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것은 쉰 목소리였는데 있을듯 없을 듯 하는 감개가 들어있었다. “북방의 10대일류가족중의 하나, 길씨가문이 이렇게 무너지다니, 정말 비통하구나!”“길가봉이 제멋대로 행동하여 신분을 폭로할 뻔하다가 이젠 죽게 되었으니 본좌는 사정을 봐서 더 이상 따지지는 않겠다.”쏵쉰 목소리가 울리는 순간, 길가안의 심장은 마치 멈춘 듯 하더니 쏜살같이 광산동굴밖으로 나갔고 소리가 전해오고 있는 방향을 죽어라 바라보고 있었는데 마치 적을 상대하고 있는 듯 하였다. “각하는 도대체 어디서 나온 신선이요? 어찌 우리 길씨가문의 은신처를 알고 있소?”“셋째가 제멋대로 행동하였다고 하는데 … 당신은 ?”바로 흑풍조식의 두목, 일명 ‘존주’로 불리우는 진실된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는 망토에 베일을 쓴 남자였다. 팍팍팍수백미터 밖에서 베일을 쓴 남자는 손으로 고금을 들고 나무줄기의 끝마디를 딛으며 날아오듯이 길가안의 앞에 가볍게 착지하였다. 한 무리의 길씨가문 자제들에 대해서는 아예 눈길을 주지 않았고 목소리는 여전히 엄청 잠기었다. “길가봉의 주산 위에 단풍문의가 새겨져있어”“당신은 그의 맏형이니 이 문의에도 대해서 잘 알겠지?”단풍?길가안은 갑자기 놀랐고 눈길에는 온통 경악과 의문이었다. 그의 셋째 동생 길가봉의 흑철주산은 전혀 손을 떠난적이 없었다. 암살 무기를 사용하는 방법 또한 어디서 배워왔는지 여러번 물어본 적이 있었으나 길가봉은 이에 답변을 한 적이 없었다. 주산위의 단풍잎 무늬는 여러번 본적이 있었는데 일반적인 장식무늬인줄로만 알고 있었다. 지금 보아하니 자기가 생각한 것처럼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았었다. “길가봉의 암살 무기를 사용하는 수법은 본좌가 직접 가르친거야.”맞은편의 베일을 쓴 남자는 쉰목소리로 말했다. “30년전, 추석 보름달이 떠있던 밤에 길가봉은 본좌에게 충성을 맹세하였고 3개월전 본좌는 명을 내려 흑풍조직 휘하의 모든 부하들을 시켜 염구준을 감시하도록 하였다.”“하지만 길가봉은 본좌의 명령을 어기고 염구준에 대해 손을 썼
길가안의 이마에는 땀이 비질비질 나오기 시작하였는데 주먹을 쥐었다 풀었다를 반복하였지만 감히 경솔하게 손을 쓸수가 없었다. 이 존주의 실력을 알수 없었지만 그의 몸에서 발산하고 있는 압박감으로도 판단할수 있었다. 그의 실력은 절대로 왕자레벨을 초과하였고 진정한 단진무성일 가능성이 높았다. 전신이 나오지 않는 한 무성은 무적이야!“두려워하는군.”복면남자는 고개를 젓더니 “담력면에서는 길가봉이 너보다 한 수 위야. 그는 종래로 겁먹지 않았는데 이는 본좌가 그를 마음에 들어했던 원인이기도 해.”라고 말했다.여기까지 말하고 나서 그는 서서히 몸을 돌려 머지 않은 곳의 야막밀림속에 걸어들어가고 한 가닥의 쉰 목소리를 남겼는데 오래도록 수림속에서 울려퍼졌다. “흑풍에 가입하거라. 이는 길씨가문이 우뚝 솟을 수 있는 기회야!”“본좌는 곧 염구준이 북방시장에 진출하여도 제대로 못버티게 할거야! 10대일류가문중의 6가문이 연합하여 출격할거며 손씨그룹이 북방으로 진출하려는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게 할거야.”10대일류가문중의 6가문이라…복면남자의 소리가 땅에 떨어지자 길가안은 두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믿기 어려운 표정을 지었다. 이 말은 무슨 뜻일가? 6대가문은 모두 흑풍조직에 전부 귀순하였다는 말인가? “흑풍, 흑풍…”그는 혼자말로 낮게 되새기다가 결심을 내린듯 갑자기 큰 소리로 외쳤다. “만약 당신이 한 말이 모두 사실이라면 길씨가문은 달갑게 승복하겠습니다만 반드시 약속해주시기 바랍니다. 6대가문은 꼭 염구준에게 손을 쓸것임을.”멀리 있는 밀림속에는 쥐죽은 조용해졌다. 얼마후 복면남자의 쉰 목소리는 어디서부터인가 울려퍼졌다. 차가운 웃음소리뿐이었다. “허허허”…다른 한편, 정북시손씨그룹 지사 팬트하우스, 사장사무실마른 장작이 불을 만나듯 방안의 온도는 끊임없이 올라갔다. 염구준이 북방에 좌진하면서 손가을과는 만남보다 헤어져 있는 시간이 더 많았는데 잠깐 헤어짐은 신혼보다도 더 낫다고 사무실옆의 휴식실에서 뒤척이며 그리움의 고통을 풀어가
소인이 생각하기에는 북방의 명문들이 손을 쓴 것 같습니다. 저희 ‘북국가인’을 철저히 붕괴시켜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북방 명문? 그들은 정말 죽고 싶어 환장한게로구나!“알았어!”염구준은 담담하게 손을 흔들더니 손에 있던 모조품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번의 모조품사건은 손사장님께 알리지 마. 괜히 걱정시키지 말자고.”“오늘 날이 밝기전에 내가 친히 해결하겠어!”전지봉은 문뜻 놀라더니 즉시 몸을 굽히며 머리를 끄덕이고 바로 몸을 돌려 떠나갔다. 모조품이라…염구준은 복도 모퉁이까지 걸어가더니 칠흙같은 밤빛을 보더니 입가에는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 여기는 어디인가? 북방!전신전휘하에 4대 전존, 9대 전왕, 108명의 전장, 그리고 수십만에 달하는 철혈정예…이 불패의 부대의 근거지는 바로 북방이다. “주작!”그는 휴대전화를 꺼내고 손가락은 스크린에서 신속히 움직이더니 짧은 메시지가 바로 전송되었다. ‘누가 암암리에 ‘북국가인’의 모조품을 생산하고 있는지 바로 알아와.”당일 심야, 북방의 양안시 북교얼마전에 설립된 강철구조의 공장안에.주씨가문의 가주 주상홍은 몸소 매개 생산라인을 검사하고 있었는데 끊임없이 생산해낸 ‘북국가인’을 보더니 얼굴의 미소는 더욱더 득의양양하였다. 때가 되어 운수가 텄다! 최근 10여년간 대를 이어 주가가주로 되었다. 가문을 다스리는 방법을 모색하였지만 명문이 즐비한 북방에서는 숨만 쉬고 있었고 3류세가로 가까스로 끼어들 수 있었는데 더 이상 나아갈 수는 없었다. 하지만 약 반달 전에 6명의 일류세가 가주들이 합동 방문하더니 공동으로 주씨가문에게 자금을 대어 전문적으로 이 공장을 건립하여 손씨그룹의 모조품을 생산해냈다. 하루 사이에 이미 50만박스의 모조품을 생산하였다. 손씨그룹이 힘들게 쌓아온 이미지가 그들에게 손쉽게 망쳐버렸고 생산한 모조품은 진짜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만들어져 소비자들은 아예 구분할 수 없게 되었다. 6대가문 가주의 뜻으로는 손씨그룹을 철저히 무너뜨
주작이 친히 손을 써서 전신전정보시스템은 전력으로 운영되기 시작하였다. 고작 모조품제조공장을 찾는데는 반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전신전감시위성아래 그 무엇도 숨길 수 없었다. “말해봐!”염구준은 웃음을 보이며 조용히 주상홍을 바라보았다. “반달전, 여기는 황지였는데 현재는 이미 부대시설이 완비한 현대화공업공장이 되었네.”“주씨가문만으로는 절대로 이렇게 방대한 프로젝트를 완성해낼 수 없을 텐데 누가 배후에서 지시한거야? 기억해, 기회는 딱 한번뿐이야. 말을 잘못하면 결과는 알아서 책임지라고.”잉?주상홍은 먼저 멍해졌다가 바로 얼굴은 미친 듯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이 녀석 혼자서 감히 호랑이 굴에 뛰어들다니 우리 주씨가문 앞에서 뽐내는거야? 예전같았으면 그는 두려워할 지도 모르겠지만 현재 공장안에는 6대가문에서 배치한 정예보디가드들이다. 내진을 소유하고 있는 무도 강자이며 가문마다에서 각각 10명을 파견하여 총 60명에 달하였다. “자식, 넌 정말 눈치가 없구나! 그럼 내가 너무 잔인하다고 탓하지마!”주상홍은 배짱이 두둑하였고 염구준에게 모진 말을 던지고 힘껏 손을 흔들더니 소리쳤다.“여봐라!”슥슥슥 총 60명의 건장한 남자들이 손에는 연장을 잡고 사면팔방에서 덥쳐왔다. 물샐틈없이 염구준을 꽁꽁 에워싸더니 “이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겠지?”라고 말했다.이렇게 많은 보디가드가 나타나니 주상홍의 안색은 더욱더 날뛰었는데 염구준을 향하여 미친듯이 떠들어댔다. “자식, 똑똑히 교대해봐.누가 이 장소를 알려준거야?”“말해, 본가주는 사정을 봐서 너의 목숨을 살려줄 수는 있어!”“말하지 않으면 본가주가 무정하다고 탓하지 마. 오늘이 너의 제삿날이 될 수도 있어!”60명의 내진 무인들, 3류세가가 어찌 이러한 실력을 가질 수 있겠는가? 전에 추측한게 틀리지 않았다면 주씨가문 배후에는 다른 의지하는 실력이 있는게 틀림없다.염구준의 안색은 추호도 변하지 않았다. 이 60명의 정예보디가드들은 보지도 않고 시선은 여전히 주상홍의 얼굴에만 머물러 있었고
기력이 종횡무진했다.발바닥 아래 공장 작업장의 시멘트 바닥이 펑펑 터지고 많은 모래와 자갈이 저격총에서 발사된 고속 탄두처럼 격렬하게 폭발하여 내진이 강한 보디가드들의 몸을 모두 관통했다.아수라장이 되었다.내진이 강한 무도 고수들이 자랑하는 신체를 보호하는 내진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어떤 사람은 가슴과 배를 관통당했고, 어떤 사람은 뼈가 부러졌고, 어떤 사람은 머리통이 박살났다.60명의 내진이 강한 경호원들이 예외 없이 염구준의 한방에 패했다.“내진 무인? 너무 약해!”한 수를 끝낸 후, 염구준은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으며 피바다가 된 바닥을 밟으며 천천히 주상홍 앞에 다가갔다. 극도롤 놀란 그의 얼굴을 보고 씩 웃었다. “주상홍, 정말 너를 칭찬해야 해. 주씨 가문을 이끌어 삼류 가문의 위치를 확고히 할 수 있고 사처에서 자원을 찾아다니다니 과연 남다른 데가 있구나!”주상홍의 목젖은 위아래로 떨렸고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었다.겁나서 미칠 지경이었다.하찮은 삼류 주씨 가문은 물론 6대 가문의 미움을 살 수도 없고 동시에 눈앞의 이 ‘망나니 청년’을 건드릴 수도 없었다.방금 외친 “살려둬, 6대 가문 가주에게 맡겨 처리해.”란 말은 분명히 염구준에게 주씨 가문 뒤에 있는 배후가 바로 북방의 6대 가문이라는 것이다.만약 이 건방진 녀석이 도망갈 수 있다면 주씨 가문은 둘 다 건드리지 않고 6대 가문의 소식도 전할 수 있고 경호원들 앞에서 물러서지도 않았을 것이다......그의 속셈은 분명 이 ‘건방진 녀석’에게 들켰다.“총명한 사람은 오래 사는 법이고 주씨 가문 가주는 총명한 사람이지.”염구준은 미소를 지으며 주상홍을 향해 조용히 입을 열었다.“지금 말해. 네가 말한 6대 가문은 대체 누구야?”6대 가문 가주는 누구란 말인가?주상홍은 무서운 실력을 가진 건방진 녀석 앞에서 더 이상 요행을 바라지 않고 몸을 떨며 털썩 주저앉았다.“형님!”그는 무릎을 꿇고 시선은 무심코 주위에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는 살아남은 경호원을 바라보며
똑똑하네!염구준은 가타부타 말을 하지 않고 높은 곳에서 주상홍을 내려다보며 조용히 웃었다. “계속해.”부인하지 않았다? 역시 그 사람이었다!“염사장님, 정말 염사장이시군요!”주상홍은 염구준을 향해 미친듯이 머리를 조아리며 울부짖었다. “염사장님, 은혜를 베풀어 주십시요. 염사장님, 살려주십시요. 우리 주씨 가문은 단지 삼류의 작은 가문에 불과합니다. 6대 가문에서 협박하고 회유하니 주씨 가문이 어찌 감히 거역할 수 있겠습니까?”“주씨 가문은 그들에게는 총받이에 불과합니다. 이 공장과 모조품 조제법은 모두 6대 가문에서 제공했습니다. 저는 강요당했습니다. 염사장님, 잘 알아보십시요.”“네네, 여섯 가문은 각각 여씨, 유씨, 손씨, 이씨, 공씨, 노씨 가문입니다. 주씨 가문 식구 삼십칠 명의 목숨을 담보로 절대로 거짓말 한 마디 하지 않았습니다.”알고 보니 그 사람들이다...염구준의 눈빛이 살짝 반짝이더니 얼굴빛도 점점 펴졌다. 그는 통곡하며 용서를 빌고 있는 주상홍을 보며 가볍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들의 빚은 천천히 청산할 것이다. 너에 대해서는......”“염사장님에게 기꺼이 승복하겠습니다!”염구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주상홍은 온몸을 떨며 목은 울어서 완전히 쉬어버렸다. “염사장님, 저는 진작부터 주씨 가문을 데리고 사장님께 충성을 맹세하고 싶었습니다. 정소룡 정가주가 사장님을 따른 이후로 저는 줄곧 정가주에게 의탁하려고 했습니다.”“그러나, 그러나… 우리 주씨 가문의 자산은 3억도 안되니 사장님께 충성할 자격도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염사장님, 제가 말한 것은 모두 사실입니다. 정말입니다.”이번에 염구준은 정말 웃었다.정씨 가문을 수복한 뒤로는 정소룡이 어느 쪽 세력에 의탁했는지 알아내려는 세력들이 많았다.그러나 주상홍은 정씨 집안의 배후에 서 있는 사람이 바로 눈앞에 있는 전설의 젊은 강자 염구준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염사장님, 방금 이 공장을 갖고 싶다고 하셨는데 제가 드리겠습니다. 주씨 가문의 모든 것을 드릴
여씨 가문의 가주 여원지는 확실히 주도면밀했다.“여러분,당황하지 마세요.”그는 따뜻한 차 한 잔을 들고 천천히 마시며 만면에 승리의 확신이 가득했다. “여러분,설마 잊으셨나? 주상홍 그 공장 건물은 애초에 지을 때부터 아무런 수속도 밟지 않았는데 이것이 바로 허점이네.”“북방시장 유독수는 우리와 줄곧 사이가 좋았잖소. 독수들을 데리고 공장에 다녀오라고 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짐작이 가시지요?”“어떻게 먹은거면 그대로 뱉어내라 해야지요......아니, 더 받아내야지요! 유독수가 공장을 철저히 조사하는 한 '북국가인'의 완전한 레시피는 반드시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네.”“염구준이 우리와 싸우려 한다고? 그는 아직 너무 어려!”......그날 오후, 북방 양안시 교외 공장.성주댁 사무번호판을 단 도요타 승합차가 공장 입구에 천천히 멈춰 섰다.“유독수님.”독수 4명이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고 각자 손에 '출입 금지' 라고 적힌 봉인 십여 장을 들고 있었다. 그들은 유독수에게 허리숙여 청시했다. “어디서부터 봉인할까요?”입꼬리를 치켜든 유독수의 눈에는 거만함이 가득했다.봉인?급하지 않지!주상홍이 손씨 그룹과 협력하여 6대 가문을 배신하지 않았던가?염구준의 실력이 강하다고? 감히 성주댁과 맞서겠다고? 오늘은 그들과 놀아줄 시간이 많지!“지상오수가 너무 많아 생산환경이 기준에 미치지 못해. 적어.”유독수는 독수 몇 명을 데리고 거들먹거리며 공장 문으로 걸어 들어가 냉소적인 표정을 지으며 웃었다. “경비원이 우리를 보고도 빨리 와서 경례하지 않는 것은 심각한 직무유기야. 적어.”“굴뚝의 지름이 너무 크고 매연을 너무 많이 내뿜고 있어. 측정하지 않아도 기준치를 훨씬 초과했다는 걸 알 수 있지. 주변 환경에 심각한 오염을 초래하지. 모두 적어.”“우리가 이미 들어왔는데 주상홍이 아직도 직접 나서서 맞이하지 않았다. 이건 분명 성주댁은 안중에도 없다는 것이야. 이건 맨 처음에 적도록 해.”옆에서 독수 비서는 재빨리 메모를 하면서 고개를 내저었
웃어? 저 녀석이 감히 웃어?!염구준의 치켜든 입가를 보고 유독수는 두 눈을 가늘게 뜨고 손을 번쩍 들어보였다. “이 녀석의 거동이 의심스럽군. 틀림없이 여기서 망을 보고 있는 것이야. 저 녀석을 체포해!”슥, 슥!유독수 뒤에서 두 명의 독수가 재빨리 달려들었고 그 중 한 명이 수갑을 꺼내 염구준에게 채우기 위해 자세를 취했다.“하지마!!"공장 건물 내부에서 한 남자가 황급히 달려나왔다. 멀리서 유독수를 바라보며 한편으로는 연신 손을 흔들며 한편으로는 얼굴 가득 웃어보였다. “유독수께서 왕림해 주셨는데 제가 멀리 마중 나가지 못했습니다. 용서하십시오. 용서하십시오!”바로 주상홍이었다!그는 걸음을 재촉하여 염구준 곁으로 달려가 유독수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굽신거렸다. “오해입니다. 다 오해입니다. 우리 공장에서 생산한 것은 모두 정품입니다. 절대로 위반 사항이 없습니다. 수속은 이미 성주댁에 보고했습니다. 곧......”“퉤!”유독수는 그의 쓸데없는 말을 듣기가 귀찮아하며 눈을 흘겼다. “성주댁이 뭐? 순무대감이 와도 소용없어. 북방시장은 내 맘대로야! 지금 수속 있어? 없으면 무조선 조사해야 해!”“주씨 잘 왔어. 정품을 생산한다고? 난 네가 무슨 개똥같은 물건을 생산하든 상관하지 않아. 잡혀 들어가고 싶지 않다면 지금 당장 ‘북국가인’의 레시피를 가져와!”레시피?!주상홍은 깜짝 놀라 얼굴이 순간 하얗게 질렸다.만약 다른 사람이 왔다면 주씨 가문의 인맥을 동원해 선물을 주고 웃는 낯으로 다독여서 일을 처리했을 것이었다.그러나 유독수는 보통 사람이 아니다!북방 3성은 국토 면적이 넓어 총 170여 개의 도시가 있으며 각 도시에는 한 명의 성주댁이 있다.그리고 3성을 통솔하는 순무대감은 고위 관리로서 지위와 권위가 높았다. 북방 시장을 더욱 중시했으며 각 도시의 독수는 순무대감이 직접 임명했다.즉 북방 시장의 독수는 명목상으로는 각 성의 성주댁에 속하지만 실제로는 순무대감이 직접 책임졌다.그리고 눈앞의 이 유독수는 3성을 책임진
서커스단 공연은 염구준이 사라진 후로 잠시 중단되었다.손가을은 손씨 그룹에서 절반 넘는 경호원들을 불러 수색하기 시작했다.거기에 호찬, 초상비 등 고수들도 있고 신위무관의 원종과 정경림도 있었다.이 기세로 보아 은세가문과 전쟁을 치러도 충분할 것 같았다.용필은 신혼여행을 떠나서 연락하지 않았다.“당장 사람을 풀어줘!”손가을이 언성을 높이며 모처럼 화를 냈다.평소 그녀는 성격이 털털해서 어떤 일에 부딪쳐도 화를 내지 않았다.하지만 남편이 눈앞에서 사라졌으니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아무리 남편의 실력이 대단해도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여사님, 저희 계약서까지 작성했어요.”광대가 계약서를 내밀며 말했다.촤아악!“부끄럽지 않아서 이런 불법 계약서를 꺼내?”손가을은 빼앗아와서 바로 찢어버리고 바닥에 내팽개쳤다.오늘 염구준을 찾지 못한다면 무슨 말을 해도 듣지 않을 것이다.“근데 마술사가 사라져서 저희도 찾을 수 없어요.”광대가 어깨를 으쓱하며 마음대로 하라는 식으로 시큰둥하게 말했다.“땅을 파서라도 찾아내세요!”손가을이 뒤에 있는 경호원에게 지시했다.“아빠 예전처럼 사라지는 거예요?”깜짝 놀란 염희주가 울면서 물었다.지난 일은 어린 가슴속에 응어리가 되어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아팠다.이번 일로 인해 아마 평생 서커스단에 트라우마가 생길 것 같았다.“아니야. 아빠는 우리랑 숨박꼭질하는 거야.”손가을은 애써 웃으면서 딸을 진정시켰다.지시를 받은 손씨 그룹 경호원은 이미 굴착기까지 불러서 땅을 팔 기세였다.서커스 경호원들은 아무리 말려도 역부족이었다.관중들은 그 장면을 보고 혹시나 불똥이 튈까 봐 뿔뿔이 사라졌다.“가자. 대표님 화 나셨어. 보통 일이 아니야.”“손 대표님 사람이 얼마나 좋은데, 부디 남편을 찾길 바라.”“이제 보니 서커스가 문제 있네. 방금 무대에 나가지 않아서 다행이야.”떠들썩하던 관중석은 텅텅 비어서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펑!경호원이 굴착기를 작동해 땅을 파려고 할 때 굉장한 소리가 들리
“잠깐만, 당신 이름이 뭐야?”이런 실력이라면 아무리 부하들이 많아도 승산이 없었다.“염구준이다.”이름일 뿐 염구준은 솔직하게 말해주었다.그가 정체를 밝히자 코브라는 겁에 질려 목소리까지 떨렸다.속으로 망했다고 별의별 욕을 다하고 싶었다.“염 선생님, 오해입니다. 정말 죄송해요. 이제 가셔도 됩니다.”이 사람만큼은 절대 건드릴 수 없었다.“그럼 저 사람들은?”염구준이 주변 철창을 둘러보며 말했다.“그게… 선생님이 원하는 대로 해드릴게요.”코브라는 살짝 망설이다가 웃으면서 타협했다.“아니, 내 뜻을 오해했어. 내 말은 저 사람들 복수는 어떻게 갚아야지?”염구준이 엄하게 질문했다.용하에서 국민들을 해쳤으니 여기서 쉽게 끝내면 안 되었다.상대방의 심기가 불편하다는 것을 느낀 코브라가 나지막하게 물었다.“어떻게 하고 싶습니까?”“무슨 상황인지 전부 말하고 너희는 법에 따라 처벌을 받아. 그러면 살려 줄게.”염구준은 말을 돌리지 않고 직설적으로 말했다.상대방은 올 게 왔다고 생각했는지 표정이 점점 일그러졌다.“상의할 여지는 없습니까?”코브라가 질문하는 척하면서 슬그머니 기운을 움직이며 공격할 준비를 했다.“하, 저 사람들의 피를 뽑을 때 상의하고 했나?”염구준이 비웃으면서 되물었다.어떤 일은 상의할 여지가 없다.“이러나 저러나 죽게 생겼는데 한번 붙어보자.”코브라가 독하게 마음을 먹고 명령을 내렸다.스스슥!한 무리 그림자가 한 사람을 향해 전신 경지 실력을 펼치며 공격했다.그 반면, 코브라는 뒤로 물러서며 도망치려고 했다.“뭘 그렇게 급하게 도망쳐?”염구준은 몸을 번쩍 들어 앞을 가로막았다.공격하러 온 부하들은 어느새 바닥에 쓰러진 채 생사를 알 수 없었다.“겨우 이 정도로 앞길을 막다니 너무 자신만만하지 않나?”“날 죽이면 안 됩니다. 저는 거록 존주의 사람이에요.”코브라는 도망칠 수 없게 되자 뒷배를 내세웠다.“거록 존주?”염구준은 속으로 중얼거리며 머릿속에 정보를 떠올렸다.흑풍, 여우, 청목과 맞
방심했었다.우두머리는 제자리에 서서 식은땀을 흘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보스가 CCTV를 통해 지켜보고 있으니 어떤 말은 함부로 할 수 없었다.“벙어리야?”염구준은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 과감하게 공격했다.몇 차례 공격을 퍼부어서 상대방을 완전히 제압했다.“잘 생각하고 말해. 한 번만 기회를 줄게.”염구준이 마지막으로 통보했다.“할 말 없어!”그드득!우두머리가 말하는 동시에 염구준은 목을 부러트렸다.그가 원하는 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모든 것이 순식간에 발생했다.염구준은 죽은 사람을 옆에 던지고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보스는 뒤에 있는 것이 틀림없다.감시실에서 마술사가 입꼬리를 올리며 중얼거렸다.“이제 보니 정보가 틀렸군. 하지만 무성의 실력이라면 통제할 수 있어.”그가 신경 쓰는 것은 염구준일 뿐 부하들이 죽든 말든 상관없었다.마술사는 부하들을 이끌고 감시실에서 나왔다.염구준을 잡으러 가는 것이다.상대방의 실력을 파악했으니 충분히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한편, 염구준도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이것은 함정이었다.“살려줘…”그가 한참 걸어갔을 때 앞에서 희미한 소리가 들렸다.목소리를 들으니 곧 죽을 것 같았다.염구준은 걸음을 재촉하여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그리고 희미한 불빛을 빌어 상황을 살펴보다 조금은 경악했다.이곳에 철창 10개 정도 놓여 있었는데 그 안에 동물이 아니라 사람이 갇혀 있었다.남자, 여자할 것 없이 노인과 아이들도 있었다.그 사람들 상태는 몹시 허약했다.방금 관중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아마도 마술쇼를 하면서 사라진 사람들 같았다.염구준처럼 말이다.이 사람들은 가슴에 감은 붕대에 핏자국이 묻어 있고 공기에도 피비린내가 풍겼다.‘설마 심혈?’이 사람들 심장에서 피를 뽑은 것 같았다.전에 고전 서적에서 많이 봤기 때문에 상대방의 목적이 무엇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이런 수법은 이미 사라진 고대 사술에서만 사용했고 보통 무술인의 실력을 제고할 때 사용했다.그러나 선정된
마술사는 모두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후, 갑자기 문을 열어서 상자 안을 보여줬다.사람은 사라지고 상자는 텅 비어 있었다.“아빠 사라졌나 봐요.”그 장면을 본 염희주가 얼떨떨해졌다.관중들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사라진 염구준을 찾았지만 나타나지 않았다.인근 도시에서 전해진 말이 진짜인 것 같았다.한편, 염구준은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그곳의 불빛은 희미하고 주변은 어두컴컴했다.무대 아래였다.그는 상자에 들어가자마자 얼마되지 않아 아래로 추락하는 느낌이 들면서 무대 아래로 떨어진 것이었다.무대에 장치가 있었다. 이것이 서커스단의 속임수였다.무대가 앞에 있는 것 같지만 실은 선반 위에 무대가 있고 아래는 텅 비어 있었다.서커스단에서 왜 염구준을 죽이려고 하는지 아직 이유를 찾지 못했다.“일단 지켜보자.”그는 전방으로 걸어갔다. 어차피 이곳에 통로는 하나였다.방음은 엄청 잘 처리되어서 위에서 소란스러운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하하하.”갑자기 몸통 절반이 나타나면서 음침한 웃음소리를 냈다.도구였다.그는 힐끗 쳐다보고는 무표정으로 바로 지나갔다.기운도 없고 위기감도 없어서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행동했다.귀신집에서 염구준 같은 손님을 만난다면 바로 문을 닫을 것이다.이어서 비슷한 상황이 나타났지만 그는 공격하지 않았다.CCTV를 통해서 그를 지켜보면 누구는 속이 바짝 탔다.이런 식으로 염구준이 공격하도록 유도해서 실력을 보고 싶었던 것이다.그런데 계획이 물거품이 되어버렸다.“한 팀을 데리고 내려가서 실력을 테스트해 봐.”감시실에서 마술사가 입을 열었다.“네.”옆에 있던 사람은 공수하며 대여섯 명을 데리고 자리를 떴다.이 사람들은 아주 신중하게 움직였다.통로에서 한참을 걷던 염구준은 걸음을 멈추고 귀를 움직였다.‘누가 오고 있어.’발자국 소리가 아무리 조용해도 그의 예민한 귀를 피하지 못했다.그는 어떤 경지의 힘을 사용할지 고민했다.만약 제대로 싸우면 배후가 실력을 알고 도망칠 수 있으니까.스스슥!그때 몇
얼마 지나지 않아 공연이 시작되었다.종목들은 정말 신나고 하나같이 감탄이 저절로 나올 지경이었다.암퇘지가 철사슬 위로 걸어가고, 곰이 외발자전거를 타는 장면을 본 아이들이 깔깔 웃으면서 연신 박수를 쳤다.방금 일로 염구준은 자꾸 주변을 살펴보며 경계했다.여러 종목이 끝난 후, 광대 진행자가 나와서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존경하는 여러분, 이어서 저희 피날레 종목을 보여드리겠습니다. 활인을 할 텐데 어느 분이 게스트로 올라오시겠습니까?”그 말에 현장이 조용해지고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어떤 아이들은 자기가 나가겠다고 했지만 부모가 한사코 입을 막으면서 말렸다.“나가면 안 돼. 이 서커스단에서 사라진 사람들이 돌아오지 않았단 말이야.”“나도 들었어요. 인근 도시에서 발생했는데 게스트가 계약서까지 작성했대요.”“무서워. 어떻게 그런 일이 있어?”서커스 공연은 재미있지만 이 종목은 다들 뒤로 물러나며 지켜보기만 했다.“아빠, 내가 나가도 돼요?”그때 염희주가 말했다.“가지 마. 나중에 내가 믿을 만한 마술사를 불러서 체험하게 해 줄게.”옆에서 하는 말을 들었으니 딸을 위험하게 내보낼 수 없었다.“알았어요.”염희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시무룩해 있었다.곧 분위기가 썰렁해지자 공연장의 불빛이 어두워지며 한 줄기 전등만 광대를 비추었다.“여러분, 제가 행운 게스트를 뽑으면 전등이 그분을 비출 겁니다. 물론 나올지 말지는 그분이 결정하면 되겠습니다.”서커스의 수법은 한번 또 한 번 곤란한 상황으로 밀어붙였다.정말 게스트로 당첨된다면 체면 때문이라도 무대에 올라갈 것이다.“감격스러운 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광대가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전등이 현장을 누비며 빠르게 움직였다.“멈추세요!”한참 뒤, 광대의 말에 전등이 멈추었다.게스트로 염구준이 당첨되었다.이번에야말로 현장에서 가장 빛나는 사람이 되었다.역시 나름 계획이 있었다.염구준은 방금 몰래 감시하던 사람이 자신을 찾고 있었다고 생각했다.“축하드립니다. 무대에 올라와서 협조해 주
당황한 조련사가 긴 막대기를 들고 사자의 머리를 누르며 뒤로 물리쳤다.탁!사자가 손바닥으로 막대기를 쳐서 부러트리고 아이에게 어슬렁어슬렁 다가갔다.“우와아아앙!”깜짝 놀란 아이가 울음을 터트렸다.아이가 높은 소리로 울수록 사자는 더 흥분되어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을 드러냈다.“저기 누가 들어가고 있어요.”그때 한 그림자가 갑자기 철창 앞에 나타났다.바로 염구준이었다.“으아아아악!”염구준이 두 손으로 철창을 잡고 힘을 주자 단단한 쇠가 구부러지며 양쪽으로 휘었다.그리고 구멍을 통해 철창 안에 들어가 울고 있는 아이를 안았다.“울지 마. 이제 괜찮아.”“으르렁!”사자는 먹잇감이 빼앗기자 입을 크게 벌리고 으르렁거리며 덮쳤다.“죽어!”염구준이 강력한 기운을 발사하자 사자는 뒤로 튕겨 구석에 나가떨어졌다.그가 살의를 뿜어냈다.동물은 워낙 살의에 예민했다.사자는 벌러덩 드러누워서 작은 소리를 내며 애교를 부렸다.그 동작은 서커스단에서 배운 것이다.염구준은 아이를 안고 철창에서 나와 아이 엄마에게 넘기며 신신당부했다.“앞으로 아이 손을 꼭 잡고 다니세요.”“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아이 엄마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염구준 가족은 경악해 있는 사람들을 뒤로 하고 계속 동물을 구경했다.“아빠는 슈퍼맨이에요?”방금 장면을 떠올리던 염희주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사자가 아버지 앞에서 고양이처럼 말을 잘 들어서 깜짝 놀랐다.“하하하. 방금 아빠가 마술을 부려서 그래.”염구준이 웃으면서 대답했다.어떤 일은 설명하기 어렵기도 하고 그렇다고 아이에게 자세히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마술? 이따가 마술쇼도 있는데 가르쳐줄 수 있어요?”염희주는 두 눈을 깜빡이며 염구준을 봐라봤다.그 말에 염구준은 난감했다.마술을 할 줄도 모르는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됐어. 마술은 나중에 배워. 이제 곧 마술쇼 시작이야. 들어가서 앉아야지.”손가을이 나서서 남편을 도와줬다.“시작했어요? 그럼 빨리 들어가요!”염희주는 빨리 들어
용필과 하윤나는 초고속으로 이튿날에 바로 미니 결혼식을 올렸다.정식 결혼식은 나중에 다시 성대하게 올리려고 했다.쌍방 부모님들이 모두 도착했다.하동철과 김연주는 인상을 찌푸리지 않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염구준이 두 사람에게 손씨 그룹에서 일하면 월급을 200만씩 주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하동철은 경비원으로 취직하여 경호 대장인 용필과 함께 일하고 김연주는 청소부에 취직했다.용필을 봐서 두 노인과 얼굴을 붉히지 않으려고 이렇게 안배한 것이다.어차피 앞으로 한 식구로서 자주 만날 텐데, 강하게 밀어붙이다가 물러날 때는 이득을 주는 방식으로 두 사람을 탄복하게 만든 것이다.재미있는 것은 하동철이 출근하면 회사에서 용필을 대장이라 부르고 퇴근하면 용필이 그를 아버지라고 불렀다.공과 사는 확실히 구분한다는 것이다.미니 결혼식은 무사하게 진행되어 두 사람은 드디어 부부가 되었다.이 모든 것은 다 염구준이 추진한 덕분이라 두 사람은 엄청 고마웠다.행복한 시간은 빠르게 지나, 어느덧 서커스단이 공연하는 날이 다가왔다.염희주가 계속 재촉하는 바람에 세 사람은 아침 댓바람부터 공연장에 도착했다.벌써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지만 아직 공연장 문이 열리지 않았다.밖에 철창을 몇 개를 놓고 안에 맹수들을 가둔 것이 보였다.독수리, 호랑이, 원숭이 등등 동물들을 관람용으로 놓은 것이었다.이곳에 온 사람들은 대부분 아이가 있는 가족들이었다.다들 신기해서 감탄을 금지 못했다.“아빠는 사자를 본 적이 있어요?”염희주가 궁금해하며 물었다.“봤기도 했고 먹어도 봤어. 근데 맛이 없었어.”염구준은 딸을 속일 필요가 없어 솔직하게 대답했다.전에 흑주 벌판에서 임무를 수행할 때 팀과 연락을 잃어서 먹을 것이 없었다.그래서 먹을 수 있는 것은 잡는 족족 배를 채웠다.“아빠는 왜 맨날 거짓말만 해요? 내가 나쁜 것만 배우면 어떡해요?”염희주는 아예 믿지 않았다.사자는 사나운 짐승이고 초원의 패권자이자 흑주의 우두머리인데 그것을 잡아 먹었다니믿어지지 않았
“시작.”오백하는 ‘시’자를 말할 때부터 얼마되지도 않는 힘을 손에 넣었다.억지가 따로 없었다.그러나 용필의 손은 꿈쩍하지도 않았다.힘으로 똘똘 물친 용필과 힘을 겨룬다니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힘을 준다. 합!”용필이 한마디 하더니 오른팔에 힘을 주어 가볍게 상대방의 손목을 꺾었다.그런데 테이블까지 부숴버렸다.겨우 이 정도에 진 것이다.“악!”왼쪽 팔이 탈구된 오백하는 귀가 찢어지는 비명소리를 질렀다.어려서부터 다친 적이 없이 곱게 자랐으니 이런 고통을 감당할 리가 없었다.“안 된다고 했는데 뭐 하러 용필 오빠한테 개기냐?”하윤나가 말하면서 용필의 팔을 끌어당겼다.참지 못하고 상대방을 해칠까 봐 그런 것이다.솔직히 그녀는 용필이 다치는 것을 원하지 않았지만 그가 다른 사람을 해치는 것도 바라지 않았다.“윤나야, 나 정말 힘을 쓰지 않았어.”용필이 억울한 표정으로 설명했다.“나도 알아.”하윤나가 배시시 웃으면서 대답했다.팔씨름에서 졌으니 오백하는 패배하고 유일한 선택은 용필밖에 없었다.“꺼져. 설마 남아서 밥 먹고 가게?”염구준은 아직도 아파서 바닥에서 뒹구는 오백하에게 싸늘하게 내뱉았다.“이놈들 잡아 쳐!”열받은 오백하는 경호원들에게 고함을 질렀다.반드시 복수를 할 것이다.쿵!경호원들이 다가가려고 할 때 염구준이 기운을 펼치며 그들을 문밖으로 몰아냈다.봐주지 않았다면 진작에 죽었을 것이다.퍽!그리고 오백하를 발로 뻥 차서 밖으로 쫓아냈다.룸 안이 드디어 조용해졌다.글로벌 호텔의 경호원들이 우르르 달려오더니 오백하 일행을 들어 호텔 밖으로 내쫓았다.이 과정은 고작 몇 분만에 진행되었다.“사돈 어르신, 두 사람 이제 결혼해도 됩니까?”두 노인은 염구준의 말에 겨우 정신을 차렸다.“그럼요. 저희도 찬성해요.”하동철과 김연주는 깜짝 놀라며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원래 사위 후보가 2명이었는데 한 명이 도망쳤으니 이제 선택할 여지가 없었다.“그럼 두 사람 먼저 시청에 가서 혼인신고하고 나중에 결혼
“진정하세요. 많지도 않습니다.”염구준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이게 많지 않다니 두 사람은 경악했다.최근 청해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땅값이 점점 올라 제일 저렴한 별장도 20억 이상이었다.“염 선생님, 그쪽과 상관없는 일 아닌가요?”오백하가 못마땅 해하며 물었다.손씨 그룹이 끼어들면 그는 뒷배인 회사를 내세워도 대항할 수 없었다.“용필 형, 나를 뭐라고 부르죠?”염구준이 옆을 보며 물었다.“내 매제지.”용필이 머리를 긁적거리며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들었어요? 나랑 상관 있죠?”염구준이 되물었다.상대방이 기어코 끼어들겠다고 하니 오백하는 심란하여 계속 머릿속을 굴렸다.‘어떡하지, 어떡하지?...’돈은 어느 정도는 있었다.하지만 적어도 52억은 있어야 상대방과 싸울 수 있었다.평소 그는 돈으로 다른 사람을 억압하는 것을 즐겼는데 오늘은 다른 사람에게 돈으로 억압당할 줄은 몰랐다.인과로 보복을 당하니 매우 불쾌했다.“저기요. 왜 예물값을 올리지 않나요?”염구준은 그가 대답하지 않자 주의를 주었다.‘올리긴 뭘 올려?’오백하는 속으로 욕하면서도 겉으로 애써 웃었다.돈으로 통하지 않으니 다른 방면으로 능력을 보여서 자신의 우세를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저 멍청한 놈은 윤나를 지킬 자격이 없어요. 두 분 신중하게 생각해 보세요.”오백하가 갑자기 흠집을 내기 시작했다.“그게…”하동철은 두 남자를 번갈아 보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무조건 가격을 올리라는 속셈이었다.“주먹다짐을 비교하고 싶으면 그냥 말하면 되죠.”염구준이 분명하게 말했다.종사 경지에도 도달하지 못한 녀석이 감히 용필 앞에서 나대다니 속으로 우스웠다.능력이 안 되면 가만히 있을 것이지 자기 무덤을 파는 꼴이 되었다.“안 돼.”갑자기 하윤나가 용필을 부둥켜안으면서 싸우지 못하게 붙잡았다.하지만 오백하의 눈에는 그녀가 용필을 걱정하는 것으로 보였다.그 순간 속이 부글부글 끓으면서 펄쩍 뛰었다.“남자라면 나랑 겨루자. 지면 알아서