 거예요?”서안은 여전히 말이 없었고 얼굴이 창백해졌다.“아니죠? 에이 설마.”강연은 사진을 손에 쥐고 천천히 다가가 서안의 앞으로 얼굴을 내밀었다.“전서안 도련님, 대체 언제부터 날 마음에 품었던 거예요? 이거 정말...”강연은 잠시 뜸을 들였다. 어떤 수식어로 지금 마음을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두 주먹을 꽉 쥔 서안은 고개를 푹 숙였고 가슴이 따끔거리며 아파졌다.‘강연은 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이거 정말 어떻다는 거지?’‘무서워?’‘변태 같아?’‘아니면 역겨워?’서안은 가슴이 아파오고 마음속 짐승도 덩달아 불안해졌다.그녀의 입에서 어
전서안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눈가가 시큰거리는 게 느껴졌고 조용히 물었다.“이런 날 원망해?”“변태처럼 몰래 훔쳐보고 네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 지켜봤잖아.”“이런 날 떠올리면 무섭지 않겠어?”전서안의 말을 들으며 강연은 살짝 인상을 찌푸리다가 진지하고 정중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이 물음이 전서안에게 있어 일생일대의 중요한 일인 것처럼.강연은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며 물었다.“내 몰카 자주 찍었어요?”전서안은 고개를 저었다.행여나 강연의 일상에 피해를 줄까 두려워 그냥 멀리서 묵묵히 응원만 했었다. 그 사진은 서안이 병에 걸려 정신이 피폐해질 때 감정을 가라앉히기 위해 김성재가 몰래 사람을 시켜 찍어온 것이었다.그러나 그 사진은 그날 이후로 언제나 서안의 옆을 지켰고 절대 버릴 수가 없었다.강연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또 한 번 물었다.“내 물건을 수집한 적은 있어요?”서안은 또 고개를 저었다.“내 인생에 멋대로 개입한 적은요?”서안은 잠시 침묵하다가 고개를 저었다.“날 다치게 한적은요?”서안은 당차게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내가 어떻게 너를 다치게 하겠어. 차라리 내가 죽고 말지.’강연은 손가락 하나하나 접으며 말했다.“봐요, 첫째 내 인생에 멋대로 개입한 적 없어요. 둘째, 듣기에 거북한 취미도 없고. 셋째, 날 다치게 한 적도 없는데 날 구해준 적은 있어요. 이렇게 보면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요?”“누구한테 첫사랑은 있는 법이에요. 멀리서 바라만보고 묵묵히 지켜주고, 조심스럽게 짝사랑하면서 매너 있게 선은 한 번도 넘지 않았잖아요.”“그런데 왜 내가 서안 오빠를 원망할 거라고 생각해요? 왜 스스로를 변태라고 생각하냐고요?”강연은 진지한 얼굴로 서안을 바라보며 말했다. 강연은 서안의 모든 걸 품으며 서안을 조심스레 저만의 세상에서 끌어내 오려 했다.며칠 전 수아가 서안의 병을 말해준 뒤로 강연은 더 마음을 썼다.강연은 서안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어졌고 진정한 의미로 그를 살리고 싶어졌다.순수하지만 당차고, 부드럽
강연과 전서안은 식사를 마치고 대기실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서안은 옆에서 서류를 정리하고 있었고, 강연은 서안의 싱글 침대에 누워 익숙한 체향을 맡으며 몰래 얼굴을 붉혔다.하지만 서안은 이런 상황을 전혀 알지 못한 듯 진지한 얼굴로 조용히 키보드만 두드렸다.노트북 밝기가 서안의 얼굴에 반사되고 차갑고 잘생긴 얼굴이 드러났으며 강연은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드디어 시선을 느낀 서안이 고개를 돌려왔다.“왜? 잠이 안 와?”강연은 바보 같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서안이 자신을 향한 시선이 부드럽다는 걸 의식한 후로는 바보 같은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이에 서안은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고 노트북을 내려놓고 고개를 돌렸다.“왜? 안아줄까? 그럼 잠에 들 수 있겠어?”강연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얼굴만 붉혔다.“아니요!”그리고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은 강연은 부끄러움에 몸부림쳤다.서안은 풋-하고 웃음을 터뜨렸고 부드러운 표정을 한 서안이 말했다.“착하지, 잠시 눈 좀 붙여. 그럼 오후 컨디션이 좋아질 거야.”강연은 이불속에서 고개를 끄덕였고 몸을 작게 웅크린 뒤 잠에 들 준비를 했다.서안은 빠르게 업무를 마치고 전씨 가문 비서에게 이메일로 내용을 전송했다.노트북을 내려놓은 서안은 침대 옆으로 다가가 털썩 앉았다.강연은 이미 깊은 잠이 든 뒤였고 복슬복슬한 작은 머리가 이불속에서 쏙 나와 있었다. 백설처럼 하얀 피부와 오뚝한 코, 꼭 감은 두 눈과 길고 가지런한 속눈썹, 그리고 균일하게 오르락내리락하는 몸.서안은 절로 숨이 가빠지고 고개를 숙여 그녀의 이마에 키스했다. 키스를 한 서안의 얼굴에는 행복이 가득했다.그때 핸드폰이 갑작스레 울렸고 서안은 강연을 먼저 살피고 깨지 않았다는 걸 확인한 뒤에야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김성재가 보내온 메시지였으며 약을 먹는 시간임을 알려주었다.서안은 메시지를 무시하고 핸드폰을 내려두었다.세상 모든 약은 헛수고였다. 오직 강연만이 서안의 해독제였다.그리고 강연만 옆에 있다면 병은 반드시
온라인 댓글 창에도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네티즌들이 댓글을 쏟아냈다.빠르게 정신을 차린 진행자가 술렁이는 사람들의 반응에 말을 보탰다.“다들 잊으셨나요? 강연 님께서 또 좋은 소식도 전하겠다고 하셨습니다.”그 말에 사람들이 다시 집중했다.이어 사람들은 숨소리를 가다듬었고 강연의 목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저와 전서안 씨는 멀지 않아 곧 결혼할 예정입니다!”“!!!”[와아아아! 이날만을 기다렸다고!][엉엉 우리 강전 커플이 드디어 결혼하는구나! 정말 눈물이 앞을 가려. 두 사람이 걸어온 길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고.][행복하세요! 두 사람 꼭 평생 행복해야 해요!]무대 아래 환호 소리가 이어지고 어느새 시상식 전체가 떠들썩하게 들려왔다.강연은 이 광경에 고개를 돌려 무대 뒤의 서안과 시선을 마주했다.드디어 결혼....9월 8일, 결혼에 적합한 어느 날.사회부, 경제부 기자는 물론 연예 기자까지 총출동했다.각종 포털에서 수아와 안택, 그리고 강연과 서안의 성대한 결혼식에 대한 기사를 앞다투어 보도했다.최고 재벌가인 강씨 가문의 두 공주님이 결혼하는 날, 더구나 결혼 상대 역시 만만치 않은 대단한 청년. 한국에 있어 수백 년 가도 한번 볼까 말까 한 성대한 구경거리였다.커다란 식장에 손님들로 붐비고 컬러 풍선이 이곳저곳에 날아다녔다. 꽃으로 뒤덮인 예식장과 레드카펫은 식장 처음부터 끝까지 펼쳐졌다.강씨 가문, 전씨 가문, 그리고 안택의 가족 모두 유명한 가문이었으므로 상업게, 정치계의 유명 인사들이 대거 출동했다.그렇다 보니 경찰 인력도 많이 투입되어 치안을 유지했다.이번 결혼식에는 그 어떤 매체도 초대하지 않았고, 다만 직접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했다. 그리고 주요 매체들과 협력해 다들 생중계를 퍼 나를 수 있도록 했다.그렇게 만인의 주목 아래 결혼식은 성대하게 치러졌다.수아와 강연의 드레스는 F 국왕실 전용 재단사가 시간과 심혈을 기울여 한땀 한땀 수놓은 것이었다.두 사람이 개인 헬기에서 내리고 결혼식장에 모습을
강씨 가문은 또 한 번 침묵에 빠졌다.세 언니 중 나이란은 이미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청아와 예은은 애써 눈물을 참고 있었다.그러자 감동에 젖어있던 강씨 세 형제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지금 다른 남자 때문에 우는 거야? 날 앞에 두고?’그러나 세 형제가 화를 낼 차례는 주어지지 않았다. 강현석이 몸을 일으켰기 때문이었다.강현석은 앞으로 다가가 훌륭한 두 청년의 어깨를 두드렸다. 몇 년 사이 조금 늙어버린 강현석은 어느새 상권을 주름잡던 그 모습이 사라졌다.“앞으로, 내 보배 딸을 잘 부탁하네.”안택과 서안의 얼굴에 기쁨이 번졌다.두 사람이 반응하기도 전에 강현석은 이미 자리를 벗어났고, 어느새 도예나가 강현석의 옆자리를 지켰다.도예나는 고개를 돌려 어느새 다 큰 자식들과, 대단한 두 사위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축하하네.”그리고 도예나는 강현석의 손을 잡고 거실을 벗어나 자리를 비켜줬다.거실은 잠시 침묵하다가 격동의 비명이 들려왔다.“아아아 드디어 성공했어!”“축하해! 드디어 결혼하네.”“두 공주님이 왕자님을 찾아가는 것 같아 너무 보기 좋아.”강씨 가문에는 웃음소리가 이어졌다.2층 베란다에서.강현석은 집 밖의 풍경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도예나와 시선을 마주했다. 서로를 바라보는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우리 아이들이 이제 다 컸네요.”...그리고 시상식은 예정대로 거행되었다.강연의 “아기” 사건으로 대부분의 매체가 시상식 앞을 채웠다. 게다가 인원을 계속 보충해 이 파격 소식을 맞을 준비를 했다.무대 위 강연이 트로피를 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그리고, 아주 중요한 좋은 소식을 전해드리려고 합니다.”그 말이 들리고 인터넷은 아예 서버가 막혀버렸다.무대 아래 모든 배우와 매체, 그리고 팬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 소식을 들으려고 했다.“강연 님! 드디어 전서안 씨와의 결혼 사식을 밝히려는 겁니까?”무대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의 기자가 앞으로 달려가지 못해 안달인 듯 외쳤다.“다들 급해
“아버님, 안녕하세요!”안택과 전서안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나이가 많은 안택이 먼저 한 발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아버님, 이건 제가 3년 전부터 준비해 온 겁니다. 제 명하의 모든 재산, 가족 기업 주식, 부동산, 땅, 주식 등 모든 걸 수아의 이름으로 전환했습니다. 과거, 현재, 미래에서 제가 가진 모든 것, 제 목숨을 포함한 모든 것은 수아의 소유입니다.”그 말을 들은 수아가 깜짝 놀라 입을 딱 벌렸다.모든 재산을 본인의 이름으로 돌리다니. 안택은 수아에게 단 한 번도 이 사실을 밝힌 적이 없었다. 다만 묵묵히 행동으로 움직였다.“아버지...”수아가 강현석을 바라보는 눈빛은 어느새 촉촉해졌고 어쩔 줄 몰라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가족을 제외하고 수아를 위해 이렇게 모든 걸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오직 안택일 것이다.묵묵히, 그리고 뜨겁게. 겉이 아닌 깊숙이까지 수아를 사랑했다.세훈은 안택이 건넨 문서를 읽더니 다시 강현석에게 넘겼다.강현석은 몇 장 넘기다가 깊은 고민에 잠겼다.그리고 아무 말없이 수아를 다독이다가 안택을 향해 말했다.“물어보고 싶은 게 세 가지가 있다네.”안택이 바로 대답했다.“편하게 말씀하세요.”“선택의 갈림길에 섰을 때, 자네의 사업과 내 딸을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질문을 들은 안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고민하지도 않고 답했다.“제 사업이 아니라, 제 목숨으로 수아의 목숨을 구한다고 해도 수아를 선택할 겁니다.”“그렇다면 자네 가문과 내 딸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강현석이 계속해서 물었다.“그래도 수아를 선택하겠습니다. 제 가문은 이미 수백 년의 역사가 있습니다. 충분히 많은 우수한 자녀가 가문을 이어받을 수 있고 제가 굳이 나설 일은 없습니다.”안택이 대답했다.“그렇다면, 자네 부모님과 가족은?”강현석이 안택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천천히 물었다.“자네 부모, 가족들과 수아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그 물음에 안택이 잠시 침묵했다.진
동시에 제훈도 수아에게 문자를 보냈다.[아버지와 어머니가 계신 건 바로 옆 동네야. 2시간도 안 되는 거리에 계셨던거야.]...‘역시!’차가운 인상의 수아가 살기를 드러냈다.‘그래요, 아버지. 이번에는 어디로 숨을 수 있을지 두고 보자고요!’스타일링을 마친 강연이 시간을 확인하자 시상식과 2 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다.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30분 정도 남겼다.그리고 수아는 몰래 서안과 안택을 불러 아버지 강현석이 들어오기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그 옆에는 흥미진진해 보이는 얼굴을 하는 세훈 부부, 세윤 부부, 그리고 제훈 부부가 있었다.강씨 두 자매의 노력 아래 세 언니는 이미 제 편으로 만들었고 두 사람의 결혼을 응원했다.이어 세 언니를 편에 끌어들이고 나니 세 오빠도 한 편으로 되었다.강씨 자매는 정말 아버지가 돌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그러자 강현석과 도예나가 대문을 넘어서는 즉시 “포위” 당해버렸다.세 언니는 도예나를 이끌고 거실로 들어갔고, 강현석은 두 딸에 의해 양팔이 포위당한 채로 소파에 앉았다.세 아들은 각각 다른 퇴로를 맡고 강현석이 도망갈 수 없게 했다.이어지는 건 두 자매의 맹공격!“아버지! 우리 이제 다 컸으니 제발 각자의 행복을 찾을 수 있게 해주세요!”“그래요. 아버지! 우리가 보아 같은 귀여운 아이를 낳아 아이들이 외할아버지라고 부르는 걸 듣고 싶지 않으세요?”“아버지, 계속 미루다가는 보배 딸들 다 늙어요!”두 딸의 이어지는 애교 세례에 강현석은 정신이 혼미해졌다.“잠, 잠깐만!”아직 상황 파악이 되지 않은 강현석이 물었다.“송이가 임신해 아기가 있다는 말은 대체 뭐냐?”수아와 강연이 눈을 마주했고 강연이 머리를 쳐들며 말했다.“지금은 없지만, 원하면 언제든지 생길 거예요!”강현석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말을 꺼낸 강현석이 기침을 연신 해댔다.“아버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수아는 미소를 지으며 위로했다.“이건 시작일뿐이에요. 동생에게 생길 거면 나도
직원의 목소리는 생방송을 타고 큰 파동을 일으켰다.[강연 여신님에게 아기가?][전서안이 아버지가 되는 거야?][거봐, 내 말이 맞잖아. 두 사람이 몰래 결혼했다니까?][두 사람의 결혼을 왜 생방송으로 틀지 않은 거야!!!]생방송 댓글이 뒤집어지고 있는 걸 강연은 전혀 알지 못했다.“우리 집 보배 아기니까 잘 부탁드려요.”댓글은 더 난리가 벌어졌다.[????][!!!!]각종 의문 기호가 화면을 가득 채우고 강연과의 통화가 끝난 뒤에도 댓글은 끝나지 않았다.네티즌들은 감동에 북받쳐했다.시상식 관계자가 이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늦어버렸다. 이미 실시간 검색어가 초고속도로 상승 중이었다.클릭하면 팬들이 꺅 꺅-하며 환호하는 댓글이 넘쳤다.두 사람이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좋은 감정을 이어가자, 처음에는 받아들이지 못했던 팬들도 서서히 인정했다.그사이 강연의 성장은 아주 놀라웠다. “그 시절, 우리는” 드라마를 통해 여자 신인상을 받더니 “스파이”를 통해 여우주연상까지 차지했다.그 이후로 찍었던 영화도 모두 훌륭한 성적을 받아냈다.오늘 밤 시상식에서도 그중 한 영화로 상을 받기로 되어있었다.서안과 강연은 이제 신분이면 신분, 외모면 외모, 인품이면 인품, 경력이면 경력, 모든 게 어울리는 한 쌍이 되었다.두 사람의 성장을 지켜보고 과거 이야기까지 전해 들은 후로는 두 커플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과반수를 이뤘다.그러니 오늘 이 깜짝 뉴스에 다들 격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것이었다.유독 전서안 본인과 강씨 가문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심정이었다.수아 때문에 도피 중이었던 강현석이 가장 먼저 가족 톡방에 모습을 드러내며 질문을 쏟아냈다. 강현석도 적지 않게 놀란 모습이었다.[그 자식이 내 보배 딸을 임신시켜?][정말 하늘이 두 쪽 나도 불가능한 일이지!]스타일링을 받던 강연은 미처 소식을 전해 받지 못했고 수아가 답장했다.[아빠, 휴가 중 아니었어요? 신호가 나빠서 연락
강현석은 여자는 안정된 직장이 있거나, 든든한 가족이 있다면 한평생 행복할 것이다, 라는 말을 자주 했다.더구나 강현석은 절대 자신의 아이디가 아닌 아내 도예나의 핸드폰으로 그러한 글을 남겼다.그래서 초반에는 강씨 형제들이 어머니마저 결혼을 반대하는 게 아닐까 싶어 두려움에 떨었었다.하지만 제훈이 아버지의 계정을 해킹해 글을 어머니의 아이디에 옮겨 전송한 것임을 알아냈다. 그제야 강씨 형제는 안심했다.장인어른이 사위를 어려워하는 건 당연했다. 그건 시어머니와 며느리와 같은 이치였다.하지만, 이 집안에서는 아버지와 딸들의 투쟁으로 조금 바뀌었다.두 사람의 투쟁은 어느새 3년 가까이 이어졌다.눈 깜짝할 사이에 18살 소녀 강연은 21살 아리따운 여인이 되었다.아버지와의 오랜 투쟁 끝에 강연과 서안은 약혼식을 마쳤고 연예계 공식 커플이 되었다.그리고 세훈, 세윤, 제훈은 모두 결혼을 마쳤고 단란한 가정을 차렸다.세훈에게는 두 살배기 귀여운 아기도 생겼다.나이란도 임신했다. 어느새 막달에 진입한 나이란은 동그랗게 나온 배를 안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좋아했고 세윤이 깜짝 놀라며 옆에 바짝 붙어 곁을 지켰다.제훈과 예은은 신혼여행을 떠났다. 예은은 아이보다는 사업에 더 비중을 둘 생각이었다. 제훈도 아기 욕심이 급하지 않았으므로 두 사람은 다행히 의견 차이 없이 합의를 보았다.이제 수아만 남겨졌는데, 매일 오빠들과 동생을 보는 눈빛에 큰 원망이 담겨있었다.세 오빠는 결혼하고 동생도 약혼식을 올렸는데, 안택과 저만 덩그러니 남겨져 버렸다. 가장 빨리 청혼하고 모든 사람들이 두 사람의 관계를 알았으나 결혼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수아도 강연처럼 투쟁을 거쳐 약혼하려고 했으나 한번 당한 강현석이 또 당할 리가 없었다. 어머니와 함께 다시 세계 여행을 떠난 뒤로 종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그래서 매번 오늘 같은 순간이 찾아오면 연주회 준비 때문에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 자신을 원망했다.“괜찮아요. 전 늘 여기 있을 거예요.”안택이 수아를 다독였다. 수
이연수의 미소는 진심을 담았다.강연을 돕기로 마음먹었던 건, 강연이 실제로 좋은 사람이었던 이유가 있었고, 오디션 현장에서 자신의 실력으로 배역을 따내겠다는 그 모습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었다.자신이 건넨 도움이 기회가 되어 돌아와 이연수는 기쁘기도 놀랍기도 했다.이연수의 말을 들은 강연도 마음이 따뜻해졌다.다들 연예계는 신경전이라 모두 힘들게 살아간다고 생각할 것이다.하지만 이곳에는 꿈을 좇는 이를 응원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결국 모든 건 사람이 하기 나름이며 사람이 있는 곳에는 따뜻함과 진심이 있기 마련이었다.강연은 차근차근 촬영을 해나갔다.강씨 형제들의 연애도 순항 중이었다.세훈은 입이 귀에 걸린 채로 결혼을 준비하고 있었고 송청아 역시 적극적으로 자기 뜻을 보이며 함께 상의하며 결정했다.둘의 공통된 의견은 결혼식은 성대할 필요가 없으며 따뜻하고 오래 기억에 남아야 한다는 것이었다.둘째 세윤은 아직 결혼할 “자격”이 없었으므로 조급해할 필요가 없었다.그래서 요즘 새로운 취미인 맛집 탐방을 시작했다.나이란 역시 먹짱이었는데 세윤이 앞서 맛집을 개발하면 나이란과 함께 찾아 음식을 먹었다. 그러다 보니 짧은 보름 안에 살이 3킬로나 쪄버리고 말았다.그러자 강연과 통화를 하거나 만날 때면 나이란은 항상 30분 동안 찡찡거렸다.“강연아!! 나 3킬로가 쪘다고! 다이어트 할 거야. 다시 안 먹어! 엉엉!”강연은 나이란의 다부진 몸매를 보며 웃음을 참았다.“아니야 어디 뺄 데가 있다고 그래? 우리 세윤 오빠는 딱 너 같은 여자를 좋아한다고.”“정말?”나이란이 의심 가득한 눈초리를 드러냈고 잠시 고민에 잠겼다.그렇게 강연은 드디어 조용한 대기실을 되찾을 수 있었고 대본을 읽으며 다음 촬영을 준비할 수 있었다.셋째 제훈은 열애 중이었다. 하루가 멀다고 송예은을 찾아 데이트했다.송예은이 촬영이 있는 날이면 촬영 장소를 찾아갔고, 선남선녀가 나란히 있는 모습은 시선을 끌었다.그러자 평소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한 제
안티 팬들의 예상과는 달리 신인 배우 강연의 연기는 정말 그 캐릭터 본연의 매력을 연출했다. 자본을 쏟아부어 배역을 따내는 연기가 아닌 캐릭터 스스로가 된 듯한 연기였다.초반에는 학생들과 두루 어울리는 부드럽지만 강인한 소녀였지만, 적군에게 잡혀 처형장으로 나갈 때의 강렬한 정신과 격앙된 태도는 반전을 자아냈다. 백연주의 경험과 강연의 연기는 수많은 애국열사를 대표했다.강연은 선인들의 정신을 캐릭터에 쏟아부어 어리지만 용감하게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 연기를 녹여냈다.처형장으로 가는 길에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옅게 지어내는 미소... 그리고 총소리가 들리고 누군가 쓰러져도 여전히 높은 위치에서 자리를 지키는 태양.그 장면 속 강연의 미소는 많은 사람들의 감동을 자아냈다.예고편을 모두 보고 나서야 사람들은 이 대단한 “백연주” 역을 강씨 가문 “공주님”인 강연이 맡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처음에는 경악하다가 이어 찬사가 이어졌다.강연은 정말 실력이 있는 배우였다. 이연수를 비롯한 배우들의 글도 모두 사실이었다.그들은 그제야 안티팬들의 선동에 넘어갔던 걸 깨달았다.진실이 드러나고 사람들은 강연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고 호감도 생겼다.[언니 연기는 정말 대단해요. 영원히 함께할게요!][언니 힘내세요! 차세대 연기 대상은 언니꺼에요!]...강연을 향한 찬사 목소리가 높아지고 송 감독은 때를 놓치지 않고 마지막 한 발을 발사했다.“스파이” 공식 홈페이지에 오디션에서 “이가을” 연기한 강연의 촬영분이 공개되었다.이 오디션 영상의 공개는 온라인을 또 한 번 들끓게 했다.“백연주”를 통해 강연의 연기 재능을 미리 맛볼 수 있었는데 “이가을”처럼 복잡한 캐릭터에 대한 연기도 완벽하게 소화를 하자 네티즌들은 두손 두발을 모두 들게 되었다.[정말 무서운 연기 괴물이야!][역시 연기의 신 전서안이 마음에 둔 여자는 달라도 달라.]그렇게 온라인 소동은 막을 내렸다. 강연은 사람들의 호감도 사고 차세대 연기의 신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강연은 빠르게 “스파
“뭔데? 무슨 반전?”송 감독이 재빠르게 물었다.“우리에게 편이 생겼어요!”“무슨 편? 지금이 언젠데 아직도 네 편 내 편을 나눌 여유가 있는 거야?”송 감독이 눈을 부라리며 물었다.“아니요! 이걸 좀 보세요! 사람들이 직접 나서서 강연 씨를 위해 해명하고 있어요! 우리가 섭외한 것도 아닌데 먼저 나선 거라고요!”“뭐라고?”송 감독이 바로 몸을 일으켰다.“줘 봐.”그러자 스태프가 빠르게 핸드폰을 건넸고 홈페이지의 댓글이 순식간에 늘어나고 있었다.[배우 이연수: 저는 강연 씨와 함께 촬영했었습니다. 강연 씨는 정말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에요. 절대 갑질한 적도 없으며 연기를 묵묵히 소화해 내는 천생 배우였어요. 이런 재능을 저희는 아주 부러워했는걸요.]그리고 이연수는 짧은 동영상을 함께 게재했는데 “그 시절, 우리는” 작품에서 강연의 촬영분이었다.“감독님, 이 여배우는 ‘그 시절, 우리는’ 작품의 배우인데요, 강연 씨와 사이가 좋은가 봐요. 이분이 직접 나서자 적지 않은 배우들이 함께 참여했어요. 조연 배우들이라 주연 배우들만큼 임팩트가 큰 건 아니지만 오히려 더 진실성 있게 다가간 것 같아요.”그건 사실이었다.요즘 사람들은 여론에 빨라 어느 유명한 배우가 이런 글을 남겼다면, 오히려 소속사에서 지시한 것이겠니 하고 생각했다.하지만 조연 배우, 스태프, 그리고 촬영 알바생들과 같은 사람들이 남긴 글은 진정성이 넘쳤다.더 중요한 건 그들이 던진 작은 돌멩이는 잔잔한 파도에 티 나지 않는 파울을 남겼고, 이는 사람들의 반감을 사지 않았다.배우가 네티즌들의 호감을 어느 정도 산 다음, 이제 주연 배우와 촬영팀이 나서야 할 때가 되었다.모든 건 걸쳐야 할 과정이 있는 법이었다.빠르게 읽어 내려간 송 감독의 표정이 밝아졌다.“휴, 드디어 목숨은 유지할 수 있게 되었어. 전서안 그 자식이 두려워서 어디 살 수 있겠나, 참.”“송 감독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이해가 되지 않은 스태프가 되물었으나 송 감독은 수염을 내리쓰며 덤덤하게 말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