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옥안의 염옥정, 서문공양자, 북궁공양자 등 세 명의 종사지상은 동시에 뛰쳐나가 일제히 외치며 3가닥의 음파는 순간 뭉치더니 맨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는 소리파도를 형성하여 전장웅을 미친 듯이 공격하였다. 음파 대 음파!그들은 비록 음율에 대해 알지 못했고 음파수법에 대해서도 능하지 않았지만, 종사 지상으로서 체내의 내진을 불러일으켜 인후를 진동시키면 마찬가지로 놀라운 음파공세를 펼칠 수 있었다. 그렇지만…“쌀알 같은 공세로 내 앞에서 빛을 뿌리려고?”정원 문밖의 나무줄기 끝에 전장웅은 일대 서로 싸우고 있었지만, 추호도 힘들어하지 않았고 되레 광적인 웃음을 짓더니 “종사왕자, 무성전신! 경계마다 새로운 세상이야!”“나의 반 발짝은 이미 전신의 문턱에 진입하여 너희 네 잡놈의 실력으로 어찌 내 진옥천음을 흔들 수 있겠느냐? 생사를 모르고 함부로 덤비는 이것들아! 무엇이 진정한 절망인지를 한번 제대로 느껴보도록 하마!”말이 떨어지는 동시에 손가락은 봉미고금에 가볍게 얹더니 손가락의 혈색은 미세하게 반짝이었다.웡!고금 소리는 울려퍼졌다. 형체가 있고 유형 유질의 음파는 공기를 가르며 곶은 흔적을 그리면서 고금 연주와 함께 염진의 가슴팍까지 돌진해 갔다. 음으로 칼을 형성하여 없던 것으로부터 있게 만들었다. 이미 전신의 최강수단에 속해있었고 전신 영역 버금으로 가는 수법이며 일반적인 무성을 제거할 수 있어 무성지상이라 하여도 중상을 입을 수 있었다. 웡!염진의 가슴팍에는 무형의 기진이 점차 확산하더니 그중에는 한 여자의 숨결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비할 데 없이 부드러운 귓속말같았고 전장웅의 필사기를 한 번에 해결하였다. “고유란?”200미터 밖의 큰 나뭇가지 끝에 전장웅의 귀는 미세하게 움직이더니 염진의 가슴팍을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눈길에는 갑자기 빛나기 시작했다. “고유란이 남긴 물건이 바로 너의 가슴팍에 숨겨져 있었구나!”그는 제대로 알아맞혔다. 염진은 서서히 고개를 떨구고 옷자락 밑으로부터 연두색 옥패를 꺼내었다. 위에는 날개 펼치
“한설아!”같은 이 시각, 염진은 무언가를 의식하더니 당옥에서 뛰어내려 한설의 손목을 잡고 낮은 목소리로 “이러지 마! 나를 위해…이럴 가치가 없어!”가치가 있든 없든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야!정원 문밖의 나무에 있던 전장웅은 남녀 사이의 사랑 이야기에 대해 아무 흥취를 가지지 못하고 다시 한번 고금에 손을 얹더니 연거푸 차갑게 웃었다. “옥패를 보게 되었으니 더 이상 살려두지 않아도 되겠구나. 너희 염씨가문을 멸망시키고 내가 손수 가져오면 되니까!”“염진, 염옥정, 서문당, 북궁야 그리고 한설! 너희 5명의 페물들아, 나에게 목숨을 바쳐!”쩡!손가락은 움직였고 고금소리는 울려퍼졌다. 연거푸 5가닥의 음파칼날은 마치 사신 수중의 목숨 거두는 낫처럼 공중에 5가닥의 곧은 통로를 그리면서 염진 등의 목을 잠금 조준하더니 그들의 머리를 향하여 날아갔다. 천분의 1초도 안 되는 사이에 ‘팍’하는 손가락 튕기는 소리와 함께 염진 등 사람들의 앞의 5가닥의 음파칼날은 동시에 흩어져 5개의 파도물결로 터지더니 모두의 머리카락을 훨훨 날려 아무 상처도 남기지 못하고 사라졌다. 따라온 것은 아무 감정정서도 없는 담담한 남자의 목소리였다. “내가 있는 한 누구도 염씨가문을 건드릴 수 없어!”“전씨네는 어림도 없고 흑풍 존주도 안돼. 하물며…”“넌 심지어 진정한 흑풍 존주도 아니고 그냥 사람들의 이목을 가리는 대역일 뿐이잖아.”이 목소리의 주인을 염진은 알고 있었고 한설도 알고 있었으며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었다. 전장웅이 뼛속까지 미워하는 그 이름!청해의 무관제왕, 15년전의 염씨가문의 버려진 아들, 고유란과 염진의 친혈육, 손씨그룹의 데릴사위, 염구준이었다. “대역… 방금 저자가 대역이라 하였냐?”염구준이 나타난 기쁨, 재난 뒤에 살아남은 희열… 이 모든 것이 방금 말한 정보에 비하면 놀랍지도 않았다. 염진 등이 멍해져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전장웅을 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구준… 아니, 염 선생!”“염 선생이 방금 말한 것이
“어, 이게 바로 고유란이 남긴 고대 무학인가?”전장웅이 헛웃음을 지었다. 그의 입에서 피가 철철 흘러내렸다. 그는 염구준을 노려보며 쉰 목소리로 독하게 쏘아붙였다.“천한 년, 그때 죽여버렸어야 했어...”펑, 펑, 펑, 펑!염구준은 아무 표정이 없이 천천히 깊은 구덩이로 걸어들어갔다. 염진과 여러 사람이 그가 한 주먹, 한 주먹 사람을 치는 모습을 지켜봤다.염구준은 전장웅의 가장 약한 부분만 골라 주먹을 날렸다. 그 또한 무술을 하는 사람의 중요한 경맥이다. 전신의 진력이 전장웅의 몸속으로 스며들었다. 수만 마리의 벌레가 몸속에서 전진웅의 살을 잘금잘금 뜯는 것 같았다.‘천한 년’이란 말을 내뱉는 순간, 그의 운명은 정해졌다. 전장웅은 비인간적인 고통 속에서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받게 될 것이다.낳아준 엄마를 모욕하는 건 절대 참을 수 없는 일이다!“헉, 헉헉...”구덩이 밑에 쓰러진 전장웅은 뼈가 부러지고 몸이 망가져 성한 곳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몸을 움츠리고 짐승같이 비명을 질러댔다.뼛속까지 스며드는 아픔이 그를 못살게 굴었다!‘흑풍’ 조직은 규율이 엄하고 일반인이 상상하기 어려운 고문도 있다. 하지만 그 어떤 고문도 염구준의 주먹을 넘어서지는 못했다!염구준의 주먹은 진정한 공포 그 자체였다. 영혼 깊숙이 파고드는 채찍이고 뼛속까지 스며드는 절망이다!“도대체 흑풍의 존주가 누구인가?”염구준은 끝없이 전장웅의 몸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전장웅은 뼈가 부러지고 내장이 파열되고 경맥이 부서졌지만, 심장은 여전히 가까스로 뛰고 있었다.염구준이 아무 감정이 섞이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말하면 통쾌하게 보내줄게.”“그렇지 않으면 내 주먹은 그림자처럼 널 따라다닐 것이다. 7일 내로 넌 절대 죽을 수 없어. 내가 너에게 세상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맛이 어떤 것인지 똑똑히 보여줄 테니까!”이 사람이 고유란의 아들이라고? 너무 무서운 사람이다!멀지 않은 곳에 서 있던 염진과 사람들 모두 소름이 돋았다. 특히 곁에 있던 한설이
염구준을 죽이는 게 쉬운 일인가?그는 당당한 전신전 전주다. 세계에서 가장 강한 전신, 천하무적이다!“염 전주.”300미터 밖, 흑풍조직의 존주는 굳은 몸으로 입을 열었다. 오랫동안 말을 하지 않은 듯 목소리가 많이 어색했다.“난 당신과 적이 될 생각이 없다. 하지만 우리 위치가 이러니 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 모두 그 물건을 얻어야 하는 입장이고 그 물건은 하나밖에 없으니 우리는 싸워야만 하는 사이다.”“너의 뒤에 네 아버지 염진이 있다! 우리가 싸우면 자네가 나를 죽일 수는 있겠지. 그렇지만 전투의 여파만으로도 염씨 가문을 철저히 없애버릴 수 있어. 염진도 살아남을 수 없어.”“그리니...”“흑풍”조직의 존주의 말이 끝나기도 전, 염구준이 헛웃음을 지으며 그의 말을 끊었다!“그래서 나더러 전장웅을 놓아주라는 말이 하고 싶은 거야?”염구준은 오른손을 내밀고 상대를 바라보았다. 그는 천천히 손을 모았다.마치 진정한 천신이 강림한 듯, 그는 패기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누구인지 알면 잘 알 것이다. 같은 전신이지만 왜 내가 가장 강한지!”“그 답은...”“열려라!”따다닥!염씨 가문을 중심으로 천 미터 이내, 모든 이상함이 사라졌다. 시간은 다시 흐르기 시작했고 공기도 흐르는 것 같았다...흑풍조직 존주가 펼친 전신의 영역이지만 염구준이 한방에 부숴버렸다!“최강 전신, 역시 최강 전신 답네. ‘파자결’을 터득했다니.”300미터 밖에 있던 흑풍조직 존주가 몸을 가볍게 흔들었다. 입가에는 검붉은 핏자국이 남겨졌다. 그는 멀리 구덩이 밑바닥에 있는 전장웅을 바라보며 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전 호법자, 최선을 다했지만 염전주의 실력은 너무 강하네. 나도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그러고는 염구준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자리에 남아 흔들거리는 몸은 분명 그림자일 뿐이다. 사람은 벌써 도망갔다!“달아났어?”염구준과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던 염진이 앞으로 다가서더니 의아해하며 말했다.“구준... 아니, 염 선생,
엄마...“난 엄마의 아들이야. 당신이랑은 아무 상관이 없어!”염구준은 차가운 눈으로 염진을 노려봤다. 그는 차갑게 말했다.“15년 전, 염씨 가문에서 쫓겨난 순간부터, 난 염씨 가문이랑 남남이야. 우리는 서로 다른 길을 걷는 사람이지!”부자지간의 오해가 이리도 깊었나?가까운 곳에서 지켜보던 한설이 입술을 깨물려 눈물을 흘렸다. 그녀가 다가가 염구준을 보며 흐느껴 울었다.“구준아, 넌 고귀한 전신전 전주이니 좋은 것만 누리고 살겠지. 그동안 네 아버지가 얼마나 널 그리워했는지 아니?”“그때는 염씨 가문을 지키기 위해 치욕을 참고 우리 가문이랑 연을 맺은 것이다. 그래서 널 집 밖으로 내보낼 수밖에 없었고. 넌 네 아버지가 정말 가족을 버리는 그런 나쁜 놈인지 아니?”“네가 틀렸어, 네가 오해한 거야!”“그때 북방의 모든 명문이 다 알고 있었지. 유란언니가 지고무상의 무도 비적을 가지고 있다는 걸 말이야. 수십 개의 세력이 그 비적을 가지기 위해 싸우는데 널 집에 놔두면 네가 그 표적이 돼. 네가 유란언니의 유일한 아들이니까!”“잘 생각해 봐. 만약 네 아버지가 너에 대한 정이 없었으면 그 비적을 너에게 줄 이유가 없지 않니? 정말 널 포기했다면, 9살밖에 안 된 아이가 어떻게 혼자 살아남을 수 있었겠어?”“우리가 결혼한 지도 벌써 15년이다. 그동안 우리는 한 번도 부부인 적이 없었어. 네 아버지는 언니의 옥패를 가까이 두고 한시도 내려놓지 않았어! 네 아버지 마음속에는 너랑 네 엄마밖에 없다고!”그녀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염진의 어깨를 안은 채 엉엉 울었다.자기가 선택한 남편, 염진이 지난 15년 동안 얼마나 고통스럽게 살아왔는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 순간, 한설은 더는 참지 못하고 모든 감정을 드러내고, 가슴 찢어질 듯이 울었다.한설은 아이에게 그의 아버지는 절대 그를 포기하지 않았다고 알려주고 싶었다.이게 15년 전의 비밀인가?그렇구나!그래서 엄마가 죽기 전에도 염진에 대해 나쁜 말 한마디가 없었구나. 오히려
“그리고 아주 중요한 게 있는데 옥패마다 아주 특별한 무도 공법이 적혀있어. 그걸 하나라도 배우면 무도 전신이 될 수 있지! 그런 옥패를 다 모아야 무덤을 열 수 있으니 그 안에 얼마나 엄청난 보물이 있겠어!”무덤...염구준이 한참 동안 무언가를 생각하다 마지막 질문을 했다.“전에 엄마한테 물었는데 엄마가 얘기해주지 않았어. 이제는 말해줘. 우리 엄마의 본가, 그러니까 고씨 가문은 지금 어디 있어?”“그건 나도 몰라.”염진이 주저없이 고개를 저었다. 거짓말은 아닌 것 같았다. “네 엄마가 말했었지, 고씨 가문에서 지키는 무덤은 비밀이라고. 게다가 그건 딸들만 물려받을 수 있는 일이야. 너희 엄마도 깊은 건 잘 몰라.”“하지만...”“네 엄마를 처음 만난 데가 지금의 서북쪽이었다. 거기에 수도 없이 많은 광산이 있는데, 염씨 가문이 번창할 수 있었던 것도 거기서 발굴한 광산 때문이었지!”서북? 알겠다!“직접 서북에 가볼게.”염구준이 한참 동안 염진을 바라보다 한설도 훑어보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던 서문당과 북궁야를 향해 허리 굽혀 인사했다.“두 호위가 목숨 걸고 저를 지킨 은혜는 평생 잊지 않을 것입니다.”“내가 살아있는 한 두분은 안전할 것입니다. 염씨 가문에 남아서 편안히 노후를 보내세요!”두 사람의 대답을 듣기도 전, 염구준은 이미 성큼성큼 자리를 떴다!염구준의 뒷모습이 사라진 후...“어, 오빠?”한설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웃다 울었다 하며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들었어? 아까 저 아이가 서문 호위랑 북궁 호위한테 여기서 편안히 노후를 보내라고했지? 염씨 가문을 지키겠다고 했지?”“그 애가...당신을 아버지로 인정한 거지? 자기가 염씨 가문의 아이라는 걸 인정한 거야!”그런가?염진은 눈시울이 촉촉해지고 입술이 부르르 떨렸다. 곁에 있던 염옥정도 감격에 겨워 무슨 말을 하려다 갑자기 눈물을 쏟았다.“조상님, 도련님이 드디어 염씨 자제임을 인정했습니다!”“도련님이 나서면 염씨 가문
그 높은 곳에 있는 전신전 전주가 왜 주작전존을 시켜 한씨 가문을 지키게했을까? 염구준과 전주가 친구여서일까? 그리고 한씨 가문이 염구준의 친척이라 그런가?하지만 이 이유는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억지스러웠다!“주군께 감사하게. 나는 명령을 따른 것뿐일세.”붉은 갑옷을 입은 주작전존은 늠름한 자태를 뽐내며 손에 쥐어진 장검을 휘둘러 표면의 핏자국을 모두 날려보 냈다. 그리고 냉랭하게 한정천을 바라봤다.“개인적으로는 자네 가문에 아무런 호감도 없어. 하지만 주군의 명령이 있다면 개를 도와주라고 해도 무조건 따를 것이야!”주군?한정천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자기의 추측이 맞을거라고 생각하며 웃었다.“주작전존이 말씀하신 주군이라면, 세상에 적수가 없다는 전신전 전주님이겠죠?”“염구준 그 자식, 재간이구나. 전신전 전주를 움직이다니...”쏴쏴쏴!그가 염구준의 이름을 부르는 순간, 주작전존과 8명의 전왕이 동시에 장검을 빼 들고 한정천의 목을 졸랐다!“어디서 감히!”주작전존이 당황한 한정천을 바라보며 장검을 움직였다. 한정천의 목에 얕은 핏자국이 생겼다.주작전존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주상의 이름을 부르다니, 살기 싫은 거야?”뭐, 뭐라고?한정천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는 머릿속이 하얘지더니 저도 모르게 온몸을 심하게 떨었다. 그렇구나!전설의 전신전 전주, 적수가 없는 최강 전신, 전 세계를 뒤흔든 용하국의 총사령, 그가, 그가 바로 주작전존과 전왕들의 주군, 염진의 아들 염구준이다!“하하하하!”여기까지 생각한 한정천은 하늘을 우러러보며 크게 웃었다. 목에 9자루의 날카로운 칼날도 개의치 않았다!한설은 그의 친동생이고 지금은 염진의 아내다. 염진은 염구준의 아버지이니, 그럼 그는 염구준의 삼촌인 셈이지 않나.혈연관계도 없고 염구준이 절대 그를 삼촌으로 생각해 주지 않겠지만 그래도 그는 염구준보다 어른이고 계모 쪽의 삼촌이다!이렇게 강한 조카가 생기다니, 이젠 한씨 가문의 조상도 편히 잠들 수 있게 되었다. 북방
이는 가장 정겨운 고백이자 가장 냉철한 거절이었다. 그녀의 삶에는 오직 어린 구준오빠만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의 아내가 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손가을뿐이다!“신주야.”청룡전존이 전왕들을 데리고 떠날 때까지 관박은 아무 말 없이 동생을 바라보았다. 한참이 지난 후 관박은 혼잣말하듯, 죽은 관원과 말하듯이 입을 열었다.“틀렸어, 우리가 다 틀렸어. 신주가 맞았어.”“북방의 형세가 바뀐 게 아니었어. 북방은 줄곧 그의 것이었어!”관박의 말이 맞았다. 북방의 왕은 한 명밖에 없었다.그게 바로 전신전 전주, 염구준이다!그날 밤, 전신전과 동북 삼성의 순무 고청전이 손을 잡고 3대 가문에서부터 남방 청해까지, 북에서 남으로의 모든 관문을 거쳐 여러 도시의 악세력을 모두 뿌리째 뽑아버렸다.특히 청해시 향산 산기슭은 그야말로 인간 지옥이 되어버렸다.시체가 널려 있고 사람들의 팔다리가 다 부러져 피가 철철 흘러넘쳤다.“하하, 통쾌하구나!”키가 거의 2미터 되는 백호전존의 호랑이 무늬 갑옷도 이미 피로 붉게 물들었다. 그는 머리가 잘려 나간 전일준의 시체를 밟고 있었다. 두 손에 찬 합금의 호랑이 갈퀴에서는 피가 뚝뚝 떨어졌다. 백호전존의 몸에서 말이 안 되는 살기가 뿜어져 나왔는데 그야말로 먼 옛날의 절세 맹수 같아 보였다. 형세는 이미 완전히 정해졌다.반 시간도 안 되는 시간, 전일준과 그가 데려온 3명의 최강 종사, 27명의 내진 무인은 모두 백호전존의 손에 죽었다. 용준영과 정경림은 싸울 기회조차 없었다. 전세는 이미 기울었다!백호전존은 당당한 전존이다. 이런 오합지졸보다 실력이 훨씬 뛰어났다!“이, 이분은...”전투가 완전히 끝난 후, 손태석, 진숙영, 손가을과 염희주는 모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바닥에 쓰러진 사람들을 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전씨 가문에서 보낸 사람들인가?”“당신은, 구준의 친구인가? 이번에는 정말 고맙네!”친구?백호전존은 가슴이 움찔했다. 그는 손가을 가족을 향해 허리 굽혀 인사했다.“천만의
염구준이 수압의 영향을 받지 않고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베르는 당황했다.이제 손에 무기도 없어서 어떻게 막아야 할지 막막했다.“멈춰!”“당장 공격을 멈춰!”“부성주님, 조심하세요!”그 장면을 보던 반보천인 세 명은 막을 겨를도 없이 소리를 질렀다.바로 그때,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 염구준은 공격을 멈추고 지하를 내려다보았다.푸!두 사람 사이에 있는 두터운 진흙 속에서 갑자기 무엇인가 모래를 사방에 뿌리면서 올라오는 것이었다.염구준이 재빨리 진흙의 가운데를 잘라버리자 생물체가 죽었는지 바닥에 툭 하고 떨어졌다.마침 검기도 기운을 소진하여 공격을 멈추고 돌아서서 살펴보았다.“젠장, 그냥 지하에 처박혀 있을 것이지, 뭐 하러 죽으러 나왔어?”염구준이 불청객에게 짜증을 부렸다.만약 생물체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이 검에 죽을 사람은 베르였다.진흙과 모래가 가라앉자 다들 생물의 정체를 주시했다.굵기가 2미터나 되고 꼭대기에 날카로운 이빨이 수두룩하게 생긴 심해의 모래벌레였다.이 벌레는 성체가 되면 길이가 30미터에 달하고 풍부한 광물을 함유한 화산암을 먹고 살기에 이 구역에서 텃세가 특히 강했다.그리고 공격성은 형태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방어해! 이것들이 떼로 공격할 거야!”염구준은 통신기에 주의를 주고 잠시 베르를 살해하는 것을 뒤로 미루기로 했다.위험한 상황에 닥쳤으니 자기들끼리 싸운다면 사기를 떨어트리기 때문이었다.푸푸!말이 채 끝나기 전에 수많은 모래벌레들이 땅속에서 나와 무차별한 공격을 퍼부었다.일반 무술인이 한 입에 먹힌다면 바로 두 동강이 났다.반보천인 무술인들은 잠수 장비가 망가지면 심해의 수압을 견뎌야 하기에 역시 방심할 수 없었다.그러니 아무도 죽음을 무릅쓰고 공격하지 않았다.심해 모래벌레들이 신출귀몰하며 공격하자, 다들 혼란에 빠져 허둥지둥했다.그들에 비해 염구준은 다가오는 놈들을 가볍게 잘라냈다.이 벌레들은 사납지 않은데 갑자기 땅속에서 튀어나올 때 당황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염구준은 감지
싸움은 잠시 한 단락 끝났다.베르가 씩씩거리며 통신기에 대고 고막이 터질 듯 소리를 질렀다. “염구준, 왜 우릴 도와주지 않아?!”“당신들도 날 도와주지 않았잖아요.”염구준은 어처구니없는 가스라이팅을 무시하고 반문했다.베르는 이런 말로서 염구준을 각 세력의 반대편에 세워 고립시키려는 수작이었다.이제 막 대군을 지휘할 수 있는 임시 사령관을 담당하게 되었으니 위세를 떨칠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웃기지 마. 우리는 반보천인 무술인이라 다른 무술인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어. 그런데 넌 한심하게 지켜만 보고 있었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아?”베르는 정의로운 척 그의 영혼까지 고문하며 계속 나무랐다.눈치가 없는 무술인들은 정말 베르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하하하. 방금 수십 명이 넘게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렀는데도 당신은 구하러 가지 않고 도망가느라 바쁘던데요? 그 말을 하고도 양심에 찔리지 않습니까?”염구준은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이기적인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이래라저래라 간섭하는지,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또 염구준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이렇게 분석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말에 휘둘리기 십상이었다.“흥, 따박따박 말대꾸는. 누가 너 같은 놈을 낳았는지 그 어미가 궁금하다.”베르는 솔선수범하지 않으면서 말로도 밀리게 되자 인신공격을 하기 시작했다.“죽고 싶어?”그러자 염구준이 버럭 화를 내며 베르에게 검을 겨주었다.상대방이 시비를 건다면 원하는 대로 한바탕 싸워줄 기세였다.“내가 무서워할 줄 알아?”베르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커다란 방패를 들고 맞섰다.이번 행차에 스텔라성에서 실력이 있는 반보천인 네 명을 파견했기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다.쿵!염구준의 검이 방패에 닿은 순간 둔탁한 소리가 나며 베르가 뒤로 몇 발치 물러갔다.“물에서 방패를 쓰다니, 죽으려고 작정했군.”물속에서 방패의 부력이 커서 오히려 싸움에 방해가 되었다.그는 계속 검으로 공격하며 가볍게 제압했고, 뒤로
그 생물의 정체는 대왕 오징어였다.이 생물은 빛을 두려워해서 항상 심연에 숨어 있기에 과학자들은 파도에 밀려온 시체들만 주워서 연구했었다.대왕 오징어는 가장 긴 것은 40미터 이상에 달했다.염구준은 지금 상황을 보고 속으로 탄성이 흘러나왔다.“젠장, 오징어 소굴을 건드렸나?”심지어 그중에서 덩치가 큰 오징어는 전신 경지에 도달했다.마침 수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와서 다행이지, 염구준이 혼자 싸운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염 선생님, 이제 어떡해요?”통신기에서 초조한 노신기의 목소리가 들렸다.그 말 뜻은 그가 나서서 천기문의 부하들을 지켜달라는 의미였다.솔직히 그들 실력으로 이렇게 많은 대왕 오징어를 상대하기 버거웠다.“살아남아서 바다 밑 끝까지 오세요.”염구준은 한마디만 남기고 검을 휘두르며 계속 아래로 내려갔다.지금은 사방이 어두워서 대체 누가 누구인지 구분하는 것조차 어려웠고, 모두 자원해서 온 거라 그들을 책임질 의무가 없었다.“다들 최선을 다해 바다 밑으로 내려가자!”노신기는 목숨을 걸 각오로 모두에게 용기를 북돋아주었다.순식간에 각 세력은 대왕 오징어와 무차별적인 싸움을 벌였다.하지만 캄캄한 물속은 대왕 오징어들에게 유리한 곳이라 인간들은 1대1 싸움에서 얼마 버티지 못하고 참담한 희생을 치러야 했다.위기가 닥치자 베르가 긴급 공공 통신 채널을 열고 이런 제안을 했다.“이러다 다 죽습니다. 우리 모두 협력하여 살길을 열어야 합니다. 바다 밑에 도착하면 지금처럼 힘들지 않을 겁니다.”솔직히 베르도 염구준처럼 대놓고 아래로 내려가고 싶었지만 그런 실력이 되지 못했다.“찬성합니다.”“협공합시다!”각자 싸우다가 자칫하면 전멸할 수 있으니 다른 세력들도 이 제안에 동의했다.“반보천인이 앞장서고 전신 경지, 전신지상 무술인이 그 다음, 나머지는 뒤를 따라갑니다!”베르는 정예병을 살리고 나머지는 죽든 살든 상관하지 않을 생각으로 배치하기 시작했다.“공격합시다!”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다른 사람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모두가 슬픔과 공포에 빠져 있을 때 염구준이 두터운 잠수복을 입고 바닷속으로 들어갔다.간밤에 가볍게 생물을 절단하면서 그의 단전은 이미 기운으로 꽉 찼다.“염 선생이 바다에 들어갔어요.”모든 사람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으니 작은 동작이라도 이내 알아챘다.그가 갑작스럽게 뛰어드는 바람에 노신기 일행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대체 왜 저러는 거야?”“내가 앞장 설게요. 촉각이 있는 생물일 뿐, 두렵지 않습니다.”일부 반보천인은 더는 기다리지 못하고 서둘러 잠수복을 입고 바다에 뛰어들었다.염구준의 손에 완벽한 해도가 있으니 그가 정보를 어느 정도 장악하고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그래서 먼저 보물을 찾아낼까 봐 조바심이 났던 것이다.어떤 사람들은 말로는 보물을 찾으러 왔다고 하지만 솔직히 고대 옥패를 노리고 왔다.일단 옥패에 있는 무공을 연마하면 자신의 실력을 제고할 수 있으니 나중에 재물을 손에 넣어도 늦지 않거니와 그때는 더 쉬울 거라 생각했다.염구준은 바다 밑에 있는 균열을 향해 가다가 가끔씩 방향을 조절했다.아직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니 가장 힘이 덜 드는 방법을 사용했다.깊은 곳으로 들어갈수록 물고기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고 점점 어두워져 앞이 보이지 않았다.염구준은 길이가 석 자가 되는 청봉을 잡고는 언제든 적을 무찌를 준비를 했다.방금 잘린 촉각의 길이를 볼 때, 본체에 비해 너무 짧아서 치명상을 입히지 못했다.만약 덩치가 어마어마한 팔조괴물이라면 아직도 어두운 곳에 숨어 있는 게 틀림없다.촤아아! 촤아아!그때 물살이 바뀌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더니 수백 개의 검은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었다.각 세력의 정예병이 움직인 것이다.어떤 무술인은 일정한 거리에 도착한 후 빠르지도 늦지도 않는 속도로 염구준의 뒤를 따랐다.그가 앞장서서 길을 터달라는 뜻이었다.염구준은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아래 균열이 빨아들이는 대로 끌려갔다.‘얼마든지 따라와 봐.’지금 상황으로 말하자면 누가 누구의 총받이가 될지
선박 위의 사람들이 절박하게 울부짖었지만 아무도 응답하지 않자 각 세력들이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분위기를 보아 곧 위험이 닥칠 것 같았다.촤아아악!“엄청난 것이 몰려오고 있어! 빨리 위로 올라가!”나중에 물에 들어간 무술인들이 제일 먼저 해수면으로 올라와 보고했다.이어서 대다수 무술인들은 통신기에 비명소리만 남기고 사라졌다.각 세력이 어쩔 바를 몰라 혼란에 빠졌을 때, 노신기는 염구준의 옆얼굴을 보며 속으로 감탄했다.그의 말이 옳았다.“다들 맞서서 싸웁시다!”염구준은 어마어마한 기운이 몰려오는 것을 감지하고 우렁차게 소리쳤다.그게 무엇이든 이미 상대방을 건드린 이상 맞서서 싸워야 했다.정신을 차린 각 세력들은 갑자기 조상들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떠올라,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무기를 집어 들었다.촤아아!다시 몇몇 사람이 수면위로 올라오더니 놀라운 속도로 선박을 행해 헤엄쳤다.“저게 다 뭐야?”누군가 겁에 질려 비명소리를 질렀다.“나도 몰… 악!”같이 헤엄치던 일행이 말하다 바다 밑에 있는 물건에 잡혀 끌려가고 말았다.그리고 밧줄처럼 생긴 것들이 수면 위로 올라와 선박에 있는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악!”“살려줘!”순식간에 비명소리와 경악 소리가 섞여서 현장이 아수라장이 되었다.정체를 알 수 없는 생물체에 다들 지레 겁을 먹었다.윙!그때 누군가 열 줄기 검기를 발사해 밧줄처럼 생긴 생물을 잘라버렸다.“저건 또 뭐야? 엄청 단단하네.”제일 처음으로 공격한 사람은 역시 염구준이었다.“끼익!”바다 밑에서 공격을 당한 생물은 날카로운 이명소리를 내며 위로 올라왔다.생각보다 쉽게 잘리자 각 세력들은 용기를 내서 공격을 퍼부었다.“별거 아니네. 단번에 잘려지잖아.”자신감이 생긴 그들은 필사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본래 각 세력의 실력으로 쉽게 생물을 잘라낼 수 있는데, 이 생물이 모두가 혼란에 빠진 틈을 이용해 습격할까 봐 진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물론 염구준도 모든 사람을 책임질 의무가 없으니 주변에
“가서 건져 와. 살아있으면 좋고, 죽었으면 하는 수 없지.”그 한마디를 남기고 메노스는 계속 시끄럽게 구는 꽃무늬 셔츠남을 뒤로한 채 조용히 선실 안으로 들어갔다.메노스가 이 후계자를 아끼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자기 목숨까지 걸 정도는 아니었다.한편, 잠수함을 타고 온 대어당, 안설홍, 레온 가문의 세 세력은 자연스레 한데 모여 서로를 의지하며 다른 세력에 대항할 방비를 했다.그에 비해 염구준의 일행은, 아까 그의 압도적인 전투력을 목격한 덕분에 분위기가 다시 끓어올랐다.“염 선생님은 진짜 강하시네요! 한두 번 만에 반보천인 한 명을 처리하시다니!”“염 선생님만 계시면 스텔라성도 별 것 아니에요!”“전 마음 정했어요. 이번 일만 끝나면 무조건 염 선생님을 제 스승님으로 삼을 거예요.”세 척의 어선 위의 사람들은 불과 며칠 만에 염구준의 팬이 되어버렸다.하지만 정작 염구준 본인은 사람들의 찬사 따위에 눈도 깜빡하지 않고, 아타와 노신기를 향해 입을 열었다.“계획대로 시작하죠.”“네!”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로 수색 인원들을 바다에 투입했다.다른 세력들도 질세라 각자 인원을 내보냈지만, 서로 자기 일을 하느라 별로 큰 충돌은 없었다.이 바다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피를 흘릴 이유는 없기 때문이었다.염구준은 주변을 둘러보고 모든 세력이 각자 행동 중인 걸 확인하곤, 조용히 자리에 앉아 기운 회복에 집중했다.방금 전의 싸움에서 그는 다른 사람들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속전속결로 싸움을 끝내기 위해 일부러 몸에 무리를 주는 권법을 강제로 사용했었다.하지만 실제로는, 그 한 방의 주먹과 한 번의 검격으로 무려 30%의 기운이 빠져나간 상태였다.완전히 회복하려면, 최소 열 시간이 필요했다.그의 모든 행동은 타 세력들에게 낱낱이 관찰되고 있었지만, 감히 함부로 움직이는 사람은 없었다.그리고 날은 조용히 어두워졌다.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엔 무수한 별빛이 바다에 반사되어, 마치 두 개의 은하수가 펼쳐진 듯한
“하하하! 겉멋만 든 자식이, 결국은 허세였구나!”로브는 이 약한 일격에 박장대소하며 자신감이 들었다.‘어쩌면 정말로 다른 사람들이 말한 것처럼 아직 몸을 채 회복하지 못한 것일 수 있겠어.’그 모습을 지켜보던 베르 일행은 눈에 띄지 않게 기운을 운용하며 적당한 타이밍에 염구준을 제거할 기회를 노렸다.하지만 뭔가 이상했다.사람들은 곧 염구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심상치 않다는 걸 느꼈다. 기운의 강도로 보아 그들을 속이는 것 같지 않아 보였다. 특히, 왼주먹에 모인 에너지는 숨이 멎을 만큼 강렬했다.“이런 허세에 난 안 속아!”로브는 상대방이 그저 겁을 주려는 연기일 뿐이라고 생각하고는 기세등등하게 구자검을 뿌리치고, 단검을 휘두르며 염구준을 향해 돌진했다. 그는 원래 지는 척하려고 했었지만 지금 상황으로 보아선 그럴 필요가 없다고 여겼다.“칠상권종극오의, 칠권합일!”이에 염구준은 입꼬리를 올리며 두 자루의 단검을 향해 왼팔을 휘둘렀다.쾅!주먹이 단검에 닿는 순간, 두 자루의 단검은 그대로 부서져 바닥에 나뒹굴었다.이 공포스러운 주먹을 그가 막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안 돼!”로브는 이번 주먹이 진짜라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공포에 사로잡혀 피하려 했지만, 이미 공격 태세로 몸이 나간 상태라 도망칠 수가 없었다.쾅!염구준의 일격은 그대로 로브의 가슴을 강타했고, 로브는 힘없이 밀려났다.그러나 염구준은 멈추지 않고 곧바로 검으로 로브의 왼쪽 어깨에서 오른쪽 복부까지 갈라 길고도 흉측한 상처를 남겼다.풍덩!로브는 이 어마어마한 충격에 바다로 떨어졌고, 생사조차 알 수 없게 되었다.그러나 염구준은 그를 돌아볼 생각이 없었다.애초에, 이건 남들에게 자신이 초입 반보천인을 상대할 여유가 없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였다.이 싸움은 승부가 명확했지만, 너무 빨리 끝난 탓에, 진짜 실력을 가늠하기 어려웠다.게다가 로브는 제대로 싸운 것도 아니고, 허점투성이였기에 평가 기준도 되지 못했다.관중들은 모두 멍한 표정이었지만,
불쌍하게도 그는 꿍꿍이가 많은 여우같은 사람들에게 이용당했다.그러나 금발에 금색 수염, 푸른 눈동자를 가지고 구부정한 몸매에 하얀 로브를 입은 메노스는 순진한 그와는 달리, 더욱 노련했다.“이번 일은 중요하고 사방에서 호시탐탐 노리고 있으니 함부로 나서지 않는 게 좋아.”겨우 이정도 이간질로는 그를 속일 수 없었지만, 그에게는 민폐 팀원이 있었다.꽃무늬 셔츠남은 거대한 아기처럼 징징대며, 눈물까지 찔끔 흘렸다.“메노스 할아버지, 전 할아버지가 키워주신 아이잖아요! 설마 저한테 무관심 해지신 거예요?”“그만. 복수해줄게, 그러니 그만해.”메노스는 꽃무늬 셔츠남이 우는 걸 보자, 마음이 사르르 녹아서 옆사람을 향해 물었다.“로브, 저 녀석의 실력이 어떻지?”“강하다는 말은 들었지만, 직접 싸우는 건 본 적 없습니다. 저쪽 진영엔 반보천인이 둘이 있는데, 제 실력과 맞먹습니다.”로브는 아는 걸 전부 털어놓았지만, 계속 불안한 예감이 들어서 표정이 좋지 않았다.역시나 메노스는 그의 예감처럼 말도 안 되는 명령을 내렸다.“그래, 네가 가서 한번 떠봐. 내가 뒤에서 봐줄테니.”“네.”로브는 원망 어린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이를 악물고 대답한 뒤, 요트에 올라타 염구준이 있는 어선을 향해 달려갔다.메노스는 정말 그의 목숨 따위는 안중에도 두지 않고 명령을 내린 거였다. 두 배 사이의 거리가 짧은 것도 아니라 위험한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바로 도와줄 수도 없었다.슉!로브는 어선에 뛰어올라 기세 넘치게 소리쳤다. “염구준, 한 번 붙어보길 원한다!”다소 똑똑한 선택이었다.혹시라도 집단구타를 당할까 걱정이 돼서 먼저 큰소리부터 친 것이다.하지만 염구준을 향해 시비를 거는 로브가 마음에 들지 않아 그레이가 나서서 입을 열었다.“너 따위가 감히?”부두에서 2:1로 이기긴 했지만, 그래도 로브는 패배자였다.게다가 이제 막 반보천인의 문턱에 선 수준이 감히 염구준을 상대로 나서기엔 한참 부족했다.“받아들일 건가?”로브는 그레이와 말싸움을
그는 입을 열자마자 자신은 염구준의 적이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천기문이든 아타든 그는 애초에 경쟁상대로 생각해두고 있지 않았다. “흥, 비겁한 놈!”노신기는 화를 내며 말했지만 섣불리 움직이지 않고 염구준이 어떻게 나올지 기다렸다.어선이 잠수함을 상대한다는 건 아예 말도 안 되었다.“예부터 보물은 능력 있는 사람이 가져가는 법이지.”염구준은 꼬리를 밟혔음에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혹여 다툼이 생긴다 해도, 실력으로 누르면 될 일이었다.게다가, 보물을 탐색하는 세력이 많을 수록 고대 옥패를 찾아낼 확률도 커지기 때문에 어쩌면 더 이득이었다.게다가, 정확한 위치 없이 찾아야 한다는 건 사막에서 바늘 찾기와 다를 게 없었다. “고마워. 만약 보물을 찾게 된다면 염 선생도 나눠줄게.”“만약 고대 옥패를 발견한다면, 바로 주고.”대어당의 당주는 크게 기뻐하며 약속했다. 염구준에게 복종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며 말이다.적과 동료는 늘 변하는 법이다. 변하지 않는 건 오직 이익뿐이었다.염구준은 그를 슬쩍 바라보곤,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이런 식의 허울뿐인 약속 따위는 진즉에 질려 있었기 때문이다.마지막까지 믿을 수 있는 건, 오직 자신의 검 뿐이었다.“후욱, 후욱.”노신기는 분이 풀리지 않았지만, 염구준이 나서지 않는 이상 홀로 대어당과 맞붙을 자신이 없었다.철썩철썩!이윽고 바닷물이 또 한 번 요동치더니 이번엔 세 척의 잠수함이 물 위로 떠올랐다.적어도 세 개의 강대한 세력이 더 온 것 같았다.그리고 멀지 않은 곳의 두 방향에서 모두 배가 다가오고 있었는데, 또 다른 두 세력이 오는 것 같았다.보물을 나눠가지려는 사람이 점점 더 많아진 것이다.“염 선생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폐 끼치지 않을 테니 걱정 마세요.”“염 선생님께서도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건 조상 대대로 전해진 보물이니 저희도 어느정도는 가져가 가문에 보태야죠.”“염구준, 날 기억해?”새로 온 이들 중 대부분이 염구준과 한번쯤 얽혔던 사람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